스토리보물의 주인

보물의 주인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나란투야가 주운 금주전자 램프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녀는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서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결과는 그녀의 예상과 전혀 다른 듯하다.

등장 오퍼레이터: 나란투야


“퉤엣! 퉤퉤퉤!”

“대체 누가 길에다가 구덩이를 파 놓은 거야?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네! 입안에도 모래가 한가득 들어갔잖아!”

모래 구덩이에서 허둥지둥 기어 나온 붉은 머리 쿠란타의 발에는 버든비스트의 두개골이 씌워져 있었다.

몸에 있는 모래를 털어 낼 틈도 없이, 그녀는 몸을 돌려 텅 빈 사막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누구를 향해 욕하고 있는지 모르는 그녀였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발에 씌워진 두개골을 그대로 뽑아 멀리 던져버렸다.

나란투야

……대체 뭐 하는 상단이길래, 버든비스트가 구덩이에 빠져 죽어 뼈가 될 때까지 찾으러 오지도 않아? 하마터면 저 뼈에 허벅지가 뚫릴 뻔했다고!

나란투야

그 많아 보였던 짐들은 죄다 헌 천 쪼가리뿐이고, 값나가는 물건을 싣고 다닐 줄도 모르나! *사르곤 욕설* 하마터면 괜히 넘어지기만 할 뻔했잖아!

나란투야는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들어 올렸다. 모래 구덩이 안에서 유일하게 금빛이 나던 물건이기에 그녀가 자연스레 챙겨 나온 것이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그녀는 유일한 전리품을 유심히 살폈다.

그것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램프로, 복잡한 문양과 뛰어난 광택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란투야

금으로 만든 건가? 그럼 값이 꽤 나가겠는데? 하하하! 뭐, 이 정도면 전화위복인 셈이네!

나란투야가 손에 든 황금 램프를 옷으로 꼼꼼히 문질러 닦자, 눈 부신 황금빛이 그녀의 얼굴에 반사되었다.

나란투야

잠깐만, 여기 뭔가 글씨가 새겨져 있는 거 같은데?

“샘물 타운의 아사프에게,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해, 사랑하는 엄마가.”

“소중히 간직하렴. 이 램프는 엄마가 네게 남긴, 모든 보물 상자가 있는 곳을 비춰줄 거야.”

나란투야

……부자들이란, 정말 짜증 난다니까! 무슨 어린애 생일 선물로 이렇게 묵직한 금을 주는 거야!

나란투야

내가 이걸 바자르에 가서 좋은 술이랑 고기로 바꿔 먹으면, 부자들한테 당한 가난한 서민들을 대신해 복수한 셈이겠네, 하하하!

몇 발짝 걸어가던 나란투야가 문득 멈춰 섰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여 램프에 새겨진 글자를 자세히 확인했다.

나란투야

'보물 상자',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보물 상자'라고 쓰여있는 거 맞지?

나란투야

이 정도의 부자가 남긴 보물 상자라면……

나란투야

그 안에 든 보물들은, 틀림없이 이 황금 램프보다 훨씬 값비싼 것들일 테지!


나란투야

영감! 당장 나와봐, 묻고 싶은 게 있다고!

가짜 술 장수

뭐 이렇게 화가 났어, 우선 한 잔 들이켜고 화 좀 삭이지 그래?

나란투야

영감은 이 사막을 나보다 더 많이 돌아다녔잖아. 혹시 '샘물 타운'이란 데, 들어본 적 있어?

가짜 술 장수

그럼 당연하지! 샘물 타운 말이지, 거기가 어디냐면…… 헤헤.

나란투야

어딘지 빨리 말해!

가짜 술 장수

왜? 원수 찾으러 가게? 아니면 돈이라도 뺏으려고?

나란투야

……진짜 부자 마을인가 보네, 맞지? 얼른 거기 위치나 말해줘.

가짜 술 장수

급할 것 없잖아. 나랑 두어 잔 같이 마셔주면 알려줄게.

나란투야

……좋아, 마침 나도 목마른 참이거든.

나란투야

왜 한 잔만 따랐어? 영감은 안 마시게?

가짜 술 장수

마셔야지, 이게 내 잔이야.

나란투야

그럼 난?

가짜 술 장수

먼저 돈을 내야지, 그래야 내가 따라줄 거 아니야!

나란투야

흥, 설마 내가 술값이 없을까 봐? 얼만데?

가짜 술 장수

백…… 아니, 이백 디나르.

나란투야는 허리춤에 있는 돈주머니를 만지다가 멈추고는, 이를 악문 채 묻는다……

나란투야

영감이 물 탄 이 알리주 한 잔이 이백 디나르라고?

가짜 술 장수

원래는 당연히 그 정돈 안 되지.

가짜 술 장수

하지만 네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는 그만한 값어치가 있을걸.

가짜 술 장수

나란투야, 난 네가 샘물 타운에 왜 가려는 건지는 물어보지 않을 거야. 네가 의뢰를 받고 누굴 죽이러 가는 건지, 아니면 보물지도를 주워서 땅굴의 금을 캐러 가든 상관없다는 말이지……

나란투야

이백 디나르면 되는 거지? 낼 테니까, 여기 술이나 줘!

가짜 술 장수

오호, 내 말이 맞았나 보네…… 뭘 그렇게 째려봐. 이 늙은 몸을 보라고, 설마 하니 내가 보물을 빼앗을까 봐 걱정하는 건 아니지?

나란투야

콜록, 콜록! 이백 디나르짜리 술도 맛은 똑같이 없네!

나란투야

한 잔 시켰으니 이제 입 열 거야? 부족하면 한 잔 더 사면 되잖아!

나란투야는 아예 돈주머니를 통째로 던져버렸다. 술이 독해서인지 아니면 돈이 아까워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란투야

한 잔 따라줘! 돈주머니 안에 이백 디나르 넘게 충분히 들어 있으니까 말이야!

가짜 술 장수

이백 디나르는 첫 잔 가격이고, 헤헤, 두 번째는 사백 디나르야.

가짜 술 장수

여기선 사람을 때려선 안 돼, 나란투야. 네가 싸움을 잘하는 건 잘 알지만, 바자르에선 바자르만의 규칙이 있는 법이야. 내 규칙은……

가짜 술 장수

양쪽 모두 거래에 동의한 이상, 환불 불가라고!

가짜 술 장수

네가 한 잔으로 끝낼 거면 나도 상관없어. 부자가 되고 싶은 도적놈들이야 이 사막에 널렸으니, 그중 한두 놈은 기꺼이 술 두 잔값 정도야 내겠지.

나란투야

30분만 기다려. 돈 가지고 다시 올 테니까…… 다른 사람한테는 입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허리춤의 곡도를 툭툭 치며 가장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가짜 술 장수

안심해, 안심하라고……


쾅!

무거운 돈주머니 하나가 탁자 위에 떨어지자, 졸고 있던 가짜 술 장수가 깜짝 놀라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가짜 술 장수

……!!

나란투야는 탁자 뒤에 있던 술병을 낚아채 목을 젖히고는 사납게 몇 모금 털어 넣었다.

나란투야

안 세어 봐?

가짜 술 장수

세긴 뭘 세. 이 정도면 못해도 천 디나르는 되겠구먼! 나란투야, 설마 너……

나란투야

상단에게 버든비스트 팔아서 받은 돈이니까, 괜히 호들갑 떨지 마.

가짜 술 장수

너한테 언제부터 버든비스트가 있었다고?

나란투야

좀 전에, 지나가던 상단한테서 훔쳤지.

가짜 술 장수

그 두 상단 말인데, 설마 같은 상단은 아니겠지?

나란투야

맞아, 같은 상단이야.

가짜 술 장수

그 멍청이들은 눈치 못 챘고?

나란투야

응.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알고 싶으면……

나란투야

*사르곤 욕설* 당장 샘물 타운이 어딘지 말하란 말이야!

가짜 술 장수

알았어, 알겠으니까…… 진정해. 우선 한 잔 따라줄게…… 이번엔 내가 그동안 아끼던 진짜 술이야, 정말로 물 안 탄 거라고.

독한 술 한 잔을 마신 나란투야는 가짜 술 장수가 내놓은 '지도'를 바라봤다.

좋게 말해 지도지, 실제론 그저 냅킨 한 장에 산과 길을 나타내는 구불구불한 선 몇 개를 그렸을 뿐이었다.

나란투야

이렇게나 멀면, 가는 데만도 최소 사나흘은 걸리겠는데…… 이거 확실한 거야?

가짜 술 장수

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 크흠, 널 속인 적 있었냐고?

가짜 술 장수

이렇게 먼 길을 오직 네 다리로만 걸어갈 수는 없을걸!

나란투야

설마, 영감 텐트 뒤에 묶여 있던 그 늙고 귀먹은 버든비스트를 나한테 팔 생각이야?

가짜 술 장수

이야, 똑똑하구먼! 싸게 줄게, 단돈 팔백 디나르면 네게 넘겨주지!

나란투야

그 버든비스트, 영감을 따라다니면서 한 끼도 배불리 못 먹었잖아. 평생 동안 짐을 날라 줬는데, 이제 와서 나한테 팔겠다고?

가짜 술 장수

비싸면 관둬, 그냥 내가 잡아먹는 수밖에 없지, 뭐.

나란투야는 고개를 저었다.

나란투야

……내 말은, 너무 싸다는 거라고. 내가 볼 땐 최소 천 디나르는 받아도 될 것 같거든.

나란투야는 그 '지도'를 품에 쑤셔 넣고, 잔에 남은 술을 끝까지 들이켠 뒤 돌아서서 텐트를 나가려 했다.

가짜 술 장수

어이! 나란투야! 그 상단이 자기들 버든비스트가 네게 도둑맞은 걸 왜 몰랐는지, 말 안 해줄 거야?

나란투야

……녀석을 잡을 때 밀을 들고 있었거든, 그랬더니 얌전히 따라오더라.

가짜 술 장수

그렇게나 간단히? 재미없구먼!

가짜 술 장수

뭐, 어차피 상단들이야 평소에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대긴 했지. 양심을 팔아서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으니, 도둑맞은 것도 자업자득인 셈이네!

나란투야

자업자득…… 맞아. 하하.

나란투야가 떠나자마자, 가짜 술 장수는 긴장된 표정으로 텐트 안의 잡동사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술 마시러 온 손님

아니, 사장님, 이렇게나 일찍 문을 닫는 거예요?

가짜 술 장수

그래그래, 내일 다시 오라고…… 아니지, 나 내일은 여기 바자르에 안 올 거야. 나중에 인연이 있으면 또 보자고!

술 마시러 온 손님

뭐야, 빚이라도 졌나요?

가짜 술 장수

미친 녀석한테 돈을 뜯어냈거든. 눈치채고 돌아오기 전에 얼른 튀어야 해…… 뭘 자꾸 캐묻고 있어, 얼른 가라고!

서둘러 짐을 짊어지고 텐트 밖으로 나섰을 때, 가짜 술 장수는 말뚝에 자신이 버든비스트를 묶기 위해 사용했던 반들반들해진 밧줄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짜 술 장수

*사르곤 욕설* 나란투야! 내 버든비스트를 훔쳐다 판 거였냐!


나란투야

보물 상자는 아직 코빼기도 못 봤는데, 벌써 가진 돈을 다 써버렸네!

나란투야

보물 상자야, 보물 상자야…… 꺼억…… 제발 나를 실망시키지 마라…… 제일 좋은 건 안이 전부 금괴로 가득 차 있고, 문까지도 금으로 만들어져 있는 거지!

나란투야는 산비탈 꼭대기로 올라가 지도를 꺼내 눈앞의 모습과 비교해 본다.

나란투야

어라? 여기 산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나란투야

내가 지도를 거꾸로 들었나……

나란투야

아! 거꾸로 보니까 마을이네. 이제야 맞네!

나란투야는 세게 눈을 비비며 앞을 바라보았지만, 자꾸만 앞이 흐릿한 게 잘 보이지 않았다.

나란투야

술을 마셨더니 목이 너무 말라. 우선 우물 있는 곳을 찾아가 하룻밤을 지내야겠어. 가능하면 타고 갈 버든비스트도 한 마리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나란투야가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란투야

진짜…… 술이 문제야! 그 가짜 술은 왜 이렇게 숙취가 심한 거야!

몇 발짝 못 가서 나란투야가 무스비스트가 파놓은 얕은 구덩이에 발이 빠지는 순간, 발목에 힘이 풀리며 온몸이 산비탈을 따라 굴러떨어졌다.

나란투야

아이고, 머리야!

나란투야

다, 다시는! 가짜 술 따윈 안 마실 거야!


나란투야

……머리가 너무 아프네!

나란투야

여기가 어디야…… 이 축축함은 뭐지…… 비가 오고 있나……

나란투야가 눈을 떴을 땐, 익숙한 버든비스트 한 마리가 열정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핥고 있었다.

나란투야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래?!

상단 대장

버든비스트는 이쪽에 있어, 어서 와봐! 어라, 혹시 어제 우리한테 버든비스트 판 사람 아니야?

나란투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란투야

맞다, 내 지도!

나란투야는 급히 몸을 뒤적거렸고, 다행히도 잔뜩 구겨진 지도는 여전히 그녀에게 남아 있었다.

나란투야

휴…… 너희들, 내 물건은 안 건드렸지?

상단 대장

우린 버든비스트를 쫓아서 여기 방금 왔을 뿐이야. 보아하니, 너 산비탈에서 굴러떨어져 내려온 거야? 상처 좀 보라고……

상단 대장

설마 이 버든비스트를 다시 사려고 온 건 아니겠지? 그러려면 최소 삼천 디나르는 줘야 해.

나란투야

그건 아닌……

나란투야

잠깐 근데, 두 배나 비싸졌잖아?!

상단 대장

그야 그렇지, 우린 길을 아는 이 늙은 버든비스트만 믿고 물이 나오는 곳을 찾으러 다니는 중이었으니까! 얘가 널 먼저 찾아낼 줄을 몰랐지만 말이야.

나란투야

아마 이 버든비스트가 내 몸에서 익숙한 술 냄새를 맡았던 모양이네…… 참, 너희도 혹시 이 방향으로 가는 거야?

나란투야

너희 혹시 샘물 타운 지나가? 이 지도에 표시된 여기 말이야……

상단 대장

이게…… '지도'라고?

나란투야

이건 내가 버든비스트를 판 돈으로 산 거라고! 혹시 내가 지도를 거꾸로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 한번 자세히 다시 봐봐, 샘물 타운이 분명 여기 있을 텐데……

상단 대장

하하, 안 봐도 뻔하군! 너 속은 거야. 이건 그냥 아무렇게나 그려 놓은 거잖아!

나란투야

속은 거라고?!

상단 대장

그러고 보니 나도 기억이 나네, 샘물 타운…… 거긴 정말 부유한 곳이었지!

상단 대장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십 년 전에 재앙이 닥쳐서, 사람들이 다 떠났어. 지금은 샘물 마을 하나밖에 없긴 한데, 아무튼 우리가 가는 길이긴 해.

나란투야

(하지만 황금 램프에는 분명히 '샘물 타운'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혹시 부르던 게 습관으로 굳어져서 굳이 새로 바꿔 부르지 않은 건가?)

나란투야

어차피 가는 길이면, 나 좀 태워줄 수 있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수고비는 낼게.

상단 대장

우린 장사 규모가 작아서, 외상 거래는 안 해.

나란투야

그럼…… 내가 너희들 경호원 해줄까? 동행하는 대신 보수는 안 줘도 되는 그런 거 말이야.

상단 대장

저기 저 무장한 건장한 남자 서른 명이, 전부 우리 경호원들이거든.

나란투야

그럼 버든비스트 먹이 담당은?

상단 대장

그건 이미 전담 사육사가 교대로 하고 있어, 그것도 밤낮으로 말이야.

나란투야

그럼 뭐 부족한 게 있긴 해?!

상단 대장

어디 보자…… 굳이 말하자면 연료로 쓸 버든비스트 배설물을 모아주는 사람이 좀 부족하네. 근데 상단 맨 뒤에서 걸어서 따라와야 하는데, 이런 일은 하기 싫지 않아?

나란투야

……할게!

나란투야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튼튼한 버든비스트나 하나 골라 타고 달아나야지!)

나란투야

(재매입하는 가격을 두 배나 부르다니, 이런 악덕 상인들 같으니라고! 제대로 한 방 먹여 주겠어!)


상단 대장

아이고, 하루 종일 뒤에서 따라오며 모래바람 맞느라 고생 많았어.

나란투야

모래만 있던 건 아니었지…… 너희 도대체 버든비스트들한테 뭘 먹인 거야?

나란투야

물 좀 있어? 얼굴이랑 손 좀 씻고 싶은데.

상단 대장

사막에선 물이 귀한 거 너도 알잖아. 좀 참아봐.

상단 대장

일단 오늘 네가 주운 것들부터 먼저 줘 봐…… 이 수레 전부라고?

나란투야

……난 지금 도대체 언제쯤 샘물 마을에 도착하는지에만 관심이 있거든.

상단 대장

다 왔어, 다 왔어.


나란투야

아직…… 멀었어?!

상단 대장

거의 다 왔어……


나란투야

아니, 아직도?

상단 대장

거의, 진짜 거의 다 왔어!


나란투야

아직도 멀었…… 됐어, 네 경호원 서른 명이나 전부 불러와.

상단 대장

왜 그러는데?

나란투야

앞으로 내게 한 번만 더 '다 왔다'라고 하면 널 두들겨 패줄 거거든. 혹여나 약한 사람 괴롭힌다고 할까 봐, 너보고 경호원을 데리고 오라는 거야.

상단 대장

믿어줘! 거의 다 왔다니까!

상단 대장

내가 가리키는 곳 좀 봐봐…… 바로 저기라고! 강가에 있는 판잣집 열댓 채, 보이지? 지금까진 우회한 거고, 이번엔 진짜로 거의 다 왔어!

나란투야

우회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상단 대장

우리는 장사를 해야 되잖아! 샘물 마을은 지금 가난하고 낡은 곳인데, 어느 상단이 저길 우회하지 않고 직행하겠어?

나란투야

(가난하고 낡았다고? 이 녀석들이 혹시라도 거기에 보물 상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란투야

그러니까 처음부터 날 샘물 마을로 데려갈 생각은 없었던 거지?

상단 대장

원래도 그냥 태워다 준다고만 했었잖아.

나란투야

상단 뒤에서 버든비스트 배설물 주우면서 쫓아다니는 게, 대체 어디가 '태워다' 주는 거야?

나란투야

내가 진짜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으면, 제대로 한 대 패줬을 거야…… 난 그냥 알아서 샘물 마을로 갈 거야! 이게 필요하면, 필요한 사람더러 주우라고 해!

상단 대장

나한테 던지지 마!!

상단 대장

너 때문에 내 실크 외투가 다 더러워졌잖아! 이거 보수에서 까버릴 거야!

나란투야

……어차피 보수도 없는데 뭘 깐다는 거야?

상단 대장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훼손은 전부 원가의 세 배로 배상해야 해. 계산해 보니까, 지금 네가 내게 진 빚은 총 이천칠백 디나르야. 수표로 결제하면 수수료도 10퍼센트 더 붙고.

나란투야

……난 지금 돈이 없는걸.

상단 대장

괜찮아, 내가 빌려줄게. 일일 이자로 계산해서, 어디 보자, 하루 이자가……

상단 대장

웬 빠드득거리는 소리가…… 야, 왜 이 악물고 씩씩대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상단 대장

뭘 힘까지 쓰려고 그래, 몸에 뭐 값나가는 물건 없어? 보니까, 네 허리에 찬 그거는 값이 꽤 나갈 것 같은데!

나란투야는 허리 쪽을 내려다봤다. 낡은 천으로 싸맨 황금 램프의 손잡이가 언제부터인가 드러나 있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색이 눈길을 끌고 있었다.

나란투야

……이건 안 돼.

상단 대장

……나한텐 경호원 서른 명이 있어.

나란투야

난 칼이 네 자루야,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

상단 대장

아이고, 알겠어. 내가 진 걸로 할게! 그래도 예전에 거래도 했던 사이인데, 무슨 도적처럼 그렇게 막무가내로 굴어?

나란투야

내가 막무가내로 군다고? 나…… 난 원래 도적이거든!

상단 대장

암만 도적이라도 곡물은 사야 하고, 장물은 처분해야 할 거 아냐. 내가 그 보물 감정부터 해줄게. 나중에 나한테 팔게 될지도 모르잖아?

나란투야는 화가 나서 황금 램프를 꺼내, 상단 대장 코앞에 들이댔다.

나란투야

내가 네 돈이 아쉬울까 봐? 잘 봐, 이거 금으로 만든 거라고! 네 버든비스트들 전부 사도 남을걸!

상단 대장

어? 금이라고? 근데 내가 보기엔 아닌 거 같은데?

상단 대장이 손톱으로 황금 램프를 긁으니, 그 밑에 어두운 바탕색이 드러났다.

상단 대장

봐, 이거 그냥 구리 바탕에 금칠한 거뿐이잖아…… 하하, 너 또 속은 거 아냐?

상단 대장

근데 솜씨는 좋네. 만약 내가 식견이 많지 않았으면, 진짜 속았을 수도 있었겠어.

상단 대장

네가 이렇게 잘 속는 줄 진작 알았으면, 네 버든비스트를 살 때 좀 팍팍 깎아 볼 걸 그랬네, 하하하……

상단 대장이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나란투야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그녀는 '금' 램프를 마치 조각낼 버릴 것처럼 꼭 움켜쥐었다.

나란투야는 고개를 들어 쉴 새 없이 떠드는 상단 대장의 입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그녀가 매우 짜증이 났을 뿐.

그래서 그녀는 주먹을 치켜들었다.

상단 대장

아이고! 감히 나를 때리다니…… 내 경호원 서른 명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얼른 날 구해달라고!


나란투야는 지금 매우 목이 마르고, 매우 배고프고, 매우 피곤하고, 매우 화가 나 있다.

그녀는 허리춤을 더듬어, 텅 빈 돈주머니를 만졌다. 그렇다, 지금 그녀는 심지어 매우 가난하기까지 하다.

이어 램프를 만지던 그녀는, 팔을 크게 휘둘러 램프를 하늘로 세차게 내던졌다.

나란투야

*사르곤 욕설*!

나란투야

모두 네 탓이야!

램프가 허공에서 몇 번이나 회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엔 수직으로 낙하해 하마터면 나란투야의 정수리 위로 떨어질 뻔했다.

램프는 모래 위에 떨어졌고, 글자가 새겨진 면은 위를 향했다. 나란투야는 그걸 굳이 보지 않아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 기억했다……

“……이 램프는 엄마가 네게 남긴, 모든 보물 상자가 있는 곳을 비춰줄 거야.”

나란투야

……보물 상자는 무슨, 퉷!

나란투야는 지친 몸을 이끌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그저 그 램프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걷다 보니, 램프 위에 새겨져 있던 다른 한 줄의 문장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샘물 타운의 아사프에게,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해, 사랑하는 엄마가.”

나란투야

하아……

나란투야는 화가 나서 모래를 거세게 발로 찼다. 공교롭게도 단단한 바위가 차이는 바람에, 아파서 눈물이 날 뻔했다.

그녀는 잠시 진정하고는, 다시 돌아가 그 램프를 집어 들었다.

나란투야

한 줄기 희망이라도 남아 있다면 포기할 수 없어…… 보물 상자야, 보물 상자.

나란투야

제발 또 나를 실망시키진 마라.


나란투야

여기가 샘물 타운, 아니, 샘물 마을 맞지?

경계하는 촌민

누굴 찾는 거지?

나란투야

아사프라는 사람 있어?

경계하는 촌민

무슨 일로 찾는 거지? 우리는 널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나란투야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 우선 그 사람 좀 불러줘, 그 사람에게 줄 게 있거든.

걱정하는 촌민

아사프 할아버지를 찾는 건가? 할아버진 병세가 매우 위독하니, 촌장님이 아무도 할아버지 집에 가까이 들이지 말라고 하셨어.

나란투야

잠깐만…… 할아버지라고? 아사프가?

나란투야

아마 착각한 것 같은데, 내가 찾는 아사프는 여덟 살짜리 아이야.

경계하는 촌민

샘물 마을에는 여태껏 단 한 명의 아사프만 있었고, 그 아사프는 올해 101살이시라고!

걱정하는 촌민

자식들이 이사 가면서 할아버지를 내버려두지만 않았어도, 아마 우리 촌의 장수 기록을 세웠을 수도 있으셨을 텐데, 하아……

나란투야

돌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경계하는 촌민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거야? 어쨌든 간에 네가 마을에 들어오는 건 허락할 수 없어!

나란투야는 어쩔 수 없이 그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램프를 꺼내 들었다. 금칠이 벗겨진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신경 써서 가리면서.

나란투야

한 번만 만나게 해 줘. 만약 그가 정말 내가 찾던 사람이면, 이걸 너희에게 줄게.

촌민들은 그 금빛 찬란한 물건을 보고 망설이다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나란투야가 비좁은 판잣집 안으로 들어가자, 짙은 약초 냄새가 섞인 먼지가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

한 노인이 앙상한 모습으로 좁은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가슴은 심하게 요동치며 목구멍에서는 풀무와 같이 걸은 소리가 났다.

나란투야는 그의 생명이 스러져 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란투야

정신 차려! 아직은……안 돼……안 된다고!

나란투야는 침대 앞으로 뛰어들어 모습이 약간 변한 램프를 노인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녀는 노인의 앙상한 손을 잡고 램프를 햇빛 아래 들어 올렸다. 황금빛 광채가 노인의 눈동자에 비쳤다.

나란투야

여기 봐 봐, 글자가 새겨져 있어! 내가 읽어 줄게……

“샘물 타운의 아사프에게,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해, 사랑하는 엄마가.”

나란투야

당신이 아사프 씨지? 이건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에게 준 생일 선물이야. 안타깝게도 오는 길에 사고가 있어서 당신을 이토록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지만.

나란투야

아사프 씨, 내 말 들려? 내가 당신 어머니가 당신에게 준 황금 램프를 전달해 줬다고!

노인은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벌렸지만, 완전한 소리를 내지 못했다.

나란투야

그래, '어머니'. 아직 기억하고 있지?

나란투야

그럼 어머니가 말한 '보물 상자'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아직 기억나?!

나란투야

보물…… 상자, 보물 상자 말이야!

죽음이 머지않은 노인

……

나란투야

잘 안 들려, 다시 한번 말해 줘.

나란투야는 노인의 입술 가까이 귀를 댔고, 뜻밖에도 노인의 손이 약간 기운을 되찾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인은 그 황금 램프를 움켜쥐고는, 자신의 심장에 바짝 가깝게 붙였다.

그리고, 노인은 지붕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살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샘물 타운의 아사프에게……”

“……이 램프는 엄마가 네게 남긴, 모든 보물 상자가 있는 곳을 비춰줄 거야.”

햇빛이 노인의 손바닥과 얼굴 위를 비추었다. 나란투야는 햇빛 속에서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알지 못했지만, 노인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떠올랐다.

노인은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

죽음이 머지않은 노인

……봤어, 엄마.

죽음이 머지않은 노인

……

나란투야

그래서 보물 상자는?

노인이 불만스럽게 눈을 떴다. 나란투야는 맹세할 수 있었다. 임종을 앞둔 저 노인은 방금 자신을 흘겨보았다는 것을.

노인이 다시 입술을 벌리자, 나란투야가 급히 다가갔다……

경계하는 촌민

촌장님, 아사프 씨를 만나야 한다고 한 사람이 바로 저 여자예요!

걱정하는 촌민

저 여자가 금이 있는데, 우리한테 준다고 했어요!

나란투야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땅바닥에 꽂았다.

경계하는 촌민

……

나란투야

너희들, 아사프 씨를 위한 무덤은 준비했어?

걱정하는 촌민

……


나란투야는 죽은 나무 한 그루를 골라, 칠이 벗겨진 황금 램프와 함께 노인을 그 나무 아래 묻었다.

나란투야

마을에서 너무 멀다고 싫어하진 마. 놈들이 당신을 마을에 묻지 못하게 하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당신을 등에 지고 오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나란투야

이 산꼭대기는 샘물 마을과 마주하고 있어. 집이 그리우면, 언제든지 볼 수 있을 거야.

나란투야

이 나무도 괜찮네. 그늘도 제법 드리우니, 모래에 등이 데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나란투야

……앞으로 이 길을 지나가다 이 나무를 보면,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걸 알 수 있겠네.

나란투야는 나무줄기에 기대앉아, 저린 두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란투야

돈도 잃고, 힘들게 죽어라 일만 한 걸로도 모자라 다른 사람의 장례까지 치르게 될 줄이야.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나란투야

결국 내가 꿈꿔왔던 보물 상자는, 그냥 어머니가 자식에게 빌어준 축복일 뿐이었네……

나란투야

그때 램프를 버리고 떠나려는데, 하필 문지방에 앉아 자기 생일 선물을 간절히 기다리던 남자애 모습이 떠오르는 바람에……

나란투야

그 생일 선물을 기다리던 소년이 이렇게나 오래 기다렸을지 누가 알았겠냐고.

나란투야가 나무를 가볍게 두드리자, 그곳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들려왔다.

나란투야

이제 다시는 이런 밑지는 장사 하지 말아야지.

나란투야는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떠나기 전, 그녀는 마음속 답답함을 털어놓으려는 듯 다시 한번 그 나무를 주먹으로 쳤다.

쩌억……

헌데 그 주먹이 너무 강했던 걸까, 고목이 길게 갈라지며 가운데 구멍이 드러났다.

나란투야

……이번엔 제발 바람에 말라붙은 버든비스트 똥만 아니길.

나무 구멍으로 손을 뻗은 나란투야는 묘한 모양의 물건을 만져 손으로 들어 올렸는데, 제법 묵직함이 느껴졌다.

나란투야

……설마, 아니겠지?

그것은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정교한 술잔이었고, 보석이 가득 박혀있었다. 공예 수준이나 형태 모두 앞선 그 램프와는 전혀 달랐다.

나란투야

제발……

나란투야는 그 잔을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석양빛 아래에서, 술잔이 눈부신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나란투야

이게 대체 뭔 일이래?!

나란투야는 참지 못하고 술잔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녀는 석양의 마지막 빛을 빌려 술잔 받침대에 아주 미세한 조각의 흔적을 바라보려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고는 술잔을 움켜쥔 채 자포자기한 것처럼 힘없이 뒤로 쓰러져 모래 위에 드러누웠다.

나란투야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너무…… 지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