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여정의 주석

여정의 주석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재앙으로 목숨을 잃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어떤 조각상을 세워야 할까? 두 장인은 이 문제를 두고 대립하게 된다. 한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대립하던 중, 모스티마가 마을을 방문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모스티마


소박한 촌장

5년 전, 한차례 찾아온 재앙이 우리 딥루트 타운을 하루아침에 파괴했지.

소박한 촌장

하지만 신성한 도시의 사자가 도와준 덕분에, 이 새로운 땅에서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었어.

소박한 촌장

그로부터 5년이 흘러, 이제 새로운 딥루트 타운은 제법 마을다운 모습을 갖추었고, 우리는 마침내 딥루트 타운의 전통 예술인 조각을 재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소박한 촌장

한때 딥루트 타운 중앙에는 마을 최고 장인의 작품이 놓여 있었지.

소박한 촌장

이제는 그 전통을 되살리고 싶어. 현재 우리 마을 최고의 장인에게 조각을 맡기고, 그 조각상을 통해 과거 재앙을 피하지 못했던 마을 사람들을 기리고자 해.

소박한 촌장

수잔, 네 아버지는 생전에 마을 최고의 장인이셨지. 요 몇 년간 네가 노력하는 걸 모두가 보았단다. 부디 이 일을 맡아 줄 수 있겠니?

망설이는 여성

저는…… 아버지께서 재앙에…… 않으셨더라면, 아버지께선 분명 방법이 있으셨을 테지만.

망설이는 여성

……지금의 제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저 스스로 준비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망설이는 여성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건, 제겐 너무 부담스러운 일인 걸요.

소박한 촌장

그 마음은 잘 알지, 네게 큰 도전이란 걸 말이야. 다만 지금 마을에는 딱히 다른 사람이 없으니……

점잖은 여성

수잔이 자신 없다면, 제가 해봐도 될까요?

소박한 촌장

멜리사?! 너, 언제 라테라노에서 돌아온 거냐?!

점잖은 여성

보내주신 편지에서 우리 마을에 다시 조각상을 세우려 한다고 적혀 있길래 바로 출발했죠.

점잖은 여성

비록 5년 전에는 사자를 따라 신성한 도시로 돌아갔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저 자신을 딥루트 타운 사람으로 여겨왔어요.

소박한 촌장

좋구나, 좋아.

소박한 촌장

그래, 네가 이번 조각상을 맡고 싶다고?

점잖은 여성

네, 라테라노로 돌아간 뒤 조각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언젠가 마을에 다시 기여할 날만을 줄곧 기다려 왔거든요.

소박한 촌장

그 마음이 참 고맙구나. 그렇다면……

망설이는 여성

잠깐만요!

망설이는 여성

마을이 파괴되기 전, 마을 중앙에 세워졌던 그 조각상은 바로 제 아버지의 걸작이었어요.

망설이는 여성

그 조각상은…… 매우 특별해요. 마을 사람들 모두 조각상에 가까이 다가가면 이 마을만의 특별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곤 했죠.

망설이는 여성

저는…… 그 조각상을 복원해 내는 것이야말로, 그분들을 기리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점잖은 여성

그런데, 네가 그 향기를 복원할 수 있어?

망설이는 여성

저……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점잖은 여성

들어봐, 수잔.

점잖은 여성

지금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네가 '특별한' 전통을 되찾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어.

점잖은 여성

때로는 계속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기도 하니까.

망설이는 여성

……알아요.

망설이는 여성

(작은 목소리로) 아버지가 자주 가셨던 곳……

망설이는 여성

(작은 목소리로) 위험하긴 하지만……

소박한 촌장

잠깐만, 수잔, 어디 가려는 거냐?

점잖은 여성

저 방향은…… 하아, 말이 너무 지나쳤나? 제가 데리고 올게요……

모스티마

수잔은 내게 맡겨.

소박한 촌장

당신은…… 모스티마 씨?!

점잖은 여성

모스티마?!

모스티마

촌장님, 멜리사, 오랜만이야.

소박한 촌장

안도아인 대장과 다른 분들은 다 잘 계시지요?

모스티마

……하하, 잘 지내지.

점잖은 여성

너……

모스티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르무엘

안녕, 혹시 멜리사 씨 있나요? 앗, 아마 당신이겠죠?

점잖은 여성

당신은……

르무엘

조각할 때 필요한 재료 배달 왔습니다!

르무엘

참, 혹시 모스티마라는 산크타를 본 적 있어?

점잖은 여성

(작은 목소리로) ……모스티마, 일부러 이런 타이밍에 온 건가?

르무엘

응?


르무엘

그래서 모스티마는 어디 간 거야?

점잖은 여성

방금 산 쪽으로 갔어.

점잖은 여성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을 거 같은데.

르무엘

아…… 알겠어.

르무엘

그럼 일단 먼저 일부터 도와줄게!

점잖은 여성

모스티마가 떠넘긴 일을 그냥 이렇게 맡아 주는 거야?

르무엘

난 계속 모스티마를 찾고 있거든.

르무엘

그런데 매번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늘 모스티마를 찾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는 일들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

점잖은 여성

모스티마가 일부러 그렇게 만드는 것처럼 들리는데.

르무엘

그거야 내가 알 순 없지만, 모스티마는 예전부터 그러긴 했어.

르무엘

어릴 땐, 내가 무언가를 폭파하자고 모스티마를 찾아가도 딱히 어울려 주지 않았거든.

르무엘

하지만 몇 번이나, 사실은 모스티마가 계속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

점잖은 여성

훗.

르무엘

너는? 어떻게 모스티마를 알게 된 거야?

점잖은 여성

……

점잖은 여성

5년 전, 우리가 지내던 딥루트 타운이 재앙으로 파괴되었어.

점잖은 여성

나와 아버지는 단둘뿐인 산크타 생존자였지.

점잖은 여성

아버지의 요청을 받은 신성한 도시에선 소대를 보내 우리를 데려갔어.

르무엘

(그 소대는, 언니가 있던 소대야……)

점잖은 여성

하지만 그들의 대장 안도아인은 우리를 바로 데려가지 않았어.

점잖은 여성

그는 대원들을 이끌고, 생존한 난민 중 산크타가 아닌 사람들을 먼저 이곳으로 호송했지.

점잖은 여성

그리고 그 사람들을 위해 신성한 도시에 물자를 요청하기까지 했어…… 나중에야 알게 된 건데, 소대 전원이 무려 1년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선지불 해가며 물자비용을 감당했더라고.


모스티마, 내가 왜 이렇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냐 물었지.


그렇다면 나도 네게 묻고 싶군. 넌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나?

우리는 산크타 난민이 아닌 이들을 위해 이 정도까지밖에 해줄 수 없어.


그들을 새로운 땅으로 데려가 물자를 제공한 뒤, 동포들을 데리고 신성한 도시 라테라노로 돌아가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야.


돌아가면 멋진 나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그리고 사람들은 이 모든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그들도, 우리도.

하지만, 대체 왜 그런 거지?

모스티마

지금쯤이면 슬슬 엘이 멜리사와 일을 시작할 시간이겠지.

모스티마

멜리사가 알고 있는 과거가, 엘의 호기심을 조금은 채워 줄 수 있겠네.

모스티마

아, 찾았다, 수잔.

망설이는 여성

……

망설이는 여성

여기가 바로 아버지가 자주 오시던 곳이에요.

망설이는 여성

여기에선 마을 전체를 바라볼 수 있거든요.

망설이는 여성

아버지는 기분이 안 좋으실 때, 이곳에 와서 마을을 멀리서 바라보곤 했어요.

망설이는 여성

마음에 새겨지는 진짜 기억은 정보 같은 게 아니라, 조각상을 만졌을 때 떠오르는 옛 향기라고 아버지는 종종 제게 말씀하셨죠.

망설이는 여성

하지만…… 아버지,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에선 폐허밖에 보이지 않아요.

모스티마

저 조각상, 아직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네.

모스티마

잠깐 다녀올게.


르무엘

와, 이 돌 정말 크네.

르무엘

조각상 하나에 이렇게 큰 돌을 쓸 리는 없겠지?

점잖은 여성

맞아. 난 처음부터 조각상을 여러 개 조합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서 떠나간 사람들을 기려야겠다고 생각했거든.

점잖은 여성

라테라노에서도 비슷한 작품을 본 적 있지?

르무엘

아…… 광장에 있던 그런 거 말하는구나.

점잖은 여성

그래, 난 그런 조각상들을 조각하고, 모든 희생자의 이름을 모아서 거기에 새길 거야.

르무엘

교회 안에 있는 벽화 같은 느낌이야?

점잖은 여성

똑똑하네.

르무엘

헤헤. 그러고 보니, 라테라노로 돌아간 뒤에 조각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지?

점잖은 여성

응, 딥루트 타운이 원래부터 조각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조각에 흥미가 있는 건 아니었거든.

점잖은 여성

나도 그중 하나였고.

점잖은 여성

솔직히, 난 라테라노 생활에 그다지 잘 적응하지 못했어.

점잖은 여성

딥루트 타운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몰라도, 라테라노의 그런, 엄청 밝은 분위기는 좀 받아들이기 어려웠거든.

르무엘

아…… 이해해.

르무엘

나도 밖에 나와보니까, 많은 곳이 라테라노랑은 전혀 달라서 깜짝 놀랐어. 지난 2년간 모스티마를 쫓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거야.

르무엘

그거 알아? 지금 내 소원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도시를 찾고, 거기에서 한번 살아보는 거야!

점잖은 여성

난 네가 그냥 단순하고 낙천적인 사람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점잖은 여성

어쨌든, 난 라테라노로 돌아오고 나서야 조각에 흥미가 생겼고, 조각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기로 한 거야.

점잖은 여성

언젠가는 이곳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르무엘

근데…… 라테라노의 조각은, 여기의 조각과는 좀 다르지 않아?

점잖은 여성

……물론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점잖은 여성

조각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뒤로는,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왜 딥루트 타운에서 살 때 조각을 배워두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야.

점잖은 여성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지. 나는 라테라노의 기술을 써서라도 이곳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어.

점잖은 여성

누군가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않는 한은 말이야.

르무엘

그래서, 사실은 수잔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는 거야?

점잖은 여성

……설마. 지난 5년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길 바랄 리 없잖아.

점잖은 여성

그 가장 큰 돌은 여기에 놔.

르무엘

오케이.

점잖은 여성

어쨌든, 도와줄 거면 우선 이 돌을 내가 원하는 크기로 자르는 것부터 시작해 줘.

점잖은 여성

물론, 라테라노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바로……

르무엘

폭파!

점잖은 여성

하아, 이럴 줄 알았어. 그냥 가루로 만들어버리지만 말아 줘.

르무엘

걱정 마, 난 폭파 달인이거든!


거리는 이미 세월에 닳아버려 원래 모습을 잃은 채, 진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사방에 벽돌과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고, 둘러보면 아직도 곳곳에 재앙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제아무리 경험 많은 전달자라 한들 이런 위험한 장소는 조심스럽게 피해 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모스티마는 그저 후드를 꽉 조이고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이러한 환경에 매우 익숙해졌다.

만약 5년 전의 자신이라면, 필요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았겠지. 아니, 애초에 여기에 서 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만국 전달자로서 그녀는 셀 수 없이 많은 낯선 땅을 밟았고,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들을 마주했다.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모스티마는 수잔이 말한 향기의 정체에 대해 어렴풋이 추측하고 있었다.

모스티마

향기의 정체는 사실 간단해.

모스티마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모스티마는 폐허 가운데에 있는 조각상 앞으로 가볍게 걸어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조각상 외곽 한 부분을 떼어내 냄새를 맡았다.

이어서 그녀는 다시 쪼그리고 앉아 흙 한 줌을 파내 냄새를 맡았다.

예상한 대로였다.

이른바 '마을의 향기'라 불리는 그것의 정체는 사실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건 그저 이곳의 흙과 조각에 쓰인 석재가 뒤섞이면서 내뿜는 냄새일 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이유 역시 간단했다. 이 일대의 식물이 남긴 상쾌한 냄새와 석재 자체의 독특한 광물 냄새가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모두 평소 마을 사람들이 가장 자주 맡는 냄새였고, 그것들이 섞이면서 바로 이곳에서 살던 사람만이 그리워하는 특별한 향기가 되었다.

모스티마

뭐 솔직히, 그리 좋은 냄새는 아니야.

모스티마

하지만…… 많은 곳을 가보긴 했어도, 이 냄새는 확실히 특별하긴 해. 그렇지?


르무엘

좋았어, 폭약 설치 완료.

르무엘

내 정밀한 계산에 따르면, 폭파 뒤엔 분명 네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거야!

점잖은 여성

……보기완 다르게 솜씨가 좋네.

르무엘

헤헤, 내가 뭐랬어. 난 폭파 달인이라니까!

르무엘

그럼 시작한다, 누를게!

르무엘의 계산은 정말로 매우 정밀했다.

몇 번의 폭음과 함께, 거대한 돌은 적당한 크기의 여러 조각으로 갈라졌다.

다만 문제는 그녀가 돌의 재질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점잖은 여성

앗, 알려주는 걸 깜빡했어. 이런 돌은 폭파하면 엄청난 양의 먼지가 발생하는데.

천지를 뒤덮은 먼지가 르무엘을 뒤덮었고, 그녀는 한동안 눈을 뜰 수 없었다.

르무엘

우와앗, 아무것도 안 보여!

모스티마

어라, 이건……

점잖은 여성

모……

모스티마

쉿……

르무엘

저기, 나 눈을 못 뜨겠어. 멜리사, 나 좀 잡아 줘!

점잖은 여성

앗, 조심해! 거긴 구덩이가……

르무엘

응? 으아앗……!

르무엘은 발을 삐끗하며 순간적으로 몸의 균형을 잃었고, 금방이라도 옆의 구덩이로 빠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 한 손이 그녀의 팔을 잡고 그녀를 끌어올렸다.

르무엘

멜리사, 고마……

모스티마

엘, 조심 좀 하라니까.

르무엘

어라, 모스티마?!

익숙한 그 목소리에, 그녀는 힘껏 눈을 비비며 억지로 눈을 떴다.

하지만 눈앞엔 아무도 없었다.

르무엘

콜록콜록콜록, 퉤퉤퉤, 모스티마?!

르무엘

멜리사, 방금 모스티마 여기 왔다 갔어?

르무엘

어라라? 멜리사도 없어졌잖아!!

르무엘

이게 무슨 일이야!!!


소박한 촌장

이 냄새……

소박한 촌장

그래, 바로 이 냄새야…… 아아…… 흑흑……

소박한 촌장

이게 바로 옛날 딥루트 타운의 냄새지……

점잖은 여성

……정말 그 냄새네.

점잖은 여성

설마 이런 단순한 원리일 줄은 몰랐어.

모스티마

단순한 것일수록 오히려 더 쉽게 기억되는 법이야.

점잖은 여성

……이걸 다시 찾아 줘서 고마워, 모스티마, 수잔.

망설이는 여성

……저야말로 고마워요, 멜리사.

망설이는 여성

당신이 없었다면, 전 아마 계속 제자리에 머물렀을 거예요.

점잖은 여성

……흥,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말라고.

점잖은 여성

이 냄새의 원리가 이렇게 간단하다면, 나라고 그걸 못 쓸 이유 없잖아?

모스티마

너무 치사한걸, 멜리사.

점잖은 여성

수잔, 설마 네가 그 냄새를 찾아냈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널 택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망설이는 여성

아니요, 제가 반드시 최고의 조각상을 조각해 낼 거예요!

소박한 촌장

정말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모스티마 씨. 당신 덕분에 마을의 향기를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마을에 활력이 생겼어요.

모스티마

과찬이야, 그리고 이 모든 게…… 꼭 나와 연관된 것만은 아니거든.

점잖은 여성

하지만 좀 궁금하긴 해, 모스티마.

점잖은 여성

5년 전의 넌, 안도아인 대장 뒤를 묵묵히 따르기만 했잖아.

점잖은 여성

그런데 갑자기 왜 여기에 와서 도움을 주는 거야?


모스티마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본 것은, 미친 듯이 날뛰던 안도아인이 르무엔을 심하게 다치게 한 장면이었다.

그 순간 그녀는 수많은 감정을 포착했다…… 곤혹, 초조 그리고 후련함과 포용까지.

그것들은 그녀를 의아하게 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행동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안도아인을 막기 위해, 모스티마는 결국 수호총을 사용해 그의 손에 있던 자물쇠와 열쇠를 쏘아 떨어뜨렸고, 그것을 빼앗은 뒤 르무엔을 데리고 떠났다.

그리고 피아메타의 동행하에 함께 라테라노로 돌아갔다.


뒤이어 자물쇠와 열쇠는 회수되었고, 그녀 또한 감금되었다.

타락한 것에 대해선 그녀는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안도아인이 자물쇠와 열쇠에서 무엇을 봤는지가 더 신경 쓰였다.

이에 그녀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바로 교황청에 침입하는 것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아마 그녀에겐 다시 비밀을 밝혀낼 기회가 없을 테니까.


교황청에 침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결국 성공해 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흰 수염의 노인이 일부러 봐준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자물쇠와 열쇠를 굳이 그녀에게 보관하라고 맡기지도 않았을 터였다.

어찌 됐든, 그녀는 다시 자물쇠와 열쇠를 마주하게 되었다.

지난번 안도아인의 손에서 그것들을 빼앗았을 땐, 두 아츠 유닛 모두 그녀에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의문을 품고 다시 그것들을 건드리자, 그녀는 환영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보았다……

과거의 틈새를. 미래의 단면을.

솔직히 말해, 그녀는 안도아인이 무엇을 봤을지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환영 속에서 그 광경들을 본 후, 그녀는 왜 안도아인이 광기에 사로잡혔었는지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튼 안도아인은 언제나 미래를 걱정하고, 사소한 비극 하나에도 안타까워하곤 했으니까.

피아메타가 안도아인의 행동에 그토록 분노한 건, 과거의 그를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정의로운 피아메타에겐, 무슨 일이든 남 일처럼 구는 그녀보다는 동정심 많은 안도아인이 훨씬 더 인정할 만하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모스티마는 안도아인이 어째서 광기에 빠졌는지에 대해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다. 그건 그 순간 두 사람에게서 전해진 감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어쩌면 안도아인의 소대에 합류했을 때부터, 혹은 안도아인을 처음 봤던 순간부터,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었다.

안도아인은 그녀와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언젠가는 자신과 갈라서게 되리라는 것을.

마치 그때처럼, 눈앞의 무수한 조각은 저마다 하나의 답을 가리키고 있어서, 모든 조각을 확인하면 궁극적인 질문의 답이 저절로 떠오를지도 몰랐다.

안도아인이라면 분명 망설임 없이 그 조각들 쪽으로 걸어갔을 것이다. 무수한 별이 반짝이고 있는 그 칠흑 같은 늪지대로……

하지만 그녀는…… 돌아서는 것을 선택했다.


모스티마

지난번, 그 광경을 봤을 때 나는 생각했어……

모스티마

우와, 정말 비참하네.

모스티마

그것 외에, 더 이상의 감정은 생기지 않았지.

모스티마

그래서 난 누군가가 당시에 왜 그렇게까지 발버둥 쳤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모스티마

하지만 지금은……

망설이는 여성

모스티마 언니, 뿔이……

점잖은 여성

너 타락했어?!

모스티마

지난 2년간, 만국 전달자로서 줄곧 밖을 여행하면서, 결국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지……

모스티마

오, 친구여, 산크타는 정말 귀여운 빌어먹을 놈들이군.

모스티마

난 그저 스스로가 빌어먹을 놈이란 걸 깨닫고 나서…… 다시금 이 대지와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있을 뿐이야.

모스티마

참, 나 대신 엘에게 전해줘. 내가 새로운 임무를 받았고, 다음 목적지인 용문에서 좀 머물 거라고.

모스티마

마침 반년 전 여행 중에 만난 엠퍼러라는 녀석이 용문에 있으니, 한번 찾아가 보려고 해.


산비탈로 올라간 모스티마가 뒤를 돌아봤다.

여기에선 광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었다.

광장에서는 수잔과 멜리사가 각자 준비를 시작했고, 두 사람 근처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붉은 머리 산크타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양쪽을 오가며 이것저것 도와주고 있었는데, 정작 본래 목적을 잊은 듯했다.

모스티마는 모처럼 후드를 벗어 산들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흩날리도록 내버려두었다.

안도아인, 이제 예전보다 너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어.


너와 술이라도 몇 잔 더 마셔야 했을까? 아니면, 르무엔과 둘이 함께할 시간을 좀 더 만들어 줘야 했을까?


물론 알아, 그래도 넌 결국 떠났을 거라는 걸.


하지만 한 가지는 여기서 확실하게 말할게.

너를 이해하고 나니까, 이렇게 장담할 수 있어……


나는 너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모두의 행복을 짊어진다는 건 절대 불가능해. 너도, 나도 그리고 라테라노도 할 수 없지.


어쩌면 우리는 평생 눈에 닿는 것 정도만 보살필 수 있을지도 몰라.


지난 2년간 내가 엘을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던 것처럼 말이야. 이게 바로 내가 날 찾겠다며 라테라노를 뛰쳐나온 엘을 책임지는 방식이야.


그러니까 나는 피아메타처럼 널 미워하진 않아. 뭐, 다시 만났을 때 그리 좋은 얼굴을 보여주진 못하겠지만.

그럼, 여행길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