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살아남은 자는 홀로 복수의 여정을 나선다. 그늘에 가린 반역자를 찾기 위해 그녀는 더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파이어워치
그들은 내게 다 끝났다고 말했다.
고향, 전우, 전부 매장됐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했단 걸 나는 안다.
나는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04:50 P.M. 날씨/흐림
카시미어 북부 마을
……
자, 여기 빵과 깨끗한 물이네.
진짜 대단하군그래! 혼자서 쫓아내, 아니, 글룸핀서들을 처치했잖아…… 나이도 어린 아가씨가 의뢰를 완수하는데 반나절밖에 안 걸릴 줄이야.
마을 젊은이들이 다 같이 가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텐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놀랐어. 이 작은 마을에서 당신처럼 무섭게 싸우는 사람은 못 봤거든.
……이건 됐어.
빵이랑 물이 필요 없다고? 그럼…… 알았네. 약도 있네만.
저번에 상인들 카라반이 지나갈 때 다들 여러 물건을 내놔서 겨우 바꾼 거라 꽤 비싸게 주고 산 거라고.
보니깐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쓸모가 있을 걸세.
됐어.
그, 그럼 원하는 게 뭐지? 돈? 여기같이 작은 마을에서 그건 좀 어려워. 며칠에 한 번씩 나쁜 놈들한테 털리고, 불안한 야수들까지 있는 터라……
다들 일 년 내내 주머니가 텅텅 비어있는 상태네만.
그저께, 검은 옷을 입고 석궁을 든 쿠란타가 이쪽으로 가는 걸 본 사람이 있어.
녀석의 위치를 알려줘.
석궁? 사냥할 때 쓰는 석궁?
……살인용 석궁이야.
사, 살인용?
농담이지……? 아니, 진심인가…… 콜록콜록, 그런 놈이 이런 작은 마을에 올 리가 없지 않나.
거짓말하지 마
이이이이…… 그게 무기인가? 당신, 윽, 제발 공격하지 말아 주게나. 하늘에 맹세코, 진짜 그런 사람은 못 봤다고.
윗마을 사람이 봤어. 녀석이 이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어, 어쩌면 이미 여기를 지나 더 남쪽으로 갔을지도 모르지. 거기에는 식량도 더 많이 있고 물도 더 깨끗하고 더 큰 마을이 있으니까……
맙소사! 아가씨, 믿어주게. 내가 당신을 속일 이유가 없지 않나.
이, 이건 우리 집에 있는 마지막 돈일세. 연말에 세금 내려고 한 건데, 내 다 드리리다. 이게 정말 전부라서……
……
필요 없다고 했잖아.
알았으니까 가봐.
또 아무 소득 없는 날이군.
그래도 괜찮아. 얼마 못 숨을 거야.
난 끝까지…… 너희를 쫓아갈 거야. 하나, 하나 다 찾을 때까지……
이건 뭐지?
빵, 물, 약도 있네.
분명 무서워서 눈 깜짝할 사이에 도망쳐놓고, 일부러 또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감사 표시인가? 단지 몇 마리 글룸핀서였을뿐, 별것도 아니었는데.
이 사람들은…… 그때와 아주 닮았어……
할아버지, 저 사람들 누구야? 모두가 말했었던 그 기사님이야?
아닌가……
저 사람들 손에 든 게 뭐야? 나쁜 놈들이 우릴 괴롭힐 때 쓰는 거랑 똑같은 거지?
무, 무서워.
그래도 저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지? 우리를 위해서 나쁜 놈들을 몰아냈잖아.
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별로 좋은 건 없는데, 이 쿠키 반쪽도 괜찮을까? 난 하모니카도 불어줄 수 있는데.
저 사람들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계속 모두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이제 이 하모니카만 남았네.
기사님? 훗……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만약, 그들이 아직도 있다면…… 만약……
아쉽게도…… 만약이라는 건 없지.
어이, 여기 사람이 있는데!
오, 먹을 것도 있네. 적지 않은데…… 좋은 건 없어도 뭐 내 저녁으로는 충분하겠지.
꺼져라.
꺼지라고? 네가 뭔데?
뭐 물건에 이름이라도 써놨어? 네가 먹는 것도 못 봤는데. 내가 봤으면 이젠 내 거야.
물건 가지고 빨리 꺼져.
잠깐, 손에 든 건 뭐야? 하모니카? 하, 돈도 안 되는 장난감이네. 근데 상관없어. 마을에 가져가면 지루한 어르신 마음에는 들지도 모르지.
네가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오~ 꽤 세게 나오네?
어이, 너 지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야?
꼴은 또 그게 뭐냐, 얼마나 굶은 거야?
경고했다…… 콜록콜록.
쯧쯧, 가벼운 병이 아닌 것 같은데. 믿든 안 믿든 네 맘이지만, 난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널 쓰러뜨릴 수 있어.
그건 또 뭔 무서운 장난감이야? 날이 이렇게 어두운데, 그런 앙상한 나뭇가지로 사람을 위협할 수 있을 것 같아?
난 분명히 말했다. 네가 안 들은 거야.
뭐야…… 석궁이잖아. 설마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석궁인가?!
썩 꺼져.
오늘 저녁에는 살인을 하고 싶지 않아. 적어도 널 죽일 마음은 없어.
살…… 살려주세요! 이거 다 돌려드릴게요.
바로 사라지겠습니다. 바로요!
윽…… 콜록, 콜록콜록.
……누구야?
난……
콜록콜록……
난 쓰러질 수 없어…… 안 돼.
난 아직…… 난……
아직 반역자들을 찾아내지 못했어.
그날이 오기 전까지 그들은 편히 쉴 수 없어……
나도 영원히 멈출 수 없어.
저기요, 괜찮아요?
완전히 기절한 건 아닌 것 같군…… 제대로 못 서있긴 하지만.
신분 확인…… 음, 임무 설명과 똑같네. 목표가 확실해.
상처가 심하고 체온도 너무 높아. 게다가 심각한 영양실조까지…… 오랫동안 먹지도 않고 잠도 못 잤겠지.
영양제…… 음, 그리고 응급약…… 올 때 충분히 챙겨와서 다행이야. 켈시 선생님은 항상 이렇게 선견지명이 있다니깐.
일어났어요?
누구냐!
긴장하지 마세요. 당신한테 절대로 나쁜 짓 할 사람은 아니니까. 전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제약회사에 고용되어 있고, 이 구역으로 외근을 나온 직원입니다. 여기, 제 작업 증명서입니다.
이걸로는 설명이 안 돼. 신분이나 증명서는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잖아.
확실히 그렇죠. 하하, 소문대로 아주 날카로우신 젊은이군요.
소문대로? 누가 그래?
이런, 또 경계하네요.
전 진짜 나쁜 사람 아니에요. 살상 무기도 없어요. 야생 짐승에게 맞설 때 필요한 방어구만 갖고 왔어요.
하지만 당신은 석궁을 갖고 있잖아요…… 봐요, 아직 당신이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잖아요.
이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다른 목적이 있으면, 이 숲에 온 걸 후회하게 해주겠어.
네. 믿어요. 당신 석궁이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네요.
이제 누가 너한테 내 정보를 알려줬는지 말할 차례야.
그게…… 음……
아주 젊은 엘라피아 여자가 요즘 카시미어 북부 마을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어떤 사람들의 종적을 물어봤대요. 그래서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됐죠.
사냥감을 쫓으면서 족적을 남겨버렸군.
예전의 나라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겠지…… 근데 어차피 상관없어.
누가 날 찾아가라고 한 거야?
로도스 아일랜드요. 제가 방금 소개했잖아요. 로도스 아일랜드는 제약회사로서 각 지역마다 업무가 있고 적합한 인재를 찾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도 우리 회사에 들어왔으면 합니다.
제약회사?
방금 나한테 약을 쓴 거야?
영양제랑 간단한 응급약일 뿐이에요. 저는 어차피 메딕 오퍼레이터가 아니어서 더 자세한 검사와 치료는 할 수 없어요.
많이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상처는 심하지 않아요. 더 진찰받으려면 저랑 같이 로도스 아일랜드로 가야 해요.
날 치료 해주고 고용도 하고 싶다, 그건가.
미리 조사했을 테니 알고 있겠지. 난 싸울 줄만 알지 의료 쪽으론 하나도 몰라.
그래서, 제약회사가 용병으로 뭘 하는 건데?
음…… 그 질문은…… 제가 방금 소개한 것처럼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수많은 업무가 있어요. 다른 구역을 전전하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야 해요.
그러다 보면 돌발 사건도 피할 수 없게 되죠.
이럴 때 당신처럼 특별한 인재가 필요하단 겁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사람이든 조직이든 생존하려면 힘이 필요하지.
그럼요. 당신이라면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 힘은 다른 곳에 써야 해.
당신이 찾는 그 사람들 말하는 거죠?
맞아.
그들을 잡기 전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야.
이해합니다…… 당신의 과거는 잘 모르지만, 아주 정상적인 일이잖아요. 저희 로도스 아일랜드에도 수많은 오퍼레이터가 각자 다른 일에 집착하는 것처럼요.
그래?
저희는 오퍼레이터의 개인사에 간섭하지 않아요. 임무 시간 외에는 전부 자유죠.
또한 오퍼레이터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규정 위반만 안 한다면 로도스 아일랜드가 메딕 서비스나 핵심 정보, 또는 필요한 힘 등을 제공할 겁니다.
이게 바로 많은 오퍼레이터가 로도스 아일랜드 입사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럼, 내가 꼭 찾아야 하는 사람을……
로도스 아일랜드가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건가?
다른 건 몰라도 사람 찾는 거라면, 당신 혼자 카시미어나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
혼자서는 얼마 못 버텨요. 보급도 부족하고 도와줄 사람도 없을 테니.
사실 지금 몸 상태도 별로잖아요. 찾고 싶은 사람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일단 살고 봐야죠.
그러니깐 이 땅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다면, 정말 간단한 일이라도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게 혼자보다 나아요.
(어떤 도움도 없이 혼자 힘으로만 사는 건…… 이런 날을 안 겪어본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그리워한 것도 사실이지.)
(이렇게 하면 더 빨리 찾을 수 있겠지.)
당신 말이 맞아.
로도스 아일랜드…… 제약회사. 나쁜 일은 안 하지?
그건 안심하세요.
좋아. 나한테 더 많은 힘을 빌려준다면……
나도 내 힘을 너희한테 빌려줄 수 있어.
입사하도록 하지.
너무 잘 됐네요! 더 자세한 정보는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로도스 아일랜드로 가면 인사 오퍼레이터가 따로 당신과 확인할 테니.
모든 수속이 끝나면 당신은 정식으로,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로서 일하게 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해도 되겠죠? 근데 성함이……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하죠?
……파이어워치.
과거, 현재, 미래…… 내가 어디에 있든.
반역자를 찾아 복수하기 전까지는……
내겐 이 이름 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