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어디에나 있다

어디에나 있다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우르수스 비밀경찰은 명령을 받아 감염자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사르곤 의사를 감시하고 있었다. 바벨이 이 일에 개입했고, 만트라는 교묘하게 우르수스의 시선을 의사에게서 돌리는 데 성공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만트라


기억하라, 모든 것은 우르수스의 순수와 영광을 수호하기 위함이니. 우리가 전장 위에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투쟁 중이다.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네가 해야 할 일은 경청하고, 관찰하며, 충실히 기록하는 것, 딱 거기까지다.

도청원

……

내가 자신의 업무를 좋아하거나, 적어도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야 마땅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실 나는 내 업무에 대해 그런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나보다 앞서 같은 타깃을 도청하던 사람은, 실수로 켜져 있던 마이크에 대고 한숨을 내쉬었다가 면담이 잡혔다.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딱히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그래도, 그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런 선례가 있었기에, 적어도 매일 이 방에 들어서면서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도청원

준비 완료.

스피커 속 목소리

확인.

도청원

오늘 타깃의 상태는?

스피커 속 목소리

평소와 같이, 여전히 아파트 안에 있어.

스피커 속 목소리

새벽 3시 10분, 방문자 05가 음식과 물, 의료 키트를 가져왔고, 27분 뒤 빈손으로 떠났다.

스피커 속 목소리

그 외에 다른 방문자는 없었어.

도청원

확인.

나는 책상 위 공책에 적힌 기록의 끝에 “이상 없음”이라고 한 줄을 덧붙였다.

스피커 속 목소리

……이봐.

도청원

무슨 수상한 점이라도 있어?

스피커 속 목소리

우리는 도대체…… 누굴 감시하고 있는 거지? 너는 알고 있어?

추적과 감시를 담당하는 특공대원은 자신이 맡은 타깃의 구체적인 신원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흔했다. 그 모든 건 전부 타깃을 추상적인 임무 목표에서 특정 인물로 구체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나로선 당연히 이 균형을 깰 수 없었다.

도청원

……

스피커 속 목소리

솔직히, 며칠이 지났지만, 나는 도저히 그녀를 감시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겠어. 두건을 벗으면 그냥 우리 할머니랑 연배도 비슷해 보이던데.

스피커 속 목소리

지금껏 아파트를 나간 적도 없고, 다리가 불편한 다른 노인처럼 물건을 사는 것마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그런 사람한테 어떻게 감염자를 지켜줄 능력이 있겠냐고……

스피커 속 목소리

게다가 지금까지 단 한마디 말도 내뱉은 적이 없어! 가끔 수화를 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전부 환자와 소통할 때뿐이야. 그런 사람이 도대체 사회에 무슨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건데?

도청원

내가 알기로 판단은 우리의 몫이 아닐 텐데.

도청원

이상 없다면 이만 끊도록 하지. 제3국 정보 수집처 301호, 통신 종료.

스피커 속 목소리

이봐……

스피커를 끈 뒤, 나는 기록지를 앞으로 넘겨 방문자 05의 페이지를 찾았다.

방문자 05는 사르곤인으로, 도청 타깃과 고향이 같았고, 그녀의 가장 충실한 환자이며 때로는 조수와 비슷한 역할을 맡기도 했다.

타깃이 우르수스에서 활동하던 기간, 방문자 05는 그녀의 아파트에 가장 빈번히 드나든 비감염자 중 한 명이었다.

도청원

3시 10분……

각각 다른 장치에 꽂힌 이어폰을 양쪽 귀에 하나씩 낀 뒤, 나는 새벽 3시부터 4시까지의 음성 파일을 불러와 오늘의 작업을 시작했다.


……새벽 3시 11분, 방문자 05가 아파트에 들어왔다.

'방문자 05'

여사님.

'타깃'

(고개를 끄덕인다)

타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머리카락이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방문자 05'

오늘은 상태가 어떠세요?

'타깃'

(고개를 젓는다)

머리카락이 일정하지 않게 스치는 소리.

'방문자 05'

아, 저야말로 환자라는 걸 자꾸 잊어버리네요. 그래도 광석병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인 거겠죠……

'방문자 05'

그리고 여사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방문자 05'

맞다, 여기 3일 치 보급품이에요. 그리고 전에 말씀하신 약초 베개는, 사람을 시켜 재료를 모아다가 만들어 두었어요.

'방문자 05'

아침 7시부터 차례로 사람들이 찾아오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남아서 도와드릴까요?

'타깃'

(고개를 젓는다)

'타깃'

(수화)

옷이 스치는 소리, 상반신이 움직이는 소리. 이후 상황을 보아 추정컨대, 타깃은 “필요 없어, 고마워.”라고 말한 것 같았다.

'방문자 05'

사양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러면, 전 여기 잠깐만 앉아 있다가 갈 테니까, 저랑 같이 좀 있어 주세요. 그건 괜찮죠?

'방문자 05'

10분, 딱 10분만 앉아 있을게요.

'타깃'

(고개를 끄덕인다)

숨 쉬는 소리, 물 끓이는 소리, 그리고 차 따르는 소리.

발걸음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방문자 05는 타깃의 아파트에서 새벽 3시 37분까지 머물렀다.


도청원

지금 시간은……

도청원

오전 6시 55분.

도청원

타깃의 방 안에는 자연스러운 잡음만 있을 뿐, 움직인 흔적은 없군.


노크 소리. 두 번은 강하고 한 번은 약했다.

타깃은 말하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일정하지 않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방문자는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문자?'

아휴……

언제나 한숨으로 말문을 열고, 예상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며, 다리에 상처가 있는 방문자. 기록지에 적혀 있는 방문자 74였다.

'방문자 74'

제 다리의 병 말이에요, 여사님 곁을 떠나기만 하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아요.

'방문자 74'

여사님이 가르쳐준 대로 수건을 대고 손으로 누르면 잠시 나아지긴 하는데, 다시 밭에 일하러 나가면 아무 소용이 없어져요.

'방문자 74'

다른 방법도 생각해 주세요, 네?

'타깃'

(고개를 젓는다)

'방문자 74'

부탁이에요…… 제발 부탁드려요!

'타깃'

(수화)

방문자의 대답을 통해 추정컨대, 이때 났던 움직임 소리는 “한번 볼게.”라고 말하는 듯했다.

'방문자 74'

여기예요. 위치는 원래 그대로인데, 부기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방문자 74'

제 다리는 정말, 더는 가망이 없는 건가요?

'타깃'

(고개를 젓는다)

'타깃'

(수화)

이 부분은 내용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방문자 74'

네네, 뜨겁게 찜질했어요!

'방문자 74'

손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덮고 있었는데……

'타깃'

(수화)

매우 큰 동작에서 나는 소리. 추정컨대 치료 방법을 바로잡아 준 것 같았다.

'방문자 74'

아아, 그렇군요.

'방문자 74'

원래는 냉찜질을 해야 했군요…… 하지만 지금은 여름인데, 도대체 어디 가서 얼음을 구하죠……

옷이 스치는 소리, 플라스틱 상자에서 물건을 꺼내는 소리, 옷이 스치는 소리.

'방문자 74'

이건……?

'타깃'

(수화)

내용은 “네게 주는 거야.”로 추정된다.

'방문자 74'

이건 뭐예요? 약인가요?

'방문자 74'

진통제를 얻으셨어요?

'방문자 74'

하지만 저…… 저는 지금 약을 살 수 있는 돈이 없어요……

'타깃'

(고개를 젓는다)

'방문자 74'

……고맙습니다, 여사님 고맙습니다!

'방문자 74'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옷이 스치는 소리, 일정하지 않은 발걸음 소리. 희미하지만, 반복적으로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낮은 목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방문자 74는 오전 7시 11분에 타깃의 아파트에서 떠났다.


……

도청원

방문자 74, 방문자 12, 방문자 45, 방문자 07……

도청원

환자의 정착률이 높고, 재진 빈도수 또한 비교적 일정해. 다만 새로운 사람이 많지는 않아. 아마 다들 입소문을 통해서 오기 때문인 듯하군.

도청원

……음?


문이 열리는 소리, 급한 발걸음 소리, 방문자는 단단한 굽의 구두를 신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가 멈췄고, 아무 말이 없었다.

옷이 스치는 소리. 두 사람은 무언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여전히 대화는 없었다.

……

침묵은 27분간 이어졌고, 그 사이엔 옷과 상반신이 움직이는 소리만 났다.

그들은 오직 수화로만 대화한 듯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비닐봉지를 여는 소리, 구두 발걸음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새로운 방문자로 추정되는 이는 오후 1시 6분에 타깃의 아파트를 떠났다.


도청원

이전 기록을 보면, 오후 1시 이후는 타깃의 휴식 시간이야.

도청원

……

도청원

비감염자…… 비감염자…… 전부 비감염자네.

도청원

감시 등급을 올린 지도 어언 두 달이 넘었지만, 타깃이 접촉하는 명단에는 여전히 비감염자뿐이군.

도청원

빈민가에 살고, 연고가 없는 사회적 약자 하나쯤 사라지게 만드는 건 매우 쉬운 일이지만, 그녀를 통해 숨어 있는 감염자를 유인해 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야.

도청원

한 명…… 단 한 명만 있으면 돼.

도청원

그럼, 나는 임무를 마칠 수 있어.

스피커 속 목소리

여보세요, 들려?

도청원

말해.

스피커 속 목소리

12시 40분쯤 아파트에 도착한 새로운 방문자는,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부터 일부러 찾아온 신 귀족이야.

스피커 속 목소리

그녀는 변장한 채 아파트에 들어왔어, 그 후 떠난 시간은 네 기록과 일치해.

스피커 속 목소리

네 추측이 맞았어. 그들은 모든 과정을 수화로 대화했더군. 자료실에 가면 내가 그걸 번역하고 받아 적은 내용의 사본을 받아 볼 수 있을 거야.

도청원

……

스피커 속 목소리

301?

도청원

너는 지난 새벽에 나와 통신했던 그 사람이 아니군.

스피커 속 목소리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지금 너랑 통신 중인 사람은 나야.

스피커 속 목소리

또 주의할 점이 있나?

도청원

당장은 없어.

스피커 속 목소리

좋아, 계속 대기하도록 하지.

도청원

……


'새로운 방문자'

……

새로운 방문자는 처음에는 감시카메라를 등지고 있었으며, 후드를 쓰고 있었다.

'타깃'

(수화)

이때 타깃은 “모자 벗어, 여기는 안전해.”라고 수화로 말했다.

새로운 방문자는 주위를 살핀 뒤 후드를 벗고 타깃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이후 두 사람의 동작을 비교적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새로운 방문자'

(수화)

방문자가 수화로 말했다. “더는 못 참겠어요.”

이후 기록은 주로 수화를 번역한 것이다.

'새로운 방문자'

더는 못 참겠어요!

'새로운 방문자'

사방에 눈이 깔렸어요…… 어딜 가도 여사님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새로운 방문자'

맘 편히 잠잘 수 있는 곳조차 없어요. 심지어 제 남편 곁에 누워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뜬 눈으로 지새야만 하죠!

'새로운 방문자'

계속해서 바뀌는 하인들은 도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는 건지 모르겠어요…… 새로 온 집사는 내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클라우드비스트의 이름까지 알고 있더라고요!

'새로운 방문자'

길가의 거지조차 제 행적과 취향을 꿰뚫고 있어요. 너무 무서워요……

'타깃'

어쩌면 앞서 말한 집사로서는, 그저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것일 수도 있어.

'새로운 방문자'

흥,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시네요…… 여사님은 영원히 무슨 기분인지 모를 거예요. 무슨 일을 하든 늘 감시당하는 그 기분을……

'타깃'

적어도 지금 우린 안전해, ****.

방문자의 이름은 생략하겠다.

'타깃'

말로 해도 된다. 내가 경청할 테니.

'새로운 방문자'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시는 거죠?!

'타깃'

네 남편이 말해 줬다. 그는 내가 네 마음을 위로해 주고, 네가 어디든 보이지 않는 눈과 귀가 있다는 생각에 늘 그렇게 긴장하고 있지 않아도 되게끔 해 줄 거라고 믿고 있지.

'새로운 방문자'

……저는 말하지 않을 거예요. 누구 앞에 서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새로운 방문자'

이게 제가 이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이에요. 저는 이 나라의 어떤 사람도 믿지 않아요, 제 남편과 당신을 포함해서 말이에요.

'새로운 방문자'

그러니, 우리 그냥 이렇게 '대화'하도록 해요.

……


이후 내용은 전부 새로운 방문객이 곳곳에 깔린 감시, 전쟁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늘어놓는 불평이었다. 그 과정에서 타깃은 그녀를 적당히 달래고 위로한 뒤, 정중히 아파트 밖까지 배웅했다.

도청원

……

도청원

들리나?

스피커 속 목소리

타깃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것 같아. 무슨 일이야?

도청원

오늘 가장 먼저 타깃의 아파트에 도착한 방문자가 누구였는지 기록하는 걸 깜빡했는데, 혹시 그게 누구였는지 기억해?

스피커 속 목소리

방문자 05, 새벽 3시 11분에 도착했어. 또 물어볼 게 있나?

도청원

……없어, 고마워.

3시 10분이 아니라 3시 11분이라고 했다. 그가 알고 있는 시간은 내 기록에 적힌 시간이었다. 그의 전임자가 알려준 게 아니라.

1분, 하나의 의문…… 혹은 한 번의 한숨.

내가 괜한 생각을 한 거라면 좋겠다. 나는 최대한 빨리 타깃이 감염자와 접촉한 명확한 증거를 잡아야 했다. 또는……

최소한 작은 성과라도 내야 했다.


'타깃'

……

'타깃'

……

'방문자 05'

여사님?

'타깃'

(고개를 젓는다)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건 오직……


도청원

준비 완료.

스피커 속 목소리

확인.

스피커 속 목소리

너 10분 지각이야.

도청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13층에 보고서를 제출하러 갔었는데, 나올 때 엘리베이터가 수리 중이라 계단으로 내려와야 했거든.

스피커 속 목소리

흥, 그 고물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수리 중이군.

스피커 속 목소리

그래서, 뭐 알아낸 거라도 있었어?

도청원

타깃에 대한 정기 도청 보고서와 '방문자 97'의 방문 기록 사본을 제출했어.

도청원

뒤에 건 네 도움 덕분이야.

스피커 속 목소리

벌써 그 귀족을 고발한 거야? 정말 성미 한번 급하군.……

도청원

모든 것은 우르수스의 순수와 영광을 위해서.

스피커 속 목소리

……알겠어, 우르수스를 위하여.

도청원

우르수스를 위하여.

내가 그에게 따로 말하지 않은 건, 13층의 높으신 분들이 보고서를 5분만 들여다봐도 자연스레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보다 먼저 이 자리에 앉았던 모든 도청원도 내렸던 하나의 결론.

타깃은 위협 요소가 없으므로, 위험 평가와 감시 등급을 하향 조정해도 된다는 것.

설사 그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해도 상관없었다. 최소한, 품격 있는 ‘방문자 97’에 대한 고발은 당분간 나의 성과로 남을 테니까.

그걸로 조금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타깃'

……

'타깃'

……

'방문자 05'는 이미 한 시간 전에 떠났고, 타깃은 혼자 있었다.

발소리도, 노크 소리도 없었다. 다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서로 다른 주파수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서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도청원

이게 무슨……

스피커 속 목소리

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스피커 속 목소리

지…… 지직……

스피커 속 목소리

(잡음)

도청원

이봐!

도청원

이런 젠장, 끊어졌잖아……

도청원

소리가 났다 말았다 하네……

도청원

어쩌면 그 사람이 이 방식으로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지도 몰라. 하필 이럴 때 스펙트럼 분석기는 어딨는 거야!

도청원

마이크, 그래, 우선 전기 신호로 전환하고, 수신……

도청원

분석…… 코드 대조!

틀림없었다. 이건 군용 식별 코드였다.

소리가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해독해야 했다. 소리가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도청원

“설…… 리…… 번……”

도청원

사람 이름 같은데…… 감염자인가……?

나는 그게 내 이름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을 여유조차 없었다.

그리고……

도청원

“너도……”

도청원

“……도청……”

“설리번, 너도 도청당하고 있다.”

그 말은 순간 번개처럼 내 뇌리를 강타했다. 알 수 없이 나타난 그 목소리는, 마치……

마치 누군가가 지금, 여기 내 앞에서 말하는 것 같았다.

도청원

……

“타인을 도청하는 이여, 너 역시도 지금 도청당하는 중이다.”라고 말이다.

내가 그 말을 이해했을 당시의 심정은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빌어먹을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소리가 멈추고 나서, 스피커가 여전히 쥐 죽은 듯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현재 '수리' 중인 엘리베이터와, 평소보다 계단 입구에 헌병이 많았던 것을 떠올렸다……

이건 마치 너무나 형편없는 공포 괴담과도 같았다.

도청원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복도에서 나는 목소리

탈영병……

복도에서 나는 목소리

……포위……

복도에서 나는 목소리

저 녀석을 붙잡아, 그리고 2팀을 보내서…… 그 빌어먹을 의사를 잡아……

복도에서 나는 목소리

움직여.

그들은 심지어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았다. 우르수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이렇게 사라질 수 없었다. 먼저 이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처럼, 혹은 스피커 너머의 그 소녀처럼……

나는 세 들어 사는 일주일 60체르벤짜리 단칸방보다도 더 이곳에 익숙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정문을 통하지 않고 나갈 수 있는지도 당연히 알 수 있었다.

문밖의 목소리

……설리번 스미르노프.

헌병

오늘 네가 제출한 보고서에 관해, 너는 우리에게 꼭……

헌병

……?

방에 들어온 이가 누구든, 들을 수 있는 건 모두 뚝 끊겨버린 소리뿐이었다.

[CG: cg_moonmasked]

나는 거리로 내달렸다.

나는 날이 어느새 이렇게 어두워졌는지도 몰랐다. 우리가 일하던 방에는 창문은커녕 그저 좁은 환기구 하나뿐이었지만, 성인 남자가 기어 나가기에는 충분했다.

골목에 도착했지만, 이젠 또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관짝 같던 단칸방은 보나 마나 봉쇄됐을 테고, 도망쳐도 안 도망쳐도 결국엔 잡힐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그녀는 왜 내게 이런 걸 알려준 걸까? 설마 자신이 줄곧 도청당하고, 감시당하는 중이란 걸 알고 있었던 건가? 그 의심병에 걸린 방문자처럼?

그리고, 내게 말을 한 건, 누구의 목소리였을까?

……의문을 품은 채, 나는 마음속에 늘 새겨 두었던 그 주소를 향해 달려갔다.


도청원

후……

도청원

후우……

도청원

됐어. 어서 도망가, 헌병들이 이미……

도청원

……

한때는 온갖 소리로 가득했던 낡은 아파트 안엔, 울리는 내 목소리의 메아리 말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만트라

그 의사는 이미 라이타니엔으로 무사히 입국했어.

만트라

과거 그녀가 혼자만의 힘으로 우르수스에서 100명에 가까운 감염자를 국외로 이주시키고 떠날 수 없는 감염자들에게 꾸준히 피난처를 제공한 일은, 우리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지.

만트라

우리가 서둘러 도착했을 때, 우르수스는 이미 그녀를 주목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

다행히 우리가 제때 개입한 것 같네.

만트라

맞아.

만트라

우르수스의 상황은 특별한 것이긴 하지만, 그녀가 감염자를 구할 때 쓴 방식은 앞으로의 우리 활동에 충분히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만트라

임무 보고서는 책상 위에 뒀다, 의장.

테레시아

수고했어, 만트라.

만트라

(겸손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테레시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위장 임무를 수행하느라, 참 힘들었지.

만트라

닥터 켈시도 예전에 나를 도와줬던 적이 있지. 이번 일은, 그 보답으로 내가 스스로 원한 거다.

만트라

게다가, 단순히 '경청'하는 것 정도는, 나에게 있어 위장할 필요도 없는 일이야.

테레시아

이건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거네, 알겠어. 하지만 언젠가는 진심으로 바벨을 너희 집이라고 여겨주기를 바라.

만트라

의장……

테레시아

아, 이런. 또 이야기가 샜네.

테레시아

먼저 가서 좀 쉬어, 만트라. 미안하지만 지금은 모두에게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을 챙겨줄 수가 없어……

테레시아

어쨌든, 이 세상엔 아직도 경청하고 분별해야 할 목소리가 어디에나 존재하니까 말이야.

테레시아

그런 구조를 바라는 외침은…… 당신도 분명 들을 수 있겠지.

만트라

……

만트라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