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아래
루토나다는 늘 자신의 머릿속에 맴도는 목소리를 따라, 즐거웠던 세 사람의 인생을 맞춰나간다.
등장 오퍼레이터: 루토나다
여기서 배회하고 있는 건 나, 그리고 나와 비슷한 크기의 추악한 파울비스트.
악취 나는 부리, 날카로운 발톱, 시체가 입고 있는 옷을 뒤져 먹을만한 음식을 물고 가거나 그대로 시체를 삼켜버린다. 사실은 나도 저것들과 다를 바 없다.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컸기에 이것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나는 재빨리 시체들 품을 뒤져 돈이 될만한 물자, 군번줄, 장비 또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져갔다.
아, 오늘 수확량이 너무 적은데, 어쩌지? 너무 배고프다……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아! 이, 이 사람 아직 안 죽었어!
이 씨앗들로…… 꽃을 피우고 싶어……
그 사람은 가슴 안쪽 주머니에서 아주 더러운 종이 주머니를 꺼내서는 내 손에 쥐여주었다.
그런데 한 손, 또 한 손, 어디서 뻗어 나오는지 모를 무수한 손이 뻗어 나와 나를 꽉 붙잡았다. 더 많은 소리가 들리며, 어느덧 소리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난 바비큐를 더 먹고 싶어……” “난 춤을 더 추고 싶어…… ” “난 아직…… ” “난 아직……”
난 아직……!
악!
……그렇군요…… 당신들의 말대로라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야만 하는데, 전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찾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그 소리가 들리는 거로군요……
걱정하지 마, 루토나다. 기존의 환경을 벗어난 직후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건 매우 흔한 일이야. 칸타빌레 씨와 프로스트리프 씨 모두 이미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방식을 찾았어.
전에 인사부 오퍼레이터가 우리를 찾아왔었어. 아마 이미 너에게 말했을 건데, 한 번 그 소리를 기록해 봐.
네가 물건을 정리하듯이 익숙한 방법으로 정리해 보는 거야.
필요하다면 내가 노트를 한 권 줄게. 물론, 네가 더 좋아하는 방식이 있다면 그 방식을 쓰는 것도 괜찮고.
네가 들은 그 소리를 모두 기록하고 나면, 네가 이후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루토나다, 여전히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그 소리를 다 기록한 후에도 계속 소리가 들려? 아니면, 아직도 널 괴롭히는 뭔가가 있는 거야?
잘 모르겠어요…… 그 소리를 모두 기록했지만, 딱히 느껴지는 건 없었어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왜 그 사람들이 죽기 전에 가장 원했던 일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이었을까요? 이런 것들이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살아남는 것보다?
이런 일들을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이죠?
(작은 목소리로) 후우…… 아주 좋아.
루토나다, 그거 알아? 지금 네게 '살아간다'는 것 말고도 다른 궁금한 것이 생겼다는 걸 말이야.
그럼, 네가 지금 알고 싶은 걸 그냥 해보면 되잖아.
그런 일들을 한번 해보라니……
음, 이 꽃집 이름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찬란한 꽃집, 3번가 모퉁이.” 음, 여기 사이에…… 또 이 작은 씨앗 한 봉지는 그 사람이 자기한테 준 거라고, 분명 그렇게 말했는데……
“이 씨앗들로…… 꽃을 피우고 싶어……”라고 했었지.
꽃을 심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이, 너 우리 가게 앞에 서서 뭐 하는 거야? 이제 곧 문 닫을 거야, 지금도 물건 옮기는 중이니까 길 막지 말라고.
문 닫는다고요? 아, 죄송합니다, 그럼 전 이만……
잠깐만, 씨앗 주머니를 들고 있는 걸 보아하니, 너 혹시 화분을 사러 온 거야?
그게 아니라……
뭐 상관없어, 이 거리는 폭발로 거의 없어지기 직전이니까. 꽃을 팔아먹고사는 나로서는 진작에 답이 없었다고. 여기 꽃들은 나도 안 가져갈 것들이니까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가져가도록 해.
네? 저, 저는 그게 아니라……
괜찮아, 공짜로 줄게. 어차피 이 꽃들은 내 것도 아니야, 몇 년 전에 어떤 녀석이 나한테 맡기고 갔지. 전에 꽃들을 꽤 많이 사줘서 맡아줬는데, 다신 안 돌아오더라고.
이렇게 오랫동안 가지러 오지 않는 걸 보면, 분명 다 필요 없어진 걸 거야. 그러니 네 마음대로 하라고.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난 이만 간다!
잠시만, 잠시만요……
꽃더미 하나하나가 황폐한 거리의 계단 위에 놓여있다. 루토나다는 그중 하나를 들어 올려 바람에 흔들리는 작고 귀여운 꽃송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병사가 씨앗을 건네줄 때의 표정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그의 표정에 가득했던 그것은 '동경'이었을까 혹은 '평온'이었을까……?
그의 말투는 경쾌했었다. 마치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악취 나는 전쟁이 아닌 평온한 오후인 것처럼.
“이 씨앗들로…… 꽃을 피우고 싶어……”
꽃을 심는 것…… 그저 꽃일 뿐인데, 어째서 그 사람은 그때 이걸 떠올린 걸까?
도대체 무슨 느낌이길래, 죽기 직전까지도 잊지 못하는 걸까……?
(일단 사무소가 바로 두 블록 밖에 있으니까, 이 꽃들을 먼저 사무소로 옮겨서 한번 키워보자)
어? 화분에 라벨이 붙어있네? 종이 주머니에 적힌 꽃집 주소와 글씨체가 같아……
뒷마당 바비큐 식당……
하…… 한번 더, 바비큐가 먹고 싶어……
겉 부분은 바삭바삭하고, 안쪽은 야들야들한 바비큐…… 한입에 통으로……
정말이지 너무나……
.……먹어보면 알 수 있겠지.
루토나다 앞에는 바삭하게 구운 고기 한 접시가 놓여 있다. 육즙이 풍부하고, 기름 냄새와 섞인 향신료의 향이 계속해서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전쟁터에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닥치는 대로 입에 집어넣었다. 심지어 가죽 벨트를 삼켜 배를 채운 적도 있었다. 위에서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물감이 공포를 느끼게 했었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는 매 끼니를 깨끗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들로 배를 채울 수 있었고, 그제야 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지금, 눈앞의 매혹적인 냄새를 잔뜩 풍기는 고기를 순식간에 먹어치운 그녀는……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병사가 계속해서 '바비큐가 먹고 싶다'라고 했을 때의 그 표정은…… 그녀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건 과연 어떤 것일까? 바비큐는 아주 맛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고기라도 그저 한 끼 배불리 먹는 것에 불과할 뿐인데, 죽기 직전까지도 떠올리는 느낌, 자신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느낌, 그건 도대체 어떤 것일까?
……
화분을 안고 식당에 바비큐를 먹으러 오다니, 희한한 아가씨네. 이렇게 이상한 조합을 본 게 벌써 몇 년 전이군.
고기 맛은 좀 어때? 양념이 좀 센가? 야채는 더 필요 없고?
……
루토나다는 고개를 저었다.
아, 말이 없는 아가씨구먼. 괜찮아, 여기 앉아서 내가 하는 말 듣기만 하라고!
예전엔 말이지 여기가 장사가 참 잘됐었어, 하루에 고기가 무려 백 근도 넘게 팔렸었거든, 지금은 그렇지 못하지만. 하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누가 밖에 나와 고기를 먹으려 하겠어.
너 말이야,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걸 보니 무슨 걱정거리라도 생겼나 보지? 나한테 털어놓는 건 어때?
……저는……
하하,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냥 해본 소리야.
요즘 매일 여기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 걱정거리가 몇 가지씩은 있거든, 맛있는 바비큐도 먹고 이야기도 하다 보면 괜찮아질지도 모르지.
자주 오면, 밑반찬은 내가 잘 챙겨줄게!
그게 아니라, 저는 그저……
바비큐도 정말 맛있고, 꽃도 정말 예뻐요. 그런데 사람은 왜 죽기 전에 이런 걸 다시 원하는 걸까요……?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응? 하하하, 뭐야! 죽을상을 하고 있길래 얼마나 큰 고민을 하나 했더니만! 그 말은 그 일을 죽을 만큼 좋아한다는 뜻 아니겠어?
예를 들어 나라면, 죽기 전에 생각나는 게 있다면, 분명 고기를 산처럼 쌓아두고 먹어 치운 후, 아름다운 춤을 추는 걸 거야,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말이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이후 땅에 누워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
아가씨, 이런 뜻 아니겠어?
……춤?
너무 아쉬워…… 다시 한번…… 탭댄스를 추고 싶어……
너무 오랫동안…… 댄스복을 입지 못했어……
다시 한번 춤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추려는 춤이…… 탭댄스인가요?
어라, 어떻게 알았어? 얼굴이 낯선 걸 보니 여기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탭댄스를 알다니!
예전에는 바로 이 바비큐 식당에서 많은 사람이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신 후 뒷마당으로 달려가 춤을 췄었지. 지금은…… 허구한 날 전쟁을 해대니, 춤추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말이야.
뒷마당……
왜, 한번 보러 갈래?
아무도 없네요. 너무 휑해요……
하, 맞아, 지금 보니 풀만 미친 듯이 자랐네. 너무 오랜만에 뒷마당에 왔더니, 탭댄스 추는 법도 잊어버릴 지경이야.
어디 보자…… 손 높이 들고, 왼발 스텝, 오른발 스텝, 한 바퀴 돌고, 점프!
후, 후, 오랜만에 춤을 추니까, 너무 힘드네! 갑자기 예전에 탭댄스를 엄청나게 잘 추던 아가씨가 생각나는군, 그 치맛자락은…… 잘 구워진 꼬치구이처럼 옆이 터진 게 참 보기 좋았지.
꼬치구이……?
저…… 사장님, 저에게 탭댄스를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가능하지, 어차피 손님도 너 하나뿐이니까. 그럼 아까 내가 했던 것처럼 손 높이 들고, 왼발 스텝, 오른발 스텝, 한 바퀴 돌고, 점프!
……손 높이 들고, 왼발 스텝, 오른발 스텝, 한 바퀴 돌고, 점프……
이게 정말 탭댄스인 건가요……? 그다지 특별한 느낌은 들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 몇 번 더 추다 보면 좋아하게 될 거야, 아가씨, 계속 춰보라고!
음…… 오늘은 우선 여기까지만 할게요. 돌려줘야 할 꽃들이 있거든요. 감사했습니다.
……흠, 그래, 그럼 시간 날 때 바비큐 먹으러 자주 오라고!
그날 밤, 나는 꿈속에서 또다시 그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내 손을 잡고……'동경'하듯? 아니면 '그리워'하듯? 혹은 '행복'해하며 그들이 죽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염원하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건 무슨 느낌일까?
시체에서 물자를 찾았을 때의 느낌도, 배를 가득 채웠을 때의 느낌도, 로도스 아일랜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놀랐을 때의 느낌 역시 아니다.
그들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할 수 있는 것, 심지어 죽고 싶지 않은 마음마저 초월한 느낌, 그건 도대체 무엇일까?
6월 7일. 꽃 심는 법을 공부하는 중이다. 싹 틔우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몇 개 씨앗에서 싹이 나서 이미 화분에 옮겨 심었다.
꽃집 주인이 준 꽃들을 열심히 공부하며 돌보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많은 꽃이 점점 시들어간다. 물도 잘 줬는데, 왜 그런 걸까?
탭댄스도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언젠가 능숙하게 출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6월 19일. 꽃이 너무나도 많아져서 사무소에는 더는 놔둘 공간이 없었기에, 일부를 바비큐 식당 사장님께 가져다 드려 뒷마당에 두었다. 부디 바뀐 환경에서 꽃들이 잘 자라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그 씨앗들을 열심히 심고 있다. 일부는 새싹이 잘 자라지만, 또 일부는 말라죽었다.
다시 한번 바비큐 식당 사장님에게 탭댄스를 추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잘 추지도 못했고, 무척 힘들었다.
7월 2일. 많은 꽃이 시들었다. 꽃을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렵고 지루한 일이다.
춤도 아직 잘 추지 못한다. 내 팔다리는 박자에 맞춰 움직이질 못하는 것 같다. 나도 내 팔다리가 멋진 탭댄스를 추도록 제어하지도 못하고.
고깃집 사장님도 그다지 춤을 잘 추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춤을 출 때 너무나도 행복해 보인다…… 어째서일까?
아무래도 나는…… 이런 일들을 통해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7월 15일.
난 그간 많은 시도를 해봤다. 꽃을 심고, 바비큐를 먹고, 춤을 추었다. 그럼에도 나는 전혀 원하던 느낌을 받지 못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엇인가를 마음에 두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말이다.
나는 여전히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나는 전쟁에서 살아남았을지도 모르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 일이 아닌, 남의 일들이기에 내가 어떠한 느낌도 받을 수 없는 걸까?
아마도, 나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
아가씨! 화분을 안고 고기를 먹으러 온 아가씨, 여기 있나?
……으음?
이봐, 전에 나에게 준 그 꽃들이 다 피어서, 지금 우리 뒷마당이 매우 아름다워졌다고! 어서 가자, 내가 보여줄게!
지, 지금이요?
그래 지금! 콜록콜록, 너 여기서 혼자 지내? 왜 이렇게 고물상처럼 해둔 거야? 혹시 폐품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그게 아니라, 저는 그냥…… 습관적으로 이렇게 해둔 거예요. 요즘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또……
에이, 그럼 됐어, 굶어 죽지만 않으면 된 거야! 일단 너무 많은 걸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자. 여긴 햇빛도 안 들어오네, 지금 뒷마당이 정말 예쁘니까, 꼭 한번 보러 와!
저는……
정말이지, 어서 보러 오라고!
어…… 잠깐만요!
이것 봐, 내가 괜히 자주 와서 물을 준 게 아니라니까, 여기 꽃들이 다 살아났잖아? 정말 예쁘다!
사람 찾으러 갈 테니 나보고 가게를 지키라고 하고선, 사장님은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계속 안 돌아오면 내가 여기 사장 해야겠어! 하하하……
아, 여기서 또 탭댄스 추는 날이 올 줄이야, 나는 이제 사람들이 다시는 다 같이 모여 춤추고 싶지 않은 줄 알았다고!
그러게 말이야, 난 여기가 예전에는 고기 먹고 춤추던 곳인 걸 잊어버릴 뻔했다니까.
아가씨, 이것 봐! 이게 다 이전에 아가씨가 우리 가게에 와서 고기도 먹고, 탭댄스 이야기도 꺼낸 덕분이야, 그간 정말 오랫동안 다른 누가 탭댄스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조차 듣지 못했었거든.
밖에는 전쟁이 계속되니 짜증이 나서, 틈만 나면 뒷마당에 가서 춤을 췄어. 그랬더니 가끔 오는 몇몇 손님이, 그걸 보고선 춤 안 춘 지 오래됐다며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지.
또 사람들이 아가씨가 주었던 많은 꽃을 보고 엄청나게 좋아하고는, 자주 와서 물도 주었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지금은 이렇게나 시끌벅적해졌어! 나는 이곳이 이렇게 활기찬 게 몇 년 만인지 몰라!
이제는 여기에 사람이 정말 많네요……
다들 엄청…… 즐거워 보여요.
그래, 이게 다 네 덕분이야, 아가씨!
오! 사장님이 돌아왔다!
그럼 우리 이제 그만 기다리고, 춤이나 출까?
아가씨, 그렇게나 오래 배운 건, 사람들과 같이 추고 싶어서였지?
저, 저는 그게 아니라……
에이, 부끄러워할 거 없어, 어서 와서 같이 춤추자!
처음 보는 아가씨네, 어때, 우리 같이 춤출까?
저는……!
여기서는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즐겁게 춤이나 한번 추다 가면 되는 거야. 손 높이 들고, 왼발 스텝, 오른발 스텝, 한 바퀴 돌고, 점프!
이리 와, 같이 춤추자!
왼발 스텝, 오른발 스텝…… 아, 당신 발을 밟아버렸어요!
하하하, 뭐 어때, 계속 추자고!
한 바퀴 돌고, 점프!
한 바퀴 돌고, 점프……
아! 또 밟아버리고 말았어요……!
하하! 네 발자국 봐봐! 괜찮아, 탭댄스는 원래 이런 거야~
팔 들고, 손 흔들어!
팔 들고, 손 흔들어……
왼발 스텝, 오른발 스텝…… 아! 죄송해요……!
아이고! 아가씨, 발에 힘이 장난이 아닌데,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고기를 먹어서 이렇게 힘이 좋은 건가?
조심해, 나도 네 발을 한번 밟아야겠어!
죄, 죄송해요!
너 때문에 쟤 놀랬잖아!
괜찮아, 사장님도 춤을 저렇게나 못 추는데 죽을 만큼 행복해 보이지 않니? 너도 마음대로 추라고!
자, 내 손을 잡아, 내가 춤을 리드해 줄게! 손 높이 들고, 왼발 스텝, 오른발 스텝, 한 바퀴 돌고, 점프!
손 높이 들고, 왼발 스텝, 오른발 스텝……
바로 그거야! 우리 다시, 왼발 스텝, 오른발 스텝, 한 바퀴 돌고! 점프!
한 바퀴 돌고, 점프……
좋았어~ 너 되게 금방 늘잖아! 음악에 맞춰서 즐겁게 추면 되는 거야!
네……
네!
……아!
아잇, 내 발을 밟아버렸네……
……풉!
하하하, 그래!
오오, 드디어 웃는구나.
지금 여기가 이렇게나 활기차게 변하다니. 전쟁 이후론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좋은 나날을 보내는 것 같네…… 아마 화분을 안고 있는 이 아가씨가 여기에 고기를 먹으러 온 이후로부터 우리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아.
넌 모르겠지만, 예전에 어떤 녀석도 너처럼 화분을 품에 안고 고기를 먹으러 왔었지. 녀석은 밥을 먹을 때조차 소중한 꽃을 품에서 놓지 않더군. 그날 널 보고 녀석이 바로 생각났는데, 못 본 지 참 오래됐어.
녀석에겐 두 친구가 있었는데, 한 명은 한 번에 바비큐 하나를 통째로 먹어버리는 녀석에, 다른 한 명은 탭댄스를 엄청나게 잘 추던 아가씨였지. 치마가 꼭 그 녀석이 심은 꽃처럼 예뻤는데……
돌이켜보니 그 어린 세 친구들이 자주 왔던 때가 정말 좋은 시절이었지…… 하하, 지금 너희도 그때의 그 젊은이들만큼이나 즐거워 보이는구먼!
그리고 이 아가씨가 웃는 걸 드디어 봤네, 아가씨도 즐거운 거지?
즐겁다……
네, '즐거워요'.
루토나다는 아직 방금 춤을 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숨을 몰아쉬고 있으며, 가슴속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다.
좋은 햇살 아래, 눈앞의 사람들은 계속 춤을 추고 있고 그녀의 귓가에는 다시금 그 소리가 메아리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은 더 이상 그 어두운 전장이 아니었다.
화분을 안고 있는 한 명, 바비큐를 크게 한입 베어 문 한 명, 치맛자락을 들고 춤추는 한 명, 루토나다는 이 세 명의 희미한 모습을 본 것만 같았다.
따뜻한 느낌이 그녀의 텅 비었던 가슴에서 피어올랐다.
바비큐를 먹고, 꽃을 심고, 춤을 추고…… 그건, 당신들이었군요……
……이 순간을 생각하니 알 수 없는 웃음이 나네요. 아마도 '만족'해서 그런 거겠죠. 주위 사람 모두 즐겁고, 저도 아주…… '행복'해요……
이제 이게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이 순간을 계속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요. 마음이 간질간질하고 너무나도 따뜻한 느낌……
하지만……
루토나다는 앞에 핀 꽃과 기름기 잘잘 흐르는 바비큐, 그리고 한 곡 또 한 곡 연이어 춤추는, 그 세 사람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지며,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건, 진흙탕과 전쟁의 불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은 사방을 뒤져 물자를 찾는 동안, 그곳에서 쓰러진 그들이 나지막하게 마지막 소원을 말하는 모습뿐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무언가 또 다른 말을 그녀에게 했었는지, 그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
미안해요……
전 그때 당신들 품에 있던 물건들을 가져가서, 그걸 돈과 먹을 것으로 바꿨어요. 살아남기 위해서요…… 지금은 당신들을 대신해 당신들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네요……
하지만 당신들은 이제…… 게다가 전 아무것도 기억하지……
……
바비큐는 다 구워졌나? 더 먹고 싶은데 말이야!
아,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야……
방금 그 아가씨 기가 막히게 잘 추던데, 배우는 게 아주 빨라. 다음에도 또 오면 좋겠구먼. 응……? 그러고 보니, 그 아가씨는 어디 간 거지?
마셔, 마셔!
루토나다는 사람들을 피해 갔고, 그녀가 그날 보내온 꽃은 햇빛에 흔들리며 작디작은 꽃송이를 피웠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화분 하나를 품에 안은 채,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어이, 아가씨! 왜 갑자기 가버린 거지?
보름 후
아, 루토나다. 너더러 다들 춤추러 오라고 그렇게나 불렀는데, 왜 계속 안 온 거야?
아…… 사무소에서 꽃을 심고 있었어요……
꽃을 심어? 뭐 다들 꽃을 좋아하기는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바비큐 먹고 춤추고 하는데 안 올 정도는 아니지 않아?
……됐다, 저번에 보내준 그 꽃들은 뒷마당에서 잘 피었더라. 밥 먹으러 온 사람들 모두 엄청 좋아해. 하루 세끼 다 바비큐 먹으러 오고 싶어 할 정도라니까. 한번 가서 봐볼래?
네, 감사해요 사장님.
꽃이 만연한 뒷마당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가득하고, 사람들은 탭댄스를 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루토나다를 알아보지 못한 채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만 뱉고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 그 알록달록한 껍질이 벗겨진 곳에는 세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루토나다는 나무 밑에 들고 온 꽃을 두었다. 이 꽃은 바로 그 씨앗 주머니에 있던 씨앗이 자라난 것이었다. 화분에는 그녀가 새로 그린 그림도 그려져 있다.
……꽃 한 송이, 커다란 통 바비큐 하나 그리고 춤추는 아가씨 한 명.
사장님께서 춤을 추러 온 사람들 모두 당신의 이 꽃들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해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이 꽃을 더 많이 심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여기에 춤추러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죠.
당신들이 좋아하던 그 활기찬 분위기와 즐거운 모습은, 이제 예전처럼 그렇게 사라져 버리진 않을 거예요……
꽃집 사장님은 이제 더 이상 가게를 열지 않으셔서, 제가 사장님을 대신해서 길모퉁이에 꽃꽂이통 하나를 놓았어요. 통 안에는 제가 심은 신선한 꽃이 들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가져갈 수 있죠.
지금은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러 오고 있어요. 그 사람들은 이 꽃들을 볼 때면 모두 행복한 웃음을 짓죠. 오늘 어떤 사람은 통바비큐 한 번에 다 먹기에 도전했어요……
당신들이 좋아했던 그 일들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어요.
루토나다는 손을 뻗어 가볍게 화분 속 꽃을 어루만졌다. 기분 좋은 햇살 아래, 그녀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제가 당신들의 소원을 들어 드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