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긴 여정
복잡한 수술을 마친 후, 켈시는 강요에 못 이겨 한가로운 하루를 보내게 된다……
체온 정상, 혈중 산소 농도 정상, 호흡 정상, 심박수 안정적.
……수술 성공.
다들, 고생했어.
로도스 아일랜드 의료부1099년 1월 27일 11:38 A.M.
드디어 끝났군…… 이건 기적이야, 그렇지?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수술이 성공할 거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못 했어……
'해낸다'와 '포기할 수 없다'는 주관적으로 본다면 어쩌면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해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클로에는 강인한 사람이야. 환자 본인도 생존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의사가 환자보다 먼저 포기할 이유는 더더욱 없지.
환자의 체세포와 오리지늄 융합률이 이렇게 높은 수치에 도달했다니, 대체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안 가는군……
하지만 정말 이상해. 클로에가 겪은 광석병의 증상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야. 체내에 완전하게 오지리늄화된 기관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직도 일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니……
이번 수술 사례를 논문으로 쓰면 의료계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게 분명해. 어쩌면 광석병의 의료 이론 전체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지도 몰라.
하나의 돌파구일지, 아니면 그저 우리의 인식을 뛰어넘은 돌연변이 질병일지는, 지금으로선 결론 내리기 어려워.
다만 이 사례는 정말로 주목할 만하니, 더 충분한 연구를 해야겠지. 이따가 실험실에 가서 자세히 분석할……
잠깐만.
응?
이번 수술 시간은 신기록을 세웠을 것 같은데, 몇 시간이었더라? 73시간? 75시간?
79시간 45분.
그동안 난 두 번이나 교대했다만, 넌 한 번도 수술실을 떠나지 않았잖아. 그런데 지금 또 실험실에 가겠다고?
켈시, 빅토리아에서 돌아온 후로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예전보다 훨씬 많이.
다른 이유라도 있어?
여러 가지 의미로 보면, 맞아.
너도 로도스 아일랜드의 핵심 회의에 참여했으니, 로도스 아일랜드의 현재 상황을 알고 있을 거야.
와파린, 시간이 없어……
네 체력도 마찬가지야.
켈시, 그 누구도 스스로를 혹사시켜선 안 돼, 그게 너라고 할지라도.
내 상태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알아서 합리적으로 판단할게.
네가 한 말의 앞부분은 믿을 수 있어. 하지만 그 '합리적'이라는 말의 뜻이 끝없는 업무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거라면, 반드시 말려야겠네.
실험은 발이 달린 것처럼 어디로 도망가지 않아, 그리고 나도 도와줄 수 있어. 단, 네가 살아서 실험을 완성하는 걸 본다는 전제하에 말이지.
나도 의사로서 동료가 자신의 생명을 계속 갉아먹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 네 행동은 의료부 전체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고.
……
그러니까, 지금 당장 의료부를 떠나 식당에 가서 뭐라도 먹어.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서 뭐든 하고 싶은 걸 해.
실험실 문은 잠가둘 거야. 8시간 동안 푹 쉬기 전까지는 의료부에서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알겠어.
나를 속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번에는 네가 뭐라고 해도……
어? 방금 뭐라고?
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다들 이번 수술에 참여하느라고 수고가 많았지, 모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겠어. 나도 잠시 하던 업무를 멈추려고 해.
너……
또 다른 용건이라도 있어?
없어……
빅토리아에서 돌아온 후로, 약간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된 것 같네……
……그럼 혹시 건강 검진은……
네 시간도 똑같이 소중하니, 의미 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지 마.
흥……
수술 끝난 환자의 경과 관찰은 네게 맡길게. 만약 이상이 생기면 즉시 내게 알려줘.
수고 좀 해줘, 와파린.
아미야 씨, 지금 상황이 매우 급해요.
알고 있지만…… 해결하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요……
하아…… 꼭 이럴 때 항상 인력이 부족하네요, 누가 없을……
아, 켈시 선생님?!
켈시 선생님?!
아미야, 긴장한 것 같은데?
아니……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식당에서 한 번도 선생님을 뵌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여기에서 만날 거라곤……
생명을 유지하려면 일정량의 음식물을 섭취해야지. 나도 마찬가지야.
아미야, 너는? 아직 점심 안 먹었어?
아직이요……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를 도와서 비축해 둔 겨울 식량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어요.
제가 뭐라도 가져다드릴까요? 오늘 식당 메뉴는…… 당근 케이크, 당근 파이, 크림 골드 당근 수프……
……어쩐지 재료가 좀 단조로운 것 같은데?
그건……
켈시 선생님, 사실은 조금 문제가 생겨서요……
……먹어도 먹어도 당근이 줄어들지 않아요.
……?
로도스 아일랜드가 림 빌리턴으로 돌아온 뒤에, 근처 광산에서 온 노동자들을 치료해 주었거든요. 그랬더니 그분들이 감사의 표시로 아주 완강하게, 엄청 많은 당근을 보내 주셨어요……
네…… 정말 많이요.
아미야는 몸을 돌려 주방에 산처럼 쌓인 당근을 가리켰다.
주방 공간은 한정적이고, 이 당근들을 쌓아 둘 만한 다른 곳도 없어서요.
낭비하지 않으려면, 저희가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해요.
그런 거라면, 아마 창고를 하나 더 비울 수 있을 거야.
어……? 로도스 아일랜드에 빈 창고가 아직 남아 있나요?
이전에 전투 물품을 보관하던 창고가 있어. 지금은 보급 물자를 보관하면 딱 좋을 것 같네.
전쟁도 끝났으니, 모두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을 수 있겠어.
필요하다면 클로저에게 말해서, 엔지니어링부가 이 일을 서둘러 처리하도록 할게.
일단 지금은 미처 다 보관하지 못한 당근들부터 우선 그쪽에 옮겨도 되고. 나도 돕지.
어떻게 선생님께서 직접……
괜…… 괜찮아요, 켈시 선생님! 제게 맡겨주세요. 제가 잘 처리할게요.
그래.
……확실히 신선해 보이는 당근이네.
네……?
이번 겨울은 꽤 추웠는데도 이렇게 튼실한 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야.
네…… 예전엔 겨울이 될 때마다 항상 테레시아 씨가 로도스 아일랜드의 물자 때문에 걱정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그땐 혹여나 근처 마을에서 식량을 조금이라도 사 올 수 있었으면, 그게 가장 큰 희소식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도 많이 늘어났고, 그만큼 구매 루트도 많아져서 예전만큼 힘들지 않으니까요.
테레시아가 정말 많이 노력해 줬지.
아미야, 오퍼레이터들의 식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 자신을 잊어선 안 돼.
……식사 잘 챙겨 먹어.
그리고 언제든지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해도 된다는 걸 기억해, 아미야.
네, 네……!
켈시 선생님, 혹시 시간 되시면 같이 점심 먹어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선택지가 좀 제한적이지만요……
……당근 케이크.
알겠습니다!
아미야 씨…… 방금 왜 켈시 선생님께 말씀 안 드렸어요? 방금 다 먹지 못한다고 말했던 당근들이 사실, 저희가 비축해 놓은 겨울 식량의 거의 전부라는 걸요.
전에 비축했던 기본 물자는 빅토리아에서 거의 소진됐고, 림 빌리턴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직 안정적인 보급라인을 구축하지 못했잖아요.
켈시 선생님은 요즘 너무 고생하시니까…… 굳이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일기예보를 보니, 3일 후에는 눈보라가 조금 약해질 거래요. 그때쯤이면 계곡을 지나 북쪽 도시로 가서 물자를 구매할 수 있을 거예요.
황야는 위험하니까 호송 담당 외근 오퍼레이터들을 더 배치하고, 저는 경로를 계획할게요……
괜찮아요. 겨울은 언젠가 반드시 지나갈 거니까요.
음…… 이것도 안 된다면, 이 버전의 설계를 한 번 다시 봐주겠어? 내가 보장하는데……
클로저.
지금껏 40분 동안, 나한테 로도스 아일랜드 복도 야간 조명 개조 설계안 20가지를 보여줬잖아.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실행 가능성이 없는 거였고.
천천히 모색 중인 거지, 약간의 영감이 조금 필요한 것뿐이야.
이런 일들은 그냥 네가 스스로 결정해도 돼. 굳이 우리가 요양정원 회의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너도 요양정원에서 조용히 40분이나 앉아 있었잖아, 이게 무슨 낭비라는 거야?
……와파린에게 부탁받은 거야?
똑똑하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문제는 네가 정말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거야. 이건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켈시, 이 요양정원이 재건된 이후로 여길 한 번이라도 제대로 둘러본 적은 있어?
난 로도스 아일랜드의 모든 시설을 잘 알고 있어.
아니 아니. 내 말은, 평범한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로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이곳을 제대로 누려보라는 뜻이었어.
긴장을 풀고, 심호흡하고. 주변 식물들의 생명력을 한번 느껴 봐.
내가 장담하건대, 넌 분명 레나가 여기에 새로 심은 식물이 뭔지도 전혀 못 알아챘을걸? 이름이야 당연히 모를 테고.
스타 발레리안, 817년에 가울의 학자 자크가 처음 발견했고, 사황 전쟁 후에 빅토리아로 전해졌지.
현재는 관상용과 약용 가치 덕분에 널리 재배되고 있고, 다양한 수면제의 중요한 재료야.
이런! 네 이력에 식물학자가 있다는 걸 깜빡했네.
신경 써줘서 고마워, 클로저.
급한 일이 없다면, 나는 이제 의료부 보고서를 처리하러 돌아가 볼게.
자, 잠깐! 하다못해 이 차라도 다 마시고 가는 게 어때? 오랜 친구와 애프터눈 티 한잔하는 셈 치고 말이야.
……그럼 이 차만 다 마시고 가지.
쳇, 시간 배분에는 항상 이렇게 인색하다니까……
그러고 보니, 켈시…… 우리가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더라?
12년.
1086년, 로도스 아일랜드 선체의 발굴 작업을 마친 후, 바벨은 우수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했지.
그리고 테레시아는 카즈델에 독학으로 실력을 쌓은 천재 엔지니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소문에 의하면 그 사람은 카즈델 이동도시의 4분의 1에 달하는 오리지늄 회로를 혼자서 배열할 수 있다고 했었지.
바벨에서 너를 찾았을 땐, 넌 세 구역의 전력을 연결해 전기로 구동되는 열기구를 만들고 있더군.
와,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기억한단 말이야? 나이가 들면 연도 같은 숫자에 대한 감각이 그렇게 민감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말이지.
나는 그렇게 건망증이 심하지 않아.
하지만 이 12년 동안, 넌 한 번도 나랑 애프터눈 티를 같이 마신 적이 없다고! 단 한 번도! 친구끼리,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
흥……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겨우 12년밖에 되지 않았던 건가…… 체감은 훨씬 더 길게 느껴지는데 말이지.
그동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났지.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
이 12년이라는 시간은, 네게 한순간처럼 짧은 시간이었어?
사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의 길이는 어떠한 기준을 두고 구분하기 어려워. 그건 오직 상대적인 거니까.
어찌 보면 12년이란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은 그 어떤 걸로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해.
음…… 그렇게 말해도, 난 아직 궁금한걸.
만약 주변의 모든 것이 네게 있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과 같다면, 다른 사람들이 작은 존재처럼 느껴지진 않았을까? 마치 이 온실 속의 식물들처럼 말이야……
다른 대부분 종족에 비해, 뱀파이어의 수명 또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 너는 그런 느낌을 받은 적 있나?
난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니까…… 아마 와파린 나이쯤 되면, 생각이 또 달라질 수 있어.
테라에 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결코 스스로 정원사라고 자처하지 않아.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건 수명과는 아무 상관 없다.
모든 일에 일일이 신경 쓰는 네 모습이, 진짜 잔소리 많은 나이 든 정원사 같다고 해도?
……
음, 주제를 바꿔볼까……
켈시, 로도스 아일랜드를 발굴할 때,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 본 적 있어?
……있어.
단지, 그때 상상했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라.
켈시의 미래 예측이 틀릴 때도 있어?
앗, 기분 나쁘게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단순히 놀란 것뿐이야!
클로저…… 나는 참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 누구도 자신이 미래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 사이클롭스의 오리지늄 아츠조차도 시간 속의 모든 가능성을 다 잡을 수는 없지.
시간은 마치 강과 같아, 떠도는 돛단배에 타고 있는 우리는 물의 흐름과 바람의 방향을 통제할 수도, 물밑의 암초와 소용돌이를 볼 수도 없어.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돛을 꽉 잡아당기는 것뿐이야. 그것만으로도 이미 지칠 대로 지치겠지만.
그게 바로 문제인 거 아니야?
네 비유대로라면, 넌 항상 돛을 꽉 잡고선 단 1초도 놓으려 하지 않잖아.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계속 긴장한 채 있을 수 있겠어? 너무 열심히 하다 보면, 팽팽한 줄도 끊어질 수 있다고.
그 관점에는 동의해.
로도스 아일랜드는 앞으로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할 거야. 아미야와 박사 둘 다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만큼, 누군가는 다른 방식으로 그 부담을 분담해야 하지.
클로저, 그건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하아…… 이것 봐, 지금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있잖아. 마음이 너무 무거운 사람은 눈앞의 삶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방금 내가 너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넌 아마 이 애프터눈 티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못 알아챘을 거야.
이 차…… 안에 뭐가 들어있는데?
겁먹지 마, 그냥 레나가 배합한 안정 효과가 있는 허브차니까. 뭐, 사흘 동안 눈을 붙이지 못한 사람에게는 특히 효과가 좋을 거야.
나는……
후…… 켈시를 쉬게 하는 건 정말 쉽지 않네.
부디 정원에서 편안한 꿈 꾸도록 해, 켈시.
- 오늘은 의료부 검진일이 아닌 줄 알았는데.
확실히 아니다. 단지 내가 네 건강 상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을 뿐이야.
전장의 환경은 너에게 특히 더 위험해. 네 건강 상태는 지금 훨씬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손에 있는 도구만으로도 이번 건강 검진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박사, 쓸데없는 불평하지 마. 이러는 편이 우리 둘 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말이야.
- 와파린이 너를 의료부에서 쫓아냈다던데?
- 와파린은 너를 푹 쉬게 하고 싶었을 텐데.
그저 몇몇 객관적인 이유로, 오늘 의료부 업무를 잠시 중단하기로 선택한 것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시간을 낭비하겠다는 건 아니야.
와파린은 불필요한 걱정을 하고 있어. 박사, 너도 이미 와파린의 성격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테지.
와파린은 대부분 상황에서 보이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굴진 않아. 그녀의 행동 수칙은 의사의 책임감에서 비롯되지. 그 점이 와파린을 조금 경직되게 하지만 말이야.
- 하지만, 네가 모두를 걱정시키고 있는 건 사실이야.
- 의사도 자신의 건강을 신경 써야 해.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는 내 문제를 처리할 충분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필요한 순간이 오기 전까지 난 절대 쓰러지지 않을 거야.
난 네가 상상하는 것만큼 약하지 않아. 따지자면 박사, 네 몸 상태를 더 주의해야 해…… 네 신체 지표 몇 가지가 조금 불안정하단 말이지.
생활 패턴의 문제인가?
- 오리지늄에 대해 몇 가지 연구했어.
- 나도 조금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 말이야.
진전은 어때? 아니면, 벽에 부딪힌 건가?
- 아마 곧 네게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
- 과거의 지식이 떠오르질 않아서 짜증이 나.
네가 이런 시도를 계속해 줘서 정말 기쁘군.
로도스 아일랜드의 의료 연구 성과는 상당 부분을 네 과거 연구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이 대지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주기를, 나도 기대하고 있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모든 것이 전적으로 너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라는 거야.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나도 네 성과가 현재의 국면을 전환해 주길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성급하게 군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과거의 경험이 증명하듯, 넌 노력을 통해 점차 예전의 지식을 되찾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해.
네가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성과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
어쨌든, 네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길 바랄게.
로도스 아일랜드는 앞으로도 네 힘이 필요할 거야.
- 난 이미 최선을 다해 몸을 단련하고 있어.
- 그래서, 의사의 지시는 뭐지?
가능한 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네 면역 체계에 좋을 거야. 물론 네게 그런 생활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말이야.
……가서 일 보도록 해. 네 몸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뿐만 아니라, 네 건강과 안전에 대해서도 내가 책임질 테니까.
- 나 같은 환자 때문에 골치가 좀 아프지?
- 켈시, 나에게 너 같은 의사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그 표현은 적절하지 않군.
{@nickname} 박사, 너는 특별한 존재야. 특별한 사명을 짊어지고 있지.
나는 네가 제시한 그 비전을 믿고 있고, 앞으로도 너의 도움이 되어 줄 거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야.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 굳이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나는 내가 한 맹세를 절대 저버리지 않을 거야. 게다가 지금의 난 계속해서 모두를 지켜야만 하는 더 많은 이유가 생겼으니까.
적어도 너의 안전을 지키는 것에 관해서 만큼은, 나를 믿어도 돼.
- 켈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 왜 의사가 되기로 선택한 거야?
광석병은 지금 이 대지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생명이 고통받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인 건 분명해.
광석병을 치료하겠다는 선택에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 것 같진 않아.
- 의사가 되기 전에, 네게는 다른 책임이 있었겠지?
- 로도스 아일랜드의 켈시가 되기 전에, 네게는 다른 신분이 있었을 거야.
……
이건 내가 계속해 온 일이 아니라, 하나뿐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내가 시도한 수많은 수단 중 하나일 뿐이야.
그리고 나중에야 깨달은 거지만, 이 또한 내가 이 대지를 이해하는 수많은 방식 중 하나더군.
나는 더 이상 순수한 목적성만 가지고 이 대지의 모든 것을 바라보지 않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 이 대지는 폭력보다 치유를 더 필요로 한다는 걸 보게 되었어.
폭력에 비해, 치유는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한 수단이야. 왜냐하면, 치유는 신뢰 위에서만 세워질 수 있으니까.
그건 내가 일찍이 시도해 보지 않았던 수단이었어. 그래서 조급하더라도 하는 수 없이 멈추고 나서 다시 생각한 후에 답을 찾아내야 했지.
마치 예전에 누군가 내게 말했던 것처럼…… 비록 많은 시간을 소비했지만 말이야.
- 그건 아주 긴 시간이었어?
아마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거야.
시간의 척도는 상대적이지. 의사로서 경험한 200년의 세월은, 내가 잃고 얻은 것들 때문인지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더군.
나는 전에 없던 가능성을 보았고,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것들을 갖게 되었어.
- 지금의 로도스 아일랜드?
- 지금 함께하는 동료?
- 우리가 손에 넣은 기회들?
……
네가 말한 것들 모두 맞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최초의 사명이 나를 지금까지 버티게 했다. 그리고 나는, 과거의 내 인식을 한참 뛰어넘는 것들을 얻었지.
- 단지 하나의 '사명' 때문이야?
- 그건 분명 중요한 사명이겠지.
- 그건 분명 어려운 사명이겠지.
- 그건 분명 포기할 수 없는 사명이겠지.
맞아.
비록 그 의미를 네게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켈시'라는 개체는 그것을 위해 존재한다는 거야.
그래서 그 어떤 경우에도, 내게 포기라는 선택지는 없었어.
……나에게 사명을 준 그 사람에게 감사할 거야.
-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기쁘군.
- 난 너와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영영 없을 줄 알았거든.
- 이것도 진료의 일환인 건가?
적어도 그건 신뢰 위에 세워져 있긴 하지.
- 오늘도 정말 긴 하루였네.
……
- 웃은 거야?
……정말 긴 하루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