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후
근위국의 초청을 수락하기로 한 호시구마는 세 동생과 함께 '흥겹게' 보내려 했지만, 세 사람 모두 오니 누님이 근위국에 들어가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등장 오퍼레이터: 호시구마
동씨, 우리 왔어.
왔구나. 늘 먹던 대로?
늘 먹던 대로. 마라 두 개, 카레 하나, 맑은 국물 하나.
역시 동씨네 어묵이라니까……
넌 왜 동씨라고 부르는 거야? 어린 놈들은 동씨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그냥 말 나오는 대로 부른 것뿐이에요.
평소에 널 바보 다이타우라고 불렀다고 해서, 설마 진짜 바보처럼 함부로 말해도 된다고 생각해?
아삼, 너 오늘 왜 그래?
아니, 난 그냥 저 다이타우의 그 바보 같은 점이 마음에 안 들어서……
쟤가 바보면 좀 어때서? 오니 누님이 그걸로 뭐라 하시든? 대체 너 지금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리 센척하는 거야?
아샹! 제가 바보긴 바보니까, 뭐 괜찮아요. 이제 둘 다 그만 싸우세요.
오니 누님, 누님도 한마디 해주세요.
너희들, 좀 굶었다고 입에서 좋은 말이 안 나오는 것 같은데.
아삼, 다이타우한테 사과해.
……미안하다, 내가 성질이 너무 급해서 그만.
그리고 아샹, 너도 아삼한테 사과해.
……
아샹!
빈정대서 미안하다.
이제 끝난 거야.
……
다른 얘기나 해요. 그나저나 오니 누님이 그저께 '결일문'을 처리하고 나서, 걔네 부하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
린 씨가 계획이 있는 것 같길래 더 묻지는 않았어. 걔네한테 앞으로 숨죽인 채 사람답게 살라고만 하려는 것 같은데, 걔네에겐 후한 처사지.
그랬군요.
그런데 오니 누님.
응? 또 무슨 일 있어?
사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었는데요……
……
바보 다이타우는 입도 멍청하네. 내가 말할게. 오니 누님, 오늘 우리가…… 이거……
……
너희들, 하나같이 정말.
오니 누님, 제가 대신 말할게요. 오늘 누님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이야기할 거니까, 그럼 같이 한번 즐겁게 보자고 결정한 거잖아요.
사실 진작부터 누님한테 묻고 싶었는데, 앞으로는 이런 기회가 더 없을 것 같아서요, 도대체 왜, 누님이……
누님이 떠나야……
비켜, 비켜, 어묵 나왔어.
다운타운 해충을 제거해 준 값이라고 생각해. 한 사람당 무 하나씩, 호시구마는 파울비스트 날개를 하나 따로 더 넣었어.
고마워.
……
휴, 너희들에게 뭔가 걱정거리가 있는 건 알겠는데, 평소엔 나한테 번지르르하게 말하는 법을 알려주느니 하며 그렇게 사탕발림을 잘하면서, 지금은 또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
……고마워요, 동씨 아저씨.
됐다, 됐어.
네가 갑자기 애들한테 그렇게 큰 일을 말하니까, 애들이 당장은 못 받아들이고 있는 거지 뭐.
소스는 탁자에 다 놓여 있으니 알아서 넣어 먹어라. 난 이만 배달하러 가야겠다.
알겠어.
'그렇게 큰 일'이라는 게 대체 뭘 말하는 거예요? 분명 오니 누님이 우리한테 말해준 건 출발 전이었는데, 동씨 아저씨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너도 참, 몇 년 동안 조직에서 아주 허송세월을 보냈구나.
동씨 아저씨가 지금 왜 한쪽 다리를 저는 건데! 그 누구를 도와서 대신 막아주다가 그런 거잖아!
그 누구요? 린 선생님?
진짜 답답하네! 린 선생님은 너도 입에 올리는데, 나라고 말 못 하겠냐? 말하면 안 되는 그 사람 있잖아, 누구겠어?
그 웨이……?!
에휴, 그나마 성까지만 말하고 멈췄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미, 미안합니다. 잘못했어요.
동씨 아저씨와 린 선생님은 지금도 여전히 서로 마음이 잘 맞는 오래된 사이지만, 둘 다 예전에 그 누군가를 위해 일했었지.
어쩐지 요즘 린 선생님이 오니 누님에게 무서운 일만 시키더라고요. 처음엔 '우시오', 그다음은 '상문전', 그리고 오늘 '결일문'까지……
식탁은 다시 조용해졌다.
다이타우, 네 그 주둥이 좀!
……
됐다 됐어.
오니 누님, 극동 사람들은 밤새 온 거리에 있는 가게들을 모두 돌며 음식 먹는 걸 좋아한다고 했었죠? 저희도 어묵은 이제 거의 다 먹었으니, 이만 다른 데로 옮기는 건 어떠세요?
좋아.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헤어질 순 없지.
술도 좀 마셔야 흥이 날 것 같은데요!
그렇고 말고……
그만, 넌 오늘 밤에는 한마디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더 이상 분위기 깨지 않도록 말이야.
하하……
이 바보 다이타우는 정말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니까. 오니 누님, 난 쟤가 아직도 누님을 포르테로 생각하는 것 같다니까요.
이건 진짜 헛소리죠. 오니 누님이 극동에서 온 오니라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다고요.
그리고?
음……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오니 누님이 용문에 온 지는 몇 년 됐어. 우리 같은 못난 놈들을 일깨워주기 전에는, 오니 누님은 양의회 소속이었지.
양의회? 그 악명 높은 양의회요?!
그럼 뭐 다른 양의회가 있겠냐. 오니 누님은 비록 양의회에 몸담고 있긴 했지만 세상을 아주 올바르게 살아 나갔고, 그래서 당시 많은 사람이 오니 누님을 따랐지. 린 선생님도 그때 오니 누님을 눈여겨본 거고.
다 지난 일이야, 그만 이야기하자. 내가 너무 눈에 띄다 보니, 양의회가……
그게 어떻게 누님 잘못이에요? 린 선생님이 누님 손을 빌렸던 거잖아요? 딱히 누님이 아니었어도, 린 선생님은 기어코 다른 사람을 찾았을 거라고요.
오히려 오니 누님 덕분에 양의회 인원 절반 가까이나 정리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암흑가에서 누가 그 일로 누님에게 뭐라 한마디 하던가요?
……
내가 다 화가 난다니까요.
린 선생님이 오니 누님을 사용해서, 양의회랑 팔괘파를 평정했잖아요. 암흑가에 규칙을 세운 건 둘째치더라도, 적어도 그 이후로 용문에 다시 큰 세력을 일으킨 파벌은 존재하지 않게 됐죠.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잔당들이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하니까, 린 선생님이 또 누님을 사용한 거고요.
결과는…… 후우……
됐어, 더 이상 말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자!
어라? 뭐 하는 겁니까?
오니 누님! 누군가……
으윽!
왜, 신고라도 하려고? 리보팟, 사는 게 아주 지겨워 졌나보지?
호시구마가 급히 일어났다.
아팟?!
커헉…… 전 괜찮아요. 오니 누님이 여기 계시는 한, 저 녀석도 함부로 못 나댈 거예요.
이름을 말해, 혹시라도 나중에 내가 널 찾지 못하면 안 될 테니까 말이야.
굳이 내가 어느 조직인지 물을 필요는 없어. 내가 온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거든. 네가 요즘 제법 큰 일을 해냈다고 해서, 특별히 축하해주러 온 거니까 말이야.
남자가 맥주병 바닥을 탁자에 내려찍었고, 쨍그랑 소리와 함께 병이 깨졌다. 깨진 유리 조각들이 조명을 반사해 위험한 빛을 띠었다.
고작 깨진 맥주병 하나로 해보려고?
깨진 맥주병? 이 안에 든 걸 얕보고 있나 본데.
남자는 손을 병 안으로 넣어 편지를 꺼냈고, 손이 긁혀서 선혈이 낭자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빨리, 빨리 경찰에 신고해!
방금 신고한다고 말한 게 누구지?
……
억양을 보아하니, 용문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모르는 걸 탓할 수도 없으니, 어디 마음껏 전화해 봐. 언제부터 짭새들이 우리 다운타운을 관리할 수 있었다고.
그리고 네가 신고했는데, 짭새들이 허탕이라도 치게 되면, 과연 그놈들이 누굴 향해 화풀이할 거 같아?
그, 그런……
다음엔 여행 계획이나 제대로 세우라고, 이런 빈민가엔 얼씬도 말고, 알겠냐?
어서 꺼져버려!
관광객은 황급히 술집을 빠져나갔다.
흉악한 남자는 다시 호시구마 일행을 향해 돌아섰다.
본론으로 돌아가지, '오니 누님'. 오늘부터 당신은 용문에 있는 모든 조직의 공적이야.
오니 누님이 죽인 놈들은 다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너희랑 싸우던 조직의 두목들이잖아. 오니 누님께 감사해하지 못할망정, 도리어 오니 누님을 적으로 돌리겠다고?!
흥, 그녀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우리가 모를 줄 아나?
오늘 린 씨 늙은이가 '결일문'을 처리하라고 하면, 네 누님은 '결일문'을 처리하겠지. 그런데 만약 린 씨 늙은이가 내일은 우리 형님 차례라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겠나?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조직과 관련이 없다면 지금부터 우리의 증인이 되어주고, 조직과 관련이 있다면 내 말을 기억해라……
이 자는 앞으로 영원히 우리 용문 다운타운의 배신자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오니 누님이 대체 누구를 배신했다는 건데?!
이미 용문근위국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짭새가 되기로 했잖아?
사람 죽이는 데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사악한 오니가, 여러 조직의 거물들을 연속으로 처리했지. 짭새에게 항복하러 가려고 말이야, 안 그래?
아주 소설을 쓰고 있구만……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그렇다면 네 누님은 왜 부정하지 않는 거지?
……
방금 너희의 그 암담한 모습을 보아하니, 너희 셋도 모르겠다는 얼굴이던데. 착한 '오니 누님'이 대체 왜 짭새가 됐을까?
만약 너희 셋이 계속 암흑가에 있고 싶거든, 하루라도 빨리 이 사악한 오니와 선을 긋는게 좋을 거야. 우리가 저 녀석을 못 이기는 건 맞지만, 아무리 쟤라도 해도 24시간 내내 너희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거 같아?
네 이간질 따윈 소용없어……
라이감삼, 네 집 어머니는 안녕하시고?
너?!
그만, 쟤네들까지 건들 필요는 없을 텐데.
혼자 했으니 혼자 책임지겠다? '오니 누님'은 여전히 의리 있으시군. 하지만 린 씨 늙은이가 제 손에 쥐어진 검이 이렇게나 의리가 있는 걸 과연 좋아할까 모르겠네?
……린 씨랑은 상관없어, 이건 내 일이야.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잘 들어. 누구든 어떠한 이유라도, 여기 내 사람들 또는 그들의 친척과 친구를 건드리면……
나와 반야가 함께 그놈을 세상 끝까지 쫓아가 완전히 부숴버릴 거다.
……흥.
어쨌든 말은 전했으니, 내 일도 끝났군. 그럼 이만!
오니 누님, 저 망할 놈의 헛소리는 듣지 마요. 뭐 좀 마시겠어요?
아팟……
더 이상 폐를 끼칠 순 없지. 이만 계산하고 우리는 다른 데 가서 마실게.
다운타운에 단 한 곳도 우릴 받아주는 가게가 없다니……
됐어, 편의점에서 술도 사 왔고, 더는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않을 테니 어디서든 마시면 되지 뭐. 시원한 곳이나 찾아가자……
시원한 곳이요? 전 근위국 옥상이 제일 시원하던데.
다이타우, 제발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전 꼭 말해야겠어요.
도대체 린 선생님은 무슨 생각으로, 오니 누님을 근위국에 보내 짭새를 시키는 건데요?!
……
아까 맥주병 든 놈은 분명히 죽일 놈이 맞긴 하지만…… 그렇지만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이해가 안 된다고요! 아삼, 아샹은 이해가 돼요? 오니 누님, 누님은 이해가 돼요?
맞아요, 전 바보 다이타우죠. 그러니 똑똑한 사람들이 저한테 말해줘 봐요. 이 일이랑 린 씨 그리고 그 웨이 머시기랑, 도대체 그 사람들 다 무슨 속셈인 건데요?
내가 처음부터 말했잖아, 그저 내가 웨이 장관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뿐이야.
아무렴 받아들여야죠! 오니 누님, 비꼬아서 말한 거 아니라, 전 진심으로 말한 거예요. 이런 제안을 누님이 안 받을 순 없으셨겠죠!
방금 일이 터지고 나니, 이젠 저라도 알겠는걸요. 오니 누님은 지금 온 조직의 눈엣가시이고, 다들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 가시를 뽑아내려 할 거예요.
근데 그럼 이럴 때 그 린 씨는 어떻게 해야 했었죠? 당연히 누님을 지켰어야죠! 근데 그 사람이 한 건 뭐였어요? 누님을 짭새가 되라고 보낸 거라고요!
누님이 그 사람을 또다시 거절했다간, 앞으로 어떻게 용문에서 지낼 수 있겠어요? 그러니 누님이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고요!
오니 누님, 짭새가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요?
걔네 눈에 우리는 사람도 아니에요. 우릴 사람으로 보기는커녕, 우리 머리 위에서 지들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요.
오니 누님, 솔직히 나도 이해가 안 돼요. 조직에 속했던 사람이 근위국에 들어갔다고, 좋은 꼴을 보겠어요?
내 생각에는, 늙은…… 린 선생님은 남은 조직들에게 알랑방귀나 뀐 거예요. 누님을 근위국에 집어넣고선 모든 사람 앞에서 누님을 웃음거리로 만든 거라고요. 나중에 다시 천천히 나머지 사람들을 쥐고 흔들기 위해서요.
아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삼이 벌떡 일어섰다.
아삼, 뭐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 지금 근위국에 좀 가봐야겠어요.
시간이 많이 늦어서, 근위국은 이미 문 닫았을 텐데.
상관없어요. 문을 안 열면, 옥상까지 기어 올라갈 거니까요.
그 나쁜 짭새들은 지금까지 우리 머리 위에서 으스댔잖아요? 오늘 밤엔 우리가 그놈들 머리 위에 서야겠어요.
세 사람은 술병을 들고 근위국 방향으로 뛰어갔다.
호시구마은 그들을 막을 수 있었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어쩌면, 그녀는 애초에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 주는 그들을 막을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오니 누님이 근위국에 들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지, 오니 누님이 떠난 뒤 자신들이 어떻게 될지를 걱정한 게 아니었으니까.
하……하……우리가…… 들어 온 건가?
옥상을 뭔가가 막고 있는 바람에, 꼭대기 층 창고로 들어오는 수밖에 없네요.
근위국 옥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에 낡고 부서져 있을 줄이야,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오니 누님…… 이렇게 우리랑 같이 여길 와도 정말 괜찮아요? 곧 여기서 근무하기 시작할 텐데, 만약 누님 상관이 우리랑 여기 와서 소동 부린 걸 알기라도 하면……
뭘 걱정해. 하늘이 무너져봤자, 난 키도 크고 뿔도 있으니, 구멍이나 하나 뚫으면 돼.
하하! 하하……
하……
후.
오니 누님, 저는 너무 걱정돼요. 누님 성격에, 근위국 들어가서 일 년 정도 지내다 보면, 그들에게 쥐락펴락 휘둘리고 있을까 봐……
오니 누님이 그럴 리 없어. 설령 그런 날이 온다 해도, 그땐 그냥 우리한테 돌아오면 돼.
아샹은 고개를 젖히고 술을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오니 누님이 없는 동안만 일단 버텨보자. 난 오니 누님이 그 자식들 성질을 계속 받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그러지 마.
……오니 누님?
내가 근위국에 들어가는 건 린 씨의 뜻이 아니라, 웨이 장관님의 뜻이야. 웨이 장관님이 린 씨의 뒷수습을 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
아까 분명 동씨 아저씨랑 린 선생님이 그 사람의 유능한 부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내가 사고라도 나면, 오니 누님은 나 안 도와줄 건가요?
후, 너도 참!
이거 좀 볼래?
이거 아까 그 자식이 술병에서 꺼냈던 찢어진 종이 쪼가리 아니에요? 거기 뭐 볼 게 있나요?
적힌 서명을 봐.
동장파, 쇠닻파, 연흥회…… 시유파, 백작파…… 차슈파?
이건 대체 누가 지은 이름이에요? 혹시 엄마한테 얼빠지게 혼나고 나서, 자기 조직 이름을 '차슈파'라고 한 건가요?
그 괴상한 이름들은 전부 최근에 생긴 신흥 조직들이야. 린 씨의 위세에 눌려서, '양의'나 '팔괘'처럼 거창한 이름을 감히 못 쓰는 거지.
그게 아니면 너는 왜 걔네가 오늘 와서 힘을 과시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린 선생님 몰래 우리를 치려 했다면, 굳이 고생해 가면서 맥주병으로 손을 베는 쇼를 했겠어?
용문은 나아질 거야. 난 그렇게 믿고 싶어.
내가 처음 용문에 왔을 때랑 비교해 보면, 지금은 이미 여러 가지가 변했고,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야.
오니 누님, 누님 말이 사실이라면, 그냥 잠시 몸을 피했다가 린 선생님이 이 조직들을 다 제압하고 나서 그때 돌아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
누님보고 꼭 짭새가 되라고 하는 게, 혹시 누님이 예전에 극동에서 짭새였던 것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받아들이고요.
아니, 거기서 내가 했던 일은…… 용문에 비하면 훨씬 더 엉망이었어.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고향을 떠나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결국, 그 사람들은 누님이 잘되는 꼴을 보기 싫은 거네요.
……
'차슈파'라는 이름에 잠시 풀렸던 창고 안의 분위기가, 모두의 침묵과 함께 다시 무거워졌다.
동생들은 병을 하나씩 끌어안고 스스로 술을 따라 마셨고, 눈시울이 점점 붉어져 갔다.
어차피 용문이 더 나아져도, 우리 상황만은 그리 나아지지 않을 거예요.
아샹……
오니 누님, 예전에 극동에서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 누님은 말해 준 적 없으니 나도 묻지 않을게요. 난 딱 용문에 대해서만 말할게요.
누님은 양의회에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린 씨가 양의회를 박살 내고 누님을 외톨이로 만들었잖아요!
그러다 우리를 만나서, 누님께서 우리를 이끌어주고, 조금이나마 사람답게 살게 해줬죠……
우린 누님이 우리를 가족처럼 생각해 주길 바랐어요. 또, 누님이 출세하고, 이름을 떨치길 바랐다고요. 왜냐하면 누님은 그럴 능력도, 자격도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억지로 누님 등을 떠밀고는 짭새들 성질이나 받아주라고 하다니…… 도대체 걔네가 무슨 권리로 그러는 거죠?!
오니 누님, 아까 용문이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는 그 말, 진심으로 믿는 거예요, 아니면 단지 그렇게 믿고 싶은 것뿐이에요? 만약 그저 믿고 싶은 거라면, 저는…… 전……
짭새가 되려거든, 누님은 절 먼저 죽여야 할 거예요!
아삼……
아삼은 성큼성큼 옥상으로 걸어가더니 허술하게 잠겨 있는 문을 몸으로 들이받아 열었다. 찬 밤바람이 창고로 들어와 코를 찌르는 퀴퀴한 곰팡내를 퍼뜨렸다.
아삼!
아삼, 너 취했어. 내려와, 우리 그만 집에 가자.
집이요? 저야 할아버지 앞에서 머리 숙여 잘못했다고 빌면, 아직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겠죠. 그런데 오니 누님은요? 정말 그 권력가들 말을 믿으려는 거예요?
그 사람들을 믿어선 안 돼요, 누님. 그놈들은 그저 권력을 쥐고 우리를 그냥 부품처럼 갖고 주무를 뿐이에요! 한 번도 우리를 안중에 둔 적조차 없다고요!
……
아삼, 너 방금 나한테 진짜 믿는지 아니면 그냥 믿고 싶은 건지 물었지? 네 말이 맞아. 용문이 정말 나아질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어. 하지만 그래도 난 믿어야 해. 반드시 믿어야만 해.
왜죠?
내가 너희를 처음 만났을 때, 너희가 나에게 복수하려는 놈들이 파놓은 미끼인지, 혹은 사주를 받은 암살자인지를 먼저 의심해야 했을까?
애초에 난 원래 내 집을 풍비박산 낸 오니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용문에 온 거라고. 처음엔 여기에 적응할 자신도 없어서 그냥 혼자 외롭게 지내려 했어.
그런데 양의회의 그 의리 있는 형제들이 나를 고층빌딩과 골목길로 데려가고, 차슈, 러우소이와 카레 어묵을 먹여 주더라.
예전에 나는 용문 사투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었는데, 너희가 옆에서 발음을 하나하나 교정해 줬잖아.
심지어 린 씨도, 등 뒤에서 내게 칼을 꽂은 적은 없었어.
나는 그를 믿어야 해. 안 그러면……
아샹은 순간 오싹했다. 호시구마가 차마 말하지 않은 뒷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누님이 반년도 안되어 용문근위국을 떠난 다음, 두 번 다시 용문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질 거라는 미래에, 내기라도 걸까요?
안 해.
차마 못 하겠죠?
난 이미 내기를 하고 있어.
용문이 누님을 잘 대해줄 거란 내기를 하고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내기에서 지게 되면 그 결과가 얼마나 끔찍할지 아니까, 누님이 내기에서 지는 모습을 보게 될까 봐 두려운 거예요.
나는 세상에 무서울 거 하나 없는 오니 누님이, 요즘 우리한테 말 잘하는 법을 배운 오니 누님이…… 또다시 등에 제대로 칼을 맞고, 낭패를 볼까 봐 겁이 나요.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번엔 누님이 그 잘 처먹어서 뒤룩뒤룩 살찐 놈들이랑 절대 내기를 못 하게 할 거예요!
오니 누님, 그냥 제가 아무리 용을 써도 결국 분노를 삭이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 줘요.
아삼,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아삼은 발뒤꿈치가 공중에 떠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는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술기운에 힘입어 마음을 굳게 먹곤, 온몸을 뒤로 젖혔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목덜미를 세게 잡아당기곤, 강하게 뺨을 한 대 때렸다.
미쳤어?!
중력이 사라지는 느낌에 조금 남아있던 술기운마저 한순간에 깨끗이 날아가 버렸다.
저……
그만 닥치고, 당장 내려가! 오늘은 너희 셋이 돌아가는 걸 직접 끝까지 지켜봐야겠어!
증명서류, 노트북, 등록용 사진과 서류…… 모두 챙겼군.
오니 누님…… 아니, 호시구마 경관님!
아삼?!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설마 또 위로 올라가려는 건 아니겠지……
오니 누님,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어제는 술이 많이 취했었잖아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확실히 제가 잘못했더라고요.
그럼 여긴 대체 왜 온 거냐?
그쪽이 추천으로 입사한 호시구마 씨 맞나요?
맞아요.
뒤에 있는 저 사람들은요? 저 사람들도 함께 입사하는 건가요?
쟤들은……
보고합니다. 우리는 오늘 호시구마 경관님이 출근길에 잡은 세 명의 조직원입니다!
호시구마 경관님이 한 방에 우리 셋을 다 제압했어요. 첫 출근날부터 나쁜 놈을 세 명이나 잡다니, 능력이 정말 대단하시죠……
?!
(작은 목소리로) 바보 다이타우, 너처럼 그렇게 다른 사람 공을 자랑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풉, 셋 다 그냥 돌아가서 자기 할 일이나 해라.
우린 진짜 조직원이에요. 돈도 꽤 지니고 있고! 만약 우리를 잡으면 근위국은 수익도 내고 공도 세울 수 있을 거예요……
웨이 장관님께서 이제 막 집행 규율을 바로잡기 시작하셨는데, 너희 혹시 여기까지 와서 날 욕 먹이려고 하는 거냐?
이미 눈치를 다 채셨는데도, 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지 않으시나요?
뭐라고?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라고? 이제야 알겠다, 나를 낚으려는 거구나. 내가 한 대 때리면, 곧장 근위국으로 신고서를 보내서, 날 잘리게 할 생각이지, 응?
엥?
보아하니 너희 셋 다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인데, 그러면 이렇게 하죠, 호시구마 씨.
저요?
당신이 제게 “이 세 놈들이 저를 괴롭혔어요.”라고 말하기만 하면, 이 셋을 집어넣어 며칠 반성하게 만들 수 있는 합당한 명분이 생길 텐데, 어떻게 생각해요?
아샹과 다이타우가 재빠르게 도망쳤다.
아삼도 뒤돌아섰지만, 달아나기 전에 호시구마를 바라보았다.
호시구마도 그를 보고 있었다.
지금 네가 보기엔 내가 그 내기에서 이길 것 같아? 질 것 같아?
……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님이 이길 거라 감히 기대하고 있을게요, 오니 누님.
믿어줘서 고마워.
하지만…… 만일, 내가 말하는 건 만일이에요……
혹시나 누님이 결국 지게 된다면, 우리를 잊지 말아요. 우리는 항상 누님이 돌아오길 기다릴 테니까요, 알겠죠?
…… 그래, 잊지 않을게.
근위국 정문 앞 장식은 소박하지만 매우 눈이 부셨다. 눈이 얼마나 부신지, 하마터면 아삼의 두 눈에서 눈물이 나올 뻔했을 정도였다.
아삼은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어 양손으로 얼굴을 막 문질렀고, 호시구마 쪽으로 가볍게 허리를 숙인 뒤, 다른 두 사람을 따라 다운타운으로 달려갔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혹시 당신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온 건가요?
……
이런 망나니 놈들을 상대할 땐, 체면 따위 신경 쓸 필요가 없더라고요……
쟤들은 저의 형제니까요.
네?
그럼……
맞아요.
재들은 제 형제예요.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