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희망을 품은 자

희망을 품은 자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루실라는 심해 신도와의 접촉으로 인해 해양 순찰대의 철저한 감시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 후에 취한 행동은,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루실라


해양 순찰대 대장

모두 주목, 루실라는 현재 심해 신도의 탈출을 돕고 있다.

해양 순찰대 대장

루실라를 새로운 용의자로 간주하고 추적한다.

해양 순찰대 대장

루실라의 행동은…… 에기르를 배신할 의도가 있다 보기에 충분하다.


12시간 전, 해양 순찰대 사무실

루실라

안냐가 화산 에너지 스테이션을 점령한 시본을 도시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했다고? 풉, 안냐가 심해 신도라니, 무슨 그런 질 나쁜 농담을.

해양 순찰대 대장

이곳은 농담하는 곳이 아니다. 도난당한 시본 유도 페로몬, 출항 시간 등 모든 단서가 안냐와 안냐의 멘토를 가리키고 있지. 그러니 조사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

루실라

애초에 우리 도시는 시본을 피하기 위해 이동을 시작한 거 아니었어? 안냐가 우리를 따라잡지 못한 시본을 다시 도시로 불러들인다고? 하, 안냐가 그럴 이유가 대체 어딨는데?

루실라

안냐는 지금 어떻게 됐어? 어딨는 거야?

해양 순찰대 대장

안냐의 생명 징후는 사건 발생 당시 사라졌다.

루실라

안냐가…… 죽었다고?


투명한 돔의 층 사이에 앉아 조용히 돔 밖의 풍경을 감상할 때면, 마치 자신은 바다 한가운데서 떠있고 투명한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안냐

후…… 조금 어지럽네.

루실라

신경안정제 좀 먹을래? 고소공포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특별히 널 위해 준비한 거야. 쓴 게 싫으면 이것도 있는데——

루실라가 주머니에서 화려하게 감미료를 '바꿔' 꺼내자, 안냐는 웃었다.

루실라

오늘 아침에 네 생물 탐사 장치가 또 시본 때문에 파괴되었다는 말을 들어서, 일이 마무리되면 네가 올 거라고 예상했지.

안냐

응. 재설치하러 갔을 때, 시본 몇 마리와 마주쳤어.

루실라

또…… 이번엔 얼마나 가까웠는데?

안냐

……

루실라

최근 반년 동안, 점점 더 자주 오는 거 아니야? 너, 여기 올 때마다 항상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안냐

……

루실라

잠들었어?

루실라가 돌아보았다. 안냐는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조용히 돔 밖의 맑은 바다를 감상하고 있었다.

루실라

안냐…… 말해줘, 바다 밖이 정말 그렇게나 무서워?

루실라

난…… 난 매일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지만, 여태껏 그것들을 본 적은 없거든.

루실라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저 끊임없이 출항하는 군대와, 매일 바다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너와 네 멘토뿐이야.

루실라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 최전선의 전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내가 돔에서 보는 평화는 대체 어떻게 얻어진 것일까……

안냐가 작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말하자, 루실라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루실라는 해양 순찰대 사무실에서 나설 때까지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막막한 심정으로 안냐에게 계속 연락했지만, 대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루실라

이건……?!

루실라,




너도 분명 해양 순찰대의 조사를 받았겠지, 그리고 네게, 안냐가 에너지 스테이션의 시본을 유도해서, 후퇴 중인 우리 도시를 추격하게 만들었다고 했겠지.


안냐가 죽은 진짜 이유에 대해서, 내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지.

부디 안냐를 생각해서라도, 메시지를 확인하는 즉시 나를 만나러 와라.


넌 친구로서 그냥 지나치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




파푸스

루실라

(안냐의 멘토…… 사건 발생 당일 그녀와 함께 있었던 사람!)


루실라

후우…… 후우……

루실라

이제 해양 순찰대 녀석들은 따돌린 걸까?

파푸스

쿨럭…… 이제는 놈들의 제복이 더 이상 안 보이는군……

파푸스

너 진짜…… 내가 말했듯이 놈들은 날 쫓고 있는 거다, 넌 대체 왜 도망친 거냐…… 해양 순찰대가 널 공범으로 취급하는 게 두렵지도 않나?

루실라

난 진실을 알아야 해, 그때까진 그 누구도 당신을 붙잡게 둘 수 없어.

루실라

말해줘, 안냐는 정말 이미……?

파푸스

맞아. 희생당했지.

루실라

……

루실라

함께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안냐가 갑자기 약속을 어겼었어, 당신과 함께 출항하기 위해서 말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당신이 해양 순찰대에 쫓기는 게 관련이 있는 거야?

파푸스

놈들은 날 심해 신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지.

루실라

사실이 맞아?

파푸스

난 그 호칭을 좋아하지 않는다. 난 어떤 교리도 믿지 않고, 오직 내가 믿는 것을 믿을 뿐.

루실라

…… 어쨌든 '맞다'는 거네. 그럼, 안냐……는?

파푸스

안냐는…… 학문뿐만 아니라, 시본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내가 가르친 이들 중 최고의 학생이었다. 안냐가 네게 아무런 것도 말해주지 않았나?

루실라

……

해양 순찰대 대장

놈들은 아직 도망치지 않았다. 거리를 유지하고, 우리가 추적을 포기했다고 생각하게 만들도록.

해양 순찰대 대원

파푸스가 접촉한 그 여성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기술원 시설관리소의 돔 유지관리원 루실라입니다.

해양 순찰대 대장

알고 있는 녀석이야. 방금 조사해 봤는데, 차라리 자신이 타락할지언정 안냐가 그럴 리는 없다고 했다더군.

해양 순찰대 대장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메라를 수거해서, 놈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확인해 봐.

루실라

거짓말이지. 내게 진실을 말해준다고 해놓고, 당신도 해양 순찰대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잖아.

루실라

“안냐가 심해 신도고, 시본을 유도해 이 도시를 추격하게 만들었다.”라니. 그 애의 죽음은 뜻밖의 사고가 아니라, 당연한 업보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루실라

녀석들이랑 뭐가 다른데? 이게 무슨 진실이라는 거야?

파푸스

루실라, 냉정해져야 해. 큰 소리 내지 마.

루실라

난 지금 충분히 냉정해. 이렇게 터무니없는 일이 터지는 와중엔 내가 제일 냉정하다고!

파푸스

내가 널 찾아온 건, 안냐의 진정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파푸스

내가 암초 속에 숨겨놓은 안냐의 시신을 네가 도시 안으로 운반해줬으면 한다. 시신을 보면, 너도 모든 걸 알게 될 거야.

루실라

안냐의…… 시신?


파푸스

좋아, 여기서 이야기하는 게 더 안전하겠군.

파푸스

루실라, 단짝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시신'이라 불리게 되는 일이 네게 얼마나 큰 충격일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안냐가 생전에 갈망하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장렬한 희생을 했는지, 너는 반드시 알아야 해.

루실라

이 모든 게 걔가 스스로 내린 선택이라는 거야?

파푸스

나와 안냐가 내린 결론은 이미 수많은 논박과 논증을 거친 것이다. 인류는 원래 먹이사슬의 일부이고, 인류가 해양 생태계의 바닥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남은 유일한 길은 오직 진화뿐이야.

파푸스

그리고 진화의 정점인 시본이, 우리에게 그 문을 열어준 거지.

파푸스

그런데도 그 인류의 존엄성이라는 것 때문에 진화의 흐름에 참가하기를 거부한다는 건, 일종의 오만이자 인류라는 종족에 대한 책임회피가 아닐까? 그리고……

루실라

그만, 진화니, 오만이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파푸스

아…… 네 의심도 이해할 수 있다. 분명 안냐도 너처럼 처음에는 내 의견에 대해 반감을 가졌었으니.

파푸스

하지만 너도 이미 어렴풋이 사실을 알고 있잖나. 안냐는 심지어 마지막엔 내 손에 있는 페로몬을 빼앗아 직접 시본을 유도하기까지 했지.

파푸스

인류 전체의 운명을 짊어지려면, 응당 그에 따라오는 고통과 도덕적 비난을 감당할 인식이 필요하지. 네가 알고 있는 안냐가 바로 이런 사람 아닌가?

루실라는 눈앞의 노인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자기가 들은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드러난 모든 사실이 가리키는 바가 그녀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루실라

……당신은 아직 안냐의 시신이 어떻게 됐는지 말 안 했어.

파푸스

안냐는 떠나기 전에,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시본의 살아있는 세포를 가지고 오겠노라 약속했었지.

파푸스

나는 사력을 다해 안냐의 남은 손이나마 회수했고, 안냐의 손엔 약속했던 물건이 꽉 쥐어져 있더군.

파푸스

알다시피 난 정상적인 경로로 그걸 갖고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돔 위의 청소 로봇 출입구를 이용하는 거였지. 크기도 딱 맞고.

파푸스

돔의 유지관리원인 네가 솜씨를 발휘해서, 놈들의 감시를 속이기만 하면 된다.

루실라

안냐의 소원……

루실라

……

루실라

만약, 이게 정말 안냐의 소원이라면…… 걔를 집에 데려가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

루실라

이제 알려줘, 안냐의…… 시신을 숨긴 암초가 어딘지.


루실라

(에너지 스테이션 부근의 암초들 안에, 안냐와 안냐의 소원이 숨겨져 있을 거다……)

해양 순찰대 대장

사건이 발생하고 벌써 24시간이 경과했으니, 네 친구의 시신은 아마 형태를 알아보기조차 힘들겠지.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루실라.

루실라

괜찮아, 난 단지 안냐의 마지막 소원을 직접 보고 싶을 뿐이야.

해양 순찰대 대장

너는 이전 조사 도중 자신도 타락할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었지. 하지만 넌 우리에게 파푸스를 신고하기로 결심했고, 이는 올바른 선택이었다.

루실라

난 단지 시본이 이 도시를 추격하게 만든 일이, 안냐의 소원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야.

해양 순찰대 대장

그렇다 해도, 다시 한번 우리의 제안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군. 파푸스는 어딘가에 숨어버렸으니, 네가 놈을 불러내 준다면 훨씬 수월할 거야.

루실라

난……

해양 순찰대 대원

표시된 지역에서 인간의 손 발견. 지금 기술자에게 분석을 요청했습니다.

해양 순찰대 대원은 투명한 용기를 넘겨주었고, 안에는 물 때문에 창백하게 부어오른 신체 부위가 담겨있었다.

루실라

……

루실라는 그 손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해양 순찰대 대원

괜찮나?

괜찮지 않다. 머리는 깨질 것만 같고, 모든 이성이 차단되어 가는 듯하다. 루실라는 뻣뻣이 서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루실라

이건 분명 안냐의 손이야…… 우리는 항상 같은 조작 패널을 보고 있었고, 그 아이는 패널 위에서 손을 바쁘게 움직였었지…… 익숙한 손톱이네.

해양 순찰대 대장

손에 쥐고 있는 건 뭐지?

기술자는 손에서 액체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작은 밀폐형 병을 신중하게 빼냈다.

루실라

(이건……!)

루실라

(이렇게 된 거였구나. 이제 알겠어…… 네가 꽉 쥐고 있던 이 작은 병, 이게 바로 네 소원이었구나, 안냐.)

루실라

……그거 알아? 나 방금 결정했어. 파푸스를 불러내는 데 협력할게.


해양 순찰대 대장

루실라, 약속까지 5분 남았다. 파푸스 녀석이 언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아. 건물 쪽에 좀 더 다가오도록. 지금 조금씩 잘못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제때 도착하기 어려워.

루실라

……

해양 순찰대 대장

루실라?

해양 순찰대 대장

응답이 없군. 각 팀, 루실라가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하도록.

파푸스

……

해양 순찰대 대장

파푸스 출현.

루실라

날 따라와, 어서. 해양 순찰대는 이미 계획을 눈치챘어.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줄게.

파푸스

뭐라고?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루실라

시간이 없다고, 뛰어!

해양 순찰대 대장

역시나 괜한 걱정이 아니었군.

해양 순찰대 대장

모두 주목, 루실라는 현재 심해 신도의 탈출을 돕고 있다.

해양 순찰대 대장

루실라를 새로운 용의자로 간주하고 추적한다.

해양 순찰대 대장

루실라의 행동은…… 에기르를 배신할 의도가 있다 보기에 충분하다.


파푸스

이곳은…… 도시 물 순환 시스템?

루실라

도시 유입 수도관과 돔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모두 내 관할 범위 안이지. 내 권한으로 잠글 수 있는 문은 모두 잠갔으니, 녀석들이 쫓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파푸스

이건 우리가 말한 것과는 다르군, 루실라.

루실라

도시 이동 중에는 경비대의 돔에 대한 감시가 평소보다 더 심해져서, 오직 도시 유입 수도관만이 녀석들 감시 범위 밖에 있게 돼. 때문에 거길 통해서 누군가 수도관에 들어와 물건을 탈취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지.

파푸스

잠깐, 잠시 생각 좀 하지.

루실라

왜 그래, 위험할까 봐 걱정돼? 안냐가 가장 존경하던 멘토가 바로 당신인데, 설마 안냐보다 겁쟁이인 건 아니지?

파푸스

아니,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변했는데, 널 어떻게 완전히 믿을 수 있지?

루실라

우리가 서로 믿어야 할 필요는 없어.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물건을 얻고, 난 안냐의 마지막 소원을 이룬다, 단지 그것뿐이야.

파푸스가 루실라의 두 눈을 주시하며 잠깐 생각에 잠긴다.

만약 그를 배신할 거였다면, 루실라가 쓸데없이 그를 데리고 도망갈 리가 없다. 그 누구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행동하진 않을 테니. 파푸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파푸스

어제 만났을 때만 해도 네 눈동자가 망설임으로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네 눈을 가리던 흐릿한 안개가 사라졌군. 선택을 한 거 같구나, 아주 좋아.

루실라

그럼 서둘러, 지금 바로 수도관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파푸스

지금……? 난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는데.

루실라

뭐 하는 거야? 안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당신 손안에 있는 유도 페로몬을 가져갔는데, 정작 당신은 그런 사소한 문제를 신경 쓰고 있는 거야?

루실라

빨리, 투입구를 이미 열었어, 얼마 못 버티니까 어서 가!

파푸스

잠깐, 이 안에는……!

파푸스는 이상한 것을 발견함과 동시에, 등이 밀리는 것을 느끼며 수도관으로 곧장 떨어졌다.

루실라는 곧바로 하수 처리용 투입구를 닫았다. 그녀는 허공을 노려보며 손잡이를 잡은 손을 떨고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녀는 내심 고소해하며 웃었다.


파푸스

윽! 지독한 냄새! 이건, 윽, 온 사방이 폐수잖아!

파푸스

루실라, 거기 있나?

루실라

물건은 찾았어?

파푸스

물줄기가 너무 격렬하다! 파이프 벽은 미끄럽고, 물살에 떠밀려서 균형을 잡을 수가 없어! 아……!

루실라

참아야 해, 물속을 최대한 더듬어봐. 이건 도시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파푸스

도시로 유입되는 수도관에 어찌 이리 오수가?! 우! 퉤! 우웩……

루실라

하, 말해준다는 걸 까먹었네, 여기는 도시의 내부 순환 수도관이고, 조류 발효 찌꺼기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곳이야. 도시 유입 수도관이 얼마나 중요한데, 당신을 그렇게 쉽게 들어가게 할 리가 없잖아.

파푸스

루실라, 날 농락하다니…… 왜…… 우웩! 윽…… 콜록콜록콜록!

파푸스

……열어라, 날 내보내줘.

루실라

파푸스, 안냐에 대해 말해. 걔가 마지막에 당신에게 뭐라고 했어?

파푸스

윽…… 콜록콜록! 여기 공기 때문에 숨을 못 쉬겠단 말이다……

루실라

대답해, 아니면 계속 질질 끌어 보시든가.

파푸스

이미 네겐 알려줘야 할 모든 걸 말해줬다.

루실라

……

파푸스

좋아, 굳이 듣고 싶다면…… 윽, 콜록콜록! 시본이 에너지 스테이션을 공격해서 점령했을 때, 난 이게 내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인 걸 깨달았지…… 도시가 아직 너무 멀리 철수하지 않은 틈을 타, 시본을 데리고 올 기회 말이야.

파푸스

하지만 에너지 스테이션 근처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냐가 급히 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 서둘러 출항한 탓에 조종석 에너지도 미처 다 채우지 못한 상태로…… 이건 나중에야 알게 된 거지만.

파푸스

우린 에너지 스테이션에서 가까웠고, 이미 시본은 우리를 발견한 상태였다……우린 이야기할 틈도 없었지, 적어도 페로몬만은 성공적으로 방출해야 시본을 도시로 유도할 수 있었으니까……

파푸스

그때 안냐가 내 손에 있던 페로몬을 빼앗았고, 자신이 임무를 완수하기로 약속했다. 나더러 바로 도시로 돌아가도록 했기에, 난 조종석에 들어갔지…… 누군가는 다음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

파푸스

하지만 조종석 동력이 부족한 탓에, 끝내 시본에게 붙잡히게 되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난 조종석에서 통신으로 안냐가 말하는 것을 계속 들었지, 반드시 붙잡고 있을 거라고 말하더군. 콜록콜록콜록! 우웩……

루실라

붙잡고 있다니, 뭘?

파푸스

시본의 생체 샘플, 그것 말고는 없지. 안냐에게도 내 계획을 말했었으니까 말이야. 이전에 우리 꽤나 다퉜었지만, 그때만큼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했거든.

루실라

안냐의 시신은, 내가 이미 해양 순찰대에게 부탁해서 찾았어.

파푸스

……해양 순찰대에게 비밀을 말했다고? 루실라 너…… 정말 안냐를 이해하긴 하는 건가?

파푸스

훗, 그래, 넌 항상 시본이 보이지 않는 돔에 숨어있었지. 거기에서 맑은 수역을 바라보는 네가 어떻게 이해하겠나. 안냐의 감정을, 나의 감정을 말이야.

루실라

난 안냐의 손에 있는 걸 두 눈으로 봤어, 시본에 의해 찢겨서 나눠 먹히더라도 꼭 '결코 놓지 않았던' 걸 말이야.

파푸스

안냐가 필사적으로 남긴 것을 네가……

루실라

그건 개봉되지 않은 유도 페로몬이었어, 파푸스.


루실라

안냐…… 말해줘, 바다 밖이 정말 그렇게나 무서워?

루실라

난…… 난 매일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지만, 여태껏 그것들을 본 적은 없거든.

루실라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저 끊임없이 출항하는 군대와, 매일 바다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너와 네 멘토뿐이야.

루실라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 최전선의 전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내가 돔에서 보는 평화는 대체 어떻게 얻어진 것일까……

안냐

바보.

안냐

넌 알 필요 없어, 모르는 게…… 제일 좋은 거거든.

안냐는 눈을 살짝 크게 뜨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루실라는 안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이때 마침 화산의 마그마가 도시 아래서부터 해저로 솟구쳤고, 방사형으로 퍼지면서 해저의 암초와 생물들을 밝히고 있었다. 루실라로선 몇 번을 보더라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안냐

해저의 석양이라니. 정말 운이 좋네! 늦게 왔다면 보지 못했을 거야.

루실라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안냐의 눈을 쳐다보았다. 안냐의 기뻐하는 눈에는 그녀들이 사랑하는 바다와, 에기르인의 터전이 비치고 있었다.

루실라

희망을 품은 자…… 갑자기 머릿속에서 이 단어가 떠올랐어. 맞다, 분명 최근에 열릴 미술 전시회의 이름이었지, 언제 전시하더라……

루실라

……아, 내일모레네!

안냐

내일모레 일 끝나고 일정이 생겼네? 우리 같이 그 '희망을 품은 자'의 작품을 감상하러 가보자, 어때?


루실라

난 안냐가 마지막까지도 유도 페로몬을 열지 않았다는 걸, 시본을 도시로 유인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

루실라

그런데 당신…… 어리석고 나약한 당신 때문에……

파푸스

……루실라, 밀리아리움이 그 시본들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왜 되려 후퇴했는지 아나?

파푸스

밀리아리움은…… 후퇴가 아니라, 육지로 간 거였어. 에기르인은 쓸데없이 발버둥을 치고 있던 거라고……

루실라

또 시작하셨네,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거든!

루실라

시본과 마주쳐서 살기 위해 도망치려는 걸 보고, 쓸데없이 발버둥을 치고 있다고 하지 않나. 시본과 목숨 걸고 싸운 뒤에 맑은 바다를 보기 위해 돌아오는 걸 보고 또 쓸데없는 발버둥이라고 하지 않나.

루실라

그럼 네 눈에는 안냐가 널 구한 행동마저도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발버둥으로 보였겠네?! 하, 이것 봐, 내 말이 맞았다니까!

파푸스

그만해. 날 여기서 익사시킨들, 옳고 그름은 증명할 수 없고, 미래엔 더더욱 도움이 되질 않을……

루실라

……

파푸스

너…… 정말 그럴 작정인가, 루실라……?

루실라

……

파푸스

좋다. 그게 네가 믿는 미래라면……

루실라가 분노를 담아 통신을 끊자, 파푸스의 목소리가 끊겼다.


해양 순찰대 대원

도시 안 순환 입구에서 루실라를 발견했습니다. 파푸스의 행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해양 순찰대 대장

2팀, 3팀은 파푸스의 행적을 찾아보고, 1팀은 날 따라오도록!

해양 순찰대 대장

루실라, 꼼짝 마라.

루실라

이렇게 주목받는 건 처음이네.

해양 순찰대 대장

파푸스는 어디에 있지?

루실라

난 잘 몰라, 내가 무슨 공공 양육소 소장도 아니고, 사람 없어진 걸 왜 나한테 물어봐?

해양 순찰대 대장

놈은 중요 참고인이다, 아직 죽어선 안 돼. 수도관 안에 있는 거 맞지? 어느 위치에 있나?

루실라

해양 순찰대는 정말 자기 말만 하는구나, 남의 설명은 하나도 안 듣고 말이야.

해양 순찰대 대장

루실라, 네 눈에 분노가 서려 있군. 이런 사건을 여러 번 다뤄왔지만, 대개 피해자의 친구들 눈에 모두 이렇게 응어리진 분노가 서려 있더군.

루실라

……

해양 순찰대 대장

네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너희가 여기 온 지 벌써 5분이 지났다. 만약 파푸스가 정말로 수도관 어딘가에 있는 거라면, 이미 생물학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을 거야.

루실라

훗, 폐수 수도관에서 익사라니, 녀석에게 아주 걸맞은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해양 순찰대 대장

놈의 위치를 말해, 어서.

루실라

……

해양 순찰대 대원

대장님, 용의자 파푸스를 찾았습니다! 구조 로봇에게 서둘러 이곳으로 오라고 알리는 중입니다!

저 멀리 온몸에서 악취를 풍기는 파푸스가 안색이 창백해진 채 꼼작도 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었다.

해양 순찰대 대장

어디 보자……

파푸스

쿨럭……

해양 순찰대 대장

아직 살아있군……

해양 순찰대 대원

다행히 이곳 수도관 입구가 열려있어서,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었습니다. 저희가 발견했을 땐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였지만, 여전히 위로 올라가려고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수도관 입구가 열려있었다는 소리에 해양 순찰대 대장이 뭔가 눈치채고 루실라를 바라보자, 루실라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눈시울을 적셨다.

루실라

정말 이상하네, 애초에 난 하지 못할 일이었어. 안냐의 마지막 소원을 망칠 순 없지. 걔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하고자 했던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봐줄게.

해양 순찰대 대장

넌 다시 한번 옳은 선택을 한 거다, 루실라. 부디 이번 선택은 네 진심에서 나왔길 바라지.

루실라

타락한 돔 유지관리원을 처형할 일은 없어졌으니 안심해.

루실라

해양 순찰대에게 이만큼이나 폐를 끼친 것에 대한 처벌은 기꺼이 받도록 할게. 다만 서둘러줬으면 해. 아직 봐야 할 전시회가 있거든.

루실라

비록 이제 나와 함께 갈 사람은 곁에 없지만, 안냐에게 약속했었거든. 그 사람들을, 그들이 품고 있는 희망을 보러 가겠다고.

말을 마친 루실라는 이내 해양 순찰대의 함정으로 향했지만, 표정은 왔을 때보다 오히려 개운했고, 발걸음 또한 더욱 가벼웠다. 그녀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봤고, 마치 그 익숙한 손을 다시 맞잡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