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을 쓰다
논문은 다 썼지만 감사 인사는 아직 다 쓰지 못했다. 펜을 들기 전에 그레이는 볼리바르에 돌아갔고, 사무소 오퍼레이터들은 키가 훌쩍 큰 소년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등장 오퍼레이터: 그레이, 굼, 우타게, 카제마루, 그레이 더 라이트닝베어러
이 논문의 첫 구절을 쓸 때부터 나는 마지막의 감사 인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십여 년의 짧은 시간, 부모님은 내게 생명을 줬고 인생의 첫 번째 빛을 주었다. 그리고 리타 아줌마, 페르난도 아저씨, 페드로 아저씨는 내 목숨을 구해줬다. 박사님과 엔지니어링부의 선배들은 내 미래의 길을 밝혀 줬다. 이는 그들에 대한 보답의 첫걸음이다. 그들의 이름이 데이터베이스에 영원히 저장되길 바란다.
……
그레이?
엔지니어링부에 새로운 외근 임무가 들어왔어. 확인하는 대로 엔지니어링부에 와줘.
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저번에 업데이트된 방재 전력 시스템과 그에 대응하는 조명 기구들의 생산이 전부 완료됐어. 규모가 좀 큰 사무소는 직접 설치할 오퍼레이터들이 있으니, 전달자에게 배송만 부탁하면 돼.
문제는 외진 곳의 소형 사무소인데, 거기는 오퍼레이터도 부족하고 직접 설치할 능력도 안 돼.
그래서 이번에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가 직접 가서 설치하기로 했어.
평소처럼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먼저 알려줘. 그렇다고 개인 사정 때문에 작업 기간이 늘어나는 일은 없을 거야. 임무가 끝나고 주변을 돌아보는 건 자유지만, 기한은 넘기지 마.
리스트를 봐도 될까요?
자, 여기.
……전 이곳에 가고 싶어요. 볼리바르 뒷산의 사무소로.
알았어, 체크해둘게. 이건 조명 기구와 테스트 장비야. 시스템 설치와 업데이트 방법은 엔지니어링부 단말에서 확인할 수 있어.
맞다, 그레이. 너 볼리바르 출신이지?
네, 맞아요.
출발은 내일 아침 7시야. 모처럼 고향에 돌아가는 건데, 안전에 조심하고.
고마워요. 우선 돌아가서 짐부터 쌀게요.
짐은 예전에 고객 방문 서비스를 할 때처럼 정리해 뒀으니까, 더 이상 뭘 가져갈 필요는 없겠지……
오늘 새 물건이 들어왔다던데, 가자, 가보자!
임무 교대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요!
이스티나 언니가 최근에 시험에 합격했대. 그래서 굼이 선물을 보내주고 싶어.
다들 언니가 고른 선물이 최고라고 했단 말이야. 부탁할게~
나는 그 가게에 가본 적도 없는데. 어디지……?
이쪽인가…… 직진? 그리고 왼쪽이랬나?
정말 여기에 있네.
엇, 그레이? 오랜만이네. 저번에 본 게 엔지니어링부랑 함께 실습 나갔을 때였는데. 어때, 요즘 바빠?
실습도 곧 끝나가요. 최근에는 논문 답변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 고생이 많겠네. 내가 졸업 논문을 쓰다가 머리카락이 잔뜩 빠졌잖아. 귀 쪽에도 털이 거의 다 빠져서 한참을 길렀거든.
그래서 쓴 게 이 발모제인데, 어때, 한 병 사서 써볼래?
그, 그건…… 사양할게요.
아하하, 그럼 이 영양 만점의 월넛 밀크는 어때? 요즘 인기 상품인데. 이건 안 살 수가 없지.
그것도……
헤헤, 곤란해하는 것 같으니까 이건 그냥 선물로 줄게. 논문 답변이란 게 쉽지 않아. 이거 먹고 힘내야 돼!
고맙습니다, 릴리 씨.
그럼, 오늘은 뭐 사려고 여기 온 거야? 맡겨만 줘, 절대 실망할 일이 없을 거니까.
후우…… 원석충 유리 장식, 메탈 크랩 화분, 그리고 가정용 양조기까지. 제대로 산 게 맞나……?
짐은…… 다시 싸야겠네.
- 그레이, 안녕.
- 그레이, 그게 다 뭐야?
- 그레이, 이사라도 가?
박사님, 안녕하세요.
내일 새로운 방재 전력 시스템을 설치하러 볼리바르의 사무소에 가야 하거든요. 이건 그 사무소의 아저씨들과 아줌마들을 위한 선물이에요.
- 논문은 잘 쓰고 있어?
- 논문 답변 준비는 잘 돼가?
논문은 다 썼어요, 박사님.
다만…… 아직 마지막 감사 부분이 고민돼요.
이 논문을 잘 마무리 짓고 싶거든요.
이번 외근 임무를 마치면 논문의 최종 버전을 제출할게요. 박사님께서 제 논문 답변 담당이시니, 잘 부탁드립니다.
- 그래, 열심히 해.
- 나 엄격해.
- 그래도, 현지 오퍼레이터들이 널 보면 아주 기뻐할걸.
- 그 짐은 내려놓고 얘기할까?
박사님,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내일 일찍 출발해야 해서 짐과 장비들을 정리해야 하거든요.
무사히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 조심해서 다녀와.
감사합니다, 박사님!
전기 공학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오했다. 아주 작은 지식이라도 접할 때마다 그 뒤에 있는 선인들의 무궁무진한 지혜가 느껴진다. 책에서 그들의 힘을 빌려 최첨단 과학기술의 끝자락에나마 닿을 수 있다는 것에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나의 두 손과 머리는 그들을 통해 본래 다가갈 수 없었던 한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약간이라도 그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랐다.
……
몇 주 후
정말…… 마음에 드나요?
유리 장식은 이쪽에 둬. 화분도 엄청 귀엽네. 그리고 이건, 양조기?!
그레이 군, 이건 대체 어떻게 산 거야? 왜 샀는데? 몇 살이나 됐다고 벌써 이런데 물들었어?
그게 아니라……
맙소사…… 선물까지 사 오다니…… 우리 그레이가 다 컸구나……
여기는 하나도 변한 게 없어, 하하하!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도, 우리 셋은 항상 여기 있지.
그나저나 그레이 군, 정말 괜찮아? 좀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도착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일을 시작하고 그래.
본함에서 빨리 복귀하라고 재촉했어?
너를 막 본함에 보냈을 땐 그 '박사'라는 사람이 새로운 리더가 됐다던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러 가지 일을 해냈더라. 우리도 소문 들었어.
그런데 너는 거기 치료하러 간 거 아니야? 어째서 이런 외근 임무까지 하는 거야? 설마 그 박사라는 사람이 너희를 착취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
넌 아직 환자잖아.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바로 일이라니!
저번에 편지에서 그레이가 말했잖아, 페르난도. 이건 그레이가 원해서 하는 일이야.
페르난도 아저씨, 박사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본함도 아주 좋아요. 여긴 제가 자원해서 온 거예요.
저는 계속 엔지니어링부에서 실습하고 있고, 최근에는 논문 답변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도 키가 컸고 몸도 제법 튼튼해졌어요.
지금은 단지 회로를 점검해서 미리 만들어둔 모델과 매칭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럼 내일 작업할 때 훨씬 편해지니까요.
진짜?
성질도 급하긴. 그레이가 너한테 거짓말할 리가 없잖아.
페르난도 아저씨, 출발하기 전에 박사님께서 다들 저를 보면 매우 기뻐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 박사라는 사람은 그런 것도 알아?
그래, 뭐……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네.
그레이, 일단 사다리에서 내려와. 너를 위해 특별히 만든 볼리바르 요리를 먹어 봐. 아직 한창 클 나이니까 많이 먹어야 해.
이야, 벌써 키가 나랑 비슷하네. 처음 너를 안고 왔을 땐 요만했는데……
그, 그건……
왜, 쑥스러워?
하하하, 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아까도 셋이서 얘기했는데, 우리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전에 보낸 편지에서도 너는 엔지니어링부에서 공부하고 전기 엔지니어가 됐다고 했잖아. 그레이 군, 이건 아주 좋은 일이야. 대단한 뜻이라고 생각해.
다만, 의사로서 나는……
리타, 역시 내가 얘기할게.
그레이, 너는 편지에서 장비 제조라든가, 논문을 쓴다든가, 답변을 준비한다든가, 그리고 더 깊은 분야를 전공하고 싶다고 했잖아. 심지어는 '현대 과학기술의 끝자락에 도달'하고 싶다고 했는데.
네가 결정한 일이라면 우리는 물론 방해하지 않을 거야. 다만,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너는 어디까지나 아픈 몸이니까……
리타 아줌마, 걱정하지 마세요. 본함의 약은 효과가 아주 좋으니까요.
게다가 본함에는 저 같은…… 심지어 저보다 더 심각한 환자들이 많아요. 하지만 다 저보다 훨씬 씩씩한 사람들이거든요.
제가 이 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다들 매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많이 나아진 느낌이에요.
그래, 스스로 알고 있다면 그걸로 됐어. 무슨 일이든 항상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해. 그레이, 이건 내가 유일하게 네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야.
……다들 할 말 끝났어?
그레이, 일어나서 한 바퀴 돌아 볼래?
……나쁘지 않네. 이 나이대 페로가 이 정도 체격이면 나쁘지 않지.
네가 감염자라는 건 알고 있지?
크흠…… 페르난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이 앞에서 그런 말은 의미가 없어.
페르난도 아저씨,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건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그레이, 이해해. 아이들은 어릴 때 다 꿈을 가지기 마련이지.
그런데 내가 걱정되는 건 너 자신이야.
내일 본함에 신청서를 넣을게. 앞으로 너를 여기에 머물게 하라고.
네?
어제도 네 예전 검진 결과를 다시 봤는데, 0.3u/L, 이건 조금만 방심해도 병세가 다시 악화할 수 있는 수치야. 우리는 최신 결과를 볼 권한이 없지만, 지금 수치는 얼마야?
코딩에, 장비 제조에, 금속 가공 실습까지…… 로도스 아일랜드의 목표가 변하지 않는다는 건 믿겠지만, 네가 당장 해야 할 일을 정말 알고 있는지 걱정돼서 안심할 수가 없어.
페르난도!
그레이도 다 컸어.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걱정은 걱정이고. 네가 원하는 걸 애한테 강요하지 마……
크흠…… 자자, 밥 먹자! 밥!
식으면 맛없어. 자, 그레이, 이거 먹어 봐.
…… 페드로 아저씨, 고마워요.
있다가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안 돼!
꼼짝도 하지 마. 내가 할 테니까!
네……
그레이는 코끝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고 단말기에 업데이트 후의 데이터를 입력했다.
전력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그의 눈앞에서 잠깐 반짝이다가 점차 안정되었다.
사무소의 몇몇 방은 순간 어둠에 휩싸였지만, 이내 시스템의 도움으로 조명기구가 더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레이는 손에 든 단말기를 확인하고 있었고, 그의 호흡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레이, 급해? 아니면 나도 도와줄까?
음, 대규모 업데이트라 해야 할 일이 많기는 하지만 혼자서도 충분해요.
……
그레이, 내가 어렸을 때, 병에 걸리면 부모님은 나를 집에 가두고 아무것도 못 하게 했어. 그저 한시라도 빨리 병이 낫기만을 바랐지.
그때는 나도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거든. 다른 친구들은 병에 걸려도 부모님과 함께 일자리를 찾으러 나갔는데, 나만 집에서 외롭게 있어야만 했으니까. 마치 내 자유를 빼앗은 것 같았어.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나니까 부모님의 마음을 알겠더라. 우리 집은 가난한 편이 아니어서 내가 목숨을 깎으면서까지 일할 필요는 없었어. 그저 집에서 확실하게 병을 치료하길 바랐던 거야.
전구를 가는 것 정도의 일도 너 같은 환자가 먼 길을 달려와서 해야 한다면…… 과연 네가 본함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나 있을지 걱정되는구나.
페르난도, 함부로 말하지 마.
만약 초심을 잃은 거라면, 가서 며칠 머리나 좀 식히고 와. 네가 왜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오고 싶었는지 잘 생각해 보고 다시 얘기해.
네 그 말은 그레이뿐만 아니라 본함까지 모욕하는 거야.
……
화났어?
나도 화나.
능력이 없는 나 자신에 화나. 나 지금 말도 안 통하고 고집도 센 그런 가장처럼 보이겠지? 이게 다 네게 더 좋은 미래를 줄 능력이 없어서 그래.
페르난도, 이건 그레이의 선택이야. 본함은 그런 선택을 존중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공한 것뿐이고.
우리는 남의 인생을 대신할 수 없어. 게다가 본함이야말로 더 넓은 무대고.
하지만 나에게는 죽으러 가는 것밖에 보이지 않아! 당시 내 친구들은 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광석병에 걸려 죽었어. 건강하게 살아남아 여기서 오퍼레이터나 하고 있는 건 나뿐이야.
걔네들이 이동도시에서 버, 버려졌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
하지만 그레이는 아직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잖아!
감염자라고 해도 다른 길을 간다면 평화롭고 건강하게 일생을 보낼 수 있어!
난 감염자가 아니야. 너도 아니고 리타도 아니지. 전쟁만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아주 오래 살 수 있어. 하지만 그레이는 우리보다 먼저 갈 수도 있다고! 내 어릴 적 친구들처럼!
나도 각오라는 게 있어, 거창하진 않지만. 나는 그저 볼리바르에서 나고 자랐을 뿐이야. 나는 그저 감염자가 된 내 친구들을 몇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어서 여기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나는 사람을 구하고 싶지, 병에 걸린 사람이 일하는 걸 그냥 쳐다보고만 싶은 게 아니라고.
페르난도!
……
페르난도의 과거는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이 녀석은 항상 욱하는 성질이라니까. 침착하게 말해도 될 일에 꼭 언쟁을 벌여야 속이 시원하나 봐……
내 말이. 저번에도 나랑 두 시간이나 싸웠잖아. 그런데 주말에는 둘이서 뒷산에 낚시하러 갔더라?
그거랑 이건 얘기가 달라.
이건 그레이에 관한 거야. 우리들의 이상이기도 하고. 그런 사소한 말다툼 따위는 아니야……
무슨 일이야?
그레이 군?
흑, 흐흑……
……흑……
그레이 군? 울어?
울지 마, 우리는 싸운 게 아니야. 그냥……
그레이, 아직도 사다리 위에 있어? 얼른 내려와!
……(코를 푼다)……
……페르난도? 왜 너야? 그레이는?
저는 여기 있어요, 리타 아줌마! 잠깐 전력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을 뿐이에요. 제가 다 고쳤으니까 이제 괜찮아요.
페르난도 아저씨……
흑…… 이럴 줄 알았으면 네가 우리를 도왔다고…… 너에게 돌아와서 우리를 도와달라는 부탁은 안 했을 거야……
……그 옷을 봐. 본함에서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겠니. 그런데 우리한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으니…… 흑, 너 같은 녀석이 어디 있어?
……나는 매일 생각하고 있었어. 네가 힘들게 여기까지 온 것은, 그때 내가 이 녀석들에게 여기를 밝힐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 아닐까……
내 탓이야, 다 내 탓이야…… 이렇게 급하게 일하는 것도, 설마 금방 돌아가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럼 너를 다시 볼 수 있는 건 또 몇 년 뒤일까?
페르난도 아저씨, 그렇지 않아요……
정말 힘들지 않아요. 제가 뭐라고 하지 않은 것도 하나도 힘들지 않기 때문이에요. 뭔가를 숨기려는 게 아니라요.
제발 울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페르난도 아저씨, 이거 봐요. 이게 제가 엔지니어링부에서 다른 오퍼레이터들과 함께 연구해낸 방재 전력 시스템이에요.
이 집의 불빛을 더 밝아지게 할 수 있어요. 광원도 안정적이라서 바람이 불고 비가 와도 전혀 어두워지지 않죠.
원래는 발전기가 있어야 간신히 이 산의 텐트 하나 밝힐 정도였지만, 지금은 이 집을, 심지어 산 전체도 밝힐 수 있어요. 그리고 미래에는 영원히 빛나게 할 수도 있거든요.
이게 제 기술이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에요.
아저씨 말도 틀린 게 아니에요. 어쩌면 이 일이 제 건강을 해칠지도 몰라요. 저에게 남은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아요.
하지만 그 대가로 제가 이뤄낸 걸 보세요.
슬럼가의 등불 몇 개나 오두막 몇 채가 아니에요. 저는 더 많은 곳을 밝힐 능력이 있어요. 저는 십 년 후, 심지어 몇십 년 후를 위해서 일하는 거예요.
저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만약 그때…… 저희 집이 불빛이 밝았다면…… 저도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겠죠.
제가 할 수 있으니까, 저는 사람들이 그때의 저처럼 같은 일을 당하는 걸 원치 않아요.
……
그리고 아저씨의 친구들처럼 될 사람도 없을 거예요.
(역시 페르난도 아저씨가 아줌마랑 다투고 있나 보네……)
(가서 말려도 별 소용없을 건데. 페르난도 아저씨의 생각도 변하지 않을 거고.)
(내 능력을 먼저 보여드리고 타일러야 모두를 멈출 수 있을 것 같네.)
(코드야…… 미안해. 조금 있다가 고쳐줄 테니, 우선 잘못된 값을 입력할게……)
그레이 군, 네 말은 잘 알아. 나는 페르난도처럼 욱하는 성격이 아니니까.
하지만 의사로서…… 당시 네가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고 거짓말했던 사람으로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
너라면 그게 거짓말이었다는 건 이미 눈치챘겠지. 나도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걸로 포장할 생각이 없어.
그건 어른으로서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어. 게다가 다른 두 사람까지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지. 그리고 이 일이 어느 정도는 네 선택에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야.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데, 만약 그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우리가 널 속였다는 걸 알면서도…… 너는 우리를 위해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하고, 우리에게 사실 필요 없었던 빛을 밝혀 줄 거냐?
……
네.
그게 정말 도움이 될지 모르더라도?
네, 비출 거예요. 앞으로도. 저는 어둠이 싫어요. 어둠이 더는 누구에게도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정말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해도요.
……하아.
그레이 군, 이건 네 이상이고 네 인생이야. 우리도 너를 계속 응원할 거다.
……
......
하지만 난 여전히 궁금한 게 있다.
어째서 리타 아주머니는 마지막에 그런 질문을 했을까? 그 대답과는 별개로, 나는 어머니의 과거 행적으로부터 늘 영향을 받아 왔고, 늘 어머니와 같은 길을 계속 선택해 왔다. 자신은 제쳐두고,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를 도와 더 많은 사람에게 빛을 가져다줬다. 광석병이 내게 남긴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배워 왔고, 지금의 발걸음을 멈출 생각도 없다.
그게 정말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해도.
나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빛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내 손으로 더 많은 곳을 밝게 비춰주고 싶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 안녕.
논문이랑 장비를 모두 완성했어요, 박사님.
답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