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가
평소와는 다르게 자치단의 먹거리 축제에 최선을 다하는 이스티나. 그런 그녀를 보고 놀란 동료들은 그녀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왜 이스티나는 최선을 다하는 걸까?
등장 오퍼레이터: 이스티나, 지마, 굼, 로사, 스팟, 아미야, 케오베, 아드나키엘, 메이어, 캐터펄트, 사일런스, 이프리트, 히비스커스, 라바, 프틸롭시스, 벌컨, 카디건, 스튜어드, 마젤란, 오키드, 포푸카
안나, 지금이 몇 시인 것 같아?
……
안나!
소냐, 지금 옷 고르는 중이잖아요. 시계는 당신 등 뒤에 있으니까 직접 보세요.
벌써 열한 시 사십 분이나 되었다고!
그렇군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알려주려는 게 아니잖아!
말했잖아요, 옷 고르는 게 쉽지 않아서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요. 배고프면 먼저 가서 점심 먹어요. 난 조금 있다 알아서 갈게요.
먹거리 축제 노점 때문에 이렇게 공들일 필요가 있는 거야?
노점을 맡기로 했으니 예쁜 옷을 입고 싶을 수도 있지. 근데 이렇게 시간을 오래 들일 필요는 없잖아? 벌써 30분이나 지났어.
30분이 그렇게 긴 시간인가요?
짧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노점 테마에 맞추려면 시간을 들이는 건 당연한 거죠.
테마는 그냥 '우르수스 디저트' 잖아.
넌 우르수스 사람이니까 그냥 로도스 아일랜드 제복을 입고 서 있어도 테마에 맞을 텐데, 뭐하러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거야.
소냐, 못 참겠으면 괜히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
흥, 그래. 난 밥 먹으러 갈게.
그래도 저랑 같이 있어 주려고 여기서 책 읽고 있는 거 알아요.
!
소냐, 사실 억지로 그럴 필요는 없어요.
……
난 간다. 밥 갖다 줄까?
괜찮아요. 나중에 직접 식당에 가면 되니까요.
다녀왔어~~
……
안나, 왜 아직도 옷을 고르고 있는 거야.
거의 다 했어요. 머리띠만 고르면 되니까 아마 10분 정도면 될 거예요.
정~말~ 빠르네……
소냐.
끝났어?
이 머리띠 좀 봐요. 전체적으로 어울리긴 하지만 너무 수수한 느낌이지 않나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 머리띠를 좀 리폼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침 상자 안에 헌 옷에서 떼어낸 레이스가 있으니까 바느질해서 머리띠에 달면 분명 이쁘겠죠.
난 바느질은 전혀 할 줄 몰라.
그럼 제가 할게요.
너도 바느질은 전혀 못 하잖아. 아닌 척 하지 마.
콜록, 콜록.
실제로 해본 적은 없지만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봐서 기본적인 방법은 알고 있어요. 레이스는 많으니까 일단 수건 같은데 달아보면 되죠 뭐.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데?
……한 시간 정도?
안나!
까먹은 거야? 오후엔 베이킹에 쓸 재료도 옮겨야 한단 말이야!
옮기는 건 나랑 로잘린드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옮길지 얼마나 옮길지는 총괄을 맡은 네가 결정해야 한다고!
우리가 참가하는 건 '먹거리 축제'니까 맛있는 음식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야? 옷 같은 건 시간이 남으면 준비하면 되잖아?
소냐, 오후에 뭘 옮겨야 될지 모르겠으면 저걸 가져가세요.
응?
이 종이는 뭐야?
어제 밤을 새워서 적은 재료 리스트에요. 만들어야 할 디저트랑 거기에 쓸 재료들을 전부 적어놨어요. 잘 부탁해요.
……
그리고 당신 말처럼 치장하는 건 음식보다 중요하지 않긴 하지만, 그게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
나탈리야가 맛은 좋은데 엉망으로 생긴 과자를 만들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라다가 구운 거랑 나탈리야가 구운 거 중에서 뭘 고를 거죠?
아이고.
……말로는 이길 수가 없네.
네가 맞는 거라 치자. 난 로잘린드를 찾으러 가볼게.
조심해서 가세요. 저도 금방 가서 도와줄게요.
후…… 겨우 레이스를 머리띠에 달았네요.
(라다, 미안해요. 당신이 숨겨둔 간식을 먹어버렸거든요…… 내일 두 배로 갚아줄게요)
벌써 두시네요……
가서 소냐랑 로잘린드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봐야겠어.
나탈리야?
안녕, 안나…… 급히 어딜 가는 거야?
안녕하세요, 로잘린드 못 봤나요?
로잘린드?
네. 로잘린드한테 오늘 오후에 소냐랑 같이 밀가루랑 재료들을 옮겨달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아직 로잘린드를 못 찾았네요.
아마 훈련실에 있을 거야.
로잘린드를 봤나요?
본 건 아닌데 훈련실 앞에 꿀 없는 꿀 맛 음료가 두 병 놓여있었거든.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걸 마시는 건 로잘린드랑 비헌터 오퍼레이터뿐이니까.
고마워요, 나탈리야. 오후엔 수업이 있죠?
아직 시간이 꽤 남아서 급하지는 않아.
맞다. 노점 신청한 거 말인데, 안나의 요청사항은 주변에 음료수 파는 곳이 없고 입구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 맞지?
네. 그리고 저희가 선택할 수는 없겠지만 자리가 최대한 넓으면 좋겠어요.
참가하는 사람이 많으면 힘들겠지만요.
알겠어. 그럼 수업 끝나고 바로 클로저 씨와 노점에 대해 상의해볼게.
고마워요.
천만에.
근데 안나가 공부 말고 다른 일에 이렇게 열심인 건 처음 보네.
칭찬인가요?
그렇다고 봐야지?
고마워요.
힘내, 안나.
고마워요, 나탈리야. 서로 힘내요.
……당연한 거지만 로잘린드를 훈련실에서 끌어내는 것도 힘내.
내 생각엔 그게 더 힘들 것 같아.
이스티나 언니, 다음엔 뭘 구워야 해?
치즈 파이요. 미리 트레이 위에 다 올려뒀으니까 마지막 커스터드 젤리가 다 구워지면 이어서 구우면 돼요.
이스티나 언니, 와서 도와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굼은 정말 기뻐!
이스티나 언니는 노점 세팅 때문에 온종일 바빴고, 오후엔 레토 언니를 붙잡아 왔잖아. 방금은 온실에 가서 산도가 알맞은 베리까지 따왔고……
이스티나 언니가 엄청 피곤해할 줄 알았어.
뭐 확실히 쉽진 않았죠.
그러니까 이스티나 언니는 숙소에 가 책 보면서 쉬어! 굼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네네. 저도 굼이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래도 둘이 하는 게 굼 혼자 하는 것보다 효율이 더 높죠.
이스티나 언니는 정말 대단해.
뭐가요?
굼은 그냥 먹거리 축제에서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서 다들 즐겁게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이스티나 언니는 굼한테 맛있는 걸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노점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고, 테마, 설계, 코디도 필요하다고 했잖아……
그런 걸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이스티나 언니는 모든 일을 맡아서 했고, 지마 언니와 굼까지 도와줬어……
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이스티나 언니는 정말로 대단해!
부끄럽게 왜 그래요, 라다……..
미안해요. 서로 오퍼레이터 코드네임으로 부르는 게 더 편하죠?
괜찮아. 이스티나 언니는 라다라고 불러도 돼!
고마워요, 굼.
(라다에게 이렇게 칭찬받으니까…… 좀 부끄럽네)
(특히 점심엔 라다의 간식을 몰래 먹어버리기까지 했는데……)
맞다. 굼, 굼한테 고백할 게 있어요.
뭔데, 이스티나 언니?
점심때 옷 고르느라 바빠서 식당을 못 갔거든요. 그래서 굼이 숙소 거실 서랍에 둔 과자를 다 먹어버렸어요.
응? 굼은 거기에 간식 넣은 기억이 없는데.
하지만 거기에 분명히 호박 맛 과자가 있었어요. 굼이 한동안 호박 맛 음식을 엄청 좋아했잖아요?
호박 맛이라…… 생각 좀 해볼게……
이스티나 언니……
윽…… 굼, 갑자기 왜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 거에요……
이스티나 언니, 그 과자 뭔가 쓴맛이 나지 않았어?
음…… 커피랑 같이 먹었죠.
그건 오늘 아침에 굼이 식당에서 굽다가 태워버린 호박 과자야.
!
태우긴 했지만 버리긴 아까우니까 어떻게 써먹을 방법이 없을까 하면서 서랍 아래쪽에 넣어둔 건데.
먹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굼, 알겠으니까 더는 말하지 않아도 돼요……
이스티나 언니! 여긴 굼에게 맡기고 돌아가서 쉬어! 다 구워지면 굼이 모두 와서 맛보라고 할게!
우르수스 민족의 특징만으로는 좀 부족한 느낌인데……
다른 걸 좀 추가해 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추리할 만한……
……
옷 한 벌에 추리까지 녹여내긴 힘들 것 같네.
디저트 안에 넣으면…… 윽, 절대로 안 되지. 진짜로 사건을 일으키려는 것도 아니고.
아니면 그냥 추리할 만한 장식으로 쓸까?
그것도 좀 별론데……
이거다!
이스티나가 책장에서 책 한 무더기를 꺼냈다.
이 책들을 더해서 뭔가 디자인할 수 있을지도 몰라.
《용의자 일리치의 죽음》, 이건 아니야.
음…… 생각해보자. 이 책들이라면……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네. 이 정도라면 잘될 거야.
남은 이 책들은 아래에 깔아두면 되겠어.
상징적인 게 몇 개 더 필요한데…… 바둑판 같은 거면 되려나? 어디 보자……
소냐, 어서 와.
또 뭘 하고 있는 거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먹거리 축제 노점 세팅 좀 바꾸고 있었어요.
노점 세팅…… 아……
(작은 소리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네.
다 들리네요.
응? 《용의자 일리치의 죽음》? 이거 빌려본 적 있는데.
제가 추천해줬던 거잖아요.
까먹었어.
그럼 트릭은 기억하고 있어요?
아니.
범인의 이름은요?
기억 안 나.
……도대체 뭘 읽은 거죠.
난 소설을 보고 나면 다 까먹어.
내가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소설 줄거리를 기억할 필요는 없잖아.
됐어요. 당신한테 기대를 한 제 잘못이죠.
(휘파람을 분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 세팅한 노점에는 이 책들에서 영감을 받은 수수께끼가 있어요.
《열 명의 두린》, 《네 마리 베헤모스》, 《모쏘앗주 살인사건》……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한데……
다 봤으면서 아무것도 기억 못 하나 보네요.
당신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못 풀 것 같아요.
애초에 관심도 없었어.
수수께끼는 너무 시시하다는 건가요?
관심 없다고 말했을 뿐이잖아. 오늘 오후에 짐 옮긴 것 때문에 이미 힘들어 죽겠는데 스스로에게 더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아.
이렇게 하죠. 먹거리 축제 당일에 당신이 수수께끼를 풀면 제가 숙제를 한번 대신해줄게요.
하이파티아 선생님의 수업, 이미 몇 번 빼먹었죠?
좋아!
반대로 못 풀면……
어떻게 할 건데?
어떤 벌을 줄지는 생각 안 해봤지만 벌을 줄 거에요.
흥, 벌이라니 별로 무섭지도 않네.
그럼 난 방으로 돌아가 볼게.
가려고요?
안 가면 뭐 할 거라도 있어? 너무 피곤해서 가서 자야겠어.
적어도 책을 보면서 수수께끼를 풀 준비를 할 줄 알았는데요.
때가 되면 풀 수 있을 테니까 일단은 자는 게 더 중요해.
그럼 소냐, 행운을 빌게요.
고마워……
지마가 자신의 침실로 걸어가다가 이스티나의 곁으로 되돌아왔다.
안나, 아침부터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뭐죠?
네가 이런 행사에 이렇게 열심인 건 처음 봐. 라다보다도 열심히 하는 데다 완벽을 추구하잖아.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런 것 같은데요?
음…… 라다를 즐겁게 해주고 싶은 거야?
라다가 즐거워하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긴 하죠. 근데 틀렸어요.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거든요.
디저트를 많이 팔기 위해서야?
소냐, 잊으셨나요? 먹거리 축제에선 돈을 안 받잖아요.
그럼 뭐 때문에 그러는 건데?
그냥 최선을 다하는 느낌을 경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최선을 다한다고??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거야? 옛날에 충분히 느껴 봤잖아?
소냐, 그거랑은 달라요. 제 말 들어봐요.
그때는……
그때 모두 최선을 다했던 건 우리가 조금의 나태함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엔 달라요.
이번에 최선을 다하는 건 그저 단순히 기쁜 일을 위한 거잖아요. 우리가 기쁜 일 때문에 바빴던 게 얼마 만이죠?
생각해 봐요. 먹거리 축제의 핵심은 즐거운 축제 분위기고 주제는 음식을 먹는 거죠. 이것보다 더 가볍고 즐거운 건 없구요.
그래서?
옛날에는 어쩔 수 없었잖아요. 지금처럼 보잘것없고 즐거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건…… 지금껏 해본 적 없어서, 그래서 해보고 싶어요.
먹거리 축제 날은 아마 엄청 즐거울 거예요.
지마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넌 이미 먹거리 축제 때문에 엄청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가요?
응.
……그렇군요.
하아, 네가 뭐 때문에 그렇게 즐거워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즐겁게 놀길 바랄게.
후아, 먹거리 축제엔 노점이 엄청 많네. 다 먹지는 못하겠네……
카디건, 먹거리 축제는 하루종일 열리니까 진정하고 천천히 먹어.
왜 이럴 때도 따라오는 거야?!
이럴 때일수록 라바는 더욱 식습관에 주의해야 하니까……
이 독특한 단맛……
이 디저트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커스터드 젤리 맞죠?
그리고 이쪽의 베리 케이크! 상세한 재료 배합 비율도 있다면 더 좋겠어요!
영광이네요……
맛있는 게 있어! 냄새가 나!
와! 사람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잖아!
저쪽에 있는 간식은 곰돌이가 구운 거지! 냄새 좋다!
케오, 기다려! 그렇게 빨리 뛰지 마!
방금 그 베리 케이크 어땠어? 굼이 한 판 가져왔는데 금세 다 가져가버렸네.
정말 맛있었어요.
이프리트는 어땠어?
…… 매운맛이 부족해……
그래도 저 밝은 머리카락 녀석, 옷은 참 예쁘네.
포푸카, 잘 봐……
디저트를 위로 던지고 뛰어올라서 입으로 받아먹다니…… 대단해!
배우고 싶어? 가르쳐줄 수 있는데……
꿀꺽!
포푸카한테 그렇게 위험한 거 보여주지 마!
마젤의 입맛이 정말 독특한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이상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어, 저기는 수수께끼를 풀고 있는 건가?
한번 가봐야겠는걸.
박사님, 이스티나랑 애들이 낸 수수께끼가 어떤 것 같아요?
- (정말 잘 만들었네.)
- (복잡하진 않지만 아주 정교하네.)
- (먹거리 축제에 딱 맞네.)
박사님, 왜 아무 말도 안하고 계세요?
- (우물우물)
박사님, 자제하세요. 이미 너무 많이 먹었어요.
먹거리 축제가 벌써 끝났네……
미드나이트보고 깨워달라고 했었는데 이 자식이 소리 없이 가버렸단 말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에 밤새워서 만화 보는 게 아니었는데.
응? 저쪽에 있는 아가씨들은 왜 노점 정리를 안 하고 소란을 피우는 거지?
뭐라 하는지 잘 안 들리네…… 어, 여기선 제대로 보이지도 않으니까 계단 뒤쪽에 있는 빙수 노점으로 가야겠다.
음, 통조림이 많이 남았어! 줄게!
(숨을 들이쉰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이게 바로 우르수스 전투의 함성인가……
무섭네.
먹거리 축제에서 우리 노점은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 노점에 찾아오는 오퍼레이터가 끊이지 않았다. 먹으러 오는 사람도 있었고 수수께끼를 풀려는 사람도 있었고 단순히 내 옷에 이끌려 온 사람도 있었다……
라다는 수없이 간식을 구워냈고, 준비한 재료는 전부 소진되었다.
소냐와 로잘린드는 노점과 주방 사이를 뛰어다녔다.
나탈리야는 손님에게 침이 마르도록 디저트를 소개했다.
하루 동안 가장 한가했던 것은 되려 수수께끼 풀기를 맡은 나였다.
'노출 요법을 이용한 자가 진단 및 외상 치료 장치' 앞에서 이스티나는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소냐가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던 건 의외였어요. 답은 정말로 뻔했거든요.
로잘린드가 제안하고, 모두가 동의한 대로 소냐는 마젤란 씨의 통조림풍 빙수를 먹게 되었죠.
마젤란 씨의 빙수는 다른 맛은 다 맛있지만……
통조림풍 빙수는……
뭐랄까, 소냐가 빙수를 입으로 가져갈 때의 모습은……
푸흡……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람들이 웃는 걸 보고 저랑은 관계없는 사람들이 즐겁게 떠드는 소리를 들었죠……
평소의 저였다면 이런 일을 피하지는 못했겠지만 그 사이에서 즐거워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 행사에 최선을 다한 후로 모든 소란도 의미가 있었고, 제 노력도 나름 보답을 받은 거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피곤했던 준비과정도 전혀 번거롭지 않았네요.
정말로 별거 아닌 즐거운 일에 최선을 다해서 정말 즐거웠어요.
옛날에 체르노보그의 몇몇 중학교도 연합해서 비슷한 행사를 하곤 했죠.
그때는 공부 말고 다른 행사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구요.
그래서 머리를 약간 굴려서 행사 준비 작업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갔고, 행사 당일에도 집에 틀어박혀 온종일 공부만 했었죠.
뭐, 아무것도 아닌 일이죠.
모든 것이 평소와 같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그런 행사는 매년 있잖아요?
졸업하더라도 동문으로서 참가하거나 일반 시민으로서 참관할 수도 있는데…… 왜 이런 일에 힘을 쏟는지……
……
전 정말 생각해 본 적도 없었죠.
정말로 다시는…… 안 열릴 줄은.
그렇게 없어질 줄은……
……
이스티나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먹거리 축제에 120%의 힘을 써서 준비했답니다. 일종의 기념…… 이라 할 수 있겠죠?
사실 제 노력은 헛되지 않았어요.
수많은 사람과 함께 행사를 열며 이렇게 즐거웠던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다음에 또 이런 기념일이 있더라도……
오늘처럼 즐거울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꼭 다시 해볼 거예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안나, 다녀왔어……
소냐, 들어와요.
정말 즐거운 날이었어요. 그렇죠?
물론이지!
근데 즐거웠다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아까 음식이 조금 남은 걸 발견했거든. 그래서 자치단 애들이랑 나눠 먹고 너 줄 것도 하나 남겨놨어.
나탈리야가 보르시까지 다 마셔버린 거 아니었나요? 무슨 음식이 남았죠?
당연히 마젤란의 통조림이지!
!!!
졸리네요. 잘 자요, 소냐. 좋은 꿈 꿔요……
도망가지 마. 너 빼고 다 먹었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