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이름을 알 수 없는 심해의 열성 인사가 크리스마스 마니또 리스트에 올린 스펙터를 뽑게 된 스즈란. 선물 상대를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즈란은 선물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내기로 한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전 오퍼레이터 스즈란이라고 하는데요……
어이, 아오스타! 우리 왔어!
꺼지세요.
엣!? 죄, 죄송해요, 실례했습니다. 지금 당장 갈게요……
당신에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저기 시끄러운 녀석더러 나가라고 한 겁니다.
키아베는 쓸데없는 잡담이나 스즈란이 들어선 안 될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을 게 뻔하니까, 미리 손보는 게 좋거든요.
헤헤~ 뭐야, 나에 대해 그렇게 잘 알다니? 지금은 우리 스즈란을 곱게 모셔온 것뿐이라고. 무슨 크리스마스의 저주 인형을 만들어 달라고 할 거라던데……
'스펙터 인형'이에요.
맞아! 그 정도야 쉽잖아, 아오스타? 이런 일은 네 특기니까.
우리 스즈란이 우리 방을 찾느라 고생 꽤나 한 것 같던데, 선물로 뭐 하나 뚝딱 만들어 줘.
키아베 같은 무지한 생물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죄송해요, 난처하게 만들어서……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거절한다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는 게 구체적으로 뭡니까?
사실 크리스마스 선물 제작 업체 명단에서 아오스타 씨의 이름을 봤어요. 아오스타 씨께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마니또 선물로 쓸 인형을 만들어 주셨으면 해서요.
마니또 인가요.
네, 이번에 마니또를 미리 제비뽑기로 정했어요.
제가 뽑은 상대는 오퍼레이터 스펙터 씨인데, '스펙터' 씨에게 어울리는 평범한 인형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요.
오오, 그거야 간단하지! 아오스타, 너 또 눈썹 치켜뜨고 시크한 척하지 말라고! 뭔가 이해 안 가는 부분이라도 있는 거야?
……그게 다인가요, 스즈란?
네, 보수와 재료비는 이번에 나올 월급으로 지불할게요!
그렇다면 스즈란도 룰은 알고 있겠군요?
(긴장한 듯) 아, 알고 있어요!
응? 뭐야뭐야?! 스즈란, 왜 긴장하고 그래?
난 기분 내키는 대로 주문을 받습니다.
주문 수락 조건을 제시할 때, “매년 크리스마스 때는 주문 1건만 받습니다”라고 뒤에 적어두곤 합니다.
쯧쯧, 그러니까 네가 바로 그 '나쁜 어른' 역할인 거구나? 네가 주문을 수락하는 조건은 대체 뭔데? 너무 어려워 보이는 건 안 한다는 거야?
……어떤 재단도 내겐 식은 죽 먹기입니다. 특수한 오리지늄 가공 기술이나 재료가 없이도 자투리 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죠.
스즈란…… 의뢰는……
(꿀꺽……)
……받아들이죠.
앗! 가, 감사합니다!
(네 룰은 가장 먼저 찾아온 사람의 의뢰를 받는 거잖아.)
(흥.)
좋아, 문제도 해결된 것 같으니 난 이만……
아직 안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디자인? 그건 또 뭐야? 넌 그냥 스즈란이 해달라는 대로 뚝딱 만들어 주면 되잖아.
하아…… 키아베, 평소에 거울 좀 보는 게 좋겠네요. 그런 멍청한 소리를 할 때마다 얼마나 미련해 보이는지 압니까?
말 돌리지 마. 너희같이 머리 쓰는 녀석들이 얼렁뚱땅하는 말은 못 알아듣겠어. 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미리 말해두는데, 이건 스즈란을 괴롭히려는 게 아닙니다.
스즈란, 내게 스펙터 씨에게 선물로 줄 인형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한 거 맞죠?
네!
그럼 디자인 초안은?
……에에?
러프하게 그린 디자인도 좋고, 글로 자세히 쓴 것도 괜찮습니다. 아니면 가장 확실한 오퍼레이터 '스펙터'의 사진을 주어도 좋고요. 하지만 스즈란은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잖아요?
……으음…… 음…… 그렇네요.
아? 그렇다는 건……?
키아베, 당신도 그렇습니다. 평소에 생각 좀 하고 사세요. 그래야 일상이든 위기 상황에서든 조금이라도 빨리 문제를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크리스마스 마니또' 이벤트라는 게 어떤 건지 우린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그러니 알 방도도 없죠.
하지만 스즈란도 어떤 상대를 뽑게 될지 몰랐겠죠.
문제는 나나 키아베 모두 '스펙터'라는 오퍼레이터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식당이나 헬스장도 그렇고, 심지어 임무 중에도 본 적이 없죠.
스즈란은 안목이 괜찮은 편이니, 내게 의뢰한 인형은 아마도 모든 핸드메이드 선물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띌 겁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한 정보가 없어요. 스펙터라는 오퍼레이터가 대체 누군지, 또 어떻게 생겼는지.
하아……
하하, 너도 너무 기죽을 것 없어. 아오스타가 말은 직설적이지만 절대로 이 의뢰를 거절할 생각은 없으니까.
네가 다른 사람한테 선물을 의뢰하겠다고 하면 녀석은 그 사람이랑 우열을 가리겠다며 오히려 자기 '무기'를 들고 널 찾아올지도 몰라. 죽기 살기로 의뢰를 완수하겠다면서 말이야.
죄송해요, 키아베 씨. 제가 너무 성급하게 찾아왔나 봐요. 선물을 받을 상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그런데 너희도 참 이상하다. 참가자끼리도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다니……
헤헤, 그게 바로 이번 활동의 의미일 거예요. 서로 알아가면서 관계를 돈독히 하도록 말이죠.
저만 오퍼레이터 '스펙터'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도 그럴 줄은……
곤란하네. 이번 일은 나도 못 도와줄 거 같아!
그래도 뭐 어때, 스즈란이 힘내서 모두에게 '스펙터'에 대해 물어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도 나름 괜찮지 않아?
……물론 상대해도 괜찮은 녀석이어야 하는 게 전제겠지만.
이번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들 중에 위험한 녀석은 없겠지?
저, 전 없다고 생각해요.
하하, 그럴 거야. 그냥 평범한 파티 게임이라고 들었거든.
그럼 일단 사람들한테 물어봐, 스즈란!
로도스 아일랜드엔 정체불명의 녀석들이 잔뜩 있잖아. 어쩌면 네 상대도 '스펙터'라는 이름처럼 무서운 얼굴로 괴상한 소리를 내며 한밤중에 배회할지도 모르잖아……
히익……!
그, 그래도 선물을 교환하는 상대니까 저도 노력해서…… 선물을 상대에게 전해줄 거예요!
그런 마음가짐은 좋아.
조심해, 스즈란. 정말 곤란한 상황이 오면 나나 아오스타를 불러……
그런 일은 우리가 전문이거든.
으음…… 이제 어떡하지……
키아베 씨랑 아오스타 씨가 걱정하는 것도 일리는 있어. 오퍼레이터 '스펙터'에 대해선 들어본 적도, 만나는 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프리트 씨가 초대하고 사일런스 씨께서 개최한 행사니까 위험인물 같은 건 분명 없을 거야.
다만 전혀 모르는 오퍼레이터는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게 문제랄까……
으음……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안 돼! 상대가 누구든 행사에 참가한 이상 크리스마스 때 즐거움을 나누고, 선물을 준비하고 받았을 때의 기쁨을 느끼려는 사람일 거야.
나도 이런저런 특별한 날에 다양한 선물 받는 걸 기대하고 있으니까…… 상대도 분명 나름 기대하고 있을 거야.
반드시 정보를 모으고 말겠어. 아오스타 씨께서 만드는 인형은 언제나 칭찬이 자자하니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상대가 기뻐할 만한 선물을 꼭 전해줄 거야.
그럼 오늘부터 오퍼레이터 스펙터에 관한 정보를 모아보자.
30분 뒤
시…… 실례합니다……
흐윽…… 저기……
으응? 스즈란이잖아, 여긴 무슨 일로……
진정해, 확실히 들어줄 테니까. 무슨 일 있어?
(평소의 스즈란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잘 짓지 않는데…… 설마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건가?)
저기, 그러니까 누구를 좀 찾고 싶은데…… 메테오라이트 씨, 혹시 오퍼레이터 '스펙터'라는 분을 아시나요?
스펙터…… 말이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친구들한테 물어봤는데 다들 '스펙터'의 존재를 몰라서요. 그래서 전 또…… 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후…… 그렇게 된 거로구나.
괜찮아, 무서워할 것 없어. 너처럼 착한 아이에게는 무서운 일 같은 건 없을 거야.
'스펙터' 를 아는 사람이 드물긴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인 건 확실하거든.
확실히…… 스펙터가 네 친구들을 만날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네.
일단 이것부터 알려줘. 왜 스펙터에 대해 알고 싶은 거지?
그, 그러니까 스펙터 씨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거든요……
선물? 하지만 넌 상대의 존재도 모르잖아.
앗, 혹시 말이야…… 전에 무슨 전단지에서 봤는데, 크리스마스 파티 때 마니또인가 뭔가 하는…… 그거 때문에 스펙터를 찾으려는 거야?
네. 혹시…… 메테오라이트 씨도 참가하셨나요?
응, 나도 다른 사람한테 선물을 준비하고 있거든. 그렇구나, 그렇다면 긴장할 건 없겠네. 스펙터에 대해선 그래도 내가 좀 아는 편이지.
그런데 지금까지 스펙터 씨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째서 메테오라이트 씨뿐인 거죠?
저도 엄청 열심히 찾았는데……
그랬구나, 스즈란.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자신에 대해 숨기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내가 스펙터의 존재를 아는 건…… 임무를 수행하면서 함께 전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메테오라이트 씨께서 참가했다는 건, 모두 위험천만한 임무였을 텐데……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내키진 않지만 나처럼 '칼날'이 되어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거든.
나한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냐. 오히려 안전한 일을 하다 보면 무뎌지는 기분이 들거든.
하지만 스펙터라는 '칼날'은 나보다도 예리하지.
메테오라이트 씨는…… 스펙터 씨가 어떤 분인지 아시나요?
함께 싸운 건 딱 한 번뿐이었어.
스펙터는 어비설 출신의 젊은 여자야. 상식만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존재지.
네……?
전술상의 교류 같은 건 할 수 없었어. 무기를 들고 명령을 들으면, 임무를 마칠 때까지 그 유일한 명령만을 따를 뿐이었지.
스펙터 씨는…… 과묵하신 편인가요?
말을 한마디도 안 하는 걸 '침묵'이라고 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겉으로만 조용해 보이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자기가 침묵하길 선택한다는 느낌이랄까?
기괴한 모습으로 살기등등하게 달려드는 적을 볼 때나, 울부짖으며 달려드는 괴물을 볼 때, 스펙터는 언제나 모든 감정을 억누른 채 '침묵'을 지키곤 하지.
그리곤…… 마치 혼자서 모든 위협에 맞서기라도 하는 듯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적을 쓰러뜨려.
내 생각엔, 스펙터는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는 거 말고, 주변의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
적군과 아군, 삶과 죽음 앞에서도 주변 사물에 대한 감정의 변화를 얼굴에서 전혀 읽어낼 수 없어.
하지만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스펙터는…… 자기가 늘 침묵을 지킨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하기는 할까?
그…… 그럼 메테오라이트 씨는 스펙터 씨가 전장 아닌 다른 곳에서 누군가와 알고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쉽지 않은 문제네…… 하지만 내 생각엔, 스펙터의 정신 상태로는 정상적인 생활에 적응할 수 없다고 생각해.
적어도…… 난 스펙터가 평범하게 숙소 생활을 한다는 게 상상이 되질 않아.
그 말씀은 의료팀에서 더 잘 알 거라는……
앗, 알겠어요!
후훗, 중요한 단서 같은 건 난 말 한 적 없는 거다?
헤헤~ 알려 주셔서 고마워요, 메테오라이트 씨.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전장에서 겪으셨던 일에 대해 좀 더 듣고 싶어요.
전투를 피할 수 없다면, 다른 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제 소중한 친구들과 가족들을 지킬 힘이 제게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응? 스즈란에게 들려줄 만한 전장 이야기라…… 준비하는 데 시간 좀 걸리겠는데.
......
......
......
하지만 스펙터와의 두 번째 작전은 좀처럼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때 그 전장에서 헤어진 뒤 로도스 아일랜드로 복귀하고 휴식을 취할 때까지도 전장 위에서 적들을 거침없이, 무자비하게 찢어내던 그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
스펙터의 머릿속이 텅텅 빈 게 아니라면, 어쩌면 스펙터는 내가 말한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신비한 존재일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면 자기가 한 짓을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겠어?
네,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으응? 스즈란이 내 의료실에 찾아오다니, '구석구석' 신체검사라도 받아보게?
까악!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폴리닉 언니.
농담이지, 농담. 지금은 휴식 시간이야, 스즈란이 와준다면 나야 대환영이지.
그래서 무슨 일을 들려주러 온 거야, 스즈란?
사실 크리스마스 때 보낼 교환 선물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하, 그렇구나.
그런데, 제가 선물을 보내야 할 상대가 바로 스펙터 씨에요.
응응…… 으응? 스펙터라고?
하지만 요새 의료실을 떠난 적이 분명 없었을 텐데 어떻게……
아…… 역시, 폴리닉 언니는 스펙터 씨를 알고 계시는군요.
다행이에요. 제 추측이 틀릴까 봐 걱정했거든요.
저, 저기…… 스펙터 씨에게 주문 제작한 인형을 드릴 생각이라, 그분에 관한 정보를 알고 싶어요.
스펙터에 대한 정보라……
켈시 선생님을 도와서 확실히 치료해 준 적은 있어.
하지만 최근엔 정신 상태가 불안정해서 한동안 의료실을 떠날 수 없었지.
그런 스펙터가 정말로 그런 선물 교환 행사에 참가했다고?
저, 전 누구든 행사에 참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펙터 씨는 이런 행사에 참가하지 않을 거라고 메테오라이트 씨께서 말씀해 주셔서 어쩌면…… 어쩌면 누군가 스펙터 씨를 대신해 참가 신청을 한 건 아닐까 해요.
뭐가 어찌 됐든, 스펙터 씨를 실망시킬 순 없잖아요. 그래서……
그렇겠네. 스즈란은 착한 아이니까.
내 추측으로는 아마도 스펙터를 만나러 오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유일…… 앗,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스펙터 씨는 심한 병에 걸리셔서 이곳을 떠나실 수 없는 건가요?
아주 가끔 제정신을 차렸을 때만 잠깐 외출하긴 하는데,
근데 스펙터의 언어 기능이 심각한 영향을 받은 터라, 주변의 오해를 살 법한 말을 할 바에야 입을 다무는 편을 선택하곤 해.
으음…… 전장에서 몸이 기억했던 것처럼 침착하게 행동할 수는 있지만, 실컷 싸운 뒤의 극도로 피곤한 상태가 스펙터에게는 안심하고 쉴 시간이기도 하지.
하지만 너무 걱정할 건 없어. 스펙터는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따르고 있으니까.
그런 거라면 스펙터 씨를 만나보고 싶어요……!
그건……
역시 안 되는 건가요……
아무리 나라도 평소에 마음대로 스펙터의 방을 드나들 순 없으니까.
선물을 직접 상대에게 주고 싶은 스즈란의 마음은 잘 알겠어. 어떻게 해서든 그 '마음'을 전하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지금 스펙터의 상태로는 아마 힘들 것 같아.
……네.
하지만…… 만나진 못하더라도 선물을 완성해서 스펙터 씨의 손에 꼭 전해 드리고 싶어요.
크리스마스 선물을 상대에게 선물해서, 선물을 받고선 기뻐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좋아, 역시 스즈란답네. 그 마음 변치 않기를 바랄게!
(작은 목소리로) 사실 너무 민감한 정보만 아니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후후, 이래 봬도 난 켈시 선생님의 믿음직한 제자니까!
고마워요, 폴리닉 언니……! 괜찮다면 스펙터 씨에게 드릴 인형을 만들 디자인 영감도 얻어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오호~!
이거이거, 스즈란이 여긴 어쩐 일인가?
스펙터에 대해 이야기 중인가?
안녕하세요, 와파린 선생님.
으아…… 성가신 사람이 왔네……
이 몸이 문 앞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은 것뿐이다. 스즈란은 스펙터에게 인형을 만들어 주려는 건가?
귀엽군.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남의 말 엿들은 걸 되게 장황하게 변명하시네요, 와파린 선생님.
나라면 스펙터의 쓰리 사이즈랑 입고 있는 옷의 재질까지도 자세히 알려줄 수 있을 텐데…… 내가 폴리닉보다 권한이 훨씬 세지 않은가.
그, 그 정도로 자세하게 알 수 있나요?
그뿐 아니라 인형을 스펙터의 손에 직접 전해 줄 수도 있다.
물론 그 대가로…… 후후, 펭귄 로지스틱스의 매장에서 파는 그 토마토 주스……
앗, 알았어요! 지금 가서 물어볼게요!
스즈란을 마음대로 부리지 마시죠, 와파린 선생님!
스즈란! 지금 갈 필욘 없……
좋아, 이렇게 해서 끝이로군!
네? 그게 무슨…… 소리죠?
방금 엄청 위험한 상황이었지 않은가. 스펙터에 관한 진실은 스즈란이 모르고 있는 편이 좋을 거다.
……그 아이는 궁금한 것뿐이에요. 스즈란은 똑똑한 아이죠. 자신이 반드시 이해할 필요도, 반드시 알 필요도 없는 일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작은 호기심이 사람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유명한 교훈이지.
그건 그렇고, 스펙터에게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가슴 따뜻한 사람이 어디 없을는지……
제 생각엔…… 스즈란에게 스펙터의 선물을 준비하게 한 것 역시 계획의 일부인 거죠?
아. 스즈란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다짜고짜 스펙터에 대해 물었다면 매우 위험한 신호일 거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스즈란뿐이에요. 누구든 진심 어린 관심이라고 믿도록 만들 수 있는 건요……
이번 일을 스펙터는 분명 모르고 있을 테니, 크리스마스에 교환할 선물도…… 제때 준비하지 못했겠죠.
스즈란이 안타까워서 그러나?
전 그저……
하지만 내가 방금 한 말도 아무렇게나 한 말은 아니었어.
스즈란이 준비한 인형을 내게 주면 그걸 스펙터가 받아볼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해 볼 거네.
하지만 그 일을 켈시 선생님께서 아시게 된다면……
방금 네가 그러지 않았나, 스즈란을 위해서라면 '작은 특권' 정도는 써도 된다고 말이야.
사실 그건 스펙터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스펙터가 이 선물을 받을 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것도 실험의 일환으로…… 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번 일이 끝나고 맨 마지막에 켈시 선생님에게 사과해야 할 건 제가 될 것 같네요!
아아,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20일 뒤
으으……
하아아암~
벌써 아침이네. 내 외투가…… 읏샤!
오늘은 폴리닉 언니네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켈시 선생님과 공부하는 날이네…… 아, 오후에는 티파티도 있고 재단 전문가 수업도 있어.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이제부턴 열심히 재단 기술을 배워야겠어, 아오스타 씨처럼 모두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헤헤, 아오스타 씨에게 의뢰한 인형은 크리스마스 당일에 스펙터 씨에게 전해 달라고 와파린 선생님에게 이미 부탁해 뒀으니까……
누군가 자기 대신 선물 교환 행사에 참가 신청한 걸 스펙터 씨는 모를 거라고 와파린 선생님께서 그러셨지만, 스펙터 씨가 선물을 받고서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좋겠어.
으음,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도 벌써 6일이나 됐네…… 확실히 정말 재미있게 보낸 것 같아.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야.
스펙터 씨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셨다면 좋겠는데……
스펙터 씨의 상태가 좋아지면 같이 이야기도 하고, 같이 밥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나? 헤헤헤.
자, 책가방도 챙기자. 책가방이……
으응?
책상에 선물함이…… 어젯밤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서, 설마 선물을 보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산타 할아버지께서 빠뜨리신 걸까?
……앗!
이건……
'심해로부터의 선물'……
……오르골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