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발걸음을 멈추고

발걸음을 멈추고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주변 사람들은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녀도 이제 자신만의 결정을 내릴 시간이 왔다.

등장 오퍼레이터: 프란카, 리스캄, 아몬드, 바닐라


프란카

바닐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긴…… 제시카의 숙소잖아?

바닐라

앗, 프란카 선배!

바닐라

제시카 선배 대신 방을 치우는 중이었어요.

프란카

……하긴, 우리 용감한 아가씨가 황무지로 떠났으니 이제 함선에 머물 일은 거의 없겠지.

바닐라

네, 게다가 방을 치우고 나면 물건을 정리해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프란카

내가 도와줄까?

바닐라

괜찮아요. 엔지니어링팀에서 장치를 빌려 온 데다, 이 정도는 저 혼자서도 충분해요.

프란카

자동문도 지나가다 부딪히던 애가 이제 다 컸네.

바닐라

헤헤.

바닐라

……

바닐라

프란카 선배.

바닐라

제시카 선배가 틀렸다고 생각하세요?

프란카

……

프란카

그 애가 너보고 나한테 물어보라고 했니?

바닐라

……네.

프란카

하여간. 결정을 내려놓고 선배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는 꼴이라니……

프란카

정말 성장한 건지 의심스러운걸.

바닐라

……전 제시카 선배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바닐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걸 주저하지 않고 버렸잖아요……

프란카

후후, 그렇게 당황해서 편들지 않아도 돼.

프란카

제시카한테 문제는 많지만,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항상 알고 있는 아이야.

프란카

애초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아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

프란카

다만…… 이렇게 빨리 결정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바닐라

빠른…… 건가요?

프란카

물론이지.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잖아.

프란카

아직 시간이 그렇게 많은데.

바닐라

으음……

프란카

하지만 그게 꼭 나쁜 일이라고는 볼 수 없지.

프란카

결정을 못 하는 사람들에 비해, 제시카는 훨씬 더 강인한걸.

바닐라

죄송해요!

바닐라

저도 항상 제 미래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프란카

풉…… 네 얘기는 아니었는데.

프란카

넌 아직 어리잖아. 안 그래?

프란카

내가 얘기하려던 건……

프란카

……누구였더라?

바닐라

그럼 전 이만 전달자 편에 물건을 부칠게요.

프란카

그래그래.

프란카

나야.

프란카

임무? 알겠어. 곧 갈게.

프란카

……

임무가 끝나면 잠시 쉬며 다음 임무를 기다리는 것.

그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서려는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잡듯 그녀를 멈춰 세웠다.


리스캄

알겠습니다.

리스캄

네, 제 의사는 전과 같습니다.

리스캄

저만의 보안업체를 세우는 것, 그게 제 꿈입니다.

리스캄

클리프 씨가 제게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고요?

리스캄

네, 내일 본부로 돌아가겠습니다.

리스캄

프란카 말씀이신가요?


평소라면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파트너에게 다가가 눈짓을 보냈을 것이다.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면 유쾌한 장난을 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프란카

……


리스캄

프란카도 제 계획을 알고 있습니다.

리스캄

……알겠습니다.

리스캄

이 일에 관해 얘기해볼게요.

리스캄

……


프란카

……난 뭘 피하는 걸까.


리스캄

프란카?

리스캄

마침 잘 왔어. 나, 본부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

프란카

응? 무슨 일인데?

리스캄

네게 얘기했던 걸 클리프 씨랑 얘기해보려고.

프란카

드디어 결정한 거야?

리스캄

응, 제시카도 그렇게 용기를 냈는데…… 나도 좀 더 용감해져야지.

프란카

용기는 무모함이랑 다른 거야. 정말 그 '클리프' 씨와 만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해?

프란카

자신 없는 거라면 내가 같이 가줄 수 있어.

리스캄

……아니야, 나도 이제 이런 일에 익숙해져야지.

프란카

너처럼 솔직한 성격은 그 음흉한 늙은이한테 된통 당하기만 할 텐데.

리스캄

프란카, 오늘 기분 별로인 것 같은데, 맞지?

프란카

그게 무슨 상관인데?

리스캄

온종일 널 상대하다 보니 나도 사람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서.

프란카

……

프란카

오오, 우리 우등생 씨도 이제 다 컸네.

리스캄

프란카.

리스캄

돌아와서 너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프란카

진심이야?

리스캄

진심이야.

리스캄

한 달 후에 돌아올 거야. 그때 보자.

프란카

……

프란카

아무래도 오늘 기분이 영 아닌 것 같긴 하네.


프란카

상황 보고해.

아몬드

지난번 정보와 동일해. 도적들이 운송지 직원을 납치하고 그곳을 점령하고 있어.

아몬드

머릿수도 많고, 장비도 나쁘지 않지만, 다행인 건 경비가 삼엄하진 않아.

아몬드

대략적인 건물 구조와 인원 배치를 파악해뒀으니까, 지금 보내는 파일을 확인해봐.

프란카

……

프란카

받았어.

아몬드

후……

프란카

왜 그래?

아몬드

아, 처음엔 너나 리스캄 같은 엘리트가 제약회사에 파견되는 게 인력 낭비라고 생각했거든.

아몬드

근데 지금 보니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서.

프란카

너도 후방 지원부나 인사부로 이동 신청을 해 봐. 그럼 이런 고생과도 작별일 텐데.

아몬드

그건 안 되지. 외근 오퍼레이터로서의 대우가 블랙스틸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은걸.

아몬드

게다가 전부터 이런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프란카

전선은 애들 놀이터가 아니야.

아몬드

그래서 두 선배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신청한 거잖아.

아몬드

뛰어난 선배들이니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

프란카

전장 지식은 배우고 말고 할 게 없어.

프란카

그리고 평생 전장에 있을 것도 아니잖아.

아몬드

이런 것들은 돈이 되는 지식이라고!

아몬드

돈을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거잖아?

프란카

하고 싶은 일?

아몬드

헤헤, 사실 그건 아직 못 정했지만……

아몬드

언젠간 정할 수 있겠지.

프란카

후후, 역시 어린 게 좋다니까.

아몬드

나랑 별로 차이도 안 나면서!

프란카

블랙스틸에서든, 로도스 아일랜드에서든, 난 네 선배야.

아몬드

그래서, 어깨라도 주무르라는 거야?

프란카

됐어.

프란카

됐다. 작전 계획을 다 세웠으니 지금 바로 보낼게.

아몬드

이렇게 빨리?!

아몬드

와아, 진짜 자세하게 적어뒀잖아!

프란카

그러니까 이 선배의 실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아몬드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아몬드

두 팀으로 나눠서 A팀은 정면 견제, B팀은 인질 구조를 맡는다라.

아몬드

정면 견제 쪽 인원이 부족하지 않을까?

프란카

지금까지의 정보를 종합하면 도적들의 우두머리는 경계심이 강해. 인원이 많으면 도주할 확률이 높지.

프란카

산속으로 도망치게 두면 일이 귀찮아질 거야.

아몬드

하지만 A팀의 인원수가……

프란카

누군가 네게 이렇게 말했을 것 같긴 한데……

프란카

“리스캄이 없으니 프란카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게 곁에서 잘 챙겨줘.”

아몬드

앗. 그 전에 하나만 밝히자면……

프란카

리스캄이 직접 한 이야기가 아니란 건 나도 알아.

프란카

우리 우등생 씨라면 나한테 직접 말했겠지.

프란카

아무래도 우리가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시간이 꽤 긴가 보네.

프란카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우리에게 임무를 항상 같이 맡기는 걸 보면 말이야.

아몬드

그럼 잘된 일 아니야?

프란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아몬드

음…… 곁에 좋은 동료가 있다면 마음이 놓이는 법이잖아.

아몬드

프란카는 짜릿함을 위해 전장에서 위험한 작전을 벌이지.

아몬드

반대로 리스캄은 안전을 생각해서 온갖 방법으로 프란카를 말리고.

아몬드

두 사람이 자주 다투긴 해도 작전할 때만큼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깔끔하게 임무를 완수해냈어.

아몬드

아,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블랙스틸에 있을 때 이미 들은 거야.

프란카

그렇구나.

프란카

우린 이미 서로가 익숙하거든.

불포 여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블랙스틸에 합류할 때, 사람들 대부분이 제식 무기를 선택했다.

그녀 역시 제식 단검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레이피어를 주 무기로 사용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그녀가 레이피어만 사용할 줄 안다고 여기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단검도 능숙히 다뤘다.

그녀조차 잊어가는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프란카

가자, 속전속결로 끝내자고.


아몬드

프란카가 정면 견제를 해준 덕분에 난 다른 팀원과 함께 무사히 인질을 구출할 수 있었어.

아몬드

하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놈들이 프란카를 둘러싸고 있는 거야.

아몬드

그땐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니까.

아몬드

놈들의 장비는 별 볼 일 없어 보였지만, 어쨌든 적수가 많았으니까.

아몬드

게다가 프란카에게 자기들이 농락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자 놈들이 더 날뛰기 시작했어.

아몬드

하지만 그럼에도 프란카는 여유만만이 서 있기만 했지.

아몬드

난 속으로 생각했어. 망했다, 망했어. 설마 리스캄이 없다 보니 너무 신난 거 아닌가 싶었지……

아몬드

그 순간……

바닐라

그 순간?

아몬드

후훗, 여기서부턴 독점 정보라고. 궁금하면 대가를 지불해야지.

아몬드는 음흉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돈 모양을 제스처를 취했다.

바닐라

……아, 알겠어!

아몬드

아얏!

리스캄

남의 이야기로 돈을 벌면 쓰나.

아몬드

이건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거라고!

아몬드

앗, 리스캄 선배. 오셨어요?

리스캄

프란카 얘기 중이었어?

아몬드

맞아.

리스캄

어디 계속해 봐.

아몬드

알겠어, 오늘만 특별히 공짜인 거야.

바닐라

정말 고맙습니다!

아몬드

으으, 이럼 왠지 모를 죄책감이……

아몬드

어쨌든,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몬드

프란카는 전장 한가운데에 서 있었고, 나는 인질을 구출한 뒤 탑 위에 서 있었어.

아몬드

그때 모든 시간 1분 1초까지 정확하게 정한 건 아니라 프란카는 내 위치를 몰랐을 거야.

아몬드

그런데 그때, 프란카가 정확하게 내 쪽으로 눈빛을 보냈어.

아몬드

그 시선을 따라가니 그곳엔 무너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건물이 보였지.

아몬드

그 건물 근처에는 마침 도적들이 있었고.

아몬드

그 순간, 프란카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어……

아몬드

프란카는 아무런 대책 없이 무턱대고 놈들 앞에 나타난 게 아니라, 놈들을 그 위치로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던 거야.

아몬드

게다가 내가 그 위치에 나타날 것까지 예상한 거지!

리스캄

프란카가 그 정도는 아닐 텐데. 대충 시간을 따져본 게 아닐까? 네가 아니더라도 다른 팀원이 나타날 테니까.

아몬드

혹시 무슨 일이 생겨서 우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리스캄

그럼 너희를 찾아갔을 거야. 아니면 두 번째 플랜이 있었겠지.

리스캄

나라면 그 건물에 미리 폭약을 설치했을 거야.

아몬드

그러고 보니 프란카가 나한테 폭약을 달라고 하긴 했는데……

아몬드

프란카 말이야, 이번 임무에선 평소랑은 뭔가 달랐던 것 같아.

아몬드

침착하고 든든하고…… 물론 평소에도 같이 임무 나가면 든든하긴 했는데……

리스캄

프란카는 어딨어?

바닐라

임무에서 돌아온 이후로 방에 틀어박혀 계세요.

아몬드

맞아, 같이 축하라도 하고 싶었는데.

리스캄

……내가 가볼게.


프란카

……

프란카

아몬드 그 수다쟁이 녀석, 분명 지금쯤 내 얘기를 떠벌리고 다니고 있겠지.

프란카

에휴, 관두자. 마음대로 하라고 해.

탁자 한쪽에는 어머니가 보내온 편지가 고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제때 어머니에게 돈을 보낼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질문에 하나하나 친절하게 답장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두 가지 질문에는 늘 회피했었다……

언제까지 위험한 용병 일을 계속할 거니?

집에는 언제 돌아올 거니?

두 가지는 결국 하나의 질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어머니가 단순히 모성애 때문에 계속 질문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두 가지 질문에 담긴 의미란 남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이었다.

프란카

……

불포 여성은 크루아상에게 구해온 중고 턴테이블을 켠 후 자신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심연으로 향하듯……

포근한 침대로 몸을 내던졌다.

그녀는 지금껏 자신이 늘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현재의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제시카가 개척지로 떠나고, 리스캄이 자신만의 보안업체를 설립하기로 선택한 이후로, 길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막연함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다.

다만……

프란카

……

규칙적이고 매너 있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누가 찾아온 것인지 바로 깨달았다.

프란카

분명 내가 방 안에 있는 걸 알고 있을 테니 예비용 열쇠가 있는 곳을 찾아보겠지.

프란카

그래, 문 옆에 있는 화분 아래.

프란카

그리고 곧장 문을 열겠지.

프란카

후, 아무래도 열쇠 두는 장소를 바꾸는 게 좋겠어.

리스캄

……

리스캄

너답지 않은 모습이네, 프란카.

프란카

……

프란카

나다운 모습이 뭔데?

리스캄

……적어도 이런 모습은 아니야.

프란카

……

프란카

우등생 씨, 지금 시간 돼?

리스캄

시간이 없었다면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프란카

우리, 마지막으로 대련한 게 언제였지?


프란카

결국, 네 꿈을 솔직하게 전부 털어놓았단 거구나.

리스캄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모르니까.

프란카

뭐, 너한텐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것보단 그 방법이 더 어울리긴 하지.

프란카

그래서, 결론은?

리스캄

그냥 그래. 클리프 씨는 내 결정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거든.

리스캄

하지만 변두리에 협력 파트너가 하나 더 생기는 것 정도는 상관없대.

프란카

완곡한 화법이네. 보안업체 간에 진정한 협력은 없다는 뜻이야. 네가 블랙스틸에서 나간 순간부터, 더 이상 블랙스틸과 친구가 아니란 거겠지.

리스캄

알아.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훈련장의 양 끝으로 걸어갔다.

프란카

로라의 말을 들었어야 해.

리스캄

맞아.

리스캄

네가 왜 갑자기 대련을 제안했는지는 대충 알아.

리스캄

오늘은 네가 만족할 때까지 상대해줄게.

프란카

우등생 씨, 요즘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야?

리스캄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거야.

검과 방패가 부딪치며 굉음을 냈다.

리스캄

참, 훈련생 시절부터 연락하던 친구들도 만났어.

리스캄

나와 함께하겠다는 친구들이 제법 있더라고.

프란카

아아, '동창회'를 하러 돌아갔던 모양이네?

리스캄

그건 아니야. 그냥 우연히 만난 것뿐이지.

리스캄

다들 네 얘기를 하더라.

리스캄

네가 날 '우등생'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동기들이 기억하는 만년 1등은 다름 아닌 너니까.

프란카

전사에게 '우등생'이란 표현은 칭찬이 아니야.

프란카

그리고 난 처음부터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리스캄

알아.

리스캄

우리가 처음으로 모의훈련에서 맞붙었던 일이 떠오르네.

프란카

그때 내가 뭐라고 했지?

리스캄

“우등생이 실전에서도 우등생인지 보여줘”라고 했어.

리스캄

그날부터 너는 날 '우등생'이라고 불렀지.

프란카

뒤끝이 대단한데?

리스캄

이제부터라도 그 별명을 버려줬으면 해서.

프란카

그건 안 되지.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의 기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탓에 훈련장에는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프란카

너처럼 야심가도 무기 상인도 아닌 사람이 용병은 무슨 용병? 진짜 웃기지도 않지.

프란카

난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리스캄

자극을 찾기 위해 용병이 됐다는 사람한테 평가받고 싶진 않은데.

프란카

말주변이 점점 느네, 우등생 씨.

리스캄

다 네 덕분이지.

리스캄

조금 전 방에 들어갈 때, 그 편지를 봤어.

프란카

……

리스캄

지난 몇 년 동안 돌아가지 않았나 봐.

프란카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리스캄

어머니랑 사이가 나쁘진 않았잖아.

프란카

나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엄마랑 난 서로를 사랑해.

프란카

엄마는 내게 원하는 일을 하라고 하셨고,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어.

프란카

실은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이런 성격이 된 거야.

리스캄

그렇게 보여.

리스캄

성격만 보면 용병 중에 나랑 비슷한 사람은 많지만……

리스캄

너처럼 전투에서 즐거움을 찾고, 위험을 피하기보다 즐기는 쪽은 소수더라고.

리스캄

나도 이걸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리스캄

넌 뒷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 된 거야.

프란카

맞아. 내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고 싶네.

프란카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적 나보다 더 부잣집 아가씨처럼 보이는 애는 없었을걸?

리스캄

아, 그럼 됐어.

프란카

쳇, 혹시 네가 보고 싶다 해도 사진이 있을지 모르겠네……

프란카

뭐, 엄마는 분명히 가지고 있겠지만.

프란카

후, 어쨌든 내가 즐기면 즐길수록 엄마를 만나는 게 점점 두려워져……

프란카

애초에 집을 떠나 멀리 오지 말았어야 해.

프란카

엄마 곁에서 작은 가게를 차리고 딱 생활할 수 있을 만큼만 돈을 벌었으면 되는데.

프란카

하지만 난 내 자신과…… 동경을 억누를 수가 없었어.

프란카가 손에 들린 검을 가리키곤 몸을 돌려 널찍한 훈련장을 둘러보았다.

프란카

자유 용병이 되었을 때부터 엄마는 날 걱정하기 시작했어.

프란카

그럼에도 내가 떠나는 날엔 웃으며 블랙스틸 훈련소로 향하는 날 배웅해줬지.

프란카

하지만 나도 알아. 멀어지는 차를 보며 분명 눈물을 흘렸겠지.

리스캄

어머니를 뵈면 다시는 떠날 수 없을까 봐 걱정돼?

프란카

나도 모르게 엄마랑 싸우게 될까 두려워.

프란카

분명히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데.

리스캄

……난 네가 그냥 기분이 안 좋은 줄 알았는데.

리스캄

엄청 안 좋았던 거였네.

리스캄

너랑 알고 지낸 몇년 동안 네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한 건 오늘이 처음이야.

프란카

그러게. 늘 말하는 쪽은 너고, 비웃는 쪽은 나였는데.

리스캄

……

리스캄

잠깐, 설마 병세가 악화한 건 아니지?

프란카

……

프란카

그런 건 아니니 걱정 마.

프란카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어.

프란카

이제 씻을 때 그 결정이 만져지는 것도 익숙해졌어.

프란카

어쩌면 내가 미친 걸지도 모르지.

프란카

난 사람이 반드시 큰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프란카

난 전투를 통해 나 자신이 조금씩 성장한다는 걸 깨닫고, 주변 사람들을 놀리며 소소한 재미를 느껴……

프란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프란카

블랙스틸부터 로도스 아일랜드까지, 난 대부분의 시간을 즐겁게 보냈어.

프란카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지.

프란카

그런데 제시카와 네가 저마다의 결정을 내린 후에야 깨달았어.

프란카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프란카

은연중에 난 나한테 묻고 있더라……

프란카

난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리스캄

……

리스캄

프란카, 넌 언제나 모든 일을 잘 해내잖아. 많은 사람이 널 동경하고 있어.

리스캄

나도 그렇고.

프란카

……뭐라고? 네가?

리스캄

그래.

프란카

첫 번째 임무부터 전장에서 날 가로막았던 네가?

리스캄

그땐 내 기준에 네 작전 스타일이 너무 위험해서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딱히 모순될 건 없지.

리스캄

예전에는 내가 왜 너랑 파트너가 됐는지 몰랐거든. 근데 요즘 들어 점차 깨달을 수 있었어.

리스캄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늘 궁금했거든.

리스캄

너처럼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인생을 대할까……

리스캄

어쩌면 직감적으로 느꼈을지도 몰라. 네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걸.

프란카

나한테 뭔가를 배웠을 것 같진 않은데.

리스캄

많이 배웠어. 전투기술, 언어기술, 그리고…… 긍정적인 자세?

리스캄

물론 너한테 배웠다기보단, 널 뒤따라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말해야겠지만.

프란카

……

리스캄

마치 네가 로라와 함께 수행했던 그 임무처럼……

리스캄

넌 프란카야.

리스캄

의지할 곳이 필요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네겐 그런 게 필요하지 않아.

리스캄

네게 필요한 건 누군가 널 떠밀어주는 거지.

프란카

모종의 결별 선언인 건가?

리스캄

그저 네게 말해주고 싶었어.

리스캄

날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프란카

이제야 깨달은 건데, 넌 정말 날 화나게 만드는 데 엄청난 능력이 있어.

리스캄

다 네 덕분이지.

손에서 튕겨 나간 테르밋 블레이드가 허공에서 아슬아슬한 원을 그렸고, 섬광 방패도 와이번의 손에서 가차 없이 미끄러졌다.

늘 그렇듯 결과는 무승부였다.

하지만 프란카는 평소처럼 리스캄을 놀리며 무기를 주우러 가지 않았다.

그녀는 뭔가를 골몰하듯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리스캄도 그런 그녀를 기다리는 듯했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프란카

나와 나누고 싶다던 얘기는……

프란카

앞으로 네가 세울 보안업체에 들어와 달란 거지?

프란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프란카

당분간은 말이지.

리스캄

알겠어.

리스캄은 테르밋 블레이드를, 프란카는 섬광 방패를 주워들어 서로에게 던졌다.

프란카

……

프란카

내 병세는 많이 안정됐어.

프란카

장기 휴가를 내고 집에 돌아가서 엄마와 시간을 보낼 생각이야.

프란카

어쩌면 엄마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지.

프란카

그런 다음엔…… 멀리 떠날지도 몰라.

프란카

장기 파견 임무 같은 걸 받아서 먼 곳으로 떠나는 거야.

프란카

내가 돌아올 쯤엔 네 보안업체도 이미 세워진 후겠지.

리스캄

그때가 되면 다시 널 초대할게.

프란카

아직 기뻐하긴 일러.

프란카

애초에 네가 멋대로 날 따라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거잖아.

프란카

언젠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게 되면, 철판 깔고 너희 회사에 빌붙을지도 몰라.

리스캄

너도 알다시피 난 인정보다 규칙을 더 중시해.

프란카

그럼 어쩔 수 없이 네 회사 아래에 돗자리 깔고 네 흑역사나 잔뜩 폭로해야지.

리스캄

……휴, 어쩌다 너 같은 사람을 알게 돼서.

프란카

그러게, 내가 다 유감이다. 어쩌다 나 같은 애를 만나서는.

프란카

점심으로 뭐 먹을래?

리스캄

누가 사는 건데?

프란카

너 진짜……

리스캄

……

프란카

알겠어, 오늘은 내가 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