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타올라라
그레이너티는 혈안이 되어 소나를 찾으러 왔지만, 뜻밖에도 소나가 자신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일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파투스
소나, 소나 어디 있어?!
……회색 붓꼬리, 시끄럽잖아.
미안해, 저스티나. 네가 있는 줄은 몰랐어.
그런데, 넌 왜 소나 방 앞에 있는 거야? 혹시 너도 소나한테 볼일 있어?
응.
소나가 어디 있는지 알아?
몰라.
……됐다, 일단 이번 한 번은 살려줘야겠네.
너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 당연히 궁금한 게 있을 테지.
차라리 나한테 말해봐. 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난 기사단 일 때문에 온 게 아니야.
소나의 술집 일을 돕겠다는 말을 전하려고 왔어.
아, 그렇구나. 그럼 확실히 내가 도울 건 없겠네.
……
잠깐!
방금 뭐라고? 술집? 소나?
응. 몰랐어?
내…… 내가 알아야 했던 거야?
나야 모르지.
그러는 너는 무슨 일로 여기 온 건데?
난 소나의 목숨을 거두려고 왔어.
하지만 이젠, 그 전에 나 몰래 도대체 언제 술집을 열었는지부터 확실히 알아봐야겠어.
그러니까, 혹시 소나한테 왜 술집이 있는지, 그리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나한테 좀 알려줄 수 있어?
……그래.
난 기사단에 들어온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기사단에 대해 아직 모르는 일들이 수두룩해.
어젯밤, 소나에게서 메시지가 왔어. 한 술집에서 만나자고.
당연히 기사단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지.
……
왔구나.
……왜, 카운터 뒤에 서 있는 거야?
그야 지금 내가 이 술집의 점주대리니까 그렇지.
……뭐?
이건 아직 회색이 애들한테도 말 못 했어, 너한테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거야.
어쩌다?
처음에 여긴 그냥 가끔 와서 쉬던 곳이었거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전 주인과 친해지게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예전에 상업연합회 소속 감독이었다가 어떤 기사단의 미움을 사서 표적이 됐다는 걸 알게 됐어.
그걸 참지 못한 그 사람은 화가 나서 일을 그만두고 이 작은 술집을 열었지.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을 도와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나니까, 다시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더니 얼마 전에 자신의 무대로 돌아갔어.
그러면서 이 술집을 나한테 맡긴 거야.
……꽤 파란만장한 이야기 같은데,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네.
더 듣고 싶어? 술 마시면서 이야기해 줄 수도 있는데.
난 네가 기사단을 소개해 주려고 날 여기로 부른 줄 알았어.
내가 네게 알려줄 수 있는 건, 이 가게 술이 꽤 괜찮다는 것뿐이야.
그럼 나랑 술 좀 마시려고 부른 거야?
아쉽지만 아니, 널 부른 건 가게 좀 봐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야. 내가 조금 있다가 처리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술 마시는 건, 다음에 다 같이 와서 하자.
왜 나야?
왜냐하면……여기서는 많은 걸 할 필요가 없거든. 그저 손님에게 술 한 잔 따라주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끔 맞장구만 쳐주면 되니까.
그리고 난 네가, 우리 중에서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네 생각은 어때?
……한번 해볼게.
그럼, 이리 와봐. 내가 술집의 기본적인 걸 좀 알려줄 테니까……
소나가 떠난 뒤, 감염자들이 하나둘씩 가게에 들어왔어. 아마도 기사단에서 그녀의 소개를 듣고 온 사람들인 것 같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도 기사단이 지금 처한 상황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됐지.
소나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나는 내게 이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야.
……
이제 네 차례야, 회색 붓꼬리.
대체 소나가 뭘 했길래, 소나의 목숨을 거두려는 거야?
그 녀석이……
어라, 너희도 있었네. 소나는?
몰라.
아, 그래? 그럼 나도 여기서 기다리지, 뭐.
……이보나,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아, 이건 카메라야. 소나가 빌려줬어.
카메라? 쯧, 역시 그 녀석은……
그런데 왜 소나의 카메라가 너한테 있는 거야?
음, 딱히 별일은 아니야.
어제 소나가 나한테 밤새 촬영하는 법을 가르쳐줬거든. 그래서 오늘 카메라를 돌려주러 온 거야.
그렇군……
응? 어젯밤?
응, 어젯밤.
그 녀석, 어젯밤엔 또 어떻게 너한테 갔던 거야?!
어젯밤에 소나가 나랑 있었던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
왜냐하면 소나는 어젯밤 우리랑 같이 있었단 말이야!
게다가 너도 명색이 거친 갈기의 기사라는 사람이 뭐 하러 촬영을 배우는 건데? 소나는 또 언제 촬영을 배운 거고? 이거 너무 이상하잖아!
회색 붓꼬리, 난 네가 갑자기 들이닥쳐선 소나의 목숨을 노리는 것도 충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만……
난…… 하아, 나중에 설명해 줄게.
우선 지금은, 이보나,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좋아.
최근 들어 우리 활동이 점점 더 활발해지면서, 자연히 보호하는 감염자도 점점 늘어났어.
물론 나야 우리 활동이 자랑스럽지만, 이건 감염자들을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자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해.
우리의 가장 직접적인 수입원은 경기를 통해 상금을 버는 거니까, 요즘 나는 더 많은 경기에서 이겨서 더 많은 상금을 벌려고 했어.
하지만…… 너무 조급했던 거야.
소나, 나 왔어.
응.
돌보는 감염자가 늘어난 만큼, 기사단에 분명 자금상 문제가 있겠지.
나를 부른 건, 아마도 내 최근 전적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걸 테고,
알아, 요즘 내 성적이 썩 좋진 않다는 거. 하지만 난……
이보나,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
그래도 난 기사단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어!
받아.
이건…… 카메라?
맞아.
최근에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친구를 하나 알게 됐거든. 그 사람이 나한테 촬영 지식을 좀 가르쳐주면서,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는 몇 가지 루트도 알려주더라.
그 루트는 익명이 보장되고, 결과물만 보니까 감염자도 할 수 있어.
그 말은, 나한테 다른 일을 한 번 해보라는 거야?
그래. 누구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잖아. 그럴 땐 기분 전환 겸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하지만 나…… 촬영 같은 건 전혀 모르는데?
괜찮아, 나도 처음엔 몰랐으니까. 근데 사실 그렇게 복잡하진 않아.
자, 봐. 우선 이게 셔터고, 이게 렌즈, 이게 화면이야.
렌즈를 찍고 싶은 대상에 맞추고, 셔터를 눌러. 그러면 네가 찍은 게 기록돼……
그, 그렇구나……
간단하지? 촬영에는 여러 기법이 있는데, 나도 최근에서야 조금씩 익힐 수 있었어.
우선, 빛과 그림자가 사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해야 해……
응, 아, 응……
……그렇게 소나는 한 시간 동안 나를 가르쳐 줬어.
잘 배웠어?
난 결국……포기했어.
뭐, 처음 해본 거니까……
아니, 저스티나, 넌 이해 못 해.
소나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무슨 빛과 그림자, 구도, 초점 같은 걸 너한테 설명해 줬는데, 네가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너를 소나가 이해하지 못하면……
너라도 절망하게 될걸.
……
소나는 정말 온 힘을 다해 나를 가르치려고 했어. 알아,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였다는 거.
하지만 진짜 못 하겠더라.
난 전~혀! 그런 것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
그럼 혹시…… 다른 걸 배워보는 건 어때?
아니, 소나가 이렇게 한 것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어.
난 어젯밤의 촬영 훈련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그리고 앞으로 경기장에 설 때마다, 어젯밤의 경험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려고 해……
만약 여기서 이기지 못하면, 소나한테 촬영을 배우러 가야만 한다고 말이야.
그건 나더러 지금 당장 가문 사람들과 화해하러 가라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이거든. 그러니까 난 반드시 이길 거야.
……그렇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면야, 상관없지.
회색 붓꼬리, 아까부터…… 왜 말이 없어?
……(작은 목소리로) 촬영, 그랬던 거였나.
회색 붓꼬리?
내가 왜 소나를 죽이러 왔는지 궁금했었지?
사실, 지금은 그렇게까지 궁금하지는 않아.
아니, 이건 너희의 미래와도 관련된 일이야. 그러니 꼭 말해야겠어.
그렇게 심각한 거야?!
……나는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이 점점 더 떨어지는 것 같은데.
난 가끔 생각할 때가 있어. 그렇게 오랫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싸워왔는데도, 여전히 소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
소나는 어떤 때는 전혀 생각이 없는 것 같다가도, 어떤 때는 생각이 엄청 깊은 것 같기도 하거든.
그런데 날 화나게 하는 건, 소나가 항상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말해주질 않는다는 점이야.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
회색이, 너 이제 경기 시간 아니야?
네가 보낸 메시지 좀 보라고!
“회색이, 안심하고 경기해. 내가 경기장 지하에서 응원할게.”
그래, 내가 안심하고 경기하라고 했잖아?
이런 메시지를 보내면 누가 안심하고 경기할 수 있겠어!
회색이는 정말 남 걱정하는 걸 좋아한다니까.
그래서,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건데?
빛의 기사가 돌아온 뒤로, 조급해지기 시작한 사람들이 몇몇 있거든.
조급히지기 시작한 사람들?
누군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감염자들이 잘되길 원치 않는 사람들인 건 분명하지. 빛의 기사의 존재로 위기감을 느꼈고.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홍보 영상을 바꾸는 케케묵은 수법을 쓰지도 않았을 테니까.
설마……
그래, 회색이의 영상 말이야.
봐, 쟤들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네.
어떻게 여길 찾아온 거지?
친구가 알려줬다고 하면, 믿어줄래?
흥, 누가 감염자 따위랑 친구가 된다고.
이렇게 들켜버린 이상, 두 놈 다 한꺼번에 처리해 주지!
회색이, 경기 전 워밍업이라고 생각해.
……말 안 해도 알아.
회색 붓꼬리의 기사는 아직도 안 온 거야?! 난 그 사람을 보러 온 거란 말이야!
맞아! 회색 붓꼬리의 기사가 아니었으면 누가 여길 오겠냐고! 환불해 줘!
(작은 목소리로) 아직도 못 찾은 거야?!
아직이요!
(작은 목소리로) 그럼 어떡해?! 그녀가 오늘 밤의 메인 중 한 명인데!
저도 모르겠어요! ……어, 잠깐만요, 감독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회색 붓꼬리의 기사는 금방 도착할 거니까, 우선 회색 붓꼬리의 기사 홍보 영상을 틀어달라고 하네요.
(작은 목소리로) ……정말이야?
감독이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요.
(작은 목소리로) 알겠어.
아, 회색 붓꼬리의 기사 본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이 최근 그녀를 위해 새 홍보 영상을 준비했군요.
그것부터 먼저 감상해 보시죠!
회색이, 왜 기자회견 때마다 말을 아끼는 거야?
그건 기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니까.
내 임무는 경기장에서 적을 쓰러뜨리는 것뿐이야.
하아, 네가 조금만 더 말해주면, 팬들이 엄청 좋아할 텐데 말이지.
난 그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전장에 서는 게 아니야.
그리고, 그만 좀 찍어.
맞다, 팬들이 보낸 편지는 내가 창고에 놔뒀어.
하아…… 알겠어.
입으로는 팬들에게 답할 의무가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좀 더 살펴보죠!
음…… 편지 보내줘서 고맙고, 응원해 줘서 고맙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연인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결혼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축하 카드를 보내겠습니다.
회색 붓꼬리의 기사, 그레이너티가.
……이렇게 쓰면 충분하겠지.
그럼, 다음 편지.
……하아, 왜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은 거야? 저녁 전에 끝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보세요. 우리 회색 붓꼬리의 기사는 사실,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답니다.
단지 말주변이 없을 뿐이죠. 하지만 그녀는 행동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어요.
무슨 소리지?
앗, 눈치채려고 하네요, 여기에서 철수하겠습니다.
경기장에선 그렇게나 용맹한 회색 붓꼬리의 기사가, 사석에선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었어?!
회색 붓꼬리의 기사한테 이런 모습이 있는 줄도 몰랐다니, 팬이라고 자처한 게 부끄럽군! 나나나, 지금 당장 굿즈를 사러 가야겠어!
……
후…… 어때, 내가 찍은 거 꽤 괜찮지?
소나! 너…… 너 지금 뭘 틀고 있는 거야?!
회색이의 귀여운 순간들이지.
걱정하지 마, 내가 직접 편집한 거니까. 사생활 관련된 부분은 다 검열 처리했어.
우리 기사단 홍보 영상이 아니었어?!
맞아, 요즘 계속 그걸 고민했거든.
우리 기사단은 재력도 영향력도, 재벌을 등에 업은 기사단들에 미치지 못하잖아.
그들을 정공법으로 상대한다면 분명 이길 수 없을 거야. 그래서 반드시 묘수가 필요했어.
이게 무슨 묘수라는 거야!
회색이, 잘 생각해 봐. 다른 기사단들의 홍보는 다 겉만 번지르르하잖아.
하지만 진짜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건, 남들이 잘 모르는, 귀엽고 서툰 순간들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거야말로, 우리 기사단이 다른 기사단들보다 뛰어난 점이야!
우리는 늘 함께 행동하니까, 상대가 빛나는 부분을 서로 잘 알고 있잖아!
너……
안심해, 내가 장담하건대 다들 분명 이 장면들을 좋아할 테니까.
왜냐하면 나도 편집하면서,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거든!
……설마, 편집한 영상이 여러 개 있어?
맞아. 네 거, 이보나 거, 그리고 다른 단원들 것도 있지.
새로 들어온 저스티나 것도 생각 중이긴 한데, 그건 아직 영감이 안 떠올라서 말이야. 일단 저스티나랑 좀 더 지내봐야 할 것 같아.
너……
회색 붓꼬리의 기사, 여기 있었군요! 한참 찾았잖아요!
어라, 불꽃 꼬리의 기사도…… 어?!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
감독한테 쓰레기 좀 치워달라고 말해줘. 아마 곧 쓰레기차가 올 거야.
음, 알겠습니다. 그것보다 회색 붓꼬리의 기사, 어서 따라오세요. 경기가 곧 시작한다고요!
……
기다리고 있어, 소나.
지금 경기장에 가서 상대를 처리하고, 돌아와서 너도 처리할 테니까.
이해했지? 그래서 오늘 내가 소나의 목숨을 거두려고 온 거야.
그렇군.
이제 점점 더 확신이 들고 있어,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에 들어오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대체 방금 우리의 대화 어디에서, 네가 그런 결론을 내릴 만한 요소가 있었지?
많지.
내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소나가 대신 운영하고 있는 그 작은 술집의 주인이 바로 소나에게 촬영 기술을 가르쳐 준 사람일 거야.
동시에 소나가 말한 홍보 영상의 문제점을 알려준 '친구'…… 그건 아마 네 경기의 감독일 테고.
……뭐라고?
소나는 그 술집에서 한때 감독이었던 가게 주인을 만나 친구가 되었고, 그 사람한테서 촬영 기술을 조금 배웠을 거야.
그뿐만 아니라, 소나가 그 사람이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게 해준 덕분에, 그 사람은 그 술집을 소나에게 맡기고 다시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게 됐지.
그리고 결국엔, 그 사람이 업무를 보다가 네 홍보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제때 소나에게 알려줬을 테고 말이야.
나는 이렇게 이해했어.
정말이야?
난 어젯밤에 소나가 먼저 저스티나에게 어떻게 술집을 운영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그다음에 나한테 와서 촬영을 가르쳐주고, 마지막엔 그레이너티의 홍보 영상 문제까지 해결해 줬다는 걸로 밖에 안 들렸는데.
소나의 속도가 빠른 건 알았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이건 결국, 소나가 기사단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직면한 문제들을 다 보고 있다는 걸 말해주지.
그러네. 소나, 정말 대단하다.
잠깐만, 왜 그 녀석한테 감탄하는 건데?!
사실이 그러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어, 소나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뛰어난 리더야.
그냥 운이 좋았던 것뿐일지도 모르잖아.
그렇다면, 오히려 한 가지 묻고 싶어.
나도 한때 기사단을 창설해 볼 생각을 해봤고, 조사도 해봐서 알고 있는데……
감염자가 감염자를 중심으로 한 기사단을 만드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야.
그런데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을 세우는 과정에서, 무슨 어려움이 있었어?
……
그러고 보니, 소나가 기사단을 만들겠다고 말하곤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었어.
그러면서 오늘부터 여기가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의 거점이라고 하더군.
……그건 분명, 내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련의 문제들을, 전부 소나가 해결한 걸 거야.
그게 대체 얼마나 어려운 건데?
아마 오늘 네가 정말로 소나의 목숨을 거두는 것보다 더 어려울걸.
……쳇.
소나는 늘 그래. 내겐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
비록 같이 지낸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난 지금껏 소나처럼 마음속으로 생각한 일을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회색 붓꼬리, 넌 소나의 가장 좋은 파트너야. 소나가 정말로 어려움에 처했다면, 그걸 너에게 숨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아마 넌 소나가 스스로 겪은 어려움을 너와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민하는 거겠지.
하지만 어쩌면…… 소나가 말하지 않은 이유는 그저…… 그 일들이 소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
소나는 너를 어려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 숨긴 게 아니라, 그저……
소나에게 그 일들은 당연히 해결될 쉬운 일들이기에, 구태여 너와 공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그건…… 확실히 소나답긴 하네.
방금 거친 갈기가 소나가 어제 한 일이 세 가지라고 말했잖아.
하지만 어쩌면,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세 가지뿐인 것일 수도 있어.
실은 다섯 가지, 열 가지, 심지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지.
이보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촬영이, 소나에게는 그냥 손쉽게 익힌 기술 중 하나일 수도 있고 말이야.
소나의 하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지도 몰라.
……
정말 재미있네, 얼른 누군가라도 찾아서 겨뤄봐야겠다.
소나?!
어, 다들 여기 있었네.
좋은 아침이야, 회색이, 모두들.
좋은 아침…… 잠깐, 왜 훈련장에서 나오는 거야?
설마 어젯밤 내내 그 안에 있었던 거야?!
응.
어젯밤에 경기장에서 돌아오고 나서, 좌완의 기사 영상을 좀 보면서 혼자 조금 훈련했거든.
그리곤 그대로 훈련장에서 자버렸어.
……세상에.
너…… 너 어젯밤에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서, 거기 남아서 훈련까지 했다고?!
그렇게 많은 일…… 이라니, 어떤 일?
저스티나를 술집에 데려가고, 이보나에게 촬영을 가르치고, 내 홍보 영상 문제까지 해결해 줬잖아. 이게 많은 일 아니야?
아…… 그건 그냥 일들이 마침 다 어젯밤에 몰려 있어서 그런 거지.
……
왜 그래, 회색이.
왜 그렇게 얼빠진 표정이야, 무슨 일 있었어? 말해봐, 어쩌면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
너 때문이거든……
나……? 내가 왜?
그보다, 어제 좌완의 기사 영상을 좀 연구해 봤는데, 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몇 가지 떠올랐어.
회색이, 빨리 가서 나랑 같이 테스트해 보자.
……
쳇, 결정했어.
네가 날 몰래 찍었으니까, 이제는 내가 똑같이 널 찍어주겠어.
좋아, 나도 마침 홍보 영상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었거든.
오늘은 하루 종일 네 옆에 붙어 있을 거야. 네가 어디를 가든 따라갈 거라고.
도대체 하루에 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내가 지켜보겠어!
하하, 회색이가 이렇게 기운 넘치는 건 오랜만이네, 너무 좋다!
일단 널 쓰러뜨리는 것부터 시작하겠어!
그럼, 가자!
……어, 잠깐, 소나, 우선 이 카메라부터 다시 가져가!
……감염자에게 갈 곳은 없다.
하지만,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불꽃 꼬리의 기사 소나를 따라간다면…… 어쩌면 감염자 저스티나는 어디든 갈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