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곳
그랜드 나이트 영지의 감염자들이 네 번째 비밀 이동을 하고 있던 중, 예상치 못하게 한 소녀가 실종된다. 졸라를 되찾아야 하는 파투스는 그들의 공통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집'이란 무엇인가?
“너 돌아올 거야, 정말? 기사가 되면 돌아올 거야?”
“……그럼 약속한 거다. 우리 모두 네가 금의환향하길 기다릴게. 그때가 되면 우리가 나서서 이곳이 기사 저스티나의 고향이라고 여기저기 소문낼 거야!”
내…… 고향.
조심해야지.
미안해요, 누나.
마을에서 못 봤던 사람 같은데, 혹시 외지에서 온 거예요?
난 여기에서 태어났고, 나중에 그랜드 나이트 영지로 갔어.
그랜드 나이트 영지! 설마 누나 기사예요?
맞네, 이 갑옷은 휴버트가 나무로 만든 것보다 훨씬 멋있잖아.
누나, 석궁 좀 봐도 돼요?
밀렌! 다른 사람 귀찮게 하지 말랬지!
정말 죄송해요, 아가씨. 이 아이가 최근 기사 소설에 빠져서, 낯선 사람만 보면 이것저것 막 물어보거든요.
아가씨…… 어딘가 낯이 익은 거 같은데……
단카 아주머니.
……저스티나? 정말로 돌아왔구나…… 아, 이제는 '송곳니의 기사'라고 불러야겠네.
신문에서 네가 칭호를 받았다는 소식을 봤어. 모두 기뻐했단다.
콜 아저씨 기억나니? 아저씨는 네 소식이 나오는 기사를 모두 오려서 벽에 붙여두었어.
네가 경기에서 이긴 날엔, 술 한 병을 더 따서 너를 축하했단다…… 물론 우리는 술을 더 마시려는 핑계를 대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주머니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저스티나의 몸을 훑어보았다. 마치 무슨 단서나 흔적을 찾는 듯했다.
저스티나는 이런 시선에 익숙했다.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 상대도, 관중도, 기자도…… 수많은 시선이 그녀를 향했고, 그녀를 분석했었으니까. 이유는 단지……
병에 걸렸다고…… 신문에서 봤어. 마을 사람들 모두 걱정하고 있단다.
병세는 잘 조절하고 있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음? 밀렌, 너 손에 든 건 뭐니?
기사 누나의 화살통이에요.
만지지 마!
……어서 송곳니의 기사님께 돌려 드려, 아주 귀한 물건이니 말이야.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아도 위험할 수 있어.
……
제 생각이 짧았네요.
송곳니의 기사님, 마을에 잠깐 들렀다 갈래? 다들 많이 그리워했거든. 다만 내가 먼저 가서 사람들에게 알린 뒤에…… 맞이할 준비를 좀 해야 돼.
그……
멍하니 뭐해, 송곳니의 기사.
감염자 이동이 끝났으면 먼저 인원수를 확인해야지.
……2조 전원 도착.
(언제 세본 거지…… 분명히 멍하니 있었던 것 같았는데?)
누구 졸라를 본 사람 있나요?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무슨 일이에요, 파론 선생님?
졸라가 새 집결지가 궁금해서 탐험이라도 나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안 돌아왔어요.
제9주택가에서 이동할 때 졸라를 본 사람 있어?
제 불찰입니다…… 그때는 날이 밝지도 않았었고, 부상을 입은 같은 고향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우리가 찾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두 구역 사이에 건물이 꽤 많아서, 일단 수색 범위부터 좁혀야 할 것 같아요.
소나……
그 아이가 어딜 갔는지 알 것 같아.
하루 전
또 만났네, 친구.
고작 반년 동안에 이번이 대체 몇 번째인 거지?
네 번째야.
이 폐공장에선 꽤 오래 머문 편이네. 지난번 이동 이후로 족히 3개월은 지났으니 말이야.
한번은 자리 잡은 지 며칠도 안 돼서 아머레스 유니온이 쳐들어왔었지. 그 후론 짐 꾸릴 때 딱 두 보따리만 챙겨.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게 말이야.
하…… 소나도 오래 머물 만한 곳을 찾고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희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 같군.
너희 탓이 아니잖아. 우리가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라도 살 수 있는 건 전부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의 도움 덕분인걸. 그리고 감염자가 쉴 곳이 대체 세상 어디에 있겠어?
우리야 이동 섹터 변두리를 떠돌면서 이미 익숙해졌다지만, 졸라는 좀 속상한가 보더군. 아침에 파론 선생님이랑 말다툼까지 하고 말이야.
……상업연합회의 소탕 작전이 강화되고 있어. 상업지구뿐만 아니라 거주 구역도 더 이상 예전만큼 안전하지 않아.
전에 한 기사가 근처 거리에서 아머레스 유니온 순찰대의 흔적을 봤다고 해. 인원은 많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건 충분히 경계해야 할 신호야.
내 생각엔 있지, 바로 순찰대를 처치한 뒤에, 이사들에게 이곳이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의 땅이라는 걸 알리는 건 어떨까.
그리곤 걔들이 우리 인원이 부족한 틈을 타서 공장을 폭파하게 하고?
저스티나, 넌 어떻게 생각해?
……그냥 폐공장일 뿐이야.
그러니까! 그때 가서 근처 다른 곳을 찾으면……
……집이 아니잖아.
이 사람들의 집은 이미 재앙으로 파괴되었어. 이젠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 더 많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해.
파투스!
우리에겐 아직 상업연합회와 정면으로 맞설 힘이 없어. 언젠가 우리만의 섹터가 생기면, 그때는 그랜드 나이트 영지의 모든 감염자에게 돌아갈 집이 있게 될 거야.
……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하자. 회색이랑 내가 경로 계획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앞장설게. 이보나는 장애물 제거를, 저스티나는 정찰과 지원을 담당해 줘.
오늘 밤은……
내가 야간 경계를 설게.
에너지가 부족한 이동 섹터 변두리, 제5, 11상업구역 지하, 제9주택가의 폐공장……
저스티나는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에 합류한 후, 난민들과 자주 교류해 왔다. 이들은 스스로 운이 없다며 자조했는데, 보호받는 감염자 중에서 이들이 가장 빈번하게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저스티나는 그들이 고향을 떠난 지 얼마나 됐는지 몰랐다. 소나가 알려준 것에 따르면, 지난 이동 때 한 노인이 작물 씨앗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번에 만났을 땐 그 작은 보따리를 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마을이 재앙으로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들, 과연 그곳이 이 불쌍한 사람들의 집일 수 있었을까?
“송곳니의 기사님, 마을에 잠깐 들렀다 갈래?”
저스티나는 고향의 노래를 불렀고, 그랜드 나이트 영지의 시끄러운 바람이 슬프게 귓가에 나지막이 울렸다.
저건……
……졸라?
며칠 전엔 이 길에 순찰을 나온 검은 옷 입은 사람이 없었는데……
안 돼, 더 돌아가면 늦어버릴 거야, 그냥……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윽……
?
밤에는 집결지를 벗어나면 안 돼, 위험하니까.
저스티나 언니……
내가 데려다 줄게.
아, 안 돼. 리타가 날 기다리고 있어!
리타?
파론 선생님에겐 말하지 말아 줘. 내가 거주 구역 아이랑 친구가 됐다는 걸 알면, 분명 화낼 거야.
하지만 리타는 정말로 나쁜 아이가 아니야. 내 병을 신경 쓰지도 않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해 주기도 했어……
저스티나 언니, 우리는 왜 계속 사는 곳을 바꿔야 해?
……
몸을 잘 가리기만 하면, 나도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걸. 리타가 날 상점에 데려가기도 했는데, 거기선 아무도 내가 병에 걸렸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
정말 더는 떠나고 싶지 않아……
마을이 파괴된 후, 우린 황무지를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게 됐어. 게다가 남은 식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러다가 파론 선생님이 소나 언니를 찾은 덕분에, 겨우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 들어갈 수 있었지.
하지만 우린 여전히 떠돌고 있어. 단지 떠도는 곳이 지상에서 지하로 바뀌었을 뿐이야.
마을 입구 수풀에 어떤 열매가 열렸었는지 점점 기억이 잘 안 나. 예전엔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마을이 그대로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감염자가 돌아갈 곳이 어디 있겠어……
언니, 언니 집도 재앙으로 무너졌어?
아니, 그 마을은 세워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재앙을 겪지 않았어.
좋겠다…… 거기는 어디야? 경치는 예뻐?
북부 숲과 평원의 경계 지대에 있어.
그곳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말해줘, 저스티나 언니! 언니의 고향은 어떤 모습이야?
……
다음에 말해줄게.
누구냐!
……세 번째 순찰대?
……순찰대, 응답하라…… 지원이 필요한가……
이제 가야 해.
하지만……!
아직 리타한테 작별 인사도 못 했는데……
저는 졸라에게 비감염자 아이들과 같이 놀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집결지에는 또래 아이가 없으니, 졸라가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해요.
아머레스 유니온은 졸라가 아이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아.
그 아이는 감염자야. 그들 눈에 어린아이는 귀엽고 순수한 게 아니라, '청소'하기 쉬운 대상일 뿐이지.
……!
저스티나, 졸라의 행방에 대한 네 추측, 얼마나 확신해?
……확신은 못 해.
제9구역에서 철수하면서 우린 이미 벌집을 건드려버렸어. 이제 창고는 아머레스 유니온이 지키고 있을 거야. 정찰대든 돌격대든, 인원이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을 테고.
우리는 이 구역의 감염자 말고도 또 다른 이재민들까지 보호해야 해. 그 사람들은 오늘 막 그랜드 나이트 영지 변두리로 이동했고, 지금 우리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어.
……
방금 저 창고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가서 좀 확인해볼까?
버려진 창고에 더러운 작은 짐승이 몇 마리 있어도 이상할 거 없잖아. 난 안 들어갈래.
창고…… 졸라가 예전에 그림을 그리던 곳이야!
초록색…… 빨간색 리본……
그래, 맞아…… 그리고 노란색, 언니 눈동자랑 같은 색.
……화살통에도 무늬가 있었어. 안에 반짝이는 화살이 많았지.
언니의 화살은 정말 정확하니까, 하, 한 발만 쏴도 검은 옷 사람들이 다 도망갈 거야……
겁내지 마…… 무서워하지 마……
조준경의 위치가 맞지 않아.
저렇게 앞에 두면 제대로 쏠 수 없어.
저스티나 언니!
으아앙…… 미안해…… 난 그저 리타에게 줄 작별 선물을 가지러 온 거였는데……
전하지 못해도, 내가 간직하고 싶었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일단 여기서 나가자…… 걸을 수 있겠어?
숨을 때 발을 좀 삐었어…… 미안해, 언니…… 너무 무서워……
괜찮아, 미안해할 필요 없어.
……눈 감아, 졸라.
하지만……
내 고향, 어제 네가 어떤 모습이냐고 물어봤었지.
눈 감아봐, 내가 이야기해 줄게.
풀더미 냄새.
다듬지 않은 짧은 줄기가 조금 따갑긴 하지만, 그 위에 누우면 보이는 건 맑은 하늘뿐.
바람에 밀이 흔들리는 소리.
날갯짓하는 작은 벌레……
무, 무슨 소리가……
저스티나 언니 괜찮아?!
눈 뜨지 마, 난 괜찮아.
날갯짓하는 작은 벌레가 이삭 위에 엎드려 있다가, 수확하는 낫이 휘둘러지면 흙으로 뛰어들곤 해.
그리고 바람도.
바람의 선율은 콜 아저씨가 자주 부르던 그 노래야, 부드럽게 귓가를 어루만지지.
그게 바로 내…… 고향이야.
(지원이 너무 빨리 오고 있어, 정문으로 졸라를 데리고 나가긴 힘들겠는데……)
무슨 소리지?
습격을 받았다. 역시 이곳이 그 감염자 기사가 난민들을 숨겨둔 거점이 맞나 보군, 경계를 강화하라!
(……방법을 생각해 내자, 단체전 때도 일 대 다수였잖아……)
……거친 갈기?
이런 대규모 암살자 부대를 고작 폐창고에 주둔시키다니, 언제부터 상업연합회가 손해 보는 장사도 하게 된 거지?
겨우 혼자서 우리를 상대하려 하다니……
흥, 지원군이 하나 더 있어봤자……
혼자 너무 앞서 나갔잖아, 거친 갈기!
랜스의 사명은 적군 깊숙이 파고들어 전장을 갈라놓는 것, 그게 곧 전술이야!
그럼 계획을 왜 세우는데?
계획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이지.
회색이 말은 네가 우리 진형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서, 회색이의 방패로 너를 보호할 수 없다는 말이야.
……그런 말 안 했거든!
우린 사람을 데리러 온 거잖아, 저스티나는 어디 갔어?
저기 있어.
저스티나, 네 예상이 맞았어. 졸라가 정말 여기 있었네.
너희들…… 고마워.
너무 신경 쓰지 마, 저스티나.
다른 기사들은 이미 새로운 동료를 구하러 갔어. 우리는 원래 남으려고 했던 거고.
설마 네가 나보다 빨리 달려들 줄이야.
이야기는 몇 마디 나누지 못했어도, 네가 꽤 마음에 드는걸!
11시, 2시 방향에 지원군이 있어.
회색아……
적들이 너무 흩어져 있군. 내 탄약은 그리 많지 않은데.
나에게 맡겨.
저격수다! 각개격파 당하지 말고 뭉쳐!
고마워.
나이스.
정면 출구가 열렸어. 공장을 지키던 아머레스 유니온 암살자들도 모두 해치웠고.
통신 장치 처리 완료. 당분간 추격병은 더 없을 거야.
아니.
졸라? 이제 눈을 떠도 돼. 이런 전투를 놓치다니 아쉽네. 하긴, 넌 아직 어린애니까.
바람 소리가 이상해.
저스티나? 무슨 일이야?
으윽……
……와, 위험했다.
위층에 저격수가 숨어 있을 줄은 전혀 몰랐어.
저스티나, 어떻게 저걸 발견한 거야?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뭐?
음…… 저기 창문이 있어서, 바람이 화살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거든.
……
너도 이해를 못 한 것 같네.
하하…… 시간이 지나면 너희도 저스티나의 말투에 익숙해질 거야.
졸라.
저스티나 언니……
이제 위험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자.
저스티나는 전망대에 올라갔다. 바람이 거리 모퉁이를 돌고, 하수관 틈 사이를 지나 부실한 비계발판을 가볍게 흔들었다.
집결지로 돌아온 후, 파론은 홀로 떨어져 있었던 아이를 꾸짖었다. 졸라는 두려움으로 떨리는 선생님의 입가를 보고 더 이상 변명하지 않은 채 그저 가족의 손을 꼭 잡았다.
지금 그들은 함께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이동이 언제일지도 생각하지 않았고, 살 곳을 찾아 헤매는 생활에 끝이 있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종이 상자와 옷더미를 쌓아 만든 침대가 그들의 임시 거처였다.
그녀는 다시 그 풀피리를 꺼냈다.
삐……
삐이……
누구야?
(의아한) 띠띠~ 띠띠~
이건 거친 갈기의…… 펫?
(신난) 띠띠띠~ 띠띠띠~
(우렁찬) 띠띠띠띠~
자, 잠깐만…… 이러다 다들 깨겠어!
스위치…… 스위치가 어디 있지……
기계를 다루는 데 서툰 리베리는 허둥지둥하며 띠띠거리는 로봇을 더듬었고, 풀피리는 한쪽에 떨어졌다.
저스티스 나이트는 상대가 곤란하단 것을 알아챈 듯, 꽤 배려심 있게 몸을 돌리곤 탐조등을 켰다.
아니, 아니야…… 저스티나는 몸으로 빛을 가리려 했고, 그제야 저스티스 나이트가 자신보다 키가 크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스위치는 가림판 뒤에 있어.
……고마워.
하지만 끄는 걸 추천하지 않아. 주변 정보를 갑자기 받지 못한다면, 저스티스 나이트가 쓸쓸해할 테니까.
넌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지, 안 그래?
(신난) 띠띠띠~ 띠띠띠~
음? 저스티나…… 이건 무슨 소리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내 풀피리야.
너 풀피리도 불 줄 알아?
오…… 이제 알았어.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저스티스 나이트에게 사람을 불러오라고 시킨 거구나, 그렇지?
제대로 찾았네! 음악은 잘 몰라도, 난 아주 훌륭한 관객이거든.
자, 연주를 시작해 봐, 송곳니의 기사.
……나는……
넌 그냥 떠들썩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 거잖아.
그레이너티?
너도 저스티스 나이트 때문에 깬 거야?
너 때문에 깬 거야.
그럼 나한테 고마워해야겠네, 저스티나가 이제 연주를 시작할 거니까.
……
저스티나를 난처하게 만들지…… 이거 풀피리야?
고향에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가 계셨는데, 항상 이런 수제 악기로 집에서 연주하셨어.
음…… 갑자기 예전에 자주 듣던 민요가 엄청 그리워지네.
……
너희 나 몰래 옥상에서 모임이라도 하는 거야?
힘든 구출 작전이었으니까, 좀 더 자게 해주려고 했더니만.
너도 시끄러워서 깬 거야?
졸라 일을 생각 중이었어.
이보나가 전에 말한 게 맞아. 지하에서 숨어 있는 건 결코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야.
다들 떠돌아다니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감염자도 자신만의 집이 필요하다는 걸 점점 잊었던 거야.
다들 깨어있는 김에, 내려와서 내 얘기 좀 들어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
좋아.
엥, 그럼 연주는……
다음에, 이보나.
다음에, 너희에게 내 고향의 노래를 들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