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고민
잦은 전투를 통해 정장이 부적절한 선택임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바꿀 생각이 없는 마운틴. 그런 그를 위해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가 꺼내든 해결책은?
마운틴, 바운티 헌터들이 네 쪽으로 갔다. 수가 적지 않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정도는 혼자서 상대할 수 있습니다.
쳇, 어디서 튀어나온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도스 아일랜드, 네놈들 기억해 두마……
아쉽지만 당신들은 여기까지입니다.
혼자서 우리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얘들아, 담가버려!
흥.
바운티 헌터들이 제법 많은데, 얼른 마운틴 쪽으로 지원 가는 게 좋겠어.
그래. 그래도 그렇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거야.
놈들 실력으로는 마운틴의 상대가 안 될 테니까.
그래? 힘깨나 쓸 것 같지만 평소에 깍듯하게 구는 걸 보면 그렇게 대단한 것 같진 않은데.
마운틴이랑 임무 나가는 건 처음이지?
나도 처음에는 너처럼 생각했지. 생긴 것만 거칠 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내가 틀렸다는 걸 금세 깨달았어. 저 신입, 보통내기가 아니야.
마치……
마치 뭐?
크어어어어!!
으음……
왜 그래?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마운틴의 뒤쪽으로 가자. 마운틴이 놓친 놈들을 처리하면 될 거야.
괴…… 물……
다른 사람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지.
후……
혼자서 다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무리였던 건가.
마운틴, 도망친 놈들을 잡아 왔다.
감사합니다.
우와, 완전히 대자로 뻗어버렸네. 엄청나잖아……
나무마저 부러뜨리다니…… 왜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군.
그렇지?
죄송합니다, 협동 전투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도중에 지원을 요청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냐.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걸.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 마을에 피해를 주는 바운티 헌터를 소탕하는 게 임무의 목표였는데…… 도주한 자들이 있다면 분명 후환이 됐을 겁니다.
여러분이 뒤를 봐주지 않으셨다면 이번 임무는 실패했을 겁니다.
너무 진지한 거 아냐?
그래야 하는 게 아닙니까?
아니, 뭐 그렇긴 한데…… 너처럼 진지한 신입은 오랜만이라 왠지 감개무량한걸.
그보다 괜찮은 거야?
네. 가벼운 찰과상이니 금방 나을 겁니다.
상처 말고 네 옷 말이야.
옷이요?
그래. 네 정장이 아주 걸레짝이 됐어. 거의 벗은 거나 다름없다고.
아…… 죄송합니다, 이런 꼴을 보이다니.
싸울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서 그만……
하하하, 괜찮아! 그런데 저번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임무용 전투복을 마련하는 게 낫지 않겠어?
임무에 나갈 때마다 옷을 버리는 건 너무 아깝잖아.
정장 쪽이 편하긴 하지만 확실히 그렇긴 하군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전투에도 버틸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네. 물론 무리한 요청이라면 괜찮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되니.
으음…… 일단, 제복은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는 건 들으셔서 알고 계시죠?
네, 담당자에게 들었습니다. 제 사이즈에 맞는 제복이 없으니 필요하다면 추가로 신청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오퍼레이터가 되고 나서 자주 출전할 줄은 몰랐던 터라, 추가로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임무에 나가는 바람에 걸핏하면 옷이 망가지게 된 건가요?
네.
여러 벌을 준비하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요?
그래서 첫 월급 대부분을 옷 사는 데 다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네? 얼마나 쓰셨길래……
막 나온…… 크흠, 그러니까 막 고향을 떠난 데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물자도 충분히 제공해 주신 터라 딱히 물건을 살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확실히 방법은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시다면 정장 말고 다른 걸 입으시면…… 되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한 겁니다.
단지 개인적으로 정장을 좋아해서요. 게다가 다른 오퍼레이터들도 복장이 자유로운 것 같아서 제게도 그런 기회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안 된다면 내구성 좋은 전투복으로 신청하겠습니다.
으음…… 확실히 드문 요청이긴 하죠.
모두들 개성적인 옷차림을 즐기긴 하지만, 대부분 행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고르니까요.
그렇다면 제 요청은 그냥 무시해 주십시오.
앗,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세요. 드물다고 했지만 안 된다고는 한 적 없거든요!
그렇다는 건?
옷을 새로 맞춰야 하니 손이 좀 가긴 하겠지만 못 할 것도 없죠.
앗, 마침 잘 됐다.
오키드 씨!
왜? 지금 바빠서 애프터눈 티 마실 시간 같은 건 없는데.
앗, 그게 아니라 실은……
……
부탁드려요, 오키드 씨.
머리가 아파지네……
그러지 말고요, 오키드 씨. 매일 심심하다고 하셨잖아요.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재미있지 않겠어요?
반 오퍼레이터 취급받는 것도 피곤하다고.
보너스 드릴게요.
보너스?
모두를 위해 수고해 주시는데 당연히 드려야죠.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는데, 난 디자이너지 재단사가 아냐. 사람 잘못 찾았다고.
아아……
하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마침 네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고 있으니.
코드네임 마운틴, 맞지?
네, 레이디.
레이디…… 는 됐어. 내 코드네임은 오키드야. 따라오도록 해.
감사합니다, 오키드 씨.
케이크 한 조각만 남겨줘.
네에~!
오키드 씨.
음?
방금 두 분의 대화를 들어보니 로도스 아일랜드엔 전문 재단사가 있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아니. 지금 찾아가는 사람도 오퍼레이터야. 단지 재단사를 겸임할 뿐이지만.
……그런 사람이 여기에 있어도 되는 겁니까?
무슨 뜻이지?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로도스 아일랜드는 보안업체에 가까운 조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부업을 허용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정말 초짜인가 보네?
그 말씀은……
로도스 아일랜드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거야.
…………
하긴 오해라고 할 수도 없겠네. 나도 처음에는 당신처럼 생각했거든.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 말투, 미드나이트와는 다른 의미로 불편하네……
나한테 듣는 것보다는 잠깐 기다려보면 알 거야.
말하는 사이, 오키드는 한 숙소 앞에 발걸음을 멈춘 채 문을 두드렸다.
아, 오키드 씨. 안녕하세요!
응, 안녕~
이분은……
전 새로 합류한 오퍼레이터, 코드네임 마운틴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제 코드네임은 바이비크예요.
오늘 임무는 없는 거야?
아뇨. 있긴 한데 두 시간 뒤에 출발해요.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건가요?
두 시간이면 충분할 거야. 그게 말이지……
아, 그러니까 마운틴 씨는 전투용 정장이 필요하시다는 건가요?
혹시 번거로우시다면……
아뇨. 전혀요!
아니에요. 오히려 제게 맡겨달라고 하고 싶네요!
소재를 전투에 적합한 걸로 바꾸면…… 아, 아냐. 그렇게 하면 스타일이 별로일 수도 있으니까……
바이비크, 서서 그러지 말고 일단 만들어보는 게 어때?
아, 네!
이런 건 처음이라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몰라요.
괜찮습니다. 좋은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럼 절 따라오세요.
오키드 씨도 오실 건가요?
처리해야 할 서류도 잔뜩이고, 케이크도 먹어야 하지만…… 핏 정도는 같이 봐줄게.
어떤 옷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운틴 씨는 정장을 고집하시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고집……까지는 아닙니다만.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입으라 하셔서 습관이 된 것뿐입니다.
그리고……
아, 말하기 곤란한 거라면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저 궁금했던 것뿐이니까요.
아뇨, 곤란한 일 같은 건 없습니다. 저 자신도 그런 집착 같은 게 있는지 생각하던 것뿐이니까요.
저는 어떤 원인으로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때의 시간은 꽤나…… 힘들었었죠. 정장 같은 건 입을 기회도 없었을 만큼요.
그곳을 떠나 로도스 아일랜드로 올 기회를 얻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제가 입을 정장을 사는 일이었습니다.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아직도 부모님을 뵙지 못한 건가요?
네,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것도 언젠가 그분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죠.
힘들었던 시간 동안 부모님이 무척이나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도 무뎌지더군요.
그래서 정장에 대한 마음이 습관 때문인지, 아니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인지도 이젠 잘 모르겠습니다.
양쪽 다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잖아.
……맞는 말입니다.
그나저나, 바이비크 씨는 재단사인 건가요?
아, 아뇨. 임무 외의 시간에 옷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뿐이에요.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지 꽤 된 터라, 제 취미를 알게 된 오퍼레이터들이 종종 찾아오곤 한답니다.
오키드 씨도 아까 디자이너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맞아. 예전엔 패션지의 편집자였거든.
로도스 아일랜드의 제복은 대부분 공장에서 양산되지만, 이곳 사람들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개성이 넘쳐서 다들 남다른 걸 원하더라고.
그럴 땐 나와 바이비크가 실력을 발휘하지.
쯧, 처음엔 그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냥 제복이나 입었으면 싶더라고. 맨날 이상한 요청이나 해대고……
솔직히 말해서 네 요청은 그나마 무난한 편이야.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옷을 만드는 건 정말 즐거워요. 괴상한 요청이 있긴 하지만 그걸 해냈을 때는 무척 뿌듯하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오래 사는 사람 못 봤어. 남한테 너무 무르면 안 된다고.
하지만 오키드 씨도 A6팀 분들에게 무척 무르다고 생각하는걸요……
오키드는 바이비크를 째려봤다.
……
왜 그래?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 하잖아.
아뇨, 두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치 번화가에 와 있는 것 같아서요.
……나중에 꼭 미드나이트를 소개해 줄게.
그분도 오퍼레이터신가요?
맞아. 너희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무척 기대가 되는걸.
아, 도착했어요.
여긴…… 창고인가요?
네, 평소에는 창고로 쓰지만 가끔은 재단 작업을 할 때 쓰기도 해요.
그럼 마운틴 씨, 신체 사이즈를 재고 싶은데 도와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네, 됐어요. 이제 필요한 정보는 모두 모았어요.
마운틴 씨는 어떤 타입의 정장을 좋아하시나요?
딱히 좋아하는 건 없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정도면 됩니다.
그럼 색상은요?
흰색이 좋겠군요.
알겠어요, 나머지는 제게 맡겨 주세요.
다 되면 말씀드릴게요.
다 된 건가요?
맞아.
특별한 요청은 없었지만, 역시 디자인을 다시 손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앗! 지난달에 디자인한 걸 조금 손보면 될 거예요!
나한테 보여줬던 그거?
네.
괜찮긴 한데, 마운틴이 입기엔 너무 점잖은 거 같지 않아?
으음…… 듣고 보니 그렇네요.
게다가 디자인이든 제작이든 급할 것 없잖아. 소재 선택부터 하는 게 어떨까?
내가 의류 담당자한테 물어볼게, 어떤 소재가 전투에 적합한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저도 같이 갈게요.
어쨌든 정장은 핏이 무척 중요하니까요. 아무리 전투에 적합한 소재라고 해도 느낌이 별로일 수 있거든요.
안 될 건 없는데, 너 임무 나가야 하지 않아?
앗, 큰일이다!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어요!
죄송한데, 임무 갔다 와서 같이 가도 될까요?
응, 일단 가 봐.
네!
당신도 들었지?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어. 후방 지원부에서 구입했다면 일주일 정도 뒤에 받아볼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일주일 후
마운틴 씨, 됐나요?
잠시만요.
됐습니다.
어떠세요?
아주 편하군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옷감도 튼튼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오히려 제가 드려야죠.
사실 소재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좀처럼 마음에 드는 소재를 찾지 못했거든요.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산업용 장비를 제작할 때 쓰신 소재가 문득 생각났어요.
그걸로 옷을 짓게 될 거라곤 예전엔 상상도 못 했지만, 시도해 보니 의외로 괜찮더라고요.
덕분에 재단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어요.
그렇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평범한 디자이너라면 산업용 소재를 사용하는 걸 고려해 보지도 않겠지만…… 확실히 로도스 아일랜드에선 그런 상식이 필요 없지.
그럼 전 임무가 남아서 먼저 돌아가 볼게요.
혹시 불편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
멍하니 서서 뭐 해?
……아뇨, 그냥 두 분을 보니 제가 이미 자유의 몸이 됐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오키드 씨.
옷 지어준 일로 감사할 것까지야…… 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아뇨. 옷뿐만이 아니라, 오키드 씨 덕분에 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을 캐터펄트나 미드나이트가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
아무것도 아냐. 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또 무엇 때문에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어떤 경박한 남자가 나한테 해줬던 말이 있는데, 네게도 들려주는 게 좋을 것 같네.
말씀해 주십시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내게 묻더라고.
……
앞으로 옷에 대한 건 내게 물어봐.
그래도 웬만하면 나보단 바이비크를 찾아가. 난 엄청 바쁘거든.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