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식사 후 귀찮은 일에 휘말린 신입 오퍼레이터 세사, 선배 두린은 평소와는 다르게 오지랖을 부려보기로 한다.
12:10 P.M. 날씨/맑음
로도스 아일랜드 식당
이모, 여기 버섯 정식 하나~
딸기잼이랑 매쉬드 포테이토는 3인분 같은 1인분으로~ 알지? 고마워~
읏차.
후, 후…… 뜨거워.
오, 두린이잖아, 같이 앉아도 돼?
그럼, 편한 대로~
고마워, 지금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서 어딜 가나 자리가 없더라고.
혼자야? 레인저 영감님이랑 야토 걔네는 어디 가고?
나 혼자 먼저 왔어.
훈련이 막 끝나서 정리 중이야. 이따가 다 같이 고기 먹으러 가기로 했거든.
어? 이따가 고기 먹으러 가는데, 버섯 정식을 시킨 거야?
괜찮아, 조금인데 뭘. 금방 먹을 수 있어~
하아~~~암
(한 입 크게 먹는다)
……잠깐, 내가 뭐 잘못 본 거야?
방금 전까지 한 그릇 가득 있었는데 그새 절반밖에 안 남았다니? 너무 빠르잖아!
후후, 이 정도로 뭘~
지상의 음식은 고향의 것과는 전혀 달라. 나름 천천히 음미 중인걸.
으음, 물론 버섯은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지만.
하긴 네가 버섯 좋아하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지.
그래도 이렇게 편식하면 영양 결핍이 생길 수 있다고.
아~니~거~든~
후, 맛있다. 다 먹었어.
뭐야? 잠깐, 언제 다 먹은 거야…… 너 너무 빨리 먹는 것 같은데, 진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더 빨리 먹을 수도 있는걸…… 그런데 지난번에 느와르 코르네랑 누가 빨리 먹나 시합하다가 의료부에 걸려서 혼난 뒤로 나름 조심하는 중이야.
……너희 평소에도 그렇게 노는 거야?
괜찮아, 괜찮아~ 늘 그런걸.
하암, 먹으니까 졸리네. 영감님이랑 야토 얘네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잠 좀 깨게 뭐 좀 마실까……
(음, 전에 사둔 주스가 아직 있을 텐데.)
(하지만 휴게실까지 돌아가려면 너무 멀어…… 후…… 하암, 졸린데……)
(맞다, 지금 시간이면 공용 휴게실에 커피가 있겠지?)
으응?
뭐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엇, 저기 저 사람은……
쯧, 아름다운 오후의 소중함도 모르고……
사악한 힘이 일렁이는 게 느껴져…… 이봐, 너! 흥분하지 말고 좀 참아. 아니……
하, 하지…… 앗, 기다려! 마, 말로 하자고!
대체 누구야! 이렇게 커다란 고철 덩어리에 위험한 중화기를 장착한 게!
저기, 이봐.
젠장, 왜 이렇게 된 거야? 이러다간 사악한 안개가 퍼지고 말 거야!
하, 이렇게 되면 나도 봉인을 푸는 수밖에……
저기……
흥, 진작 알아챘어야 했는데. 내 팔의 떨림은 이 순간을 예감한 것이었어.
어이, 너무 원망하지 말라고. 내가 널……
……
자그마한 체구의 두린족이 말없이 뛰어오르더니 붉은 머리 와이번의 정강이를 정확하게 걷어찼다.
윽, 감히 누가 날 때리…… 엇, 넌 A4 작전팀의……
진짜, 아까부터 너.무.시.끄.럽.다.고……
뭐 하는 거야? 으음, 빨강 머리 바보 도마뱀과 로봇의 혈투 뭐 그런 거야?
빨강 머리…… 하아?! 그런 싸구려 영화 제목 같은 이름으로 부르지 마!
어, 아니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얼른 내 뒤로 물러서. 사악한 힘을 조심…… 엇, 뭐 하는 거야!
거참 말 많네.
이럴 때는 그냥 이렇게…… 하는 거라고!
조심해! 잠자는 맹수를 함부로 건드리면 죽을…… 이, 이봐! 기다려, 오리지늄 아츠로 공격하면 어떡해? 로봇의 반격 메커니즘을 건드리면 위험하다고……
……응? 녀석의 움직임이 느려졌잖아?
후후, 명중~
후…… 하암, 졸려…… 음, 빨강 머리, 다음은 네 차례야.
자, 빨리 로봇 어깨 아래 있는 뚜껑을 열어. 메인 컨트롤 박스가 아마 그 안에 있을 거야.
으음, 음…… 어?
그거 만질 줄 알아? 아니면…… 그냥 폭파해버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빨리빨리, 멍하니 있지 말고. 방금 내가 명중시킨 위치 말이야~
계속 그렇게 꾸물거리다간 또 폭탄 세례를 받게 된다?
밀지 마…… 쯧, 알겠어. 알겠다고!
흥, 이런 건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게 아닌데 오늘만 특별히 보여주지……! 기름 냄새나는 걸 처리하는 건 내 특기니까, 무시하지 말라고!
거칠고 세련된 '철의 거인'이여! 얌전히 멈춰라!
……어, 사실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그런 대사 날리는 거 부끄럽지 않아?
시끄러워!!
후우…… 이제 됐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놈이야? 위험한 기계를 만들고 무기까지 장착하다니? 하, 날 만난 걸 행운인 줄 알라고!
(음, 어디 보자.)
(오……! 이 구조, 역시 예전에 동네 애들이랑 같이 만들어 놀던 것과 비슷해……)
(그렇다면 뚜껑을 연 뒤에……)
읏차.
정말이지 순진하군. 무기라는 건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게 아니야. 소위 격이라는 건 말이지…… 으아아앗?!
기다려! 함부로 위에 있는 회로 건드리지 마, 너무 위험하다고!
괜찮아, 괜찮아.
이걸 뽑지 않으면 이 녀석 이따가 또 움직일 거야.
으음…… 이걸 이렇게 하고, 저걸 끊으면…… 됐다. 이젠 괜찮을 거야, 아마도.
완전 엉망이잖아!
움직이지 말고 잘 들어. 전류에 영혼까지 털리기 싫으면 내가 검사 끝내기 전까지 가만히 있어, 절대 움직이지 말고!
어……?
누전된 거면 큰일인데…… 으음, 겉면에만 손상이 있으니 괜찮겠지.
이 흔적은…… 으음…… 방금 내 공격으로 생긴 건가? 메인보드에 영향은 주지 않으니 리스크는 크지 않을 거고……
호오, 여기 회로는 흥미로운데. 이 에너지 장치의 설치 방법…… 거칠지만 제법 독특해.
음……음? 이 흔적…… 액션 모듈이 간섭을 받은 것 같네. 아츠의 영향인가? 이쪽의 에너지 공급 회로는……절단되어 있잖아.
으으…… 된 거야? 팔 저려 죽겠어.
게다가…… 하암, 엄청 졸리다고.
……
이 녀석 행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긴 했지만 가장 위험한 요소는 전혀 파괴되지 않았어……
……너, 이 녀석…… 방금 그건 설마……
설마 이 모든 걸 계산한 거냐?
응? 뭐야, 이 제어선 말하는 거야?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도와주려고 일부러 찾아온 선배를 좀 믿어주라고, 신입 씨.
하암~
난 다른 일족처럼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고, 해머를 휘두를 힘도 없어 이렇게 커다란 기계를 만들지 못해…… 하지만 만들지 못한다고 해서 상대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잖아…… 이건 그나마 쉬운 편이야.
네 일족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너한테는 이게…… 쉬워?
에잇…… 원리는 단순하다니까.
흐음, 빨강 머리 친구…… 얼굴에 의심이 가득하네.
세사, 빨강 머리가 아니라 세사라고 불러! 적어도 다른 사람 코드네임 정도는 기억해 두라고!
그게 그거지……
그러니까, 으음…… 세사? 머틀의 사과 본 적 있어?
예전에 엔지니어링부에서 연구한다고 빌려온 마법 도구 말이야? 그건 평범한 사과가 아니라……
응, 우리 고향에서는 평범해. 가게에서도 팔거든.
거긴 대체 뭐하는 동네야?!
으음…… 그냥 평범한 지하도시랄까?
지하에 사는 두린 일족…… 흐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들어봤어도 이상할 건 없지. 지상에 놀러 온 일족들도 많거든.
내가 보기엔 지상은 번쩍거리고 널찍하고, 재밌는 것도 많아서 정말 좋지만, 대부분의 기계는 여전히 수준 미달이야.
……어쨌든 로도스 아일랜드에 너 같은 실력자가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숨어 살다니…… 흥, 내가 널 얕봤군!
더 말할 것도, 해명할 것도 없어. 다 이해했으니까. 너에 관해선 더는 묻지 않을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결국 이런 숙명을 짊어진…… 그걸 뭐라 하더라?
?
(이 녀석, 좀 멍청해 보이는데……)
(뭐, 상관없어…… 흐아암…… 졸려……)
(더는 안 되겠어. 힘을 많이 써서 얼른 쉬지 않으면…… 내일 절대 못 일어날 거야.)
네 말처럼 내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흐아암…… 온종일 가족들한테 잔소리 같은 걸 들을 리 없잖아.
몸도 허약하고, 잠만 잔다고 말이야…… 하아,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닌데……
……너에게도 남모르는 과거가 있나 보군.
좋아, 함께 싸운 정도 있으니 네 하소연 정도는 들어줄 수 있……
이봐, 눈 감고 걷지 마. 넘어진다구!
안 넘어져, 졸려…… 흐암……
하소연…… 같은 건 없어. 집에 있으면 잔소리만 들으니까 지겨워서 나온 거야……
하지만 이건…… 흐아암…… 타고난 거라 나도 고칠 수 없……
쿠울… 쿨…
이봐, 말하다 말고 서서 자면 어떡해!!
으음…… 으응?
으차차차… (기지개를 켠다)
(흐아암…… 또 잠든 거야? 어, 이 담요는 뭐지…… 따뜻해.)
(꺽다리 빨강 머리…… 이름이 무슨 사라고 했는데…… 가버렸네.)
으윽, 머리야. 지금 몇 시지……
시간이 꽤 늦었네, 두린. 평소보다 더 오래 잔 것 같구먼.
아…… 레인저 영감.
힘을 썼더니 너무 졸려서 어쩔 수 없었어.
이 담요, 영감이 덮어준 거야? 고마……
아, 내가 아니라네.
자네를 찾아왔을 땐 이미 여기서 자고 있더군. 어찌나 잘 자던지 보는 사람이 졸릴 지경이었어.
후아암…… 내 수면의 질은 영감도 따라올 수 없다고.
하하, 확실히 그런 것 같군.
세사라는 청년이 옆을 계속 지키고 있었다네. 자네에게 신세를 졌다고 하더군. 허허허, 꽤 건실해 보이는 청년이었어.
와아…… 그냥 가 버린 게 아니라고? 함 내에선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지만…… 으응, 역시나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좋은 사람이 많아.
허허.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두린, 자네가 세사라는 청년을 도와줬다고 해서 꽤 놀랐다네.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은 거지?
별거 아니잖아. 겸사겸사 신입을 도와준 것뿐이야……
자네가 그렇게 마음 따뜻한 사람인 줄 몰랐군.
그런 기계라면 익숙하니까, 지상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건데 막상 보게 되니…… 조금 그립기도 하고.
그렇군, 그쪽 분야라면 우리보다 자네가 훨씬 잘 알고 있으니.
그만, 그만! 앗, 이 담요…… 다음에 빨강 머리 만나면 돌려줘야겠다.
참…… 영감, 고기는? 나만 빼고 다 먹은 거 아니지?
내가 그런 치졸한 짓을 할 사람으로 보이나?
느와르 코르네가 고기를 굽고 있지. 자네 몫을 많이 남겨뒀다네. 자네가 시간 맞춰 일어났어.
앗싸!!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게. 자네가 그렇게 빨리 뛰는 걸 무척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
따뜻하게 푹 자서 컨디션이 최고거든.
……
두린.
그렇게 자는 자네를 볼 때면 걱정스러운 기분이 들어. 아마 다른 사람도 같은 기분일 거라 생각하네만.
으응?
그러니까 몸 상태가……
영.감.
쉿~
난 괜찮아, 그냥 잠이 많은 것뿐이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의료부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도 받고 있고, 평소 임무도 완전 문제없이 해내고 있잖아. 우리 두린 일족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그리고 몸 상태 때문에 땡땡이친다고 혼내는 사람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득이지?
으음, 고기를 많이 먹으면 지금보다 더 힘이 날 것 같아.
하하, 그렇군……
오늘 많이 먹고 힘내게. 가지, 느와르 코르네랑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헤에……
좋아. 고기야 내가 간다!
집중력 부족, 약한 체력, 병약한 체질, 조금만 피곤해져도 수면으로 회복해야 한다. 두린은 벌써 이 연약한 몸에 익숙해져 있다.
선천적으로 허약한 신체는 질병과는 달리, 약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없다.
한때 원망하기도 하고, 화도 내보았지만 지상에 올라와, 이 대지 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를 알게 된 뒤로, 두린은 자신의 허약한 체질을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했다.
뭐……
몸이 좀 약한 게 어때서?
적당히 긴장감이 도는 임무, 누구의 방해도 없이 햇살 아래 즐기는 낮잠……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