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조사원은 도로시를 통해 359번 기지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고자 하고…… 꿈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로시도 가야 할 방향을 몰라 헤매고 있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도로시, 사일런스, 사일런스 더 패러디그매틱
이름?
도로시.
풀네임으로 대답하시죠.
우리 일에 순순히 협조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참고로 이 대화는 전부 녹음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와 이번 질의응답을 통해 앞으로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운명과 359호 기지와 관련된 사람들의 운명도 함께 결정되겠죠.
……
그래, 알겠어.
내 이름은 도로시 프랭크스야.
도로시! 도로시! 빨리 와봐!
저 앞에 엄청나게 넓은 초원이 있어!
시야가 탁 트였다고. 어서 너희 집이 보이는지 확인해 봐! 음…… 은빛의 작은 집이라……
GO…… GO-LOS-E!
야! 골로제! 네 풍선 좀 저리 치워봐!
방해되잖아, 안 보인다고!
……
베지, 이미 다 확인해 봤잖아.
은빛 집은 보이지 않아…… 우리 집은 여기가 아닌가 봐.
응…… 하지만 괜찮아. 우리 집도 여기가 아니니까.
정말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만, 우리 집의 보리밭이 더 멋져!
GO……
응? 골로제…… 왜 그래? 저쪽을 보라고?
아…… 저쪽에 사람이 있나 봐.
......
안녕?
아, 안녕! 거기 불포 남성 분,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
우리 집을 못 찾겠어.
형이랑 대판 싸웠거든. 집이 뒤집힐 정도로 싸우다가…… 집에 다시는 안 돌아간다고 하고 뛰쳐나왔는데……
오다 보니 이곳이었어…… 밖은 무섭고…… 다시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이젠 돌아갈 수가 없네.
왜 돌아갈 수 없어? 길을 잃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못 찾겠어서 그러는 거면 우리랑 같이 가자.
좋아. 같이 갈게. 상냥한 두 아가씨랑…… 여기…… 풍선을 든 로봇 씨랑.
하지만 막상 우리 집을 보면 내가 왜 다시는 못 돌아간다고 말한 건지 금방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참고로 나 불포 아니야. 난 고고한 아슬란이라고.
그러니까, 당신의 목적은 '고향'을 찾는 겁니까?
그리고 다른 개척자들의 '고향'을 찾는 것도 돕고 있고요?
맞아.
……
제가 이번에 359호 기지에 온 것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그런 터무니 없는 말로 얼버무릴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터무니없는 게 아니야.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까.
한 가지만 더 확인할게……
359호 기지의 실험자들이랑 개척자들은 전부 잘 있는 거지?
……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개척자들의 행방에 왜 그렇게 관심을 갖는 거죠? 목적이 뭡니까?
조사에 따르면 당신 어머니도 개척자였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맞아.
어릴 때 어머니와 개척대랑 같이 지냈던 거고요. 그렇죠?
맞아.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는 황야에서 재앙 때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맞습니까?
……
저기 미안한데, 그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내 신상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파악했을 텐데…… 그 일들이 지금 너희가 조사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알겠습니다. 그 질문 때문에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죠.
지금부터 하는 말은 제 추측입니다만…… 그때 그 피실험자는 당신에게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네요?
개척자는…… 삶이 끝날 때까지 황야를 떠도는 존재들이야.
마치 돌아갈 곳이 없는 폭풍처럼 땅에서 땅을 옮겨 다니지. 그들은 땅을 수없이 개척했지만, 정작 그들에게 속하는 땅은 없어.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게, 내 이상이야.
그리고 내 가족들은…… 내가 대신해서 계속 나아갈 거야. 그들이 꿈속에서 몇 번이고 돌아갔던 그 '고향'으로……
GO-LOS-E.
여기?
골로제…… 여기가 너희 집이야?
GO.
GO……
우리에게 뭔가를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저 손을 봐.
뭔가 서랍을 열어달라고 하는 것 같지 않아?
서랍? 안에 뭐가 있길래…… 확인해 볼게!
이건…… 녹음기?
집…… 집……
앗! 고…… 골로제가 방금 말한 거 아니야?
로봇은 자신의 신체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가 줄곧 움켜쥐고 있던 풍선이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가슴 속에 있는 코어를 들어낸 로봇은 자신의 '심장'을 꺼내 녹음기에 넣었다.
그러자 녹음기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콜록콜록…… 난 골로제라고 하네. 로봇 장인이지.
난 이제 움직일 수 없다. 내 집은 아주 먼 곳에 있어.
내 목소리를 이 녀석의 몸속에 넣어둔다. 부디 내 목소리를 고향으로 전해주기를 바라면서.
낯선이여……
누구라도 내 목소리를 들었다면…… 나 대신 고향이 어떤지 보러 가주지 않겠는가……
자, 가거라! 나의 로봇이여. 내 목소리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거라!
노인의 목소리는 거기서 멈췄다.
LOSE……
로봇은 마지막 소리를 남기고는 차가운 쇳덩어리로 변했다.
……
골로제…… 이게 더는 네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난 골로제라고 부르고 싶어…… 넌 해냈어.
하지만 네가 해낸 일은 네 주인을 고향으로 데려다준 것만이 아니야.
이곳은…… 네 고향이기도 하니까.
루포 씨.
왜? 그리고 나 루포 아니라니까. 아슬란이라고.
그래, 아슬란 씨…… 저 골로제의 풍선 좀 내려다 줄래?
난 저 풍선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고 싶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군부와의 협력은 모두 퍼디낸드가 협상했던 것이고, 당신이 한 실험은 겉으로는 아주 합법적이고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던 것 같군요.
난 당신과 퍼디낸드가 공모했는지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은 겁니다. 그의 계획에 대해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나요?
미안하지만 난 퍼디낸드와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야.
그렇습니까. 솔직히 당신이 이 건에 관여되어 있다는 증거도 없긴 합니다.
영상 기록을 확인해 보니 라인 랩 내부 문서에 대한 접근 권한이 일반 연구원과 별 차이가 없더군요.
난 언제나 시간이 부족했거든. 조금이라도 내 실험을 빠르고 완벽하게 끝내고 싶었을 뿐이야…… 다른 자료에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었어.
그렇다고는 하지만 현재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라면 그런 식으로 주위 정보를 차단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당신은 라인 랩의 주임이잖습니까.
우리 쪽에선 당신이 혐의를 벗기 위해 이 영상 기록을 준비한 게 아닐지 의심할 만하다는 겁니다.
사후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거짓영상을 준비한다고 내 실험이 빨리 끝나는 것도 아니고, 개척자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그런 의미 없는 짓을 내가 할 것 같아?
당신이 타인의 계획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까? 파트너였을지, 아니면 단순히 체스말이었는지 말이죠.
……
누군가의 계획 속에서 내가 어떤 위치였는지 나와는 상관없어.
내 연구, 내 이상은…… 나한테나 의미가 있지, 다른 사람에게 특별한 가치가 있을지 나는 몰라.
만약 그들이 이 부분을 이용할 생각이었다고 해도 난 기꺼이 거래했을 거야.
그 말은, 체스말로 취급되어도 달게 받아들인다는 거군요. 이용당하고 상처받는 게 두렵지는 않습니까?
상처라…… 감옥에 갇히는 걸 말하는 거야?
제가 알기로는……
그래, 알고 있어. 로켄 윌리엄스처럼 말이지…… 일을 그르쳐 정부에게 버려진 과학자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봐왔어.
하지만 공교롭게도, 연구에 관한 자문과 협력을 청하기 위해, 감옥까지 로켄을 찾아간 연구원들이 꽤 많다는 것도 난 알아. 예전의 나처럼 말이야.
……
크흠. 그러니까 당신은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겁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발판을 다져왔으니까. 그게 바로 컬럼비아의 룰이잖아.
그게 아니라면, 개척자의 아이에 불과했던 내가 어떻게 라인 랩의 주임이 될 수 있었겠어?
……
당신은…… 그런 일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당신은 이용당해도 상관없다지만…… 개척자들은 어떨까요?
……
어쩌면 퍼디낸드 같은 인간들이 당신을 동료로 취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척자들은요? 닳을 때까지 사용하고 황야에 버려지는 비닐봉지와 다를 게 있나요?
……그건,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지금 할 수 없더라도 언젠가는 죗값을 치르게 할 거야. 이건 내 책임이자 내가 소홀했던 부분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내가 저질렀던…… 가장 큰 잘못이기도 하고.
필라인 씨!
필라인 씨? 거기 서서 뭐 해? 빨리 가자!
난 불포도, 필라인도 아니야. 난 아슬란이라고.
거기 아가씨, 정정해주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에도 틀리면 내 날카로운 어금니 맛을 보여주겠어.
알겠어, '아슬란' 씨. 계속 가자.
됐어, 난 내 집을 찾았으니까, 너희끼리 가.
집을 찾았다고? 어디에 있는데……
위를 봐.
거꾸로 뒤집힌 집 한 채가 도로시 일행의 머리 위, 머나먼 하늘에 걸려 있었다.
도로시는 그제야 '아슬란'이 어째서 다시는 집에 돌아갈 수 없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이번 생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어. 내 오만함 때문에 내 고향에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되었지.
……
'아슬란' 씨, 분명 집에 돌아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이 생각해 보자!
됐으니까 너희는 어서 가. 난 여기 남을 거야. 이건 내가 받아야 할 벌이니까.
공중에…… 떠 있는……
맞다!
'아슬란' 씨! 골로제의 풍선이 있잖아!
풍선이라니…… 설마 풍선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라는 거야?
해볼까…… 왠지 정말 가능할지도 몰라. 발이 땅에서 떨어지기 시작했어! 몸무게를 조금 더 줄이면!
맙소사! '아슬란' 씨, 뭐 하는 거야…… 이건…… 물?
이렇게 많은 물이…… 왜 귀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야?
헤헤…… 몸집을 좀 키워 강해 보이려고 물을 엄청나게 들이켰거든……
계속 머리가 어질어질했는데…… 봐! 나 지금 뜨고 있어!
'아슬란' 남자는 풍선과 함께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는 고함을 질렀다. 그게 공포 때문인지 흥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순간 도로시는 그리 날카롭지는 않은 심지어 조금 동그랗고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송곳니가 눈에 들어왔다.
왜인지 도로시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크리스틴 라이트의 계획은 알고 있었습니까?
전혀 몰라.
믿기 어렵겠지만, 그게 사실이야.
라인 랩에서 가장 겉도는 사람도 아마 나일걸……
그럼 현재 크리스틴의 행방에 대해서는요?
미안하지만, 그것도 몰라.
내가 아는 거라곤 그녀가 이상주의자라는 것뿐이야. 그것도 아주 원대한 목표가 있는.
그녀가 나를 라인 랩으로 스카우트할 때, 난 그녀에게서 나와 같은 이상주의자의 '번개'를 느꼈어
번개?
트리마운츠 쪽 하늘에서 갑자기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한 줄기의 빛기둥이 하늘을 가르자 창공의 뒤편에 숨겨진 진실이 쏟아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저…… 저건……
트리마운츠 하늘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지?
서…… 설마 저게 크리스틴의 '원대한 목표'인가요?!
……
프랭크스 씨.
프랭크스 씨? 설마…… 우는 겁니까?
……
저게 하늘의 진짜 모습이구나…… 정말 아름다워.
미안,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어서.
역시 크리스틴이야…… 결국 해냈네.
프랭크스 씨, 조금 전만 해도 크리스틴의 계획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모르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저건 그녀가, 그녀만이 할 만한 일이야.
게다가…… 확실하게 느꼈거든.
느꼈다고요? 뭘 느꼈다는 거죠?
'전달물질'.
'전달물질'이 느껴졌어…… 그들이 하늘의 또 다른 쪽에 도달한 것을……
은하수가 그 흐름 그대로 내 머릿속으로 막 흘러들어오고 있어……
……
'전달물질'이라니요?
제가 알기론, 그건 359호 기지의 실험 물질인데.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만…… 당신은 그 실험 물질과 긴밀하게 접촉했었는데, 그 접촉이 당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까?
후유증을 말하는 거야?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죠.
지금까지는 특별히 눈에 띄는 이상 증세는 없어.
굳이 꼽자면, 갈수록 꿈을 자주 꾼다는 거?
심지어 가끔은 잠에 들지도 않았는데…… 문득 느껴질 때도 있어……
뭐가 느껴진다는 거죠?
……
프랭크스 씨. 프랭크스 씨?
……
아…… 미안. 또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
……마치 내가 황량하면서도 덥고 건조한 황야에 있는 느낌이 들어.
더워……
너무 더워……
베지…… 조금만 천천히 가……
도로시, 난 도착했어. 이곳이 우리 집이야.
아? 여긴…… 좀 더운 거 같은데…… 사람 사는 것 같지도 않고.
밀밭은? 새로 지었다는 벽돌집은……? 그리고 보리밭에서 널 기다린다는 그 친구는?
음…… 내 친구는 바로 우리 옆에 있잖아.
우리 옆? 아…… 네 친구가 설마 이 너덜너덜한 허수아비는 아니겠지?
맞아, 헤헤. 못 본 사이에 이렇게 많이 변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게다가 우리 집도…… 많이 변한 것 같네.
베지……
아니면 계속 나랑 같이 가자! 아니면…… 우리 집에서 살아도 좋고!
……
도로시, 넌 이미 우리와 먼 길을 함께 해줬잖아.
골로제, '아슬란' 씨, 그리고 나까지…… 도로시가 이 여정을 함께 해줘서 우린 정말 고마워.
이제 작별의 시간이야.
그, 그래도…… 아직은 걱정되는데……
괜찮아, 도로시. 난 이곳에 남기로 결정했어.
아무리 많이 바뀌었다 해도…… 여기가 나의 집인걸. 내 친구도…… 항상 이곳에 있고.
내가 함께 있어 줘야 해. 함께 우리의 집을 다시 지어야 하거든.
한 줄기의 바람이 불어오자 허수아비가 흔들거렸다.
도로시는 그녀의 마지막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끝없는 모래 속,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은빛 집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크리스틴…… 정말 미치광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군요……
라인 랩에는 대체 어떤 괴짜들이 모여있는 건지, 참……
……
크리스틴…… 이게 당신이 찾아낸 '고향'에 대한 답이야?
다음에 다시 총괄을 만나게 되면 실험의 성공을 꼭 축하해줘야겠어.
그리고 파르비스는…… 내가 낸 성과를 수정한 모양이네. 음, 흥미로운 발상이야.
하지만 '전달물질'은 결국 '전달물질'일 뿐. 생명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존재가 과연 의미 있을까?
잠깐만…… 갑자기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어.
행성 밖에서는 생명이 생존할 수 없어. 하지만 '전달물질'은 예외일지도 몰라. 그 말은 즉…… '전달물질'은 인류를 대신해 더욱 열악한 환경에 진입할 수 있다는 거지. 그게 재앙이든 어디든……
대박. 조사관 씨, 내게 시간을 좀 줘. 이 광경을 내 머릿속에 새겨두고 싶거든.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른 모든 생각을 기록해 둬야겠어.
내 실험에는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아. 전달물질은 아직 무궁한 가능성을 품고 있고. 내가 원하는 평등한 미래, 그리고 내가 갈망하는…… 고향까지……
당신이 계속 언급하는 '고향'은 대체 어떤 곳이죠? 설마…… 하늘에 있는 건 아니겠죠?
고향?
내가 말하는 고향은…… 미래의 풍경을 말하는 거야……
대체 어떤 곳이냐고?
그건……
여긴……
내 집인가? 이 은빛의 집은……
도로시, 여기……
……
엄마 목소리다……
엄마…… 어디에 있어? 엄마를 못 찾겠어……
도로시, 여기……
도로시, 여기가 네 미래의 풍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
미래의 풍경……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프랭크스 씨. 혼잣말은 이제 그만 하시고.
제 질문에 대답하시죠.
알겠어, 조사원 씨. 그냥 잠깐 내 영감을 되뇌어 봤을 뿐이야.
내가 말하는 '고향'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야.
내가 추구하는 건 더욱 평등하고 이상적인 사회야. 그건 우리의 발밑에 있을 수도, 크리스틴이 추구하는 것처럼 더욱 먼 곳에 있을 수도 있겠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크리스틴, 파르비스, 퍼디낸드…… 그리고 나까지. 라인 랩의 과학자들에게는 공통된 목표라는 건 없었어.
공통점을 꼽자면, 아마…… 그들 모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번개'처럼 강렬한 빛이랄까.
……
조사원이 녹음 펜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을 도로시는 눈치챘다.
프랭크스 씨, 아무래도 당신에게는 알려줘야 할 것 같네요.
만약 당신이 크리스틴, 퍼디낸드 등의 사람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상을 추구하는 거라면……
아까 당신이 말한 모든 내용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
어디선가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황야의 냄새였다.
오티 씨.
……
내…… 내 이름은 어떻게?
괜찮다면 우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
나는 린다라는 개척자를 도와준 적이 있어.
어렸을 때 광석병에 걸린 바람에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황야를 헤매기 시작한 아이야.
린다에게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시간이 가장 소중한 추억이었어.
가을이 오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드는 보리밭…… 그리고 그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허수아비……
항상 그녀의 뒤를 따르며 보리밭에서 쉬지 않고 뛰어다니던 동생도……
……
당신…… 저희 누나를 아는 겁니까?
지금…… 저희 누나는 어떻게 지내죠? ……건강히 잘 지내고 있나요?
역시 당신이구나. 린다가 가족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어…… 당신을 본 순간, 그녀의 동생이라는 걸 눈치챘지.
지금은 결혼했어. 나도 결혼식에 초대받았고. 황야에서의 결혼식은 아주 간단했지만, 믿음직스러운 사람과 결혼했어.
아이도 있어. 엄청 귀여워. 매일 엄마를 따라다니며 '허수아비' 얘기를 해달라고 조른대.
린다는 항상 동생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어…… 훌륭하고 책임감도 강한 오티라면 분명 자기 대신 가족을 잘 돌봐줄 거라며.
……
죄송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프랭크스 씨, 제가 이 은혜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그럴 필요 없어, 오티 씨. 당신에게 보답을 바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니까.
개척자를 돕는 건……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야.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도 나는 이런 방식으로 내 이상을 추구해 나갈 것이고.
그래서, 나는 당당하고 떳떳해.
오티 씨, 내가 말한 모든 걸…… 사실 그대로 기록해 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서, 유독 사랑과 선의만은 거래에 이용되어서는 안 돼.
……
알겠습니다. 프랭크스 씨.
녹음 펜이 다시 켜졌다.
다음 날
……
왔구나.
……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나 보네.
넌 아주 뛰어난 파트너니까.
더 많은 책임을 질 생각이라면 분명 날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어.
지금 보니…… 역시 더 성장했나 보네.
……
당신의 예상대로 '전달물질'은 정부에 이용될 거야.
단서를 제공해줘서 고마워.
난 정부와 손을 잡았어. 오늘 이곳에 온 건 '전달물질'을 회수하기 위해서야.
그렇구나……
그럼 의사 씨, 우리 '거래'를 할까?
……
원하는 게 뭐지?
크리스틴은 지금 어디에 있어? 라인 랩은 어떻게 되는 거야?
……
몰라.
아마 꽤 오랫동안, 라인 랩 사람이든 다른 사람이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른다'가 될 거야.
……
그런 걸 물어보다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난 라인 랩에 남아서 내 연구를 이어가고 싶어.
물론 더 다양한 곳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사귀고, 내 연구로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테지만.
그러고 보니, 당신은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회사와 함께 일하는 것 같던데?
맞아.
그럼, 당신과…… 로도스 아일랜드가 나를 파트너로 받아줄 수 있어?
……
과학은 모두를 위해 사용되어야 해…… 이게 우리가 함께 꿈꾸는 이상이라는 것도 난 알아, 올리비아.
내 성과를 올바른 사람의 손에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면……
우리의 이상은 언젠가 반드시 이뤄질 거라고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