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처
버메일은 로도스 아일랜드에 머물 자격을 얻기 위해 마지막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저 우연한 오해에 불과했는데……
11:00 A.M. 날씨/맑음
로도스 아일랜드 숙소
두툼한 펠트 커튼이 굳게 쳐진 방 안. 촛불 여러 개가 방을 환히 밝히고 있다.
방안에는 왜소한 불포 소녀가 활을 겨눈 채 경계하듯 전방을 바라보고 있다.
……단말기가 울리고 있잖아.
시끄러워…… 이렇게 쓰는 거랬지?
여보세요?
버메일……
어라, 어디 갔지…… 잠시만요, 버메일 씨. 이상하네. 분명 공구 상자에 넣어뒀는데.
오오! 찾았다! 왜 부품 상자에 들어 있는 거지? 오래 기다렸…… 히비스커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드나키엘, 혹시 버메일 씨 봤어요?
제가 묻고 싶은 말인걸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의수를 조정한 후에 디저트를 가져다줄 생각이었는데 잠깐 사이에 사라지셨어요.
아드나키엘, 혹시 버메일 씨가 어디로 갔을지 예상가는 데 있어요?
딱히 물어보질 않아서요. 요 며칠 휴가니까 어디든 갈 수 있겠죠.
히비스커스, 왠지 초조해 보이는데…… 혹시 버메일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실은…… 오늘이 버메일 씨의 광석병 정기 치료일인데, 오후가 되어도 의료부에 오지 않았어요. 게다가 잡혀 있던 예약도 전부 취소했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 곧장 버메일 씨를 찾아갔는데 숙소에 없는 거 있죠. 방에 있던 물건들도 많이 사라진 것 같고.
주변에 물어봤지만 다들 버메일 씨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하고…… 버메일 씨가 아무 말 없이 걸어가는 걸 본 사람은 있는데……
에이, 말도 안 돼요. 절 찾아왔을 때만 해도 딱히 이상한 점이 없었는걸요. 근데 생각해보니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긴 한 것 같기도……
의수 조정이 끝난 후에 갑자기 저한테 선물을 줬어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잖아요.
뭘 받았는데요? 보여줄 수 있어요?
자, 이거예요.
야수의 이빨 장식……
참, 히비스커스. 온 김에 제가 만든 디저트라도 좀……
앗, 왜 벌써 가는 거예요!
미안해요! 다음에 꼭 먹을게요! 우선 버메일 씨한테 확인할 일이 있어서요!
리나, 다크서클이 심각한데. 요즘 제대로 못 쉬었어?
괜찮아. 최근에 야근이 좀 잦아서 그래. 얼마 전 외근 임무를 마치고 오퍼레이터들이 대거 돌아왔잖아. 그래서 의료부도 덩달아 바빠졌지 뭐야.
뭐, 근데 익숙한 일이니까. 선배들은 우리보다 더 열심히 야근하는걸. 이 시기만 지나면 또 한가해지겠지.
(발걸음을 멈춘다)
의료부 일이 원래 그래. 한가했다가 바빴다가의 반복이지. 걱정 마. 곧 돌아가서 한숨 푹 자면…… 으앗!
버메일 씨?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그 많은 짐을 끌고 어디 가는 거야? 집? 아니면 도솔레스로 휴라가도 가는 거야?
그게 아니라……
혹시 로도스 아일랜드에선 어디로 가야 약초를 찾을 수 있어?
음, 컨디션이 안 좋으신 거예요? 제가 한번 봐 드릴까요? 필요하다면 의료부에 바래다 드릴 수……
괜찮아. 그냥 약초가 어딨는지 궁금해서 그래. 혹시 알고 있어?
레나 씨가 요양정원에 다양한 화초를 심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거기에 쓸만한 약초가 있을지도 몰라……
고마워. 지금 바로 가봐야겠네.
자, 이거 줄게.
연마한 뼛조각? 왜 이걸 나한테……
어? 어디 갔지?
왔어.
포덴코, 이렇게 늦은 시간엔 오더를 가져오지 말라고…… 어?
레나……
버메일…… 아, 어서 들어와.
미안. 넌 평소에 외근이 잦아서 이렇게 휴게실에서 만날 일이 통 없었잖아.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좀 놀랐어.
내가 도울만한 일이 있을까?
몇 가지 약초가 필요한데, 혹시 받을 수 있을까?
약용 가치가 있는 식물을 찾는 거지? 당연히 줄 수 있지. 이름만 알려줘.
……이름은 몰라. 하지만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음, 그럼 나랑 같이 정원으로 가보자.
찾는 약초가 있어?
이거랑 이거. 저기 빨간 꽃이 핀 풀도 필요해.
(하나같이 안정 효과가 있는 약초만 골랐네……)
더 필요한 건 없고?
혹시…… 잎에 좁쌀 같은 게 돋은 약초도 있어?
잎에 좁쌀이 돋은 약초? 아아, 석마초를 말하는 거지? 감정 조절 효과가 있어서 몇 뿌리 심어두긴 했어.
목을 베였어도, 그걸 씹어서 상처에 밀어 넣으면 고통을 못 느낀대.
그게 무슨……
저런 덩굴은 질겨서 뼈를 부러뜨릴 수도 있다더라.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또 필요한 약초는 없고?
응, 이제 됐어.
자, 이 상자에 담아뒀어.
고마워.
진귀한 약초를 뭐랑 교환하는 게 좋을지 생각 중이야.
교환?
활이나 의수를 줄 수는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값진 건 이 칼뿐이네.
이걸 줄게.
됐어, 그냥 가져가. 네게 준 것들은 평범한 약초일 뿐인걸. 정원에 아직 많아.
안 돼. 사냥감은 보수로, 임무는 저녁 식사로 교환해야 하는 법이야.
이 칼을…… 레나의 약초와 맞바꿀게.
버메일, 이러지 않아도 돼. 무슨 일 있는 거야?
칼로 부족한 거야? 그럼 뭘 줄 수 있을지 좀 더 찾아볼게……
그런 뜻이 아니야. 충분히 좋은 칼인걸…… 음, 생각해보니 원예에 쓸모가 있을 것 같아. 그럼…… 이 칼을 받을게. 괜찮지?
응.
하지만 명심해. 다시는 그걸 남들한테 쓰면 안 된다! 꼭이야!
약초는 잘 쓸게. 고마워…… 이만 가볼게, 레나.
잠시만, 버메일. 궁금한 게 있는데…… 그 약초로 뭘 하려고?
그게……
레나, 난 아직 떠나기 싫어.
있었던 일은 이게 다야…… 내가 뒤따라갔을 때, 버메일은 이미 떠난 후였지.
고마워요…… 후우, 아무래도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어요. 받은 약초를 처리하려면 실험실에 가야 할 테니까…… 거기로 가보는 게 좋겠어요.
히비스커스, 버메일이…… 로도스 아일랜드를 떠나려는 걸까?
인사부에 접수된 퇴직 신청은 없었어요. 외근 임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으니 무조건 정직원으로 전환될 텐데.
어쨌든…… 저도 버메일 씨가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이그제큐터 씨가 버메일과 함께 돌아오면서, 가족 얘기를 털어놓은 건 아니겠지……
걱정 마세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몰라도, 버메일 씨에게 직접 진실을 듣기 전까진 이곳을 떠나게 두지 않을 거니까요.
지금 들어갈 수는 없을까?
미안하지만 오늘 주방은 닫았어.
알겠어.
어디로 가야 주방 도구가 있으려나…… 어느 사무실에서 라면 그릇을 본 것 같은데……
잠깐만. 외근이 잡힌 거야?
그게……
아이고, 그럼 굶은 채로 출발하면 안 되지…… 내 방에 휴대 식량이랑 말린 갯지렁이가 조금 남아 있는데 얼른 갖다 줄게.
우선 나 대신 여길 좀 봐줄래? 밤늦게 식당 주방에 몰래 들어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경비를 서는데, 오늘이 내 차례거든.
그럼 부탁해! 금방 돌아올게!
……
주방도 원래 들어갈 수 있는 곳이구나.
단단한 철문이네. 이건…… 안전망인가?
사나운 짐승을 막기 위해 설계된 것 같아. 역시 로도스 아일랜드답네.
오퍼레이터 명찰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건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 아래쪽에 숨겨진 자물쇠를 따면 될 것 같네.
아…… 내 칼. 레나에게 줬지.
♪흠…… 흐흠…… 흠……♪
어?
……응? 바가 아니잖아……
……노래에 심취해서 식당까지 와버렸네.
어서 돌아가야지. 꾸물거리다간 바의 마지막 핀앤 칩스를 놓치게 될지도 몰라……
누구…… 어? 버메일?
쉿…… 프로스트리프.
버메일, 여긴 어쩐 일이야?
(꼬르륵……)
……
……
혹시 칼 있어? 좀 빌려줄래?
자, 여기.
고마워. 지금은 값진 물건이 없으니…… 나중에 어떻게든 보답할게.
으음, 지금 뭐 하는 거야?
우선 전선을 끊을 거야. 그리고 칼로 자물쇠를 따면……
그런 기술은 어디서 배웠어?
우르수스 용병 주둔지에서 몇 번 해보니까 되던데.
설마…… 주방 문을 따려고?!
응, 주방에…… 나한테 꼭 필요한 물건이 있어.
당장 멈춰. 누군가 이 모습을 보면 널 도둑이라고 여길 거야……
그나저나 평소에 경비를 서던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는 왜 안 보이지?
자물쇠를 찾았으니 이렇게 하면……
됐다, 열렸어.
나 왔어…… 버메일? 어딜 간 거지?
오퍼레이터가 돌아왔어!
버메일, 어서 여기서 나가야…… 언제 거기로 들어간 거야!
아, 여깄다. 냄비가 하나 더 있어야 하는데……
어? 주방에 누가 있나?
쳇, 귀찮게 됐네.
이제 고기만 찾으면 돼.
버메일! 어서 가자니까!
헉, 허억…… 아무도 안 쫓아오지?
응…… 프로스트리프, 고기를 들고 뛰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던데.
그게 무슨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앗! 또 뭐 하는 거야?
불을 피우려고.
여기서? 경보가 울리지 않을까?
안 울려. 자주 와봤어.
……아무튼, 난 이만 가볼게……
바는 이미 폐점했어.
……
냄비는 두 개. 한쪽에는 약초를 달이고, 다른 쪽에는 고기를 삶을 거야.
고기를?
날 도와준 답례로 고기를 삶아줄게. 어때?
답례? 널 도와준 것도 아닌데. 게다가……
교환은 내 원칙이야.
……전에 컬럼비아에서 황야의 마을을 본 적이 있어. 헌터들은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을 생필품으로 교환했지.
다들 그런 원칙을 지키며 매일같이 황야를 오갔어.
익숙하지, 마치 내 과거처럼…… 내가 타의로 로도스 아일랜드에 왔을 때보다도 더 오래전 일이지.
너 로도스 아일랜드에 끌려서 온 거야?
그 사람은 내 병을 고쳐주겠다고 했어. 의료비도 전부 대줬고.
나쁜 사람 같진 않지만…… 좋은 사람도 아닌 것 같아. 난 그 사람을 안 믿어.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박사와 이야기해 봐. 박사는 좋은 사람이거든. 딱 봐도 그래 보이잖아.
그 박사라는 녀석이랑은 얘기해 봤어. 난 아무것도 나눠 줄 필요 없고, 일하는 대신에 이곳에서 누리는 모든 걸 교환할 거라고 했지.
박사도 아무 말이 없었으니까 그게 맞는 거겠지.
……로도스 아일랜드는 그런 곳이 아니야.
거짓말할 필요 없어. 난 황야뿐만 아니라 우르수스 사람의 캠프 그리고 외부 마을도 가봤어.
거기선 사냥감으로 물건을 교환하진 않았지만 반짝이는 금속 조각으로 교환하더라.
어디든 마찬가지야. 그런 경우는 수없이 봤어.
……
아, 물이 끓네.
물을 고기에 붓고…… 남은 물로 약초를 달여야지. 뚜껑을 덮어야겠다.
곧 완성될 거야. 조금만 기다리자.
불포 소녀는 습관적으로 벽에 손을 문지른 후 플랫폼 가장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바깥을 바라봤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대륙 위를 지나고 있었다. 강렬한 불빛 아래 주변의 돌조각이 가루가 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한 줄기 바람이 황야를 스치자 그 가루마저 이내 흩어지며 자취를 감췄다.
여기선…… 누구의 방해도 없이 하염없이 앉아있을 수 있어.
로도스 아일랜드는 좋은 곳이야. 좋은 외부 마을이지.
하지만 내가 속한 마을은 아니야……
눈앞의 왜소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프로스트리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는 뒤돌아 앉아 있는 버메일에게 다가가 귀에 이어폰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버메일의 귓가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언가를 주거나 약속하지 않아도 돼♪
♪한결같은 태양 아래에서♪
♪내 손을 잡고 여정을 떠나자♪
♪지평선 끝까지♪
이건…… 예전에 동족과 함께 지낼 때, 식사를 준비하면서 식탁을 두드리며 부르던 노래야……
들려줘서 고마워. 어떻게든……
노래의 가치는 가늠할 수 없으니 뭔가로 교환하지 않아도 돼. 이런 경우도…… 정말 많거든.
그래……? 이곳에 남지 못하게 되면, 떠날 때 네 말을 곰곰이 생각해볼게.
떠나? 여길 떠나려는 거야? 어디로 가는데?
난 더 이상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을 수 없어. 녀석들이 허락해주지 않았거든……
녀석들?
응. 곧 날이 밝겠다. 어서 가서 마지막 노력을 해봐야지……
아우, 밥 먹듯이 밤을 새웠더니 오히려 밤에 잠이 안 오네……
복도에서 웬 장작 타는 냄새가…… 음~ 냄새 좋은데……
어라, 버메일 씨랑…… 프로스트리프잖아?
들켜버렸는데. 버메일?
버메……?
사라졌네…… 냄비도 그렇고.
기다려……
아휴,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식당까지 왔는데도 안 보이네…… 혹시 주방 침입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이런 사건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많지만, 버메일 씨일리는 없지.
아, 배고파라…… 찾느라 정신이 팔려서 저녁 먹는 것도 깜빡했네.
사무실에 가비알이 숨겨둔 음식이 좀 남아있지 않을까? 몸에 좋진 않지만……
안에 든 채소만 빼먹으면…… 괜찮을지도? 어쨌든 사람을 찾으려면 힘이 있어야 하니까. 가비알은 분명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을까?
으음……
(사무실 쪽에서 소리가 들리네. 누가 야근 중인가……?)
혹시 안에 누구 있어?
히비스커스?
버메일! 여기 있었구나!
히비스커스, 야근 중이야?
어디 갔었어? 종일 널 찾아다녔어!
오늘 치료는 왜 취소했어? 로도스 아일랜드를 떠난다는 건 또 무슨 소리고? 아직 네 광석병은 억제된 상태일 뿐이야. 호전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잘 들어. 날 설득하기 전까진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일 생각 마!
……
설마…… 누가 널 괴롭히는 건 아니지? 겁먹지 말고 얘기해. 내가 혼내줄 테니까!
네게 주고 싶은 물건이 있어.
물건? 나한테?
자, 여기……
(이건…… 식당에서 본 냄비 같은데……)
뚜껑을 열어보면 돼? 안에 뭐가 들어있는데?
요즘 의료부 일이 바쁘다고 들었어. 아마 너도 잠을 거의 못 잤겠지.
예전에 사냥감을 쫓을 때, 나도 며칠씩 밤을 새우곤 했어. 그럴 때 약초 몇 가지를 달여 마시면 심신이 편해졌거든.
이걸 마시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그럼 네게도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 약초를 달이는 건 언제까지고 할 수 있어……
그럼 계속…… 로도스 아일랜드에 남아 치료를 받을 수 있겠지……
(뚜껑을 연다)
아……
와…… 냄새가 끝내주는데. 삶은 고기야?
이게 아닌데!
내, 냄비를 잘못 가져왔나 봐! 히비스커스, 지금 바로 냄비를 바꿔올게! 조금만 기다려!
잠깐만…… 일부러 여기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이걸 주려고?
오늘 온종일 안 보였던 게 이거 때문이었어?
원래 주려던 건 그게 아닌데……
미안해.
근데 왜…… 약초즙을 줘야만 치료받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야?
그야 일자리를 잃었으니까. 이곳에 남아 치료를 받으려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잖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야.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인사부에 직접 확인해봤는데, 곧 정직원으로 전환될 거래.
하지만 어제 아침 인사부로부터 외근 임무에 참가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리고 단말기를 확인해보니 오늘, 내일뿐만 아니라 다음 주 외근 신청까지 모두 취소됐고.
녀석들은 내가 여기 남는 걸 허락하지 않는 거야.
……버메일, 뭔가 단단히 오해한 것 같네.
오해…… 라고?
인사부에서 네 외근 신청을 취소한 건…… 지금은 네 휴가 기간이라서야.
입사한 후로 지금까지 외근 임무에 연달아 나갔잖아! 네가 못 버틸 것 같아서 너 대신 휴가를 내달라고 의료부에 얘기해뒀지.
그리고 그 휴가가 바로 오늘 아침부터고.
휴가…… 그럼 일하지 않아도 전처럼 치료받을 수 있다는 거야……?
바보 같긴. 수많은 외근 임무를 수행하며 모두를 위해 많은 일을 했으니 너도 우리의 일원이나 마찬가지지. 안 그래?
내가 너희 일원…… 너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그러니 여기선 남들에게 뭘 줘야 할지 계산하거나 따지지 않아도 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지금은 휴가 기간이니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돼. 우리는 늘 그랬듯 널 응원할 테니까.
로도스 아일랜드는 네가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곳이야. 그런 목적으로 존재하는 곳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
몰라도 괜찮아! 어쨌든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후아,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
맞다, 고기! 어서 냄비부터 내려놓자! 어쨌든 네가 날 위해 만들었다니까, 몇 점 먹어도 괜찮겠지……
히비스커스한테 로도스 아일랜드는……
자, 젓가락 받아. 얼른 같이 먹자. 많이 먹어, 버메일!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다 먹어 치우……
아. 조금 전에 뭘 물어보려고 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5일 후, 버메일의 휴가 마지막 날.
좋은 아침이에요, 버메일 씨.
좋은 아침, 리나.
오늘도 딱 맞춰 오셨네요. 히비스커스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어?
문가에 선 버메일이 의료부 문패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몸을 돌려 방 안으로 향했다.
그 뒤에는 그녀가 직접 짠 수공예품이, 의료부 문에 살짝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