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진심 어린 선물

진심 어린 선물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크리스마스이브, 실론은 상가에서 자신의 동창인 린츠와 마주친다. 선물을 같이 고르자고 친절히 요청하지만, 그녀는 린츠 표정에 묻어나는 곤란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실론, 슈바르츠


“몇 개월 전에 막 대학에 입학했을 때, 국립 대학 도서관 엽서를 네게 보냈었어. ”

“그때의 나는 사방에 가득한 책장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복도를 걷는 친구들의 발걸음이 거대한 건물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고 있었어. 얼마나 흥분되던지. ”

“모든 지식을 담고 있는 이곳이라면, 그 속에 분명 내가 찾던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널 치료할 수 있는 방법 말이야. ”

“하지만 지금, 같은 곳에 서 있는 나는 어지럽기만 해. 책장을 향하는 걸음걸음도 더욱 무거워졌어. ”

“도서관, 실험실과 교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어. 예전처럼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게 무서워졌어.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 앞에서 지치기만 해. ”

“내가 원하는 지식을 모두 배울 만큼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면……? ”

“……만약 내가 시에스타의 바다를 흡수하는 것처럼 이곳의 지식을 전부 흡수하고도 답을 찾지 못한다면? ”

“그럼 난 어떡해야 하지? ”

……편지 한 장이, 세 번 접혀 휴지통 바닥에 버려져 있다.


상점 방송

“……크리스마스 특제 사미 스타일 시나몬 음료.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패밀리 세트! 투 플러스 원에 모십니다! 크리스마스 전달자의 서프라이즈 장난감 추첨까지……”

상점 방송

“……빙원 전달자 신상 시리즈가 출시됐습니다. 당신의 가정에 온기를……”

실론

크리스마스 세일 행사가 시작됐구나…… 매년 이때만 되면 상업지가 시끌벅적하다니까.

실론

'재클린 아가씨' 찻집도 오랜만이네. 슈바르츠가 돌아간 뒤로는 온 적이 없는 것 같아. 미안, 재클린 아가씨. 하지만 디저트 양이 너무 많아서 혼자서는 다 먹을 수가 없는걸.

실론

록시 백화상점은 모퉁이 쪽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슈바르츠랑 여러 번 와봤으니, 깜짝 놀랄만한 선물은 없겠지.

실론

아마 저쪽에서 국제 전달자를 바로 고용할 수 있을 거야. 다른 곳에 비해 줄이 너무 길긴 하지만, 상가에서 크리스마스카드를 사면 바로 편지랑 함께 보낼 수 있단말이지.

실론

그래, 아빠한테 보내는 카드는 뭘 쓸 필요 없겠지.

실론

아, 린츠 씨! 안녕하세요!

린츠

어…… 어? 안녕하세요, 실론.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린츠

(작은 소리로) 왜 하필…… 성가시네……

실론

왜 그러세요?

린츠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실론 씨가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실론

응? 제 기억력이 그렇게 안 좋아 보이나요? 갓 개강했을 때, 린츠 씨가 빅토리아 주화를 구분하는 법을 알려줬었잖아요.

실론

복도에 있는 구식 동전 자판기랑 공중전화 외에는 어디 또 쓸 수 있는 곳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실론

자판기는 구식 주화만 쓸 수 있는데 제가 신식 주화를 넣어 버린 탓에 막혀버렸죠. 린츠 씨가 한참이나 두드린 덕분에 사용할 수 있었는 걸요.

실론

그리고 처음으로 '목요일의 시와 다과회'에 갔을 때도 린츠 씨가 시작 전에 월리엄스의 시를 읽지 말라고 알려줬었죠. 너무 유명하다고 말이에요.

실론

휴, 문학은 정말 저랑 잘 안 맞는다니까요!

린츠

그럼 저번 야외 조사에서 당신 혼자 보고서를 너무 세세하게 썼던 것도 기억하고 있겠네요?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공헌도를 대폭 낮춰서 점수가 엉망으로 나왔다는 것도요.

실론

네?

린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당신의 기억력을 못 믿는 게 아니라고요.

린츠

쇼핑하러 온 건가요?

실론

맞아요. 곧 크리스마스잖아요. 선물을 준비해야죠.

실론

마침 잘 됐네요. 린츠 씨, 여기 토박이 맞죠? 그럼 같이 다녀줄 수 있나요?

실론

빅토리아에 온 지 몇 년 되긴 했지만, 평소에 대형 백화점들만 다니다 보니, 거리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가게들은 잘 몰라요.

린츠

그, 전……

실론

아, 미안해요. 다른 볼 일이 있는 건가요?

실론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 연휴 전에 제출해야 할 중간 보고서가 있었죠. 쇼핑할 기분이 아니라도 이해해요.

린츠

아뇨, 그 보고서들은 이미 반 정도 완성했어요.

린츠

여유를 두고 과제를 하는 사람이 당신 뿐인 건 아니니까요.

실론

하지만 실험이 시작되면,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부족하죠.

린츠

하아…

린츠

어떤 선물을 사려고요? 시간을 그렇게나 낭비하기 싫다면 빠르게 움직이죠.

실론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상관없어요. 준비해야 할 선물이 많아서요. 우연히 마음에 드는 물건이 보여서 사는 게 바로 쇼핑의 맛 아닌가요.

린츠

네? ……음, 당신도 계획 없이 맘이 가는 대로 돌아다닐 때가 있군요.

실론

그냥 오늘은 특별히 쉬고 싶은 날이어서요. 마침 크리스마스라는 것도 좋은 핑계거리고요.

린츠

……남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대단하네요.

린츠

됐어요. 이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골목에 수제 초콜릿 가게가 있어요. 한번 가봐요.

린츠

20 종류가 넘는 선물 상자들이 있어서 여러 사람에게 줄 걸 한번에 살 수 있어요. 이제 빠르게 선물을 다 살 수 있겠죠.


린츠

실론, 내 말 듣고 있어요? 또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실론

아, 미안해요……

린츠

오늘 정말 이상하네요.

점원

아가씨들, 저희 가게의 크리스마스 신제품을 시식해 보시겠어요? 다양한 디자인의 선물 박스도 판매 중이랍니다.

린츠

감사합니다. 마침 초콜릿을 보려던 참인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실론

음…… 이 초콜릿 맛있는데요! 이건 어떤 초콜릿이죠?

점원

라즈베리 화이트 초콜릿입니다. 지금은 눈을 테마로 한 크리스마스 한정 선물세트도 있답니다.

실론

린츠 씨, 이것 봐요! 포장이 비비안의 머리카락 색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럼 이건 비비안에게 주는 선물로 해야겠네요.

린츠

아…… 네?

린츠

…… 방금 비비안의 선물을 산다고 그랬나요?

실론

맞아요. 초콜릿은 너무 평범할까요?

린츠

아뇨, 전 그저, 이틀 전에 싸우지 않았나 싶어서요.

실론

음, 그러니까 이틀 전에 이론 수업에서 다이애나 교수님의 핵심 이론에 대해 토론했던 걸 얘기하는 건가요? 그건 어제 이미 사과했는걸요.

실론

《오리지늄, 분리기와 흔들리는 대지》 이 책에서 다이애나 교수님이 오리지늄을 응용한 실험 방식은 이미 민간 범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다만 아직 제대로 읽어볼 시간이 없었죠.

린츠

아니, 이틀 전뿐만이 아니라…… 매번 팀 회의마다 싸우지 않았나요?

린츠

마치 원수처럼 말이에요.

실론

그랬나요? 하지만 비비안이 도와준 덕에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하는걸요. 감사할 따름이에요.

실론

사람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에요. 진정한 지식에 가까워지려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많이 얘기해 보는 것도 필요하죠.

린츠

당신 정말……

실론

제가 고향을 떠나서 빅토리아에 공부하러 온 것도 그런 이유가 컸고요.

실론

시에스타의 사람들은 감염자를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해요. 그래서 전 시에스타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죠. 다른 지역,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라면 다른 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실론

역사가 오랜 빅토리아라면, 젊은 시에스타보다 더 많을 걸 알고 있지 않을까요?

린츠

아마 그렇겠죠……

린츠

……아, 잠깐. 감염자요? 실론 씨는 감염자를 치료하고 싶은 거예요?

실론

네. 제 생각이 너무……

린츠

어쩐지…… 그래서 뜬금없이 약학 아카데미 수업을 신청하고 진술서를 아카데미 원장님의 사서함에 던져 넣어서 그 난리를 피웠던 거군요.

린츠

하지만 국립 대학교의 약학 아카데미는 엄격하기로 유명해요. 청강생으로 받아준다고 해도 자격 증명을 얻는 건 어려울 거예요.

실론

자격 같은 건 상관없어요. 다만 전……

실론

……아, 점원 분, 잠시만요. 초콜릿 두 박스 계산 부탁드려요.

점원

네, 이쪽으로 오세요.

린츠

휴, 결국 쫓아내기는커녕 얘기까지 다 들어줄 뻔했잖아.

린츠

차라리 지금 도망가자. 이대로 계속 같이 다니다간 상가에 와서 하려던 일도 못하고 돌아가게 생겼어.

실론

다 샀어요. 다음은 어디로 가죠?

린츠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요.

실론

맞다. 오늘은 린츠 씨와 함께 있으니까 린츠 씨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사지 않으려고요. 오늘은 다른 친구들의 선물만 사야겠어요.

린츠

아, 제 선물도 있어요? 우리 사이가 그 정도로……

린츠

(작은 소리) 휴, 내가 뭘 했는지 알게 되면, 분명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겠지.

실론

보는 앞에서 사버리면, 그건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요.

린츠

콜록…… 콜록콜록! 아, 그렇죠. 그럼요.

실론

자, 그럼 길 안내 부탁드려요. 다음 가게로 가보죠.

실론

음…… 가장 중요한 선물을 아직 고르지 못했지만, 오늘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가장 중요한' 건 더 신경 써야 하는 법이니까요.

실론

이제 남은 건 카드에요. 다 산 다음에 저쪽에서 국제 전달자 서비스만 처리하면 오늘의 임무는 끝이에요.

린츠

국제 우편을 또 보낸다고요? 집에 편지를 너무 자주 보내는 거 아닌가요…… 고용비도 그리 싼 편은 아닐 텐데. 게다가 곧 집에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요?

실론

집에 도착하려면 아직 며칠이나 더 남았는걸요. 그리고 이 카드는 직접 드리는 것보다는 우편으로 보내는 게 좋을 거예요.

실론

그러고 보니 린츠 씨는 아무것도 안 샀네요. 제가 계획을 망친 건 아닌가요? 돌아보고 싶은 가게라도 있으면, 같이 가도 되는데.

실론

날도 거의 어두워졌는데, 서두르지 않으면 가게들이 문을 닫을 거라고요.

린츠

……휴,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린츠

저쪽에 있는 생활용품점에 갈 생각이에요. 관심 없으면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실론

생활 용품이요? 엄청 가고 싶어요!

린츠

(작은 소리)……관심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린츠

안녕하세요, 린츠라고 합니다. 예약은 어제 미리 해뒀어요. 이건 수취 번호고요.

린츠

아, 맞다. 바로 포장해주실 수 있나요? 선물용이거든요.

점원

물론이죠. 확인했습니다. 여기 예약하신 상품입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달아 드릴까요?

린츠

아뇨,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실론

뭘 샀나요?

린츠

자동으로 차를 끓여주는 찻주전자예요. 설명서대로 정해진 양의 물과 티백을 넣으면, 수온을 조절해서 향기로운 홍차를 끓여주죠.

실론

들어본 적 있어요! 어떤 오리지늄 아츠 유닛으로 만든 걸까요…… 포장을 뜯어 설명서를……

린츠

크흠, 가져가서 연구해도 돼요. 돌려줄 필요 없어요.

실론

네?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던 거 아닌가요?

린츠

……음.

린츠

실론 씨한테 선물하려던 거였어요.

린츠

비웃어도 돼요.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실론

풋.

린츠

다음에 다 같이 에프터눈 티를 마실 때는 직접 차를 우리는 대신 이 찻주전자로 내려준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기뻐할 거예요.

실론

고마워요.

실론

하지만 아직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이나 남았는 걸요. 방학까지도 2주 남았고요.

린츠

(심호흡)

린츠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라, 사과의 뜻을 담은 선물이에요.

실론

네?

린츠

……그렇게 멍한 얼굴로 보지 마세요. 그럼 사과할 용기가 안 나니까요.

린츠

미안해요, 전에는 말 걸기가 무서웠거든요.

린츠

음, 사실 저 뿐만 아니라, 다들 무서워하더라고요.

실론

응? 왜 절 무서워하죠…… 감염자를 치료하고 싶어 해서 그런 건가요?

린츠

아뇨, 그건 전혀 아니에요! 감염자에 관한 얘기는 오늘이 처음인걸요! 전 그냥 실론 씨가 너무 노력한다고 생각했어요!

린츠

무더운 도시에서 온 사람이 겨울 아침 6시에 침대에서 나와 도서관에 자리 잡다니…… 대체 얼마나 엄청난 자제력을 가지고 있는 거죠?

린츠

아침 10시에 브런치 먹으러 갈 때 책을 들고 복도를 오가는 실론 씨를 볼 때면, 뭔가 인사하는 눈빛이 “어떻게 이 시간이 돼서야 일어날 수 있죠?”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린츠

아무튼 실론 씨는 차가운 거울 같아요. 지나갈 때면 제 나태하고 게으른 모습이 비치죠.

실론

제가 그렇게 차갑나요?

린츠

오…… 오해 말아요. 칭찬하는 거니까요.

린츠

……맞다. 실례지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린츠

친한 친구 중에 감염자인 사람이 있는 건가요?

실론

네? !

실론

……네, 맞아요. 제 가장 소중한 사람이죠.

린츠

그 사람은 지금 잘 지내나요?

실론

병세는 계속 안정적이에요. 그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없거든요. 광석병도 마찬가지고요.

린츠

그럼 다행이네요.

실론

……그리고 빅토리아에 있지 않으니, 여기의 관리 조례는 적용되지 않을 거예요. 만약 린츠 씨가 그녀한테……

린츠

아뇨, 아뇨. 악의는 없어요. 이상한 짓을 할 생각도 없고요.

린츠

저희는 오리지늄 연구원이잖아요. 언젠가 실험 사고나 관측할 때의 돌발 상황, 심지어 자신의 의지로 광석병에 감염될 수도 있죠.

린츠

저희는 광석병이 뭔지 알고 있잖아요.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 보다는 잘 안다고 할 수 있겠죠.

실론

……고마워요, 린츠 씨.

린츠

하아, 감사해야 할 건 오히려 저일지도 몰라요.

린츠

감염자를 치료하겠다는 이상을 품은 당신처럼…… 국립 대학에 들어와 오리지늄 연구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저 또한 그렇듯이 자신만의 작은 이상을 품고 있죠.

린츠

학자의 이상이란, 선대의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실현시키는 것, 어느 길의 끝에서 스스로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는 것이죠…… 그건 알고 있지만, 아직 그럴 각오가 되어있지 않아요.

실론

선대의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것……

린츠

……당신 같은 사람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실론

그런가요?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린츠

진짜로 칭찬하는 거니까, 그런 표정은 하지 말아요.

실론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방금은 다른 일이 생각나서…… 이해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실론

맞다, 이 선물은 돌려줄게요. 전에는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것뿐인데, 사과할 일까지는 아니잖아요?

린츠

아……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린츠

사실 사과하고 싶은 일은, 전에 말 붙이기 어려워서, 저번에 재앙 현장에서 채집한 오리지늄 샘플에서 희귀 반응이 나타났다는 얘기를 못한 일이에요.

실론

뭐라고요!

린츠

제 실험 방법과 관측 결과에 자신이 없어서, 제가 식견이 짧은 건 아닌가하는 생각때문에……

린츠

……만약에 실론 씨가 확인하고는 별거 아니라고 하면 창피하잖아요!

린츠

그래서,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알릴 용기가 없었죠……

실론

어서 뛰죠! 학교로 가는 차가 3분 뒤에 도착한다고요!

실론

실험실이 닫히기 전에 슬쩍 들어갈 수만 있으면 거기서 밤을 샐 수 있을 거예요!

린츠

그, 그건 규정 위반 아닌가요…… 처, 천천히 가요! 팔이 뽑힐 것 같다고요!


슈바르츠

어르신, 아가씨의 편지가 왔습니다.

허먼

응? 네가 직접 데리러 가려던 참에 정말 늦게도 왔군.

허먼

그 녀석 여전히 편지에 내 얘기라고는 한 줄도 하지 않았겠지.

슈바르츠의 시선은 무의식중에 다시 한번 내용까지 외워버린 편지로 향했다.

“…… 겨울의 도서관에는 오리지늄 아츠로 유지되는 난로가 있는 것 같아. 그 안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어. 이번 학기의 도서 대여 목록은 이미 엄청나게 길어졌어.“

“……친구들이랑 가까워지면서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 예전에 광석병 치료방법을 찾을 땐, 깊이 생각 못했던 것 같아. 하지만 그때의 의문들은 지금 모두 풀렸는걸.“

“맞아. 이제 광석병의 비밀을 어떻게 파헤쳐야 하는지 알 것 같아. 날 믿어 줘. 곧 찾아낼 테니까.“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도 같이 보냈어. 아버지에게 전해 줘.“

편지를 꺼낸 봉투는 텅 비어 있었다. 국제 전달자의 발신 스탬프로는 편지가 쓴 지 사흘 만에 발송되었음을 알린다.

슈바르츠

(분명 어딘가에 꽂혀서 카드에 대한 건 싸그리 잊어버리신 거겠지. )

슈바르츠

아닙니다, 어르신. 아가씨가 특별히 크리스마스 축하한다고 말을 남겼네요. 크리스마스 날 밤 저녁 식사도 너무 기대된다고 적어두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