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발성

발성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제국 이공대학의 학생 티신나는 고향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송을 듣게 되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보타니


“티신나, 표창 수여식에서는 제발 평범하게 좀 행동하렴. 맨날 그 조그만 장치들만 끼고 있지 말고.”

브레스크의 바람은 매우 차가웠다.

녹길 거부하는 눈이 바람을 타고 티신나의 귓속으로 파고들자, 그녀는 추위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 추위는 가족의 훈계를 반박하려던 그녀의 머릿속 생각을 끊어놓았고, 티신나는 이내 목도리를 좀 더 위로 끌어올렸다.

그다지 촘촘하게 짜이지 않은 목도리 너머로 어렴풋이 들려오는 광장의 소리는, 티신나의 머릿속을 한 바퀴 맴돌다가 이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흩어졌다.

앞사람들이 사회자의 방송 소리에 맞춰 한 걸음씩 움직이자, 그녀도 몇 걸음을 따라 옮겼다.

티신나의 오른손이 무의식중에 코트 주머니 속 이어폰을 세 번째로 만지작거릴 때, 티신나는 그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들은 것 같았다.

“열한 번째, 티신나 빅토로브나 벨랴예바.”

티신나

(내 이름은 그렇게 발음하는 게 아닌데. 아마도 기온이 너무 낮아져 저 사람 마이크랑 혀가 다 얼어붙었나 보네.)

티신나

(제국 이공대학 방송실에는 분명 저런 마이크가 없겠지. 그곳에는 분명 말을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마이크가 있을 거야.)

티신나

(적어도 학교에는 여기 것처럼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섞여 나오는 스피커 같은 건 없겠지. 뭐, 그런 소리도 꽤 좋아하긴 하지만. 어차피 플레이어에서 노이즈 캔슬링 수치를 높이면 되니까 말이야.)

티신나는 대열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철제 계단은 조금 미끄러웠고, 그녀의 발밑에 있는 눈은 아직 잘 다져지지 않아 마치 솜을 밟는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인 순간, 부츠 가장자리에 집 문 앞에서 묻혀온 눈 녹은 진흙 얼룩이 보였지만, 지금 닦아내기엔 이미 늦었다.

그 얼룩을 가린 것은 한 장의 수표였다.

티신나

(옐리자 여대공님……!)

티신나

(저……)

티신나는 장학금을 상징하는 수표를 두 손으로 받았다.

“그동안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브레스크에 남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가서 공부하며 지낼 기회가 생길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고귀하신 옐리자 여대공님, 전……”

티신나가 어떤 감사 인사를 전할지 고르는 사이, 고귀한 여인은 그녀를 향해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바로 다음 학생에게 향했다.

그렇게 신중히 고른 감사의 말은, 결국 티신나의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브레스크의 바람은 매우 차가워서, 이따금 울리는 광장의 박수 소리마저 얼려버린 듯했다. 티신나는 고개를 돌려 여대공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지만, 오직 자신의 작디작은 마음의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티신나

(안심하세요. 제가 반드시 당신이 선택한 그 사람이 될 테니까요…… 적어도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장학금이 부끄럽지 않게 할 거예요.)

티신나

(반드시 제국 이공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배운 것들로 우르수스의 안전과 안정에 기여할게요.)

티신나

(그곳에서……)


경멸 섞인 남자의 목소리

……또 그놈의 제3국에 들어가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거야?

경멸 섞인 남자의 목소리

……

경멸 섞인 남자의 목소리

야, 너 대체 뭘 그렇게 계속 듣고 있는 거야? 그 이어폰 빼라고!

백색 소음이 순간 뚝 끊겼다. 한쪽 이어폰이 당겨져 빠진 채, 티신나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책상 앞에 서 있는 동기들을 바라보았다.

티신나

어…… 나도 모르게 잠들었었나?

경멸하는 학생

설마 너 진짜 자고 있던 거냐? 그 무식하게 무거운 쇳덩어리 상자에 잠을 재워주는 기능도 있나 보지?

티신나

응? 아니. 이건 그저 통신 수신 장치일 뿐, 잠을 재워주는 데 쓰는 건 아니야. 음…… 하지만 주파수를 클래식 방송에 맞춘다면, 자는 데 꽤 도움이 될 거 같기도 해.

까칠한 학생

역시 '보타니'답네. 이어폰 낀 책벌레라 그런지 비꼬는 것도 통 못 알아듣는구나.

경멸하는 학생

대체 뭘 계속 듣고 있는 거야? 설마 진짜 우릴 도청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경멸하는 학생

장치까지 직접 만들어선…… 괴짜 같으니라고.

티신나는 눈을 깜빡였다.

티신나

나는 계속 고향에서 오는 신호를 찾고 있었어. 그런데 최근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듣지 못해서…… 이게 뭘 수신하는지 알고 싶다면, 네게도 주파수 대역도를 보여줄게.

티신나

요 며칠 강의동 밖의 방송 시스템의 노이즈 발생빈도가 늘었거든.

티신나

새로 설치된 신호탑 교정이 덜 끝나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신호를 수신할 때 가끔 학교 방송 때문에 방해를 받기도 해……

경멸하는 학생

그러니까, 진짜로 학교를 도청하고 있다는 거야? 미쳤구나?

티신나

학교를 도청하는 게 아니야. 말하자면, 오히려 수신을 당하는 거라고 할 수 있지. 너희한테도 들려줄 수 있어.

티신나

하지만 너희는 별로 관심 없을걸. 주파수를 맞춰도 대부분이 잡음이라서 말이야. 가끔은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백색 소음 사이에 사람 목소리가 섞이기도 해……

티신나

지난번엔 엄청 짧은…… 기도문 같은 걸 포착했는데, 아, 어쩌면 암호화된 음성일지도 몰라.

경멸하는 학생

뭐……?

까칠한 학생

저기, 다른 애들은 벌써 졸업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맨날 이런 거나 만지작거리는 게 대체 무슨 쓸모가 있어?

경멸하는 학생

당연히 쓸모가 있지, 하하. 이 녀석은 '제3국'에 들어가야 하잖아?

티신나

너희가 이해 못 하는 것도 당연해. 너희는 라디오를 듣긴커녕, 외부 주파수 변화에도 관심이 없으니까……

티신나

그런데 만약 어느 날 갑자기 긴급 대피 신호를 받게 되면 이상하지 않겠어? 그게 연습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그때 가서 도망칠지 말지를 어떻게 결정할 거야?

경멸하는 학생

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긴급 대피 신호가 떨어지면, 우리 아빠가 도망쳐야 할지 말지 당연히 알려줄…… 아니, 애초에 도망칠 필요도 없지. 난 너랑 다르니까!

까칠한 학생

종이에 적힌 이것들이 네가 말한 그 긴급 대피 신호야?

까칠한 학생

네 장애인 엄마가 너한테 돈 달라고 보낸 편지인 줄 알았네.

티신나

……

경멸하는 학생

어, 나도 좀 보자!

경멸하는 학생

야, 야야…… 이게 뭐야? “부두 A3-2, 수신 요청, 41번 지령 무효”……

경멸하는 학생

하하, 이거 무슨 연애편지의 암호 같지 않아?

까칠한 학생

로맨틱하네! “자기야, 오늘 밤 A3 부두에서 널 기다릴게. 안 오면 우리 사이는 무효야!”라고 하는 것 같은데!

경멸하는 학생

이것 좀 봐, “방문객 04, L1-E 통로에 출현, 신분 코드 재설정 필요”. 쯧쯧, 아주 애틋하잖아, '신분 코드'까지 바꾸다니!

까칠한 학생

어, 이거 누가 '보타니'에게 쓴 걸까? 아니면 우리 보타니가 누군가에게 썼다든가?

경멸하는 학생

허구한 날 모여서 비밀 결사니 뭐니 하는 저학년 꼬맹이들이겠지. 딱 보니까 책벌레 같은데.

경멸하는 학생

크흠, '제3국', 내 말 들려? 벽에 있는 콘센트로 우리 말을 엿듣고 있는 거 맞지?

경멸하는 학생

보타니 양께서는 제3국을 위해 일하러 가실 수 없다네요. 지금 당장 남자애들을 만나러 가야 해서 말이야……

종이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전달되자, 앞장선 두 사람 말고도 뒤에서 덩달아 낄낄거리는 학생들이 생겼다.

티신나는 대체 그들이 뭐 때문에 웃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종이에 적힌 단편적인 말들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저학년 남학생들과 얽힐 이유가 없었으니까.

티신나는 이런 불합리한 부분들을 지적하고 싶었지만, 모두 그저 떠들썩하게 웃어대기만 할 뿐,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종이는 구겨진 채 뭉쳐졌고, 누군가 공을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그걸 티신나의 머리에 던져버렸다.

종이 뭉치는 날아가 복도 바닥 위, 반짝이는 구두 한 켤레의 앞에 떨어졌다.

티신나는 고개를 들어 구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엄숙한 장교

제국 이공대학 공학계열 4학년, 티신나 빅토로브나 벨랴예바 학생, 맞나?


창문의 열린 틈을 통해 방 안으로 바람이 불어오자, 멍하니 있던 티신나도 순간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그때 자신이 맹세의 말을 정말로 입 밖으로 냈었는지, 여대공이 그녀의 맹세를 들었는지, 그리고 여대공이 그녀를 돌아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쩌면 여대공이 그저 앞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자신은 그녀의 뒷모습을 쫓아가다 주변 병사들에 의해 바닥에 짓눌렸던 것이었을지도……

탁. 창문이 다시 닫히자, 이내 방 안의 찬 바람이 멎었다.

엄숙한 장교

이제 정신이 드나?

티신나

……죄송합니다. 제, 제가 깜빡 잠이 들었나 봐요.

엄숙한 장교

이런 상황에서 말인가?

군관의 질문엔 놀라움이나 질책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티신나의 현재 행동을 차분하게 평가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면서 그는 책상 위 스탠드의 밝기 손잡이를 끝까지 돌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탠드의 전구의 밝기는 현재가 최대치인 듯했고, 이에 군관은 전등갓을 돌려 전구를 티신나의 정면으로 향하게 했다.

티신나

……

티신나

군관님의 심문…… 제가 학교에서 이곳으로 끌려온 뒤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전 지쳤고, 너무 돌아가고 싶어요……

엄숙한 장교

그 돌아가고 싶다는 곳이 제국 이공대학 기숙사인가, 아니면 브레스크를 말하는 건가?

티신나

벌써 몇 번이나 물으신 거고 저도 여러 번 대답한 거잖아요. 저는 기숙사로 돌아가서 푹 자고 싶어요……

엄숙한 장교

넌 지난번 이 질문에는 “10분만 잘 수 있을까요”라고 대답했고, 그전에는 “정말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했다.

엄숙한 장교

이걸로 벌써 9번이나 다른 대답을 줬지.

엄숙한 장교

우르수스가 필요로 하는 건 네 정직함이지, 피곤함이 아니다.

엄숙한 장교

그러니까, 네가 말하는 돌아간다는 게 제국 이공대학 기숙사인가, 아니면 브레스크인가?

티신나

전 정말 그냥……

엄숙한 장교

그만.

엄숙한 장교

좀 흥분한 거 같군. 진정하고 정확한 말로 답하도록.

티신나

……

티신나

기숙사로 돌아가서 푹 자고 싶습니다…… 군관님.

엄숙한 장교

무슨 목적으로 이 도청 장치를 직접 제작했지?

티신나

……

티신나의 집중력이 잠깐이나마 그녀가 머무는 이 방으로 되돌아왔다.

피로함을 감추지 못하는 티신나과 달리, 맞은편에 앉은 군관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오늘 또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근무일 중 하루인 것 같았다.

근무일일까? 아니면 이미 주말일까? 지금이 아침이었나, 저녁이었나? 아까 창문을 열었을 때 빛이 들어왔던 것 같은데, 티신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엄숙한 장교

티신나 빅토로브나 벨랴예바?

티신나

네…… 전 그저 제 고향에 매일 어떤 새로운 소식들이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티신나

그건 재앙정보전달자의 장비를 모방해서 만든 거예요. 아직 불안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브레스크의 도시 채널 방송을 가끔이나마 들을 수 있거든요.

티신나

그런데 최근에는 아무리 장치를 조정해도, 브레스크 채널이 통 잡히지 않았어요, 전……

엄숙한 장교

그만.

엄숙한 장교

이 도청 장치를 이용해 네가 들어서는 안 될 기밀정보를 훔치려 시도한 적 있나?

티신나

아니……

엄숙한 장교

말투에 주의해라.

티신나

……죄송합니다.

티신나

전 그저 고향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군관님, 제게 알려주실 수는……

엄숙한 장교

그만.

이전에 수차례 끊었던 것처럼, 티신나의 의문은 이번에도 군관에게 가차 없이 무시당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구겨진 것처럼 보이는 종이 한 장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 종이 옆에는 같은 노트에서 나온 다른 종이들도 많이 있었다.

엄숙한 장교

이것들은 네가 기록한 건가?

티신나

네.

엄숙한 장교

무엇을 기록한 거지?

티신나

저…… 저도 몰라요. 수신 범위를 넓혀보려다가, 어떤 주파수 대역에서 이걸 듣게 된 거예요.

엄숙한 장교

왜 기록했나?

티신나

그때는…… 그저 누군가의 장난이거나 수수께끼라고 생각했어요.

티신나

군관님,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동기들은 늘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을 하곤 했거든요…… 그래서 전 이번에도 그중 누군가가 내놓은 수수께끼인 줄만 알았어요.

엄숙한 장교

그 '수수께끼'의 내용 말인데, 무엇을 들었지?

티신나

띄엄띄엄 들리는 게…… 얼핏 대화 녹음 같았고, 압축된 것 같기도 했어요. 어떤 부분은 통화 같았고, 어떤 건…… 확실하진 않지만, 두 사람이 이야기나 대본을 상의하는 것 같았어요.

엄숙한 장교

본인이 기록한 내용의 의미를 모른다는 건가?

티신나

모르겠어요……

엄숙한 장교

하지만, 이 종이에 적힌 내용은 그렇지 않은 것 같군.

티신나

전……

엄숙한 장교

네 기록은 매우 정확하더군, 비록 단편적인 말일지라도 말이지.

엄숙한 장교

그리고 단지 단편적인 말에 불과했음에도, 넌 그것들을 정리하고 추측해서, 어떤 장면을 거의 도출해 내려고 했고 말이야.

티신나

전…… 그냥 그 안의 몇몇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졌을 뿐이에요.

엄숙한 장교

어떤 이름을 들었지?

티신나

한 단락에서는…… 아마도 통화였던 것 같은데, 항만 통관 책임자의 성씨가 나왔어요. '스트렐코프'였던 걸로 기억해요.

엄숙한 장교

계속해 봐.

티신나

또 한 사람은…… 재무부 소속인데, '맡은 소임을 다 처리한' 뒤에 '요양하러 보내졌다'고 했었어요.

티신나

전 장난이거나 픽션을 읽어주는 방송인 줄 알았어요. 확실하지 않지만요……

티신나

그래도 거기서 언급된…… 요양지가 크라이니 세베르에 있는 위성도시라고 들었어요. 근데 브레스크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요……

티신나

전……

엄숙한 장교

계속.

티신나

그때 전 그걸 계속 듣다 보면, 혹시 고향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티신나

졸업 관련 일들이 저를 숨 막힐 정도로 짓누르고 있었고, 당장 고향으로 돌아갈 여윳돈도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엄숙한 장교

그만.

엄숙한 장교

그래서, 왜 기록한 거지?

티신나

……

티신나

전…… 제가 들은 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어요……

티신나

고향 소식을 알 수 있든 없든, 또 이름 모를 누군가가 내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든 없든, 전 그걸 똑똑히 듣고, 그게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었어요……

티신나

그, 그저 호기심이었을 뿐이에요, 군관님.

티신나는 자신의 목소리가 상대에게 진심 어린 말로 들릴 수 있도록 애썼다. 하지만 며칠째 이어진 심문으로 입안은 바싹 말라 있었고, 자신이 방금 내뱉은 단어의 발음이 정확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긴 침묵이 흘렀다. 공기 중엔 군관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만이 맴돌았다.

엄숙한 장교

티신나 빅토로브나 벨랴예바. 넌 크라이니 세베르의 옐리자 여대공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제국 이공대학에 합격했고, 그 덕분에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오게 되었지.

엄숙한 장교

크라이니 세베르에 거주하던 이민자의 후손. 그 외에 지금까지 네 인생에서 딱히 주목할 만한 곳은 없다.

엄숙한 장교

입학할 때부터 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기술 경진 대회나 교내 연구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는 방식으로만 모종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지.

엄숙한 장교

일찍이 정보기관에 들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학과에 전달한 적도 있지만, 무성의하게 거절당했고 말이야.

엄숙한 장교

아마도 넌 줄곧 기다려 왔겠지. 정보 시스템 내부의 선발, 추천, 그리고 심사 기회만을.

엄숙한 장교

티신나 빅토로브나 벨랴예바……

엄숙한 장교

넌 제국의 충성스러운 공민인가?

긴 침묵 끝에, 그리고 셀 수 없이 반복된 질의응답 끝에, 마치 기계 같던 군관이 돌연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티신나

무…… 물론이죠……

티신나

옐리자 여대공님이 제게 베풀어주신 후원과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티신나

반드시 제국 이공대학을 무사히 졸업해서, 제가 배운 것들로 우르수스의 안전과 안정에 기여할 거예요.

티신나는 브레스크를 떠나기 전 열렸던 그 표창 수여식을 다시 떠올렸다.

고귀한 여인이 장학금을 상징하는 수표를 자신의 손에 건네주었을 때, 그 수표를 자신이 얼마나 꽉 쥐고 있었던지, 집에 돌아와서 보니 수표의 가장자리가 손가락 힘으로 꾸깃꾸깃 눌려 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브레스크의 바람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바람보다 늘 더 매서웠다.

티신나

군관님, 아무리 주파수를 맞춰봐도, 브레스크에 관한 소식은 도저히 접할 수 없었어요……

티신나

신문에도 없고 뉴스에도 없던데,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엄숙한 장교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티신나

네……?

엄숙한 장교

네가 해야 할 일은 경청하고, 관찰하며, 충실히 기록하는 것, 딱 거기까지다.

티신나

하지만……

엄숙한 장교

사고는 더 고위 계층의 조직에서 하는 것이다. 의심은 순종하지 않는 자들의 본능이지.

엄숙한 장교

넌 그저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엄숙한 장교

알아들었나?

티신나

네…… 알겠습니다.

엄숙한 장교

내 말을 복창해라.

엄숙한 장교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티신나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엄숙한 장교

내가 해야 할 일은 경청하고, 관찰하며, 충실히 기록하는 것, 딱 거기까지다.

티신나

내가 해야 할 일은 경청하고, 관찰하며, 충실히 기록하는 것, 딱 거기까지다.

엄숙한 장교

계속 반복해라.

티신나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엄숙한 장교는 서둘러 다음 지시를 내리지 않고, 주머니에서 메트로놈 형태의 장치를 꺼내 버튼을 눌렀고, 방 안에는 똑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엄숙한 장교

계속.

티신나

아,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엄숙한 장교

멈춰.

엄숙한 장교

처음부터 다시.

티신나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콜록콜록,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엄숙한 장교

다시.

티신나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엄숙한 장교

계속.

티신나

……아, '계속'이라는 말씀은……?

엄숙한 장교

처음부터 다시. 처음부터 다시 한번 내가 한 말을 반복해라.

티신나

……

티신나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엄숙한 장교

반복하고, 또 계속해라.

티신나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티신나

내가 해야 할 일은 경청하고, 관찰하며, 충실히 기록하는 것.…… 딱 거기까지다.


티신나는 자신이 이 문장들을 얼마나 오래 반복해 말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지난번에 창문이 열리고 그 틈새로 찬 바람이 불어온 뒤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마찬가지로 알 수 없었다.

그사이 자신을 심문하는 사람이 몇 차례 바뀌었고, 그녀 자신도 몇 번인가 깜빡 잠이 든 듯했다.

내가 잠들었었나? 티신나는 머릿속에 새로 떠오른 의문에 약간의 의아함을 마주하고 있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그저 악몽이라면, 티신나는 이 악몽의 시작이 고향의 소식을 접할 수 없던 시점부터인지, 아니면 이 환기도 안 되는 방으로 자신이 끌려온 시점부터인지 알 수 없었다.

책상 맞은편의 군관이 마침내 몸을 일으킬 때까지 말이다.

엄숙한 장교

기억해라, 모든 것은 우르수스의 순수와 영광을 수호하기 위함이니. 우리가 전장 위에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투쟁 중이다.

엄숙한 장교

이제 학교로 돌아가도 좋다.

티신나

……

엄숙한 장교

이 말들을 절대 잊지 마라, 또한 이 말들을 남에게 전하지도 마라.

엄숙한 장교

네가 할 일은 오직 기록하는 것뿐이다.

엄숙한 장교

네 사명을 가슴 깊이 새겨라. 우르수스 국민, 티신나 빅토로브나 벨랴예바.


경멸 섞인 남자의 목소리

허, 보타니? 정말 희한하네, 보타니가 학교에 돌아왔잖아.

티신나가 학교에 돌아왔을 때는 마침 수업이 끝난 시간이었다. 인파 사이를 지나가던 그녀는 순간 매우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어두컴컴했던 방 안이 너무 조용했던 탓인지, 아니면 학교 복도에 너무나 많은 목소리가 가득 차 있어서 잠시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티신나의 머리가 갑자기 다시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경멸하는 학생

네가 그렇게 배짱이 두둑한 줄은 몰랐어. 며칠씩이나 수업에 안 나오면서, 교수님한테까지 연락 한 통 없다니. 난 네가 결국 학비를 못 내서 자퇴한 줄 알았지 뭐야.

경멸하는 학생

아, 알겠다! 혹시 돈을 구하려고 몸에서 돈이 될 만한 부위라도 팔아치운 거 아니야?

경멸하는 학생

그게 아니면, 요 며칠 귀족 나리들 사이를 알짱거리느라 바빴다거나.

경멸하는 학생

오, 아마 귀족은 아니겠지. 우르수스의 귀족들이 네 궁상맞은 모습을 거들떠나 보겠어? 아마 수중에 돈 좀 있는 졸부들 사이에서……

티신나

우르수스의 귀족이라면, 너 자신을 말하는 거야? 아니면 네 숙부? 네 가문?

티신나가 갑작스럽게 던진 질문에 거침없이 떠들던 소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경멸하는 학생

뭐라고……

티신나

우르수스의 귀족이라면, '자진 사퇴'했다는 재무부의 네 숙부를 말하는 거야?

티신나

네 숙부는 자신의 양심과 타인의 목숨을 함께 내던지더니, 결국에는 자기 자신마저 내던져진 거 같던데.

경멸하는 학생

네가 어디에서 그걸……

티신나

그저 들었어.

티신나

이런 소리는 군중들 사이에서 자라나거든.

티신나

사실 모두가 이 일을 알고 있어. 네가 없을 때 네 주변 친구들이 다들 말하고 다녔으니까 말이야. 내가 들은 거랑 네 친구들이 했던 말은 별로 차이가 없거든.

티신나

물론 네 다른 숙부일 수도 있겠지, 예전에 항만 통관을 담당했던 사람 말이야. 너희 집안은 친척이 꽤 많잖아? 근데 다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하지는 않는 거 같네.

티신나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가 딱히 나쁜 곳은 아닌데 말이야?

이런 말들을 내뱉던 그녀는, 자신의 말투가 악독할 정도로 천진난만하다는 것을 처음엔 깨닫지 못했다. 눈앞의 남학생이 보기 드물게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 걸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던 목소리들이 갑자기 흩어지더니, 티신나의 주변에 한편의 정적이 감돌았다.

눈앞의 광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군거리며 떨고 있는 그림자들을 보면서, 티신나는 마치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수치심에 분노한 남학생이 주변 사람의 멱살을 잡으려 하기 전에, 티신나는 도망쳤다.


“치익, 치이익……”

티신나

안 들려, 이 주파수도 들리지 않아.

티신나

안 돼, 탐색 범위를 더 넓혀야……

티신나

……

티신나

왜……

티신나는 먹먹해진 귀에 괴로웠다. 전류 소리와 자신의 이명이 뒤섞였고, 이어폰에 덮인 귓속의 압력은 바깥세상과 좀 다른 것 같았다.

며칠 사이 티신나의 시간 감각은 철저히 망가져 있었다.

학교를 도망쳐 나와 자주 가던 폐가로 돌아온 뒤, 티신나는 자신이 그 구석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는지, 손에 든 수신 장치를 얼마나 오래 작동시켰는지 알 수 없었다.

티신나

주변 도시의 방송 주파수는……?

“치이익……”

티신나

들린다, 조금이나마 들려……!

티신나

도시 뉴스, 연예 보도, 음악, 음악……

티신나

왜, 왜 아무도 브레스크의 일은 말하지 않는 거야? 왜 누구도 브레스크의 일을 언급하지 않는 거지?

티신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티신나

……

티신나

후우, 후우…… 진정하자, 진정해. 다시 한번 브레스크의 신호를 찾는 거야……

티신나

진정해…… 난, 난 수신할 뿐이야, 더 이상 판단하지 않아. 기록만 할 거고,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어……

티신나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는 것은 탈영병의 길에 불과한 법……

티신나

내가 해야 할 일은 경청하고, 관찰하며, 충실히……

티신나

……어?

티신나는 돌연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 자신도 당황한 그 행동으로 인해 이어폰이 빠져버렸고, 케이블이 그녀의 손목에 붉은 줄 하나를 그어놓았다.

하지만 그녀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손가락은 여전히 손잡이를 돌리고 있었고, 뜨거운 금속 케이스 때문에 티신나의 손끝이 미세하게 저렸다.

불분명한 말소리가 손에 든 이어폰 안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치익, 치이익……”

“광산과 도시에 있는 모두에게.”

“우리는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