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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광석병에 걸린 오랜 친구를 위해 백방으로 도움을 구하던 엘리시오, 그는 혼자 힘으로 한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진 몰라도, 감염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려면 동행자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보빙


면접관님, 왜 제가 귀사를 선택했는지 물어보셨죠. 이에 대해 제가 우리 지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던 경험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엘리시오

다음 분, 건강검진 보고서는 여기에 두시면 돼요. 성함이?

어색한 환자

……율리오 블랭코 안토니오.

엘리시오

율리오? 당신이었군요!

율리오

다행이다, 엘리시오, 날 아직 기억하는구나.

엘리시오

물론이죠. 제가 중학교 때, 말 붙일 수 있는 친구가 몇 없었거든요.

엘리시오

그 일 이후로 연락이 끊겨서 계속 걱정했었어요. 그 후 어디로 갔던 거예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요?

율리오

……하하, 우리가 그 녀석들 때문에 학교 화장실에 갇혔을 때, 내가 놈들 중 한 녀석의 코를 꺾어버렸던 걸 말하는 거구나.

율리오

그 후, 부러져 마땅했던 코뼈 때문에, 학교가 날 퇴학시키려 했었지. 그래도 네가 끝까지 항의하고 심지어 교장까지 찾아가 준 덕분에, 결국 퇴학 처분에서 일반 징계로 처벌이 낮아졌잖아.

엘리시오

하지만 당신은 결국 학교를 떠나는 걸 선택했죠……

율리오

미안해, 엘리시오. 우리 같은 난민의 후손은 기껏해야 학교에서 괴롭힘만 당하는 처지였고, 그땐 자존심도 없이 걔네 눈치 보면서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율리오

하하…… 내가 참 어리석었지. 학교에선 적어도 성적으로는 걔네랑 겨룰 수 있었는데 말이지.

엘리시오

율리오…… 지금은 잘 지내고 있나요?

율리오

난…… 엘리시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 걔네가 우릴 화장실에 가뒀을 때, 넌 끝까지 주먹을 쓰지 않고 기어코 놈들이랑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잖아. 그때 난 속으로 널 깔봤거든.

율리오

하지만 나중에 네가 날 위해 어떤 걸 했는지 알고 나서, 널 존경하게 됐어. 봐, 지금도 넌 지역 사회에서 남을 돕고 있는데, 난 여전히 짐만 되고 있잖아.

나는 그의 손에 쥐어진 건강검진 보고서를 발견했다. 아니, 사실은 그가 들어올 때부터 발견했었다.

엘리시오

병세가…… 상당히 심각한 것 같네요.

율리오

이곳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가난이야. 그게 광석병보다도 더 무섭더라.

율리오

여기에다가 도장이나 좀 찍어줘. 보험금을 받는 데 필요하다고 들었거든. 너희는 보험사랑 협력 기관이라, 너희의 검사 결과라면 보험사에서 인정한다던데, 맞지?

엘리시오

……

율리오

혹시 내 건강검진 보고서에…… 무슨 문제가 있어?

엘리시오

처음 왔는데도 병세가 이렇게나 심한 환자는 거의 보지 못했거든요. 치료를 소홀히 했거나…… 아주 늦게서야 확진 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엘리시오

저번 검진은 언제였나요? 어디서 받은 거죠? 그때의 보고서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율리오

가져오긴 했어…… 지난 몇 번 동안은 집 근처에 있는 지역 기관에서 검진받았고.

엘리시오

이건…… 약은 제때 챙겨 먹고 있는 거죠?

율리오

그야 말해 뭐 하겠어! 당연히 약은 한 번도 안 빠뜨리고 먹고 있지!

율리오

그저 사람마다 약효가 다를 뿐인 거잖아. 아, 안 그래? 만약 완치 특효약이 있었으면, 세상에 광석병 환자가 진작 없어졌겠지!

율리오

뭐 그렇게 꼼꼼히 안 봐도 되잖아? 그냥 흔한 건강검진 보고서일 뿐이니까, 문제없으면 도장이나 찍어줘.

엘리시오

하지만 이번 분기, 당신 체세포와 오리지늄 융합률이 1% 가까이 올랐어요. 고작 단 한 분기 만에 말이에요. 이대로라면……

엘리시오

만약 기초 약물이 듣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높은 단계의 치료법을 고려해야 해요.

율리오

좋은 조언이네, 고려해 볼게.

엘리시오

율리오…… 혹시 돈 문제인가요?

율리오

……그게 아니면 뭐겠어? 기본 보험료를 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 집은 한계야.

율리오

나디가 임신했거든. 맞아, 나 결혼했어, 엘리시오. 병에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알게 된 게 이 망할 나라에서 유일한 행운이라 생각했는데……

율리오

하지만 이제 난 이 집안의 짐이 되어버렸어.

엘리시오

유감이에요…… 율리오.

나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때의 나는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곳에 오는 많은 환자 모두, 병세가 점차 악화되다다 결국 그렇게 끝을 맞이했으니까.

율리오

엘리시오…… 혹시 여기에 필요 없는 약 같은 건 없어? 내 말은, 여분의 약이나 보험사에서 준 샘플이나 아니면 유통기한 지난 거 같은 것들 말이야.

율리오

혹시 정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겸사겸사 한두 상자만이라도 줄 수 있을까……

엘리시오

……

엘리시오

미안해요, 그럴 순 없어요. 저희는 약을 받을 때마다 하나하나 모두 기록해야 하거든요.

율리오

……엘리시오, 예전에 우리가 그렇게 친했을 때도, 내가 너한테 뭘 부탁한 적은 없었잖아? 나, 난 그 컬럼비아 놈들한테조차 머리 숙인 적 없어. 남에게 부탁하는 걸 제일 싫어하니까.

엘리시오

……미안해요, 율리오.

율리오

됐어!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냥 농담한 것뿐이야. 내 몫의 약만 받고 바로 갈게.

엘리시오

율리오, 이 서류를 작성해 주세요. 저희 지역사회에서 달마다 기금을 모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에게 무료 치료를 지원해 주고 있거든요……

율리오

네가 말한 그런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있긴 해?

엘리시오

있어요…… 아주 적긴 해도요.

율리오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행운이라는 게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오지 않더라고.

엘리시오

일단 적어 보세요, 율리오. 제가 이번 분기치 약을 가져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유리로 된 창고 문을 사원증으로 열었을 때, 나는 유리문에 비친 목을 길게 뺀 채 나를 지켜보는 율리오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죄책감을 느꼈다. 어쩌면 율리오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여분의 약 한 상자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엘리시오

율리오…… 당신 약이에요. 건강검진 보고서에 확인 도장도 찍었어요. 당신 일은 제가 최선을 다해서 방법을 찾아 볼게요.

율리오

어쨌든 고맙다, 엘리시오. 고마워…… 잘 있어.


처음에 난 이 오랜 친구와의 우연한 재회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나의 동료가 다급히 날 찾아오기 전까지는.

엘리시오

45, 46…… 정말 약 한 상자가 모자라네요. 어제 퇴근 전에 확인했을 때만 해도 수량이 맞았는데 말이죠. 미크 씨, 다시 한번 약을 확인하자고 하시다니,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부주의한 사회복지사

한 상자밖에 안 사라졌다고? 사실…… 우리 사무실에 도둑이 든 것 같아서 말이야. 어제 내 사원증이 없어졌었는데, 오늘 복도에서 그걸 발견했거든.

부주의한 사회복지사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나도 네가 여러 번 주의 줬던 건 잘 알고 있으니까……

엘리시오

사원증을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두면, 일을 보러 드나드는 주민들이 다 지나치겠죠. 그러다 물건을 잃어버리게 되면, 자연히 그 사람들의 소행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되고요. 그건 양측 모두에게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부주의한 사회복지사

알겠어, 알겠어. 네 말이 맞아. 근데, 너 혹시 최근에 수상한 사람 만난 적 있어?

부주의한 사회복지사

잘 생각해 봐, 혹시 정말로 누군가 일을 보러 왔다가 사원증과 약 한 상자를 훔친 뒤에, 사원증은 버리고 도망간 것일 수도 있잖아?

부주의한 사회복지사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말이 안 되는 거 같네. 도둑이 왜 겨우 약 한 상자만 훔쳐 간 거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엘리시오

……

엘리시오

일단 근거 없이 아무나 의심하지 말고, 사원증이나 잘 챙겨두세요. 없어진 약은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날 퇴근 후, 나는 몇 가지 생활용품을 챙겨 율리오의 집을 방문했다.

증거도 없이 율리오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병세, 그리고 그의 상태가 마음에 걸려 도저히 의심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문밖에 있는 나를 보았을 때, 그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은 확실히 날 반기는 쪽은 아니었다. 내가 그의 얼굴에서 본 건…… 적대감과 약간의 두려움이었다.

율리오는 문을 아주 조금만 열고, 자기 몸으로 그 틈을 막아섰다.

율리오

(목소리를 낮추고) 엘리시오……? 네가 어떻게……!

엘리시오

당신이 기록한 자료에 주소가 적혀있더라고요.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요. 좀 걱정돼서요. 당신과 부인 모두 잘 지내시죠?

율리오

(목소리를 낮추고) 아아…… 응. 보다시피 난 괜찮아. 어제 너한테 말을 걸지 말아야 했나보다…… 아무튼 우린 걱정 안 해도 돼.

율리오

(목소리를 낮추고) 집도 엉망이고, 먹을 것도 변변치 않거든. 커피 찌꺼기마저 몇 번이고 우려낸 상황이라, 도저히 들어오라곤 못 하겠다.

엘리시오

그럼 적어도, 제가 부인께 인사라도 할 수 있을까요……?

율리오

(목소리를 낮추고) 아내는 막 임신했다는 진단을 받아서, 의사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 그만 돌아가, 엘리시오.

엘리시오

……

집 안의 여자 목소리

여보, 낯익은 이름을 들은 것 같은데, 혹시 그 동창분이 온 거야?

율리오

여보, 왜 또 침대에서 나와서 돌아다니는 거야?! 엘리시오는…… 이제 막 떠나려던 참이야. 내가 배웅할 테니까, 아니, 올 필요 없어……

나디

안녕하세요, 엘리시오 씨. 저는 나디예요. 율리오가 자주 당신 얘길 하곤 했어요. 우리 집을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들어와서 커피라도 드실래요?

율리오

아니……

엘리시오

그러면 너무 감사하죠.

율리오

……

율리오

여보, 물은 내가 따를게.

나디

진짜 쉬어야 할 사람은 당신이야. 난 아직 그 정도로 허약하지 않아.

엘리시오

……제가 할게요.

한차례 '실랑이' 끝에, 나디는 집에 남은 마지막 커피를 내왔다. 그런데 정작 그들 앞의 잔에 담긴 건 물뿐이어서, 나는 그 커피를 마시기 어려웠지만, 그들의 호의를 헛되이 하고 싶진 않았다.

나디

율리오는 늘 당신을 좋게 생각하더라고요. 밖에서 불쾌한 일이 있을 때마다, 중학교 시절을 그리워하곤 했죠.

엘리시오

그때 율리오는 늘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었어요. 저도 물론 율리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나디

그래요, 늘 자기 자신을 희생하죠……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을 도와주셔서 꼭 직접 뵙고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어제……

율리오

크흠! 어제 내가 엘리시오한테 우리에게 곧 아이가 생길 거라고 말했거든, 그래서 엘리시오가 일부러 우리를 찾아온 거야.

나디

여보, 내 말 끊지 말아 봐. 이런 중요한 일은, 우리가 좀 더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 거야.

엘리시오

어떤 걸 말하시는 거죠?

나디

약이요. 우리에게 준 그 약.

그때, 나는 율리오의 절망적인 표정을 보았다. 그는 간절하게 날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시오

……약.

엘리시오

……별일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나디

예의상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거 저도 알고 있어요. 약 한 상자는, 엘리시오 씨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겐 정말 꼭 필요한 거였죠.

나디

아이가 아직 태어나려면 반년이나 남았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가 아빠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엘리시오

율리오가 적극적으로 치료받는다면……

율리오

……시간이 늦었어, 엘리시오. 내가 역까지 데려다줄게.


엘리시오

약 한 상자가 필요하다고 했던 건, 당신이 반년은 더 살아야 하기 때문인가요?

율리오

용서해 줘, 엘리시오……

엘리시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율리오?

율리오

……

율리오

(얼굴을 감싸고 오열하며) 꼭 이렇게까지 날 몰아붙여야겠어?

엘리시오

율리오……

율리오

나디도…… 감염됐어…… 우리 둘 다 같은 생산 라인에서 일을 하다가, 같은 사고로 감염된 거야……

엘리시오

……!

율리오

보험 계약을 살펴봤는데, 감염자가 벌 수 있는 돈으로는 보험료를 내고 나면,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

율리오

내 상태가 나디보다 더 심각하긴 한데, 나디는 임신 중이라, 몸이 너무 약해져서는 안 돼.

율리오

우린 상의 끝에, 그나마 이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어…… 보험은 한 사람만 들고, 약은 나디가 먹는 거지.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은 나디가 감염된 걸 모를 테고, 정상인으로서 더 높은 보수를 받는 일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율리오

그리고 난……

엘리시오

……사망 보험금이겠죠. 환자가 1년 안에 광석병으로 사망할 경우, 일시금으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엘리시오

엄마 쪽은 약을 복용해 아이를 무사히 낳고, 자신은 1년 안에 죽는 걸 목표로 해서, 두 사람에게 치료비와 생활비를 남겨주려는…… 그게 당신들의 계획이었군요.

율리오

하지만…… 이대로라면, 반년도 못 버틸 거 같았거든. 그래서, 네가 근처 지역 기관에서 일한다는 걸 듣자마자, 널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

율리오

병세가 너무 빠르게 악화되다 보니까, 다른 사람은 도장 찍는 걸 꺼릴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 게다가, 네가 약 한 상자만 구해줄 수 있다면, 어쩌면 내가 좀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율리오

하지만 그렇다고 네게 피해를 주고 싶진 않았어.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사원증을 훔친 거야……

율리오

전부 다 말해버렸네, 세상에나, 진짜 다 말해버렸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날 신고하지 말아 줘, 응? 부탁이야……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해, 부부는 누군가의 죽음을 선택했다. 그걸 두고, 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일을 선택한 건, 바로 그와 같은 사람을 돕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도대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저 약 한 상자를 더 주는 것밖에 없는 건가?

며칠을 좌절감 속에서 발버둥 치며 고민한 끝에, 난 결정을 내렸다. 율리오의 동의를 얻어, 그를 위해 이곳저곳을 발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타워마운틴 바이오 사업부에 보낸 메일, 읽지 않음.

스코트 의원에게 보낸 메일, 읽음, 회신 없음.

기자 롤랜드에게 보낸 메일, 읽음, 깊은 유감을 표하긴 했으나 이런 상황은 뉴스로서 가치가 없음을 암시함.

《트리마운츠 데일리》에 보낸 메일, 읽음, 거절됨.

……

매일 메일함을 열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실망뿐이었다. 수십 통의 메일을 보내고, 십여 군데 기관을 찾아다닌 끝에, 메이랜더 재단으로부터 드디어 답변을 받았다.

율리오의 사연은 자선 관련 잡지에서 티켓만 한 면적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상황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

엘리시오 씨 맞으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스코트 씨의 보좌관입니다. 스코트 씨께서 엘리시오 씨의 기사를 읽으시고, 친구분의 병세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어, 친구분께 지원해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엘리시오

안녕하세요…… 저, 스코트 씨라면, 그 스코트 의원님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예전에도 도움을 청하는 메일을 보냈었거든요.

의원 보좌관

아…… 스코트 씨의 메일함은 매일 각종 요청으로 항상 가득 차 있습니다. 즉시 회신을 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제라도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할 테니,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지요.

엘리시오

(길게 한숨을 내쉬며) 네, 그러면 제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의원 보좌관

뭘 더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분의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친구분과 직접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엘리시오

스코트 씨께서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시려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의원 보좌관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스코트 씨께서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원 계획을 발표하실 겁니다.


사회자

이곳이 율리오와 나디의 집입니다.

사회자

많은 볼리바르 출신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율리오 부부는 30년째 수리되지 않은 집에서 살고 있으며, 밤낮없이 저임금 노동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그렇지만 오늘 밤은 평소와는 다릅니다. 오늘 밤, 오리지늄 화로의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이 젊은 부부의 운명 또한 바뀌게 됩니다.

율리오

(과장된 어조로) 여보, 여보…… 세상에, 당신도 감염됐다니. 괜찮아, 우리 서로 의지한다면, 반드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나디

콜록콜록…… 여보, 사실 오늘, 기쁜 소식 하나를 전하려 했는데…… 지금은 이게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잘 모르겠네.

나디

나, 임신했어.

율리오

……

율리오는 마치 대사를 잊은 듯 멍하니 나디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율리오는 갑자기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디도 몇 마디 하며 그를 달래주었지만, 이내 그녀 역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들의 울음은 사전에 계획된 것 같지 않았고, 이에 카메라는 앵글을 당겨 그들의 우는 모습을 클로즈업했다. 이 영상들은 정성스러운 편집을 거쳐, 곧 전국의 시청자에게 방영될 것이다.


스코트 의원 사무실 밖에선 이번 회차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환자는 병든 몸을 이끌고, 자신이 겪은 고통을 카메라 앞에서 재연했다.

율리오 부부는 자신들의 연약함과 무력함을 모두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그래야 그들의 은인이 시청자들 앞에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나타나,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굳이 이 모든 것을 평가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건 율리오 부부는 도움을, 바로 내가 줄 수 없었던 그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스코트 의원의 사무실을 찾았다.

의원 보좌관

엘리…… 시오 씨라고 하셨죠?

엘리시오

그쪽에서 제게 연락을 주셨었죠. 율리오와 나디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글은 제가 썼습니다.

의원 보좌관

아, 당신이시군요. 오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엘리시오

저도 율리오가 나온 그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프로그램 마지막에 스코트 씨가 감염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지역 사회와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는 걸 들었습니다.

엘리시오

제가 마침 그쪽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협력을 논의하고자 왔습니다.

의원 보좌관

좋죠, 좋네요…… 혹시 예약은 하셨습니까?

엘리시오

하지 않았습니다.

의원 보좌관

그러시면 아마 다른 날에 다시 오셔야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 스코트 의원님의 일정이 모두 꽉 차 있어서요.


의원 보좌관

엘리시오 씨, 또 오셨군요.

엘리시오

면담 예약을 요청하는 메일을 썼지만, 답장을 받지 못해서요.

의원 보좌관

말씀드렸듯이, 스코트 의원님은 평소에도 바쁘시다 보니, 모든 메일을 읽을 수는 없으셔서요.

엘리시오

그래서, 제가 그동안 관찰한, 감염자들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정리한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스코트 의원님께 전달되도록 꼭 좀 부탁드립니다.

의원 보좌관

알겠습니다. 제가 꼭 전달하도록 하죠.

엘리시오

제가 스코트 씨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고도 전해 주세요.

의원 보좌관

그렇게 하겠습니다, 엘리시오 씨.


의원 보좌관

엘리시오 씨, 또 오셨네요. 지난 몇 달 동안 매주 찾아와 문의하시는군요.

엘리시오

제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직 '멈춰 서지 않는 것'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스코트 씨께선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 있으시죠.

의원 보좌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스코트 의원님께 엘리시오 씨가 정리한 문서를 읽어보시라고 꼭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다만 오늘은 의원님께서 사무실에 계시지 않으니, 일단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엘리시오

……다시 오겠습니다.

의원 보좌관

……엘리시오 씨, 실은 알고 계신 거지요? 한 차례의 쇼는 의원님에게 많은 것을 안겨줄 수 있었죠. 하지만 의원님이 계속 개입한다고 할 때…… '그 집단'은 의원님에게 이 이상 뭘 더 안겨 줄 수 있겠습니까?

엘리시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해했습니다…… 앞으로는 오지 않겠습니다.


엘리시오

왜 귀사를 선택했는지 물으셨지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이 그에 대한 제 대답입니다.

적심 의료 인사 담당자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리시오 씨. 하지만 여전히 왜 적심 의료에 오고 싶으신 건지에 대해선 답해주지 않으셨어요.

적심 의료 인사 담당자

엘리시오 씨의 마지막 발언을 들으면, 이미 현실을 깨달으셔서 더는 명예와 이익만을 좇는 의원에게 굳이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적심 의료 인사 담당자

그렇다면 왜 저희를 선택하신 건가요? 당시 저희만이 당신의 요청에 응답했기 때문인가요?

엘리시오

제 친구는 특별한 쇼 덕분에 도움받았지만, 제가 본 감염자들의 상황은 그 쇼로 인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엘리시오

1인분의 약을 온 가족이 나눠 먹는 환자, 병세의 진행을 숨기려고 혈액 검사를 조작하는 환자, 경제적 압박과 주위 시선 때문에 생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환자……

엘리시오

전 감염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각자의 쇼를 마련해 줄 수도, 자금을 낼 후원자를 찾을 수도 없습니다……

엘리시오

심지어 제 제안이 효과가 있을지조차 알 수 없죠. 아무도 열어보지 않았으니, 그 어떤 비판이나 인정도 받을 수 없었으니까요.

엘리시오

제가 이곳에 온 건, 협력 대상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엘리시오

한두 사람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일이라 해도, 같은 목표를 가진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노력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전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