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모래의 귀로

모래의 귀로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감염자의 유품을 고향으로 전해주기 위해 비즈왁스는 미지의 여정에 올랐다.

등장 오퍼레이터: 카넬리안, 비즈왁스


로도스 아일랜드 사르곤의 한 사무실

안케세나

음…… 브러시, 오일, 그라인드 스톤, 전부 다 챙겼네.

안케세나

응? 꼬마 벌레야, 가방에 들어가면 어떡해. 같이 가고 싶은 거야? 안 돼. 저리 가, 저리 가!

안케세나

좋아! 다 챙겼다.

안케세나

아, 잠시만. 가기 전에 카딤 씨한테 제대로 인사해야겠어.

사무소 오퍼레이터

망할 녀석. 가면 가는 거지 물건을 입구에 던져두다니!

안케세나

카딤 씨, 죄, 죄송해요. 꼬마 벌레를 입구에 둬서는 안 됐는데!

사무소 오퍼레이터

안케세나? 아, 아니야. 너한테 그런 거 아니었어! 오해하지 마!

안케세나

제가 아니었군요…… 카딤 씨, 무슨 일 있었나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하아, 네가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야. 저번 달에 임시 오퍼레이터 한 명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거든. 그래서 유품을 포장해서 그의 고향으로 보내려던 참이었어.

사무소 오퍼레이터

그런데 현지의 전달자가 물건의 주인이 감염자라는 소리를 듣더니 재수 없다고 배달을 거부하지 뭐야. 분명 처리도 다 마쳐서 감염 위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

안케세나

하, 하지만 카딤 씨는 여기에서 약물도 나눠주고,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기도 하고, 모두에게 예방 방법도 자주 알려주는 등 굉장히 많은 공헌을 하셨는데……

사무소 오퍼레이터

광석병이 사람들의 마음에 가져다준 피해와 공포에 비하면 우리가 하는 건…… 미약하기 그지없잖아.

안케세나

그렇군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하아, 전부 내 다리가 성치 않아서 그래. 직접 갈 수도 없으니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어……

사무소 오퍼레이터

자, 이 얘기는 그만하고. 짐도 다 정리한 걸 보니 오늘 떠나려는 거야?

안케세나

네. 그저께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언니는 그곳에 없고 제가 찾는 걸 바라지도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왔어요.

안케세나

비록 이유를 제대로 얘기해주지는 않았지만, 언니가 그러는 데에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전 언니의 선택을 존중해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하지만 많이 실망한 것 같네.

안케세나

괘, 괜찮아요. 저도 마무리해야 하는 시련이 있으니까요. 계속 언니 뒤만 쫓아다니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안케세나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해.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목표나 계획은 있어?

안케세나

음…… 어디에 갈지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괜찮아요. 가면서 생각해도 충분하니까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하하하, 자, 짐 이리 줘. 내가 배웅해 줄게. 그동안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다친 다리로 혼자 일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

안케세나

아니에요. 별일도 아니었는걸요. 오히려 카딤 씨가 그렇게나 돌봐주셨으니 저야말로 감사해요! 말하다 보니 감동이네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아, 아니야. 과한 칭찬이군……

안케세나

카딤 씨!

사무소 오퍼레이터

응?!

안케세나

여기 유품들이라면 제가 대신 전달할게요.

안케세나

사르곤의 사막은 매우 넓지만 저희 부족은 그 사막에서 오래도록 살아왔어요. 사막에서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는 어릴 때부터 배우거든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그러면 시련에 방해되지 않겠어?

안케세나

아니에요.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시련의 일종이니까요.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사무소 오퍼레이터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분명 비웃었을 거야.

사무소 오퍼레이터

하지만 안케세나 넌…… 사막 깊은 곳의 부족에서부터 홀로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나도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네.

안케세나

그래서요, 그래서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그래서 너한테 맡길 수밖에 없겠어. 안케세나, 유품들을 녀석의 고향에 전달해 줘.

사무소 오퍼레이터

이건 녀석이 유일하게 남긴 유일한 소원이야.

안케세나

네…… 알았어요.


안케세나

카딤 씨의 설명을 들어보면 꽤 폐쇄적인 부족에게 가야 하나 보네. 구체적인 위치도 정확하지 않고.

안케세나

음…… 마을을 나가서 표지판만 제대로 따라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었지?

안케세나

정말 그럴까? 뭔가 조금 불안하네…… 표지판이 가리키는 서쪽은 삭사울숲이고, 동쪽이 붉은 모래의 땅이네.

안케세나

후……

안케세나

(양 손을 모은다) 황금빛 모래의 땅, 해가 돌아가는 곳. 신령의 가호가 천리를 함께 하리니.

안케세나

얼굴 없는 신이시여. 제가 무사히 사막을 너머 떠도는 영혼을 그의 고향에 데려다 줄 수 있도록 인도해 주소서……

안케세나

출발하자.

바람이 불자 표지판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더니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안케세나

태양이…… 태양이 다시 떠올랐어. 벌써 하루를 이동한 건가? 멀리 바라봐도 관목밖에 안 보이잖아. 어째서 붉은 모래의 땅은 아직인 거지?

안케세나

카딤 씨가 말한 다음 표지판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반나절만 걸으면 보인다고 했었잖아?

안케세나

힘들어…… 더는 못 가겠어. 그늘진 곳에서 잠깐 쉬어야 할 것 같아.

안케세나

구체적인 위치도 모르고 길을 벗어나기까지 했으니 어떻게 해야 그의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안케세나

언니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언니라면 분명 내 머리를 토닥이면서 괜찮다고 해줬을 거야.

안케세나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안케세나

그래…… 안 될 거 없지.

안케세나

(자신의 머리를 토닥인다)

안케세나

괜찮아, 안케세나. 기죽지 마.

안케세나

침착해. 방법이 있을 거야.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고 단서를 찾자.

안케세나

자, 일단 일어나서……

안케세나

으악!

안케세나

아, 아파. 옷자락을 밟았잖아.

안케세나

이런, 물건이 전부 쏟아졌어. 어서 주워야 해.

안케세나

앗, 기다려. 하필 이런 때에 바람까지 불다니……

안케세나

이건…… 일기? 죄송해요. 정말 일부러 보려는 건 아니었어요. 바람이 페이지를 넘긴 거라고요.

안케세나

(노트를 집어 든다)

안케세나

…… 방금 그 문장은…… 자신의 고향에 대해 기록해둔 건가? 어쩌면…… 여기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안케세나

신이시여. 망자에 대한 모독을 용서해주세요.

안케세나

(노트를 펼친다)

안케세나

“수많은 꿈속에서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대추야자나무 밑에 서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배웅했던 그날처럼.”

안케세나

“내 몸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지만 오아시스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다. 나는 꿈을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떠난 그 순간부터 매일 고향 꿈을 꾼다.”

안케세나

“우기와 건기가 뒤바뀌고 물이 모여 호수가 되었다가 빠르게 말라 소금밭이 되는 곳……”

안케세나

정말 고향이 그리웠나 보네. 온통 고향에 관한 것들만 적혀 있잖아.

안케세나

대추야자나무숲, 오아시스, 계절 호수……


안케세나

여기 꼬마 벌레가 기어 다니네……

안케세나

(잡아서 자세히 살펴본다)

안케세나

멀지 않은 곳에 수원지가 있나 보네. 운이 좋다면 마을을 발견할 수도 있겠어.

안케세나

모래 언덕을 얼마나 넘어가야 하는 거야. 샌드보드를 가져오기 정말 잘했어.

안케세나

(손가락으로 샌드보드를 두르리며) 음…… 역시 한 번 더 제대로 묶어야겠어.

안케세나

조금 흔들릴 수도 있으니 옷을 걷어야겠어. 또 넘어지면 곤란하니까.

안케세나

좋아……

안케세나

하나, 둘, 셋.

안케세나

으아아아아……!!!


박식한 노인

여기 적힌 마을이라…… 어디 보자. 분명 가보긴 했는데 세월이 지났으니 아직 있을지 모르겠군.

안케세나

어르신, 혹시 어떻게 가는지 알고 계신가요?

박식한 노인

버든비스트를 타고 계속 서북쪽으로 가다보면 버섯 모양의 암석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다시 서남쪽으로 몇 킬로를 가면 도착할 수 있을 게야.

안케세나

그럼 그 마을 근처의 환경에 대해 기억나는 게 있나요? 대추야자나무숲이 있었어요? 우기에는 계절 호수가 생기던가요?

박식한 노인

기억이 잘 안 나는군, 미안하네.


안케세나

“절망의 순간에 카딤 씨가 나를 구해줬다.”

안케세나

“사무실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내 병은 빠르게 안정되어 갔고 마음도 점차 평온을 찾았다……”

안케세나

아무래도 그 이후에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사무실에서 지냈었나 보네.

버든비스트

푸륵……

안케세나

어, 너 배고파? 여기 건초가 좀 남았어.

버든비스트

(우물우물)

안케세나

침을 잔뜩 흘리면서 먹네.


아는게 많은 부인

그리 찾기 쉬운 곳이 아니야, 꼬마 아가씨. 마을 북쪽에는 크고 작은 오아시스가 여러 개 분포되어 있고 오아시스마다 커다란 대추야자나무숲이 있거든.

안케세나

그럼…… 계절 호수라는 조건이 더해지면 조금 더 걸러낼 수 있지 않나요?

아는게 많은 부인

어려워. 계절 호수의 위치는 고정적인 게 아니거든. 그걸로 위치를 특정하는 건 믿을 게 못 돼.

안케세나

괜찮으시다면 이 지도에 오아시스의 대략적인 위치를 표시해 주시겠어요?

아는게 많은 부인

설마 하나하나 다 가보려는 거야?

안케세나

네. 반드시 해내겠다고 약속했거든요.


안케세나

“드디어 이곳을 떠날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았다. 이 사막의 밖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바로 그런 미지의 것이 나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안케세나

“나의 이 뜨거운 열정이 보답을 받을 수 있기를. 안녕, 나의 고향이여.”

사막의 상인

이봐, 꼬마 아가씨. 뭘 그렇게 읽고 있어?

안케세나

이건…… 한 사람의 과거예요.

사막의 상인

어?

안케세나

……그냥 일기예요.

사막의 상인

뭐든 간에 슬슬 멈춰. 네가 가려는 곳이 바로 이 근처거든, 꼬마 아가씨. 우리는 갈 길이 바빠서 여기에 이만 널 내려줘야 할 것 같아.

안케세나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

사막의 상인

하하하, 천만에. 네가 유사 속에서 우리 카라반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난 진작에 사막에서 목숨을 잃었을걸.

안케세나

당신의 앞으로의 여정에 사막의 가호가 있기를!

사막의 상인

하하, 고마워!!

안케세나

이곳이 마지막 오아시스구나. 얼굴 없는 신이여, 부디 제게 기적을 내리소서.


안케세나

저기요, 아무도 안 계신가요?

안케세나

저기요?

안케세나

무너진 모습을 보니 누군가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네.

안케세나

응……?

안케세나

누구지?

???

앗!

???

허락도 없이 우리 부족의 영지에 들어왔군, 이방인.

안케세나

저, 저는 오면서 아무도 안 보이길래 주인 없는 오아시스인 줄 알았어요.

???

당연히 안 보이지.

안케세나

어째서죠?!

???

흥, 질문을 하려면 그 지팡이부터 거둬.

안케세나

흑…… 네.

???

(움직일 수 없던 건 난데, 왜 자기가 저렇게 억울한 표정을 하는 거야?)

???

이방인, 무슨 일로 이곳에 온 거야?

안케세나

한 사람의 유품을 고향에 전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어요.

안케세나

물건은 전부 이 가방에 있으니 한번 보세요. 만약 이곳 사람이 아니라면 바로 떠날게요.

???

이리 가져와 봐.

???

그렇게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더니, 세상을 떠난 거였군.

안케세나

누군지 아시는 건가요?

???

그래. 촌수를 따지면 내 사촌 동생이라고 할 수 있어. 녀석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내가 돌봐 드렸고.

안케세나

당신 외에 다른 가족은 없나요?

???

(고개를 젓는다)

???

이방인, 이 부족은 이제 몇 사람 남지 않았어. 젊은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밖으로 떠났고, 남아있는 나이 든 이들은 하루하루 떠날 날만 앞두고 있지.

안케세나

사람이 없으면 부족은 앞으로 어쩌죠?

???

꼬마 아가씨,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부족은 오아시스에서, 사르곤에서 이제 곧 사라질 거야.

안케세나

그럼…… 이 물건들은 어쩌죠?

???

이 물건들은 녀석 어머니 곁에 묻어줄게.

안케세나

(불안한 듯 지팡이를 꼭 쥔다) 물건은 전달했으니…… 저는, 저는 더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볼게요.

???

꼬마 아가씨, 이렇게 왔으니 나 좀 도와줘. 유품만 있고 유해는 없지만, 영혼이라도 고향에 돌아왔으니 제대로 된 장례식은 치러야잖아.

안케세나

네, 좋아요. 제, 제가 도울게요.

???

그럼 따라와. 슬슬 준비해야겠어.

안케세나

저기요, 하,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요?

???

말해.

안케세나

모두 떠났는데 왜 당신은 아직 여기에 남아있는 거죠?

???

……나는 부족의 제사장이야. 부족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누군가는 자리를 지켜야잖아.

???

게다가 누군가가 돌아오고 싶어 한다면? 마치 이 녀석처럼……


부족 제사장

꼬마 아가씨, 첫 번째 흙을 뿌려주겠어?

안케세나

제, 제가요?

부족 제사장

이 녀석을 데리고 온 사람이 너니까 당연한 일이야.

안케세나

알겠어요.

안케세나

저는 카딤 씨의 부탁으로 당신의 유물을 고향으로 가져왔어요. 이제 도착했으니 그동안 있었던 사건 사고는 부디 용서해주세요.

부족 제사장

……

부족 제사장

땅으로부터 결실을 맺은 과실은 결국 다시 흙으로 돌아가 땅속 깊은 곳에서 새싹을 피워내기를 기다린다.

부족 제사장

사랑하는 나의 형제여,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 황토 밑에서 안식을 얻기를. 당신이 가는 곳에는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안케세나

(황금빛 모래벌판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부족 제사장

도와줘서 고마워. 뭐라도 먹을래? 그동안 고생 많았어.

안케세나

아니에요. 저희 일족에게 이 정도 여정은 아주 간단한 일이거든요.

부족 제사장

나는 이 오아시스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어. 사막 부족의 생활 방식은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것 같아. 흩날리는 모래를 보면 두렵기만 하거든.

안케세나

전혀 두렵지 않아요. 사막에는 저희를 돌봐주는 신이 계시거든요.

부족 제사장

우리도 숲에 신이 머문다고 굳게 믿었었어. 신의 가호 덕에 부족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이곳에 버림받은 것 같아.

안케세나

아니에요. 신은 신도들을 버리지 않아요.

부족 제사장

만약 신도들이 먼저 자신의 믿음을 져버렸다면?

안케세나

…… 떠난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요?

부족 제사장

녀석은 밖에서 잘 지냈어?

안케세나

아니요.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얻었어요. 몸에 돌이 자라나는 매우 고통스러운 병이죠.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될 수도 있어서 사람들의 냉대도 받아야 했고요.

부족 제사장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난 거야?

안케세나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제가 그곳에 갔을 땐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거든요…… 하지만 카딤 씨가 돌봐줬으니 조금은 편안했을 거예요. 최소한 외롭고 처량한 죽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해요.

부족 제사장

카딤 씨는 누구지?

안케세나

그가 일하던 곳의 책임자예요. 광석병 치료 경험도 풍부하고요.

부족 제사장

나는 녀석이 어머니의 임종조차 보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원망했었어. 편지에는 이곳에서 하루만 가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다고 했었거든.

안케세나

네?!

안케세나

그렇게…… 가까웠나요? 흑…… 솔직히 말하면 제가 도중에 길을 잃어서 여기까지 오는 데 보름이 걸렸거든요.

부족 제사장

그 편지를 보낸 뒤 다른 곳으로 옮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부족 제사장

하지만 네 말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는 녀석이 돌아오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부족 제사장

이곳 사람들은 그런 병에 걸린 적이 없어. 녀석이 돌아왔다면 녀석의 병을 상대로 나는 속수무책이었을 거야.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라도 됐다면 더욱 큰일이었을 거고.

안케세나

그래서……

안케세나는 입을 벌렸지만 그 어떤 말도 꺼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대한 사막을 넘기로 결심한 사람은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모래가 그 사람이 지나온 길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해 가기 위해 겨우겨우 끌어모은 용기 역시 전혀 달라진 과거를 직면하기엔 터무니없이 적다.


우울한 노인

하아……

부족 장로

이 늙은이야, 애들 앞에선 한숨 쉬는 게 아닐세. 나쁜 영향이라도 끼치면 어떡하려고 그러나.

우울한 노인

이 늙은이가. 수염이 그렇게 센 주제에 나한테 늙었다고? 봐봐. 올해는 밖에서 돌아온 사람이 예전의 반밖에 되지 않아. 이대로 가다간 어떻게 될지……

부족 장로

젊은이들의 생각을 멋대로 좌지우지할 수도 없는 게 아닌가. 부족 밖의 다채로운 세상을 겪은 아이들 중에 몇 명이나 이곳으로 돌아와 안주하려고 하겠나?

우울한 노인

자네 그렇게 수수방관하다가는 부족이 언젠간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걸세.

부족 장로

나도 손쓸 길이 없어. 아이들을 떠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우울한 노인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부족 장로

참, 상의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있네. 며칠 전에 편지 하나를 받았는데, 거기에 적힌 일 때문에 불안해서 말일세.

우울한 노인

뭔데 그러나?

부족 장로

한 아이가 그 병을 얻었는데 돌아오고 싶다더군……

우울한 노인

좋은 일이지 않나. 돌아오라고 하게.

부족 장로

불치병이라던데 돌아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옮길까 봐 걱정하더군…… 하지만 아이가 밖을 떠돌아다니는 것도 차마 못 보겠고 말일세.

우울한 노인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안케세나

(카넬리안의 옷자락을 당긴다)

안케세나

언니……

카넬리안

안케세나, 왜 그래?

안케세나

일 년 뒤에는 언니도 밖에 나가잖아. 다시 돌아올 거야?

카넬리안

안케세나, 난 당연히 돌아올 거야. 다만……

안케세나

언니?

카넬리안

신께서 내게 어떤 안배를 해두셨는지 모르겠어. 만약 신께서 내가 남는 걸 원하지 않으신다면?

안케세나

그럴리 없어…… 언니가 떠나면 매일 기도할 거야. 그분의 아이가 사는 곳이라면 분명 사악한 힘이 다가오지 못할 테니까.

카넬리안

아니야, 안케세나. 그건 사악한 힘이 아니야……


사무소 오퍼레이터

누구세요?

안케세나

카딤 씨, 저 안케세나예요. 문 좀 열어주세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그래 그래, 지금 간다.

사무소 오퍼레이터

안케세나, 여행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됐어, 물건은 전달했고?

안케세나

후우…… 후……

사무소 오퍼레이터

우선 들어와서 숨부터 돌려. 자, 여기 물.

안케세나

전달했어요……

안케세나

(꿀꺽꿀꺽)

안케세나

그리고 그곳의 제사장과 장례식까지 치렀어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그럼 됐어. 결과를 보고하려고 돌아온 건 아니겠지?

사무소 오퍼레이터

땀 좀 봐. 굳이 돌아올 필요는 없다고 했잖아?

안케세나

아니에요. 제가 앞으로 뭘 할지 정했거든요.

사무소 오퍼레이터

하하하, 여행에 목표가 생긴 건가? 어서 말해 봐.

안케세나

저는 로도스 아일랜드로 갈 거예요. 본함에 말이에요!

안케세나

그곳에서 부족에게 가져다주고 싶은 게 있거든요.

그녀는 힘차게 말했다. 비록 평소의 부드러운 어조는 아니었지만 창밖에 드리운 묵직한 석양처럼 그녀의 말은 노랗게 물든 사막을 두드렸다.

이마에 있는 그녀의 표식이 석양 속에서 반짝이며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