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마음
에이야퍄들라는 메딕 오퍼레이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도스 아일랜드 진격로 근처 화산지대를 답사하겠다고 하는데……
시작해도 되는 건가요? 녹음 버튼이 깜빡인 것 같은데,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음…… 만져보니깐 점점 뜨거워지네…… 작동한 거겠죠?
크흠. 그…… 오늘은 외근 3일 차. 무사히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오전 10시 30…… 이 숫자는 1인가? 잘 안 보이네……
2…… 2로 변했다! 지금은 10시 32분. 로도스 아일랜드 도착지점까지…… 음, 12시간 28분 남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주 순조롭습니다. 룬 검사도 오는 길에 이미 준비됐고 샘플링 설비는 다들 지금 설치 중이에요.
어, 뭐지? 누가 날 부른 것 같은……
어엇, 하마터면 녹음기를 떨어뜨릴 뻔했네. 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야……
나한테 손을 흔드는 건가요? 저건 설치가 끝났다는 뜻? 데이터 채집 시작…… 동기화 분석 시작…… 좋았어!
에이야퍄들라 씨!
아, 바…… 발티 씨죠? 보청기…… 네네, 보청기는 문제없어요.
아, 서두르지 마세요! 천천히 걸어요. 발밑을 조심하고요.
괜, 괜찮아요…… 발티 씨, 부축 안 해주셔도 돼요. 여기는 시야가 트여있어서, 어디 부딪힐까 봐 걱정 안 해주셔도 돼요.
그래요? 그래도 바람이 너무 세고 울퉁불퉁한 돌멩이 천지에요. 에이야퍄들라 씨는 아무래도 비행체에 남아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올 때 제가 다음 달 샐러리를 걸고 켈시 선생님한테 당신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요.
네……?
샐러드요? 켈시 선생님이랑…… 같이?
어? 아니, 샐러리예요 샐러리! 월급이요!
(작은 목소리로) 켈시 선생님과 같이 샐러드를 먹을 용기가 있을 리가……
아, 그…… 그래요……?
흑…… 내 보청기…… 방금 바람이 너무 불어서 약간 영향이 있었나 봐요.
미안해요. 방금 발티 씨 일에 대해서 말한 거죠?
발티 씨는 아주 믿음이 가요. 이번에도 발티 씨 덕을 많이 봤잖아요. 저 혼자였다면 기기 설치만 반나절이 걸렸을 거예요.
혼자서요? 이렇게 무거운 기기를 혼자서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예전에도 그랬어요. 학교 다닐 때도 혼자 완수해야 하는 연구들이 있었거든요.
다른 학생들은요?
아…… 다들 진도가 달라요…… 그 과제들은 아무래도 경험이 있어야 해서……
아, 말하다가 깜빡했네요. 에이야퍄들라 씨는 이미 훌륭한 학자여서 다른 학생들은 아마 따라올 수 없었겠죠.
그렇다면 학교에서도 너무 고생했겠네요.
괜찮아요…… 혼자서도 천천히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뒤로는 함선에 있거나 가끔 외근할 때 뭘 하든 확실히 편해졌어요.
새로운 보청기가 예전 거보다 좋아요. 켈시 선생님과 선배들이 제 연구를 많이 도와줬어요. 클로저 씨는 숙소 개조까지 도와줬죠……
발티 씨처럼 오퍼레이터들은 항상 따뜻하게 저를 보살펴줬어요. 음…… 정말 다들 고마워요.
오는 길 내내 에이야퍄들라 씨한테서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점점 더 부끄러워지네요.
어이! 방금 사전 답사를 다녀왔는데 길이 너무 좁아서 너희 기기인지 뭔지는 너무 커서 지나갈 수 없어.
윽…… 마지막 샘플링 포인트는 갈 수 없다는 말인가요?
기계는 무리지만, 사람만이라면 갈 수 있다고. 들려? 갈 수! 있다고!
어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잖아?
저 여자가 멍하게 있으니깐 그렇지. 귀가 잘 안 들리는 거야 뭐야.
죄송해요…… 지금은 들려요.
그럼 발티 씨, 이제 갈까요?
어이, 잠깐, 너도 가려고? 사람은 갈 수 있다고 말했지만 넌 아무래도 안 되겠지?
네?
앞쪽 길은 걷기 힘들어. 근처에선 자주 지진이 나고, 땅도 울퉁불퉁해. 잘못하면 구멍에 빠질 거야. 너희가 돈을 많이 안 줬으면 나도 여기까지 오기 싫었을 거야.
너는 이런 평지 걷는 것조차 시원치 않으면서, 자꾸 성가시게 하는 건 민폐 아니야?
너…… 너 에이야퍄들라 씨한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나이는 어려도 최고의 화산학자라고! 이번 임무도 이 분이 지휘하는 거야!
학자든 아니든 상관없어. 앞쪽 길은 두 다리가 멀쩡해야 지나갈 수 있다고.
그건…… 에이야퍄들라 씨…… 저 사람 말이 맞아요. 진짜 걷기 힘든 길이라면, 차라리……
그렇군요.
발티 씨, 가이드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폐만 끼쳤네요.
하지만 저는 가야만 해요.
기기가 걱정되는 거라면 제가 대신 설치할 수 있……
네, 알아요. 발티 씨 말이 맞아요. 하지만 앞쪽은 이 근처 오리지늄 반응 이상 지대의 중심이에요. 반드시 고정밀도의 검사 수단을 사용해야 하고 거기엔 제 오리지늄 아츠가 필요해요.
그러면 근처 샘플링 포인트의 데이터를 쓸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거 같은데.
안 돼요. 가장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쳐선 안 돼요. 제가 여기서 게으름을 피우면 공든 탑이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어요.
에이야퍄들라 씨, 갑자기 엄청 엄격해지셨네요……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출발합시다.
그전에 이것만 약속해 주세요. 에이야퍄들라 씨가 너무 힘들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멈추기로요. 연구하는 게 에이야퍄들라 씨의 일인 것처럼, 이것 또한 제 일이니까요.
알았어요…… 발티 씨, 걱정하지 말아요.
에휴, 아무래도 무리하는 것 같은데!
쯧, 솔직하게 말을 해줘도 안 듣네.
난 분명히 말했어.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난 나만 챙길 거야.
이 사람이 진짜……
네, 괜찮아요. 번거롭겠지만, 길을 안내해 주세요.
계속해서 녹음을 진행하겠습니다…… 지금은 오후 12시 25분. 우리는 마지막 샘플링 포인트로 가고 있습니다.
후방 샘플링 포인트의 데이터는 계속 분석 중인데…… 음, 제 예측과 비슷합니다.
고대 화산이 남긴 화성암이지만, 심층의 오리지늄 활성이 여전히 강렬하고, 계속 강화되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상 지대의 핵심입니다…… 이 부분의 데이터가 있으면 변화 방향을 분석할 수 있겠죠…… 로도스 아일랜드 후반 임무에 영향을 안 줬으면 좋겠…… 꺄악!
살, 살짝 어깨를 부딪혔어요…… 미안해요. 발티 씨…… 제가 잘 못 봤어요.
괜찮아요? 벌써 한 시간이나 걸었어요.
아…… 네…… 괜찮아요.
바람이 너무 세요. 아까보다 더 강해요. 우리처럼 바위 틈을 헤치고 다니는군요.
그러게요…… 너무 춥네요…… 다리도 시리고…… 눈도……
흐흑……
……저, 전 괜찮아요. 계속 가요.
역시 어떤 상황이 와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군요.
이렇게 하죠. 에이야퍄들라 씨는 제 뒤에 서세요. 저는 키가 크니까 바람을 막아줄 수 있을 겁니다. 돌이 있으면 제가 먼저 피할게요.
아…… 알았어요. 고마워요.
아이고, 그니까 내가 이 길은 아주 걷기 힘들다고 말했잖아.
도대체 앞에 무슨 보물이 있길래 이렇게까지 가려고 애쓰는 거야?
목적은 이미 당신한테 말하지 않았나? 우리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제약회사 소속으로, 조사 연구를 위해 여기에 왔다고……
거 참, 말만 번지르르해서는.
무슨 조사? 무슨 연구? 결국 돈을 위한 거잖아?
특히 너희 같은 제약회사는, 살고 싶어 안간힘을 쓰는 부자들 주머니를 많이 털었겠지?
너…… 넌 말해도 모를 거다.
돈을 벌기 위해 그런 것도 있지만,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일들도 있어.
아~ 돈 벌려고만 하는 게 아니다? 내 말이…… 돈 벌기 위해서라면 왜 이런 곳에 돌 파러 오겠어.
아, 생각났다. 그 귀족 나리의 부하들이 무슨 아츠나 실험, 연구하는 걸 좋아했어.
그렇다면, 큰일인데…… 정말로 큰일이라고.
이봐, 왜 무서워하는 거야?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다들 조심해요!
우와…… 엄청 큰 돌이…… 다아아아악!
내 머리, 내 머리…… 어라, 머리가 아직 있네?
방금 그 돌이 내 머리 쪽으로 날아오지 않았어? 완전히 박살 나는 줄 알았는데.
앗, 이 빨간색은! 바닥에 조각도 떨어져 있고, 거품이 보글보글하네…… 마그마인가? 화산?
화산이 분출한 거야?! 사, 사람 살려! 나 죽겠네!
닥쳐! 제발 닥치라고 좀!!!
후우…… 드디어 말했네. 너무 오래 참았어.
에이야퍄들라…… 씨? 괜찮아요?
발티 씨, 저를 찾았나요? 저 여기에 있어요. 전 괜찮아요. 방금 전 그 낙석 때문에 다치지 않았나요?
안 다쳤어요. 제가 봤을 때는 이미 늦은 줄 알았는데…… 잠깐, 돌을 쳐버린 게 에이야퍄들라 씨의 아츠였나요?
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어떻게…… 저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는데. 당신의 눈과 귀는 분명히……
발티 씨 말이 맞아요. 전 아무것도 못 들었고, 흐릿한 그림자만 봤어요.
하지만 전…… 열량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가이드님도 말했잖아요. 이곳 돌 구조는 불안정해요. 강풍 외력의 영향을 받으면 암층이 끊어졌을 때 단층과 암석 자체의 마찰로 뚜렷한 열량이 생겨요.
아, 그렇군요! 에이야퍄들라 씨…… 진짜 대단하세요.
진짜…… 대단하네. 깜짝 놀랐잖아……
어떻게 한 번에! 그렇게 큰 돌이 녹아서 이런 조각이 됐어!
세상에나, 만약 내 머리에 부딪혔다면……
……
알았어. 닥칠게. 쉿! 됐지?
드디어 도착했네요.
지금은…… 아, 계획보다 15분 늦었어요. 서둘러야 해요.
기기를 부팅하고…… 정밀도는 15%를 높여야 해…… 주파수 제어, 안정적인 파동 값…… 음…… 9%…… 3%……
됐어요. 소음이 이상 구간으로 떨어졌어요. 발티 씨, 손을 놓아도 돼요.
이…… 이것도 아츠야?
아, 이것도 제 오리지늄 아츠에요…… 당신은 아츠라고 생각해도 돼요. 하지만 난 이걸 과학 연구 수단으로 부르는 게 더 좋아요.
진짜 대단하네.
가이드님, 피곤하시죠? 위에 가서 좀 쉬세요. 샘플을 채집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5시간 후 다시 와서 기기를 회수하면 돼요.
오…… 과학자. 나이는 어려 보이는데, 이런 말을 하니깐 확실히 진짜 같네.
아, 아까 당신이 날 구해줬잖아. 나도 천지분간 못하는 사람 아니야.
저번에 말한 가이드 비용 중 미리 결제한 건 내가 챙기고, 나머지는 안 받을게.
네?
정말이지…… 몇 번을 말해? 우리 로도스 아일랜드는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니깐……
음…… 저기, 발티 씨…… 가이드 님이 계속 고집하면 우리도 그의 감사는 받도록 하죠.
아? 그, 그래요…… 에이야퍄들라 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당연히 가능하죠.
(작은 목소리로) 약간 의외네요……
발티 씨, 뭐라고 했어요? 미안하지만 또 못 들었어요.
하하, 아니에요. 에이야퍄들라 씨가 이렇게 어른스러울 줄 몰랐다고요.
아? 사실…… 이렇게 말하면 죄송하지만……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사실 제대로 못 들었어요.
네?
원래…… 제 보청기는 됐다가 안 됐다가 하거든요…… 가이드님의 얼굴이 진짜 간절해 보여서 감사 인사를 한 줄 알았어요.
제, 제가 또 틀렸나요?
아니에요. 하하하…… 에이야퍄들라 씨야말로 진짜 대단한 학자네요.
눈속임도 무시하고 한 번에 참뜻을 이해할 수 있다니.
흐흑…… 그, 그래요? 그럼 좋겠는데……
지금은 오후 3시 14분. 데이터 채집과 분석은 안정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방금 마지막 샘플링 포인트로 가는 길에 작은 변수가 생겼지만, 구체적인 업무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가는 길에 가이드, 발티 씨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눴어요……
그들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발티 씨가 나한테 진짜 학자라고 말한 것 같았습니다……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떠나오기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안 됩니다! 에이야퍄들라 씨의 지금 몸 상태로 외근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하, 하지만…… 그 오리지늄의 이상 신호가 화산과 깊은 관련이 있어요. 그리고 마침 로도스 아일랜드의 다음 이동 경로의 주변이에요.
화산 학자든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의 입장에서든 제가 이번 현지 검사를 끝내야 해요.
그 몸으로……
믿어줘요. 알아서 잘 챙길게요.
……
가게 해주죠.
어? 실론 씨, 당신도 우리 의료부 일원이면서, 어떻게 환자가 제멋대로 하려는데 그냥 놔둘 수 있죠?
그냥 제멋대로하라고 하죠.
저도 어떻게 보면 연구자니깐, 에이야퍄들라 씨의 기분이 이해가 되거든요.
만약…… 그러니깐 만약에 저한테 오리지늄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저도 물불 안 가렸을 거예요.
그래도…… 전 걱정돼요. 만약 이번 임무로 에이야퍄들라 씨의 병세가 더 악화되면……
그러니깐 더 가고 싶은 거겠죠.
네?!
시간은 얼마 없는데 진실은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그러니깐 더 절박하게 어떠한 기회든 잡으려고 하는 거죠.
아직은 괜찮아요…… 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잖아요. 제 두 눈도 그 빛들을…… 화산의 빛을 볼 수 있어요.
그래요. 그 빛…… 저 같이 미숙한 사람은 볼 수 없는 것들이죠. 하지만 에이야퍄들라 씨라면 볼 수 있어요.
에이야퍄들라 씨 같은 학자는 이미 전 세계 인지의 경계선에 서있어요. 그녀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면, 우리도 같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죠.
앞으로 가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죠. 두렵거나 넘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다칠까 봐 에이야퍄들라 씨의 앞길을 막는 일은 할 수 없어요.
그런가요……
학자들이란…… 에휴.
됐어요. 에이야퍄들라 씨가 이렇게 확고하다면 저도 더 이상 말리지 않을게요. 켈시 선생님한테 신청하세요!
아…… 고마워요. 실론 씨도 고마워요.
그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과학자, 학자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쪽으로는 거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실론 씨 말이 맞아요. 저한테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열심히 화산이나 이 땅 가장 깊숙한 곳의 비밀에 더 다가갈 거예요.
진정한 학자라면, 어릴 적의 저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떠올렸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한 사람이 더해졌어요.
그러니깐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제가 돌아왔을 때 가르쳐줄래요……?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