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불명 소포
소포의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온 안젤리나는, 소포의 주인이 스즈란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건 낮에 내가 마지막으로 배달했던 소포 주소야.
패스트푸드점이네! 내 최애다!
고기튀김! 감자튀김! 버섯튀김! 와, 다 먹고 싶다!
아, 그 여자아이는 여기에 없네.
고기튀김은 몇 개 드릴까요? 2개? 20개? 이렇게 많은데 아가씨 혼자 다 먹을 수 있겠어요?
네. 케첩 10개 소금 10개 같이 드렸고요. 손님은 뭘 드릴까요?
아…… 음…… 냄새 너무 좋다.
야식은 안 돼. 일도 아직 안 끝났잖아.
사장님, 저녁에 가게에서 책을 보던 여자아이는 어디 갔나요?
아, 에밀리요. 갔어요, 아마 옆 마을로 돌아갔을 거예요.
이 밤에요?
네, 밤중에요. 안 가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요.
아, 아가씨는 어디서 본 얼굴인데, 저녁에 오지 않았어요? 에밀리에게 소식을 전했던 전달자 맞죠?
저…… 맞아요. 그런데 그 소식은 몰랐어요.
아, 에밀리는 홀로 이곳에서 공부해요. 시간이 될 때면 제 일을 도와주면서 용돈벌이를 했죠.
에밀리 아버지는 고향에 계신데, 매달 편지를 보내왔었죠. 그런데 지난달과 지지난달에는 편지가 없었어요.
그때 에밀리가 안절부절 하면서 전달자한테 편지가 누락된 건 아닌지 물어보기까지 하고 그랬었는데……
사장님, 저희는 편지를 잃어버리거나 하는 실수는 안 합니데이.
네네, 저는 여러분을 믿어요. 에밀리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소식이 없으니 불안해서 못 기다린 거죠.
어쩐지 저녁에 절 보고 너무 기뻐하더라고요.
안타깝게도……
뭐…… 어쩌겠어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건데…… 어쨌든 인간에게는 생로병사가 있으니까요.
그러니깐 당신이 에밀리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를 전해주지 않았다면, 그 아이도 빨리 집에 가야 한다는 걸 몰랐겠죠.
에밀리는 속으로 당신한테 고마워했을 거예요.
맞다. 무슨 일로 에밀리를 찾는 거죠?
그게…… 별일은 아니에요.
이건 그 아이의 물건이 아닌 것 같네요.
좋아요, 별일 아니라면 많이 드세요. 20% 할인해 줄게요!
꺼억……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이 먹었네. 큰일 났다야, 이번 달 월급도 다 써뿌렸다!
곧 날이 밝을 거야.
밤새 뛰었으니 배가 고프지. 니는 하나도 안 먹었잖아.
아직도 에밀리 일 생각하는 거가?
응……
꼭 그런 건 아니고.
그 아이 얘기를 듣고 나니깐, 나도 모르게 누군가 내 소식을 기다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네, 니 집에 안 간지 오래됐제?
……지나간 것도 친다면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어.
에이, 언제 돌아갈지 생각했나? 아니면 부모님께 연락이라도 해야지.
모르겠어……
준비가 됐는지도 잘 모르겠어.
무슨 준비? 지금 안젤리나의 병세는 아주 안정적이지 않나? 처음에 니를 아끼는 사람이 니가 아파하는 것을 보는 걸 못 참겠으니까, 차라리 실종으로 위장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 아이가.
내가 실종된 걸로 하면 5년, 10년이 지나도 내가 어디에서든 잘 살 거라는 희망이 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걱정할 끼다!
게다가 의료부가 있으니깐, 5년, 10년이 아니라 미래는 분명 밝을 거다.
난……
어, 저게 누구야?
한 개…… 아니, 하나, 둘, 셋…… 폭신폭신한 꼬리가 여러 개잖아.
아, 안젤리나 언니, 크루아상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
리사, 안녕. 어, 아직 이렇게나 이른데,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니지 않아?
그게…… 그 물건을 보고 싶어서 왔어요……
무슨 물건?
그, 그 노트 말인데요……
어제 완성했거든요. 빨리 안젤리나 언니한테 보여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켈시 선생님한테 제시간에 자지 않은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래도 안젤리나 언니가 바로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물건을 숙소 입구에 둔 거가?
네…… 네!
안젤리나 언니가 온종일 힘들게 일하고 와서 이걸 보면 정말 좋아하겠지? 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고, 안젤리나, 정말로 니한테 온 소포였네.
빨리 열어봐라!
나한테…… 보낸 거라고?
포장도 꼼꼼하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홍색이야. 그리고 향기도…… 너무 익숙해. 저번에 의료부에서 맡은 향이었구나.
내, 냄새가 난다고요? 숙제 다 하고 몰래 만든 건데,
냄새가 조금 배었나 봐요.
싫은 게 아냐. 나도 이 향 되게 좋아해.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야. 하나, 둘, 셋, 오픈!
……작은 책이네.
이, 이건…… 이 건물들은……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숍이야.
동쪽으로 10분 더 가면 나오는 이 길은 내가 낮에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가봤어.
그리고 이 꽃잎은…… 익숙한 향인데……
아빠한테 꽃잎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앞에는 엄마 친구분들이 보내준 사진이에요. 아, 기억나는 대로 그린 것도 있어요.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하네요. 분명히 오랫동안 연습했는데……
아니야, 정말 좋아.
전부 다, 너무 좋아.
안젤리나 언니,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죠?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니야. 기분 안 나빠.
난…… 너무 기쁜걸.
그날……이후로, 낮의 모습을 본 적이 없거든.
난 아주 먼 곳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어…… 너무 멀어서 내가 아무리 달려도 갈 수 없는 곳 말이야.
로도스 아일랜드는 정말 큰 함선이죠. 계속해서 곳곳을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늘 폴리닉 언니에게 지금이 어디인지 물어봤어요. 그리고 몰래 시라쿠사와 극동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고는 했죠.
가까울 때도 있었고, 멀 때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아빠, 엄마나 친구들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몰래 그걸 안고 잠들었어요. 그럼 엄마, 아빠와 아주 가까운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편지가 많아지면서, 제가 그걸 다 껴안고 자면 침대가 꽉 차서…… 어, 그래서 일부를 노트 사이에 끼워둔 거예요.
그럼 노트를 껴안고 잘 수 있으니까요!
아…… 리사, 너 진짜 너무 귀엽다.
아, 제가 또 이상한 말을 한 건가요?
아주 정확한 말을 했지.
박사님한테 들었어요. 전달자분들은 평소에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까지 하느라 고생이 많다고요. 그래서 안젤리나 언니도 집에 안 간 지 한참 됐겠다 싶었어요.
저번에 박사님이 제 노트를 보고 아주 대단하다고 칭찬했거든요!
박사님이 안젤리나 언니에게도 아주 필요할 거라고 그랬어요.
박사가?
네, 그리고 다른 언니 오빠들도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뿐만 아니에요, 예전에 저한테 물건을 전해준 시라쿠사 전달자 오빠도 있어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다들 시라쿠사와 극동에 들르면 사진이나 특산물을 가져오더라고요.
아, 다들 전달자가 된 것 같네!
맞아요. 대단한 전달자 언니들 같았어요! 그리고 전 그것들을 이 노트에 보관했어요. 이건 제게 있는 가장 큰 보물이에요.
늘 생각했어요. 이 노트가 다 채워지면 전 어른이 될 테고, 지금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말이에요.
그때가 되면 제가 다 지켜줄 거예요. 우리 엄마, 아빠도 보호할 수 있다고요!
아빠가 더 이상 제 걱정 때문에 밤새 못 주무시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엄마도 저 때문에 밖에서 힘들게 일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날이 되면 전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박사님이 저한테 그 말을 해준 뒤로, 안젤리나 언니에게도 만들어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응?
안젤리나 언니도 어떤 이유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응……
좋았어. 나중에 새로운 사진이 생기면 또 안젤리나 언니에게 보내줄게요.
그럼 노트를 더 빨리 채울 수 있을 테고, 안젤리나 언니도 하루빨리 집에 갈 수 있겠죠?
응……
고마워. 정말 너무 좋은 선물이야.
아, 이제 제가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이에요! 켈시 선생님이랑 폴리닉 언니에게 제가 멋대로 돌아다닌 걸 들키면 안 돼요…… 먼저 갈게요! 안젤리나 언니, 크루아상 언니, 다음에 또 만나요!
진작 알았으면 내기하는 건데.
내는 알고 있었다. 안젤리나, 니처럼 귀여운 애는 귀여운 선물을 받는다니까!
으…… 응.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로도스 아일랜드의 안젤리나였네. 누군가에게 관심받는 안젤리나.
더 이상…… 사라진 여자애가 아니야.
아, 잠 온다. 안젤리나 방금 뭐라고 했노? 잘 못 들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리사의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어.
진짜 서프라이즈 한 밤이었네!
이제 가서 좀 자까? 아니면 뭘 좀 먹으까…… 그래. 먹는 게 좋겠다.
안젤리나는? 밤에 잠 못 자면 피부가 나빠지겠제?
난 좀 쉬다가 훈련 갈 거야.
오후에는 계속 수업 있고.
일도 공부도 빠질 수 없지!
어? 너무 오버하는 거 아이가? 일벌레는 되지 말그레이!
안 그래.
노트가 다 채워지면…… 집에 갈 수 있겠지?
내가 이미 준비를 마친 건 아닐까?
이 편지…… 책상에 얼마나 오래 있었지? 몇 달? 반 년?
“사랑하는 아빠, 엄마……”
“난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
“아주 좋은 직업도 있고, 계속 공부도 하고 있어……”
“……맞아, 광석병에 걸렸지만, 걱정하지 마. 그날 학교 가는 길에 일어난 건데…… ”
“급하게 동아리 활동에 가야 해서…… 아빠가 차로 바래다준다는 걸 거절했어. 내가 더 조심했다면 야외에서 돌아오던 차를 얻어 타진 않았을 거야.”
“아빠 잘못은 하나도 없어.”
……
편지는 이 페이지에 껴두자.
언젠가 내가 준비가 되면 아빠, 엄마도 준비가 됐을 거야.
그때 이 편지를 마무리하고 내가 직접 사진 속 장소로 편지를 보낼 거야. 맞아. 이 거리 동쪽에서 세 번째 집이야. 여기에 하트를 그리면 되겠다.
……그날이 곧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