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불명 소포
안젤리나는 수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소포를 발견했다. 그녀는 크루아상의 도움을 받아 소포의 주인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음~ 어디 보자. 편지, 특산물 소포, 비싼 보험금을 추가한 통신판매 아이템, 전부 체크.
좋아. 오늘 일도 다 끝냈네!
뭘 하면 좋을까? 따뜻한 샤워? 아니면 밀크티부터 마실까? 저번에 산 오렌지 크림 크레이프가 조금 남았는데……
잠깐, 안젤리나! 몸무…… 아니, 건강 생각해서 식습관 조절하기로 한 거 잊었어?
오, 안젤리나, 니도 퇴근이가? 같이 새로 들어온 물건 함 볼래?
좋아…… 하아암~
앗, 하품을 못 참겠네. 미안, 크루아상. 시간이 좀 늦은 것 같아.
이번에 들어온 물건 중에는 말이제. 니가 저번에 말한 용문의 그 오래된 액세서리 가게에서 주문한 것도 있다.
내가 진짜 고생해서 사장님한테 열 세트 남겨달라고 한 거데이. 분명 니가 좋아하는 게 있을 끼다.
아, 하지만……
하지만 “늦게 자면 다크서클 생겨.” 맞제? 니가 맨날 내한테 잔소리했다 아이가. 다 기억하고 있다.
됐다 마. 물건은 남겨둘 테니까, 시간 나면 다시 온나. 크루아상의 친구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 서비스로 모셔주께!
응~ 크루아상이 최고야!
하하, 안젤리나가 내한테 최신 패션잡지 빌려주면서 조언 안 해줬으면, 내도 이렇게 좋은 물건을 찾지 못했을 거다.
이번에 가져온 옷이랑 장신구는 배의 모두에게 억수로 인기가 많았다 아이가!
보아하니 이번 달은 수입이 꽤 괜찮을 것 같네. 다음 주 쉬는 날에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 수 있겠다.
불고기나 피자? 아니면 염국식 훠궈는 어떻노?
아, 말하니깐 위랑 입이 같이 반응하네…… 하지만……
하지만 “요즘 체중 조절을 해야 해서” 맞제?
……식습관에 주의해야 하니까.
하긴. 안젤리나는 몸무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잖아. 말하고 보니 정말 부럽다.
차라리 다음에는 가이드북을 내보는 건 어떻노? 《청춘 미소녀의 101가지 다이어트 비결》 같은……
잠깐, 팔릴 리가 없잖아?
상상 정도는 할 수 있다 아이가. 니 모르는 사람은 속지 않겠나?
예를 들면 저번에 새로 온 그 마운틴대쉬의 도련님이랑 니가 역도 내기를 했을 때처럼 말이다. 하하, 나도 푼돈 좀 버는 거지.
신입 괴롭힌 걸 그렇게 당당하게 말해도 되는 거야?
이건 합리적으로 정보를 이용하는 기다. 전달자든 장사를 하든 다 정보가 핵심 아이가?
음…… 그래…… 그래도 뭔가 이상하긴 한데. 다음에 바이슨을 만나면 케이크라도 사줘야겠어.
그럼 내 먼저 간데이!
어, 저게 뭐고?
아, 숙소 입구에…… 소포인가? 소포가 왜 여기에 있지?
분명히 오늘 우편물은 다 배달했는데.
분홍색 포장지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아. 만져보니까 사각형인데, 책인가?
네가 주문한 소설책이나 잡지 아이가?
잡지는 매달 정해진 날짜에 와. 이번 달은 이미 받았고, 증간 부록도 아닐 텐데.
그리고 요즘 편지 발송과 후방 업무로 매일 스케줄이 꽉 차있어서 새 소설책을 읽을 시간도 없는걸.
그럼, 누군가 보낸 선물인가?
선물? 에이, 아니야. 누가 나한테 선물을 보내겠어?
뭘 그래 놀라노. 이렇게 귀여운 안젤리나한테 선물하는 게 이상하나?
……그럴 리가.
수신자 이름이나 주소도 없어. 다른 물건이랑 같이 포장해서 보낸 것 같아.
여기에 있다는 건, 아침에 너무 서두르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것 같은데.
아, 또 실수했네……
서두르지 마라. 이 정도 실수는 다시 배송하면 되는 거다!
그럼 지금 출발하자.
어, 지금? 내일 배달해도 되지 않겠나? 너무 늦었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말했지. “실수를 바로잡는 데 최적의 시기는 항상 지금이다.”
몇 군데를 가봤는데도 소포 주인을 찾지 못했어.
이 소포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어. 돌아가서 낮에 소포를 받았던 사람들을 찾아 하나하나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어.
크루아상, 이렇게 멀리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
내가 따라온 건데 뭘.
그리고 밤에 운동하면 낮에 더 기운이 난다 아이가.
니야말로 그래 빨리 달리면 안 피곤하나?
괜찮아…… 음, 조금은 그래. 하지만 소포를 받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실망하고 초조하겠어. 그걸 생각하면 이 정도 피곤은 아무것도 아니지.
그래서 난 줄곧 안젤리나가 아주 뛰어난 전달자라고 생각했지.
그, 그래? 난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에이, 내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왔을 때, 어떤 아름다운 고등학생이 갑자기 내한테 훌륭한 전달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아이가. 내 진~~짜 놀랐다!
펭귄 로지스틱스는 아주 대단하잖아. 그 엠퍼러가 지은 물류 회사라는 건 나도 집에 있을 때 들었어!
그때 크루아상이 혼자서 그 소포를 손쉽게 옮기는 걸 보고는 아주 훌륭한 선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던 거야.
훌륭한 선배라고! 하하, 텍사스랑 사장님이 들었어야 했는데. 월급이라도 올려주면 좋잖아.
처음 로도스 아일랜드에 왔을 때 난 항상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크루아상이 있어서 다행이야.
어?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안젤리나가 편지를 잃어버려서 울고 있을 때 휴지 준 게 다잖아?
실은 편지를 잃어버린 것뿐만 아니라……
켈시 선생님은 나한테 전선으로 가거나 배에서 치료하는 다른 전달자들처럼 후방 부서에 남아 장기 외근을 해도 된다고 하셨어.
난 전선으로 가겠다고 했지.
켈시 선생님은 내 선택을 인정해 주셨어. 어느 정도 훈련만 받으면 내 능력도 전장에서 꽤 괜찮게 발휘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확신이 없었어.
그런데 왜 전선으로 가겠다고 한 거고? 전투를 좋아하진 않을 텐데.
난…… 아마 더 강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늘 누군가의 뒤에 숨고 싶지도 않았어.
빨리 빛이 나는, 제 몫을 하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어. 켈시 선생님이나…… 그리고 {@nickname} 처럼 말이야.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욕심 많은 거 같다, 그치? 전선에도 나가고 싶고, 전달자 일도 포기하기 싫고.
그때의 난 분명 아무것도 못 했어. 단지 매일 온 힘을 훈련에 쏟아붓는 거 밖에는.
다음날이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또 새로운 장소에 있고, 편지를 배달하려는데 길도 제대로 몰랐지.
그래서 갑자기 울었던 거가?
내가 그럴 땐 진짜 둔하거든!
아니야. 내 눈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노선 그리는 걸 도와준 크루아상이 영웅이었어.
하하, 신입을 돌봐야지! 누구나 신입을 경험하니까!
그리고 안젤리나가 무슨 욕심이 있노? 더 강해지고 싶어서 죽기 살기로 노력하는 건 아주 정상이지.
내 봐라, 내도 돈 더 벌라고 매일 애쓴다 아이가!
응, 난 항상 크루아상한테 배우고 있지.
어?
왜냐하면 크루아상은 나와 달라서 항상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니까……
크루아상은 로도스 아일랜드 임무를 수행하면서, 노선이 다른 수십 개의 소포를 들 수 있잖아. 게다가 오늘은 어떤 물건을 채울지도 계산할 수 있는 슈퍼 선배야.
와, 내가 그렇게 대단했나? 사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것뿐인데. 어떤 적이 와도 내가 팍팍 날려버리는 것처럼 말이지!
응, 그렇게, 팍팍!
내 고민도 날아간 것 같아.
아, 안젤리나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좀 쑥스럽네.
그리고 난 처음부터 안젤리나가 훌륭하게 될 줄 알았다.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로서의 안젤리나든 전달자로서의 안젤리나든 다 잘하고 있다.
안젤리나는 내랑 다르다.
내가 전달자 일을 하는 건, 사장님이 인심도 좋고 돈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동료들도 아주 즐겁고.
그런데 니는 진심으로 이 일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항상 진지하게 발신자와 수신자의 기분을 이해하잖아.
크루아상이 말한 거, 그게 바로 내가 전달자가 된 이유야.
어?!
아직도 기억나. 막 집을 나왔을 때, 며칠을 근처의 거리에 숨어있다가 밤에만 나왔었지.
겨울이 다가오는 때라 바람도 차갑고 마지막 날 학교 갈 때 입었던 치마를 입고 있어서 온몸이 마비된 느낌이었어.
그때의 난 내가 정처 없이 떠도는 유령 같았지.
그러다 어떤 전달자가 날 발견했어. 아니, 내가 그를 발견했다고 해야 하나.
그 사람이 옆에서 편지를 배달했는데, 받은 사람이 그 사람한테 활짝 웃어주더라고. 나한테도 웃어주는 것 같아서 몸이 따뜻해진 기분이었어.
그래서 나중에 전달자가 된 거가?
그때 마침 이런 기회가 있었지. 배울 것도 많고 어려웠지만 아주 뿌듯했어.
나중에 생각해 보니깐, 사람이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것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 같아.
날 아는 모든 사람들을 떠나면서 안젤리나라는 사람은 조금씩 사라진 것 같아.
아, 듣다 보니 너무 가슴 아프다.
응,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아.
그 뒤로 나는 편지 배달을 시작했어.
놀랍게도 난 다른 사람에게 편지나 소포를 배달하고, 그들의 미소를 보면 확실히 뭔가 얻는 게 있더라고.
그 순간만큼은…… 과거에 익숙했던 희노애락에 더 가까워진 것 같았어.
그래서 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편지를 배달하고 사람들 간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천천히 내가 아직 안젤리나라는 느낌을 되찾았어.
안젤리나만 느끼는 게 아이다. 수신자도 내한테 같은 걸 느끼는 거다. 방금 그 할아버지도 니를 다시 보니까 좋아하셨다 아이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할아버지의 소포는 아니래.
이러시던데? “방금 전 특산물은 밖에서 일하는 손자가 보낸……”
“아주 달콤한 귤이야.”
“자네가 들고 있는 그 책은 다른 사람의 것이야. 난 나이가 든 데다 시력도 나쁘니, 네오가 나한테 책을 보냈을 리는 없지.”
할아버지 말씀도 일리가 있다. 할아버지한테 관심 있는 손자가 필요 없는 걸 보냈을 리 없지.
음…… 근데 이 귤 진짜 달다구리하네.
결국 도움은 안 됐지만, 특산물은 얻었네.
생활 곳곳에는 놀라움이 있지. 누가 알았겠노, 나가서 귤도 얻어먹고, 맞을뻔하기도 했잖아. 헤헤, 아슬아슬했다.
나도 '문 앤 라벤더'의 신상 벨벳 스카프와 잠옷 세트를 주문한 사람이 밤에는 위험한 건달로 변할 줄 몰랐어.
미리 알았다면 바보처럼 그 사람에게 '문 앤 라벤더' 신제품 카탈로그도 주문했냐고 묻지 않았을 텐데.
진짜 웃기다. 아, 내가 그때 못 참았었나?
응, 큰소리로 웃었어.
얼굴에 칼자국 있는 남자랑 그 옆에 있던 두 행님들 표정을 생각해 봐라. 더 얘기했다가는 진짜 입막음 당했을 거다! 하하하……
아직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분은 자신이 산 물건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겠지? 다 내 잘못이야, 선배 덕분에 원만히 해결해서 다행이지.
“사장님,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도 만족하시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신제품 카탈로그도 추가해 보시는 게 어떨지~”
진짜 판매원 같지 않나?
아주 프로페셔널하네.
잘했다! 빨리 적어놔라. 다음에 내가 편지 배달할 때 겸직을 생각해 볼 수 있잖아. 부수입은 얼마 안 되니까.
하지만 그분은 이 상품을 정말 좋아했나 봐…… 그렇지 않으면 소포에 이런 비싼 보험금을 추가로 지불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가 자신의 취미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
어쩌면 이게 전달자의 의미 아닐까. 낯선 사람이 이 물건들을 보내면 그는 더 안심되겠지?
안타깝지만 이번에는 그 사람의 믿음을 저버렸네.
역시 더 노력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