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6전장, 끝없이 번지는
헛된 꿈을 버리라며 처음으로 탈룰라에게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는 패트리어트. 사샤와 이노라는 아이를 주워 온 탈룰라에게, 알리나는 초심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지원에 감사드려요, 패트리어트 씨……
……탈룰라.
설원을 떠나겠다고? 그러다간 우르수스의 철갑에 박살 날 텐데.
아빠? 왜 지금이야? 우리가 이겼는데……
방패병은 자원을 수집하러 떠났다. 넌 팀을 소집해 전원 이동 명령을 내려라.
……알았어.
너와 네 계획은 모두를 죽음으로 몰 거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거인이 자신의 의견을 들려준 게 처음이라는 걸 탈룰라는 깨달았다. 노골적인 표현에 마음의 상처를 입긴 했지만.
서북 툰드라에서도 살 순 없어요. 부대가 커질수록 보급해야 할 식량과 에너지는 점점 늘어날 거예요. 우리를 지원하는 마을보단 싫어하는 마을도 더 많아지겠죠.
매년 모쏘앗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까요?
우리 논밭을 감시팀이 가만히 둘까요? 유격대는 저들을 쉽게 물리칠 수 있지만 다른 감염자는 아니에요.
넌 그들의 죽음을 재촉하고 있다.
우리는 툰드라를 떠나야 해요. 사미나 황무지가 아니라…… 동쪽, 남쪽, 따뜻한 곳으로 가야 해요.
어떻게 살아남을 생각이지? 이렇게 많은 사람을 어떻게 살릴 생각이냐?
유격대는 사람을 구한다. 유격대 외의 사람을 유격대는 결코 희생시키지 않을 거다, 전사만이 희생할 뿐.
그렇지만 도시와 도시 주변에 사는 감염자가 툰드라에 있는 감염자보다 훨씬 더 많아요.
패트리어트 씨께선 주로 북쪽에 계시니 북쪽 감염자의 처우에 분노하시겠지만…… 남쪽 감염자들의 상황은 잘 모르시잖아요.
그들은 잘 지내고 있나?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들 세력을 흡수하려는 거로군.
전 그들을 하나로 만들고 싶어요.
제국이 감염자를 노리는 순간, 네가 가장 먼저 공격을 받게 될 거다.
제 발밑이 아니라 하나의 이념 아래 힘을 모으자는 거예요.
이념? 감염자는 툰드라에서는 톱밥, 광산에서는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지. 마을에서는 경고의 대상, 도시에서는 연료로 불리기도 한다.
툰드라의 감염자들은 무지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아. 우린 환상을 좇지 않는다, 모든 이념은 실현되기 전까지는 환상에 불과하다.
툰드라에는 광산도, 순찰대도, 멍청하고 게으른 수비군도 있다. 거기라면 자원을 얻을 수 있을 거다.
툰드라의 자원은 언젠가는 바닥날 거예요, 우리에게는 자원을 개발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이동도시도, 전문적인 재앙정보전달자도 없죠……
도시로 가면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친구를 얻게 되겠죠.
누가 네 친구란 거냐?
네 계획이 뛰어나다는 건 인정한다.
네가 그리는 큰 그림은 확실히 일리가 있지만, 특출나진 않다.
얼마나 많은 전략가가 툰드라에서 개죽음을 당했는지 아느냐? 네가 말한 것을, 네가 어떻게, 또 무엇을 통해 이룰 수 있을지 내겐 보이지 않는구나.
선황이 어떻게 이 땅을 제 발밑에 뒀는지 아나? 그분은 원대한 비전 따윈 버리고, 오로지 나아가는 데만 매달렸다.
하지만 넌 그렇게 할 수 없겠지.
……
패트리어트 씨!
제가 우르수스의 철갑에 박살 날 거라고 하셨죠? 인정해요. 저들은 언젠가 저희가 있는 곳을 노리겠죠. 우린 결국 사로잡혀서 달아나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들이 오게끔 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툰드라라면, 패트리어트 씨에게 더 좋은 결전의 무대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요?
새로운 전장을 찾겠다 이건가?
제가 찾는 건 승리할 기회에요.
감염자들에게는 희망이겠지만 저와 당신과 같은 전사에게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계기가 되겠죠.
툰드라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엔 서서히 죽어갈 뿐이에요…… 우리 같은 감염자에게 얼마 남지 않은 그 짧은 생명처럼 말이죠. 전 그 사실을 계속 곱씹을 거예요, 우리 모두 그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
내 딸은 널 믿을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난 사실 때문에 실망한 채, 헛된 공상만 떠들어대는 사람의 말 따윈 믿지 않는다.
……
탈룰라? 어디 가는 거야?
별거 아냐, 광산에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해 보려던 것뿐이었어.
유격대는 이미 부대와 함께 출발했어. 마을도 이동하기 시작했고. 우르수스의 군대도 더는 우릴 추격하는 것 같진 않아……
아빠? 왜 그래?
쿨럭, 쿨럭……
그냥 기침이 나서.
(바스락, 바스락……)
……
누구냐?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우르수스 군인은 아닌가 보군, 놈들은 나뭇가지 하나 부러뜨리지 못하거든.
해칠 생각은 없어, 감염자가 아니라면 당장 떠나겠다. 내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면……
가, 가까이 오지 마!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쏠 거야!
흠.
가, 감염자야! 사샤, 내 아츠라면 쫓아낼 수 있어……!
아츠를 쓰면 안 돼!
사샤……
어, 어서 비켜! 광산에서 필요한 걸 챙겼을 뿐이다…… 누굴 죽이고 싶진 않아!
정말 쏜다! 죽게 될 거라고!
사샤…… 하, 하지만……
……
너희, 며칠 동안 밥도 못 먹었지?
너랑은 상관없잖아!
군대가 주둔하는 광산 주변이라 불도 못 피웠겠지.
너희…… 지금 엄청 떨고 있는 거 알아?
흐흑……
쳇.
무서워할 것 없어.
탈룰라가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들었다.
아이들에게 건넨 나뭇가지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아……
넌……
이젠 좀 덜 춥지?
맞아, 난 감염자야.
그렇게 된 거구나.
사샤랑 이노는 그렇게 만난 거였구나…… 걔네들은 지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더라고.
우리가 찾아내지 않았다면 둘 다 죽었을 거야.
패트리어트 씨가 상처를 입은 뒤로 좋았던 일은 그게 전부였던 것 같아.
그럼 오늘 일은 어떻게 된 거야?
……훈련 도중에 내 아츠가 프로스트노바가 옆에 걸어둔 외투까지 퍼졌는데, 불 같이 화를 내지 뭐야.
그래서 네가 꿰매주겠다고 한 거야?
그게 말이지, 알리나……
됐어. 이리 줘, 넌 바느질도 못 하잖아.
우리 부대에 들어올 생각 없어? 말솜씨 좋은 네가 합류하면 패트리어트 씨도 잘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했잖아, 탈룰라…… 내 아츠는 유격대에 쓸모가 없다고 말이야.
내 손에 피를 묻힐 수는 있지만, 직접 나서서 사람을 해치고 싶지는 않아. 넌 앞으로 감염자 감시팀만 상대하진 않을 거야.
그럼 애당초 내가 함께 가자고 끌고 왔을 때…… 꽤 곤란했었겠네.
정말이지, 너 지금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똑똑히 기억해, 내가 널 따라온 거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야…… 넌 아마 잊어버린 것 같지만, 탈룰라.
잊다니, 뭘?
네가 뭘 하려는지 말이야.
감염자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처음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
탈룰라, 사람은 모두 변하기 마련이야.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걸 하나씩 버리게 되거나 새로운 무언가로 대신하려 든다면, 언젠간 더는 버티지 못할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계속되는 전투,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생각해야 해. 굳은 머리는 우리의 약점이 될 뿐이야.
그럼 넌 뭘 고집하는 거야?
……
감염자가 보통 사람과 같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보통 사람은 감염자와 똑같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거야?
뭐가 다른 거야?
이 세상에 감염자만 있다면 보통 사람은 누가 되는 걸까? 모든 사람을 광석병에 걸리게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보통 사람들로부터 우리를 철저히 격리해야 하는 걸까?
이 세상에 보통 사람만 있고 감염자가 없다면…… 광석병에 감염된 사람은 보통 사람이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도 보통 사람이겠지.
엘더즈도, 에인션츠도 보통 사람이고, 농부와 도시민 모두 보통 사람일 거야.
탈룰라,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내 가족은 너희야.
그게 아니라……
우리 몸에서 광석병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 둘 다 돌아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해.
툰드라와 이곳에서의 삶을 통해 우리는 완전히 변했어. 감염자들은 이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어.
탈룰라, 넌 아직도 자신이 감염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
왜 그렇게 묻는 건데?
아츠 스태프 없이도 아츠를 시전할 수 있어서? 우리의 수명이 이렇게 짧으니까? 아니면 수많은 역경을 딛고 꿋꿋이 살아가니까?
탈룰라, 너라면 어떤 이유를 고를 거야?
고를 필요도 없어, 알리나.
난 내가 감염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 이 세상도 날 죽이진 못했으니까.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리가 공정함을 추구하는 데에는 그 어떤 이유도 필요하지 않아. 왜냐면 우린 본래 공평함을 추구해야 하니까.
이 세상이 그걸 주지 않겠다면, 우리가 되찾으면 돼.
넌 정말 용감하구나, 탈룰라.
날 비웃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럴 리가.
그러니까…… 우리에게 억지로 주어진 운명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 모두 용감하다고 생각해.
그럼 넌 분명히……
으음……
분명히 뭐?
재수도 지지리 없다고 생각하겠네.
그야 당연하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탈룰라.
……또 비꼬는 거야?
아니…… 그러니까 여기 앉아서 너랑 이야기 나누거나, 마을 밖을 지키는 전사들을 보고 있으면 꼭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렇게 말하지 마. 운명은 질투가 심해서 네가 그렇게 말하면 네가 말한 걸 전부 빼앗아 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나는 운명을 믿지 않아, 탈룰라.
네가 운명을 바꿀 수 있어서?
아니, 운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야.
탈룰라,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믿을 수 있는 거야.
손에 들린 외투와 촛불이 보이거나 손에 든 바늘과 실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야.
감염자 아이들의 웃는 얼굴도, 잘 구워진 채소 위에 퍼지는 김도 잘 보여.
눈송이가 보이고, 밤하늘에 두 개의 달빛이 경쾌하게 춤추는 것도 보여.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것도 보지 못하지.
탈룰라, 어느 날 우리가 널 떠나게 되도 넌 계속 싸울 수 있을까?
그게 무슨 말이야?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야. 그때가 되어도, 넌 네가 말하는 운명에 맞설 가치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할까?
그때 가서 "너무 엉망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패트리어트 씨에게 배운 게 있다면, 그건 단 하나밖에 없어. 그리고 그거라면, 진작에 충분히 배웠고.
절대 머리 숙이지 마라.
운명이 날 비웃으면, 기필코 불태워 버릴 거야.
바보 탈룰라, 하여간 애늙은이라니까!
뭐?!
그런 말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나 할 소리라고.
나이가 아주아주 많이 들었어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아주 많은 일을 겪어 왔다는 뜻이야. 대지가 육신에 남긴 상처 때문에 편안히 지내지도 못할 만큼……
……그런 건 과거의 사막에서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어. 나 같으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을 거야.
내가 늙어서도 그렇게 오기를 부린다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과거의 일들이 날 찌를 것 같아.
기억과 과거라는 사막 속에서 어떻게 계속 나아갈 수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아.
얼마나 강인한 정신력이 있어야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누굴 생각하면서 하는 말 같은데.
말했잖아, 그 사람과 관련된 일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하지만 난 패트리어트 씨에 대해선 몰라, 그분과는 한 마디도 나눠본 적 없는걸.
네가 그분이라고 하면…… 에잇, 그렇다고 치자.
패트리어트 씨라면……
감정 이입하는 속도가 장난 아닌데.
으흠~
그분처럼 나이 지긋한 전사와 달리, 젊은 세대는 쉽게 잊고, 쉽게 포기해. 자신에게 관대하지.
그래서 내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보이나? 그렇다고 해도 틀린 건 아니잖아?
우리가 마을을 떠날 때 내게 들려줬던 말에 비하면 너무 가볍잖아.
지난 몇 년 동안 넌 훌륭한 리더가 됐어. 하지만 네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너 역시 여기서 멈출 순 없잖아?
"정의를 실천하는 데 더 많은 폭력이 동원되어야 한다면 그게 어떻게 정의라고 할 수 있겠나?" 라고 하셨겠지.
그 한 마디가 날 몇 년이나 괴롭혔어.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그 일만 생각했지. 납득하지 못했지만 계속 생각하고 있어.
그래, 방금 우리가 이야기했던 운명이니 저항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잊어버리자. 알리나 선생님, 오늘은 뭘 가르쳐주실 건가요?
뭐야…… 너, 프로스트노바한테도 그렇게 능글맞게 굴었던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랬다가는 프로스트노바가 내 입을 얼려버릴걸.
탈룰라, 너라면 보이는 적을 쓰러뜨리려고만 싸우는 건 아니겠지?
감시팀, 광산의 감독관들, 우리를 쫓는 용병들, 우르수스의 의사들까지…… 그들을 쓰러뜨리면 우리는 승리하는 걸까?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서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 하는 걸까?
아무래도 우리 알리나 선생님께선 제가 보이지 않는 것들과 싸우길 바라시는 것 같군요. 자, 그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요?
네가 약속할 수 있는 것들은 온기, 식량, 이불처럼 언젠가는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과는 달라.
이번 승부의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우리가 질지도 몰라.
더는 맹세하고 싶지 않아, 너무 먼 미래의 일을 이야기하는 건 사기나 다름없으니까.
영원히 이기지 못해도, 계속 싸워야 할까?
내가 물었었잖아, 그때가 되어도 네가 말하는 운명에 맞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거냐고?
모든 게 지나고 나면 적이 누군지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너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있어.
……그때 비로소 진정한 전쟁이 시작되겠지.
……
정신과 적대감, 그리고 우르수스인과 우리들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걸 말하는구나.
……황제?
황제 역시 그 중 하나겠지.
사람들이 칼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이 전쟁은 계속될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사람들이 칼을 들고 그들을 꼬드기는 무언가에 저항하는 건 정의라고 생각해.
맞아. 사실 이 전쟁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패트리어트 씨 덕분에 라이타니엔과 빅토리아의 책을 많이 읽었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 말이지……
"우리의 싸움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래. 탈룰라, 너희는 손에 든 검을 놓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손에 든 바늘과 실을 놓지 않는 거구나.
이번 수업은 여기까지! 이제 더는 가르쳐줄 게 없어.
아이들은 이제 공부해야 해, 어떤 지식은 내일이면 알게 될지도 몰라.
탈룰라…… 카셰이는 네가 완벽하길 바랐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란 걸 해.
그래도, 넘어지면 일어나면 돼. 만약 네가 넘어지는 것조차 그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땐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지.
패트리어트 씨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야. 난 사실 그분과 네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둘 다 자기 생각을 확신하고 있어. 나라면 열심히 살아가는 존재에게 너는 옳고 그는 틀렸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아.
아니, 알리나. 나 자신도 믿지 않는 일을 난 할 수 없어.
그래, 그것 역시 카셰이가 사람을 부리는 수법이지.
내가 그를 지워내지 못할 거라는 뜻이야?
그것 역시 네 생각 중 일부니까. 생각을 없애는 건 불가능한 일일지 몰라……
그래도 나는 자신 있어.
자신이라니?
우리가 그때까지 네 곁에 있다면 우리가 널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 거야.
카셰이의 아츠가 뭐든 간에 그걸 해치울 방법이 우리에겐 있을 거야. 우린 할 수 있어.
문자와 언어로부터 시작되고, 다음 순간부터 시작되지. 하나의 표정에서, 그리고 지금 그 전쟁은 시작될 거야.
먹을 수 있는 버섯이 뭔지, 가축을 어떻게 돌보고, 또 감기에 걸렸을 땐 어떻게 해야 빨리 낫는지 알게 될 거야.
우리는 지지 않도록 노력할 거야.
훗.
네게도 패트리어트 씨를 설득할 기회가 주어질 거야.
그 말은 응원의 말로 알아들을게.
자, 다 기웠어. 프로스트노바에게 갖다 줘.
꽤 아끼는 외투인가 봐, 군대에서 만든 것 같아. 안팎으로 몇 겹씩 되어 있어서 엄청 커 보여.
아마도 군용 외투겠지. 어쩌면……
앗.
……
패트리어트 씨가 계속 싸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우리가 찾아낸 걸지도……
고마워, 알리나.
……잠깐만!
왜? 내일 수업 준비해야 해. 그림 수업이라 모두 기대하고 있거든.
다음에 붓을 몇 자루 더 가져다줄게.
그런데 말이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너 말이야…… 프로스트노바와 친해지고 싶지 않아?
우리에게 좋은 선생님이 여럿 있단 걸 전사들은 알고 있어, 네가 꽁꽁 숨어서 그렇지……
지금은 아니야, 탈룰라.
네가 말한 감염자 모두의 꿈이 실현될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거야.
게다가 우린 전장만 다를 뿐 모두 전사인걸. 우린 언젠간 서로를 알게 될 거야, 그렇지?
맞아, 알리나. 감염자 전사 알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