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목숨을 목숨으로
피스트는 공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박사 및 아스카론의 도움으로 캐서린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조지,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 여기 모였어.
토미는?
토미가 안 보여.
괜찮아, 원래도 자발적으로 가는 거였으니까.
조지 아저씨.
피스트, 캐서린이 남긴 걸 찾은 모양이구나.
맞아.
그럼 다행이네.
물건을 챙겼으면 이제 빨리 떠나. 아니면 못 나갈 수도 있어.
잠깐, 무슨 일이야?
살카즈들이 무엇 때문에 캐서린을 데려갔는지 알아?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으니까. 놈들은 캐서린과 캐서린 같은 사람들을 몰래 처형하려고 하는 거야.
안 그래도 뭔가 수상하다 싶어서 데이보고 공장 위에 올라가서 확인해보라고 했거든.
뭐…… 라고?
캐서린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아.
하지만 우리도 바보는 아니지. 조금은 예상했었어.
……그래서 지금 뭐 하려고?
별건 아니야.
……우린 살카즈에 오랫동안 참아왔어.
많은 사람은 이미 이런 미지근한 상태에 익숙해졌지.
심지어 조금만 참으면 살카즈가 우리를 놓아줄 거라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하지만 놈들은 몰래 캐서린을 죽이려고 해.
당신들이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캐서린이 죽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잖아.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뒷걱정이 없는 녀석들이야.
난……
됐어.
너는 자경단 사람이잖아.
너희가 한 일은 우리도 들었어. 많은 사람들이 너희들의 행동에 기뻐하고 있어.
너는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잖아.
캐서린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마.
……아니.
박사, 할머니가 정보를 남기긴 했지만……
이 군수 공장의 대표로서 할머니는 분명 살카즈가 뭘 만드는지, 그걸 어디로 운반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야.
전략적으로 할머니는 중요한 가치가 있어, 안 그래?
- 의심할 여지가 없다.
- 부정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로도스 아일랜드에 협력을 요청해도 될까?
- 아스카론, 거기 있어?
- 네가 나를 감시…… 지켜주고 있는 거 알아.
있다.
- 너라면 이 지역의 적군 배치를 이미 파악해뒀겠지.
- 이 지역의 적군 배치에 대해 알려줘.
놈들이 방어선을 안쪽으로 좁혔어. 그래서 외곽은 허점이 많아.
지금 외곽을 지키고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조직력이 없는 용병단이야.
- 우린 시간이 필요해.
- 용병의 시선을 돌려 정찰병을 처리해줘.
……
문제없어.
고마워, 박사, 그리고 아스카론 씨.
피스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피스트는 자신의 명찰을 가슴에 붙이고 공장 직원의 대열에 합류했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피스트.
여러분, 나는 자경단으로서 여기 서 있는 게 아니야.
나는 이 공장에서 자랐고, 이 공장의 대표 캐서린의 손자 신분으로 여기 서 있는 거야.
나는 여기 소속이야.
나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할머니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할머니를 구할 거고, 여러분도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여기 박사의 동료가 살카즈의 정보 전달을 막아줄 거야.
할머니와 다른 공장 대표들을 구해낼 수만 있다면, 오히려 하이버리 구에서 더 넉넉한 시간을 두고 철수할 수 있어.
그리고 나와 함께 자경단에 합류하는 거지.
그러면 모두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아니, 모두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직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눈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희망의 불씨를 보았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걸음을 옮겨, 피스트 뒤로 걸어왔다.
그들은 피스트를 믿기로 했다.
피스트, 나, 나도 갈래!
토미…… 너 결국 왔구나.
그런데 너는 안 와도 돼.
왜?
너는 아빠 건강 때문에 망설였던 거잖아, 아니야?
하지만……
괜찮아.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결과가 어떻게 되든, 30분 후에 살카즈한테 가서 우리가 소동을 피운다고 고발해.
하지만……
이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야. 여기 남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순 없지.
……응, 알았어.
자, 여러분, 출발하자.
가서 우리 대표를 구하는 거야.
오!
캐서린은 말없이 담배만을 피우고 있었다.
그녀는 살카즈가 낯익은 얼굴들을 임시 처형장으로 끌고 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 얼굴에 띤 표정은 분노, 포기, 혹은 혐오였다.
그리고 점차 평온함으로 바뀌었다.
곧 본인의 차례가 된다는 것을 캐서린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느껴본 적 없는 마음의 고요함을 느꼈다.
피스트의 말이 맞았다.
타협하고 순종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캐서린은 자신의 선택에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적어도 대가를 치르기 전에 손자를 한 번 더 만났고, 그에게 무언가를 남기기도 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네 차례다, 노친네.
끌고 가.
나 혼자 갈 수 있어.
맞다, 파프리카.
그림이 너한테 사람 죽이게 한 적 없었지.
……네.
그럼, 이번이 좋은 기회군.
이번에 배우면 되겠네.
……
살카즈는 이런 식으로 아이를 대하는가?
네가 한 말은 다 들었어. 네 말이 맞아. 쟤는 전쟁이 뭔지 모른다.
가능하다면 나도 전쟁이 뭔지 몰랐으면 했지. 모든 살카즈들이 다 그렇다.
하지만, 너희는 우리에게 선택지를 주지 않았어. 그 누구도. 그러니까 얘도 이제 알아야 할 때가 된 거다.
……
나는 네 눈빛이 좋아, 노친네.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는 전우들을 볼 때, 그들도 늘 이런 눈빛이었거든.
나는 많은 사람을 죽였어.
하지만, 이렇게 저항할 힘이 없는 놈들을 죽일 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하기 싫으면 돌아가도 좋아.
그런데 이 녀석들이 만든 무기가 네 동포를 죽인 적 없다고 단정 지을 순 없잖아?
우리는 전쟁을 하고 있어. 도덕은 평화의 시대에서나 논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그런 주제를 공정하게 논의해 볼 기회조차 없었지.
물론 그런 건 네가 말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단지……
어? 드론?
지금이다!
드론으로 주변 정찰을 완료했어. 여기가 틀림없어!
간다!
저기……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될까요?
안 돼.
그림이 네게 가르쳤을 텐데, 대장의 명령은 용병에게 절대적이라고.
네가 이 노친네를 죽이든지 아니면 무기를 놓던지, 알아서 해. 하지만 무기를 놓으면 내가 너를 처리한다.
전……
시작해.
……
하지만……
시작하라고!
저…… 저는 못 하겠어요!
……내가 진즉에 말했지, 그림이 너를 너무 두둔했어.
우리는 빅토리아 사람들에게 고향을 돌려달라고 설득하러 온 게 아니다. 할 수 없다면 너를 따끔하게……
어…… 웬 드론이야?
대장, 공장 놈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뭐?
피스트, 우리 쪽은 박사가 지휘를 맡고 있으니, 이 용병들은 우리가 견제할게. 너는 캐서린을 구해!
알았어!
……너희들 미쳤어?
우리는 미친 게 아니야.
저 베테랑들의 경험이 얼마나 귀중한지 너희가 알아?
없어서 난리라고.
피스트! 너희들……
흥……
모른 척했으면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을.
공교롭네. 할머니도 내가 어릴 때부터 너무 나댄다고 나무랐었는데.
네놈이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 하지만 그쪽에 있는 그 사람은 널 이길 수 있어.
뭐……
으윽……!
……빌어먹을 놈이, 윽, 딱딱하기도 하네……
고마워, 조지. 이제 화가 좀 풀리네.
감사는 피스트한테나 먼저 해.
그리고…… 이쪽 살카즈는, 공격하지 않나?
……
……꼬마 아가씨.
너희 대장 말이 틀린 게 아니야. 우린 지금 옳고 그름을 논할 때가 아니야. 그걸 논할 수도 없고.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조차 모른다면……
……아니요.
다, 당신들은 가면 안 돼요……
……
……별수 없겠네.
돌격한다!
무슨 일이야 이게?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연락이 안 되는 거면, 보고하는 수밖에……
윽……
살카즈 전사는 갑자기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제어하지 못하고 걷잡을 수 없이 몸이 앞으로 기울면서, 점차 희미해지는 시야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또 다른 살카즈였다.
왜…… 살카즈가…… 왜……
마지막 하나.
혼잣말이었지만, 아스카론은 확신에 찬 듯 무기를 거뒀다.
그녀가 서 있는 위치에서 분노한 공장 직원들이 살카즈 용병들을 무너뜨리는 광경이 뚜렷하게 보였다.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분노 앞에서 빈약한 폭력은 썩은 나무가 쓰러지듯 맥없이 꺾이고 말았다.
강자와 약자가 바뀌면서 과거의 옛일이 떠올랐다.
아스카론은 곧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곳은 런디니움의 중심지였다.
……용병들을 모두 묶었어.
우리 쪽 부상자는 얼마나 되지?
……많지 않아. 이 아가씨를 따르던 용병들이 움직이지 않자 모두 당황했거든.
싸울 마음조차 없는 거 같은데.
우리……!
우…… 우리는 그저……
……적어도 너흰 반항해보려 했지만, 교활한 런디니움 사람들에게 습격당했을 뿐이다.
- 아스카론이 외곽 쪽을 해결했어.
-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아.
……원래는 우리 늙은이 몇 명만 죽으면 되는 거였는데.
이젠 너희 모두가 살카즈 칼의 먹잇감이 되겠네.
이게 네 아이디어냐, 똑똑한 피스트? 우리가 수년 동안 참아온 게 이대로 끝난 거야?
아니.
만약 오늘 할머니가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면, 내일은 또 다른 희생자가 나타날 거야.
……아무도 동료의 죽음에 관심이 없을 때까지.
……
그리고…… 할머니 혼자서 모든 사람을 대신해 결정할 수는 없어.
맞아. 너도 모두를 대신해 결정할 수는 없어, 피스트.
하지만 이번에는 다들 자발적으로 할머니를 구하러 온 거야.
살카즈가 이 도시를 점령해온 몇 년 동안…… 우리의 삶은 정말 괴로웠지. 하지만 우리에게도 잃지 말아야 할 선이 있어. 오늘 우리가 여기 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우리는 살카즈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죽었겠지.
조지…… 왜 너도 애들의 장난에 어울리고 그래.
……모두가 다 여기에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다면 내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겠지.
……
……현실은 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혹하다, 피스트. 인간의 도덕을 그리 단순하게 생각하지 마.
하지만 일은 이미 발생했으니…… 하아.
잠시 침묵하던 캐서린은 파프리카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