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지막과의 내기
PRTS를 점검하던 클로저는 과거 테레시아와 박사와의 첫만남을 떠올린다. 클로저가 떠난 뒤, 박사는 PRTS에게 지금껏 마음에 두고 있던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다음은, 언어 로직의 무결성 검증이야.
PRTS, 이야기 하나 해줘.
알겠습니다.
아, 당신이었군요.
최근에 당신은…… 계속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방문 이후, 이미 1555555555555……
응?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555일이 지났습니다.
프리미티브 로도스 아일랜드 터미널 서비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권한 확인…… 42.
…… 반갑습니다, LeaderOne.
분명 어디서 들어봤는데. 아니, 있잖아, 내가 듣고 싶은 건 이야기지, 이런 게 아니야……
제 전문 분야가 아니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그래. 서로를 더 이해하면서 멋진 내일로 함께 달려가자, 이거지? 다 알아.
아무튼 언어 로직은 문제없는 것 같네.
그럼 다른 부분도 봐볼까.
PRTS 내부에 이상 보고가 발견되지 않은 부분을 반복 검사하는 게 정말 필요한 것입니까?
당연히 필요하지!
너 데이터 아카이빙 안 한 지 너무 오래됐어. 사람으로 치면 정기 검진을 받는 것처럼, 이것도 다 네 건강을 위해서라구.
프로그램에 생명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왠지 넌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건,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물론.
그럼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인간이 볼 때, 저의 데이터베이스 시각적 퍼포먼스는 어떠한 상태입니까?
그건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내가 이곳 시스템을 인계받았을 땐, 모든 게 엉망이어서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재앙이나 다름없었어.
그때 네가 가진 대부분 정보는 암호화되어 있었고, 순서도 제각각에…… 음, 뭐 지금도 비슷하지만.
......
만약 널 인체에 가정한다면, 지금 너는 인간의 몸에 엔진을 탑재한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
단, 점화 시스템의 구조와 피스톤의 위치가 완전히 정반대에 있달까.
게다가…… 난 네가 사람들의 정상적인 인지 내에 포함되는 시스템인지도 모르겠는걸.
......
에이, 그렇게 침울해하지 마. 나쁘다는 게 아니야. 그냥 네가 특별하다는 뜻이라구!
뭐 난 아직도 데이터베이스의 세부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로딩 패턴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나와 켈시가 너의 일부분을 수정하고 정리했으니까.
어때, 나만큼 너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걸!
……아쉽지만 그 분야에선 저도 LeaderOne님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하핫, 갑자기 왜 이렇게 격식을 차리고 그래. 만약 환자가 난치병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으면 의사 대부분이 지금쯤 실직했을 거야.
어라, 여기 이 내용은 뭐지?
어디 보자……
잊으셨나요? 이건……
……석관 구출 작전의 시뮬레이션 검증이잖아!
경로가 엄청 복잡하네…… 진행 경로 시뮬레이션 데이터도 이렇게나 많고. 이건 현장에 가지 않아도 경로 정도는 다 알 수 있겠어.
“——”
“……프로세스 04291601 검증 실패……”
“……프로세스 07201159 검증 로스 기준 초과, 실패……”
“……프로세스 08210957 검증 성공……”
“……프로세스 09081800 검증 실패, 중단……”
내 기억으로는 테스트를 꽤 많이 했는데……
그런데……
“……프로세스 11290957 검증 성공……”
“……프로세스 12010955…………”
“......”
“……프로세스 항목 합계 167, 실행 노드 수 3711.”
이건 횟수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그렇지만, 박사님을 성공적으로 구출해 체르노보그에서 안전하게 철수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당시 제한된 시간 안에서 수행할 수 있었던 최대 연산 횟수입니다. 작전 전에 여유가 있었다면, 더 많은 테스트를 통해 더 합리적인 구출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본격적인 박사 구출 작전은 이 두 결과를 토대로 확정한 걸로 기억해. 그게 없었다면 박사를 구출하는 건 꿈도 꾸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실제론……
실제론 우리의 희생이 연산 결과의 3배 이상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시뮬레이션 테스트 중에 나타났다면, 절차에 따라 작전은 부결되었을 겁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말해봤자 소용없어. 이제 와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음? 타임머신? 오호, 이건 꽤나 재밌는 아이디어네. 메모해야지.
아니, 이건 딴 얘기야. 어쨌든, 만약에 우리가 그때 작전을 부결시켰다면, 그랬다면……
하…… 이런 말, 진짜 하기도 싫다. 너라면 과장되고, 감정을 부추긴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 그때 구출 작전을 부결시켰다면……
우리는 미래를 잃었을지도 몰라.
LeaderOne.
응, 왜 그래?
미래를 한 사람에게 거는 게 정말 합리적인 것일까요?
여러분의 동기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성공 확률로 보자면, 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안전을 고려하든 다른 사람의 안전을 고려하던 마찬가지입니다.
음…… PRTS, 너도 알 거라 생각해.
박사의 존재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이해합니다.
바벨……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에 박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
네가 봤을 때 우리가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아미야와 켈시가 우르수스를 우회했다거나, 우리가 리유니온과 만나지 않았다거나 했다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았을까?
또 어쩌면 우리가 궁지에 몰려, 사상자도 지금보다 훨씬 많아 어쩔 수 없이 로도스 아일랜드의 해체를 선언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몰라…… 집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있었다면 말이야.
그 발언은 썰렁한 농담이 아닌지 의심됩니다.
의심하지 마. 농담한 거 맞으니까.
만약 내가 정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켈시가 제일 먼저 나를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쫓아냈을 거야!
……근데 솔직히, 박사가 없었던 몇 년 동안 우리가 지금보다 힘든 나날을 보낸 건 맞잖아, 아니야?
켈시 혼자였던 그때 내가 얼마나 불쌍했는지 너도 알잖아. 매일 붙잡혀서 일만 하고, 우리 둘 다 24시간 가동하는 기계처럼 휴식 따윈 없었다고!
솔직히 말해서 그땐 진짜 머리가 빠지다 못해 대머리가 되는 줄 알았다니까!
실시간 기록 모드 실행. 방금 한 발언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합니다.
엣? 아, 아니야! 기록 안 해도 돼! 켈시가 절대 들어선 안 된다고……!
하…… 그게 나빴다는 건 아니야. 우리 모두 테레시아의 이상을 따랐을 뿐이니까. 그게 모두를 여기에 모이게 했고, 이 점은 기존 바벨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다만……
테레시아가 떠난 후, 다들 적응하느라 엄청난 시간을 들였어. 지금까지도 아직까지 어리둥절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거든.
......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드문 일입니다.
하하, 나는 그냥 쭉 방관자일 줄 알았어?
아닌가요?
음, 네 관찰과 연산은 사람보다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니까 맞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옛날이야기 하나 해줄게.
내가 아직 카즈델에 있을 때, 그 사람들이 나를 찾으러 온 이야기, 알아?
내가 너한테 우리 가족 이야기를 했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뱀파이어 일족, 듣기만 해도 뭔가 몰락하고 부패한 느낌이 들지 않아?
살카즈에서 갈라져 나온 일족. 아주 오래된 일족입니다.
너무 오래됐지. 융통성도 없고.
아주 긴 시간 동안, 난 내가 뱀파이어의 아츠를 다루는 재능이 있는지 몰랐어. 물론 있다고 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런 걸 연구할 생각조차 안 했지.
그냥 좀…… 아니. 좀이 아니라, 상당히 탈선에 가까웠거든.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몇 년 동안 다락방에 틀어박혀 있었어.
몇 번이나 가족에게 쫓겨날 뻔했는데, 왠지 모르게 결국은 내쫓지 않더라고.
지금 그 말투에는 가족의 정에 대한 약간의 그리움이 묻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때 나는 나밖에 보지 못했던 망나니였거든. 그런데 지금은 아주 조금은 본가가 그리워……
그때 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대담하고 황당한 짓을 많이 했었어.
여러 정보 데이터의 한쪽 구석에 나만의 표기를 남기거나, 모두가 난공불락이라고 믿는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장난을 치면서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었지……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지만, 당시엔 '카즈델 정보 세계의 파괴자'로 유명했어…… 물론, 내 정체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듣고 보니 별로 긍정적인 호칭은 아닌 것 같군요.
카즈델의 율법을 호출해서 당신에게 적용 가능한 조항을 찾아볼까요?
고맙지만, 괜찮아.
어쨌든, 그런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거란 징조 하나 없이, 가장 특별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어.
누군가 우리 집 다락방 문을 열었어. 그때 문을 꼭 잠갔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문을 연 걸까 정말……
그 사람은 테레시아였어…… 여러 뉴스나 보도에서 본 적이 있었거든. 살카즈라면 못 알아볼 리가 없었지.
외모가 비슷한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테레시아와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이었다면……
그럴 리가 없어. 진짜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우린 못 알아볼 리 없어.
그 거물급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내 방에 들어와 말했어. 전통이라는 사슬을 끊을 사람들을 찾고 있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총괄 엔지니어가 없다고.
처음엔 자세히 설명도 안 해주고, 그 흔한 설득의 말조차 없었어.
그 여자가 테레시아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냥 미친 사람이거나 사기꾼이라 생각하고 그냥 쫓아냈을 거야.
그래서 그녀의 권유를 거절했나요?
아니, 받아들였지.
알겠다고 했지. 나를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하는…… 호기심 때문에 말이야.
그러고 나서 나는 미리 약속된 합류 지점으로 향했고, 거기서 날 데리러 온 {@nickname} 박사와 처음 만났어.
당신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의 상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 제 앞에 있던 건 당신뿐만이 아니라, 그 옆에 {@nickname} 박사님도 계셨다는 겁니다.
우리가 처음 봤을 때, {@nickname} 박사는 왠지 보호자 같았어.
......
너는 가끔 갑자기 말이 없어지던데, 왜 그런지 너무 궁금하단 말이지.
……대부분의 경우, 왜 침묵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뭐 괜찮아. 네 시스템도 프로그램도 모두 수수께끼잖아. 그래도 안심해. 내가 어떻게든 널 이해해 보도록 할게.
계속할게. 내가 로도스 아일랜드의 엔지니어 업무를 인계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박사랑 테레시아가 찾아와 생전 처음 보는 무기를 보여줬어.
그러면서, 그 안에 있는 펌웨어를 로딩하여 기능을 복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고.
솔직히 어려웠어. 하지만~!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냈지 뭐야?
나중에 알았는데, 박사는 내가 제공한 데이터를 보고 역으로 장치의 시동 메커니즘을 이해한데다, 그걸 응용해서 당시의 어려운 전세를 역전시켰어.
에이스 걔들도 그때는 전투에서 못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이겨버린 거야.
모험적인 방법이었군요.
승인받지 않은 설비의 경솔한 사용은 정보의 비매칭 또는 설비에 내장된 탐지 기능에 의해 탐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도 어느 정도 연구하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박사는 걱정하지 말라 그러더라고.
박사는…… 모든 걸 예견이라도 하는 것 같았어. 믿어져? 내가 장치를 해독할 확률까지 박사는 계산한 거야.
{@nickname} 박사가 뭘 어떻게 했는지 누가 알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여기서 또 한 번 박사를 만났을 때, 왠지 좀 다른 느낌이 들었어.
......
외모가 극히 비슷한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만! 지금 그런 가능성을 얘기하는 게 아니잖아!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난 알 수 있었어,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온 박사가 그 박사라는 것을…… 하지만 그의 내면은 이전과 확실히 달라져 있었어.
뭐랄까……
지난 작전 때 굉장히 정밀한 계산으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고,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싸움을 이기게 했던 것처럼.
하마터면 박사에게 '슈퍼 데빌 프로세서'라는 별명을 붙일 뻔했다니까.
하지만 그다음 전투에서, 박사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작전을 짜는 거야.
갑자기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상대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맞혔지만, 방정식 같은 건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어.
그의 작전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단 건가요? 기록상으로도 확실히 그렇습니다.
실제 로그에 따르면, 최근 박사님의 작전 배치 기록은 확실히 그 스타일이 통일되지 않은 게 맞습니다.
{@nickname} 박사가 어떤 기록을 남기든 안 남기든, 그것마저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뭔가가 그의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요?
그건 너무 어려운 문제인걸.
내 생각엔…… 박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오직 '박사'밖에 없다고 생각해.
박사는 가끔 굉장히 과묵해질 때가 있어. 혹시 눈치챘어? 그런데 가끔은 또 너무 수다스럽단 말이지.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박사가 과묵할 땐 어쩌면 중요한 순간을 대비해 포석을 준비하는 건 아닌지 말이야.
왜냐면 그때마다 우리 예측을 벗어난 결단을 내려주고, 로도스 아일랜드를 다른 길로 인도해 주거든.
계획에서 벗어나는 건 항상 리스크를 수반하게 됩니다.
저희가 너무 위험한 길을 가는 게 아니면 좋겠습니다.
PRTS, 아까 내가 말했던 테레시아가 날 처음 만났을 때 내게 했던 말 기억나?
전통이라는 사슬을 끊을 사람들을 찾고 있다고. 그게 테레시아가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인 것 같아. 그래서 여기 있는 대다수의 사람이 그런 공통점이 있나 봐.
나도 그렇고, 박사는 더더욱 그래. 그래서 다들 박사를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서슴없이 나아가는 거겠지.
……서슴없이.
저는 이 말이 아주 좋습니다. 이 말은 이미 제 데이터베이스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 처음에 수록된 말 중 하나죠.
네 이름 모를 최초 창조자도 그 말을 좋아했나 봐.
어쩌면요.
정확한 대답은 드릴 수 없습니다. 저도 답을 모르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된 거야. 지금의 박사는 모두에게 상냥해. 뭐, 옛날에도 모두에게 상냥했지만.
다만 그 훌륭한 사람이 또 어떤 일을 해낼지, 어디서 또 무슨 중요한 역할을 해낼지 예측할 수 없을 뿐이라 그렇지. 적들은 알 수가 없겠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박사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난 굉장히 의심돼.
{@nickname} 박사님을 의심하나요?
그럴 리가. 켈시에 비하면 오히려 내가 {@nickname} 박사와 더 친하게 지낸다고!
결과적으로, 박사는 이미 예전과는 달라졌어. 그런데도 우리가 여전히 예전의 시각으로 박사를 본다면, 그건 오히려 박사를 얕잡아 보는 거야.
당신이 진지하게 한 사람을 평가하는 건 드문 일인데요.
음…… 아마도 내가 마음속 깊이 박사를 존경하기 때문 아닐까.
테레시아가 떠나고 나서, 우린 괴로운 나날을 보냈고, 2년간 너무나 많은 사람을 잃었어…… 이건 네가 가장 잘 알잖아.
그 무렵 우리는 궁지에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 어떤 방향을 선택해도,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는 와이어 위를 걷고 있는 거나 매한가지였으니까.
그리고 최종적으로 아미야가 이랬지. 우리는 반드시 곤경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결론은…… 박사님을 맞이하는 거네요.
맞아. 아미야는 박사라면 많은 걸 바꿔주리라 믿었고, 로도스 아일랜드도 변화가 필요하던 때였어.
그건 도박임이 분명했어.
뭐라도 해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오랜 친구들이 끝이 보이지도 않는 항행을 위해 피를 흘리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아미야는 그런 시점에 도박을 제안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예전부터 같은 생각은 했지만, 주저했던 많은 사람들도 그로 인해 각오를 다지게 되었어.
아미야의 생각이 옳다는 건 시간이 증명해줬어.
우리는 박사가 꼭 필요했어. 박사만 있으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반드시 변할 수 있었으니까.
확률적으로 분석하면 저는 도박이라는 행위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음……
PRTS, 나는 너라는 존재를 계속 신기하다고 생각했었어.
왜냐면 넌 이미 인간과 똑같이 사고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주 조금, 인간에게 있는 무언가가 부족한 것 같아.
……그게 무엇입니까?
집착.
집착은 사람들이 위대한 일을 이루도록 움직일 수도, 또한 악마로 만들 수도 있어.
……어라? 잠깐, 가만있어 봐. 내가 처음에 옛날이야기를 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젠장, 원래 '카즈델 정보 세계의 파괴자'의 멋진 모험담을 이야기해주려고 했는데, 나도 몰래 이야기가 다른 데로 흘러가 버렸네……
저는 오늘의 대화가 굉장히 유익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카즈델 정보 세계의 파괴자'의 멋진 모험담은 아니었지만요.
너 설마 네가 이야기를 잘 못 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 틈에 나를 조롱하려는 거 아냐?
안돼! 오늘 대화는 기록 금지야! 다음에 켈시가 자료를 조사할 때 내가 너와 이렇게 오래 잡담한 걸 들키고 싶지 않다고……
……잠깐만, 설마 너 일부러 켈시에게 들려주거나 그러진 않겠지?
그러지 않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LeaderOne.
응?
혹시 자정에 '클로저의 자정의 비디오 마켓'이 자동 재생되는 선실을 아직 기억하시나요?
응?
오늘 박사님에 대한 당신의 진지한 평가는 비생명체인 저조차도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박사님의 사무실에 적어도 한 달간은 반복적으로 방송을 해야……
하지 마! 하지 마! 절대 하지 마!
절대 안 돼! 켈시한테 잡히기도 전에 창피해서 피를 토할 거야. 뱀파이어의 치욕이 될 거라고!
알겠습니다. 아쉽긴 하지만요.
아쉽긴! 너 진짜 성격이 나빠진 거 아니야? 이번에는 반드시 네 방송 권한을 제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넣어야겠어.
권한 제한…… 좋아, 이거면 됐어!
좋아, 검사도 이 정도면 끝났으니, 오늘은 이만 가볼게~
……으악! {@nickname} 박사!
왜 여기에…… 아니,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 방금 왔어.
- ……
- 아마 지금 막 왔을걸.
뭔가 수상한데.
......
지난번 작전기록을 보러 온 거야? 뭐해, 입구에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와, 어서. 마침 PRTS 검사를 끝낸 참이야.
박사와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함 내 설비를 점검해야 해서, 시간이 없네.
그럼 먼저 간다.
안녕하세요, {@nickname} 박사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작전기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 ......
- PRTS.
네.
- ......
LeaderOne 님의 평가가 정확했습니다. 박사님은 확실히 더 과묵해졌습니다.
현재 로도스 아일랜드의 상세 운영 정보를 알고 싶다거나, 과거 자료에 대해 의문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진짜 아무거나 물어봐도 되나?
제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고, {@nickname} 박사님의 권한에 부합되는 항목이라면……
뭐든지 가능합니다.
- 그렇다면……
- 프리스티스가 누구지?
- 어째서 켈시조차도 내게 프리스티스라는 인물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 거지?
......
..................
..............................................................................
삐~~
권한이 부족합니다.
경고. 권한이 부족합니다.
현재까지 등록된 멤버 중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멤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고.
- ......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도 {@nickname} 박사님의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을 통해 답을 얻도록 하십시오……
......
다른 용건이 있으신가요?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 다른 건 없어.
- ……
- 아무래도 '모르는 게 없는' 켈시를 다시 찾아가야 할 것 같아.
......
............
삐~~
셀프 체크 프로그램 실행.
촬영 모듈 작동 중, 녹화 프로그램이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저장 프로세스 89%…… 91%…… 97%……
내부 시퀀스 검색 시작, 특별 권한이 검색되었습니다.
......
......
인증 완료. 시스템 로직 에러 없음. 모두 정상입니다.
특수 항목, 저장된 영상이 검색되었습니다. 날짜…… 불명……
해당 파일은 권한에 의한 암호화가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영상을 반복 재생합니다.
프로젝트명:
〈PRTS 첫 기능 테스트〉
파일명:
〈함 내 영상기록 000000001α〉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렸습니다. {@nickname} 박사님.
프로그램은 3초 후에 자동으로 종료되며, 권한을 잠금 처리하게 됩니다.
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