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프렐류딩 라이츠

편지

미니 스토리브릿지2021-12-09

프라마닉스의 상황과 남매 관계를 걱정하던 클리프하트는 쿠리어를 설득해 성산에 편지를 전달한다. 그 후 쉐라그에서 돌아온 쿠리어가 뜻밖의 초대장을 가져오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클리프하트, 쿠리어, 마터호른


06:50 A.M. 날씨 / 맑음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오퍼레이터 숙소


클리프하트

어라, 문이 열려 있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클리프하트

쿠리어 오빠, 야카 아저씨, 좋은 아침!

클리프하트

어라, 아무도 없네?

클리프하트

야카 아저씨 습관이라면, 벌써 일어나 있을 시간인데…… 방에 없다면 혹시 나갔나?

클리프하트

안 되겠어, 찾으러 가야지!


쿠리어

음? 엔시아 아가씨, 이른 아침부터 웬일로…… 잠깐만요, 복도에서 뛰지 마세요, 위험해요!

클리프하트

앗! 쿠리어 오빠 발견!

클리프하트

괜찮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 우아아악!

쿠리어

앗, 조심하세요!

클리프하트

휴…… 위험했다. 근데 왜 이런 곳에 짐이 놓여 있는 거야?

클리프하트

고마워, 쿠리어 오빠.

쿠리어

어휴, 그러니까 위험하다고 했잖아요. 그러다 진짜 넘어지면 어쩌려고요?

클리프하트

헤헤, 쿠리어 오빠라면 날 잡아줄 거라고 믿었지.

쿠리어

하아. 엔시아 아가씨도 이젠 오퍼레이터인데, 아직도 이렇게 덜렁대다니요……

마터호른

왜 그래, 쿠리어, 무슨 일 있나?

쿠리어

야카 형님.

클리프하트

안녕, 야카 아저씨!

마터호른

엔시아 아가씨였군요, 좋은 아침입니다.

마터호른

로도스 아일랜드 생활은 이제 익숙해졌습니까? 엔시아 아가씨가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셨다니…… 임무 준비라도 하시는 건가요?

쿠리어

그냥 여기 침대에 익숙하지 않은 게 아닐까요? 엔시아 아가씨는 수면 환경을 굉장히 따지시잖아요.

쿠리어

본가에 있는 엔시아 아가씨 침대, 어릴 때 야카 형님이 골라 줬던 거죠? 그 뒤로 아가씨도 바꾸려 하지 않고…… 거기다 좋아하는 담요가 없으면 잠을 안 잤잖아요.

마터호른

음, 그것도 그렇군……

클리프하트

자, 잠깐. 이상한 소리 하지마, 쿠리어 오빠. 나 그 정도로 응석받이는 아니야!

클리프하트

모험가를 무시하지 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나도 할 수 있어! 산에서 잠을 못 자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훌륭한 산악인이 될 수 없는걸!

클리프하트

아무리 춥고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도 난 잘 수 있다고!

마터호른

엔시아 아가씨…… 많이 성장하셨군요.

클리프하트

(작은 목소리로) 게다가 담요도 이미 가져와서, 잠들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야.

쿠리어

아, 역시 챙겨오셨군요.

클리프하트

그게 뭐 어때서!

클리프하트

됐어, 이 얘기는 이제 그만해!

클리프하트

쿠리어 오빠랑 야카 아저씨야말로 이렇게 아침 일찍 짐까지 들고 외출하다니, 임무라도 있는 거야?

클리프하트

음, 짐의 양을 보니 단기간은 아닌데…… 혹시 본가에도 들를 거야?

마터호른

네, 실버애쉬 님이 바쁘신 관계로, 쿠리어랑 함께 돌아가 도와드려야 합니다. 곧 출발할 겁니다.

쿠리어

그리고 가져가야 할 물건도 있구요.

쿠리어

혹시 엔시아 아가씨도 실버애쉬 님께 전달할 물건이 있나요? 있다면 저희가 가져가도록 할게요.

클리프하트

음, 엔시오데스 오빠에게 전해주고 싶은 게 있긴 한데…… 이번에는 그뿐이 아니야!

쿠리어

그뿐이 아니라 하시면……?

클리프하트

저, 그게.

클리프하트

앗, 쿠리어 오빠, 잠깐 이리로……!

클리프하트

이따 식당에서 봐, 야카 아저씨, 잠깐 쿠리어 오빠 좀 빌릴게! 그리고 엔시오데스 오빠랑 노시스 오빠한테 안부 전해줘!

쿠리어

자, 잠시만요, 엔시아 아가씨. 살살, 그러다 옷 다 내려가요……!

마터호른

엔시아 아가씨……


클리프하트

휴…… 좋아, 이쯤이면 괜찮을 것 같아.

쿠리어

일부러 야카 형님을 따돌렸다는 건, 저한테만 할 말이 있다는 거죠……?

클리프하트

뭐 그런 셈이지……

클리프하트

그럼 말한다? 근데 쿠리어 오빠, 비밀 지켜줄 수 있어?

쿠리어

글쎄요, 일단 얘기부터 들어봐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만약 위험한 내용이라면 실버애쉬 님에게는 몰래 말할 수도 있어요.

클리프하트

뭐야…… 그건 아니지! 왜 쿠리어 오빠도 야카 아저씨도 다 엔시오데스 오빠 편만 드는 건데!

쿠리어

아하하하, 실버애쉬 님도 다 엔시아 아가씨를 위해 그러시는 겁니다.

클리프하트

쳇…… 됐어, 이제 진짜 말할게. 대신 위험한 거 아니니까, 절대 오빠한텐 말하지 마!

클리프하트

있잖아, 쿠리어 오빠, 혹시 이번에 성산에 갈 계획 있어?

쿠리어

아직 들은 건 없어요. 갈지 안 갈지는 모두 실버애쉬 님이 정하시는 거라, 노시스 씨나 데겐블레허 씨라면 뭔가 새로운 계획이 있을지도요.

쿠리어

갑자기 그건 왜…… 또 엔야 아가씨와 관련된 건가요?

클리프하트

응. 쿠리어 오빠는 속일 수가 없다니까.

클리프하트

실은 엔야 언니에게 편지를 썼어……

클리프하트

집에 있을 때는 오빠가 너무 엄격해서, 몰래는 커녕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기 직전조차도 언니를 만날 수 없었거든.

클리프하트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뒤로는 더욱 만날 기회가 없었고. 나, 너무 오랫동안 언니를 못 봤다고!

쿠리어

엔시아 아가씨……

클리프하트

그러니까…… 쿠리어 오빠, 이 편지 좀 성산에 전해주면 안 돼?

클리프하트

그냥 언니 안부만 물어보는 게 다야 진짜. 성녀 일 힘들지는 않은지도 궁금하고, 그리고 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전하고 싶어…… 단지 그뿐이야. 절대 편지에 이상한 말은 안 쓸게!

클리프하트

엔시오데스 오빠는 이런 거 신경 안 쓸 거야. 나랑 제대로 대화한 지도 엄청 오래됐는걸.

클리프하트

그러니까 제발! 쿠리어 오빠, 지금은 오빠밖에 없어! 야카 아저씨한테 말해봤자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만 할 게 뻔하단 말이야!

쿠리어

……죄송합니다, 엔시아 아가씨.

클리프하트

역시…… 안 되는 거야?

쿠리어

저도 도와드리고 싶어요, 다만…… 요즘 쉐라그의 상황이 너무 복잡하게 변하고 있어서, 만주원 쪽에서도 성녀와의 접촉을 엄격히 금하고 있어요.

쿠리어

그래서 편지를 보내더라도 엔야 아가씨가 받긴 어려울 거예요.

클리프하트

나, 나는 처음 듣는 얘긴데? 엔시오데스 오빠는 나한테 이런 얘기해 준 적 없어……

쿠리어

모르는 게 때론 약일 수도 있으니까요. 실버애쉬 님도 엔시아 아가씨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얘기를 안 하셨을 거예요. 아가씨를 로도스 아일랜드로 보낸 것도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였으니까요.

클리프하트

……오빠는 항상 그래.

클리프하트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서 나한테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그러다 결국 언니는 집 나와서 성산에 갔고……

쿠리어

엔야 아가씨도 그때는 어쩔 수 없으셨어요……

클리프하트

휴…… 알았어! 포기할게!

클리프하트

표정이 왜 그래? 사정이 딱하다는데…… 편지 얘기는 없던 일로 해야지!

클리프하트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안 그래?

쿠리어

아가씨……

클리프하트

아무튼 이 일은 엔시오데스 오빠한텐 절대 비밀이다? 오빠가 안다면 또 잔소리할 거야. 너무 들어서 이젠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라고!

쿠리어

그 말을 실버애쉬 님이 들으셨다면 분명 속상해하실 겁니다.

클리프하트

오빠는 그런 걸로 속상해하지 않아! 왜냐면 너무 바빠서 그럴 틈조차 없을 테니까, 흥.

클리프하트

됐어, 이젠 방해하지 않을게. 나도 이만 클로저한테 다녀올 거야, 전에 주문한 물건이 도착했는지 알아보러…… 음, 이 시간에 가면 날 쫓아내려나?

쿠리어

클로저 씨의 생활 습관으로 봐서는 이제 막 잠이 들었을 테니, 노크해도 반응이 없을 겁니다.

클리프하트

그렇겠지? 그럼 좀 있다 가야겠다.

클리프하트

아 맞다, 돌아오는 길에 치스티밀크 커드랑 육포 좀 많이 갖고 와줘. 밖에는 파는 데가 없어서 못 먹은 지 한참 됐다구!

쿠리어

아하하, 안심하세요. 야카 형님이 정리한 리스트에 아가씨가 좋아하는 건 빠짐없이 들어 있어요.

클리프하트

앗싸, 그럼 조심히 다녀와! 야카 아저씨가 기다리겠다, 얼른 가!

쿠리어

감사합니다. 금방 돌아올게요.

클리프하트

(손을 흔든다)

클리프하트

휴…… 역시 무리였나. 뭐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실망은 어쩔 수 없네.

클리프하트

흥, 엔시오데스 오빠 바보! 쿠리어 오빠랑 야카 아저씨를 시켜서 날 감시해봤자 소용없어. 난 포기하지 않는다고.

클리프하트

설산에 필요한 등산 장비, 클로저가 사두었을까…… 아아, 정말이지 근질근질해. 클로저는 대체 언제 일어나는 거야!

클리프하트

엔야 언니…… 기다려 줘!


메딕 오퍼레이터

마지막 부상자의 처치가 끝났습니다. 다행히 모두 큰 부상은 아니었어요.

메딕 오퍼레이터

이번 임무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후 일정은 숲을 빠져나가서, 라이타니엔과 빅토리아 국경으로부터 복귀하시면……

클리프하트

아, 미안한데, 난 같이 안 가.

메딕 오퍼레이터

네? 클리프하트 씨, 뭔가 다른 일정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클리프하트

응. 좀 볼일이 있어서.

클리프하트

걱정 마.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잠깐 어디 들렀다 갈게! 너무 안 늦을 테니까!

메딕 오퍼레이터

하지만……

클리프하트

걱정 붙들어 매셔. 이제부턴 개인 명의로 행동할 거니까, 로도스 아일랜드에 폐 끼치는 일은 없을 거야…… 자세한 건 나중에 내가 켈시 선생님에게 직접 설명할게!

메딕 오퍼레이터

제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만……

메딕 오퍼레이터

휴우…… 알겠습니다. 클리프하트 씨, 부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클리프하트

알았어, 다녀올게!


가드 오퍼레이터

어라? 쿠리어잖아!

쿠리어

안녕하세요.

가드 오퍼레이터

그래. 한동안 안 보이던데, 방금 돌아온 거야?

쿠리어

네, 일이 조금 많아서 예정보다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가드 오퍼레이터

마터호른이랑 클리프하트 꼬마 아가씨도 같이 간 거야?

쿠리어

마터호른 형님만 함께 다녀왔습니다. 아가씨는 동행하지 않았고요.

쿠리어

(그러고 보니 엔시아 아가씨가 안 보이네……)

가드 오퍼레이터

그래? 미안, 내가 착각했나 봐.

가드 오퍼레이터

저번에 보니까 그 아가씨가 설산용 등산 장비를 잔뜩 챙겨서 외출하길래, 너희랑 같이 돌아간 줄 알았지.

쿠리어

등산 장비…… 그것도 설산용이요? 그거…… 정말입니까?

가드 오퍼레이터

틀림없어. 나도 등산이 취미라 자주 그 아가씨랑 공동 구매를 했거든. 공동 구매는 할인이 많이 되니까!

가드 오퍼레이터

내 기억이 맞다면 너희 고향은 설산이 많은 곳이었지?

쿠리어

아, 네, 그렇습니다.

쿠리어

(엔시아 아가씨, 설마……)

쿠리어

(엔야 아가씨에게 편지를 전하러 직접 설산에? ……엔시아 아가씨라면 충분히 가능해……)

쿠리어

(……그런데 진짜 가셨을까?)

가드 오퍼레이터

다음에 기회가 되면 휴가를 내서 그쪽에 가볼 생각이야. 설산은 아직 도전해 본 적 없거든. 그땐 현지인인 너희에게 신세 좀 질게.

쿠리어

(안돼, 역시 불안해!)

쿠리어

(어서 확인해 봐야 해…… 좀 더 일찍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엔시아 아가씨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 없잖아!)

쿠리어

(만약에 정말로 설산에 가셨다면, 어떻게든 말려야 해!)

쿠리어

죄송한데 먼저 가볼게요!

가드 오퍼레이터

뭐야, 잠깐만. 도망갈 필요까진 없잖아. 내가 놀러 가는 게 그렇게 싫어?!

쿠리어

죄송해요. 좀 급하게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쿠리어

쉐라그에 오신다면 언제든 환영이에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안내해 드리죠!


클리프하트

이 길로 가서…… 다시 서쪽으로 가면……

클리프하트

아! 보인다.

클리프하트

저 새하얀 뾰족한 것들…… 밖에서 본 쉐라그의 설산은 이렇게 생겼구나.

클리프하트

음, 멀리서 보면 힘든 등산 코스로는 안 보이는데. 심지어 꽤 귀여워 보이는데? 우리 성산이.

클리프하트

하지만 저 뾰족한 산을 오르려면, 엄청 힘들단 말이지. 안 해본 사람은 절대 모를 거야.

클리프하트

마치 우리 실버애쉬 가문처럼……

클리프하트

……외부인은 절대 알 수 없어.

???

와, 섭섭하네요. 저나 야카 형님도 엔시아 아가씨에겐 그저 남이었어요?

???

뭐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씁쓸하네요.

쿠리어

간신히 따라잡았네요.

클리프하트

쿠리어 오빠?!

쿠리어

다행히도 아가씨가 지형을 잘 모르시는 데다, 일부 구간은 아주 조심스럽게 이동하신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어요. 안 그랬으면 따라잡을 수 없었을 거예요.

클리프하트

잠깐만, 왜 쿠리어 오빠가 여기 있는데!

클리프하트

분명 아무한테도…… 으윽……

쿠리어

이제 와서 입 틀어막아도 소용없어요. “분명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죠?

클리프하트

으윽……

쿠리어

제가 편지를 전해주지 못하는 걸 안 후부터, 몰래 설산용 등산 장비를 준비해, 쉐라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임무를 맡고……

쿠리어

임무 완료 후에 팀원들을 먼저 로도스 아일랜드로 복귀시키고, 단독으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간다……

쿠리어

역시 엔시아 아가씨는 남들보다 행동력이 뛰어나세요.

클리프하트

그렇지만 결국 이렇게 잡혀버렸잖아……

쿠리어

단서가 이렇게나 많은데도 아가씨의 계획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건 제가 바보라는 소립니다.

클리프하트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어. 어렸을 때부터 아무리 몰래 빠져나와도 언제나 엔시오데스 오빠나 쿠리어 오빠에게 잡혔잖아.

쿠리어

엔시아 아가씨, 또 혼자 성산에 오르실 생각이에요?

쿠리어

아니면…… 성녀의 처소에 침입하려는 게 단지 엔야 아가씨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서인가요? 그래서 자신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건가요?

쿠리어

만에 하나 만주원에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은 해보셨나요?

클리프하트

무슨 일이야 있겠어?

클리프하트

성산에 오르는 데 한 번 도전한 적이 있으니까, 두 번도 당연히 할 수 있어.

쿠리어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해요!

클리프하트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클리프하트

더는…… 더는 싫어. 엔시오데스 오빠와 엔야 언니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는 것도, 그리고 그걸 못 본 척하는 것도!

쿠리어

……

클리프하트

엔야 언니가 집을 떠난 날, 난 옆에 숨어 있었어. 난 엔야 언니가 가고 싶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빠라면 분명 우릴 지켜줄 거라 믿었어. 하지만 엔시오데스 오빠는 그게 아니었어…… 오빠는 그 사람들이 언니를 데려가는 걸 막지 않았다고.

클리프하트

엔야 언니가 울 줄 알았는데, 언닌 울지 않았어.

클리프하트

차라리 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쿠리어

……

쿠리어

실버애쉬 님도…… 어쩔 수 없으셨습니다.

클리프하트

나도 알아. 예전부터 모두들 나한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 바보 아니야. 나도 알 건 다 알아.

클리프하트

엔시오데스 오빠가 빅토리아에서 돌아와서 그 회사를 차린 후부터, 쿠리어 오빠랑 야카 아저씨도 바빠졌잖아. 나도 알아.

클리프하트

엔시오데스 오빠를 탓하는 건 아니야. 근데 쿠리어 오빠, 오빠는 쉐라그의 성녀를 본 적 있어?

쿠리어

엔야 아가씨요?…… 아니다, '성녀' 말씀이시죠?

클리프하트

그래 맞아. 우리 쉐라그의 성녀.

클리프하트

옛날에 멀리서 잠깐 본 적이 있어.

클리프하트

솔직히 엔야 언니를 볼 수 있단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그때 내가 본 건 그저 표정이 얼음처럼 굳어있던 성산의 성녀였어. 성녀도 멀리서 이쪽을 보고 있었지만, 나는 보이지조차 않는 것 같았어.

클리프하트

바로 그때 난 알았어, 성산에서의 삶이 결코 엔야 언니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쿠리어

……각자의 입장이 있으니 상대의 심경을 헤아리는 건 어렵겠지만…… 제가 봤을 때 엔야 아가씨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분이에요.

쿠리어

쉐라그에서 성녀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존재이니, 엔야 아가씨의 근황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겁니다. 엔야 아가씨는 하나의 종교를 장악하고 있고, 아가씨 그 자체가 쉐라그의 신앙이니까요……

클리프하트

아니야, 그거랑은 달라.

클리프하트

사람들은 성녀를 고귀하고 영예로운 존재라고만 생각하지, 그 마음까진 헤아리려 하지 않아.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건 고귀하고 영예로운 것만이 아니란 말야…… 우리는 가족이잖아!

클리프하트

가족끼리도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면, 심지어, 심지어 서로를 적대시하게 되는 날이라도 오게 된다면, 그땐 어떡할 건데!?

클리프하트

나는 그런 날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무서워…… 그러니까 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돼.

클리프하트

최소한, 최소한 엔야 언니에게 잘 지내고 있는지라도 물어봐야겠어……

쿠리어

만에 하나, 잘 못 지낸다는 대답이라도 돌아온다면, 그땐 어떻게 할 거죠?

클리프하트

그렇다면 성산에 올라가서 납치하든 빼앗든, 그 어떤 짓이라도 해서 언니를 빼내야지!

쿠리어

……

클리프하트

나는 진심이야. 진짜 그렇게 할 거야!

쿠리어

……풉, 푸하하하.

쿠리어

참 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클리프하트

이익,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난 지금 진지하게 각오를 다지는 거라고. 너무해, 쿠리어 오빠!

쿠리어

엔야 아가씨를 납치하고, 빼앗는 각오 말인가요?

클리프하트

윽, 그건 그저 최악의 경우란 말야.

쿠리어

그렇다면 그 최악의 경우까지 가지 않기 만을 바라야겠네요. 엔시아 아가씨가 산을 올라 납치라니…… 아이고,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네요.

쿠리어

아무래도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결정을 바꾸진 않겠네요. 그렇죠?

클리프하트

농담 아니야, 난 한다면 한다고!

쿠리어

제가 여기서 아가씨를 막아서도, 심지어 실버애쉬 님께 이 사실을 알려도……

클리프하트

엔시오데스 오빠가 반대한다고 해도, 설사 날 가둬버린다고 해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얕보지 마, 날 막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걸!

쿠리어

하아……

쿠리어

어쩔 수 없네요, 아가씨는 한다면 끝까지 하는 성격이라 말려봤자 의미도 없으니까요. 실버애쉬 님도 어쩔 수 없으실 거고, 저도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클리프하트

그 말은……

쿠리어

편지 저한테 주세요.

쿠리어

엔시아 아가씨가 또 무슨 엉뚱한 짓을 할지 몰라 가슴이 조마조마한 것보단 그냥 제가 어떻게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거든요.

쿠리어

하아, 정말이지 어려운 일을 주시네요, 엔시아 아가씨.

클리프하트

고마워, 쿠리어 오빠!!

클리프하트

만약 엔시오데스 오빠에게 들켜서, 쿠리어 오빠가 벌을 받게 된다면, 내가 억지로 시켰다고 해!

쿠리어

아하하, 실버애쉬 님이 그런 걸로 쉽게 설득될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쿠리어

(작은 목소리로) 그리고…… 이건 꼭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클리프하트

어? 뭐라고 했어?

쿠리어

아닙니다. 그냥 혼잣말일 뿐이에요.

쿠리어

그리고 미리 말씀드릴게요. 돕겠다고 약속했지만, 저도 최대한 편지를 근처 수도원까지만 전달할 뿐입니다. 산으로 은밀히 들어갈 수 있을지 어떨지는 그때 가서 봐야 알 것 같아요.

쿠리어

그곳은 만주원의 관할 구역과 가장 가까운 곳인데, 산에 더 가까이 가면…… 거기부터는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구역이 아니에요.

쿠리어

엔야 아가씨가 엔시아 아가씨의 편지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클리프하트

괜찮아! 쿠리어 오빠가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최소한 시도라도 해볼 수는 있으니까…… 만약 안 된다면,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되지 뭐!

쿠리어

직접 산을 오르는 것은 생각도 하지 마세요.

쿠리어

(후훗……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모습이네.)

쿠리어

(정말 그런 일이 있게 된다면 실버애쉬 님께서 골치 좀 아프시겠는데……)


클로저

한 그릇 더!

클리프하트

젠장, 더는 못 먹겠어…… 내가 졌다.

클로저

훗훗, 감히 3일 동안 굶은 엔지니어랑 먹기 대결을 하다니.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같아서는 가축 한 마리도 통째로 삼킬 수 있을 것 같아!

클리프하트

또 공방에 틀어박혀 있었어? 이번엔 뭘 했는데?

클리프하트

그건 그렇고, 3일이나 굶었다니, 아무도 먹을 걸 갖다주지 않은 거야? …… 로봇들은?

클로저

하핫, 실수로 출입문 보안을 최고로 설정해 버린 데다, 헤드셋까지 끼고 있어서 노크를 못 들었지 뭐야.

클로저

나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이번 리유니온과의 충돌로 기기가 많이 망가져서, 수리를 하느라 머리가 빠개질 지경이었다고! 음악이라도 듣지 않으면 도무지 일을 못할 정도로!

클리프하트

어쩐지…… 오늘 아미야가 널 끌어내 줘서 그나마 다행이네.

클로저

자자, 밥 먹을 땐 잡담 금지!

클로저

그러고 보니 또 새로운 등산 장비를 산다면서? 반년 전에 너 대신 구입해준 설산 장비도 그 뒤로 사용하는 걸 전혀 못 봤는데?

클로저

아, 혹시 품질 문제라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해, 그걸 이유로 공갈…… 아니, 공장에 따지러 갈 테니까.

클리프하트

아, 그거. 아니야, 장비는 문제없어. 그냥 잠시 쓸 일이 없어서 그래.

클로저

그렇구나……

쿠리어

정말 쓸 일이 생겼다면 전 오히려 걱정했을 것 같네요.

클리프하트

이 목소린…… 쿠리어 오빠!

쿠리어

두 분 다 안녕하신가요.

클로저

오, 안녕. 임무에서 막 돌아왔나 보네, 근데 왜 혼자야?

쿠리어

다른 사람들은 박사님을 만나러 갔어요.

쿠리어

저는 잠깐 엔시아 아가씨에게 드릴 게 있어서 왔구요.

클리프하트

엔야 언…… 크흠, 또 '그분'의 편지야?

쿠리어

맞습니다.

클리프하트

얏호! 그럼 그때처럼, 저쪽에서 이야기하자! 쿠리어 오빠…… 쿠리어 오빠?

클리프하트

무슨 일이야…… 안색이 안 좋아. 서, 설마 엔야 언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니면 엔시오데스 오빠가……

쿠리어

아뇨, 진정하세요. 그런 게 아니라……

클리프하트

그럼 대체 뭔데!

쿠리어

……

쿠리어

음…… 설명하기 어렵네요. 어쨌든, 엔시아 아가씨, 실버애쉬 님 대신 아가씨께서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물건이 있습니다.

클리프하트

내가, 전달해야 돼?


쿠리어

실버애쉬 님께서 박사님에게 보내는 초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