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설산 강림 1101

OS-ST-1붕괴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6-04-14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쉐라그에 천 년 만에 첫 재앙이 발생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프라마닉스


우아한 청년

……선생님께서 틀리신 것 같습니다.

우아한 청년

지금 빅토리아가 이 대륙에서 여전히 최강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는 몰라도, 그게 당연한 일은 아닙니다.

우아한 청년

전쟁이 끝난 후, 빅토리아는 가울의 유산으로 황금 같은 40년을 보냈죠…… 이 역사에 대해서는 다들 아실 겁니다.

우아한 청년

하지만 세월이 흘러 한때 앞서가던 생산력은 더 이상 빅토리아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대외 확장의 야심을 펼칠 수 없게 된 빅토리아 내부에는 분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우아한 청년

그 폐하께서는 공장과 상인들 사이의 오래된 갈등을 해결하려 하셨지만, 이 딜레마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진 못하셨습니다.

우아한 청년

그 말로는 뻔했습니다…… 뒤이어 일어난 라이타니엔 정변 또한 그것이 필연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줬죠.

우아한 청년

유혈이 낭자한 전쟁의 승자는 누구였나요? 그보다…… 현재, 사자왕이 교수대에 오른 지 십수 년이 지났지만, 정변의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우아한 청년

'브라이튼의 밀밭', '머지 강 사건', 지난 십수 년간, 기득권을 쥔 공작들 사이의 다툼이 멈춘 적 있었습니까?

우아한 청년

다들 자신이 그 투쟁에서 이득을 볼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빅토리아를 사경으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우아한 청년

제때 변화를 도모하지 못한다면 빅토리아의 다음 시대에 있을 화두는 점점 격해지는 내전이 될 것입니다.

……

나이 많은 권력자

오늘 한 청년이 뛰어난 언변으로 장내를 압도했다고 들었네.

나이 많은 권력자

자네가 오늘 연회의 주인공인가 보군.

우아한 청년

무례를 범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캐스터 공작님.

우아한 청년

대공작님의 저택에서 더 수준 높은 식견을 가진 분을 뵈었으면 했는데, 좀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군요.

캐스터 공작

음? 자네는 자네가 공작의 내각 참모, 의회 의장까지도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우아한 청년

이 나라의 문제점을 집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법이 필요하고, 시기적인 운도 타고나야 하죠.

우아한 청년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제가 고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공작님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캐스터 공작

허허……

캐스터 공작

자네의 모친이 생각나는군…… 모친에게서 겸손과 예절은 배우지 못한 것 같으나 대담하면서도 경망스러운 성격은 아주 그대로 물려받았어.

캐스터 공작

……엔시오데스.

[CG: 67_i01]
엔시오데스

제가 이런 식으로 주의를 끌지 않았다면, 공작님께선 이국에서 온 친척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으셨겠죠.

캐스터 공작

선동적인 발언이군. 하지만 화려한 말 몇 마디만으로 입지를 다질 수는 없는 법일세.

캐스터 공작

한때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이 저택을 찾곤 했지. 많은 손님 앞에서 이름을 알리고 사교계의 꽃이 되기 위해서, 고작 그 이유만으로 말일세.

캐스터 공작

자네가 그 젊은이들과 다르다는 걸 내가 어떻게 믿지?

엔시오데스

저는 빅토리아 귀족들의 환심을 살 생각은 없습니다. 전 그저 공작님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싶을 뿐입니다.

엔시오데스

쉐라그와 캐스터 공작령의 자원과 산업은 완벽한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등한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봅니다.

엔시오데스

저는 쉐라그 최초의 국제 무역 회사 창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게 제가 공작님께 드리는 제안입니다.

캐스터 공작

……'대등'이라고?

엔시오데스

그렇습니다.

엔시오데스

장담컨대 쉐라그는 30년 안에 테라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엔시오데스

그때가 되면 두 국가의 협력은 양쪽 모두에 큰 이익이 될 것입니다.

캐스터 공작

용기는 가상하군.

캐스터 공작

하지만 그런 약속을 할 정도의 자본이 자네에게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젊은이.

엔시오데스

동의하실 겁니다.

엔시오데스

혜안을 가진 정치가로서 현재 빅토리아가 당면한 위기를 설마 모르고 계신 건 아니겠죠. 아, 어쩌면 '캐스터 공작'의 위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군요.

엔시오데스

가능성이 미미하더라도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시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엔시오데스

지금 제가 이렇게 공작님의 앞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투자할 만한 상대라는 건 충분히 증명한 것 같습니다만.

캐스터 공작

……자네의 젊음에 감사하게나, 덕분에 그런 당돌함도 좋게 보이니 말이네.

캐스터 공작

그렇다면, 젊고 선견지명까지 갖춘 정치가인 자네의 지혜로 대답해 보게.

캐스터 공작

오리지늄 전기 회로조차 보급이 안 된 나라가 어떻게 30년 안에 이 땅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한다는 거지?

엔시오데스

그런 의문을 가지실 법도 합니다. 산업과 기술, 모두 중요하지요…… 하지만 국가에는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엔시오데스

외람된 말씀이지만, 아무래도 빅토리아의 정치 상황이 특수하다 보니 하나로 단결된 국가가 얼마나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보신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엔시오데스

저는 믿습니다.


그분은 마지막에 가장 높은 산봉우리 위에 서서, 멀리 있는 호수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걸어온 길을 기억하고, 그 길을 잊지 마라.”



“다가올 눈보라를 경외하고, 맹목적으로 자신을 믿지 마라.”



“손에 든 활과 곡괭이와 씨앗을 꼭 잡고, 절대 놓지 마라.”



“형제와 자매를, 친구와 이웃을, 산과 들을 사랑하라, 자신의 형제자매를 사랑하듯이.”



“너희가 이 계율을 지킨다면, 이 땅에는 재앙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너희들의 터전은 영원할 것이다.”



……


만주원 장로

성녀님,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엔야

의사 선생님께서도……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걸까요?

만주원 장로

수년간, 쉐라그와 빅토리아의 의사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대장로님의 몸에 남아있던 독을 해독했습니다.

만주원 장로

하지만, 결국 대장로님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병이 아닌 시간이었네요.

엔야

알겠습니다……

엔야

지금…… 들어가서 봬도 될까요?

만주원 장로

물론이죠……

만주원 장로

쉐라간드 신이시여…… 성녀님, 대장로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십시오.


엔야가 살며시 문을 열었다.

죽음을 앞둔 노인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 비쩍 말라버린 노인의 가슴팍은 숨을 쉬고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인기척을 들은 건지 귀를 한쪽으로 힘겹게 기울이더니 겨우 붙어 있는 숨결로 말을 건넸다.

대장로

엔야…… 네가 온 게냐……?

엔야

대장로님……

엔야

좀 어떠세요? 물이라도 좀 드시는 게……

대장로

아니다……

대장로

엔야…… 내 말을 들어다오……

엔야

부탁하실 일이라도 있나요?

대장로

이날이 너무 늦게 와버렸어……

대장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이날이 너무 늦게 왔다고.

엔야

그럴 리가요……

엔야

대장로님은 제게 많은 걸 가르쳐 주신 스승님이세요.

대장로

너는 참 훌륭한 아이였지……

대장로

하지만 나는…… 스승으로나 장로로나 부족한 사람이었다……

대장로

심지어…… 쉐라간드께 충실한 사람도 아니었지.

엔야

대장로님……?

대장로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내겐 쉐라간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대장로

밤낮없이 기도하고…… 경전을 읽고 또 읽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쉐라간드께서는 더 이상 내게 응답하지 않으시더구나.

대장로

막막했지…… 그리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대장로

하지만, 난 계속해야만 했어……

대장로

나는…… 쉐라간드의 뜻이 그분의 백성들을 지키는 데 있으니, 내가 대신 그 뜻을 행해도 될 거라 생각했다네. 그게 쉐라간드의 뜻을 거스르는 일은 아니라고 여겼으니까……

대장로

나는 만주원의 권위를 세우고 싶었다…… 쉐라그인들의 민심이 영원하길 바랐지……

대장로

하지만 나는……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어……

엔야

“사람은 다른 이에게 거짓말할 수 있지만, 그분을 기만할 자는 없다.”

엔야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은 쉐라간드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엔야

쉐라간드는 모든 이의 죄도, 모든 이가 참회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다.

대장로

알고 있다네…… 나도 그렇게 믿었으니까……

대장로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쉐라간드께서 내게 벌을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대장로

그렇게…… 믿지 않게 되었지.

대장로

그런데 어젯밤…… 쉐라간드께서 꿈에 다시 나타나셨다.

대장로

그분은 나를 꾸짖지 않으셨지…… 그저 나를 거울 같은 호수로 인도하시더구나……

대장로

“모든 강물이 이곳에 모이리라……”

대장로

그때 알았다. 때가 되었음을……

대장로

참회하고 싶었다…… 그래야 했지……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어……

엔야

……

대장로

엔야……

대장로

솔직하게 말해다오……

대장로

네게는…… 아직도 쉐라간드의 목소리가 들리느냐?


쉐라간드의 추종자는 언제나 쉐라간드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번잡한 세속의 소리가 쉐라간드의 목소리를 덮기도 하고, 눈보라가 쉐라간드의 인도를 가리기도 한다.



기억하라. 쉐라간드는 언제나 선한 존재이며, 쉐라간드를 떠나는 자는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것이다.



선을 행하는 것은 악을 행하는 것보다 어렵고, 용서는 원망보다 어려우며, 겸손은 교만보다 어렵다.



이 길을 걷는 자는 이 길의 험난함을 알아야 하며, 이 길에서 벗어난 자는 바른길로 돌아오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


라타토스

유카탄, 너무 시끄럽잖아.

라타토스

어쩌다 시우루스처럼 굴기 시작한 거야? 가만히 좀 있어 봐.

유카탄

죄송합니다, 가주님…… 하지만 지금은 정말 어쩔 수가 없잖아요……

유카탄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진심으로 기도하는 수밖에는……

라타토스

평정심을 좀 가져. 너랑 시우루스는 늘 그러더라.

라타토스

시우루스는 내 동생이자, 장차 브라운테일의 가주가 될 사람이라고. 이렇게 사소한 일 하나 못 이겨내면 안 되잖아?

라타토스

그 바보 같은 녀석, 몸은 진짜 튼튼하거든. 기억하지? 8살 때 몰래 나가서 융프라우를 오르다가 언덕에서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졌잖아.

라타토스

사람들이 다시는 두 다리로 걸을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 2달도 안 돼서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뛰어다녔던 녀석이야.

라타토스

그러고 보니…… 그때 정말 후유증이 남지는 않았는지 신경 쓴 사람이 아무도 없었네……

라타토스

아냐, 아냐. 괜한 걱정이야……

라타토스

얼마나 오래된 일인데. 예전에 의사도 시우루스가 버든비스트만큼이나 건강하다고 말했잖아?

라타토스

젠장, 그 빅토리아에서 왔다던 의사, 믿을만한 거 맞아? 그 바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싹 다 잡아다가……

라타토스

*쉐라그 비속어*…… 벌써 4시간이 지났는데, 왜 안 나오냐고!

브라운테일 호위병

가주님, 묀히 대장 쪽에서 전달 사항이……

라타토스

닥쳐!! 뭐가 됐든 간에 지금 나 건드리지 마!

브라운테일 호위병

알겠습니다……

유카탄

가주님…… 조금만 진정하시죠……

유카탄

저는 쉐라간드께서 루스를 지켜주실 거라 믿어요……

유카탄

루스는 제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착한 사람이에요…… 쉐라간드께서 루스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그 누가 쉐라간드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겠나요……

라타토스

후……

라타토스

그래, 네 말이 맞아…… 맞는 말이야……

라타토스

쉐라간드시여……

쉐라간드시여…… 제 목소리가 아직 들리신다면……

그동안 불충했던 신도가 온 마음 바쳐 기도합니다. 이번 한 번만 은총을 베풀어 주시길 간절히 비나이다.

과거의 일 때문에 브라운테일 가문을 벌하려는 거라면 제가 모두 받겠습니다.

당신의 벌, 당신의 분노, 다 제가 받겠습니다.

다만…… 제발 그 바보 같은 아이만은 내버려두십시오……

유카탄

……!

라타토스

쉐라간드 신이시여……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은심호에서 브리그 관문으로 향하는 KT392호 열차는 기상 악화로 인해 출발 시간이 1시간 지연되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신 승객께서는 안내 데스크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

짜증 내는 여행객

이게 뭐야? 빅토리아도 열차가 항상 늦는데, 쉐라그는 더 심하네.

느긋한 여행객

별일 아닌데 좀 기다리지 뭐. 돌아가서 골치 아픈 투자자 만날 생각하면 그냥 여기에 더 있는 게 나은 것 같아.

느긋한 여행객

그래도 여기 공짜 치스티밀크는 꽤 맛있어…… 꺼억.

느긋한 여행객

근데, 기상 악화라고? 밖에 눈도 안 오는 것 같은데 왜……

긴장한 표정의 여자

……

짜증 내는 여행객

이봐, 열차 운행도 안 하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

긴장한 표정의 여자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짜증 내는 여행객

설마……! 잠깐!

짜증 내는 여행객

이 수법은 나도 알아, 설마 소매치기냐?!

짜증 내는 여행객

멈춰! 내 물건 잘 있나 확인 좀 하고……

긴장한 표정의 여자

……!

침묵하던 여자는 팔을 힘껏 뿌리치고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쪽으로 뛰어갔다. 마치 흐릿한 빛에 가려지듯 여자는 순식간에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짜증 내는 여행객

어? 어어! 도와주세요! 도둑이야!

직원

부인, 잃어버린 물건이 뭔가요?

짜증 내는 여행객

지갑이랑 액세서리, 단말기…… 어라, 다 있네?

짜증 내는 여행객

그럼 방금 그 여자는……?

느긋한 여행객

무임승차나 하려던 재수 없는 녀석이겠지 뭐……

느긋한 여행객

여긴 쉐라그야. 다들 독실한 신자들이라고. 전쟁이 끝난 런디니움도 아닌데 네 가방에 관심 있을 사람이 있겠냐?

느긋한 여행객

쉐라간드 신이시여……

느긋한 여행객

쉐라그에서는 무임승차를 하면 전사들에게 쫓기나……


묀히

……꼼짝 마.

묀히

라인 랩의 캐롤린 씨.

캐롤린

……!

묀히

너의 신원도, 네가 저지른 일도 다 알고 있다. 이 일이 공개되길 원하지 않으면, 나를 따라와.

묀히

만주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내릴 거다. 하지만 그전에, 네가 들고 있는 물건을 내놔.

여자는 말없이 품속의 서류뭉치를 꼭 끌어안더니,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후, 난데없이 소리를 질렀다.

캐롤린

도망쳐……

캐롤린

빨리 도망쳐! 역에 폭탄이 있다!

묀히

……!

여자의 고함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로 가득 찬 기차역이 순식간에 혼돈에 휩싸였다.

그리고 여자는 다시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묀히

젠장……


유카탄

루스…… 고생했어……

시우루스

아이들은…… 괜찮아?

유카탄

걱정하지 마. 다들 건강해. 언니가 잘 돌봐주고 있으니까.

유카탄

루스, 아무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시우루스

후……

시우루스

유카탄…… 방금 쉐라간드를 몇 번이나 뵌 것 같아……

시우루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잘못한 일들이 전부 떠오르더라…… 8살 때 나무에 올라가서 파울비스트의 알을 훔쳤던 일까지도……

시우루스

쉐라간드께서는 대체 어떤 일 때문에 내게 어떤 벌을 내리시는 걸까……

유카탄

쉐라간드의 벌이라면 이미 받은 거 아닐까? 너 침대에 거의 2달이나 누워 있었잖아.

유카탄

걱정하지 마, 루스…… 그동안 어떤 어려움이든 우리는 함께 이겨냈잖아. 그리고 지금은 함께 이겨내야 할 이유가 하나 늘었어.

유카탄

우리 '오크'랑 '베리'가 자라는 걸 같이 봐야지.

유카탄

쉐라간드께서…… 어떻게 우리를 무자비하게 갈라놓겠어……

시우루스

유카탄…… 혹시 밖에 눈이 내리는 중이야?

시우루스

집이…… 좀 추운 것 같아……

유카탄

장작을 좀 더 넣어야겠네. 이불도 덮어줄게.

유카탄

한숨 자, 루스. 마음 놓고 푹 쉬어.

유카탄

괜찮을 거야. 쉐라그의 겨울도 언젠간 지나가니까…… 봄이 오면 가족끼리 함께 호숫가로 꽃을 구경하러 가자.

시우루스는 천천히 눈을 감더니 조용히 잠들었다.

행복해야 할 순간인데……

어째선지 유카탄의 마음속에는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

유카탄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구름은 잔뜩 껴있는데, 눈은 내리지 않았다. 쉐라그에서는 흔치 않은 날씨였다.

유카탄은 올해 겨울이 너무 추워서 그런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유카탄

겨울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엔야

“그분은 어디에든 계시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엔야

우리는 그분의 존재를 찾지 않아도 됩니다. 그분을 따르기로 마음먹기만 하면, 그분은 그곳에 계시니까요.

엔야

……경전에 적힌 교리예요. 기억나시나요?

대장로

아니…… 그럴 순 없어……

대장로

어디에든 계시는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면 도대체 누가 그분의 뜻을 들었다는 게냐? 그리고 또 누가…… 쿨럭쿨럭!!

엔야

대장로님…… 쉬셔야겠네요.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대장로

엔야…… 나는 봤다……

대장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재앙이 성산을 덮치는 것을……

대장로

오리지늄을 보았어. 그게 온 대지를 부쉈지……

대장로

그리고 보았다…… 그분께서 쉐라그를 버렸어……!

엔야

……!

노인이 갑자기 몸을 격하게 떨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의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분노로 인한 것 같기도, 형언할 수 없이 두려운 광경을 목격한 것 같기도 했다.

노인은 무언가를 잡으려 온 힘을 다해 비쩍 마른 팔을 들어 올렸지만, 이내 힘없이 팔을 떨어뜨렸다.

한참 후,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소진해 버린 듯 차분해졌다……

엔야

대장로님……

대장로

엔야……

대장로

마지막으로…… 내게 기도문을 읽어주렴……

대장로

《쉐라간드》의 마지막 장을 읽어줘……


“……결국, 모든 강이 이곳에 모이리라.”



“앞으로의 길은 너희들 혼자 걷게 될 것이다.”



“가야 할 길은 그저 너희들의 발밑에 존재할 것이다.”



그분은 그렇게 말씀하시고 한숨을 쉬셨다.



그분은 몸을 돌려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고,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


묀히

도망칠 생각 마. 눈보라라면 우리 쉐라그인들이 외지인보다 더 잘 아니까. 너의 오리지늄 아츠는 이곳에서 통하지 않아.

묀히

우리는 라인 랩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가 군사 기밀을 훔쳤다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너를 붙잡아 두겠어.

캐롤린

……

캐롤린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당신들의 군사 기밀이 아니야.

묀히

그 말을 믿을 이유는 없어.

캐롤린

……당신들은 몰라.

묀히

뭘 모른다는 거야?

캐롤린

당신들은 이 데이터가 뭘 의미하는지 모른다고……

캐롤린

쉐라그인…… 당신들은 '신'의 가호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

묀히

그런 말로 대충 둘러대려고 하지 마……

묀히

잠깐……

묀히

하늘의 구름이……?

캐롤린

도망쳐!!

[CG: 67_i02]

눈사태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엄청난 굉음이 울렸고, 무언가가 잠들어있던 설산을 깨웠다. 오랜 세월 쌓여있던 눈더미는 암석, 검은 결정들과 섞여 흘러내렸고, 하늘과 땅 사이를 희뿌연 회색빛으로 물들였다.

산이 흔들렸고, 공포스러운 메아리가 산골짜기에 맴돌았다.

그 순간, 아마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이 땅에 재앙이 내렸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