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붉게 물든 벨벳

AD-7'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노래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5-11-13

촬영 섹터는 오리지늄 폭풍에 손상되고, 진범이 친구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티피는 섹터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루시안은 다시 한번 광기에 사로잡힌 모이라를 찾아간다.

등장 오퍼레이터: 티피


분노한 스태프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이게 그레타가 말한 촬영 계획이야?!

분노한 스태프

오리지늄 폭풍이 코앞에 있는데! 이건 그냥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잖아!

겁먹은 스태프

아니…… 아니야…… 이건 분명 범인의 만행일 거야! 아까 그 폭발음 못 들었어?

겁먹은 스태프

누군가 섹터의 조종실을 폭파했어…… 이제 우리는 이 섹터의 속도도, 방향도 바꿀 수 없다고……

겁먹은 스태프

지금은 재앙의 가장자리만 스쳤을 뿐이야. 이대로 중심부로 돌진하게 되면……

겁먹은 스태프

섹터 전체가 산산조각 날 거라고…… 크흑……

분노한 스태프

됐어, 그만해!

분노한 스태프

도대체 누구야?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인 것도 모자라, 전부 몰살해야 속이 시원하겠냐?!

무전기 소리

버, 범인은 소품팀의 모이라야……

분노한 스태프

뭐? 방금 얘기한 사람 누구야?

촬영 보조

그러니까! 섹터에서 일어난 세 살인사건의 범인은 모이라야!

겁먹은 스태프

모이라…… 세상에…… 그 존재감 없는 자라크 꼬맹이가?

촬영 보조

그레타 씨도 직접 봤어!

촬영 보조

루시안 씨가 아니었으면, 우리 제작자도 죽었을 거야!

분노한 스태프

……그 망할 녀석 어디 있어? 당장 그 낯짝 좀 봐야겠다!

촬영 보조

자기 목숨 부지하기도 벅찬데, 그 미치광이 살인마를 찾아가서 뭐 어쩌려고!

분노한 스태프

그럼 이대로 그냥 넘어가? 또 누가 영문도 모르고 죽으면 어쩔 건데!

촬영 보조

너도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내가 생각 못했을까 봐?

촬영 보조

살기 위해, 내가 무전기를 방송 모드로 전환했어. 지금쯤 이 사실이 모두의 귀에 전해졌을 거야.

촬영 보조

범인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겠지.

촬영 보조

난 반드시 내 값진 목숨을 지켜야 해…… 랭크우드 도심부에 돌아가기만 하면, 난 여기서 수집한 블록버스터급 가십거리로 시에스타에서 별장을 살 수 있을 거야……

분노한 스태프

이런! 오리지늄 폭풍이 섹터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

겁먹은 스태프

맞다, 육상정! 그 육상정만 있으면 살 수 있어!

촬영 보조

……없어졌어.

분노한 스태프

뭐?!

촬영 보조

내가 비상 탈출실을 확인해 봤는데, 육상정이 오리지늄 폭풍에 파손됐어…… 전부 다……

겁먹은 스태프

그럼 우린 이대로 죽는 건가……

겁먹은 스태프

폭풍 속에서 죽느니, 차라리 이 섹터에서 뛰어내리는 게 낫겠다…… 나는……

촬영 보조

바보 같은 소리는 그만 해!

촬영 보조

얼른 가자, 어디든 촬영 구역보다는 안전할 거야! 우선 지하 동력층으로 피해!


멜라니

공포영화의 세트에는 확실히 참고할 만한 게 많네…… 고마워, 티피.

티피

별거 아니야!

티피

대략적인 연출 효과는 우선 시안을 만들어볼게. 스티븐 감독님이 시나리오 수정을 끝내면, 그때 세부적으로 조절하면 돼.

티피

내가 약속했잖아, '미스 듀폰'의 결말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완벽한 세트를 만들 거라고!

멜라니

그래, 잘 부탁해.

티피

(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몰리는 탈출할 방법을 찾았으려나……)

티피

으악……!

티피

무, 무슨 일이지?

멜라니

뭔가 이상해.

티피

잠깐, 멜라니 씨, 무전기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무전기 소리

……재앙…… (잡음)…… 중앙 조종실…… 폭파……

티피

신호가 왜 이렇게 안 좋지? 이 목소리, 애브너 씨의 촬영 보조 같은데? 또 무슨 황당한 소문을 퍼뜨리려고……

무전기 소리

중앙 조종실…… 폭파됐……

무전기 소리

섹터…… 재앙으로 돌진……

무전기 소리

…… 범인…… 전부 모이라가……

티피는 무전기를 꽉 움켜쥔 채 볼륨 다이얼을 힘껏 돌렸지만, 더 이상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티피는 분명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티피를 바라보는 멜라니의 눈에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티피

그…… 그럴 리 없어……

멜라니

티피…… 이런 상황에 장난칠 사람은 없어……

티피

하지만…… 몰리는 범행을 저지를 시간도 없었는데?

티피

셸리, 마이클, 마리온이 죽던 밤에 몰리는 줄곧 나랑 같이 영화를 봤어. 전혀 기회가 없었……

정말 기회가 없었을까?

티피는 자신에게 되물었다.

몰리가 영화를 보는 내내 단 한 순간도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나?

티피

아니다……

티피

우리는 매번 공포영화를 몇 편씩 연달아 봤으니…… 몰리는 테이프를 교체할 때 잠깐씩 자리를 비우곤 했어……

티피

그레타 씨가 찾는다고 하거나, 촬영장에 놓고 온 걸 가지러 간다고 했어……

티피

멜라니 씨도 알잖아. 몰리가 막 소품팀장이 돼서 부담도 크고, 자기 일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걸……

멜라니

티피……

티피

아니, 아니야. 이건 단지 몰리에게 범행을 저지를 기회가 있다는 것이지, 진짜 범인이라는 증거는 아니잖아……

티피

그럼 동기는? 왜 몰리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을 죽인 거야? 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멜라니

티피, 어쩌면, 너는 생각만큼 친구를 몰랐을 수도 있어……

티피

……

[CG: 62_i12]
티피

영화에 집중하자…… 몰리, 자꾸 딴생각하지 말고!

모이라

미안해. 요즘 제작팀에 사건 사고가 잦다 보니, 나…… 조금 불안해서……

티피

내가 옆에 있잖아!

……

티피

내 위치가 어떻든, 난 항상 이 제작팀에서 네 가장 좋은 친구일 테니까!


티피

어쩌면, 몰리는 애초에 나를…… 친구로 대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티피

그저 날 이용하려 했던 것뿐이야……

리베리 소녀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더는 어떠한 말도 이어갈 수 없었다.

멜라니

……

멜라니는 눈앞의 여린 리베리 소녀를 안아주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다독이던 소녀가 지금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었다.

멜라니는 소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더 이상 무언가를 묻지도, 이런 게 성장통이라고 설교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안아줄 뿐이었다……

멜라니

티피, 우선은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

멜라니

이 건물은 복잡한 구조물이 너무 많아서, 섹터가 계속 재앙의 중심으로 향한다면 매우 위험해질 거야.

멜라니

일단은 지하로 대피하자. 항로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만……

티피

지하……

티피는 멜라니의 어깨를 넘어, 조금 전까지 함께 정리한 공포영화 자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하'라는 키워드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티피

……

티피

잠깐, 나 알았어!

멜라니

어머, 벌써 기운 차린 거니?

티피

아니, 섹터의 방향을 바꿀 방법이 떠올랐어!

티피

예전에 어떤 제작팀이 촬영 섹터 임대료를 아끼려고, 랭크우드의 한 섹터 지하에 몰래 들어가서 촬영을 한 적이 있어. 그 결과 아주 훌륭한 공포영화가 탄생했지……

티피

내가 최근에 그 영화를 다시 봤어.

티피

그 섹터와 우리 발밑에 있는 이 섹터 둘 다 랭크우드에서 똑같이 만들어낸 촬영용 섹터야.

티피

한 마디로 구조나 프레임이 거의 똑같다는 얘기지.

티피

내 기억이 맞다면…… 동력층 안쪽에 예비 기계 제어실이 있을 거야.

멜라니

……확실해?

티피

솔직히…… 잘 모르겠어.

티피

그래도, 가서 확인해 봐야 해.

티피

어떤 일은 생각만 한다고 답이 절대 나오질 않아. 위기가 해결되면……

티피

그때 찾아가 물어보는 수밖에 없어.


모이라

(잔잔한 노랫소리♪)

모이라

(맑은 휘파람 소리♪)

모이라

루시안 씨, 오셨나요?

루시안

……

모이라

이건 언니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예요. 언니는 촬영 틈틈이 하늘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어요.

루시안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다만.

모이라

정신 차렸어요.

모이라

당신 덕분에 그동안 제가 외면했던 진실을 볼 수 있었어요…… 그건 정말, 너무나도 잔인했어요.

루시안

그럼 지금은, 뭘 하고 있나?

발밑에서는 요란한 굉음이 들려왔다. 이 랭크우드 섹터는 재앙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피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이 소품실에 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 오히려 자신의 본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소품실을 분주히 오가며 소품용 마네킹을 하나하나 다뤘다. 옷을 입히고, 자세를 바로잡는 그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모이라

방금, 제가 어떻게 로라를 알게 됐는지 기억났어요.

루시안

추측하자면…… 누군가를 만난 것인가.

모이라

맞아요, 아주 자상한 필라인이었죠.


[CG: cg_floatingleaves]
모이라

그날은 날씨가 무척 안 좋았어요. 저는 얼굴이 젖은 채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었어요. 아마 빗물이었을 거예요. 어쩌면 눈물일지도……

모이라

분명 담당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났는데, 돈을 배상한 것도 모자라 제작팀에서 쫓겨난 건, 저였어요.

모이라

랭크우드엔 인맥도 없었고, 그런 일은 몇 번이나 반복됐죠.

모이라

전 고향에서 도망쳐 나왔어요.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는 더 이상 갈 곳도 없었고, 제게 남은 건……

루시안

죽음뿐.

모이라

그때, 그 사람이 제 옆에 앉았어요. 우린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그 사람은 제가 진정될 때까지 다정하게 기다려줬죠……

모이라

그 사람이 떠난 후, 제 다리 위엔 한 비디오테이프가 놓여 있었어요.


모이라

그 사람은 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제 삶에, 로라를 데려왔어요.

모이라

로라는 제 언니가 되어 절 지켜주고, 응원해 주며, 조금씩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해 줬어요……

루시안

하지만 그때, 로라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지.

루시안

로라의 출신, 인생, 심지어 외모까지 너와 닮았다. 그자가 벼랑 끝에 선 너에게 살아갈 힘을 줬지……

루시안

그리고 분노와 곤혹, 뿌리 깊은 증오와 복수에 대한 갈망까지 안겨줬다……

루시안

의심할 여지 없이, 그건 분명 또 다른 절망이었다.

모이라

……

모이라

루시안 씨, 방금 당신의 눈빛에는 슬픔이…… 아니, 연민? 그것도 아니라……

모이라

마치 일종의 이해, 공감 같은 게 보였어요.

모이라

당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나요?

모이라

당신도 그 사람을 아시나요?

루시안

물론이지.

루시안

그자는 원래 존재하지도 않는 감정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 집어넣는 데 능하다. 마치 제멋대로인 감독처럼,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 속에 그걸 집어넣지……

루시안

음, 요즘 배운 영화 용어로 표현하자면…… '쪽대본'이겠군.

루시안

그자는 너를 한 절망 속에서 끌어내, 또 다른 절망으로 이끌었다. 그게 바로 그자가 추구하는 소위 연극의 미학이지.

루시안

……그자는 내 옛 지인이자, 스승이자, 모든 고통의 근원, 이미 죽어야 했을 망령이기도 하다.

루시안

너를 통해, 그자를 찾는 게……

루시안

내가 여기 온 목적이다.

모이라

……

루시안

모이라, 네 모든 걸 부정하게 되어 유감이다.

모이라

……

모이라

아니, 그런 게 아니에요, 루시안 씨.

모이라는 마지막 마네킹을 정리한 뒤, 소품실 한가운데로 돌아왔다.

그녀는 루시안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손가락을 가볍게 구부렸다.

단번에 이상함을 감지한 루시안은 고개를 들어 마네킹을 바라보았다. 모든 마네킹은 '생명'을 얻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CG: 62_i05]
모이라

저는 당신이 제 그 무엇도 부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모이라

제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인 시절에 로라가 제 곁에 나타났고, 그 긴 시간을 함께해 주었어요……

모이라

로라는 제 언니고, 저는 로라의 동생이에요.

모이라

언니를 위해 복수한 것도, 이 모든 죄를 짊어진 것도, 저는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모이라

그리고 저는 이 대지에서 로라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될 거예요.

모이라

저는 울고, 웃고, 분노하고, 의심하고, 증오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했어요……

모이라

덕분에 저는 원래라면 결코 손에 넣을 수 없었을 모든 강렬한 경험을……

모이라

살아있음을 느끼게 됐어요.

[CG: 62_i05]

마네킹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시안은 마네킹들의 정체를 알아챘다…… 그것은 죽은 달튼, 셸리, 마이클, 마리온, 그리고 모이라 자신이었다.

모이라는 팔을 뻗어, 자신의 곁을 지나는 마네킹과 차례대로 팔짱을 끼고, 또 스쳐 지나갔다.

음악도 없고, 바닥마저 흔들리고 있었지만, 작은 체구의 자라크는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무용수가 된 듯 무수한 사람들과 포옹을 나눴다……

그 모습은 기괴하면서도 우아했다.

모이라

사실 당신에게 감사해야 해요, 루시안 씨. 덕분에……

모이라

'모이라'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해 줬어요……

모이라

저는 마치 거울이 된 것 같아요. 저는……

모이라

그 누구든 될 수 있어요!

루시안

정신 차려라.

루시안

절망에서 나오는 만족은 독약일 뿐이다.

모이라

제 인생에서 이보다 더 제정신인 순간은 없었어요, 루시안 씨.

모이라

당신도 제 댄스 파트너가 되어주시겠어요?

모이라

……이 친구들처럼.

모이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파트너들이 일제히 루시안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