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6독백 되감기
그레타는 루시안의 시선이 영화뿐이 아니라, 영화 밖까지 향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에게 정식으로 '주연'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루시안은 모이라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등장 오퍼레이터: 미스 크리스틴
칠흑같이 어두운 층 안에서, 왜소한 자라크 소녀가 홀로 더듬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음…… 역시 그런 거였네.
구조와 시스템이 아무리 복잡해도, 원리만 잘 파악하면……
존재감 없는 소품 스태프라도 조작할 수 있지.
예를 들어 여기, 먼저 방향을 조절하고……
시간을 맞춘 다음, 레버를 당겨 게이트를 열면……
됐다.
음, 내 예상과 완전히 일치하네.
이렇게 하면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이제, 마지막 남은 일은……
그녀를 찾아가야지.
당신이 고민하고 있다는 거 알아, 루시안.
이 섹터에는 지금 위험이 가득하고,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도, 촬영을 강행하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제작자가, 아무리 봐도 신뢰할 만한 인물로 보이지는 않겠지.
우리 사이에 신뢰는 필요 없다.
훗…… 그것도 그러네.
랭크우드에서 20년 동안 일하면서, 나는 그 누구도 신뢰한 적이 없어. 내가 믿는 건 오직 내 안목이야.
멜라니에게 기회가 필요할 때 나는 그녀를 초대했고, 경매장에서는 당신이 연기의 귀재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고, 심지어 애브너는 우리 제작팀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게다가 5년 전 로라의 죽음은 우리 영화를 구한 유일한 해법이라고도 믿었지.
너는 그 사고와 관련이 없다. 너는 단지 그걸 이용했을 뿐이지.
로라는 재능을 타고난 신인이었어. 배우길 좋아하고, 부지런한 데다, 영화에 대한 열정도 넘쳤어. 다만 너무 열정적인 나머지, 가끔 현장의 규칙을 어겼을 뿐이고.
당시 스티븐은 아직 경험이 적었고, 영화 촬영도 기대만큼 잘되지 않았어. 프로젝트가 중반쯤 진행됐을 때, 나는 이미 그 영화가 내 재산을 전부 말아먹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지. 심지어 내 명성까지도.
그래서 내겐 그 위기를 극복할 '예외사항'이 필요했어……
로라의 추락사.
현장의 비하인드를 언론에 퍼뜨려봤자 별 의미는 없어. 호사가들은 잠깐 탄식할 뿐, 금방 잊어버리니까.
그래서 난 거금을 들여 경찰의 수사와 방송국의 관심을 잠재웠고, 로라의 가족에게도 상당한 위로금을 지급했어……
그리고 편집자에게 애브너가 찍은 추락사 장면을 온전히 남기게 해서, 일부러 영화 속 클라이맥스로 만들었지……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그녀를 일찍 은퇴한 천재 배우로 알고 있어……
네가 그녀의 죽음을 숨겼군.
나는 그녀를 영원히 영화 속에 살아 있게 했어.
언젠가 누군가는 네 수법을 알아차릴 것이다.
매년 로라의 기일이 되면,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가. 5년 동안, 그녀의 무덤 앞에는 내가 가져간 꽃밖에 없었어.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나?
책임을 회피할 순 없겠지만, 참회의 순간은 지금이 아니야.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촬영을 끝내는 거야.
《미스 듀폰의 죽음》이 개봉하면, 촬영 도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도 분명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되겠지. 나도 그 기회를 빌려 로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정식으로 공개할 생각이야.
그렇게 되면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추모하겠지. 나는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질 것이고.
……
당신도 알겠지만, 이 고백은 그저 감정에 휩쓸려서 한 말이 아니야.
너는 그 진실로 나와 거래하려는 거겠지.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운명이 내 영화에 내려준 특별한 선물인 줄 알았어.
하지만 당신이 제작팀에 들어온 후 보여줬던 여러 가지 행동은, 당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확신하게 했어.
달튼이 당신 앞에서 죽었을 때 당신은 너무나도 침착했고, 심지어 이후의 촬영도 기대하는 모습이었어.
내가 재앙을 찍으려 한다는 단서를 찾았을 때도, 당신은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그걸 소문을 퍼뜨리기 가장 좋아하는 촬영 보조에게 흘렸지.
게다가, 제작팀이 공식적으로 해체됐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있는 지금, 당신은 오히려 방 안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마치 갑작스러운 비극과 죽음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처럼.
당신의 정체는 뭐야? 왜 내 초대를 수락했지?
나는 단지 네 시나리오에 끌렸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럴지도 몰라.
이렇게 된 이상, 당신의 의도를 캐물어봤자 내 촬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겠지. 하지만 난, 내 솔직함으로 당신의 솔직함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
루시안, 나는 내 안목을 믿어. 설령 당신에게 수상한 점이 많다 해도, 나는 아까 당신에게 했던 주인공 제안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하지만……
만약 당신이 진정한 목적을 밝힐 수 없다면, 만약 당신의 시야가 나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면……
만약 로라의 죽음과, 그로부터 5년 후에 벌어진 모든 사건이 지금 이 섹터에서 진짜로 촬영되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면, 당신도 그걸 위해 찾아왔다면……
이 그레타 스톤은 다시 한번 당신을 초대하지……
그러니까, 다음 '주인공'이 되어줘, 루시안.
바라는 대로…… 미스 그레타.
“……그레타가…… 모두에게 잔여 보수를 지급하고 이 제작팀을 해체했잖아……”
“범인이 두려운 사람, 재앙이 무서운 사람, 촬영을 계속했으면 하는 사람…… 모두 앞으로 어떻게 할지 스스로 결정하면 되고, 각자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계속 촬영한다고? 그레타의 머릿속엔 아직도 자기 영화뿐인가?
이번 살인 사건이 5년 전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러니까, 일부러 그러는 거야……
“진정한 이유? 이렇게 된 마당에 과연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레타의 말처럼…… 진실은 탐정놀이를 원하는 호사가에게 맡겨야겠지.”
진실?
제작팀 멤버들이 대놓고 신인을 괴롭히는데, 제작자는 추락사 비극을 의도한 연출처럼 포장이나 하고.
5년 전의 일에 대해 참회하지도 않고, 자신이 한 일을 대중에게 밝히지도 않았잖아……
그레타, 설마 너는 자신이 정말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나? 너는 영화를 편집하면서, 영화 속에서 수도 없이 죽어 나간 로라를 잊었나?
너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
……
무드등의 희미한 빛에 침대 위로 솟아오른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이불을 덮은 사람은 아직도 평온하게 꿈속에 잠겨있었기에, 심판이 다가온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평온? 죽은 이를 모욕하고, 죄악을 망각하고, 경고를 무시했는데…… 그레타는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평온하게 잘 수 있다는 거지?
누군가가 소리 없이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갔고, 소매에서는 날카로운 비수가 미끄러져 나왔다. 가느다란 손가락은 칼자루를 움켜잡았고, 흉기를 높이 들어 올렸다.
참회도 듣고 싶지 않고, 비명조차도 거슬린다. 이대로 조용히 사라져, 대가를 치러라!
느낌이 이상한데……
이불을 걷어버리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검은 그림자만 있었다.
그림자? 그림자가 어떻게 여기 나타났지?
비수를 든 사람은 몇 걸음 물러섰고, 그림자는 서서히 익숙한 모습으로 변했다.
……미스 크리스틴?
함정이다……
드디어 만났군.
환영하지, 신출귀몰한 손님이여.
정말…… 당신이야?
……
모이라…… 팀에서도 가장 성실했던 당신이, 정말 그 세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니……
원래는 네 개여야 했죠.
……
루시안 씨, 언제 눈치챘나요?
네 이상함을 최초로 눈치챈 건 내가 아니라, 미스 크리스틴이다.
내가 처음 촬영하러 왔을 때, 미스 크리스틴은 이미 촬영장에 들어와 있었다.
미스 크리스틴은 보통 나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하지만 네게는 다가갔지.
그 뒤로, 그녀는 너와 많이 접촉했다.
미스 크리스틴이 소품실에서 너희와 함께 영화를 볼 때, 티피는 미스 크리스틴이 너희를 좋아해서 그렇다고 했지……
하지만 그 말은 반만 맞았다.
미스 크리스틴은 단지 네게 흥미를 느꼈을 뿐이다.
지금도…… 네가 흉기를 들고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네 곁에 있지.
!!
말도 안 돼……
설마 이 신비로운 생물의 취향만으로 범인을 단정 짓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의 펫으로써 미스 크리스틴이 당신의 뜻을 따른다는 건가요……
모이라는 미스 크리스틴의 짙푸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그녀는 자신의 의식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기쁨, 슬픔, 분노, 여러 감정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다가 결국 공백이 되었고, 마음은 두려우리만큼 공허해졌다.
너는 아직도 미스 크리스틴을 오해하고 있다.
말했다시피, 아무도 미스 크리스틴의 의지와 행동에 간섭할 수 없다.
그 말인즉, 미스 크리스틴은 태생적으로 자유분방하다는 게 아니라, 아무도 그녀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지.
그녀야말로 남을 '통제할 능력'이 있는 쪽이다.
신비로운 검은 생물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발바닥을 핥고 있었다.
모이라는 방금 자신이 겪은 엄청난 압박과 지금의 미스 크리스틴을 어떻게든 연결시킬 수 없었다.
미스 크리스틴은 감정의 변화에 매우 예민해…… 억지로 감추는 고통, 순간적으로 스쳐간 악의…… 모두 그녀의 주의를 끌 수 있지.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테라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도 없는 희로애락을 맛보았다……
그리고 단순한 한 가지 감정보다, 미스 크리스틴은 복잡한 감정을 더 선호하지.
그녀의 판단은 논리가 아니라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틀릴 수 없다.
아무런 동기도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을 해결했는데…… 축하라도 드려야 할까요, 루시안 씨?
복수로군.
……
누굴 위해서?
대다수 제작팀의 마음속에 얽혀있는 그 망령을 위해서.
……
미스 그레타, 지금 네 앞에 서 있는 사람은 5년 전 추락사한 그 신인 배우 로라의 가족이자……
그녀를 깊이 사랑하는 여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