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붉게 물든 벨벳

AD-1리허설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5-11-13

오랫동안 루시안은 이미 죽었던 극단장이 다시 살아났을지도 모른다는 억측을 계속 확인해 왔다. 랭크우드 경매장에 나타난 극단 표식이 찍혀있는 시나리오, 제작팀에 들어온 후 발생한 사건, 이 모든 것들은 루시안에게 이번엔 제대로 단서를 잡았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등장 오퍼레이터: 미스 크리스틴


경매사

본 행사에 처음 참여하시는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염국의 서화나 사르곤의 보물을 기대하고 오신 거라면 지금 떠나셔도 좋습니다.

경매사

'시나리오 경매'는 랭크우드에서 가장 이색적인 행사로, 저희는 미완성 시나리오의 아이디어나 줄거리, 관련된 저작권만 취급합니다.

경매사

즉, 저희는 경매품의 진위 감정을 책임지는 기존의 경매장과는 달리, 경매품의 실제 가치를 보장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경매사

그것이 시장성이 있을지, 예술적 가치가 있을지, 장래에 흥행작이 되어 랭크우드의 역사에 기록될지, 아니면 졸작이 될지는……

경매사

전적으로 여러분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경매사

경매품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모두 단말기를 치우시고 녹음 기기를 꺼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오늘 밤의 첫 경매품을 소개합니다……

경매사

《미스 듀폰의 죽음》. 컬럼비아를 무대로 한 이 이야기는 변화하는 시대 속 두 가문의 성쇠와 애증을 그린 작품입니다. 최저 경매가는…… 10만 수표입니다.

경매사

10만! 뒷줄 신사분께서 10만을 제시하셨습니다…… 15만! 왼쪽에 계신 이 아름다운 숙녀분께 감사드립니다…… 다른 입찰자 계십니까?

경매사

15만, 한 번……

경매사

15만, 두 번……

???

60만.

경매사

!!

경매사

(작은 목소리로) 그레타 씨! 설마 오늘 경매를 망치러 오신 겁니까? 첫 경매품부터 이렇게 비싸게 팔리면, 뒤로 갈수록 분위기가 식어버린다고요. 다른 경매품은 어떡합니까……

그레타

규칙대로 가격을 올리자니 너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나는 단지 그에 맞는 가격을 제시했을 뿐이야.

경매사

거금을 들여 시나리오에 베팅하는 것 역시 당신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다지 경제적이진 않습니다…… 그동안 투자하신 영화가 줄줄이 적자라, 여유가 없으실 텐데요?

그레타

당신의 수수료라면 충분히 줄 수 있어. 빨리 낙찰이나 해.

그레타

여기서 훌륭한 재능을 가진 젊은이를 발견했어. 지금 빨리 만나러 가야 하거든.

그레타

위스키, 스트레이트로.

그레타

그쪽도 한 잔 사 드릴까?

루시안

내 주치의가 음주는 삼가라고 해서.

그레타

억양이…… 사르곤에서 온 건가?

그레타

흥미롭군. 차갑고 우울한 그 얼굴, 아무리 봐도 전형적인 빅토리아 얼굴인데.

루시안

(사르곤어) 방금 사르곤의 황사를 막 건너온 터라.

루시안

(표준 빅토리아어) 하지만 빅토리아 태생인 건 맞다.

그레타

언어 전환이 매우 자연스럽네, 억양도 흠잡을 데 없고. 하지만 그 두 나라 외에도, 당신에게서 다른 문화의 흔적과 습관도 발견했어.

루시안

볼리바르, 시라쿠사, 라이타니엔, 림 빌리턴…… 그리고 랭크우드에 왔다.

그레타

……테라 전역에서 오락 산업이 가장 발달한 이동도시, 기후가 쾌적하고 일조량이 충분한 촬영지. 여기는 무슨 일로 왔지?

그레타

휴가? 유학? 아니면 랭크우드의 명성을 듣고 왔는데, 결국은 엑스트라 시장에 몰리는 외지인처럼 일자리를 찾고 있는 건가?

루시안

사람을 찾고 있다.

루시안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자의 그림자를 따라 많은 곳을 방문했다.

그레타

오? 누구? 도심부와 이동 섹터에 있는 영화 제작팀이라면 내가 다 알아. 어쩌면 도움을 줄 수도 있겠네.

루시안

그럴 필요 없어.

그레타

그래, 뭐…… 아쉽네……

루시안

다른 볼일이 없다면……

그레타

그레타 스톤, 내 이름이야. 랭크우드의 영화 제작자…… 이 업계에서 뉴스가 된 적도 여러 번 있고.

그레타

원래는 당신이 어디 귀공자거나, 오디션 보러 온 영화 아카데미 학생인 줄 알고 우리 영화에 캐스팅하려 했는데.

그레타

랭크우드 시나리오 경매에 참여할 정도라면, 많든 적든 예술에 대한 열정은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 독특한 분위기가……

루시안

예전에 빅토리아의 한 작은 극단에서 연극 생활을 했다.

그레타

역시 내 눈이 틀렸을 리가 없어. 당신은 태생적으로 스크린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야!

그레타

하지만 이런 말을 해봤자 소용없겠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니, 오늘은 빈손으로 돌아가야겠네.

루시안

시나리오를 좀 볼 수 있을까?

그레타

그럼!

루시안

……

그레타

이 시나리오는 시작에 불과해, 난 더 많은 인력, 자본, 시간을 투자할 거야. 영화사를 뒤흔들만한 걸작을 만들어 보이겠어.

그레타

단역을 맡더라도, 심지어 단 한 번만 출연하더라도, 당신이라면 분명 남다른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을 거야.

그레타

몸에 있는 그 특수한 문제도 걱정할 필요 없어. 랭크우드는 감염자 배우를 위한 노동 보호 규정이 있으니까. 뭐, 보험금만 충분히 지불한다면……

루시안

루시안이다, 미스 그레타.

루시안

제안은 고려해 보지.


그레타

다시 한번 사과할게, 루시안.

그레타

첫 영화 출연에서, 그것도 오랫동안 심사숙고해서 겨우 계약서에 사인하기로 결심했는데. 원래라면 당신에게 약속한 대로 촬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어야 했어.

그레타

그런데 설마, 랭크우드에서의 첫 장면에서부터 그렇게나 끔찍한 사고를 겪을 줄이야……

그레타

안정을 취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이해해. 셸리에게 다음 장면 촬영 일정을 변경하라고 할게.

그레타

하지만 계약을 파기하고 곧장 떠나고 싶다면, 그건 아마 불가능할 거야. 이동 섹터는 이미 단거리 수송차의 운행 범위를 벗어났고, 대여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귀항할 일은 없으니까……

루시안

떠날 생각은 없다.

루시안

일정을 바꿀 필요도 없고.

그레타

그래? 이번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는 당신의 연기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심지어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텐데?

루시안

무대 위에서의 사고는 내게 낯설지 않은 일이야.

그레타

무대 공연에 익숙하다면, 그 불확실성은 확실히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더 크겠지.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연극이야.

루시안

'연극'…… 글쎄.

우아하고 신비로운 생물이 어느샌가 루시안의 발치에 나타났다. 그녀는 친근하게 필라인의 다리에 몸을 비볐고, 그레타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레타

루시안, 정말 안 쉬어도 되겠어? 미스 크리스틴이랑 좀 더 있어도 돼.

루시안

우리 둘 다 이후의 스토리를 기대하고 있다.

그레타

오늘 그런 일이 있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침착하군…… 그렇게 확고하다면, 더 이상의 걱정은 오히려 실례겠지.

그레타

그럼 내일 현장에서 다시 만나길.

자신의 털을 빗고 있던 우아하고 신비로운 생물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의 루시안을 바라보았다.

루시안

미스 크리스틴?

살랑이는 두 꼬리 때문에 희미한 검은 그림자가 몇 개 생겼다.

그녀는 허공에 떠올라 루시안의 어깨를 한 바퀴 돌았다. 관찰하는 것 같기도, 맛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윽고 아름다운 생물은 루시안의 무릎에 내려와 앞발을 들어 그의 이마에 살짝 댔다. 루시안은 금세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시고, 떫어.

텅 빈 방에서 신비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루시안은 애써 그 출처를 찾으려 하지 않고, 차분하게 미동 없는 미스 크리스틴과 눈을 마주했다.

그는 이게 미스 크리스틴이 자신의 머릿속에 투영해 온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루시안

너는 침묵과 위장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습관이 있어. 중요하지 않을 때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루시안

내 감정이 그렇게 입맛에 맞지 않나, 미스 크리스틴?

미스 크리스틴

싫은 건 아니야. 선호하는 맛이 아니더라도, 나는 기꺼이 시도를 하지.

미스 크리스틴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어? 방금 그 말재주 좋은 뱀으로는, 네게 이렇게까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을 텐데.

루시안

극단 생활의 수많은 추억 중 하나.

루시안

극단장은 내가 습득이 빠르다는 걸 간파하고, 직접 무기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루시안

오늘 칼을 잡았을 때의 느낌이 그날과 완전히 똑같았다.

미스 크리스틴

그러면 끝에 남은 매운맛과 단맛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가 되네.

미스 크리스틴

네가 극단에서 겪었던 갈등과 몸부림, 인간들이 고통과 비극이라고 부르는 그 순간들이 드디어 식욕을 돋우는 요리로 조리됐어. 아주 마음에 들어.

루시안

왜냐하면, 그자를 죽인 후에도 나는 여전히 그자를 쫓고 있으니까.

루시안

남아 있는 극단의 신도, 외딴 마을의 기괴한 전설, 그리고 그 화려한 표식…… 여기에 이르기까지 나는 계속 내 안에 있는 억측을 확인하려고 시도했다……

루시안

어쩌면 그자, 다시 살아났을지도 모른다.

미스 크리스틴

그 뱀이 낙찰받은 이야기에서 중독될 것 같은 기묘한 냄새가 났어.

루시안

알려줘서 고맙군. 시나리오를 볼 때, 페이지 사이에 극단의 쌍둥이 얼굴 표식이 찍혀 있는 걸 확인했다.

루시안

캐릭터의 우연은 곧 작가가 설정한 필연. 극단과는 무관해 보이는 미스 그레타가 우리의 안내자가 되었지.

루시안

그래도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그자가 남긴 수수께끼는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니까.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수도 없이 겪어봤지.

루시안

그리고 오늘 달튼이 내 칼에 죽었을 때, 비슷한 느낌이 과거의 내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루시안

이건 그자의 초대장이야.

루시안

미스 크리스틴, 우리가…… 제대로 온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