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불타버린 엘레지여

EA-7등불을 태우는 자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5-08-28

에블라나는 쓰러졌지만, 도시의 보랏빛 불꽃은 점점 더 거세진다. 로흐시니, 네모스, 브리지드 세 사람은 각자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두 번째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등장 오퍼레이터: 아르모니, 리드 더 플레임 섀도우


'리더'

힐록 카운티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아르모니

아직 멀었어.

'리더'

언니가…… 모를 리 없을 텐데.

아르모니

솔직히 말해서, 일이 완벽하게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는 건 '달변가' 걔네들뿐이야.

'리더'

근데도 너는 왜 날 따라왔어?

아르모니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캠프에 누워서 편하게 잠이나 자고 싶어.

'리더'

언니가 왜 날 막지 않았을까?

아르모니

몰라. 너한테 기대를 품었을지도 모르지.

'리더'

아니야. 언니는 한 번도 내게 그런 눈빛을 보인 적 없어. 언니의 그림자가 되겠다고 한 이후, 언니는……

'리더'

아르모니, 부탁이야……언니한테 말 좀 해줘, 난 이런 걸 원하지 않았어.

아르모니

힐록 카운티에 안 가고 싶어?

'리더'

안 가고 싶어. 그리고, 언니의 기분이 꽤 괜찮아 보이면 이 말도 전해줘. 오늘부터, 난……

'리더'

……

'리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르모니

뭐, 썩 내키진 않지만, 아까 그 말은 전해줄게. 그나저나 '달변가'의 눈은 피하기 어려울 텐데.

'리더'

응, 고마워. 얼른 가 봐……

'리더'

……언니가 완전히 싫증 내기 전에.


하지만 아르모니가 모습을 드러낸 건 그녀가 힐록 카운티에 도착한 뒤였다. 그녀는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포성이 울리고 결정 군집이 솟아나는 가운데, 그녀는 복부에 피를 흘리며 힐록 카운티 거리에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었고, 오히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이렇게 자신도 평범한 사람처럼 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멀지 않은 빌딩 위에서 그녀는 솟구치는 보랏빛 불꽃을 보았다.

그제서야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 불꽃이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자신과 거리의 사람들을 모두 꼭두각시로 변하게 할까 봐 두려웠다.

그 불꽃이 자신을 발견하고, 부상당한 자신을 데려가 계속해서 그림자로 삼을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그 불꽃과 마주 보며 그 속에서 자신의 미래에 관한 무언가를 알아내려 했다. 하지만 보이는 건 지긋지긋하다는 혐오감뿐이었다.

결국, 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일어났다.


죽은 붉은 용이 바닥에 쓰러졌다.

살아있는 붉은 용의 뒤에서, 무리를 떠난 영혼수호자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네모스

……그녀는 당신을 속이고 있어요.

고상한 붉은 용

아니, 언니는 누구도 속이지 않았어.

네모스

당신이 온 도시 사람들이 그녀와 함께 죽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자작극을 벌인 거예요.

네모스

당신이 자신을 찌르게 함으로써 자신은 속박에서 벗어나고, 본래 맹렬하지 않았던 보랏빛 불꽃을 더 활활 타오르게 하여, 사윈 전에 모든 사람을 태워버릴 작정이었다고요!

고상한 붉은 용

언니가 왜 여태까지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기념일을 위해…… 이런 위험까지 감수해야 할까?

네모스

붉은 용, 저도 보랏빛 불꽃에 물들었으니 느낄 수 있어요. 죽음의 불꽃이 제 가슴속에서 타고 있어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워요, 감각이 모두 사라질 정도로요!

네모스

그녀가 타라 전체를 노린 건지, 아니면 미쳐버려 온 도시 사람도 함께 순장할 건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요.

고상한 붉은 용

아니, 타라는 이미 언니의 손아귀에 있고, 미친 것도 아니야. 언니는……

고상한 붉은 용

언니는……

고상한 붉은 용

……

고상한 붉은 용

네모스, 언니의 시신은 어딨지?

네모스

제가 가볼게요.

무리를 떠난 영혼수호자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아마 그녀는 평생 이렇게 큰 악의를 품어본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 큰 결심도 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네모스

시신은……

활활 타오르는 소리에 네모스의 대답이 묻혔다.

고상한 붉은 용

언니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든, 나 시어셔가 아직 불에 다 타지 않은 이상 환화 의식은 진행해야 해…… 반드시.

네모스

무슨 얘기인지 이해했어요.

네모스

제가 도시 주민들에게 알릴게요. 그들이 신처럼 추앙했던 사악한 붉은 용은 이미 죽었다고.

고상한 붉은 용

브리지드는?

네모스

도시 밖으로 나가서 영혼수호자를 만나라고 부탁했어요.

고상한 붉은 용

사람들한테 에블라나의 죽음을 어떻게 알리려고?

네모스

관에 넣어야죠. 그 붉은 용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처사입니다.

네모스

이 도시에는 관조차 부족하지만, 그녀는 길가에서 죽은 이름 모를 사람도 아니잖아요. 이건 그녀에게 어울리는 결말이죠.

고상한 붉은 용

……

네모스

싫으세요?

고상한 붉은 용

아니, 그냥 에블라나가 아주 추악한 길을 걷고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을 뿐이야. 그리고 지금은 이 길이 내게 손짓하고 있어…… 그리고 내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고.

고상한 붉은 용

가, 네모스. 내가 시간을 벌어 볼게.

네모스

시간을 번다는 건, 검은 안개를 말하는 건가요?

고상한 붉은 용

맞아. 검은 안개가 사윈을 노리고 있다면, 분명 도시로 들어와 끼어들려고 하겠지. 내가 막을게.

고상한 붉은 용

더는 못 기다리겠어, 검은 안개에게 붉은 용의 불꽃을 어둠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물어봐야겠어.


신비한 여인

“더는 못 기다리겠어, 검은 안개에게 붉은 용의 불꽃을 어둠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물어봐야겠어.”

신비한 여인

어때?

신비한 여인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면, 거울 속 존재와 붉은 용의 결말이 아주 생동감 있잖아.

작가가 벌떡 일어섰다.

작가

당신, 도대체 누구죠? 뭘 하려는 건가요?!

신비한 여인

네가 끝내려 하지 않는 이야기를 끝내려는 거야.

신비한 여인

내가 '진실 맞추기'를 좋아하는 부류라며? 지금 우린 진실에 아주 가까워졌어.

작가

됐어요. 전 이만……

신비한 여인

네가 도저히 자기 입으로 이 이야기의 결말을 말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대신 이야기를 끝내줄게. 어때?

갑자기, 누가 두 눈을 떴는지 모르겠지만, 거울 속 존재는 깜짝 놀라 손을 놓았고, 넋을 잃고 있었던 붉은 용은 모닥불로 떨어졌다. 불꽃은 활활 타올랐고, 거울 속 존재는 틈을 노려 거울 속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불꽃이 사그라들어도 붉은 용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사람들은 붉은 용을 찾지 못해 초조해졌다.

거울 속 존재는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싶었고, 붉은 용을 돌아오게 할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붉은 용이 없으면 자신은 거울 속에서 나올 수 없었다.

신비한 여인

어때?

작가

……

신비한 여인

계속 저쪽 가판대를 힐끔거리고 있네, 신문이 늘 사실만을 보도하는 건 아니야, 작가님.

작가는 술집 입구를 슬쩍 쳐다봤다.

그는 입구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너무 우스꽝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만약 신문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는 눈앞의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어쨌든, 자신은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작가는 무언가를 하나 깨달았다.

어쩌면, 정말로 본인이 원하는 결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여자가 누구든 간에, 적어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만큼은 대등한 관계일 것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위축되었던 작가의 마음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작가

당신이 누구든,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이든 저는 상관없지만, 이야기는 이렇게 쓰면 안 돼요.

작가

당신의 이야기는 결말이 없는 이야기를 조금 더 늘린 것일 뿐, 결말은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작가

질문을 하나 드리죠…… 붉은 용이 또 다른 붉은 용을 죽이는 것을 본 적 있나요?

신비한 여인

네가 붉은 용의 조각상을 광장으로 끌고 가는 영웅을 본 것과 같아. 이건 그냥 '창작'일 뿐이야.

작가

그렇다면 당신은 자신의 창작에 책임을 다해야 해요. 거울 속 붉은 용은 실수로 또 다른 자신을 모닥불 속에서 타 죽게 했어요. 다음은 뭐죠? 사람들은 어떻게 했나요? 거울로 숨은 붉은 용은 어떻게 됐죠?

신비한 여인

너는 어때? 아이디어 없어?

작가는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낸 다음, 테이블 위의 카드를 집어 들었다. 뭔가를 써 내려가려 했지만, 만년필을 너무 오래 쓰지 않은 까닭에 잉크가 말라 나오지 않았다.

작가

시간이…… 필요해요.

작가

하지만, 이을 수 있어요. 분명 이을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정말 이을 수 있을 거예요……

신비한 여인

이을 수 있다고?

신비한 여인

네가 출판할 마지막 이야기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작가가 카드 위로 만년필을 거칠게 긋자, 마침내 잉크가 스며 나왔다.

“죽음이 우리를 모든 전설과 이어 주기를”, 셰이머스 윌리엄스가 쓴 이 구절이 불현듯 작가의 머리에 떠올랐다.

셰이머스 윌리엄스는 이미 죽었다. 하지만 작가는 어쩌면…… 감히 주제넘지만…… 자신이 그가 쓴 전설을 이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이 구절을 카드에 남기고 싶었지만, 카드에는 펜촉이 뚝뚝 끊어지며 알아볼 수 없게 된 잉크 자국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작가

어쩌면……

신비한 여인

왜 그래?

작가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방금 전보다 더 바르고 꼿꼿이 앉았다.

그리고 갑자기 셰이머스 윌리엄스의 시를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한 충동을 느꼈다.

이건 자신을 이곳까지 떠돌게 만들었지만, 아직까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가슴을 단단히 옥죄고, 노래하고 소리치고 싶게 만드는……

창작의 충동이었다.

작가

어쩌면 당신이 정말 저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작가

말씀드렸죠. 제가 보고 믿고 말한 것들이 전부 뒤엉켜 버렸다고. 하지만 당신 덕분에 드디어 이것들이 하나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요.

신비한 여인

그거 정말 다행이네.

신비한 여인

그럼, 이제 세 번째 이야기를 들려줄래?

작가

물론이죠……

작가

뿐만 아니라, 당신의 협조도 필요해요.

작가

제 이야기가 막히게 되면, 당신이 계속해 주세요.

작가

이건 제 이야기지만,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작가

처음부터 당신의 이야기였어요.

신비한 여인

영광이네.

작가의 호흡이 가빠졌고, 흥분한 상태 때문인지 얼굴에 홍조가 생겼다. 이어서 아무리 해도 만년필로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자, 그는 만년필을 책상에 내던져버렸다.

그래, 맞다.

그런 일이라면, 그는 수도 없이 봐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그는 작가다. 곧 자신의 이야기에 결말을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