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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을 찾아

미니 스토리브릿지2025-08-07

로흐시니는 박사의 도움으로 웰링턴 공작의 기함에 올랐고, 공작 연합군의 포위만 하고 공격하지 않던 교착 상태도 마침내 깨졌다. 에블라나의 보라색 불꽃은 런디니움 성벽 위에 번졌고, 로흐시니는 약속대로 타라로 향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리드, 리드 더 플레임 섀도우


모든 것은 결국 불로 끝을 맺으리라.

그리고 너, 나를 거역하는 그림자여, 너에겐 그 불길에 몸을 던지지 않을 권리가 있었으나,

꼭 그 불길 속으로 들어가길 선택했다면,

어서 오너라.

이 그림자조차 사라지는 성대한 불길 속으로.


농지를 잃은 농민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런디니움 외곽까지 왔다는 거지?

도시를 떠난 장인

그렇다고 들었어.

도시를 떠난 장인

살면서 이렇게 멀리 떠나본 건 처음이야.

농지를 잃은 농민

아무리 멀리 왔다 한들 모란보다 멀리 왔겠어?

도시를 떠난 장인

모란? 걔들은 스카타나 들판에서부터 쭉 리더를 따라다녔던 녀석들이야, 걔들이랑 비교할 수는 없지.

농지를 잃은 농민

얼마나 멀리 왔든, 결국 여기까지 왔네. 그다음은? 싸워야 돼?

도시를 떠난 장인

까짓것 싸우지 뭐. 어차피 오는 동안에도…… 날뛰는 살카즈들, 황무지의 강도들, 귀족의 사병들과 많이 싸웠잖아……

버림받은 부상병

……

도시를 떠난 장인

미안, 그쪽 얘기한 거 아니야. 내 말은, 타라인을 노리는 놈들 말이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버림받은 부상병

알아. 난 그저……

버림받은 부상병

아냐, 됐어.

도시를 떠난 장인

말을 하다 말면 재미없잖아. 다리는 어때, 좀 나았어? 춤이라도 춰볼래?

늦여름 초가을의 살짝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닥쳤고, 공기 중에는 들판과 늪지 내음만 한가득이었다.

낙오된 병사는 고개를 들어 런디니움 쪽을 바라보았다. 드문드문 들려오는 포격 소리는 귀에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고, 소문으로만 들었던 살카즈 주술은 흔적조차 볼 수 없었다.

버림받은 부상병

한 번 추지 뭐, 발만 밟지 말라고.


모란

캠프 쪽에서 누가 춤을 추네요? 너무 눈에 띄는데, 가서 말려야겠어요. 여긴 전장이랑 엄청 가깝단 말이에요.

리드

괜찮아, 캠프 안에만 있으면 우리는 안전해.

모란

그래도 우리는 계속 앞으로 가야 하잖아요.

리드

……아니.

리드

전장을 가로지르는 길은 나 혼자 가야 해.

농지를 잃은 농민

리드, 모란, 같이 춤이나 추자꾸나!

리드

……왔구나.

농지를 잃은 농민

저 앞이 바로 전장이야. 앞으로 모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농지를 잃은 농민

다들 멀쩡할 때 춤이라도 한 번 춰야지!

농지를 잃은 농민

리드, 우리는 좀 움직여야 해. 그러면 두려움을 떨칠 수 있을지도……

리드

마침 잘됐어…… 다들 당분간은 캠프에만 있어. 더 이상 전진하지 말고.

농지를 잃은 농민

어? 우리는 전장에 안 가?

리드

그건 너희한테 너무 위험해.

도시를 떠난 장인

그래서, 너 혼자 가겠다는 말이야?

리드

미안.

버림받은 부상병

얼마나 걸리는데?

리드

모르겠어. 하지만 반드시 돌아올게.

모란

리드 씨, 당신을 따라온 사람들 모두 싸우기 위해 왔어요.

모란

다들 이 처참한 전쟁에 참여하기엔 한없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당신을 돕고 싶어요. 할 수 있는 게 고작 화살 몇 발 막는 것일지라도.

리드

부족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모란

……리드 씨?

리드

웰링턴이든 다른 대공작이든, 아니면 살카즈든, 그들은 모두 중요한 전력이지만, 우리는……

리드

어느 쪽에 서든 우리의 힘은 먼지 한 톨보다도 미약하지. 너희도 그렇겠지만, 나도 마찬가지야.

모란

그럼 당신은 왜 가는 거죠?

리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러 가는 것뿐이야.

리드

이건 동포들을 위해 빅토리아인에게 칼을 겨누는 것처럼 고상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는 마주해야 해……

리드

그녀를 말이야.

모란

……'리더'군요.

리드

맞아, 리더.

타라인 중에 더블린과 '리더'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모른다 해도, 웰링턴의 군대가 런디니움으로 진군하면서, 빅토리아인들의 더 극심해진 탄압에 그들도 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들도 눈앞에 있는 이 더블린의 '리더'가 소문으로만 듣던 '귀혼대'나 웰링턴의 고속 전함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들을 구해줬고, 또 아무런 대가도 요구도 하지 않았기에, 그녀가 진정한 리더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도시를 떠난 장인

여기까지 오면서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고, 흩어지기도 했어. 너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는 건, 다들 마음의 준비를 했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우리 걱정은 안 해도 돼.

버림받은 부상병

제가 다쳤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빌어먹을 망자들이랑 붙어도 전혀 승산이 없는 건 아닙니다.

농지를 잃은 농민

어차피 내 목숨은 네가 살려준 거야, 네 앞에서 죽는다 해도 전혀 아깝지 않아.

리드

다들 정말 고마워. 하지만 우리는 희생하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야.

리드

우리의 앞길에는 전쟁만 있는 게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내가 돌아오면 우리 다 같이…… 전쟁이 없는 타라로 돌아갈 거야.

침묵하는 사람들

……

모란

……리드 씨, 반드시 돌아올 거죠?

리드

그럴 거야.

모란

그러면 우린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리드

좋아, 기다려줘.


실버록 블러프스 전쟁 후, 왕정군은 런디니움 성벽 아래로 퇴각했지만, 빅토리아 대공작들은 런디니움을 포위만 한 채 공성전을 서두르진 않았다.

방금 입장을 바꾼 웰링턴 군대는 포위에 가담하지 않았고, 교전 구역의 밖에 주둔해 무관심한 방관자처럼 런디니움 밖의 대치 상황을 냉담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대치 상태가 평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찰과 반격, 기습과 매복, 살카즈의 주술, 함포의 소규모 공격은 여전히 존재했다……

게다가 움직일 수 없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부상병들의 저주와 신음까지 함께 얽혀, 전장에는 숨 막히는 평온함이 흘렀다.


드라코는 그 평온함을 틈타 출발했다. 그 평온함을 깨부수기 위해.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도시 밖 상황은?

살카즈 정찰 용병

몇 시간 전에 빅토리아인들이 전장에서 부상병을 빼내려고 했지만, 저희가 씨를 말려버렸습니다.

살카즈 정찰 용병

하지만…… 저희가 나서니까 빅토리아 놈들도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습니다. 게다가 화력이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님, 그때 바벨이라고 했던 통신 채널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죽기 싫으면 그만 닥쳐!

살카즈 정찰 용병

……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뭐? 한 와이번이 도시 밖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다닌다고? 우리를 무슨 시체 취급하는 거냐?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그 와이번이 1분 뒤에도 살아 숨 쉬고 있으면 그땐 너희가 죽을 줄 알아.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잠깐, 그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 살카즈까지 구했다고?


빅토리아 병사

*빅토리아 비속어* 마족 놈들, 날뛸 날도 며칠 안 남은 주제에 잔인하기 짝이 없군……

빅토리아 장교

차라리 이렇게 포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낫겠어.

빅토리아 장교

웰링턴이 입장을 바꾼 데다, 런디니움 포위전에 가담하지 않고 자기 캠프로 철수했다. 살카즈와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보인 거지.

빅토리아 장교

아량이 넓은 캐스터 공작님은 우리에게 이 일에 대해 논하지 말라고 명령하셨지만, 이제 살카즈 군대에 맞설 불쌍한 녀석들을 또 어디서 찾으라는 거야?

빅토리아 장교

어쨌든 나는 가고 싶지 않다.

빅토리아 병사

하지만 도시에 빅토리아인들이 정말로 없다고 해도, 전장에는 아직 부상자가 그렇게나 많은데……

빅토리아 부상병

보고드립니다…… 복귀했습니다.

빅토리아 장교

아니?! 너희를 지원하러 갔던 병사들은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는데, 너희들이 어떻게……?

빅토리아 부상병

한 캐스터…… 와이번이 저희를 구해줬습니다.

빅토리아 장교

와이번? 어느 공작 휘하 녀석이지? 고도딘? 파이프?

빅토리아 부상병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그 여자는 소속을 가리지 않고 죄다 구했습니다.

빅토리아 장교

젠장, 대체 정체가 뭐지? 그 여자 어디로 갔나, 런디니움인가?

빅토리아 부상병

아마도……'가스트렐'호인 것 같습니다.


리드

미안하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죽어가는 타라인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적어도 배에 난 칼자국이…… 더 이상 아프진 않으니까요.

죽어가는 타라인

감사합니다, 리더. 오크 그로브 카운티에서 당신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불길은 이미 타오르기 시작했다”고 하셨죠.

죽어가는 타라인

저 역시 불면의 망자가 되어 죽어서도 계속 타라를 위해 싸우게 되는 거겠죠?

리드

그렇게 되길 원해?

죽어가는 타라인

……

리드

그렇다면 나는 아니라고 답할게.

죽어가는 타라인

예……?

리드

불길은 이미 타오르기 시작했고, 많은 것을 집어삼킬 거야. 하지만 절대 생명을 그 땔감으로 써선 안 돼. 불은 그런 존재가 아니야.

리드

영혼수호자의 전설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타라 전사들은 수호자가 건넨 불 속에서 편안하게 잠들고 휴식을 취했다지……

리드

병사, 네 전쟁은 이제 끝났어. 그러니까 이젠 너도 충분히 쉬어.

죽어가는 타라인

리더, 제가 그럴 수는……

리드

……명령이야, 쉬도록 해.

죽어가는 타라인

……알겠습니다.


고위 장교

'교관'님.

'교관'

목표 인물 상황은 어떤가?

고위 장교

가는 도중 부상자들을 응급 처치하곤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저희 캠프로 직진하는 중입니다. 곧 '가스트렐'호 탑승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교관'

살카즈랑 다른 대공작들의 움직임은?

고위 장교

살카즈 쪽에서 소규모 부대로 탐색전을 시도했으나, 그들은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했고, 그자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교관'

계속 감시하면서 승선 채비를 해라. 그자의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있다면 즉시 제거하고.

고위 장교

예.

고위 장교

그런데 '교관'님, 우리와 타라인들은…… 이미 전장에서 생사를 함께한 전우가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교관'

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물어봐.

고위 장교

목표 인물에 관한 소문을 몇 가지 들었는데, '교관'님께서 한때 그자를 제거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교관'

……

고위 장교

지금은 왜 보호하려는 겁니까?

통신음

보고드립니다. 목표 인물이 탑승구에 도착했습니다!

고위 장교

(대답을 구하는 눈빛)

'교관'

지휘실로 올려보내.

고위 장교

(독화술로) 지휘실 말입니까?!

고위 장교

……'가스트렐'호의 지휘실로 올려보내라.

통신음

예!

고위 장교

저는…… '교관'님께서 직접 그자를 맞이할 줄 알았습니다.

'교관'

내가?

'교관'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리드

……웰링턴 공작?

리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언니일 줄 알았는데.

웰링턴 공작

에블라나 전하께서는 아직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로흐시니 씨.

웰링턴 공작

그보다 어떻게 G-0 고지의 정확한 좌표를 알게 되었는지가 궁금하군요. 당신이 몸담고 있다는 그 제약회사입니까? 그 박사라는 자?

리드

……맞아.

웰링턴 공작

그렇다면 로흐시니 씨, 그 박사에게 전해주십시오. 타라에서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직접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리드

내가 언니를 만날 수 있게 박사가 도와준 건, 타라로부터 어떤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저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서지. 나 또한 박사와 같은 마음이고.

웰링턴 공작

실례지만 로흐시니 씨, 지금 제게 당신은 그저 유세꾼으로밖에 안 보이는군요. 그리고 유세꾼에게는 조건을 제시할 권리가 없습니다.

리드

난 유세꾼이 아니야. 난 나 자신만을 대변해.

웰링턴 공작

그렇다면 이야기를 더 들어봐도 좋겠군요.

웰링턴 공작

뭘 얻고 싶으신 거죠?

리드

평화.

웰링턴 공작

평화요?

웰링턴 공작

함포 소리는 여전하고 살카즈의 주술도 아직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 평화를 논하다니요?

웰링턴 공작

백번 양보해서, 그 발언을 이 전쟁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하지는 않겠습니다.

리드

이 전쟁을 모욕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리드

공작, 전쟁이 지속되는 이유는 끝낼 수 없기 때문이 아니야. 내 눈에도 살카즈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보여.

리드

빅토리아인들이 런디니움을 포위만 하고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전력을 아끼기 위함에 불과해.

리드

아마 포위로 런디니움 전체를 말려 죽이려는 의도일 테고.

리드

그들은 도시 안에 자신의 동포가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어차피 도시에 들어설 때 빅토리아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대로 없는 셈 치면 되니까.

리드

아주 추악한 전술이지.

웰링턴 공작

그들이 추악한 이유는 나약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래왔죠.

웰링턴 공작

나약함은 동기의 선악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바로 나약한 거지요, 로흐시니 씨.

리드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야, 공작.

리드

나는 당신과 당신의 군대가 이 추악한 포위 작전을 끝냈으면 해. 취약해진 살카즈의 방어벽을 무너뜨리고, 도시 안에 있는 빅토리아인들이 동포들의 손에서 절망적인 고통을 겪지 않게 해줘.

웰링턴 공작

무슨 뜻인지는 이해했습니다.

웰링턴 공작

에블라나 전하의 말씀대로 당신은 연민이 많고 고상한 분이군요. 하지만 연민과 고상함은 타라인이 살카즈와 빅토리아인의 충돌에 개입하는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리드

당신이 그걸 정말 단 한 번도 고려한 적이 없다면, '가스트렐'호가 지금까지도 이곳에 머물고 있진 않았을 거야.

웰링턴 공작

저는 '명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로흐시니 씨.

웰링턴 공작

저, '가스트렐'호, 그리고 수천수만의 타라 전사들도, 우리 모두에겐 명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울 명분 말입니다.

리드

부탁할게.

웰링턴 공작

전장에서 부탁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리드는 웰링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려고 애썼다.

그녀는 전장에서 무엇이 가장 강력한지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그 단어를 내뱉을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자격일 뿐이었다.

그녀가 자격을 내세우는 순간, 더 이상 발을 뺄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발을 뺀 적이 없었고, 애초에 그것 때문에 찾아온 것이었다.

리드

(크게 심호흡한다)

리드

그렇다면 공작, 며…… 명령을…… 내리겠다.

리드

타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리드

도시에 있는 빅토리아 시민들을 구해라.

리드

당신의 함대로 살카즈의 허술한 방어선을 부수고, 런디니움에 진작에 맞이해야 했을 해방을 가져올 것을 명한다.

리드

타라의 군대는 숭고함을 보일 것을 명한다.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서.

웰링턴 공작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로흐시니 씨.

리드

……

웰링턴 공작

더 분부할 일이 있으십니까?

리드

여태까지 런디니움 밖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러는 게 설마 언니 때문인가……?

웰링턴 공작

아닙니다.

웰링턴 공작

이곳에 주둔한 이유는 오직 하나, 빅토리아인의 나약함과 비열함을 다시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웰링턴 공작

당신에게 명령을 내릴 의지가 있는 한, 그 명령은 그대로 실행될 겁니다.

웰링턴 공작

당신은 그저 선택을 한 겁니다. 당신과 에블라나 전하, 그리고 새롭게 태어날 타라와 긴밀히 연결되고자 하는 선택을 말이죠.

리드

……그래.

리드

설령 이번 포위전이 아니었더라도 난 이걸 위해 왔을 거야.

웰링턴 공작

그렇다면 에블라나 전하께서 곧 시간을 내어 당신을 만날 거라 믿습니다. 전하께서는 잠시 바쁘신 것뿐이니.

리드

언니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지?

웰링턴 공작

무슨 일을 꾸미고 있든, 또 그게 성공하든 실패하든, 타라에게는 득이 될 뿐입니다. 해가 될 일은 없습니다..

리드

……정말?

웰링턴 공작

전하께서 그렇게 약속하셨습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실 겁니다.

웰링턴 공작

그럼 전 이만.

다시 정적이 흐르는 지휘실에서 리드는 조금 전 나눴던 대화를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그녀는 목표를 일부 달성했고 몇 가지 사실도 파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의문이 생겨 버렸다.

하지만 이 발걸음을 내디딘 이상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고위 장교

로흐시니 씨.

리드

당신은?

고위 장교

장군님께서 로흐시니 씨를 객실로 안내하라는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고위 장교

타라에 도착하기 전까지 '가스트렐'호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시면 되겠습니다.

리드

미안하지만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고위 장교

혹시 지금까지 당신을 따라온 그 타라인들 말씀입니까?

고위 장교

장군님께서도 이를 염두에 두시고, 소규모 부대를 보내 그들을 이쪽으로 데려와 보조 선박에 태워 타라의 주도인 나 시어셔로 보내려고 합니다.

리드

아니, 내가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어.

고위 장교

그건……

리드

마치 내가 당신과 공작에게 반드시 나 시어셔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리드

방금 공작에게 분명히 말했어.

고위 장교

죄송하지만, 장군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위 장교

장군님, 바쁘십니까?…… 아, 그게……

고위 장교

예?! 바쁘신 와중에 어떻게 직접……

고위 장교

예, 예!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고위 장교

로흐시니 씨.

리드

듣고 있어.

고위 장교

'리더'께서 직접 로흐시니 씨의 행동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리드

'리더'?

고위 장교

그렇습니다.

고위 장교

다만 그분께서는 로흐시니 씨가 조금 더 머물면서……

고위 장교

성대한 공연을 관람하길 간절히 바라고 계십니다.


웰링턴 공작

정말 만나지 않으실 겁니까?

에블라나

필요 없어.

에블라나

엄밀히 말하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지금 우리가 만난다 해도 좋을 게 없어. 로흐시니를 곤혹스럽게 만들 뿐이야.

웰링턴 공작

알겠습니다. 그럼 전하께서는 지휘실로 돌아가셔서 좋은 소식을 기다려 주시지요.

에블라나

잠깐.

웰링턴 공작

왜 그러십니까?

에블라나

로흐시니가 타라의 운명과 함께하기로 했다면, 우리도 동생이 곧 발을 들여놓을 나라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웰링턴 공작

그 점에 대해서는 염려 마시지요. 살카즈가 무너지는 속도로 충분히 증명될 테니까요.

웰링턴 공작

다만, 전하께서 친히 위력을 보이실 생각이시라면, '가스트렐'호는 언제든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에블라나

그것도 환영이지.

에블라나

나의 사랑하는 동생이 소원을 말했는데, 내가 그 소원을 직접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내가 말했잖아? 그 와이번의 정체가 뭐든 빅토리아 놈들을 구하는 순간 우리랑은 원수라고!

살카즈 정찰 용병

저희가…… 상대하기엔 도저히 역부족이었습니다.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쓸모없는 놈!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쯧, 됐다. 그래 봤자 와이번 한 명이……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무슨 소리지?

살카즈 정찰 용병

고, 고속 전함입니다! 지금 성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빅토리아 놈들 건가?

살카즈 정찰 용병

'가스트렐'호입니다…… 웰링턴인가 뭔가 하는 그 공작의 전함입니다!

살카즈 정찰 용병

게다가 캐스터의 군함도 웰링턴의 작전을 지원하는 것 같습니다!

살카즈 정찰 용병 대장

적습! 적습이다……

살카즈 정찰 용병

저 보라색 불꽃은?! 대장님……

네츠살렘

……

[CG: 58_mini01]

'가스트렐'호의 선두에 더블린의 '리더'가 우뚝 서 있었다. 맹렬한 보라색 불꽃이 그녀의 창끝에서부터 성벽 전체로 퍼져 나갔다.

죽음의 불길이 성벽 위에 있던 살카즈의 몸에서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더니, 점차 옆에 있던 이에게 번져나갔다. 불길은 주저 없이 다음 희생자를 찾아 나섰지만, 공중에 떠 있는 나흐체러르에게만은 닿을 수 없었다.

에블라나

나흐체러르, '전쟁의 신', '전쟁과 죽음의 왕'?

에블라나

유감스럽게도 이곳엔 네가 지배할 죽음이 충분하지 않아.

에블라나

살아 있는 전설도 결국 끝이 나기 마련이야. 부패할 운명을 피해 새로운 전설의 불쏘시개가 되는 게 최선의 결말이겠지.

네츠살렘

오호라, 야망이 넘치는 젊은 드라코로군.

네츠살렘

아주 좋아.

네츠살렘

창끝으로 삶과 죽음을 다루는 붉은 용, 그대는 과연 죽음을 어디까지 헤아리고 있을까?

네츠살렘

전쟁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이런 여흥을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에블라나

나흐체러르, 조금만 더 버텨봐.

에블라나

저 함포의 굉음이 멈추기 전에, 빅토리아인들에게 죽음이 뭔지 제대로 보여줘야지.

네츠살렘

오래 기다렸다, 어린 드라코여.

네츠살렘

그대는 다른 이들보다 더 배짱이 있는 편이군.

네츠살렘

그렇다면 네 불꽃으로 저 성벽을 포위한 나약한 놈들에게 경고해 보거라……

네츠살렘

내가 이곳에 있다고.

네츠살렘

전쟁이 이곳에 왔노라고.

부패의 기운은 더욱 짙어졌고, 얼음 같은 죽음의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죽음과 죽음이 서로 충돌하자, 함포의 굉음은 아득히 멀어졌고, 성벽은 한없이 얇아졌다.


농지를 잃은 농민

진, 진짜 싸우는 거야?

도시를 떠난 장인

리더가 설마……

버림받은 부상병

허튼소리 하지 마! 리더가 어떻게……

버림받은 부상병

……

버림받은 부상병

안 되겠어, 리더를 보러 가야겠어.

모란

우리는 여기서 기다려야 해요.

버림받은 부상병

하지만 런디니움에 전쟁이 터졌잖아!

모란

……리더를 믿어요.

버림받은 부상병

나도 믿고 싶어. 하지만 너도 저 소리를 잘 들어봐. 저건 주술의 소리고, 대공작의 함포 소리야! 리더가 어떻게……

모란

리더가 우리를 믿었던 것처럼 우리도 믿자고요.

버림받은 부상병

……

부상병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불길과 굉음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이 부대가 전장에 나설 만한 이유를 찾아보려고 했다.

자욱한 연기와 진흙탕을 넘어 그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리드, 로흐시니이자, 그들의 리더였다.

그녀는 자신의 싸움을 끝내고 약속대로 돌아와 그들의 이 여정을 이끌었다. 이 여정의 종착점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의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 평화가 이뤄질 때까지.

리드

가자.

리드

저쪽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야.

리드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