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ST-3자승자박
크루즈의 한 객실에서 에르네스토를 찾아낸 첸. 에르네스토는 자신이 주모자라고 자백했지만, 첸은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았다. 정체가 탄로 난 에르네스토는 첸에게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첸
아빠, 준비가 다 끝났다고 소식이 왔어.
그래?
응? 아빠, 별로 반가운 것 같지 않은데?
맞아.
왜? 이날만을 줄곧 기다렸던 거 아냐?
칸델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야.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면 안 돼.
라파엘라.
응?
여차하면 에르네스토와 함께 몸을 피하거라.
왜? 난 아빠랑 같이 있을 거야.
떼쓰지 마라. 원래 이번 일에 너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어.
믿고 맡겨놓은 딸내미가 나랑 이런 일을 하는 걸 퓨가 알게 된다면, 아마 무덤에서 뛰쳐나올 거다.
에르네스토 녀석은…… 흥.
오빠가 왜?
걔는 아마 내가 모르는 줄 알겠지. 녀석의 생각을 내가 모를 리가.
오빠는 배신하지 않았어.
알고 있다. 녀석 없이는 이번 일은 성공할 수 없어.
하지만 걔는 이렇게 하길 원치 않거든.
그건 왜?
누구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길 바라지. 쓸데없는 고생을 찾아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판초는 양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내 담뱃대 좀 가져다 주거라. 혼자 조용히 있고 싶구나.
응……
첸 씨, 왔네.
린 씨는? 같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젠 숨길 생각이 없나 봐?
솔직히 여기까지 왔는데 뭘 더 숨기겠어. 안 그래?
확실히, 생각지도 못했어. 두 사람이 거기서 나올 줄은.
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나 봐.
궁금해서 그러는데, 대체 어떻게 눈치챘던 거야?
린 위시아가 1라운드에서 폭탄을 설치하는 걸 봤거든. 단지 너한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그때부터 의심한 거였어?
그때만 해도 그냥 만일에 대비해서 의심한 것뿐이었지만,
확신이 들었던 건, 네 무기점에서 같은 폭탄을 발견했기 때문이야.
그랬구나.
승부는 진작부터 나 있었던 거였어.
그래서, 지금은 어쩔 건데? 끝까지 발악할 건가? 아니면 자수라도 하고 싶은 거야?
난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뿐이야, 첸 씨.
다 듣고 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들어는 줄게.
첸 씨는 볼리바르의 역사를 알고 있어?
자세히는 몰라.
하긴, 첸 씨는 빅토리아에서 유학을 했었지. 빅토리아는 볼리바르에 그다지 간섭하지 않으니, 특별히 조사하지 않는다면 잘 모를 수도 있겠네.
이베리아가 이 땅을 발견하기 전까지 이곳은 볼리바르라는 이름의 평원에 불과했어.
이베리아 사람들이 이곳에서 대량의 오리지늄 광맥을 발견하고는 이곳에 머물면서, 볼리바르는 그들의 종속지가 되었지.
그 후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베리아의 통치가 끝났고.
그러다가 130년의 혼란을 겪고, 이번에는 라이타니엔이 왔어.
그리고 볼리바르는 또 라이타니엔의 종속지가 되었고.
200년 전, 볼리바르는 종속지에서 속국이 되면서, 싱가스 왕조가 들어섰어.
그때부터 지금의 볼리바르가 됐다고 할 수 있지. 뭐, 싱가스 왕조 사람들은 자신들을 볼리바르인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그러고 위치킹 때, 라이타니엔이 볼리바르를 통해 컬럼비아에서 내란을 일으키려고 했어.
하지만 내란은 실패로 끝났고, 볼리바르는 오히려 컬럼비아의 침략을 받았어. 그때 연립정부가 세워졌지.
볼리바르는 이때부터 컬럼비아와 라이타니엔에 점령당한 신세가 된 거야.
라이타니엔은 볼리바르에 큰 관심이 없었고, 컬럼비아는 야심이 넘쳤지만 한 번에 삼킬 능력은 없었거든.
그래서 양측은 대치 국면에 접어들었어.
그러다가 이런 상태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볼리바르인들이 저항을 하기 시작했지.
그들은 저항군을 조직하고, '진정한 볼리바르인'이라 자처하면서, 볼리바르를 진정한 독립국가로 만들겠다고 맹세했어.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어. '진정한 볼리바르인' 때문에, 볼리바르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거야.
결국 볼리바르는 지금 이 모양이 된 거지.
연립정부, 싱가스 왕조, 진정한 볼리바르인, 이렇게 세 세력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전쟁에 빠졌어.
그뿐만 아니라, 이런 환경 속에서 도솔레스 같은 도시가 탄생했거든.
칸델라 시장의 통치 아래, 이 도시는 세 정부에서도 위상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세 정부가 칸델라 시장의 체면을 봐주는 일도 종종 있었어.
이 도시는 그들이 무시할 수 없는 자원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칸델라 시장은 이 도시를 지킬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거든.
그렇게 이 도시는 점차 볼리바르인 모두가 꿈꾸는 도시가 되었어.
전쟁에 지친 볼리바르인은 돈을 벌어 이곳에 와서 놀거나, 새 출발을 하길 원하고 있지.
하지만, 첸 씨나 린 씨 같은 좋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알아챘을 거야.
이 도시가 어떤 곳인지.
세 정부는 최소한 볼리바르를 통일시킬 마음이라도 있겠지만, 칸델라 시장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솔직히 이 도시의 번영은 볼리바르의 고통 위에 쌓아 올린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 도시가 번영할수록 이 나라는 점점 희망이 없어져.
진정으로 볼리바르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지.
너도 그중 한 사람이야?
응.
이 도시는 볼리바르 같은 곳에 존재해선 안 돼.
그렇다면 네 목적은 이 도시를 파괴하는 거네.
아니, 파괴하기엔 너무 아깝잖아.
우리의 목적은 공포를 조성하는 거야.
그래서 너희를 도와달라고 나를 설득하고 싶은 거야?
설마. 몇 마디 말로 남을 설득할 자신은 없어.
단지 첸 씨와 린 씨가 옆에서 그냥 잠자코 있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지.
너희라면 알 거야,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정의로운 건지.
……
당신들이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두 사람에겐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이건 약속하지.
당신들은 무척 강해. 같이 경기에 참가했으니 이건 누구보다 더 잘 알지.
만약 당신들과 충돌한다면 불필요한 피해만 늘어날 거야.
그러니까 부디 내 제안을 받아줬으면 해.
에르네스토.
말해.
얼마 전에 난 이번보다 더 복잡한 음모를 겪은 적 있어. 거기서 나는 내 나약함을 깨달은 것 외에 얻은 게 하나도 없거든.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것치고, 정의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없어.
……
게다가 넌 솔직하지도 않잖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첸 씨. 난 내가 이번 일의 주모자라고 인정했는데.
아니, 네가 아니야.
우리를 네 무기점에 가둬두려는 네 행동부터가 의심스러워.
효과가 있긴 하지만 너무 억지야. 게다가 네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리가 없어.
그래서 너에게 숨겨둔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지.
그런데 네가 이 모든 사건의 배후라면, 네 정체가 드러났을 때 이걸 해결할 수 있을 다음 수가 뭘지 도통 떠오르지 않아.
그래서 네 정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난 깨달았어. 그러니까 드러나도 상관없다는 거지.
그렇다면 이 모든 게 말이 돼.
너의 목적은 우리를 묶어두는 게 최우선이고, 만약 묶어두지도 못하고 신분이 탄로 나 봤자 지금과 같은 상황에 부닥치는 게 고작이야.
나를 네 앞에 세워 너를 이 모든 것의 주모자로 보게 만들고, 진정한 배후를 못 보게 하려는 거잖아.
……
지금까지 내가 네 함정에 잘 빠져 있었지? 에르네스토.
진짜 함정에 빠진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할 수 없어, 첸 씨.
하지만 우리가 가진 단서가 너무 적어서, 우린 함정인 걸 알면서도 뛰어들 수밖에 없었어.
그 적은 단서로, 고작 일주일 만에 우리가 몇 년간 정성 들여 준비한 계획을 간파할 뻔하다니.
역시 첸 씨와 린 씨는 진짜 대단해.
정말이야. 내가 당신들을 주적으로 본다니까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유난 떤다고 했는데.
그래도 내가 보기엔 잘한 것 같아. 그 점을 간과하고 정보가 더 새 나갔더라면, 두 사람은 진작에 눈치챘겠지.
근데 말야, 안타깝지만 두 사람은 실패했어.
에르네스토는 그렇게 말하며 TV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