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형무관으로 위장한 제셀톤은 체포되었다. 이제 맨스필드 형무소의 평범한 수감자 중 하나에 불과한 그는 온갖 조롱과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자신에게 보내져 온 한 통의 편지에 여전히 희망의 불씨를 싹 틔우고 있다.
친애하는 미스터 K:
모든 게 순조롭길 바랍니다. 저는 새벽의 맨스필드 형무소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곳의 상황은 제가 잠입하기 전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습니다.
형무관들은 거만하고 빈둥거리는 데다, 죄수들은 남는 에너지를 의미 없는 싸움질에 발산하고 있습니다.
죄인들과 형무관들은 제게 매우--
제셀톤은 '매우'라는 단어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베개에서 노래진 편지를 꺼내 들었다. 편지의 발신자에는 '미스터 K'라고 적혀 있었고, 수신자는 자신이었다.
그는 쇠창살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기대어, 낮은 목소리로 편지의 내용을 읊조리고 있었다.
“한동안 감옥 안에서 조용히 지내 주세요. 남의 이목도 끌지 마시고, 사고도 일으키지 마세요……”
“당신은 여전히 파라솔 회사의 중요한 직원입니다. 우린 여전히 당신을 위한 직위와 대우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감옥에서 바른 태도로 잘 계셔만 주신다면, 때가 되었을 때 반드시 자유롭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보상과 함께……”
흥……
회사 쪽 반응이 너무 느리군, 이제서야 편지를 전달하다니.
제셀톤은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럽게 편지를 접어 편지 봉투에 넣은 후, 베개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컬럼비아 비속어*, 그런 짜릿한 꿈을, 오줌 때문에 날려 버리다니……
여어, 이거 제셀톤 아냐. 또 밤새 편지를 쓰셨나.
지난주에도 편지, 오늘도 편지, 도대체 누구한테 보내는 거야?
당신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뭘 그렇게 숨기는 거야, 우리한테 보여 주면 덧나기라도 하냐? 도대체 뭘 쓰는 거야? 아빠 엄마한테 용돈이라도 달라고 하는 거냐? 아니면 마누라한테 바람피우지 말라고 매달리는 거냐?
난 오늘 누군가랑 내기를 했어. 담배를 열 개비나 걸었지.
편지에 뭘 쓰고 있는지 알려 주지 그래? 만약 이기면, 절반을 주지.
미안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지켜 줬으면 좋겠군요.
그래그래, 프라이버시~
형무관으로 위장 잠입해서 살인하려다가 성공하기도 전에 역으로 죄수나 된 주제에 뭔 폼을 잡는 거냐. 프라이버시? 웃기는군.
모두 모였나?
제셀톤이 아직 안 왔습니다!
제셀톤? 또 무슨 일이야?
문에서 나오다가, 철창에 머리를 부딪혔답니다!
죄송합니다, 의무실에 다녀왔습니다.
의무실? 많이 다친 모양이군, 우리 '동지'.
말해 봐, 누가 그랬나? 최근 조용히 있어 준 보상으로, 누군지 분다면 녀석을 처벌해 주지.
아닙니다. 실수로 넘어졌습니다.
정말인가?
정말입니다.
그럼 2~3일마다 의무실로 뛰쳐나가지나 마! 네가 쇠창살보다 더 튼튼한 걸 다 아는데, 의무실엔 왜 가는 거야?
다른 녀석들도 제대로 일해! 제셀톤, 이쪽으로 와라. 너한테 따로 맡길 일이 있다.
아닙니다, 저도 다른 수감자들이랑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쫑알대지 말고, 이리 와!
자, 여기 물통이랑 세제. 잘 들어, A 구역의 감방의 변기 전부를 청소하도록!
알겠습니다. 형무관님이 정해 주신 임무라면.
그런데 제게 솔을 주지 않으셨는데요.
솔이라고? 하!
대단하신 제셀톤 님, 아츠를 사용하면 솔 하나 만들어 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잖아? 시끄럽고, 끝나면 보고해. 확인했는데 더러우면 밥도 없을 줄 알아!
하하, 하……
(스으으읍)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형무관님. 지금 이곳에선 당신이 권력자이시니 말이죠.
……
퉤, 벌로 화장실 청소나 하는 주제에 폼 잡기는.
제셀톤, 돌아왔냐?
그런 더러운 일을 하다니, 고생이 많군.
별것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이건 점심에 나온 빵이다.
고맙습니다, 릭. 오전에 의무실에 가서 정보를 수집해 온 보람이 있군요.
날 위해 철창에 부딪힌 척 의무실 정보를 캐온 거잖아? 내가 고맙지!
그래서, 내 병은 어때……?
그 의사, 다루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더군요. 돈을 조금 쥐여 주고서야 입을 열었어요.
그 의사 말에 따르면, 당신 간 질환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제셀톤, 너 또 여기서 '친구 만들기'라도 하고 있냐?
칫.
뭘 하든 상관없지만, 오늘 결투엔 너도 참가해야만 해!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오락 활동엔 흥미가 없어서 말이죠.
흥미가 없다고? 최근에 A 구역이 감염자 녀석들에게 얼마나 처참하게 패배했는지 알기나 해?
네가 한바탕 난리를 쳐서 안토니가 도망치는 바람에, B 구역 녀석들은 점점 기고만장해지고 있어. 다 네 탓인데, 안 가겠다고?
안 갈 거면 기대나 해. 다음에 또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되거든, 우리가 아주 기뻐할 만한 '이벤트'를 준비해 주지!
미안하지만, 난 당신들처럼 천박하지 않아서 말이죠. 그런 저속한 폭력이나 저지른다고 재미를 느끼진 않아요.
제셀톤, 역시 가 보는 게……
거기 릭인가 하는 놈, 온 지 며칠이나 됐나? 내가 하나 알려 주지. 그 녀석을 멀리하는 게 좋을 거야. 좋은 녀석이 아니거든.
좋은 녀석이 아니라고? 무슨 소리야, 제셀톤은 날 계속 도와줬다고……
칫, 멍청이는 도와주기도 힘들다니까.
제셀톤, 곧 시작이다. 빨리 오는 게 좋을 거야! 늦으면 우리가 단체로 널 찾아다닐 테니까!
(어깨를 으쓱거린다)
꼭 그래야 한다면, 얼굴 정도는 비춰드리죠.
얼굴만 비추는 게 아니라…… 이 새끼가……
아니다, 아무튼 따라와!
누가 왔는지 보라고!
제셀톤, 죄수복이 썩 잘 어울리는군!
형무관 일이 지겨워져서 우리랑 어울리러 오셨나?
하하하하하하하……
(소곤) 제셀톤, 듣기론 네가 앤소니와 맞설 정도라던데, 이런 무리들 정도는 아무 문제 없겠지?
바보 같은 질문이군요. 나를 모욕할 셈입니까?
고작 감염자 몇 명 정도는……
한동안 감옥 안에서 조용히 지내 주세요. 남의 이목도 끌지 마시고, 사고도 일으키지 마세요
……
들었냐, 감염자 떨거지들아. 제셀톤이 고작 감염자 녀석들 가지고는 성에 안 찬다고 하신다.
좋아, 이 가짜 형무관 녀석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고!
가자!
오오, 또 시작인가…… 어라, 저기 봐봐.
제셀톤?
난 오늘 'A 구역 우세' 쪽에 걸겠어.
그럼 자네는 망했군. 나는 'A 구역이 우위에 서지 못한다'에 걸겠어.
제셀톤, 거기 서서 뭐 해? 기둥이라도 된 거냐? 빨리 때리라고!
제셀톤, 이 자식……
제셀톤, 네놈 *컬럼비아 비속어* 배신하는 거냐?
크하하, A 구역의 머저리들. 이거밖에 안 되는 거냐? 너희가 데려온 구원 투수는 아무 의욕도 없는 모양이군. 죽을 준비나 해라!
이 녀석들, 너무 싱거워서 때리는 맛이 없는데.
무슨 뜻이지?
여기서 가장 손맛이 좋은 건 A 구역의 머저리들이 아니라, 저 말만 번지르르한 가짜 형무관 아니겠어?
저 녀석 아까 뭐라고 했었지? “고작 감염자 몇 명 정도는 성에 안 찬다”고 했었지, 아마도?
보기만 해도 열받는 녀석이야. 저 녀석이 안 덤비겠다면 내가 가서 한 방 먹여 주겠어……
*컬럼비아 비속어*, 뼈가…… 저 녀석 완전 쇳덩이야. 마치 무거운 쇳덩이를 치는 느낌이라고!
이 몽둥이맛 좀 봐라!
잘했어! 저 양심 없는 녀석을 패 버리라고!
(휘익-) 안 통할 거야.
쇠몽둥이가 휘었다고?!
B 구역의 멍청아, 이 녀석은 아츠를 쓴다고. 그것도 몰랐냐?
너네는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게다가 저 녀석을 구원 투수로 불러오긴 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저 튼튼한 조각상이나 다름없지.
제셀톤, 잘 생각해!
여러분, 부디 침착하세요.
저는 처음부터 이런 저질스러운 싸움을 돕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지금 여기 서 있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양보한 겁니다.
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길을 비켜 주시죠. 여기서 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잘도 지껄이는군?
우리는 도움을 달라고 널 불러온 거지, 구경이나 하라고 데려온 게 아니야!
그렇군. 네놈은 결국 가짜 형무관 시절을 잊지 못하고, 이곳에 서서 추억에 빠져 있는 거야. 그렇지?
이거나 먹어라!!
손이…… 으아……
들어 보시죠. 더 이상 어울릴 기분이 아닙니다.
저를 공격할수록, 오히려 허약한 당신들 몸만 상할 뿐이죠.
게다가 이런 싸움에서 쾌락을 추구하다니, 빈말로도 훌륭하다 할 수 없군요.
죄수가 된 것만 해도 이미 비참한데, 가장 기본적인 품격마저 상실할 수는 없죠…… 쯧쯧.
*쏟아져 나오는 컬럼비아 비속어*
얘들아, 저 녀석을 두들겨 패주자!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고!
……저 녀석, A 구역 녀석들이 데려온 거 아냐? 갑자기 지들끼리 싸우는데?
그런 것 같네.
하, 감옥만 아니었으면 당장 팝콘을 사 왔을 텐데.
우린 어떡하지? 그냥 구경할까?
뭔 구경을 해, 팝콘도 없는데!
당연히 같이 저 *컬럼비아 비속어* 녀석을 때려눕혀야지!
응? 넌 싸움도 안 하면서 여긴 왜 왔어?
뭐 좀 가져올게요.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말이죠.
뭘 가져오려고?
(귓속말)
풉.
다녀와라, 하지만 돌아오지 않으면 네 가죽을 벗겨 버릴 거야.
아, 그리고 네가 한 말 잊지 마. 혹시라도 다른 물건을 가져온다면, 네 거짓에 대한 대가를 평생 치르게 해 주지.
네네, 알겠습니다!
저 녀석, 뭐라고 했어?
신경 쓰지 마, 좋은 구경거리나 기다리라고.
사실, 구경도 좀 질렸어.
제셀톤 녀석 정말 단단한걸. 어떤 녀석은 톱까지 휘두르던데, 오히려 톱날만 나가고 녀석은 상처 하나 없군……
후우…… 후우……
하아…… 하아……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더 이상 싸울 기력을 상실한 것 같군요.
제 덕분에 양측 사이에 진전이 있었다면, 그것도 나쁜 일은 아니겠군요.
그럼, 이만……
"사아아아……"
이게 뭐지…… 염산인가?!
아니야, 이건……
우욱!
우웩, 누가 구정물을 가져온 거야?!
제셀톤, 네가 그렇게 고상하고 품격이 높은 데다 아무도 상대가 못 된다지?
그런 네가 변기 청소할 때 쓴 물로 샤워한 기분은 어떠냐?
……
왜? 해볼 거냐? 그럼 와 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한테 진정하라며?
당신은 여전히 파라솔 회사의 중요한 직원입니다. 우린 여전히 당신을 위한 직위와 대우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당신 같은 저열한 무리와는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물러터진 겁쟁이 녀석!
마음대로 떠들어, 마음대로 하라고. 하지만 결국 날 어쩌지는 못할 거야. 이런 짓은 어차피 너희의 하찮은 심심풀이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만 실례하죠.
이젠 감탄스러울 정도야......
얼른 꺼져버려, 너 때문에 숨 막혀 죽을 지경이니까.
어서 돌아가 눈물이나 닦으라고. 침대에 올라가기 전에 옷 갈아입는 거 잊지 말고. 안 그럼 침대 시트까지 더러워질 테니까, 하하!
하하하하!
어떤 것 같아?
저 B 구역 녀석에게 특식을 줘야겠어…… 잠깐, 그럼 내기는 어떻게 하지?
당연히 내가 이긴 거지.
뭐?
내가 한 말 잊었어? 나는 'A 구역이 우위에 서지 못한다'에 걸었다고.
이 망할 사기꾼 녀석!
제셀톤? 어떻게 됐어? 어디 다친 곳은……
우욱…… 냄새!
어떻게 된 거야?
장난질에 놀아났을 뿐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떻게 이런 짓을?!
남는 죄수복 있으면 한 벌만 빌려주시겠습니까?
나도 갈아입을 옷 한 벌밖에 없는데……
……
……제셀톤?
잠시 방에 돌아가 계세요. 몸을 씻고, 옷을 빨아야겠어요.
왔구나.
젖은 옷을 입은 거야?
미안…… 방금 그렇게 인색하게 구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갈아입을 여벌 옷 가져왔어.
(이렇게 순진하다니…… 이 녀석이 편지를 읽고 짓게 될 멍청한 표정이 기다려지는군.)
(릭은 이미 내게 충분히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 이제 그의 마음속 복수심에 조금만 불을 지펴 주면……)
(정말 운이 좋군, 나의 짧은 수감 생활 속에 이런 재미있는 일도 생기고 말이야.)
제셀톤?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아니, 아닙니다.
그것보다 당신에 대한 얘기부터 하죠.
보고서에는 당신 간질환이 술 때문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비록 당신이 감옥에서 술을 접할 일은 없었겠지만, 작업 중에 접촉한 화학 제품들은 충분히 몸에 영향을 끼칠 수 있죠.
의사가 직접 말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남은 수명은 머지않았다고요.
맙소사…… 내 아내, 아이들은…… 모두 내 탓이야…… 난 정말……
그러고 보니, 의사가 제게 검사 보고서뿐만 아니라, 당신 아내가 보내온 편지도 같이 주더군요.
편지? 패티가 나한테 편지를? 그게 왜 의사한테 있지?
의사는 당신이 편지를 읽고, 격분해서 건강이 악화할까 봐 자기가 가지고 있었다는군요.
하지만 이미 상태를 제게 알려 줬으니, 더 이상 숨기는 것도 의미가 없었겠죠.
하느님 감사합니다, 패티에게 온 편지라니.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 그녀가 뭐라고 했지?
그건…… 직접 확인해 보시죠.
(지난주에 밤을 새워가며 모방한 필체에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군.)
“여보, 미안해요. 이제 더 이상 이런 생활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빌과 결혼하기로 결심……”
뭐라고?!
나는…… 제셀톤, 이건……
패티가 내 열다섯 살짜리 동생과 결혼한다고?!
(빌어먹을, 이 녀석 동생 이름이 빌이라고?!)
다시 잘 생각해 보시죠. 혹시 동명이인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다른 사람, 다른 사람…… 디킨슨가의 목수, 내가 수감되기 얼마 전에 바로 부인을 떠나보낸 그 사람인가?!
패…… 패티랑 만나서 얘기를 해 봐야겠어! 어떻게 이런 일로 날 버릴 수가 있지? 우리 자식들한테 그 늙고 썩어빠진 목수를 아버지로 삼게 한다고?!
정말 유감입니다, 릭.
제셀톤, 난 정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 편지를 나에게 건네주지 않았다면, 나는……
릭, 지금은 감사해야 할 때가 아닙니다.
감사할 때가 아니라고?
컬럼비아의 모든 일은 돈과 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죠.
생각해 보시죠. 어째서 패티가 그 목수와 재혼하려 하는지 말이에요. 돈 때문이잖아요.
당신이 감옥에 수감된 게 그녀에겐 큰 부담이 됐겠죠. 그래서 그녀는 그 늙어 빠진 녀석과 결혼하는 편이, 그저 마음밖에는 줄 수 없는 당신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거예요.
만약 복수를 하겠다면……
복수? 아냐, 난 그냥 패티에게 물어보고 싶어……
그다음은요? 이대로 그녀를 놔 줄 생각입니까? 놔준다 치더라도, 자식은 어떡하고요?
당신은 패티가 당신을 사랑한다 생각했고, 당신도 그녀를 사랑했겠죠. 하지만 컬럼비아에서 사랑의 가치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패티는 당신을 배신했습니다. 게다가 자식들한테 진짜 아버지를 배신하라 가르치겠죠! 그런데도 당신은 일말의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는 겁니까?
제셀톤, 이제 그만해……
(이 순진한 바보 녀석에겐…… 내가 더 직접적으로 더 설명해 줄 필요가 있겠군.)
(괜찮아. 내가 이곳에서 금방 나가게 될 거라고 말해도, 이 바보 녀석은 질투하지 않아, 그저 부러워할 뿐이겠지.)
이제 우리에겐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바로 돈과 권력을 손에 쥐는 거죠!
돈과…… 권력? 그런 걸로 어떻게 자식을 뺏어 오지?
돈이 있으면, 보증금을 내고 가석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이곳을 벗어나 패티의 손에서 아이를 데려올 수 있겠죠.
돈이 있었다면, 애초에 함정에 빠지지도 않았겠지만……
그럼 권력만 남았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 감옥 안팎으로 연줄이 조금 있어요.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조금만 지나면 그 녀석들이 날 꺼내 줄 겁니다.
정말인가?
당연하죠.
몇 년간 발버둥 친 결과, 그래도 권력의 끝자락에 어렴풋이 접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가 이 감옥에 갇히게 된 건, 그냥 운이 없어서 예상 밖의 사건과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잠깐의 시행착오에 불과하죠.
그것참 부럽군……
제셀톤, 고마워. 나처럼 운 없는 녀석이랑 같이 이야기도 나눠 주고, 게다가 도와주기까지 하다니……
자신을 가지세요, 릭.
컬럼비아에선 스스로 충분한 능력을 기르거나, 이끌어 줄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운이 없는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전자, 당신은 후자에 가깝죠.
후자라면…… 누군가 이끌어 준다는 말이…… 혹시 날 밖으로 꺼내 주겠다는 거야?
맞습니다.
당신에게 제 인맥들을 소개해 줄 생각입니다. 당신도 윗사람들이랑 소통해 볼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릭!
릭 그레이!
네…… 왔습니다!
나가 봐, 면회다.
네……
빨리 움직여! 이 똥싸개 같은 머저리 자식아, 네 가족이 보석금을 지급했다. 빨리 가서 가석방 수속이나 밟도록!
?!
맙소사…… 나는……
누, 누가…… 누가 돈을 지급했나요? 제 아버지인가요?
쓸데없는 건 묻지 마. 나갈 거야 안 나갈 거야!
제발, 알려 주세요. 도대체 누가 제 보석금을 지급한 겁니까?
시끄럽군! 패티라는 사람이다. 너와 같은 성씨더군. 됐나? 빨리 꺼져!
패티?!
여어, '동지', 또 만났군.
어떻게 이런 거지 같은 녀석에게 보석금을 냈다는 거지? 설마 너희들…… 아냐, 그건 불가능해!
당연히 불가능하지, 누가 죄인 따위를 위해 돈을 내겠어?
하지만 우리가 네 꿍꿍이를 모를 거라 생각하진 마라. 네놈의 '친구 만들기' 계획에 대해서는 이미 소장님도 알고 계시니까.
그분이 너를 특별히 주시하라며 날 보내더군. 사고 치지 못하게 잘 감시하라고.
그래서, 결국 너희가 벌인 짓이라는 거냐?
오해하지 마. 이 녀석은 진짜 운이 좋았을 뿐이야. 부인이 집을 팔았나 어쨌나 해서, 아무튼 보석금을 모아온 거지. 그뿐이다.
우리가 뭔가 한 일이 있다면…… 그냥 처리 수순을 조금 늦췄다는 것 정도지.
늦췄다고?
우린 일주일 전에 이미 녀석의 부인이 보석금을 다 모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
일주일 동안 네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그 손에 쥔 푼돈으로 인맥을 만들려고 발악하는 걸 보고 있자니…… 풋, 푸하하하하!
그래서, 이제 주머니에 얼마나 남았나? 제셀톤?
제셀톤의 눈빛에 흉흉한 기운이 감돌았다.
감옥에서 바른 태도로 잘 계셔만 주신다면, 때가 되었을 때 반드시 자유롭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보상과 함께......
검은색 물질이 그의 손에 모여든다……
이런, 진짜 해 보려는 거냐?
그리고, 뒤로 물러선다.
……
그럴 리가.
멍청한 사람만이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하지.
안타깝군. 앤소니가 탈옥한 후에 초고성능 테이저건을 지급받아서, 테스트나 해 보고 싶었던 참인데 말이야.
다른 녀석들에게 시험해 보시죠. 곧 저를 만날 수 없게 될 테니 말입니다. 난폭한 형무관님.
오, 너한테도 보석금을 내줄 사람이 있나?
보석금…… 당연하죠.
그럼 더 재미있어지는군, 보석금을 내줄 사람이 있는데, 어째서 너는 릭처럼 밖으로 나가질 못하고 있는 걸까?
……
어리석군요.
진짜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핫, 말은 잘하는군.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럼 누군가가 널 빨리 꺼내 주길 기대해 보지. 그것도 돈을 사용하지 않고서 말이야.
그전까진 이 맨스필드 형무소의 죄수라는 거, 알고 있겠지?
알았으면 이 물통이랑 세제나 가져가. 아직 C 구역의 화장실이 남았다고!
친애하는 미스터 K:
모든 게 순조롭길 바랍니다. 저는 새벽의 맨스필드 형무소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곳의 상황은 제가 잠입하기 전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습니다.
형무관들은 거만하고 빈둥거리는 데다, 죄수들은 남는 에너지를 의미 없는 싸움질에 발산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빠른 시일 내에 저를 구출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실력이라면 저 같은 사람 한 명 구출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을요.
당신이 편지에서 직접 말씀하셨죠, 제가 파라솔 회사의 중요한 직원이라는 사실을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당신에게 수많은 직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그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힘이 있기에, 조금 더 높은 가치가 있을 뿐이죠.
부디 저를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옥중 생활이 길어져 예전의 예리함을 잃게 될까 두렵습니다. 그럼 더 이상 당신에게 더욱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충실한……
제셀톤은 서명을 하려다 멈췄다.
그는 펜을 강하게 움켜쥐고, 이를 악물며, 원래 쓰여 있던 서명을 지웠다.
“당신의 가장 충실한 하인, 제셀톤 윌리엄스 올림.”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힘을 내자, 제셀톤. 힘을 내자…… 너는 파라솔 회사 5년 연속 최우수 사원이야. 회사는 절대 널 버리지 않을 거야.
버릴 리가 없어!
그래, 절대 버리지 않아.
거의, 거의 다 됐어.
내가 나가면, 반드시 방법을 찾아 이 범죄자들과 형무관들을……
아니, 이건 나가고 나서 생각하자.
제셀톤 윌리엄스는 앞으로 과연 어떻게 될까요?
파라솔 회사의 미스터 K는 곤경에 처한 자기 회사의 직원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인가?
채널 58에 고정해 주세요. 다음 주 같은 시각, 《트루 스토리》 173회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프로그램 꼭 챙겨 봐야겠어. 뭐라고 했더라, 《트루 스토리》?
내가 말했잖아, 네가 좋아할 만한 내용이라고!
이 프로그램을 본 지도 오래됐는데, 제셀톤 역할을 담당한 배우처럼 연기 잘하는 사람은 난생처음 봐!
보아하니 채널 58에서도 공을 많이 들인 모양이야, 이렇게 잘하는 배우를 어디서 찾은 거지? 다른 데서도 출연한 적이 있었나?
몰라. 《트루 스토리》 프로그램은 항상 다큐 형식이라서, 출연자 명단 같은 건 본 적이 없어.
아마 어디 연극 학원의 졸업생이겠지. 미래에 분명 뜰 수 있을 거야, 싹이 보인다니까. 하하!
그의 성공을 위하여!
그의 성공을 위하여!
이 술 정말 괜찮군.
좋은 술이야, 아주 좋아.
근데 말이야, 진짜 만약에.
만약 그 사람이 배우가 아니고,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
그거 참 흥미롭네.
아니 나는…
진짜 웃기잖아,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음악)
《트루 스토리》는 픽션이며 실존하는 인물, 단체, 조직 기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