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월루몽드의 황혼

TW-ST-1오래된 떡갈나무 아래서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0-10-28

무고한 이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 길을 나서고자 하는 어느 감염자…… 오퍼레이터 폴리닉과 스즈란은 라이타니엔에서 실종된 오퍼레이터 아트로의 회신을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그런 그녀들에게 돌아온 건, 그곳을 덮친 재앙에 관한 소식이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폴리닉, 스즈란


3:23 P.M. 날씨/맑음

라이타니엔 국경 내, 이동도시 월루몽드 밖, 보잘것없는 오래된 참나무 아래


???

......

타쟈나

세버린 장관님…… 오늘만 해도 벌써 세 갑째십니다.

세버린

장관이라 불렀나.

타쟈나

아, 죄송합니다, 아버님……

세버린

담배에 자꾸 의지하게 되는군. 물론, 담배와 알코올 모두 해로운 것이기는 하다만…… 네 말이 맞아, 넌 이런 거 하지 말아라.

타쟈나

하지만 기침이 점점 더 심해지시는데……

세버린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지금은 업무 시간도 아니고, 전에도 네게 말했지만…… 후우, 됐다.

그는 저 멀리 불타버린 텐트와 멋대로 자라난 잡초를 바라보며, 담뱃재를 털어냈다.

그는 단둘이 있을 때는, 적어도 호칭만이라도 좋으니 그녀가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길 바랐다.

세버린

나 원…… 그놈들, 설마 너를 오게 하다니.

세버린

그 교활한 영감들. 직접 의견 제시할 배짱도 없어서 너 같이 젊은 아가씨나 고생 시키고…… 콜록, 콜록!

타쟈나

아버님, 너무 그러지 마셔요! 제가 자원한 거예요. 적어도 아버님께 직접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

세버린

휴…… 콜록, 콜록콜록……

타쟈나

술 담배는 정말 끊으셔야겠어요. 요즘 몸 상태도 안 좋으시잖아요……

세버린

회의 결과는 눈에 뻔히 보인다만…… 쳐죽일 놈들.

타쟈나

……네. 회의에선 다들 언성이 높아졌지만, 청년들은 모두 응접실에 틀어박혀 아무도 발언하려 하지 않았어요.

타쟈나

그들 중에 저를 도우려는 사람은 없었어요. 죄송해요,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었네요.

세버린

……도시가 항로를 이탈하고 나서부턴 상황이 긴박해졌지. 지금은 현장실습이나 할 때가 아니니까, 어차피 학생들 청년들이 아무리 의견을 내도 들어주는 이는 없을 게다.

세버린

그래서, 결과는?

타쟈나

주민 대표들은 다 같은 생각이었어요. 누가 감염자인지, 감염자들의 감염 상황이 어떤지 판별할 방법이 없는 이상,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세버린

……

타쟈나

시신은 무조건 마을 밖에 매장하고, 당연히…… 장례를 치르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요.

세버린

그렇게 됐나……

타쟈나

저는…… 죄송합니다……

세버린

……하지만 그 사람들 중엔 월루몽드의 일원도 있을 텐데. 우리 가족을 이렇게 간단히 내팽개쳐서는 안 되는데……

세버린

에크하르트는 최고의 재봉사였지. 자기 아버지 가게를 물려받고 나선 마을의 모든 결혼식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었다고.

세버린

비더만은 가여운 친구였어. 대열곡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재앙정보전달자 일은 못 하게 됐지만, 꿋꿋하게 죗값을 치르고 있었지. 참 강한 친구였는데……

세버린

케빈은 감염자는 아니었지. 지 안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는 좋은 남편이었어.

세버린

그리고 토어, 그 녀석은…… 콜록, 콜록……

타쟈나

담배는 그만 피우세요, 장관님. 토어도 담배는 끊으라고 했잖아요.

세버린

……너는 이게 납득이 가니? 타쟈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그 늙은이들 생각에 놀아나지 말거라.

타쟈나

저는…… 저는 모르겠어요.

타쟈나

저는 그저 토어가 편히 잠들길 바랄 뿐이에요. 죽은 후에까지 위험물 취급을 받거나…… 병균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처리되거나, 비바람을 맞거나 하는 일 없이요……

세버린

……그러냐.

타쟈나

왜 그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대해야만 하죠? 예전에는…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잖아요.

타쟈나

그 광석병 의사 선생님도 끝까지 월루몽드를 포기하지 않은 대단한 분이셨어요. 그 네 명한테 적어도 땅속에 편히 묻힐 권리 정도는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세버린

그건 감염자들과 그들이랑 같이……

타쟈나

……아뇨, 탓해야 할 것은 그 화재겠죠.

세버린

그래.

세버린

하지만…… 일단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꾸나. 아직 시신을 밖에 버리게 놔둘 순 없지 않니.

세버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헌병대에 연락을 넣었다. 구조대에 전문 인력을 추가로 파견해 조사에 협조해줄 게다. 그전까지, 시신은 내 눈이 닿는 곳에 보관해둘 거야.

세버린

전문 인력이 오면, 우리도 죽은 자들을 조금 더 제대로 배웅해줄 수 있겠지.

타쟈나

가까운 곳이요? 우리를 도와줄 곳이 있나요……?

세버린

가장 가깝다고는 해도, 족히 한 달은 걸릴 거다. 균열 규모에 따라 몇 개월도 족히 걸릴 수 있지.

타쟈나

월루몽드가 원래 항로를 이탈하고 나서부터, 상황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빠지고 있어요. 다들 대열곡을 돌아가더라도, 정상 항로로 돌아가야 한다고 난리에요.

타쟈나

하지만 대열곡을 우회하는 루트는 너무 멀어요. 시간을 너무 오래 지체했다간……

세버린

어쨌든…… 일단은 기다려보자꾸나.

세버린

지금은 토어랑 조금 더 있게 해 주려무나. 적어도…… 나한테 그럴 만한 권리가 있잖니.

세버린

그 영감들이 정말 내 자식을 월루몽드 밖의 황야에 내던지겠다고 한다면, 차라리 자기네 사관장을 총으로 쏘고 가라 해라.

세버린

바로 나한테 말이다.

타쟈나

아니에요! 장관님께서 이 마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주셨는지, 모두 똑똑히 알고 있어요. 그런 일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세버린

……아니, 방금의 말은 잊어주렴.

세버린

이런 상황에…… 사관장으로서 할 말이 아니었군. 일은 원칙대로 처리해야겠지.

타쟈나

하지만 토어는 아버님 아들이잖아요……!

세버린

타쟈나, 가서 전하거라. 내가……

세버린

내가……

세버린

내가 동의했다고, 콜록, 동의했다고…… 가서 전해.

세버린

콜록, 콜록콜록……


???

......

무장 감염자

대장, 그 녀석들이 돌아왔어.

???

……그래.

무장 감염자

현지인들 덕분에, 근처 마을 안에 섞여 들어가 겨우 물자를 보충할 수 있었어……

무장 감염자

사냥 소대도 곧 돌아오겠네. 오늘은 뭐라도 수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벌써 이틀째 지렁이만 먹고 있다고.

???

……그래.

???

……식수 문제는?

무장 감염자

문제없어. 이것도 그 녀석들 덕분이지.

무장 감염자

……하지만 솔직히, 그 녀석들이랑은 잘 안 맞아. 어째 항상 날 깔보는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

……그래.

무장 감염자

요즘 월루몽드가 다시 움직일 기미를 보인다고 하더라. 그 전에 뭐라도 결과를 내야 할 텐데 말이야.

???

……이쪽에는 조력자가 있으니, 문제없을 거다.

무장 감염자

조력자라…… 그럴지도 모르지.

무장 감염자

근데 난 여기 놈들을 믿지 않아. 여기 있는 감염자들은…… 그저 복수심만 가득할 뿐이라서.

무장 감염자

라이타니엔에서 감염자에 대한 대우는 이미 많이 개선됐잖아. 아츠 보급률도 이렇게나 높아졌고 말이야. 근데 여기 감염자들은 대체 왜 박해받는 거지?

무장 감염자

그리고 말이야, 여기 감염자들은 적어도 먹고 쓸 물건이 부족하거나, 당장 사형대로 끌려가는 일은 없잖아. 그거면 된 거 아닌가?

무장 감염자

내가 보기엔, 놈들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폭도가 분명해. 우리의 이름을 팔아서……

???

이름?

???

……이름이라, 그게 뭐 어쨌단 말이지?

무장 감염자

윽……

???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건 문제가 안 돼. 그래서…… 우리는 누구를 믿으면 좋지? 누구를 믿어야 하나?

무장 감염자

매번 그렇게 심각하게 말하지 마. 나야 당연히 당신 뜻을 따를 테니까, 대장.

???

……고맙군.

???

어, 낙엽이 네 머리 위로……

무장 감염자

뭐? 낙엽?

???

육포 몇 상자와 주워온 과일, 그리고 식수 보급. 이제 막 초가을이니, 겨울이 되려면 아직 한참……

???

시간은 충분하다.

무장 감염자

……하아, 대장 말은 여전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니까.

무장 감염자

어쨌든, 우리가 전장에 나설 타이밍은 대장이 결정해줘.

???

전장? 아니……

무장 감염자

응?

???

……저기, 사냥 소대가 돌아왔다.

???

오늘 저녁은 꽤 풍성하겠군.

무장 감염자

그랬으면 좋겠네. 지금 고기를 최대한 먹어둬야겠어. 겨울이 되면 식량 문제가 심각해질 테니까.

???

......

???

……밥으로부터 소식은?

무장 감염자

우리가 라이타니엔에 들어온 뒤로 밥 녀석들이랑은 소식이 끊겼어…… 그나저나 계속 궁금했던 건데 말이야.

무장 감염자

그 사람 코드네임은 '밥'인데, 덩치가 커서 '빅 밥'이라고 불리게 된 거야?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빅 밥'이었던 거야?

???

……기억나지 않는다.

무장 감염자

뭐, 됐어. 어차피 놈들은 원래 바운티 헌터였으니, 어쩌면 이미 보물을 찾았을지도 모르지.

???

……보물, 보물이라……

???

그래, 그 보물로 우리를 도와준다면…… 참 좋겠군.


폴리닉

벌써 27일 째야!

폴리닉

어째서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없는 거야. 시간은 칼같이 지키기로 유명한 사람이!

폴리닉

……

폴리닉

아트로 언니…… 어딨는 거야……

스즈란

폴리닉 언니?

폴리닉

아, 리사…… 아니, 지금은 오퍼레이터 스즈란이라고 해야 하나?

폴리닉

예쁜 코드네임이네.

스즈란

헤헤, 고마워요!

스즈란

그나저나 폴리닉 언니, 벌써 스무 시간째 통신실에서 안 나오고 있는데, 조금 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폴리닉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스즈란

네! 휴게실에 가서 잠시 눈 좀 붙이세요. 제가 언니 대신 보고 있을 테니까요!

폴리닉

알았어…… 정말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네……

스즈란

……아직 아트로 언니 소식은 없는 거죠?

폴리닉

응…… 그래서 라이타니엔으로 전출 신청을 넣어뒀어. 아미야 쪽 승인 떨어지면 바로 출발하려고.

스즈란

라이타니엔요? 폴리닉 언니는 다른 임무가 있지 않나요?

폴리닉

아트로 언니는 내 동창이자 내 가장 소중한 친구야. 나는…… 이대로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어.

폴리닉

아트로 언니가 마지막으로 정기교신을 보내온 건 라이타니엔 북부의 한 사무소에서였어. 특수한 상황이 생긴 게 아니라면, 거기서 멀리 떨어지진 않았을 거야.

스즈란

……그럼 저도 갈래요!

폴리닉

안 돼.

스즈란

에엣?! 그렇게 단호하게……

스즈란

아, 아트로 언니의 행방을 조사하는 것뿐이니까, 별로 위험한 일도 아니잖아요?

폴리닉

글쎄. 확신할 수는 없어.

스즈란

그래도 괜찮아요! 저도 로도스 아일랜드의 정식 오퍼레이터이자, 켈시 선생님의 제자잖아요!

스즈란

게다가 폴리닉 언니가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혼자 보내겠어요! 도무지 안심이 안 된다구요!

폴리닉

하아…… 설마 리사에게 걱정을 끼치는 날이 올 줄이야. 상태가 정말 안 좋긴 했나 보네.

스즈란

걱정과 나이는 상관이 없으니까요.

폴리닉

에휴, 알았어! 현지 지부에도 보고해 놨으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주겠지.

폴리닉

아미야 쪽에서 승인 떨어지면 바로 출발하자. 대신, 절대 한시도 내 곁에서 떨어져선……

스즈란

인스턴트 메시지? 아트로 언니가 돌아온 걸까요?

폴리닉

……

폴리닉

아니. 라이타니엔의 오퍼레이터가 보내온 간이 보고야.

스즈란

폴리닉 언니……?

폴리닉

아트로 언니의 소재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라이타니엔의 그 마을에서…… 한 달 전에……

폴리닉

재앙이 발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