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곤경 속에서 한 출정 기사에게 도움을 받게 된 이보나. 하지만 그 기사는 상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등장 오퍼레이터: 저스티스 나이트
“이보나, 넌 꿈이 뭐니?”
“꿈?”
“명예로운 출정 기사가 되어 강자를 물리치고 약자를 도와 큰 공을 세우는 거야!”
이보나의 대답에 부모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손님으로 와 있던 삼촌은 기분이 좋은 듯 어린 이보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명단에 있는 감염자 중 한 명만 더 연락하면 된다고? 벌써?
당연하지, 아직도 내 속도를 모르는 거야?
다행이네.
또 연락해야 할 사람들이 있어? 모두 나한테 맡겨.
어디 보자……
오늘은 없어.
칼리시 씨까지 연락이 되면 오후엔 휴가를 써도 돼.
휴가? 휴가는 필요 없어.
이보나, 넌 좀 쉬어야 해!
(잠깐, 저 사람은…… 출정 기사?)
멀지 않은 가판대 앞에 한 출정 기사가 서 있는 것을 본 이보나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었다.
……이건……
……그거 말고…… 어느 게……
곤경에 빠진 듯한 출정 기사의 모습에 이보나는 고민 없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정전이 되던 날 밤 실버랜스 페가수스가 들어오는 광경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 후 쏟아진 뉴스와 사진들은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그녀에게 그것은 카시미어의 네온 빛 밤하늘을 가르는 번개임이 틀림없었다.
소나, 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
하지만 네 휴가는……
알았어. 칼리시 씨한테 연락하고 오후엔 푹 쉴게!
또 봐!
(진정하자, 이보나. 진정해.)
안녕, 혹시 도움 필요해?
자네는……?
나는……
이보나는 출정 기사가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복권 두 장 때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출정 기사와 복권.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었다.
……이보나 크루코브스카라고 해. 감염자 스포츠 기사야.
미안. 별 일이 없다면 이만 가볼게.
잠깐만, 혹시 이 두 가지 복권에 대해 알면……
난 그런 거 잘 몰라…… 그럼 이만.
그래.
위풍당당한 출정 기사가 왜 복권을 사러 왔지? 왜 저런 불순한 물건에 관심을 갖는 걸까?
……
됐어, 생각하지 말자.
분명 호기심일 거야.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테니 그랬겠지. 분명 그랬을 거야.
가만…… 칼리시 씨의 집은 여기 어딘데……
칼리시 씨?!
이, 이보나……
그녀가 찾고 있던 칼리시는 자신의 집 문 앞에서 상처가 난 다리를 움켜쥔 채 신음하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변에 이 다친 감염자를 도와주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유는 뻔했다.
아머레스 유니온이야?
(고통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놈들은 어디로 갔어?
(골목 안쪽을 가리킨다)
빌어먹을!
칼리시의 상처를 급히 싸맨 이보나는 자신의 랜스를 움켜쥐었다.
내가 놈들을 찾아가 복수해줄게……
말을 하자마자 문득 방금 다친 감염자를 이곳에 두고 가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와일드메인이었다면 이런 고민 따위 없이 랜스를 들고 돌격했을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의 와일드메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킬러들이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둔다면 자신과 칼리시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바로 그때, 누군가 골목 어귀를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이봐…… 들려? 어이!
이보나 크루…… 크루코브스카 씨? 무슨 일……
이 사람은…… 누가 이렇게 만든 건가?
아머레스 유니온 짓이야.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칼리시 씨 좀 부탁해도 될까?
알겠다…… 잠시만, 이 사람도 그쪽처럼 감염자인가?
그런데……
그럼 피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군?
……
가서 그 벌레 같은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게! 칼리시 씨는 내게 맡기고!
고마워!
미안한데 칼리시 씨를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의 안전가옥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길은 칼리시 씨가 알고 있어!
이 카드에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 엠블럼이 새겨져 있어. 가서 카드를 보여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거야!
거기 서!
넌 독 안에 든 쥐야!
……잘도 뛰는군, 꼬마 아가씨.
왜 칼리시 씨를 공격했지?
하나, 그건 나도 몰라.
둘, 하지만 네가 와일드메인이라는 건 알겠군.
내 동료와 갈등이 있었나 본데, 나랑은 관계없는 일이야.
그런데 그 성질머리는 좀 고쳐야 할 것 같네, 진짜. 우리가 그놈을 죽인 것도 아닌데 왜 기를 쓰고 쫓아와서 귀찮게 구는 거야?
헛소리! 하앗!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넌 애초에 내 목표물 명단에 없었어.
어차피 떠날 텐데 괜히 소란 피워서 뭐 하겠어. 안 그래?
우리가 떠난다는 거 알고 있었어?!
너희들은 유명인이니까.
오래전에 너한테 몇 차례 돈을 건 적이 있었는데 결국 전부 잃고 말았지……
난 지금 칼리시 씨에게 진 빚을 얘기하는 거야!
아무리 상부의 명령이라 해도 무고한 사람을 죽일 땐, 방아쇠를 당기는 손이 좀 떨리지 않나?
손 떨리고 무섭지. 그러니 꼬마 아가씨, 목숨만은 살려주면 안 될까?
네 목숨 같은 거 필요 없어. 대신……
칼리시 씨에게……
사과해!
하아, 그럼 나도 할 말이 없군.
네가 플레임테일 무리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
그들과 함께 나타났다면 최소한 목숨은 건질 수 있었을 텐데.
아머레스 유니온 멤버의 기세가 살짝 누그러졌다.
수많은 전투를 겪어온 이보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디서 뒤통수를 치려고?!
어디에 숨었지? 반드시 찾아주겠어……
숨어있던 아머레스 유니온 멤버가 급소를 향해 활을 쏘는 탓에 이보나는 계속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담벼락까지 몰렸던 자도 활을 꺼내 그녀의 눈을 겨누고 있었다……
거기 숨어 있는 버러지 같은 놈, 당장 나와라!
출정 기사…… 님?!
우리가 카시미어를 지키는 건 네놈들의 부패를 위한 온상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출정 기사?
이보나 , 놈들의 습격을 조심하게.
주변을 살피면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하지.
그래! 출정 기사님이 칼리시 씨를 모셔 왔어. 로도스 아일랜드 의사 선생님도 계시니까 걱정 마!
너도 요즘 힘들었을 테니 오후엔 푹 쉬도록 해!
후우.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되지?
마소프라고 부르게.
마소프 씨, 진짜 너무 고마웠어!
별말씀을. 그냥 휴가 중에 지나가다가 도운 것뿐이네.
누가 아머레스 유니온 같은 놈들을 좋아하겠나?
하하, 맞아! 아무도 아머레스 유니온 같은 놈들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나저나 마침 나도 오후에 휴가인데 어디 가서 한잔할래?
한잔?
그래! 내가 살게!
흠, 뭐…… 조, 좋네.
자, 그럼 한잔하러 가자고!
이상하네, 술집은 왁자지껄할수록 좋은 거 아니야? 왜 하필이면 아무도 없는 가게로 들어왔어?
그게…… 그냥 조용한 곳이 좋아서 말이지.
음, 알았어.
그래도 여기, 술맛 하나는 괜찮네. 건배!
건배.
술맛이 확실히 좋아.
마소프 씨를 포함한 출정 기사들이 그랜드 나이트 영지로 들어간 날 밤, 난 아머레스 유니온과 싸우느라 당신들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보지는 못했어.
하지만 그 이후의 신문 기사는 빠짐없이 읽었거든! 정말 멋지더라고!
하하……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필요해. 그 겉과 속이 다른 놈들의 가면을 벗기고 흠씬 밟아줄 사람 말이야!
상업연합회 사람들이 우리 같은 감염자 기사를 어떻게 보는지 알아?
어떻게 보나? 광석병에 감염된 스포츠 기사로 보지 않나?
흥, 스포츠 기사는 꼭두각시일 뿐이야. 우리 감염자 기사들은 꼭두각시보다 못한 걸레짝 취급을 받고 있고!
스포츠 기사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아무 상관도 없는 감염자 기사를 찾아 책임을 떠넘기지!
그러다가 자신들이 감염자를 잘 대해준다고 떠들고 싶을 땐, '우대'의 증거로 우리를 무대에 세우지…… 생각만 해도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방금 그 아머레스 유니온 말이야.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이 명성을 얻은 이후로 놈들의 공격이 잦아지고 있어. 우리가 상업연합회에 걸레짝 취급을 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정전이 있던 그날 밤, 놈들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내 동료들도 위험에 처했었고!
아머레스 유니온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까지 이렇게 날뛰고 있었다는 건 몰랐군.
우리가 감염자를 돕고 계속 아머레스 유니온에 맞서려 하니까 제거하려는 거지.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내가 살아있는 한 그랜드 나이트 영지가 감염자를 집어삼키는 꼴은 두고 보지 않을 테니까!
흠……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응?
아머레스 유니온과 상업연합회가 나쁘긴 하지만, 그랜드 나이트 영지 중 적어도 카시미어 중심 지역에선 아직 감염자를 보호하고자 하지.
그런 게 아니라면 감염자 기사라는 이런 제도를 만들지도 않았을 테고.
그렇게 말하니까, 그것도 그런……
에이, 이 얘기는 그만하고 일단 마셔!
주인장, 위스키 한 잔 더.
온더락인가요? 아니면 하이볼인가요?
스트레이트로.
알겠습니다.
여기, 위스키 나왔습니다.
……
술맛 좋군.
그럼…… 나도 같은 걸로 한잔 부탁해.
어떻게 해드릴까요?
스트레이트로.
아가씨,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엔 너무 독할 텐데요.
괜찮아.
네…… 잠시만요.
……
켁, 켁.
술맛 좋다!
그나저나 아까 저랑 길에서 처음 만났을 때 복권을 보고 있었지?
그렇지.
조언 하나 하자면 그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어.
소나가 그랬어, 복권은 다 설계된 거라고.
쉽게 당첨되는 건 상금이 적대. 크게 당첨된 사람도 거의 없고! 기사 스포츠 경기도 대부분 뒤에서 조작하는 거래……
허…… 헛소리!
어?
우리 사촌 형이 지난달 복권에 당첨돼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어쩌다 한 명이야.
나도 자주 기사 스포츠에 돈을 걸었는데…… 제, 제법 많이 땄는걸!
그렇지만 소나가 그랬어. 복권 발행처가 손을 써둬서 일반 사람들이 복권을 사느라 쓰는 돈보다 많이 딸 수가 없는 구조라고.
헛소리, 다 헛소리야!
우리 사촌 형은 중병에 걸렸었어. 당첨된 돈으로 겨우 살아난 거라고!
그건 특별한 경우고……
뭐가 특별하다는 거야? 맞고 싶어 환장했군!
아아, 너 감염자라고 그랬지?
……그런데?
가, 감염자는 그랜드 나이트 영지 바깥으로 싹 다 갖다 버려야 해. 괜히 거리 전체가 감염되기라도 하면……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뭐, 감염자가 주제 파악도 못하고……
이보나가 취객의 멱살을 잡았다.
다시 한번 말해봐?!
……
흥, 우쭐대기는……
하여간 요즘 기사들은 글렀다니까. 처음에는 감염자를 스포츠 기사로 세우더니 이젠 출정 기사도 감염자와 함께……
줄곧 앉아있던 마소프가 벌떡 일어났다.
출정 기사를 모욕한 것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할 거다.
이게……
됐어.
“출정 기사를 모욕한 것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할 거다.”
너무나도 멋진 말이었어!
마소프 씨는 저런 놈팡이를 상대하는 것이 익숙한 것 같네.
저런 사람들은 사리 분별을 못하지. 술이 깨야 무서운 걸 아니까.
저 녀석 때문에 맥이 끊기긴 했지만, 복권은 애초에 손대지 않는 게 좋아. 그건 상업연합회가 돈을 긁어모으는 수단이니까.
충고 고맙네. 앞으로는 절대 복권 같은 건 사지 않도록 하지.
하지만 복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그럼 복권의 장점은 뭔데?
저런 불쌍한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희망을 보여 주기도 하잖나.
흠…… 심오한…… 이야기인 것 같아.
아니, 아닐세.
감염자 기사가 된 후로 복권 같은 것 때문에 내게 승부 조작을 시키려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어.
부담이 컸겠군.
적진 않았지. 그래도 요구를 들어준 적은 한 번도 없어. 아핫!
이기면 이기고 지면 지는 거지, 돈 몇 푼에 승리의 영광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거든!
맞네. 승리의 영광을 위하여!
승리의 영광을 위하여!
참, 이보나. 성씨가 뭐라고 했었지?
다른 팀 기사 중에도 비슷한 성씨가 있었던 것 같아서 그런데.
크루코브스카야.
우리 집안에 확실히 출정……
잠시만, 전화 좀 받지.
마소프, 미에슈코 공업 빌딩 아래에 집합하라고 했잖아. 대체 어디야?
그……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무슨 일?
그게……
얼버무릴 필요 없어, 술집에 가는 걸 우리가 다 봤으니까. 옆에 스포츠 기사처럼 보이는 사람도 앉아있잖아!
그렇게 안 봤는데 네놈도 나쁜 짓만 배웠군.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가도록 하지……
하하하, 귀찮게 움직일 필요 없어. 이미 술집 문 앞에 와 있으니까!
동료들이야?
음…… 그렇지.
마소프가 경직된 상태로 일어나 문 쪽으로 나갔다.
이보나는 햇빛을 등진 채 마소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세 명의 출정 기사를 바라보았다.
마소프, 네놈도 대단하네. 겨우 공짜 술 한잔하려고 스포츠 기사와 어울리는 거야?
공짜 술이라니? 헛소리하는 버릇은 여전하군.
얼른 나와. 천한 인간들이 모인 곳에 잘도 들어가는군. 그 스포츠 기사의 술로 배탈이라도 안 나면 다행이지.
아니면, 저 애가 마음에 들었나? 그래서 어떻게 해보려고……?
닥쳐!
됐어, 적당히 놀리라고. 어쩔 수 없었으니까 저런 허접한 기사 칭호를 쓰고 있는 떨거지와 어울린 거겠지. 안 그래, 마소프?
난처한 표정으로 뒤돌아본 마소프의 시선이 이보나와 마주쳤다.
하지만 이보나는 출정 기사들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도움을 구하는 마소프의 눈빛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마소프는 할 수 없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 그…… 그런 경박한 농담은 그만해!
오, 기세등등하네.
내가 저런 애를 어떻게 알아? 억지로 끌려와서 술을 마시고 있던 거였다고!
출정 기사를 숭배하는 여자애일 뿐이야. 기사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데 어울리고 싶기나 하겠어?
너희 셋이 늦게 오지 않았다면 이딴 누추한 곳에서 술 마실 일도 없었잖아!
거짓말. 방금 시시덕거리면서 이야기하는 걸 다 봤다고.
조금 놀아준 것뿐이야. 스포츠 기사란 게 원래 심심풀이용이잖아?
됐어, 나가서 얘기하자고.
마소프, 당신?!
오호, 이건 뭐지? 카드잖아?
하하, 제일 얌전해 보이더니 이런 면이 있을 줄이야.
설마 둘 사이의 비밀 연락 수단은 아니겠지, 불에 쬐면 막 글자가 보이는 그런?
헛소리!
이보나는 마소프가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 로고가 있는 카드를 땅에 던지고 몇 번이고 거칠게 밟는 걸 보았다.
말했잖아, 놀아주고 있었다고. 이래도 못 믿는 거야?
스포츠 기사에, 그것도 감염자한테 내가 반했겠어? 저 녀석이 귀찮게 매달리지 않았으면 이딴 곳에 오지도 않았어!
허, 감염자였다니.
쯧쯧쯧.
자, 좋은 술 마시러 가자고! 여기 술은 참아주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더군……
출정 기사들이 웅성거리며 멀어져갔다.
이보나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줍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카드엔 회색빛 신발 자국이 어지러이 찍혀있었다.
……이게…… 출정 기사라고?
이보나는 그 출정 기사의 활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떠올렸다.
대체 어떤 모습이 마소프의 진짜 얼굴인 것일까?
그는 감염자를 위해 기꺼이 나섰고, 초면인 감염자 스포츠 기사와도 함께 술을 마셨다.
반면 그는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의 카드를 짓밟았다. 자신이 귀찮게 매달렸다고 거짓말을 했고, 스포츠 기사가 심심풀이용이라고 덧붙였다.
대체 그는……
여기요.
……즈보르카 보드카? 제일 큰 잔이네?
난 이거 주문하지 않았어.
여기서 제일 좋은 술이죠. 서비스에요.
아까 일은 마음에 두지 말아요. 기사 나리들이야 다 저렇죠, 뭐.
기사…… 나리?
아니면 뭐겠어요?
지금 손님의 모습은…… 아닙니다. 이 술은 제가 쏘는 거예요.
응?
조금 전에 주정뱅이를 쫓아내 줬잖아요. 보답입니다.
마음껏 드세요. 이 술집은 저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있는 거잖아요?
……좋아!
헛, 원샷하신 겁니까?
이렇게 좋은 술을 어떻게 꺾어 마시겠어?
게다가 오늘 오후는 모처럼 휴가거든!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딸꾹.
이보나?
오후엔 쉬기로 했잖아.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웅얼웅얼)
윽, 술에 취했군.
그 출정 기사님과 함께 마신 거야?
(고개를 끄덕인다)
하아, 얼른 자.
와, 벌써 잠들었네……
이보나는 주량이 센 편이라 기분이 안 좋을 때만 취하는데 이렇게 만취해서 오다니, 무슨 일이 있었나?
이~~얍!
이보나, 무슨 일이야?
저…… 저…… 저스티스 나이트! 집합!
삐삑!
(잠꼬대잖아……)
난…… 며칠 전에…… 너를 은색으로 도색하려고 했어!
삑?
그리고 이, 이름은, 실버랜스, 페가수스, 저스티스, 출정…… 나이트로 바꾸려고 했지!
삐삐삑? !
그렇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넌 앞으로도…… 그냥 저스티스 나이트야! 도색할 필요도, 이름을 바꿀 필요도 없어!
삑……
해산!
삐삑.
작은 카드 하나가 이보나의 주머니에서 떨어졌다.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 로고가 그려진 카드에는 신발 자국이 여러 개 찍혀있었다.
이보나에게 담요를 덮어주려고 들어온 소나는 그 카드를 놓치지 않았다.
낯선 신발 자국이 어지럽게 찍힌 카드와 방금 그 잠꼬대를 연결해보면 이보나가 왜 저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꿈?
(속삭이는 목소리로) 이보나?
난……
난 명예로운……
음……
술맛 좋다!
쿨…… 쿨……
몸을 뒤척인 이보나는 더 이상 잠꼬대를 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소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더러워진 카드 대신 깨끗한 카드를 이보나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