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결말
워미는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야외 영화를 본다. 이야기의 결말은 열려있지만, 그녀는 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
읏…… 차!
후…… 이제 됐다.
괜찮아, 워미?
헤헤, 괜찮아요! 다행히 접시와 그릇 모두 다 받아냈어요, 하나도 안 깨졌어요!
죄송해요, 래디시리프 아주머니. 아츠 스태프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익숙지 않네요. 자꾸 높은 곳에 있는 걸 쓰러뜨리고……
여자아이는 조심스럽게 발돋움을 하고는, 떨어졌던 접시와 그릇을 다시 원래 자리에 놓았다.
허허, 너란 아이는……
기억나니? 예전 네가 우리 집에 와서 치스티밀크 칩을 먹을 때는 항상 작은 의자를 밟고 올라가야만, 주방의 전용 그릇을 꺼낼 수 있었잖니.
이리 와보렴, 어디 보자. 음, 정말 많이 컸구나.
헤헤, 워미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거 보렴, 옷깃이 다 터졌구나.
정말이네요…… 그렇게 오래 여행했는데도, 지금까지 전혀 몰랐어요.
가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오렴, 아줌마가 빨리 수선해 줄게.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주머니. 제가 할 수 있어요.
보세요, 개인 반짇고리도 있는 걸요!
어휴, 너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음?
왜 그러니?
예전에 아주머니께서 보내신 편지에, 제가 살던 방엔 이미 다른 사람이 이사를 왔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느낌이…… 방 안의 배치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네가 떠난 후에 몇몇 젊은이들이 이곳에 들어와 살긴 했단다. 하지만 몇 주 전에 이웃 마을에서 자원이 풍부한 새로운 광맥이 발견됐잖니?
그래서 여기 살던 그 아이도 너처럼 짧은 편지 하나만 남겨놓곤 급히 떠났단다.
오늘은 여기서 자겠다고 아이언 헤드 아저씨에게 이야기한거니 ? 잠깐 기다리렴, 아줌마가 금방 방을 정리해줄게.
아니에요, 아주머니. 저 곧 다시 떠나야 해요.
이번엔 그냥 아저씨랑 아주머니 그리고 아빠를 보고 싶어서 잠깐 돌아온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최근 너희 아버지 소식을 통 듣지 못했구나. 근처를 좀 돌아다녀 보면, 다른 사람들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네, 괜찮아요.
그보다 아주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는데……
오늘 저녁에, 폐공장 공터에서 야외 영화를 상영할 거거든요..
아주머니도 오세요! 제가 모두를 초대하는 거예요!
에이! 왜 웃으세요, 허풍 떠는 거 아니에요!
우린 정말로 많은 난관을 헤쳐나갔고, 미지의 샌드비스트 낙원을 지나 베헤모스의 둥지를 찾아냈다구요!
거기에는 엄청나게 큰 오리지늄 결정들이 아주아주 많이 쌓여있었어요…… 이 철탑 크레인과 강철 용광로보다도 훨씬 더 높을 정도로요!
그래, 그래! 이 아저씨는 널 믿는단다!
내가 다른 동료 아저씨 아줌마한테 똑똑히 말해둘게. 우리 워미가 아주 먼 곳에 있는 클리닝 밸리를 다녀왔다고 말이야.
……그리닝 밸리예요!
어이쿠, 그래, 그리닝 밸리!
밖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바삐 돌아다녔으니, 우리 워미도 분명 대단한 실력을 키웠을 테지
하지만 이 아저씨는 말이다, 그 무엇보다도 네가 무사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단다.
앞으로도 자주 들르거라.
윽, 하지만 전……
이 녀석, 봐라. 내가 방금 뭐라고 했었지?
이야기 두어 개 정도 할 시간이면, 새것처럼 고칠 수 있다고 했지?
어서 이 접이식 의자를 래디시리프 아주머니에게 가져다주렴! 그 위에서 탭댄스를 춰도 절대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도 전해주고!
네! 고마워요! 머스테치 아저씨!
그리고……
음? 또 무슨 일 있니?
야외 영화…… 저녁에 같이 야외 영화 봐요!
야외 영화?…… 하하, 어쩐지, 그거 때문에 아줌마가 이 의자를 고치려고 했구나.
좋다! 아저씨가 약속하마!
그런데 아저씨는 영화 같은걸 안 본지 한참 됐단다. 요즘 상영하는 건 전부 모험 영화라던데, 너희 젊은이들은 그런 걸 그리 좋아한다며?
느릿한 전개의 가족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 나이대 사람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아니에요, 저도 가족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걸요.
……예전에, 아빠가 자주 같이 보자고 했었거든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이야기의 마지막에 가족들이 주인공에게 웃으며 작별 인사를 할 때, 아빠는 항상 눈물을 흘리곤 했죠.
아빠는 이미 어른이면서……
네 아빠는…… 그래.
네 아빠는 퍽 감성적인 사람이었단다. 우린 다 알지.
예전에 우리 집 볼트 녀석이 몇 년 동안 도시의 공과대학에 다닌 적이 있었지.
나는 가게 일 때문에 자주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네 아빠가 대신 그 녀석이 학교에 갈 때마다 데려다 주곤 했었는데…… 기억나니?
네, 저도 기억나요.
어렸을 때 아빠가 매번 일하러 나갈 때마다, 저보고 아저씨 가게에서 얌전히 있으라 하셨죠.
분명히 아빠가 광산에 간다고 말해줬는데도, 저는 항상 아저씨한테 아빠는 어디 갔냐고 물어봤었고요……
하하, 맞아.
어릴 때부터 아빠와 사이가 그렇게 좋았는데, 에휴…… 아저씨는 안단다, 아직도 많이 그리울 거야, 그렇지?
네……
볼트 오빠는 무난히 대학교 졸업한 뒤에 대도시에 남아서 좋은 직장을 구했다고 들었어요.
……저도 정말 기뻐요!
만약 아빠도 이 소식을 들으셨다면…… 분명히 아주 기뻐하셨을 거예요.
……착한 아이구나.
그래, 맞아…… 맞아, 네 아빠도 알 거다.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소식은 참 빨랐으니까 말이야.
네 아빠는 지금 분명 어느 광산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거야…… 아무렴! 다만 그쪽 카드놀이 규칙이 우리랑 다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네 아빠가 나중에 우리 워미랑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정말 흐뭇해하실 게다.
맞다, 그나저나 네가 타고 갈 그 멋지고 커다란 채굴선은 어디로 가는 거냐?
음…… 실은 저도 잘 몰라요.
라나 언니와 새비지 언니 말로는 제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는 이유가 치료…… 아니, 그거 때문만은 아니고, 전 여러 대단한 능력을 배우러 가는 거예요!
좋아. 아저씨랑 하나만 약속하렴, 네 건강은 스스로 잘 챙기겠다고, 알겠니?
……네, 그럴게요!
이봐, 머스테치. 확성기 돌려줄게!
그래, 잘 받았어!
……확성기?
하하하…… 워미는 이렇게 이상하게 생긴 확성기를 본 적이 없지? 이게 바로 볼트 녀석 회사에서 개발한 신제품이란다.
그 녀석 말로는, 소리를 더 멀리까지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가늘고 구부러진 구조로 만들었다는구나.
비록 공장 직원들이 그저 비계발판 위에서 떨어져서 잡담하는 데 사용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지?
머스테치 아저씨.
응?
혹시 제게 그 확성기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
아저씨 아줌마들! ……에?
(확성기) 아저씨 아줌마들!
와아…… 소리 엄청 크네……
각각의 유니폼을 입은 공장 직원들이 큰 소리에 문쪽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녹슨 철문이 작게 열리며 그 틈으로 한 소녀가 확성기를 들고 머리를 내밀었다.
(확성기) 아저씨 아줌마들! ……오늘!
(확성기) 오늘 저녁에, 같이 야외 영화를 봐요!
(확성기) 장소는 늘 같은 곳, 폐공장 공터에서요!
(확성기) 그, 그리고……
(확성기) 저녁밥은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제가 간식을 준비할 거니까요!
어, 오늘 야외 영화를 상영한다고? 거기에 간식까지?
너무 좋다. 마침 방금 밤새 한 철강 검사가 끝난 참이었는데, 딱 쉬면서 축하할 수 있겠네.
이봐, 브로. 매점에 가서 탄산음료 몇 상자 가져오는 거 잊지 마!
맞다, 방금 어느 집 아이길래, 목소리가 그렇게 우렁차?
내가 기억하기로는 저 아이는…… 모습을 보니, 분명히 아빠를 찾은 거겠지? 정말 잘 됐다, 잘 됐어……
아, 그 아이였구나…… 이곳을 떠난 지 얼마나 됐었지? 2년 넘었던가? 벌써 2년이 넘었구나……
……그래, 2년이 넘었어, 눈 깜짝할 사이지.
하, 우리에겐 정말 눈 깜짝할 사이야.
하지만 그 아이에게, 2년이란 시간은 분명히 아주 길었겠지.
공장 직원들이 하나둘씩 폐공장 공터에 모이기 시작했다.
(확성기) 여러분! 야외 영화가 곧 시작해요!
(확성기) 높은 의자는 눕히고, 낮은 의자는 앞으로 당겨주세요! 그래야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아요!
의자가 줄줄이 놓여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자리에 앉았고, 일부 사람들만이 조금이라도 더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고르기 위해 오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지붕 위로 올라가고, 누군가는 크레인으로 자길 들어 올렸으며, 다른 누군가는 결국 스크린 뒤로 달려갔다.
(확성기) 냄비 뚜껑……
어라, 라나 언니?
이런! 아직 확성기가 켜져 있는데!
어? 확성기?
그럼 이제 너희 마을 사람들도 내가 네게 지어준 이 멋진 별명을 다 들었겠네.
뭐 어때, 마을 사람들도 그 별명이 아주 멋지다고 생각하겠지?
윽……
여보세요? 여보세요? 들려?
……더는 라나 언니랑 안 놀 거예요!
알았어, 알았어, 내가 미안해! …… 난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약속했잖아, 고향 사람들과 인사하고 나서 나한테 연락 주기로?
……그랬죠.
바쁘다 보니 잊어버렸어요……
너란 아이는 정말…… 됐다, 어쨌거나 사람들을 만나니까 좋지?
맞아요, 엄청 좋아요.
……엄청 엄청 좋아요!
하하, 좋아. 그럼 된거야.
워미야, 곧 영화 시작해!
아, 갈게요……
얼른 가봐.
그동안 쌓아온 이야기들을 맘껏 풀고 와, 내일 마을 정류장으로 데리러 갈게.
……
라나 언니, 저 오늘 밤에 바로 떠날 거예요.
그러니…… 오늘 밤 거기로 저를 데리러 와줄 수 있나요?
공장 직원들은 뚫어지게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각자의 귀에 영화 주인공의 독백이 울려 퍼졌다.
“그때, 나는 그가 탄 차가 어디로 향할지 알지 못했다.”
“광야는 광활하고 끝이 없어서, 길을 잃었다간 평생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곳.”
“……내가 찾고 있는 미래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막차를 놓친 나는, 어두운 길을 따라 그저 걸어갈 뿐이었다. 계속 걷다가 이윽고 날이 밝을 때까지.”
어……? 영화가 여기서 끝이야?
하지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거 같은데…… 주인공이 마지막에 한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지?
워미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들 즐겁게 본 것 같아……
아, 정말 좋은 영화였어.
정말 부럽다…… 하나의 생각만으로 평생을 이렇게 달려갈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용기야.
아서라, 영화니까 그렇지, 현실에 그렇게 비현실적인 사람이 어디 있어?
너는 왜 감독이 주인공의 결말을 명확히 끝맺음 짓지 않았다고 생각해?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어렴풋이 알고 있잖아, 혼자 깊은 산으로, 깊은 계곡으로, 대지의 끝으로 간다는 건…… 그건 죽으러 가는 거잖아?
……죽으러 간다고?
야, 너 이 자식,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음……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이 두 아저씨는 항상 싸우는 것 같아……)
(어째 지금 분위기도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결말을 이렇게 만든 건 관객인 우리에게 상상할 여지를 주기 위한 거잖아? 이걸 이해 못 해?
네 삶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주인공이 죽으러 가는 걸로만 보인다면, 나로선 네가 안타깝다는 생각만 드네!
흥, 나에겐 주인공의 무책임함만 보였어. 마치 너처럼 말이야.
만약 내 아들이 커서 저렇게 된다면, 나는 이 광산에서 못 나가게 혼내줄 거야!
너……
뭐, 싸우자고? 좋아, 덤벼!
이, 이젠 또 갑자기 싸운다고요?!
하아……
(심호흡)
싸우지 마세요~~
와! 오늘 야외 영화 끝나고 레슬링 경기까지 있었네!
좋아, 반격 못하게 눌러버려!
자, 빨리 내가 준비한 탄산음료를 모두에게 나눠줘, 다함께 축제를 즐기자고!
잠시만…… 이게 아닌데……
원래 영화를 다 본 후에는.....
여기서 소란피우지 마!
하압!
아이고…… 내 팔……
스읍…… 내 허리……
……대단해요, 아저씨. 한 번에 두 명을 쓰러뜨리다니!
에휴, 모처럼 네가 돌아왔는데, 이 사람들은 전혀 나아진 게 없구나.
……괜찮아요, 제 기억 속 모두 항상 시끌벅적했으니까요…… 오늘 유난히 더 시끄러운 것 같긴 하지만.
다행히 아이언 헤드 아저씨가 계신 덕분에, 한 번에 해결되었네요.
내가 아니라 네가 준비한 디저트 덕분이야.
워미야, 와서 비디오 테이프 좀 저기 벽 쪽 캐비닛에 다시 넣어주렴.
아! 네!
……
왜 그러니?
아, 아니에요! 그냥 상자에 적힌 영화 상영시간 정보를 보고 있었어요.
오늘 상영한 이 영화, 설마 했는데 진짜로 완전판이었네요……
하하, 워미도 영화 결말이 마음에 안 드나 보구나.
아, 아니에요. 저는 좋았어요.
결말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진 않았어도…… 주인공으로서는 이미 종착점에 도달했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
아! 이건 그냥 제 생각일 뿐이에요…… 비록 다들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저는 모두의 생각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바보 같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란다.
워미는 왜 모두에게 야외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한 거니?
저는……
저는 그저 모두를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어요, 아빠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먼 길을 떠나기 전에 항상 모두와 함께 영화를 보곤 했었죠.
아빠는 그렇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고 했어요……
……우리 워미가 정말로 다 컸구나.
아저씨는 알고 있단다. 네가 모두와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걸, 그렇지?
하지만 결국 너무 난장판이라서, 말할 기회가 없었어요……
아냐, 사실 워미는 이미 모두에게 말했단다.
에?
네가 모두를 한자리에 모으면서, 우리에게 지난 2년간의 경험을 이야기해줬잖니.
네가 스스로를 잘 챙기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는 걸 보면서…… 우리도 워미, 네가 저 영화의 주인공처럼 이제 새로운 여정을 떠날 거라는 걸 모두 눈치챘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는 아직 어리니까 그만큼 네 미래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냥 해보렴.
네가 이 마을에 남든, 아빠를 계속 찾든,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든……
아저씨 아줌마들은, 모두 너를 항상 응원한단다.
아이언 헤드 아저씨……
……고마워요.
바보 같기는, 뭐가 고맙다는 거냐.
나중에 네가 다시 돌아오면, 다 같이 다시 야외 영화를 보자꾸나, 좋지?
도착했다, 꼬마야.
……네.
저기 수송차 정류장 보여? 얼마 전에 이곳으로 오는 마지막 노선이 막 운행을 중단했다고 들었다만, 그래도 다행히 플랫폼이 아직 철거되지 않고 남아서 불도 켜져 있네.
나는 아직 배달할 물건이 남아서 더 이상은 같이 가주지 못해, 조심하거라.
여기까지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아저씨.
별일 아닌데 뭐.
길에 돌이 많으니까 걸을 때 잘 봐, 넘어지지 말고.
……아, 네!
괜찮아요, 이 길은 저도 여러 번 와본 길인걸요.
……이제는 더 이상 넘어지지 않을 거예요.
여자 아이는 발걸음을 멈췄다.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어둠이 버려진 철로를 삼키고 있었다. 잊혀진 광부의 헬멧에는 움푹 들어간 자국이 선명했고, 뒤틀리고 변형된 밸브 손잡이는 버려진 채 땅에 흩어져 있었다.
쓰러진 광산 램프 하나가 깜박거리다 이내 그 빛을 잃었다.
……
저……
……정말 보고 싶어요.
하지만…… 전 아주 먼 곳으로 가야 해요.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곳은 운송차의 종점보다도 더 멀고, 그리닝 밸리보다도 더 멀다고 라나 언니가 그랬어요……
그, 그래도, 저를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모두가 저를 기다려줄 테니.
소녀는 느슨해진 경계선을 넘어서 마침내 폐허로 걸어갔다.
그녀는 침묵한 채 차가운 돌덩어리들을 쓰다듬었다. 마치 그녀가 놓고 싶지 않았던, 기억 속의 두껍고 거친 손을 쓰다듬듯이.
아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