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작은 풀의 외침

작은 풀의 외침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식물 사냥꾼 버던트는 처음 보는 작은 풀 한 포기를 발견하게 되고, 그 작은 풀의 존재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지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버던트


버던트

……

원예점 사장

저기, 필요한 게 있으면 말을 해줬으면 하는데.

원예점 사장

그렇게 계속 굳은 얼굴로 가게 문 앞에 서 있으니까, 손님들이 가게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장사가 안 되잖아.

버던트

그게……

원예점 사장

네?

원예점 사장

새로 나온 이 꽃들을 소개해 줄까?

원예점 사장

보자, 어머니에게 선물하려고? 아니면 여학생에게 선물하려는 건가?

버던트

아……아니야.

버던트

구인 공고를 봤는데.

원예점 사장

점원으로 지원하려고 온 거야?

버던트

아직 모집 중이면……

원예점 사장

감염자야?

버던트

……

원예점 사장

미안하지만 채용할 수는 없겠네.

버던트

……괜찮아. 거절한 게 당신뿐만은 아니거든.

버던트

실례했어.

원예점 사장

아, 잠깐만.

원예점 사장

왜 이 일이 하고 싶은 거야?

버던트

……식물을 좋아해서.

원예점 사장

좋은 이유네.

원예점 사장

나도 식물을 좋아해. 식물들은 어떻게 하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감출 수 있는지 알고 있거든.

원예점 사장

비록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못 하지만, 그 화사한 꽃과 향기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

버던트

하지만……

버던트

많은 식물들은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향이 나지도 않아……

버던트

그래도, 그 식물들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가치가 있겠지?

원예점 사장

……

원예점 사장

재밌네, 후후.

원예점 사장

의외로 당신에게 잘 어울릴지도 모르는 일이 하나 생각났어.

원예점 사장

많은 사람을 상대할 필요도 없고, 그냥 화초와 나무랑 같이 섞여 지내기만 하면 돼. 다만, 약간 위험한 곳을 자주 가게 될 수도 있어.

원예점 사장

거래처 한 곳이 식물 사냥꾼을 모집 중이더라고…… 간단히 말해 진기한 식물 수집을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지.

원예점 사장

한 번 지원해 볼래?


당황한 싸움꾼

으아아앗……

침착한 싸움꾼

이, 이건……

당황한 싸움꾼&침착한 싸움꾼

올가미 덫?!

버던트

너희는 누구야?

당황한 싸움꾼

우, 우리? 우리는……

침착한 싸움꾼

……우린 관광객이야.

당황한 싸움꾼

맞아, 그냥 관광객이야!

당황한 싸움꾼

그냥 여기 방치된 저택의 경치가 좋다고 해서 둘러보러 온 거야!

버던트

정말?

침착한 싸움꾼

정말로……

침착한 싸움꾼

뭐가 계속 나한테 닿고 있는 거 같은데, 차가워……

당황한 싸움꾼

나도 그런데…… 이건……

당황한 싸움꾼

덩굴이잖아?!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버던트

최근에 여러 사람이 이 저택을 주시하고 있던데.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버던트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너희도 이전에 왔던 사람들처럼,

침착한 싸움꾼

넌 대체 누구……

버던트

내가 누구냐고?

당황한 싸움꾼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그냥 알려 줘! 이 빌어먹을 덩굴이 내 목을 감싸고 있는 것 같다고!

침착한 싸움꾼

……우린 '갈색가시꽃'을 찾으러 왔어.

버던트

응? '갈색가시꽃'이라니.

버던트

이 저택에는 꽃봉오리 하나 안 보이는데, 무슨 '갈색가시꽃' 타령이야.

당황한 싸움꾼

정말 이곳에 있다니까! 저기 조각상 아래에. 확실해!

당황한 싸움꾼

그리고 '갈색가시꽃'은 꽃이 아니고 식물의 뿌리라고. 뿌리를 캐내면 왜 사람들이 '갈색가시꽃'이라 부르는지 알 거야!

버던트

그럼 그 잡초가 원래는……

당황한 싸움꾼

……

당황한 싸움꾼

저 녀석, '갈색가시꽃'을 찾으러 간 거 아냐? 설마 녀석도 식물 사냥꾼……

침착한 싸움꾼

*빅토리아 욕설*. 이 덩굴, 잡아당기니까 바로 끊어지네. 애초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당황한 싸움꾼

……날 바보 취급을 해?!


버던트

갈색가시꽃……

버던트

이 식물의 뿌리는 정말 갈색 가시가 돋친 꽃 같구나.

버던트

고용주가 요즘 이게 약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높아서, 암시장에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하더니만……

버던트

꽃을 피우지도 않고, 향기가 나지도 않는데도, 뿌리가 병을 치료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구나.

버던트

심지어 꽃을 피우지도 못하는 식물에게 '꽃'이라고 이름을 지어주다니……

버던트

앗……

버던트가 밭에 떨어진 '갈색가시꽃'을 주우려던 찰나, 문득 한쪽에서 홀로 자라고 있는 작은 풀이 눈에 띄었다.

매우 평범했지만, 이 밀밭에 그 풀은 그리 어울려 보이진 않았다.

바람이 불자, 덜 익은 밀들이 눈치껏 한쪽으로 밀려나 주었고……

그 순간, 마침내 작은 풀은 햇빛 아래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버던트

이건……

버던트는 작은 풀을 보며, 문득 그 귀하다는 '갈색가시꽃'을 주우려 했던 자신의 손길을 떠올렸다.

바람이 불어오지 않았다면, 버던트는 아마 그 풀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문득, 그는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농부

어이, 꼬마야.

농부

넌 어느 마을에서 왔니?

버던트

(경계하며) 무슨 일이야?

농부

무슨 일이냐고…… 너야말로 수상쩍게 내 땅에 쭈그리고 앉아있으면서, 나한테 무슨 일이냐고 되묻는 거냐?

농부

째려보기까지 하고, 제초해야 하니까 방해하지 말고 빨리 내 땅에서 나가.

버던트

제초?

버던트는 그 단어를 듣곤 무심코 농부의 뒤에 가려져 있던 이름 모를 풀을 보았다.

버던트는 이렇게 하면 농부가 매우 화가 날 거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입을 열었다……

버던트

안 돼……

버던트

안 갈 거야.

농부

이 망할 꼬맹이가……

???

버던트!

버던트

……?

놀란 남자

세상에, 정말 너구나…… 버던트, 이게 얼마 만에 보는 거야.

놀란 남자

왓슨 아저씨, 낫을 그렇게 높이 들면 안 되지. 얼마나 놀라겠어…… 아, 싸우고 있던 거야?

버던트

……

농부

터커, 아는 애야?

터커

알다마다! 동창이라고!

버던트

……동창이었었지.

버던트

지금은 아니지만.

터커

하하, 넌 예전과 똑같네.

터커

왓슨 아저씨, 왜 이렇게 화가 났어…… 무슨 오해가 있던 거 아니야?

터커

내 동창…… 버던트는 조금 사나워 보이고, 낯선 사람하고는 말을 잘 못하거든. 하지만 실제로 나쁜 뜻은 없었을 거야.

농부

알겠다. 방금은 다른 사람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무례한 행동이었다고 네가 쟤한테 알아듣게 잘 말해줘라.

농부

됐고, 얼른 데리고 내 땅에서 나가. 쟤랑 더 말을 섞었다간 저녁에 내 집사람하고 말다툼할 힘도 없겠어.


터커

들어와, 아무 데나 앉아. 집에 아무도 없으니 편하게 있어.

버던트

……응

버던트

이 마을이 네 고향이었구나, 이제야 알았네.

터커

응? 내가 듣고 싶었던 건 이 말이 아닌데. 30초 전만 해도 난 네가 나랑 놀러 일부러 찾아온 줄 알았다고.

터커

하긴, 누가 친구 집에 오면서 밭에 있는 잡초 때문에 농부랑 싸울 뻔하겠어?

버던트

……방금은 고마워.

터커

감사는 넣어둬…… 물론 네가 내 휴가 야외 실습 보고서를 도와준다면, 참 기쁠 거 같긴 해.

버던트

거절할게, 난 더 이상……

터커

됐어 됐어, 거절할 거 알고 있었어. 그냥 장난친 거야.

버던트

……

터커

으음……

터커

그 잡초를 지키려 하길래, 이성을 잃은 줄 알았는데……

터커

그렇게 신중하게 샘플 케이스로 옮길 줄은 몰랐지.

버던트

터커, 난 그게 잡초라고 생각하지 않아.

터커

응? 이건 돌피 아니면 그냥 다른 들풀 같은 거 아닌가…… 됐다, 전공 수업도 낙제한 내가 어떻게 너 같은 톱 3의 상대가 되겠어.

버던트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

버던트

……

터커

왜 그래? 왜 멍하니 있는 거야……

버던트

……조금 돌피 같긴 한데, 또 그렇다고 정말 똑같은 건 아니거든. 나도 이제야 알게 되었어.

버던트

이거 봐봐, 큰꼬리풀처럼 자라는 게 원추 꽃차례 같지 않아?

버던트

줄기는 사초랑 조금 비슷하고……

터커

그럼, 이게 아직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종이라는 거야?

버던트

그냥 내가 본 적은 없고, 책에서도 관련 내용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 것뿐이야.

버던트

새로운 종?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

터커

진짜 별나다. 너 그게 뭔지도 잘 모르면서, 낫을 들고 있는 농부랑 한바탕 하려고 한 거야? 네가 할 일이 아니라고!

버던트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저 그걸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

터커

어쩌면 네가 맞을 수도 있긴 하지, 진짜 새로운 종일 수도 있잖아?

터커

하, 과연.

터커

이래서 내가 너한테 실습 보고서를 도움받고 싶었다니까!

터커

이렇게 보잘것없는 작은 풀이라도, 넌 그 풀이 가진 다른 부분을 알아채잖아. 이런 게 바로 나와 우등생의 차이겠지……

버던트

아냐……

버던트

사실은 나도 그 풀을 그냥 지나칠 뻔했어.

버던트

식물 사냥꾼한테 이런 경제적 가치가 없는 종은 딱히 필요하지 않거든.

터커

그게 뭐 대수인가? 중요한 건, 네가 예리하니까 그 풀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거잖아.

터커

……내 생각엔, 그게 새로운 종인지 알고 싶으면 식물연구소 같은 기관에 가서 감정받아보면 될 거 같은데.

버던트

감정이라고? 좋아…… 근데 그전에 먼저 하나 해야 할 일이 있어.

버던트

거점으로 돌아가야 해.


버던트

응, '갈색가시꽃'을 얻었어. 온전한 상태로 식물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고, 식물이 자라났던 토양 샘플도 같이 모두 보관했어.

버던트

경쟁자? 아마 두 명을 보긴 했는데…… 아니. 날 방해하긴커녕, 오히려 반대라고 해야 할까……

버던트

다른 경제적 가치가 있는 식물? ……글쎄,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

버던트

데이터와 사진은 모두 보냈어. 다른 문제가 없으면 난 내일 돌아갈게.

버던트

……어?

버던트

새로운 의뢰가 있다고?

버던트

아니면 우선 돌아가서 임무 목표를 확인하고, 나중에 다시 출발해도 될까?

버던트

급한 임무라고는 해도…… 아니, 판단을 의심하는 게 아니고, 못 미더워서도 아니야. 난 단지……

버던트

……

버던트

응, 알겠어.

버던트

새로운 목표 식물을 얻으면, 돌아가도 되는 거지?

터커

그래서, 당장은 식물 연구소로 갈 수는 없게 된 거야?

터커

네 고용주…… 어째 말하는 것부터 까다로운 사람인 거 같더라니. 그냥 원하는 물건 못 찾았다고 바로 돌아가서 말하는 건 안 돼?

버던트

내가 이 일을 그만둘 게 아니라면……

터커

음, 그럼 어쩔 수 없네.

터커

실험실에서 시험관을 헹구고, 샘플 병에 라벨을 붙이는 일에 비교하면, 식물 사냥꾼이 훨씬 멋있긴 하지! 나라도 이런 재미있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거야.

터커

이렇게 하자, 네가 내 야외 실습 보고서 안 도와줘도 되니까, 대신 네가 식물 사냥꾼 일을 할 때 나 좀 데리고 가줘! 부탁이야!

버던트

……하하.

터커

치밀한 계획에 맞춰 잠입하고, 모두의 눈을 속이는가 하면, 임기응변으로 모든 위험을 피해내고 '최후의 방'에서 목표물을 쟁취하는……

터커

혹시 너 랭크우드에서 지난달에 개봉한 그 어드벤처 영화 봤어? 그 사르곤 정글에서 보물을 찾다가 현지인에게 쫓기는 거 말이야, 그거랑 별반 차이도 없잖아!

버던트

안, 안 봤어……

터커

그럼 그렇지.

버던트

터커, 내가 그런 거에 관심 없는 거 너도 알잖아…… 또 내가 모험을 좋아해서 식물 사냥꾼을 하는 게 아니기도 하고.

버던트

이 일이 필요한 건, 그저 돈이 필요하고, 또 계속해서 식물을 관계된 일을 하고 싶어서일 뿐이야.

버던트

광석병에 감염된 후로, 이게 내가 마주했던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아.

터커

……알겠어, 버던트.

터커

난 알아. 광석병 때문에 네가 학교를 그만두게 된 건, 결국 학교 측의 손실이라는 걸 말이야. 학교는 진정으로 식물을 사랑하는 젊은 학자를 잃게 된 거야.

터커

네가 식물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 걸 교수가 알게 되면, 분명 그 당시에 네 사정을 봐달라고 학교 측에 부탁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걸!

버던트

음…… 그 사람을 탓해야 하는 걸까?

버던트

터커, 우리 예전에 그 보잘것없던 실험 샘플 배양하는 거, 어떻게 했었더라?

터커

…….이미 익숙한 거 아니었어?

그러자 버던트는 '갈색가시꽃'을 재배하고 있는 플랜트 박스의 뚜껑을 닫고, 그것보다는 더 작지만 더 따뜻한 샘플 케이스를 열었다.

버던트는 손가락으로 샘플 케이스 속 토양의 습도를 느낀 다음, 물뿌리개를 사용하여 유리 케이스 벽에 물을 뿌렸다.

이 이름 없는 작은 풀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지만, 버던트는 이 작은 풀이 자라고 있다는 걸 안다.

터커

솔직히 말해서, 버던트. 식물을 돌볼 때의 너는 완전 다른 사람 같아.

버던트

그래?

버던트

아마 식물들에게는 미움받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인 것 같아

터커

미움받는다고? 그런가…… 근데 너도 알다시피, 이런 식물들이라 해도 항상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잖아.

터커

예전에 우리 같이 온실에서 실험 샘플을 기를 때처럼, 잘 자라지 않거나 심지어는 일찍 죽기도 하고……

터커

……샘플들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 그때가 돼서야 우리가 원하는 게 그 식물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터커

그러니까 그렇게 기대하지는 마……

버던트

기대?

버던트

혹시 이게 결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잡초라고 밝혀졌을 때, 내가 실망할까 봐 걱정하는 거야?

터커

응.

버던트

실망 안 해. 그런 허무맹랑한 가능성을 위해서 돌본 것도 아닌데, 뭐.

터커

그……

버던트

터커, 네가 농사를 짓는데 농작물 가장자리에 잡초가 자라고 있는 걸 보면, 어떻게 할 것 같아?

터커

당연히 뽑아버리겠지. 비료로 쓰는 것도 조금 무리고……

버던트

응…… 나도 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었어.

버던트

그때의 난, 내가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농작물이라고 생각했지, 언젠가 오갈 곳 없는 처지가 될 거라는 생각 따윈 한 적 없었어.

버던트

아니, 심지어 농작물을 키울 때 쓰는 비료만도 못했지…… 어찌 됐든 비료는 밭에 남아 있을 수 있잖아.

터커

버던트……

버던트

괜찮아, 터커. 설령 그렇더라도, 지금은 나도 잘 지내고 있잖아.

버던트

이제는 내 생각을 다 정리했고, 그게 새로운 종일 거라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아.

버던트

난 그냥…… 그 잡초도 머물 수 있는 조그마한 땅은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버던트

자세히 생각해 보면, 사실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거든.

버던트

토양, 물, 그리고 태양이면…… 그거면 충분해. 충분히 억척스럽게 자랄 수 있어.

버던트는 문득 이름 없는 작은 풀에게 가서 묻고 싶었다.

네 이름은 뭐야?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니?

너도…… 사람들에게 버려지는 게 무섭니?

작은 풀아.

……이 좁디좁은 샘플 케이스보다, 사실은 너도 저 드넓은 들판으로 돌아가고 싶지?


“……가라. 얼른 떠나.”

“이곳에서 떠나라!”

이건……


“너도 봤듯이, 이건 학교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이다.”

“공부보다는 네 건강이 중요하지 않겠니?”

“……그래. 건강하지 않다고 공부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도 다른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생각해야 해.”

“그건 안 된다. 너 하나를 위해 학교가 1인실을 준비해 줄 수는 없어.”

……

그래, 그럼 내가 떠나야겠네.


“대학생? 우린 대학생 같은 거 필요 없어. 손님을 모을 수 있느냐가 문제인 거지…… 감염자라고? 그러면 더 안 되지.”

“우린 감염자 타자원은 안 받아. 재택근무할 수 있다고? 절대 차질 없게 하겠다고? 꿈 깨셔! ”

“어이, 꼬마야. 좀 떨어져!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네가 있어야 하는 곳은 격리 구역이라고!”

“미안하지만 채용할 수는 없겠네.”

……

그래, 그럼 내가 떠나야겠네.


“짚신하고 밀짚모자가 이렇게나 많은데, 하나를 못 팔았다고?”

“물어봤다고! 다 물어봤는데, 구매상들 중에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칫…… 지금은 촌장님까지도 우릴 피한다니까.”

“아니면 이동도시에 가서 물어봐야겠어……”

“맞아, 오히려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어. 내일 시장에 할머니가 남겨주신 면직물을 들고 가면, 어쩌면 중고 이동 가판대랑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내 은팔찌도 가져가!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야…… 그 아이를 쫓아내선 안 돼. 어찌 됐건, 우리의 아이니까……”

……

역시, 내가 떠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그럴듯하게 살아가겠어.

그런데…… 난 또 어디를 갈 수 있는 거지?

응?

……시끄러워.

알겠어, 간다고, 더 이상 귀찮게 쫓아낼 필요 없어! 당신들 없이도 난 살 수 있으니까!

“버던트……”

알았다고! 시끄러워!


버던트

……

버던트

꿈이었나……

버던트

작은 풀은…… 아직 있네.

버던트

응? 여기, 새싹이 돋아난 거 같은데.

버던트

어떤 식물들은 생활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화했다고 느끼면, 더 강하게 성장한다던데.

버던트

작은 풀아…… 샘플 케이스가 안전하게 느껴지니?

터커

어이, 버던트!

터커

문 열어! 너 아직도 자는 거 아니지?


버던트

……

버던트

터커? 왜 왔어……

터커

……왜 왔냐고~?

터커

내가 부탁해서 어제 나 데리고 식물 사냥꾼 체험시켜 주기로 했잖아.

버던트

그거 농담 아니었어……?

터커

빨리 가자, 내가 있으니까 임무도 더 수월할 거야!

터커

그러면 너도 더 일찍 감정받으러 식물 연구소에 갈 수 있지 않을까?

버던트

아직도 그걸 신경 쓰고 있었구나…… 난 딱히 감정 안 해도 딱히 별 상관없는데.

버던트

……하, 좋아. 그럼 같이 가자.

버던트

근데 가는 곳마다 너처럼 아무렇게나 진흙 발자국을 남겨두면, 임무가 그리 수월해질 거 같진 않은데.


터커

오호……

터커

어때, 이 두 지붕 사이의 거리 정도는 나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으으으아악, 엄마!

버던트

조심해!

터커

휴, 아슬아슬했어. 다행히 기와 하나 떨어진 게 다야. 내가 아니라.

터커

잡아줘서 고마워, 버던트……? 근데, 웬 '허수아비'가……

버던트

난 너랑 달리, 아래에서도 잘 올라갈 수 있어.

버던트

그 '허수아비'한텐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네가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다가 지붕 위에서 공연하는 걸 보여줄까 봐 걱정돼서 한 것뿐이니까.

터커

정말 대단해, 아주 학교 다닐 때랑 똑같구나.

터커

나보다 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면서, 친구에게 더 너그럽게 대할 수는 없는 거야? 아직도 어른이 못 됐네!

버던트

……

버던트

서두르자, 터커. 거기 그 굴뚝으로 뛰어들어가.

터커

어디? 굴뚝?

터커

잠깐만, 노크하고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 ……잠깐잠깐, 이 '허수아비'는 왜 날 미는 거야……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버던트

어때?

터커

어…… 이 '허수아비'가 받아줘서, 안정적으로 착지했다고 봐야겠지?

터커

……나 진짜 소리 안 지르려고 엄청 참았다!

버던트

알았어, 나도 간다.


터커

후…… 들려? 나 심장이 엄청 빨리 뛰고 있는 것 같아!

터커

바로 방금, 마침내 내가 식물 사냥꾼을 따라 '최후의 방'에 들어가서, 진짜로 '고대의 신비한 작물 씨앗'을 얻었다고!

버던트

단지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의 작은 집에서 목표물을 가져가는 것뿐이야…… 그렇게 과장할 것 없어.

터커

하긴, 생각보다 스릴 있거나 하진 않은 거 같아!

터커

왜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없는 거지? 들어가서, 획득하고, 그리고 떠난다…… 끝이야? 너무 가뿐하잖아!

터커

보아하니 이것도 무슨 귀한 씨앗은 아닌 것 같아……

버던트

아니, 아마 지난번 연락책이 여기에 놔둔 걸 거야.

터커

연락책?

버던트

모든 임무마다 항상 식물 사냥꾼이 위험한 곳을 탐험해야 하는 건 아냐. 이번처럼 그냥 지정된 곳으로 가서 물건을 가져오는 것 같은 간단한 임무도 있어.

터커

……그거 전달자 아니야?

버던트

최초의 식물 사냥꾼은, 국경을 넘나들며 전문적으로 향신료 무역상을 위해 일하는 전달자였다고 들었어.

터커

이렇게 들으니까 하나도 안 멋있네……

버던트

됐고, 거점으로 돌아가자. 고용주에게 보고해야 해, 나한테 더 이상 새로운 임무를 주지 않는 게 제일 좋긴 한데.

버던트

……

버던트

터커. 그 진흙밭 지날 때, 내가 신발 밑바닥 깨끗하게 닦으라고 말했잖아.

터커

응? 그대로 했지. 봐봐, 얼마나 깨끗한데.

버던트

그럼 여기 있는 신발 자국은…… 거점 근처에 있던 거랑 왜 이렇게 비슷한 거지?

버던트

……

버던트

아닐 거야……

터커

응? 무슨 말이야? 왜 갑자기 뛰는데……

버던트

빨리, 늦었다고!


멀리, 버던트는 거점 쪽에서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버던트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갔고, 연기가 점점 코를 찔러 숨쉬기 어려워졌다.

앞서 피어오르던 은은한 불안감은, 지금 불이 되어 눈앞에 타오르고 있다.

버던트

윽……

놀란 싸움꾼

어이, 녀석이 가져온 것 좀 봐봐…… 예상치 못한 수익인데!

놀란 싸움꾼

사각 해바라기 씨앗 한 포대잖아, 값이 꽤 나가겠어!

침착한 싸움꾼

됐고, 조용히 해.

침착한 싸움꾼

거점 안에 있는 비상 통신기 모두 끊고, 쓸모 있는 것들은 모두 가져와.

침착한 싸움꾼

정신 차리기 전에 얼른 가자고.

버던트

멈춰……

버던트

왜……


버던트

왜……


엄마, 밭에 작은 풀들이 많이 자랐어요. 다 뽑아버릴까요?

“그러렴. 농작물이 자라나는데 방해가 되니까.”

그럼 그 작은 풀들을 농작물과 멀리 떼어둬도 되나요? 예를 들면, 뒷마당 정원에 옮겨 심거나 해서요.

그 작은 풀들이 자라났을 때의 모습이 궁금해요.

“응…… 좋은 생각이네.”

“어쩌면 밀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좁쌀이 될 수 있겠지.”

“옛날에는 이런 식량들이랑 그 작은 풀들이 별 차이가 없었대.”

……만약 먹을 수 없으면요?

예쁜 꽃도 못 피우면서, 냄새만 나는 걸로 변하면 정말 큰일이잖아요.

“하하, 우리 아가가 벌써 이런 걸 걱정하네? 걱정하지 마……”

“그 아이들도 자신만의 가치가 있을 거란다.”


터커

버던트! 방금 뛰어간 그 두 사람, '갈색가시꽃'이 들어있는 플랜트 박스를 가져간 거 아니야?

터커

……너 다쳤어?

버던트

조금……

터커

뭐?

터커

녀석들을 쫓아갈까?

버던트

보러 가야 해, 작은 풀……

터커

작, 작은 풀? ……어이, 거점으로 가겠다는 거 아니지……?

터커

안돼…… 불길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 들어가면 안 돼, 버던트!


버던트

그 작은 풀을…… 아직 식물 연구소에 가지고 가지 못했어……

버던트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지만……

버던트

아무도 그 풀을 신경 쓰지 않아도, 그 풀은 여전히 꿋꿋이 들판에서 살아갈 거야……

버던트

마음대로 없애서는 안 돼, 불에 타서도 안 된다고……

버던트

쫓겨나서도 안 되고, 잊혀서도 안돼……

버던트

단지 살아가고 싶은 것뿐이잖아……

버던트

콜록…… 콜록콜록……

버던트

정말 다행이야…… 내 샘플 케이스, 아직 여기 있었구나…… 놈들이 가져가지 않았어……

버던트

보잘것없는 것, 그것 또한 너의 장점이야……

버던트는 유리 케이스 벽에 묻은 검은 재를 손으로 닦으며, 작은 풀의 안위를 초조하게 확인한다.

버던트

……응?

버던트

이건…… 그 작은 풀?

불길 속, 버던트는 샘플 케이스 안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거점에서 갑자기 치솟은 고온은, 분명 그 작은 풀에게 버거웠을 터였다……

돌피 같은 잎은 시들었고, 사초 같은 줄기는 꺾여 있었지만, 그 큰꼬리풀 같은 부분은, 뜻밖에도 “피어나고” 있었다.

그게 그 풀의 꽃인 걸까? 버던트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 크나큰 불이 그 풀을 변하게 한 것일까? 이 또한 확실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처음으로 본, 새롭게 자라난 가느다란 꽃술을 이 식물의 꽃이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을 것이다.

시든 잎사귀와 구부러진 줄기를 보면, “활짝 피었다”라고 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버던트는 그것은 돌피도, 사초는 물론, 그가 알고 있던 어떤 야생 풀도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