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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전쟁 후 다시는 문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던 어느 환자에게, 마그달레네는 약물과 꽃으로 도움을 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온실 재건 계획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벤델라


마그달레네는 꽃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어린 시절 학교에 꽃을 가져가 받았던 찬사 때문일까. 아니면 부모님이 가지 치는 법을 손수 가르쳐주셨을 때의 따뜻함, 할아버지와 함께 씨앗 시장을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먹던 즐거움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보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엔, 그녀는 온실에서 어머니를 위해 꽃을 고르는 아이의 순수함,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꽃을 사는 청년의 수줍음, 그리고 집을 꾸미기 위해 꽃을 사는 새신부의 설렘까지, 여러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꽃과 함께하는 이 모든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을 사랑했다. 한때 그녀가 삶이란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고 믿었을 정도로.


빅토리아, 재건 중인 브렌트우드1099년

근심 어린 얼굴의 여성

마그달레네…… 혹시 시간 좀 있니? 이거 갓 구운 호박파이야, 네게 주려고 가져왔어.

마그달레네

베일리 씨,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해리 씨 일 때문이죠?

베일리

응…… 여러 번 우리 집까지 찾아오게 하고, 정말 미안해서 그래. 그냥 받아 줘.

베일리

아빠는 요즘에 더 오락가락하셔. 솔직히 말해, 나도 아빠가 좀 무서울 정도야.

마그달레네

아직도 문밖을 나서지 않으시려고 하나요?

베일리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원래는 창문만 못 열게 하셨는데, 이제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만 해도 매우 놀라신다니까.

베일리

오늘 아침에도, 내가 들어가니까 아빠가 괭이를 들고 내게 정면으로 달려들었어…… 다행히 곧 나인 걸 알아보셨지만.

마그달레네

엄청 위험했네요…… 해리 씨 몸 상태는 어떠세요?

베일리

고집이 워낙 세서, 아파도 아무 말도 안 하셔. 그런데 요즘 오른쪽 배를 만져보면 딱딱한 게, 혹여나 결정이 퍼진 건 아닐지 걱정돼. 번거롭겠지만 네가 집에 와서 한 번 봐줬으면 좋겠는데……

베일리

아무리 밉다고 해도, 어쨌든 내 아빠잖아…… 그 일만 겪지 않았다면, 아빠도 이렇게까지 변하진 않았을 테니까.

마그달레네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요. 준비하고 바로 갈게요.

마그달레네

다 됐어요. 베일리 씨, 우리 출발해요.

베일리

어, 마그달레네, 이 꽃은…… 안 돼, 네게서 꽃까지 받을 수는 없어.

베일리

네 온실이 이렇게 망가졌는데도 우리에게 진료실로 쓰라고 내주기까지 했잖아. 그런 네가 어렵게 키운 꽃을 우리가 어떻게 받겠어?

베일리

아빠에게 농지가 마음의 안식처였던 것처럼, 네겐 꽃이 그렇다는 걸 알아…… 안타깝게도 지금 아빠는 자기 집 앞의 농지조차 쳐다보려 하지 않으시지만 말이야.

마그달레네

괜찮으니 가져가요. 전 요즘 진료실 일이 너무 바빠서, 꽃을 돌볼 시간도 거의 없거든요. 해리 씨에게 가져다드리는 게, 오히려 제 부담을 덜어 주는 거예요.

마그달레네

예전에 해리 씨가……

마그달레네는 노인이 예전에는 자주 자신의 온실에 와서 산책하곤 했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그때 노인은 아내의 손을 잡고 왔었는데, 지금은 온실도 없어졌고, 아내도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전해 듣기로, 노인의 아내는 바로 집 앞의 농지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노인은 그 참극을 직접 목격한 뒤 정신이 이상해졌고, 살카즈가 떠난 지 이미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마그달레네

그냥 친구 병문안 간다고 생각하고, 부디 제가 이 화분을 가져가게 해주세요.


베일리의 집 앞엔 본래 매우 잘 가꿔진 농지가 있었다. 경작은 노인의 생계이자 자부심이었으며, 노인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농지에 발을 디디는 걸 허락한 적 없었다.

그러나 지금, 마그달레네가 본 그 밭은 잡초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살카즈에게 훼손된 집을 지금까지도 수리하지 않아서, 지붕의 처마가 반쯤 무너져 있었다.

수상쩍은 남자

(작은 목소리로) 베일리, 베일리, 여기야. 케이크를 가져왔어.

베일리

(작은 목소리로) 아, 왔구나. 미안한데 파텔, 내가 마그달레네에게 아빠를 진찰해달라고 부탁했거든…… 오늘은 너랑 함께 못 있을 것 같아. 먼저 돌아가.

파텔

(작은 목소리로) 마그달레네.

마그달레네

(망설이며 목소리를 낮춘다) 안녕…… 하세요? 그런데 꼭 이렇게 작게 이야기해야 하나요? 해리 씨가 주무셔서 그러는 건가요?

베일리

(작은 목소리로) 아니. 아빠랑 파텔 사이에…… 작은 오해가 있거든.

파텔

작은 오해지. 약혼녀를 만났는데, 밀회를 즐기는듯한 스릴까지 느낄 수 있다고. 정말 놀랍지~

베일리

파텔!

집 안에서 나는 모호한 고함

밖에 누구야!

베일리

(목소리를 높이며) 아빠, 나야! 내가 마그달레네를 불러왔어. 우리 곧 들어갈 거야.

집 안에서 나는 모호한 고함

누군가 또 있어, 밖에 누구냐고!

베일리

아니야, 우리 둘뿐이야.

마그달레네

(작은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베일리 씨? 당신과 파텔 씨는 '그들'이 오기 전부터 이미 결혼하기로 했던 거 아니었나요? 해리 씨도 파텔 씨를 엄청 마음에 들어 하셨잖아요?

파텔

그랬지, 다만 그때 내 미래의 장인어른께선 내가 침입자이자 전범에, 살인광이라는 걸 아직 모르셨거든……

베일리

(작은 목소리로) 파텔! 얼른 돌아가. 오늘은 아빠 상태가 정말 좋지 않으셔. 안 그래도 머리 아픈데, 너랑 말싸움까지 하고 싶진 않아.

파텔

그럼, 이건…… 됐다, 애초에 내가 온 적 없던 걸로 하자.

베일리

……이제 집에 들어가자, 마그달레네. 이 일들은…… 굳이 이야기 꺼내지 말고.


베일리

(빠르게 문을 닫으며) 아빠, 우리 들어왔어. 나랑 마그달레네야. 놀라지 마.

마그달레네

해리 씨, 요즘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

문과 창문이 모두 꼭 닫혀 있어 집 안 공기가 탁했다. 조금 전까지 고함을 치던 노인은, 지금은 멍하니 흔들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열려 있는 나무 상자 하나를 살피며, 무언가를 찾으려 뒤적거리고 있었다.

마그달레네

해리 씨, 우선 채혈부터 해드릴게요. 제가 이 상자를 한쪽으로 치워놔도 될까요?

늙은 해리

이것마저 빼앗으려고 드는 거냐? 이 빌어먹을 마족 놈아! 그 손 떼!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너한테는 주지 않을 거야!

마그달레네

앗!

마그달레네

죄송해요…… 저는 그냥 채혈을 도와드리려던 것뿐이었어요.

베일리

마그달레네, 괜찮아? 어디 부딪힌 데는 없어?

베일리

아빠! 왜 사람을 그렇게 밀어? 잘 봐, 얘는 마그달레네야. 아빠 광석병 상태를 봐주러 온 거라고!

마그달레네

베일리…… 베일리 씨, 전 괜찮아요. 우선은 해리 씨 기분부터 좀 풀어드리죠. 소리 지르는 건 되도록 피하시고요.

베일리

매일 이 모양이야, 난 이미…… 알겠어. 아빠는 널 알아보지 못하실 테니, 내가 아빠 손을 붙잡아 둘게.

늙은 해리

내게 손대지 마! 하나가 없어, 없다고! 없다니까! 전부 마족 놈에게 빼앗겨 버렸어!

마그달레네

(고개를 젓는다) 억지로 해서는 안 되겠어요. 무리하게 채혈하다간 해리 씨가 다칠 수도 있어요.

마그달레네

(부드럽게) 해리 씨, 그대로 움직이지 마시고, 상자를 꼭 안고 계세요, 아시겠죠? 이제 제가 알코올 솜으로 팔을 닦을 건데, 조금 차갑긴 하겠지만 무서워할 거 하나도 없어요.

마그달레네

(팔을 소독하며) 좋아요. 침착하시고, 제 바늘도 보지 마세요. 그리고, 그 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늙은 해리

여기엔…… 오래된 내 골무…… 딸아이 엄마의 라주라이트 목걸이…… 로렌 집에서 빌린 손수건…… 그런데 하나가 없어…… 새로운 물건 하나가.

마그달레네

(채혈 바늘을 정맥에 찌르며) 아, 원래는 네 개가 있었군요, 혹시 베일리 씨 결혼을 위해 준비하신 건가요? 계속 말씀해 보세요, 어째서 새로운 물건 하나가 없는 거죠, 어디에 있나요?

늙은 해리

마족…… 놈에게 빼앗겼어.

마그달레네

……마족은 이미 떠났어요, 해리 씨. 비록 그들이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마그달레네

보세요, 제가 뭘 가져왔게요? 예전에 아이리스를 좋아하셨잖아요. 이제 이 아이리스가 이 방 안의 새로운 물건이 된 거예요, 맞죠?

해리는 두 눈을 멍하니 뜬 채로 색이 선명한 그 화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그달레네가 다시 말을 걸어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베일리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 마그달레네. 아빠 상태는 어떤 것 같아?

마그달레네

자세한 건 보고서를 봐야 해요. 하지만 베일리 씨가 만진 뱃속의 딱딱한 건, 아마도 확산한 결정이 맞는 것 같아요. 이 정도 진행 속도라면……

마그달레네

해리 씨는 계속 당신의 결혼식을 기다려 온 것 같은데…… 파텔 씨와는 대체 무슨 일이……

베일리

네가 생각하기에, 아빠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마그달레네

우리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죠.

파텔

아……! 엿듣고 있었던 건 아니야!

늙은 해리

마족 놈이…… 감히 우리 집에 와! 내 괭이가 어딨더라…… 이 마족 녀석, 때려죽여 버리겠다!

베일리

마그달레네, 빨리 나와. 문을 닫아버려!


베일리

파텔! 문밖에서 뭐 하는 거야! 돌아가라고 했잖아!

파텔

난…… 설마 너희가 갑자기 문을 열 줄 알았겠냐고!

문안에서 나는 분노 섞인 고함

베일리! 빨리 들어와!

베일리

그만 소리 질러!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뿔이 달렸다고 해서 전부 마족인 건 아니야. 얘는 파텔이야, 아빠의 예비 사위라고!

문안에서 나는 분노 섞인 고함

내 딸을 데려갈 생각 따윈 하지 마!!!

베일리

(갑자기 오열하며) 나 이젠 지쳤어, 정말로……

마그달레네

베일리 씨…… 일단 이쪽에 와서 잠깐 앉아보세요. 여기 손수건이요.

마그달레네

파텔 씨를 나무라지 말아요. 당신을 위해 힘들게 케이크를 구워 와선 문 앞에 두려고 했던 거잖아요. 그렇죠, 파텔 씨?

파텔

……아까 내 말투는 사과할게.

마그달레네

해리 씨가 파텔 씨를 봤을 때의 반응…… 혹시 그게 결혼식이 미뤄진 이유인가요?

베일리

(훌쩍이며) 이게 파텔 잘못도 아니고, 아빠 잘못도 아니라는 건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내 잘못인 것도 아니잖아?

마그달레네

물론 베일리 씨 잘못이 아니죠.

베일리

아빠는…… 원래 파텔을 아주 좋아했었어. 그런데……

베일리

엄마가 사고 났던 그날, 아빠만 그 자리에 있었어. 아빠가 가장 아끼던 이 밭에, 엄마의 피가 그대로 남았지……

베일리

아빠가 그때 무엇을 보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족의 뿔만큼은 분명하게 뇌리에 깊이 박히셨던 것 같아.

베일리

그 이후로 아빠는 제정신이 아니게 됐고, 뿔이 달린 사람만 보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셔. 나중엔 결국, 문밖에 나가는 것도 두려워하시더니, 창문까지 다 막아 버렸어.

베일리

아빠는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게 두려운 거야…… 하지만 두려움이 클수록, 자꾸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게 돼서…… 아빠는, 사고가 났던 그날에 계속 머물고 있어.

베일리

네가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게, 아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려 주기 위해서라는 건 알아. 하지만…… 이 결혼식을 정말로 아빠 앞에서 치를 수 있을까? 마그달레네, 넌 어떻게 생각해?


베일리

마그달레네…… 나야. 그날은…… 정말 고마웠어. 이건 파텔이 구운 쿠키야.

마그달레네

(고개를 젓는다) 아니에요. 해리 씨의 건강검진 보고서를 다 정리했어요, 여기요. 또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는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베일리

사실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 네가 지난번에 아빠에게 줬던 그 아이리스 화분, 기억해? 내 결혼에 쓸 '새로운 물건'이라고 했었잖아. 아빠가 그걸 정말 정말 좋아하셨어.

베일리

계속 그 화분만 바라보며 멍하니 있으시고, 마음도 전보다 조금 안정됐어. 그런데……

마그달레네

꽃이 시들었나요?

베일리

(곤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후론 아빠가 소리 지르는 게 더 심해지셨어…… 정말, 네게 꽃을 달라고 하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지.

마그달레네

베일리 씨, 꽃은 그저 꽃일 뿐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마그달레네

그리고 사람들이 꽃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야말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거예요.

베일리

고마워, 마그달레네……

마그달레네

다행히 그날 해리 씨가 정말 좋아하시길래, 나중에 아이리스를 몇 개 더 사 뒀어요. 이 정도면 그냥 보는 것만이 아니라, 화환을 만들어도 충분할 거예요…… 아.

마그달레네

예전에 해리 씨가 파텔 씨의 뿔을 보기 싫어하시는 건, 그 뿔이 살카즈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죠.

마그달레네

그렇다면, 그 뿔에 대한 인상을 바꿔 보는 건 혹시 어떨까요?

베일리

우리도 모자를 씌워 뿔을 가려보려 한 적이 있어. 그러자, 아빠가 달려들어서 모자를 벗겨 버렸고, 그 후론 완전히 난장판이 됐지.

마그달레네

음…… 확실하진 않지만, 제 말은 인상을 바꿔 보자는 거예요. 예를 들어, 파텔 씨에게 농경 축제의 화환을 씌우는 거죠. 그건 우리 마을에만 있는 추억이잖아요.

마그달레네

예전에는 매년 농경 축제 즈음이 되면 엮어야 할 화환이 끝도 없어서 잠잘 시간조차 없었죠. 많은 마을 사람이 와서 도와주셨고, 해리 씨도 도와주신 적이 있어요.

마그달레네

그 시절엔…… 온실에 항상 웃음소리가 가득 차 있었죠. 어쩌면, 해리 씨가 그걸 아직 기억하실지도…… 그냥 해 본 말이에요, 제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고요.

베일리

……화환 하나 만들어 줄래? 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


늙은 해리

이 뻔뻔한 마족 놈, 내가 널 때려죽이고 말 테다!

늙은 해리

우리의 농경 축제! 우리 농경 축제를 너희가 다 망쳐 놨어!

파텔

바…… 바로 나갈 테니까, 그만 때리세요!


파텔

쓰읍…… 맞아서 이 뿔이 부러질 수만 있다면, 이렇게 골치 아픈 일도 없었을 텐데.

베일리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파텔

있어. 너무 아파, 마음이 말이야.

베일리

……

마그달레네

죄송해요…… 전부 제가 낸 나쁜 아이디어 때문이에요. 왜…… 해리 씨가 농경 축제를 떠올리면, 살카즈를 더 원망할 거라는 생각을 못 했을까요.

베일리

이건 너 혼자 낸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야, 우리 둘 다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거잖아.

베일리

만약 내가 행복해짐으로써 아빠가 잃어버린 것을 찾게 해드릴 수만 있다면…… 비록 그게 아주 잠시뿐이라 해도, 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

마그달레네

해리 씨가 잃어버린 것…… 그게 뭘까요.

마그달레네

혹시 우리가 지금까지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요?

베일리

아빠가 잃어버린 건 아마도, 예전에 가장 소중히 여겼던…… 사람과 물건일 거야. 엄마, 밭, 그리고 지금은 나를 잃고 싶지 않은 거겠지.

베일리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그 뿔이 아니었어!

마그달레네

맞아요! 해리 씨가 잃어버린 것에 집중해서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마그달레네

하지만…… 혹시라도 또다시 일을 그르칠까 봐 걱정돼요.

베일리

어차피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순 없어. 무슨 아이디어라도 있으면 바로 말해 줘!


마그달레네

해리 씨, 저예요. 병문안 왔어요.

마그달레네

오늘 가져다드린 쿠키의 맛이 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해리 씨의 예비 사위가 구운 거예요.

늙은 해리

예비…… 사위……

늙은 해리

아…… 밖에 소리가! 사람이 있어!

마그달레네

바람이에요, 해리 씨. 바람이 불어서 씨앗이 사방에 흩날리고 있어요.

늙은 해리

씨앗…… 지금이…… 무슨 계절이지……

마그달레네

씨앗을 심을 생각만 있다면, 어떤 계절이든 씨를 뿌릴 수 있어요. 제아무리 추운 겨울도, 우리는 전부 버텨왔잖아요, 안 그래요?


마그달레네

해리 씨, 저예요. 오늘은 해리 씨의 예비 사위가 구운 린수 고기파이를 가져왔어요.

늙은 해리

밖에서 소리가…… 늘 그랬어…… 네가 올 때마다 소리가 나!

마그달레네

그, 그럴 리가요. 밖에는 바람 소리뿐이에요.

늙은 해리

또 바람이라고? 거짓말하지 마!

마그달레네

그건…… 씨앗이 싹트고, 바람에 나뭇가지와 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예요.

늙은 해리

나뭇가지와 잎…… 밖에 있는 그 밭엔…… 오직…… 아아아!

문밖에 있는 밭을 언급하자마자, 노인은 고통스럽게 머리를 끌어안았다.

마그달레네

(작은 목소리로) ……씨앗은 아주 강해요, 해리 씨. 그 어떤 땅에서도, 씨앗은 결국 땅을 뚫고 나오죠.


마그달레네

해리 씨, 저 왔어요.

늙은 해리

또 왔군…… 밖에서 누군가 왔다 갔다 하면서, 뭔가를 하고 있어! 넌 또 바람이라고 말할 테지!

마그달레네

직접 보시겠어요? 안 그래도 오늘은 해리 씨에게 창밖을 보여 드리려고 왔어요.

늙은 해리

창밖…… 엔……

늙은 해리

안 돼, 창문을 열면 안 돼. 밖을 봐서는 안 된다고.

마그달레네

제가 약속할게요. 창문을 열어서 한 번 둘러보고, 그래도 마음에 안 드시면 바로 닫을게요, 어때요?

해리는 얼굴 가득 싫다는 표정을 드러내며, 마그달레네가 설득할수록 더 두려워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창밖에 무엇이 있는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금도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마그달레네는 낙담한 채 손에 묻은 흙을 털었다. 보아하니, 이번에도 헛수고인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노력했음에도, 그녀는 결국 노인이 창밖을 한 번 보도록 설득하지 못했다.

창밖의 소리

아아!

늙은 해리

이런, 밖에 무슨 일이야!

늙은 해리

베일리, 겁먹을 거 없다! 아빠가 갈게!


노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랫동안 나서지 않았던 집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바깥의 햇빛은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눈이 부셨다. 그리고 마침내, 문 앞에서 벌어진 일을 똑바로 바라본 노인은 순식간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피로 물들었던 문 앞의 그 밭에는, 어느새 꽃이 가득 심겨 있었다.

수많은 푸르른 잎사귀와 꽃봉오리 사이, 한 송이 아이리스꽃이 피어 있었다. 그 옆에서 그의 딸과 약혼자가 기뻐하며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베일리

아빠!

노인은 한 걸음 한 걸음 밭을 향해 걸어갔다. 노인이 오는 걸 본 딸의 약혼자는, 자신의 뿔이 노인의 눈에 거슬릴까 봐 겁을 잔뜩 먹었다.

베일리

아빠, 이것 봐. 이 밭은 아직 황폐해지지 않았어. 여기에 심은 꽃들도 아직 피어날 수 있다고.

베일리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데다가 꽃도 옮겨 심은 거라서, 아마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마그달레네가 아빠 병문안을 올 때마다, 우리에게 이 꽃들을 돌보는 법을 가르쳐 줬어.

베일리

(눈물을 머금고) 아빠 이것 좀 봐…… 정말로 피었어.

마그달레네

해리 씨, 죄송해요. 제멋대로 결정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저희가 바로……

노인은 밭으로 걸어 들어갔지만, 꽃은 보지 않고, 몸을 낮춰 흙만 한 움큼 집어 올렸다. 거친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비비자, 흙이 손가락 사이로 떨어졌다.

늙은 해리

그날…… 아내는 밭에 와서 고구마를 수확하려고 했지.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혹시라도 집에 식량이 끊길까 걱정했던 거야……

늙은 해리

내가 아내를 말렸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노인의 흐느끼는 소리 사이로, 마그달레네는 그때 수확하지 못한 작물의 썩은 줄기와 잎이 흙과 하나가 된 것을 보았다. 꽃은 바로 이런 흙에서 피어 있었다.

늙은 해리

……상자, 내 상자……

마그달레네

여기 있어요.

노인은 꽃 한 송이를 통째로 꺾기가 아까워서, 부들거리는 손으로 꽃잎 한 장을 따더니 그 상자 안에 넣었다.

오래된 물건 하나, 파란 물건 하나, 빌린 물건 하나, 거기에 이제는 새로운 물건 하나가 생겼다. 마침내 딸의 결혼용품이 전부 갖춰진 것이다.

그의 표정이 부드러워진 것을 보고, 마그달레네의 경직됐던 어깨가 이내 풀어졌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듯, 밭에 유일하게 피어 있는 꽃 한 송이를 바라보았다.


베일리

마그달레네! 후후, 오늘은 먹을 걸 가져오지 않았어. 오늘 파텔이 파울비스트 파이를 구웠는데, 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밥 먹자. 아빠 상태도 괜찮아, 최근엔 정신도 좀 또렷해지셨거든.

마그달레네

네, 꼭 갈게요.

베일리

다행이다. 요즘 네가 너무 바빠 보여서 혹시 시간 없진 않을까 걱정했거든.

마그달레네

사실 그렇긴 해요. 여기 환자들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 병원의 공사 현장도 도와야 해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거든요. 거기에서 도망쳐 잠시 숨이라도 돌릴 수 있는 틈이야말로, 제가 정말 원하던 거였어요.

베일리

그런데 마을 병원이 완공되면, 여기는 비워줘야 하는 건가? 그럼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마그달레네

(고개를 숙여 책상을 바라본다)

베일리

꽃씨 주문 안내서…… 설마 드디어 온실을 다시 지을 결심이 선 거야?

마그달레네

네, 애초에 다시 지을 생각이었으니까요.

베일리

그랬지. 하지만 내가 예전에 너한테 물어볼 때면, 너는 항상 '나중에', '미래에', '언젠가는'이라고만 답했었으니까.

베일리

네가 늘 우리를 도와준 만큼, 우리도 네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베일리

솔직히 말하면, 네가 다시 온실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거나 가위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며 가지치기하는 모습을 봐야지만, 비로소 브렌트우드가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느낄 것 같아. 후훗.

마그달레네

고마워요, 베일리 씨.

베일리

고맙다니? 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걸. 너야말로 우리 가족을 많이 도와줬잖아.

마그달레네는 그 밭에 피어 있던 아이리스 한 송이를 다시 떠올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