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터 대련 지침
보스를 위해, 함선과 고향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 인드라는 언제 주먹을 써야 할지, 또 언제 손을 내려야 할지 열심히 배워나가는 중이다.
8:27 a.m. 날씨/맑음
로도스 아일랜드 함선, 훈련장
준비됐어? 간다!
소용없어!
누가 공격한다고 말하고 덤비냐, 멍청하긴!
이얍!
쳇.
이게 주먹이야, 솜방망이야? 말랑거리는 거로는 아무리 후려쳐도 느낌도 안 난다고.
흐음…… 분명 움직임은 나보다 느린데!
……왜 맞힐 수 없는 거지!
소용없다고 했잖아!
누가 이렇게 가르쳐 준 거냐?
아빠가…… 아빠가 격투 기술을 가르쳐 줬어. 우리 아빠는 훌륭한 경찰이라고!
하아? 하여간 입만 열면 그놈의 아빠 타령! 너 아직도 애야?
흡!
긴장해, 순순히 당하지 않을 거니까!
오올~ 이번 건 제법 괜찮았어!
자자, 한 번 더 간다!
(모, 못 피하겠어……)
어, 어떻게…… 각도가 너무 절묘해! 대체 이건 무슨 권법이지?
뭐? 권법? 싸울 땐 그딴 거 없어!
떠들 시간 있으면 제대로 덤벼! 나 아직 몸도 안 풀렸다고!
점점 빨라지고 있어!
느려, 너무 느리다고!
이얍!
(앗! 내 눈!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어!)
하악…… 하악……
(빈틈이 전혀 없어…… 또 배를 맞았어……)
시시해, 약해 빠져가지곤!
야, 너 나 무시하냐?
난 진지하다고. 너는 솜씨는 뛰어난데, 공격할 때 뭘 그렇게 망설이는 건데.
잘 들어, 꼬맹아! 방금 그건 내 코를 노리고 쳤어야지. 잘 봐, 내 코는 여기 있다고! 보여? 쾅 하고 쳐야 피가 주르륵 날 거 아냐!
하악, 하악……
하지만 아빤…… 내 주먹이면 누구든 다 날려버릴 수 있다고 했는데……
아아아아악, 짜증 나! 그만 좀 징징거리라고!
하나도 통쾌하지가 않잖아! 싸움이야, 그냥 싸움이라고. 무슨 생각이 그리 많아?
……핫!
그래도 맷집은 쓸만한데.
보통 나한테 몇 대 얻어터지면 살려달라고 빌기 마련인데 말이지.
누, 누가…… 누가 빌 줄 알고?
대단한 실력이야. 그렇다고…… 날 우습게 보면 큰코다칠걸!
호오, 근성 있네. 재미있어.
도망치지 않은 용기가 가상해서 단번에 끝……
거기까지!
……내 주먹을 막은 거야?
이건 뭐야? 채찍? 너, 제법이잖아.
도베르만 선생님……
재키, 물러서. Lancet-2한테 응급처치받고 바로 의무실에 가도록.
하지만 훈련은……
오전 훈련에는 빠져도 좋아. 특수 상황이니까, 하지만 이번뿐이다.
그리고 명심해. 아무리 로도스 아일랜드라고 해도 훈련장은 전장이야. 적만 존재할 뿐 친구 따윈 없어. 적 앞에서 네 다정함은 오히려 약점이 될 뿐이다.
다음에 또 이렇게 얻어터지고 오면 보충 수업을 들어야 할 거야.
명심할게요, 선생님!
저기…… 오퍼레이터 인드라, 연습 도와줘서 고마워. 다음에는 좀 더 잘해볼게!
쳇, 재미없긴.
거기 서.
오호라, 너도 나랑 한판 붙고 싶은 거야? 너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소꿉놀이 따윈 관심 없다.
소꿉놀이? 싸움이 소꿉놀이라고? 이봐, 사람 잘못 본 거 아냐?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오퍼레이터 인드라, 지금 네 행동은 지독히도 유치하군.
이젠 학생이 아니니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충고 하나 하지.
제1조. 제대로 준비하기 전까지 훈련장엔 한 발자국도 들이지 말 것!
하아? 네가 뭔데? 그 토끼가 싸우고 싶으면 와도 된다 그랬다고.
네 말이 얼마나 틀렸는지 지적하는 데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진 않다.
어쨌든 훈련장은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 아니다. 오퍼레이터 간의 대결에서는 상대에게 영구적인 손상을 줘선 안 돼.
잘 생각해 본 뒤에 오도록. 신입들에게는 네 전투 경험이 필요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나가라.
흥, 하나같이 입으로만 떠들지. 어떻게 점점 재미가 없어지냐.
매일 여기에 박혀 있으려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단 말이야.
먹는 것도 말이야, 고기에 감자만 있으면 됐지, 지지고 볶고 양념 치고 뭐가 그렇게 많아? 매일 그딴 것만 먹으니까 신물이 날 지경이라고!
그리고 이 방! 차가운 철판에다 좁아터졌어. 이런 건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감옥!
으아악!
(콰쾅!)
아하하.
누구냐?
힘내~ 조금만 더 힘 쓰면 거기 벽에 구멍도 내겠네.
웬 할 일 없는 녀석인가 했더니, 모건 너였냐? 자신 있으면 밖에 멀뚱히 서 있지 말고 들어와서 나랑 한판 어때? 마침 기분도 거지 같은데.
싫은데? 게다가 넌 내 손끝도 못 건드릴걸? 뭐, 다음에 네가 정신이 나가서 벽을 무너뜨리고 내게 덤벼들면 몰라도.
게다가 말이지. 난 너랑 달리 되~게 바쁘거든.
칫, 네가 하는 일 따윈 안 궁금하거든? 어쨌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건 예전이랑 똑같네.
어머~ 내가 아무리 바빠도 널 잊을 리 없잖아. 우리 한나~ 내가 안 놀아줘서 많이 섭섭했구나~
훈련장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더니 결국 쫓겨난 거야?
……약 올리려고 온 거냐?
무슨 말을 그렇게 섭하게 하니?
널 챙겨준다 해도 어차피 넌 못 믿으니까, 대신 비나라도 보려고 온 건데. 근데 너, 비나를 곤란하게 만든 건 아니지?!
왕도 알고 있는 거야?!
놀라긴, 아직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우린 지금 다른 사람의 배에 타고 있잖아. 네가 한 짓이 언젠가 비나의 귀에 들어가지 않겠어? 다른 사람도 아닌 비나잖아.
……
쳇, 그래, 이번엔 내가 잘못했다. 이제 됐냐? 보스는 내가 직접 찾아갈 거다.
됐어,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마. 여기 온 지도 한참 됐고, 그동안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들이 어떤지 우리 모두 파악했잖아? 비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뭐, 틀린 말은 아니네.
여기 사람들은 괜찮아. 그 전에 만났던 사람들처럼…… 사악하지도, 약하지도 않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생활을 내가 좋아한다는 건 아냐.
입으론 싫다고 해도, 몸은 이미 익숙해진 거 아니야?
그, 그건……쳇, 익숙해질 리가 없잖아?!
날마다 숨어다닐 필요도 없고, 잠잘 곳을 찾아 며칠이나 헤맬 필요도 없어. 자다가 적이 습격해 올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이런 생활에 갑자기 익숙해질 리 없잖아.
생각해 보니 조금 그립기도 하네. 그때의 너는 자다가도 무슨 소리만 들으면 번쩍 눈을 뜨고선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곤 했는데.
……그러길래 누가 몰래 접근하랬나? 눈탱이 밤탱이 안 만든 것만 해도 진짜 많이 봐준 거라고.
하하, 하하하!
편하게 잠잘 수 있는 것 말고도 여기에는 따뜻한 음식이 항상 있어. 맞은편 상대가 갑자기 덤벼들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런디니움을 떠난 지도 꽤 되었지만, 이런 생활은 난생처음이라고.
하루, 이틀, 사흘…… 피를 못 본 지도 벌써 14일째야. 익숙해질 리가 없잖아?
거봐,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게 바로 비나가 내린 결정이 맞았단 얘기라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걸 로도스 아일랜드는 다 줄 수 있잖아. 단순히 침대나 먹는 거 그런 거 말고. 너도 따분하다는 듯이 듣고 있지만, 사실 분명히 알고 있잖아?
그래, 적이 누군지 알 필요는 없어. 내가 알아야 하는 건 그들이 적이라는 것뿐이지. 누가 진짜 동료인지, 누가 진짜 비나를 도와줄 사람인지는 나도 알아.
무엇 때문에 비나를 따라왔는지 난 아직 잊지 않았어. 비나가 검을 뽑는 걸 보고 싶고, 그날을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거야.
그런데 말이지, 모건…… 남겨 놓고 온 그 녀석들이 요 며칠 동안 계속 꿈에 나타나.
알겠다, 사실 넌 녀석들이 걱정되는 거구나?
누가 걱정한다는 거야?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진심이야?
……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지!
녀석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괴롭히는 녀석들이 있는지도…… 특히, 그놈들이 말이야.
깨끗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울 때마다 녀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올라.
넌 그 녀석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잖아. 아주 오랫동안 서로에게 익숙해질 만큼 사이가 돈독했으니까.
끝없는 전쟁과 혼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어릴 때부터 런디니움에서 자란 우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설마 그걸 잊은 건 아니지?
녀석들을 믿어.
녀석들이 날 줄곧 믿어줬던 것처럼 말이야. 녀석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녔던 거, 너도 기억하지?
하하, 당연하지! 참, 그때는 너도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는데 말이야.
좀 진지해지면 덧나냐? 네 뒤를 따라다녔던 건 빨리 뛰는 네놈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려고 그런 거였거든?
어쨌든 그때…… 우리 맹세했었지. 좋은 날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에게 그런 날이 올 거라 믿자고.
하지만 지금…… 지금은…… 하아……
한숨 쉬지 마. 비나를 따라 나온 걸 후회하는 거야?
……
인드라.
어.
방금 내가 말한 작전 계획, 너 똑똑히 들었지?
앞에는 알겠어, 하지만 마지막에…… 비나, 일을 마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잖아.
그건, 너 스스로 선택하는 게 좋을 거야.
여기로 와서 나와 합류해도 좋고.
저기로 가도 좋아. 녀석들은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다음엔 녀석들을 데리고 빨리 이동하고, 그리고 나선 알아서 해. 다시는 여기로 돌아와서도 안 되고, 날 찾아와서도 안 돼.
비나, 넌……?
맞아, 난 떠나야 해.
바깥에 있는 그 녀석들 때문이야?!
먹구름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너도 깨달았겠지만.
쳇, 거머리같이 끈질긴 놈들! 몇 명이 덤비든 내가 몽땅 상대해 주겠어!
이건 단순히 싸움박질이나 하면서 구역 뺏는 게 아냐. 부상자가 점점 늘고 있어, 얼마 못 가서 상황은 우리가 걷잡을 수 없이 변할 거야.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순 없어, 그 전에…… 주도권을 손에 넣고 말겠어.
좋아, 모건도 그렇게 말하더라.
하지만 난 걔처럼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 그날이 왔다는 네 말 한마디면 돼.
그래, 그날이 온 거야.
내가 여기에 남으면 너희가 위험해질 거야. 너희가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나 역시 마찬가지야. 하지만 무의미한 희생은 더 원치 않아.
게다가 투쟁은 영원히 계속될 거야, 런디니움이든 그 밖이든.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있어.
나는 널 따를 거야! 네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어. 네가 내 주먹을 필요로 하는 한, 난 영원히 네 곁을 떠나지 않아!
인드라, 넌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지. 너와 함께 싸울 수 있어서 기뻤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하자. 난 지금 네게 날 따르라고 명령하는 게 아냐.
내가 이곳에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몰라. 네가 날 따르겠다고 한다면 너도 그렇게 되겠지. 우린 앞으로 정처 없이 방황해야 할 거야.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테지.
게다가……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네가 처음이야. 내가 글래스고에 들어가기 전, 녀석들의 대장은 너였잖아. 어쩌면 녀석들을 위해 넌 남기를 더 바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
내가 말했지, 그런 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거라고.
널 따르기로 결심한 날부터 내 미래는 이미 정해진 거야.
난 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갈 거다. 내 이 두 주먹으로 널 가로막는 적들을 쓰러뜨리고, 널 위해 네 동료들을 맞이할 거다.
내가 남는 게 네 바람이라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널 위해 남을 거다.
하지만 함께해 주겠냐고 묻는다면…… 두 번 다시 묻지 않아도 돼.
내 답은 하나니까.
널 믿는다, 비나. 넌 나의 왕이다!
후회…… 그런 건 불가능해, 영원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왕을 따르는 게, 내 삶에서 가장 옳은 결정이었으니까!
왜 갑자기 소리는 질러? 복도 너머에 있는 비나가 시끄러워서 깨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헛소리하지 마. 어젯밤에 비나는 고민하다가 늦게 잔 터라 지금 완전히 곯아떨어졌을 거야.
그래그래, 정신 차린 걸 보니 노는 건 이쯤 할까?
계속해서 주먹으로 벽에 구멍 뚫든가 해 봐. 그래야 도망가고 싶을 때 도망갈 거 아냐?
아하하.
나, 난……
망할 모건 녀석, 내 사전에 도망이란 없다!
됐어, 쳇.
로도스 아일랜드라…… 나의 왕이 로도스 아일랜드를 선택했다.
나 역시도.
……방안에 처박혀 있으려니 죄다 거슬리는군!
귀찮아 죽겠네!
누구냐? 모건은 아니겠지, 그 멍청이는 노크라는 걸 모르거든.
나야, 오퍼레이터 인드라.
……응?
제법인데? 그렇게 얻어맞고도 서 있다니.
아, 상처 말이야? 괜찮아. 의사 언니들이 잘 치료해 줬거든. 옛날에 아빠랑 같이 훈련할 때도 여기저기 멍드는 일은 다반사였는데 뭐.
그래서, 복수하러 온 거냐?
응? 복수? 아니, 오퍼레이터 인드라 때문에 다치긴 했지만 그건 내 훈련을 도와주느라 그런 거잖아?
……
재미있는 녀석이네.
헤헤, 인드라 오퍼레이터한테 칭찬을 받다니! 다음에도 내 훈련 도와주지 않을래?
더 얻어맞고 싶다는 거냐?
방금 의무실에서 생각해 봤는데, 오퍼레이터 인드라의 권법은 말이지…… 아, 권법 말고 싸움, 싸움 말이야! 싸움의 기술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아직도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부탁해, 꼭 배우고 싶단 말이야!
……내게서 배우고 싶다고?
진심이냐? 방금 나한테 그렇게 얻어터지고도?
얻어맞은 건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니까. 오퍼레이터 인드라의 잘못이 아니잖아.
……
하, 이곳 사람들은 역시 밖이랑은 다르네.
채찍을 가지고 다니는 페로……
응응, 도베르만 선생님! 우리 교관님이야.
뭐라고 부르든 내 알 바 아니고! 쯧…… 그 표정은 뭐야? 그래, 알았다. 도베르만. 됐냐?
그 도베르만이 그러더라, 제대로 준비가 됐으면 돌아와도 된다고.
……어디 한 번 가볼까?
우와! 그럼 나랑 약속한 거다? 정말 잘 됐다!
하, 기뻐하긴 일러. 싸울 때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을 거니까.
하지만…… 뭐, 대결이니까 적당히 조절하면 되겠지. 그 정도 조절하는 거야 식은 죽 먹기니까.
너 같은 애송이 하나 가르치는 건 일도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