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수해야 할 사명
텍사스는 래트킹이 보낸 택배를 익숙한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는데……
용문, 펭귄 로지스틱스 물류센터
앗, 아아앗! 안 돼!
네가 졌다.
안 할래. 매번 나만 지잖아, 재미없다고.
그러지.
우리 영화 보자.
간식은 뭐로 할까?
평소대로.
오케이~
자, 네가 제일 좋아하는 쿠키야~
고마워.
으음…… 폭발 씬이 별로네. 내가 학교에서 했던 것보다도 후져.
저 우르수스 주연 배우, 어디서 봤는데……
응.
으응? 너도 예전에 뭔가를 폭발시켜 본 적 있던 거야?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
엇, 완전 처음 듣는 이야기잖아. 자세히 좀 이야기해 봐.
딱히 들려줄 만한 이야기는 없어.
들려줘.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하지 않을게.
숙소, 예배당 뭐 그런 걸 폭발시킨 거야? 또 뭘 날려버렸는데? 응응?
……탑이었을 거다.
탑?
그래. 탑, 기울어진 탑.
으음…… 랜드마크 같은 거지.
백퍼 징계 먹었겠네.
패밀리 비즈니스였을 뿐이야.
너처럼 징계나 처분을 감수하면서까지 몇 번이고 사건을 터뜨린 게 아니라.
앗, 그건 그러니까……
학교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제일 재미있는 사건을 터뜨린 것뿐이야.
게다가 나도 뭔가를 정말 날려버리려 했던 게 아니라, 그냥……
그냥?
뜻밖의 작은 사고가 일어난 것뿐이야……
가령 모스티마의 경우는,
그냥 겁만 주려고 했던 건데……
모스티마?
응, 그때도 모스티마는 내 선배였어. 학교에서 알아주는 우등생이라 종종 강단에 오르곤 했지.
그래서 강단 위에 스프링 장치를 몰래 설치했는데 결국엔……
모스티마를 날려버린 건가?
슬쩍 밟은 것만으로도 날아가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뒤따라서 강단에 오르던 선배들도 그걸 밟고 날아가 버렸겠군.
폭발과는 상관없잖아.
아니.
아마 텍사스는 잘 모르겠지만 라테라노 같은 곳에선 존경의 뜻으로 실탄이 든 총을 소지하곤 하거든.
그런데 선배가 갖고 있던 게 하필… 중화기였던 거야.
경험인지 조건반사인지 모르겠지만, 발포한 뒤에 반동을 이용해 무사히 착지하더라고.
그런데 선배가 쏜 폭탄이 하필이면 건물 기둥을 맞히는 바람에 예배당 한쪽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어……
그게 그냥 장난이었다고?
정말이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
하아…… 시라쿠사에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간, 바로 다음 날에 생물학적으로 사망 처리됐을 거다. 알기나 해?
머리가 날아가는 게 차라리 나을걸, 적어도 고통은 없을 테니.
공개석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망신을 줬다면 그 정도에서 끝나진 않았을 거다.
손발이 잘리고 입이 틀어막힌 채 강바닥에 던져졌겠지……
히익!
……그런 뒤에 널 끌어올려 거리에 내걸었을 거야. 너처럼 위험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향한 경고의 뜻으로.
하.하.하……
다 뻥이지? ……그렇지?
아니.
거, 겁주지 마…… 그 일들은 학교에 다녔던 철부지 시절에나 저질렀던 장난일 뿐이라고.
음?
지금은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더는 민폐 끼치진 않으니까.
다만 가끔은 으음……
보스를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네 파괴력이라면 아무래도 안 그러……
아, 보……
호이짜!
아얏!
누구야?! 왜 남의 머리를……
핫! 보스, 언제 왔어? 오늘따라 일찍 왔네. 하.하.하……
일 없다고 땡땡이? 한번 돌아볼래 뺑뺑이?!
땡땡이라니! 일이 아직 안 들어와서 그런 거야. 하.하!
그럼 내가 주지 네가 해야 할 일.
아, 여기 있군.
여기 해야 할 일, 여기 딜리버리.
주소와 수취인은 여기.
으음……
오, 오케이! 지금 당장 출발할게.
요 텍사스, 너도 쟤 따라가. 이건 그 쥐뼉다구 물건이라 꽤 성가실 거다.
……알겠어.
일 마치면 바로 컴백, 주문했던 LP 판 곧 온대, 돌아오면 그거 옮겨야 돼.
알았어.
맡겨만 줘!
쫌! 이 시간에 차가 왜 이렇게 막히는 거야?
설마 아니겠지.
누가 또 배달하다가 도로에서 사고라도 친 건……
텍사스! 아까부터 멍하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
텍사스?
(주소를 보니 지난번 시라쿠사의 조직에게 보내는 건가 보군.)
(하지만 그들은 더는 래트킹의 조직원이 아닐 텐데? 어째서 우리에게 운송을 의뢰한 거지?)
텍~사~스~으!
응?! 뭐야, 적인가?!
여긴 차밖에 없는데 어디에 적이 있다는 거야!
미안……
으응……
텍사스, 이거 몇 달 전에 우리한테 얻어터져서 도망쳤던 조직원한테 보내는 거지?
어떻게 안 거야?
물류 쪽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소식을 듣게 되잖아.
그곳에 물건을 배달했는데, 수취인 대부분이 루포였어.
게다가 그 지역의 상당수 집안에 검은 모자와 코트가 걸려있었지. 척 보니 알겠더라고.
루포 말곤, 용문에서 그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응.
아 맞다 맞다, 텍사스.
응?
조직에 대한 말이 나와서 말인데, 갑자기 궁금해졌어.
시라쿠사에서도 그렇게 입었던 거야?
검은 정장에 화이트 셔츠?
아니, 난 흰 정장에 레드 셔츠였어.
으음…… 잘 어울렸을 것 같네.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다르게 입었다는 거지?
그래.
엄청 튀었겠는걸.
패밀리의 실력과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다른 루포와 구분되는 의상을 선택하는 건 필수였어.
그럼 너무 튀는 거 아냐? 시커먼 무리 속에서 다르게 보이잖아.
누군가 멀리서……
펑!
하고 널 날려버릴 수도 있잖아?
……
조직의 보스들은 대부분 보안을 중요하게 여겨. 저격에 적합한 위치에 미리 조직원을 배치해 두지.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모가지를 날려버렸을 거야……
그런 뒤에 그자의 패밀리를 시라쿠사에서 제명했겠지.
윽……
예전의 나라면 그랬을 거야.
이제는…… 상관없어.
경쟁자를 상대하는 건 보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우린 그저 물건을 지정된 곳에 배달하고 가끔 몸이나 푸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 그렇네. 응. 그렇긴 하지.
얼마 동안 막혀 있었던 거야?
30분?
계속 이 상태라면 곤란하겠는데.
저기 봐, 저 사람도 결국 폭발했나 본데.
(미친 듯이 자동차의 경적을 누른다.)
(차창을 내린다.)
운전 그따위로 할 거면 그냥 사이드로 빠져 이 *용문 욕설*야! 이런 *용문 욕설*꺼, 앞으로 쫌 가라고 쫌!
왜 화는 내고 그럽니까? 나도 막히긴 매한가지인데.
봐요, 막혀서 모두 꼼짝달싹 못 하지 않습니까? 사이드로 빠져도 소용이 없다고요, 이 상황이면.
너 때문에 거래 물 건너가면 책임질 거야, 이 *용문 욕설*야!
나도 집에서 와이프가 오라고 난리에요. 근데 차가 막히는 걸 나보고 어쩌란 겁니까.
차 막히는 동안 심심하면 어떻게, 이리 와서 판 깔고 카드나 한 판 치던가.
싫음 거 들어가서 라디오나 틀고 계쇼. 요새 재미있는 거 많이 틀어주더만……
아오 속 터져, *용문 욕설* 진짜!
(라디오 채널을 교통 정보 방송으로 바꾼다.)
고속순환도로에서 자동차 두 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확인된 바로는, 용문근위국의 경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고 차주들이 모두 현장을 벗어난 다음이었습니다.
현재 경관들은 목격자로부터 차주의 외모와 특징을 확인한 뒤 차량을 이동시키는 중이며, 현재 교통 체증도 곧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지는 소식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행사 톤인데. 네 생각은 어때, 텍사스?
동료한테 안부나 전해볼까나?
……
(무선 채널을 조정한다.)
이봐, 들려?
어어, 텍사스 언니야, 뭔 일이고?
크루아상, 무슨 일이야?
(활이 마구 날아드는 소리)
누가 물건 뺏을라 칸다!
차가 고장 난 거야?
맛탱이 간 거 같은데, 그래도 손 좀 보면 괜찮을 끼다.
보스한테는 무조건 비밀이데이. 안 그라믄 이번 달 보너스도 날아가 뿌린다.
……
그래.
그럼 수고해.
이런 건 나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너, 꽤나 으쓱한 표정인데?
그게……
아얏!
흥……
계속 이렇게 막히다간 보스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엑시아, 물건은 내가 가져갈 테니까 넌 길 좀 뚫리면 바로 달려와.
물건은 내가 가져가는 게 낫지 않을까?
마피아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는 알아?
그거야 뭐…… 펭귄 로지스틱스에서 배달 왔습니다…… 하고……
그렇게 굴다간 그날 밤과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말 거다.
그럼 상대해 주면 되잖아. 내가 쫄 것 같아?
그러면 퍽도 좋겠네. 상대가 물건을 받을 수취인인데 말이야.
네가 놈들을 상대하고도 수령 확인 서명을 받아낼 방법까지 생각했다면, 내가 이렇게 나서진 않았을 거야.
뭐…… 하긴……
그러니까 내가 가는 게 나아.
'텍사스'라는 이름에 대한 두려움만으로도 충돌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자, 여기 열쇠.
열쇠?
나더러 운전하라고?
그래, 잠깐 동안만이지만.
돌아갈 때는 내가 운전한다.
오케이~!
차 박지 말고, 알았지?
걱정 붙들어 매!
아무래도……
하아……
아냐.
이따 보자.
으응? 텍사스가 왜 차에 검을 두고 간 거지?
용문 시장
(여기로 가면 시간이 단축될 거야.)
(겅차이 스트리트…… 거의 다 왔다.)
(8번지, 큰 창고 같은데…… 여기가 확실해.)
(……)
(별일 없이 돌아가면 좋겠는데……)
용문 시장 겅차이 스트리트 8번지
응?
텍사스?!
머, 멈춰! 더는 못 들어간다!
(화살을 전부 고무 커버로 바꾸다니, 규정을 제대로 지키기 시작했나 보군.)
물건을 가져왔다.
거기 내려놔, 알아서 가져갈 테니까.
물건을 수취인에게 직접 전해야 해. 수령 확인증에 서명을 받아야 하거든.
(작은 목소리로) 이봐, 어쩌지?
(작은 목소리로) 수취인이 누군지 일단 물어보자.
수취인을 불러주마. 이름을 알려줘.
엔리코.
혀, 형님을?!
(작은 목소리로) 어이!
크, 크흠!
여기서 기다려, 엔리코 님을 모셔올 테니까.
(작은 목소리로) 버텨, 얼른 돌아올 테니까.
……
……
테, 텍사스, 씨……
응?
……
무기를 소지하진 않았겠죠?
그래.
소매 안에서 오리지늄 검을 꺼내 우릴 몰살하려는 건 아니겠죠?
콘테 패밀리를 무너뜨렸을 때처럼……
용문의 규칙을 알고 있을 텐데.
그렇죠. 맞는 말입니다.
(후, 다행이다……)
엔리코 님, 이쪽입니다.
날 찾았다고? 텍사스 씨.
내게 줄 물건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 여기.
발신자는 래트킹, 확인해 봐.
래트킹?
그렇군. 이리 줘봐.
(택배 상자를 연다)
이건……
음, 래트킹이 보낸 게 분명하군.
서명은 어디에 하면 되지?
여기, 오른쪽 아래 서명란에.
아……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그럼……
잠깐 기다려, 텍사스 씨.
그 이름은 내가 아니라, 시라쿠사의 패밀리 보스에게나 물려줘야 할 것 같은데.
그냥 텍사스라고 불러.
그, 그렇군. 텍사스……
나와 형제들은 오래전에 이 용문에 터를 닦았다.
카포네와 감비노가…… 이곳의 권위에 도전했었지만 난 그들을 내쫓고, 모두의 기대 속에서 조직을 이끌게 됐지.
당신 조언을 듣고 싶은데, 괜찮다면 들어가서 자세히 이야기해 보지 않겠나?
아니, 들려줄 조언 같은 건 없다. 기껏해야 몇 마디가 다겠지.
가슴에 새겨 두도록 하지.
너흰 형제들과 시라쿠사로 돌아갈 건가?
흠, 우린 용문에서 계속 지낼 생각이야.
돌아갔다간 미스 시칠리아에게 목숨을 잃는 것 말고 좋은 일 같은 것 없을 테니까.
그럼 시라쿠사에서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용문 사람처럼 살아.
으음……
조직 간의 충돌이 여기서 통할지 말지는 다들 이미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극동이든 우르수스든 시라쿠사든 모두 이곳에 발을 디딘 이상, 여기서 오래 버티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용문 사람이 되는 것.
너희는 이곳에 온 최초의, 혹은 최후의 사람도 아니야.
수많은 조직원이 이곳에 발을 디뎠다가 사라지지만, 마지막에 남는 건 용문 사람이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럼 이만.
……
텍사스.
응?
당신은 이미 용문 사람이 된 건가?
……
아마.
하지만 언젠간 돌아갈 거다.
……
딸깍
삐삣!
……무슨 소리지?
상자에서 나는 것 같은데.
후, 처리 완료.
응.
먼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얘기 몇 마디 하느라.
네가 먼저 말을 걸다니 신기한데?
앞으로 보스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말해뒀지.
그래? 녀석들도 제법 말귀를 알아듣나 보네.
으응? 뭐지? 사람들이 밖으로 달려 나오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널 쫓아 나온 거지?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닌데?
……작은 소동이 있었어.
나오기 전에 멀리서 무슨 소리를 들었다. 보스가 물건을 우리에게 내어주기 전에 뭔가를…… 손본 것 같던데.
그럼 뭐야, 붙는 거야?
붙어? 튀어!
이 지역은 전부 조직의 구역이야. 네 월급을 전부 보스의 차를 배상하는 데 쓰고 싶진 않겠지?
앗!
열쇠 줘, 가자!
하아……
에우릴 녀석 생긴 건 우락부락해가지곤, 술 보는 눈은 나름 있단 말이지.
LP판 다 챙기면 다시 가서 몇 박스 더 겟 해야겠어.
너네가 하도 안 오길래 LP판이 알아서 내 품으로 날아오기만 기다렸다.
래트킹이 조직에게 물건을 보낸 게 아냐?
오브콜스, 댓츠 노친네가 보낸 물건, 벗 내가 손을 살짝 본 것.
그 시커먼 놈들이 감히, 내 LP판을 빠게놓고 도망갈 수 있을 줄 아나 보지?
어림도 없지, 암!
세이 썸띵 텍사스. 카운트다운 후에 터진 랩을 들은 놈들이 어떻게 날뛰었는지!
안 날뛰었는데.
왓더! 말도 안 돼.
그건 놈들에게 주는 특별 선물, 그 길거리 루포는 열 받았겠지 뿜뿜, 입에 물어놓고 게거품!
입에 거품 물고 쓰러지거나 하진 않았고, 랩을 듣더니 다짜고짜 나랑 엑시아한테 달려들긴 했어.
차를 타고 용문을 반나절 가까이 돌아다닌 끝에야 놈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고.
그건 순전히 너의 프라블럼.
내가 너 물건 건네는 평균 시간 계산하는 건 마치 컴퓨터.
오브콜스! 우리 직원님 세이프티를 고려해서, 내가 녹음할 땐 남겨뒀지 몇 분의 스페어. 게다가 너 때문에 플레이 연기 버튼도 눌러줬다고 한 두 세번!
오, 아이가릿.
네 이름이 나왔나 보지 그 루포 입에서?
……
그 점도 다 생각해놨지. 에브리띵 이즈 인 마 손바닥.
놈들은 절대 모를 걸 이건 단순히 워밍업이란 걸.
그리고 격렬한 추격전 끝에 듣게 되는 건 바로 이 킬링 벌스.
분함에 분노를 더해!
롸잇! 숨도 못 돌릴 정도가 되면 아무도 걔넨 못 구할 테니.
웨이가 한 말은 오직 실탄 사용 금지. 내가 뭐라 하건 노 바디 캔 스탑 미.
안 그래? Skrrr! 하하하하!
윽……
자 자 일들 해 일! LP판 다 옮겨!
알겠어, 보스……
엑시아는?
고무탄 채우러 갔어.
빨리 오라 그래, 좋은 물건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