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자
로도스 아일랜드의 중요한 고객인 카란 무역, 원래 감염자 직원들에게 전달되었어야 할 많은 진통제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 박사는 직접 나서 배후 세력을 잡아냈고, 그로 인해 카란 무역의 회장과 접점이 생겼다.
그러니까, 카란 무역회사가 신규 설립한 지사의 직원들이 우리가 1차로 제공한 진통제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건가요?
그래.
……
그뿐만이 아니야. 우리 쪽 사람이 이걸 암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했어.
이건…… 우리가 만든 진통제잖아요. 일련번호는 확인했나요?
응. 일부러 후방 지원부까지 가서 확인해봤는데, 우리가 1차로 제공했던 것들이 맞아. 누군가가 우리의 약을 빼돌려 팔았다는 거겠지.
……
사실 너와 박사님을 부를 필요는 없었어, 이런 짓을 하는 회사가 드물진 않으니까. 이미 대응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
다만 이번에 문제 되는 카란 무역회사의 지사인지라, 너와 박사님에게 의견을 구해봐야 할 것 같았어.
음, 알겠습니다…… 클리프하트는 지금 우리의 오퍼레이터고, 카란 무역회사의 주문량도 적지 않으니 신중하게 대응해야겠죠.
상대의 중간 관리자가 독단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리더가 묵인한 행위인지가 문제의 중점이겠네요.
메딕 씨, 실버애쉬 씨와의 계약은 당신 주관으로 체결한 거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음……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저희는 이미 몇 개월 동안 카란 무역회사와 교역해왔고, 이 대량 주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실버애쉬 씨의 요청대로 진통제를 판매한 아주 간단한 일이었죠.
그래도 저희는 실버애쉬 씨의 감염자에 대한 실제 견해는 알지 못하지만, 확실한 건 실버애쉬 씨는 돈을 내고 우리에게서 진통제를 산 거잖아요.
그 진통제들은 실버애쉬 씨의 것이 된 거니, 어떻게 처리하든 자기 자유라고 할 수 있죠.
다만 이 일은, 비즈니스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박사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실버애쉬가…… 누구야?
- 실버애쉬는 어떤 사람이야?
- 실버애쉬라, 정말 독특한 성이네……
아! 맞다. 박사님은 그때 없었죠.
내 정신 좀 봐. 박사님께 의지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박사님은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버애쉬 씨의 풀네임은 엔시오데스 실버애쉬에요. 카란 무역회사의 회장이자 우리의 중요 고객이기도 하죠.
아무래도 자기 회사의 감염자 직원들의 의료적 보장과 광석병에 감염된 여동생, 그러니까 클리프하트 씨의 치료를 위해 사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수많은 제약회사와 연락한 후에 최종적으로 우리를 찾아왔었죠.
맞아요. 실버애쉬 씨는 이 일에 대해서 아주 확고한 태도였고, 신중하기도 했어요. 아주 오랫동안 협상을 한 후에야 우리와 대량 주문 계약을 체결했었죠.
실버애쉬 씨는 모든 직원의 의료보장협의 및 모든 지사에 제공할 분량의 진통제를 구매했어요.
진통제는 발작이 일어났을 때만 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 우리는 지사별 진통제 수량을 따로 집계했죠.
모든 감염자 직원이 분기마다 진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회사에 비상용으로도 두기 위해서였어요.
그리고 이건 전부 다 실버애쉬 씨가 요구한 것입니다.
자기 회사의 감염자를 위해 이렇게 큰돈을 거리낌 없이 쓰는 회장은 정말 처음 봤어요.
그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약 1년 전
한 번에…… 이렇게 많이 주문하시려고요?
그래. 로도스 아일랜드의 진통제에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이 증명됐으니, 모든 감염자 직원을 위한 분량을 구매하길 원한다.
또한, 귀사가 제공하는 할인이 있었으면 한다.
그건……
이 주문은 저희 회사가 과거에 다른 회사들과 했던 계약을 통틀어봐도 아주 큰 편입니다. 그러니 할인을 바라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가 생산한 약의 원재료가 워낙 비싸고, 진통제 일회분의 가격은 원가와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당신이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귀사의 대표인 아미야 씨와 상의해도 좋다.
아뇨.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로도스 아일랜드가 생산한 약은 감염자를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약들이 순조롭게 광석병에 감염된 직원들에게 전달되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메딕…… 씨, 귀사는 서로 코드네임으로 부르시는 것 같으니, 나도 거기에 따르도록 하지. 시간 좀 있나?
네?
여기는……
내가 이 도시에 설립한 지사다.
회장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광석병에 걸린 직원들을 보고 싶으니 자리를 마련해 주게.
저는 그날 바로 실버애쉬 씨와 함께 그곳에 근무 중인 감염자들에게 진통제를 나눠줬어요.
그리고 우리의 협력이 깊어졌을 무렵, 실버애쉬 씨는 여동생을 로도스 아일랜드로 보내 병을 치료하게 했죠, 오퍼레이터 클리프하트 씨 말이에요.
들어보니 실버애쉬 씨는 억지로 약을 사는 다른 사장들이랑은 다른거 같아요.
맞아요. 솔직히 말해서 직접 직원들에게 약을 나눠주다니, 쇼라고 해도 이 세상에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장이 몇이나 될까요.
- 그러니까, 넌 이게 그 지사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확신하진 못하겠어요.
전 실버애쉬 씨를 꿰뚫어 보지 못했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이었거든요……
저는 실버애쉬 씨를 꼭 믿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점점 더 경각심이 들어요.
- 실버애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어.
-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겠어.
- 클리프하트의 감정도 무시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이 일로 실버애쉬 씨를 찾아가 담판을 벌여도 바로 시인할 것 같진 않아요.
하기야 우리의 큰 고객이면서 클리프하트의 오빠이기도 하니……
자칫하면 큰 문제로 변할지도 모르겠어요.
맞아요, 직접적인 증거도 없는데 카란과의 관계를 단절했다간 클리프하트가 참 난처해질 거예요…… 나도 클리프하트에게 원한을 사고 싶진 않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 한 가지 생각이 있어.
좋아, 오전 일은 여기까지 하지.
휴식시간은 한 시간이다. 모두 줄서서 차례대로 식사를 배급받아.
(작은 목소리로) 후…… 박사의 요구대로 잠입해냈어. 이제 주위를 둘러보자.
어이, 신입이야?
아, 그래.
제대로 찾아왔군. 우리 회사는 감염자를 잘 대우해주는 편이거든.
어…… 이 회사가 감염자한테 나쁘지 않다고 들어서 한 번 와봤어.
그래서 이 회사는 말했던 것처럼 정말 괜찮아?
그래. 난 전에는 다른 공장에서 일했었어. 병에 걸리고 나서 감염자 직원들만 일하는 이 공장으로 발령 났지.
처음엔 소문으로 들은 것처럼 대기업의 감염자 일자리는 보통 사람이 버텨낼 수 없을 줄 알았어.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아……
그리고 실버애쉬 회장님께선 어떤 제약회사에서 광석병에 효과가 있는 진통제를 사주셨어……
사장님 말로는 매달 실적이 제일 좋은 사람은 일회분을 받을 수 있을 거래.
이렇게 좋은 사장님이 또 어디 있겠어?
……
이틀 후에 실버애쉬 회장님이 시찰을 나오신다고 한다.
너희 둘은 꽤 영리하니 대표로 회장님을 뵙게 할 생각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물론이죠. 일을 시켜주신 것만 해도 감지덕지한데, 어떻게 감히 불평을 하겠습니까.
맞습니다. 지금처럼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건 다른 곳에선 꿈도 못 꿀 일이죠……
그러니까 그……
흥, 이 진통제 두 개는 너희들한테 포상으로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 약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든 사람이 약을 받았죠!
알았으면 됐어. 그만 가 봐.
살펴 가십시오.
가보겠습니다.
퉷, 나쁜 놈, 약을 횡령하고선 우리한테 회장님을 속이는 데에 협조하라고 강요하다니.
어쩔 수 없잖아? 회장님한테 고발하기라도 하려고?
……못 하지.
나도야. 회장님이 가고 나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리고 회장님이 정말로 우리의 편이 되어줄지도 모르고 말이야.
감염자 편을 들어주는 회장님이 어디 있겠어.
그렇다 하더라도 방금 한 말은 정말이긴 해.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건, 다른 곳에선 꿈도 못 꿀 일이지.
……에휴, 다른 직원들한테는 미안하긴 하지만, 사장님 말을 듣는 수밖에 없겠어.
응. 이 약은 어떻게 할 거야?
내 마누라는 내가 병에 걸리자마자 딸이랑 나를 남겨두고 도망갔어. 그래서 그냥 내가 쓰게 아껴 두려고……
너도 고생했네.
너는?
나도 남겨 두려고.
이 약은 발작했을 때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병 자체엔 효과가 없는 것 같아. 누군가가 발작하면 그 사람에게 써야겠어.
……네가 그렇게 통이 큰 줄은 몰랐는걸.
다들 불쌍한 신세잖아. 정말로 다른 사람이 고통받을 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
……제 목숨도 간수 못 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 걱정을 하겠어.
박사, 통신기로 다 들었지.
에휴, 이런 건 정말이지 어디든 다 똑같다니까.
빅토리아에서도 직원의 부주의로 일하다 광석병에 감염됐다 해도,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몇몇 회사들이 있어.
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감염자들에게 헛수고를 시키는 거나 다름없어.
몇몇 빅토리아 귀족들은 하루 종일 이런 얘기를 나누며, 자신들이 고귀한 척 말하곤 해.
솔직하게 말하면, 진심으로 감염자에게 돈을 쓰길 원하는 회사는 별로 없는 데다, 감염자를 학대한다고 해서 제대로 처벌을 받는 사람도 거의 없어.
쯧.
그래도 요 며칠 동안 잠복하면서 느낀 건데, 엔시오데스 회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거의 무일푼으로 성공해서 겨우 몇 년 만에 카란 무역회사를 빅토리아에 여러 지사까지 세울 정도까지 만들었잖아.
게다가 감염자에 대한 대우도 괜찮아.
우리와의 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이 회사의 감염자 일자리 대우는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좋아.
어쩐지 이곳의 감염자 직원들이 엔시오데스를 꽤 존경하는 것 같았어.
- 그건 그저…… 실버애쉬가 경영관리에 뛰어난 거야.
- 그거랑 실버애쉬가 진통제를 되판 건 별개잖아.
그것도…… 그렇긴 하지.
알겠어, 박사. 그러니까 우리에겐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는 거지.
- 진통제의 행방.
그거야!
다이오트 씨, 오랜만입니다.
레이튼 씨! 확실히 한동안 뵙지 못했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아이고, 레이튼 씨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고 있지요.
하하, 그럼 다행이군요!
그럼 제가 원하던 물건은……
안심하시죠. 진통제는 모두 상자 안에 있습니다.
좋습니다! 역시 다이오트 씨군요.
어? 이번엔 수량이 생각보다 적은데요?
요즘은 비수기라 일하러 오는 감염자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회사는 감염자 사이에서 꽤 유명한 데다 안정적이지 않습니까.
아, 알지요.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평소처럼 남겨둔 게 좀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모진 사람도 아닌 데다, 감염자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입니다. 아아, 당신처럼 진심으로 감염자를 생각해 주는 리더는 정말 드뭅니다.
아닙니다. 레이튼 씨, 이건 새로운 추세입니다. 문명이라는 이름의 추세지요.
우르수스의 그 야만인들은 감염자를 잡아다 죽일 줄만 알다니, 정말 시대에 뒤떨어졌죠.
그리고 빅토리아의 동업자들조차 대부분 감염자를 착취할 줄만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너무 문명적이지 못하지요.
감염자는 동물이 아니며, 사람 말을 알아듣지요. 적절한 보상을 주면 더 성실하게 일하기도 합니다.
저희처럼 감염자를 잘 대우해 주며 사업을 하는 것이야말로 문명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빅토리아라는 이 문명화된 국가와 감염자를 잘 대우해 주는 엔시오데스 회장님에게 감사하는 게 마땅하지요!
문명을 위하여!
문명을 위하여!
……정말…… 일만 아니였으면, 바로 뛰쳐나가서 저 두 녀석을 실컷 패주고 싶네.
그래도 적어도 이걸로 엔시오데스 회장은 확실히 이 일에 관여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어.
흥, 자기들의 위선적인 말이 전부 녹취 당했다는 건 상상조차 못 하고 있겠지.
진통제를 위하여!
진통제를 위하여!
스읍…… 후…… 참자. 참고 일단 전부 녹취하는게 중요해.
박사, 이거면 증거는 충분할 거야.
보내긴 했는데 들으면 잠을 못 잘수도 있으니까, 많이 듣지 않는 걸 추천해.
- 괜찮아.
- 이미 익숙해.
- 쓰레기 같은 자식들.
그럼, 이제 엔시오데스 회장에게 이 모든 걸 알려야겠네.
박사, 어떻게 할까?
- 며칠 후에 실버애쉬가 그 도시에 시찰 나온다고 했었잖아.
어이, 들었어? 어제 실버애쉬 회장님이 이 도시에 오셨다는 것 같아.
정말? 회장님이 공장을 돌아볼 거라고 듣긴 했는데.
그럴 거야.
이 회사를 설립한 실버애쉬 회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는데 잘 됐네.
그럼 넌……
으…… 아……
왜 그래?!
살려줘…… 광석병 발작이 일어났어!
뭐라고?!
윽, 이 녀석이 폭발하면 다 끝이야! 난 죽기 싫어!
……
어쨌든 일단 제대로 연기해서 큰 소란을 일으키자.
회장님, 이건 지난 분기의 보고서입니다. 한번 보시죠.
그러지.
그 후에 회사를 둘러보고 싶으시다면, 제가 특별히 뽑아둔 감염자 직원 대표들과 일반 직원 대표들에게 안내를 지시하겠습니다.
저보다는 직원들이 회사의 물건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 더 설득력 있으니까요.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몇 번이나 연습했지? 나에게 보여줄 것은 이미 다 준비된 건가?
윽…… 그게……
다이오트, 네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신경 쓰는 건 네가 실적을 얼마나 냈는지 뿐이야.
다만, 남을 속이려는 거라면 쉽게 간파당하지 않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너희들은 카란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감염된 건가?
저는 그렇습니다, 회장님.
저는 여기가 대우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왔습니다.
카란 무역회사는 어떤 것 같지?
이곳은 대우가 정말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밖에……
비켜!
저쪽은 왜 시끄럽지?
비켜, 비켜!
넌 온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아는데…… 여긴 뭐 하러 온 거야? 회장님이 계신 거 안 보이나!
당신이 엔시오데스 회장인가요? 도와주세요. 몸에 문제가 생겨서 약이 필요해요!
약은 분명 이미 지급했을 텐데.
아니에요! 전 아무것도 받지 못했어요!
……
……
박사, 광석병이 발병한 것처럼 가장하고 실버애쉬 회장을 찾아가라는 거야?
- 그때는 실버애쉬의 곁에 우리 사람이 없잖아.
- 외부인이 없을 때 사람은 대부분 거짓된 반응을 보이기 힘들어.
그렇구나. 이런 방법으로 실버애쉬 회장의 감염자에 대한 진실된 견해를 확인한다라……
……긴장할 것 없어. 아무 일 없을 거다.
다이오트, 약을 가져와라.
예, 예!
제가 무섭지 않으신 가요……
내가 왜 카란 무역회사의 직원을 무서워해야 하지?
회장님이 감염자를 저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다니, 저런 분은 처음 봐……
카란 무역회사에 들어왔다면 다 내 직원이지. 감염자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 이 직원들에게 나눠줬어야 할 진통제는 어디 갔지?
그게…… 하하, 그렇지. 저 직원은 새로 들어온 것이라 아직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다이오트, 거짓말이 서툴군. 매번 추가분을 배정해주는 건 이런 상황을 위한 것 아닌가.
회장님, 다이오트, 저 사람은…… 직원들에게 진통제를 나눠준 적이 없습니다. 여기 증거가 있습니다……
음?
감염자 직원이 허우적거리며 옷에서 펜처럼 생긴 장치를 꺼내 가볍게 누르자, 술집에서 다이오트와 레이튼이 나눈 대화가 생생하게 흘러나왔다.
너, 이걸 언제!
……다이오트, 이 나쁜 놈!
회장님, 다이오트 사장은 모든 감염자 직원에게 진통제를 나눠준 적이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진통제는 실적이 가장 좋은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 자식이!
진정해!
회장님이 이 감염자에게 이렇게 잘해주시니 저도 오늘 목숨을 걸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이오트는 직원 매뉴얼의 규정을 위반했고, 저희의 휴식 시간을 줄여서 쉬지 않고 일하게 했습니다!
회장님께 들킬까 봐 이 정도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런 일을 했던 건 확실합니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셔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
……쯧.
회장님, 저 말이 맞습니다! 다이오트는 항상 자신을 저희들의 구원자로 여기며 저희를 모욕하고, 섬기길 강요하는 망나니 같은 놈입니다!
너희들!
회장님, 그는 딸을 돌보기 위해 약을 남겨놔야 하니 이 진통제를 써주십시오!
……알았다.
호의는 받아두지.
하지만 이 직원의 광석병 증상이 꽤나 심각하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이곳은 나에게 맡기도록.
하지만 그랬다간 회장님이 위험해지시지 않습니까!
날 믿어라.
……알겠습니다. 믿겠습니다.
……저도 믿겠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은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어서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작은 목소리로) 이게 바로 엔시오데스 실버애쉬…… 대단한 사람이야……
회, 회장님……
다이오트, 긴장하지 마라.
너는 관리자로서 네 아랫사람에게 드러내야 할 것과 숨겨야 할 것이 뭔지 알아야 한다.
네가 은혜를 베풀든 위협을 하든, 상대가 널 배반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지.
방금 그 두 사람만 봐도 알겠지만, 네 위협은 마음속까지 파고들지 못했다.
그…… 화나신 게 아니십니까?
왜 화를 내야 하지?
내가 정한 규칙을 위반하긴 했지만 너는 실적을 냈다. 내가 왜 화를 내야 하지?
진통제의 행방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넌 그걸 내가 준 보상이라고 여기면 된다.
……회장님! 저희에게 거짓말을 하신 건가요!
하, 하하, 하하하!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맞습니다! 이 감염자들은 조만간 다 죽을 건데, 이 약을 준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귀족으로서 감염자에게 진정으로 고귀한 사람이 누구인지 가르쳐주는 것도 가끔은 필요한 일이지요.
회장님이 다른 귀족들에게 내세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녀석들과 계약하신 건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시면 제가 약을 되팔아 번 돈 중 반을 회장님께 드리겠습니다!
물론 아무도 이 일은 알지 못할 것입니다.
반이라고?
윽…… 70%, 아니지, 80%를 드리겠습니다! 회장님, 저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흠. 그나저나 협력자들을 만나보고 싶군. 분명 너 혼자서 이런 일을 해내지는 못했겠지.
나도 로도스 아일랜드의 약을 더 잘 처리할 수 있는 법을 알고 싶어서 말이야.
이쪽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문제없습니다. 여기 연락책이 몇 명 있습니다! 그들에게 제가 소개해준 것이라 하시면 됩니다!
다른 지사에서도 하고 있나?
그건……
너는 내 사업의 첫 동업자다. 이 말에 담겨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아하, 내 정신 좀 봐, 제가 실수했군요. 이 기록을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뭔가 하실 거라면 저를 꼭 좀 데려가 주십시오. 헤헤……
내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그런 말을 하다니, 우리가 외부에 알리는 게 두렵지 않습니까?
외부에 알린다고?
설마 오늘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직원 하나의 손실쯤이야, 이 회사의 규모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
너희들 생각대로 되진 않을 거다!
감염자는 아츠 유닛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아츠를 사용할 수 있지.
너희들의 전염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너희들은 죽은 후에 2차 전염을 일으켜 주변 환경과 사람에게 위협을 가할 수도 있지.
너……
엔시오데스는 직원의 곁으로 다가갔으며, 직원의 품에서 계속 통신 중인 단말을 꺼낸 뒤, 입을 열었다.
알고 싶은 게 있는데, 왜 너희들이 대우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 적당히 해둬.
- 감염자가 그런 기대를 하는 건 아니야.
- 그것이 우리가 노력하는 목표니까.
……
사실 나도 이 연극을 여기서 멈추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너에게 고마워해야겠군.
그리고 너도 내게 감사해야 할 거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
……
아까 한 이야기들은 철 지난 변호의 논점이다.
우린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긴 세월 동안 누적된 결과 속에 놓여 있지.
이런 결과를 뒤흔드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아나?
……
목표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 노력이라는 건 그저 자신과 남을 기만한다는 것과 똑같은 말일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나는 쉽게 허황된 평가를 하지는 않을 것 같군.
네가 내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정도 정보면 로도스 아일랜드에게 카란 무역회사의 성의를 보이기엔 충분한가?
- 충분해.
아주 좋군.
어라……?
회……장님?
다이오트, 정보를 제공해줘서 고맙다. 네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대한 카란 무역회사의 명예를 회복시켰군.
설마 이 사람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람인 겁니까?!
좀 더 일찍 알아챘어야지.
그리고 유감이지만 넌 해고다.
설마…… 저를 속인 겁니까?
도대체 왜?!
설마 저 감염자들을 정말로 동정하시는 겁니까!
넌 이 주제로 토론을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 하지만…… 제가 낸 실적을 인정해 주셨잖습니까!
난 그냥 네가 실적을 냈다고 말했을 뿐이지.
그런데 설마 나를 만족시킬 만한 실적을 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
과격한 수단을 썼다면 그만큼의 수익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근데 너는 평범한 경영자가 얻을 수 있는 결과만을 겨우 얻었을 뿐이지……
무슨 근거로 네가 날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저는……
지사 사장 다이오트는 한 더미의 진흙처럼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
회장님, 회장님이야!
모든 감염자 직원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모두를 위한 약을 사고 보험에 들었다.
그런데 회사 관리상의 실수 및 경영진의 과실로 인해 약이 제대로 모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회장님 탓이 아니에요!
잘못한 건 다이오트죠!
그렇다. 다이오트는 이미 해고됐다. 그리고 새로운 사장은 여러분 중에서 뽑을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여러분이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길 바란다.
뭐라고? 엄청나네!
회장님 만세!
특히 두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온 두 비밀 감찰관…… 그들의 용감한 행동이 있었기에, 다이오트가 계속해서 나에게 숨겨온 비밀들을 알게 되었다.
그 신입 이야기인가……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약을 만들어주는 회사 사람이었단 말이야?!
감염자를 위해 이런 일까지 하다니……
- 그게 로도스 아일랜드가 할 일이니까.
- 언제나 로도스 아일랜드를 믿어도 돼.
- 감염자의 생명도 똑같이 소중하니까.
많은 사람이 약을 구매한 것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결국 회사 방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이런 일을 철저히 막기 위해서,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와 협의하였고, 로도스 아일랜드가 비밀 팀을 보내 카란 무역회사의 지사를 몰래 감찰하기로 결정했다.
다이오트처럼 회사 운영에 해를 끼치는 사람과 로도스 아일랜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사람을 적발해 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보답으로 로도스 아일랜드는 카란 무역회사와 더 깊이 협력하고, 약 값을 낮춰주겠다고 했다.
그렇지, {@nickname} 박사?
- ……그래.
아? 박사, 그러기로 했어?!
이어서 로도스 아일랜드는 일하고 있는 모든 직원에게 무료로 한번의 신체검사를 제공해 주고 싶다고 했다.
직원 여러분, 이쪽에 줄 서주세요. 모든 분에게 진통제 하나씩 드릴게요.
……
- 언제 알아챈 거야?
그건 너무 의미 없는 질문이잖나.
오히려 정말 나를 속일 생각이었던 건지 물어봐야겠는 걸? 로도스 아일랜드의 {@nickname} 박사.
- 정말 속일 생각은 아니었어.
내가 그 '감염자'를 봤을 때 탄로가 날 수도 있다는 건 알았잖나.
하지만 너의 목적은 그때 이미 달성됐지.
그후에 일이 어떻게 되든 너는 지지 않으니까, 정말 좋은 계획이었다.
- 과찬이야.
- 나도 완전히 파악하고 있던 건 아니야.
로도스 아일랜드에 뛰어난 계획력과, 용병에 능한 리더가 낙하산으로 들어왔다는 건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너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사람이 내 회사로 와서, 심지어 내 앞에서 그런 연극을 벌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
- 로도스 아일랜드를 참 높게 평가하나 보네.
- 내가 그렇게 유명해?
내 여동생이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치료받고 있다.
내 가장 유능한 부하 둘도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보고 들은 것을 나에게 전해줬지.
너희들의 그 신비한 베일의 한 부분이라도 들춰본 사람들이라면, 너희들을 얕보는 일은 없을 거다.
내 여동생과 내 가장 유능한 부하 둘 다 네 이름을 몇 번이나 언급했다.
그러니 네 존재를 모를 수가 없지.
{@nickname} 박사, 내 답변에 만족했나?
- 만족했어.
- 만족하지 못했어.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눈빛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군.
네 연기는 나쁘지 않았어. 너는 내게 이번 일은 이렇게 넘어가자고 하고 싶겠지.
그렇지?
직설적인 사람을 싫어하진 않는다.
그리고 방금 너의 행동에 대한 나의 소소한 복수도 묵인해 줬지.
그건 우리의 협력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의미겠지?
그런데 조금 의구심이 드는 게 있군.
이건 분명 배우도, 시나리오도, 그리고 도구도 부족한 연극이었고.
관중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 요소도 전혀 없었지.
넌 이걸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꽤 잔혹한 결말을 준비해두기까지 했다.
말해봐라. 내가 널 실망시켰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 네가 협력 파트너를 하나 잃게 됐겠지. 그 뿐이야.
연극에 있어서 현실주의적인 결말은, 각본가가 작은 일을 크게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
다만 이 연극의 핵심은 각본가인 너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중요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내 감염자에 대한 견해였지.
{@nickname} 박사, 이 문제는 너에게 얼마나 중요한 거지?
- 아주 중요해.
- 우린 모든 협력 파트너를 아주 신중하게 골라.
그 메딕 오퍼레이터 아가씨가 나보고 직원들에게 직접 약을 전해달라고 하긴 했지만, 난 여전히 그게 너희들의 어떤 신념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내 관념을 조금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군……
내가 봤었던 수많은 이상주의자는, 그저 이 땅의 모든 것들에 대해 탁상공론을 늘어놓기만 했었지.
하지만 그중에 감염자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nickname} 박사,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겠나?
이건 너희들이 미치광이이거나, 아니면……
뭐 하는 거야. 곧 출발해야 해.
……곧 가지.
이번 대화는 여기서 끝내야겠군.
{@nickname} 박사, 난 아직 네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다.
그래도 네가 체스를 둘 줄 안다면, 나중에 로도스 아일랜드에 방문했을 때 너와 겨뤄볼 수 있겠군.
무슨 일이 생겼던 거야?
아니, 사소한 일이다.
사소한 일이 있었던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데.
그거 알고 있나? 로도스 아일랜드의 새로운 리더는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더군.
……?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 사람은 짧은 시간 안에 로도스 아일랜드의 수많은 오퍼레이터에게 신뢰를 주었고, 명확한 행동방침을 세운 것 같다.
기억을 잃은 사람이 말이지.
꽤 이상한 일이네. 그런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아직은 모른다.
아직은 모른다고?
그래, 아직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