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도둑과의 만남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던 쿠오라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가방 '쟁탈전'에 휘말린다.
음…… 지도에 따르면 여기가 그 보행자 거리일 텐데.
생각보다 훨씬 더 넓은데다 가게도 이렇게나 많다니…… 큰일이야, 벌써 가져온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걱정되네……
와, 수정 교자다! 연밥 찐빵도 있잖아! 맛있는 게 잔뜩 있네…… 몇 개 사 먹는 건 괜찮겠지?
후아…… 꺼억, 너무 배불러!
안 되겠어, 이제 그만 먹자!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온 거잖아!
에휴, 전에 카디건이 백팩을 밟았을 때 화내지 말 걸 그랬어……
그러려던 건 아니었지만, 내 백팩이……
겨우 모두와 친구가 됐는데 다시 이렇게 어색하게 지낼 수는 없어!
좋은 선물을 하나 골라서 카디건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거야!
이 광택, 이 무늬, 그리고 이 무게감……
확실해. 이번엔 제대로 한탕 칠 수 있을 거야!
후후, 조금 전에 저 컬럼비아 여자가 우릴 흘낏 쳐다봤었지.
그러니까 내가 무시하지 말랬잖아? 자기 물건도 간수하지 못하는 자는 결국 누군가에게 '찍히게' 되는 거라고!
형님은 정말 대단해. 잠깐 사이에 물건을 빼돌리다니……
저 바보 같은 여자는 아직도 무슨 일을 당한 건지 모르는 것 같아!
이 자식아, 이건 빼돌린 게 아니라, 부탁한 거야, 쯧.
먹고 살기 힘드니까 저기 높으신 데 있는 분께 잘 좀 봐주십사 부탁한 거잖아. 그것도 안 돼?
형님 말이 다 맞아! 그런데……
뭔데? 할 말이 있으면 얘기해 봐.
그 펜던트 만져보면 안 될까……
자! 이리 창가로 와. 햇빛 아래서 보면 무늬가 훨씬 더 선명하다고!
정말이네. 타지 물건이라 그런지 우리 용문 것과는 확실히 다른걸……
어? 이건 도안은…… 짐승 같은데? 게다가 등에……
청년의 펜던트가 미끄러졌고, 이내 창밖으로 떨어졌다.
사장님, 이거랑 이것도 줘!
알겠어, 알겠어. 봉투에 담아줄게!
봉투는 괜찮아. 백팩에 넣으면 되거든!
참, 아직 계산을 안 했지…… 음, 지갑을 외투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펜던트가 열려 있던 쿠오라의 백팩 속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야기에 열중하던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용문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관광객? 기분이다, 조금 더 깎아줄게! 자, 여기 거스름돈.
그나저나 누구한테 선물하려고 이렇게 많이 산 거야? 부모님?
아니, 내 친구들!
친구가 정말 많은가 보네. 그럼 덤으로 이것도 줄게.
이거 전부 용문의 특산품이라고, 심지어 수제지. 가서 친구들한테 선물해.
고마워, 사장님!
이런 걸로 뭘! 그럼 용문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 참, 항상 소지품 잘 챙기고……
요즘 이 주변에 타지 사람들을 노리는 소매치기가 판치고 있거든.
걱정 마! 이래 봬도 내가 한 싸움 하거든!
소매치기가 다가와도…… 날려버릴 수 있어!
용문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네! 덤으로 이렇게나 많이……
이따가 잘 골라서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들한테 나눠줘야지!
귀여운 커플 동물 장식품은 아드나키엘과 스튜어드한테 하나씩 주고……
염국 실로 뜬 플로피 모자는 메이 씨한테 주자!
그리고 라바에겐 오르골, 도베르만 교관님에겐 스카프를 선물하면 돼……
흠, 근데 아무리 둘러봐도 카디건에게 줄 만한 선물이 없잖아……
카디건한테 뭘 선물하는 게 좋을까?
이봐, 잠깐만!
어? 무슨 일이야?
조금 전 기념품 노점 쪽으로 물건을 떨어뜨렸거든. 금속 펜던트인데, 혹시 못 봤어?
응? 못 봤는데.
그쪽 가방으로 떨어지는 걸 봤는데. 열어서 확인해봐도 될까?
잠깐만, 내가 먼저 확인해볼게……
조금 전에 사장님한테 받은 덤이 전부 금속 펜던트인데…… 설마 혹시 그걸 보고 질척거리는 건 아니지?
이봐! 왜 말을 지어내고 그래?
직접 확인할 테니 가방이나 내놔!
이거 놔! 내 백팩에 손대지 마!
흥! 내 물건을 훔쳐 갈 생각이라면 우선 내 배트 맛부터 보라고!
30분 뒤
음, 음음.
형님, 아주 기발한 생각인데. 지금 당장 준비할게!
두 번 실수하지 말라고!
쯧, 하여간 저 멍청이는 일을 망칠 줄만 안다니까.
고작 여자애한테 당하기나 하고 말이야.
힘으로 안 되면 머리를 써야지, 머리를.
역시 사장님이 얘기한 대로야…… 내가 그렇게 외지인처럼 보이나?
용문은 치안이 영 별로인 것 같네……
이봐, 잠깐 기다려.
넌 또 누구야?
아, 오해하지 마. 지나가다가 우연히 용문의 치안이 별로라는 말을 들어서, 무슨 일이 있었나 물어보러 온 거야.
이건 내 명함이야. 이 부근은 내 관할 구역이고.
용문…… 거리 관리자? 무슨 일을 하는데?
(모든 일에 대비해 각종 명함을 준비해뒀지. 이번엔 이 신분으로 너랑 놀아주마.)
구역 내 거리의 질서를 유지하고, 힘닿는 데까지 시민을 돕는 게 내 일이야.
그래서 말인데, 혹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요즘 몇몇 노점상이 여행객을 대상으로 위조품을 비싸게 판매하고 있거든. 난 오늘 잠복 조사를 나온 거고.
혹시 그런 상황을 겪은 거라면 내가 도와줄게.
음…… 하지만 사장님은 좋은 사람 같았는데. 할인도 해주고 덤까지 잔뜩 챙겨줬단 말이야……
가장 중요한 건 물건을 한 보따리 샀는데도 돈이 얼마 안 들었다는 거지. 컬럼비아보다 훨씬 더 싼 것 같아……
참, 아까 이상한 사람이 내 물건을 훔치려고 했어!
어? 외모와 옷차림새를 설명해줄 수 있겠어?
음…… 남자고, 키가 나보다 컸어. 또…… 음, 어떻게 생겼는진 잘 기억이 안 나네……
그 정도로는 범인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럼 됐어, 카디건한테 줄 선물을 찾는 게 더 급하거든. 고마워, 관리자. 난 이만 가볼게.
친구 선물을 사려고? 뭘 살 건데?
이 구역에서 일한 지 오래돼서 괜찮은 가게를 소개해줄 수 있거든.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우리 용문 거리 관리자는 최선을 다해 시민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어!
용문의 공무원으로서 타지 친구에게 “용문의 치안이 별로다”라는 인상을 남겨줄 수야 없지.
곤란한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얘기해도 좋아.
음, 알겠어……
실은…… 얼마 전에 친구와 다퉜거든. 그래서 선물을 주면서 사과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마땅한 선물이 없는 거야.
선물을 아예 못 산 건 아닌데, 왠지 좀 마음에 안 들어서……
선물이 뭐든 진심만 담겨 있으면 되지 않을까?
나도 다혈질이라 화를 잘 내는 편이거든. 하지만 한턱내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풀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혹시 친구한테 사과는 했어?
아직……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그럼 친구가 뭘 좋아하는진 알아?
글쎄…… 카디건이 뭘 좋아하더라?
아드나키엘한테 카디건의 꿈이 스키 선수였다고 듣긴 했어.
전에 카디건의 방에서 빛바랜 스키복을 보기도 했고……
그럼 스키와 관련된 선물을 사면 되겠네.
그렇지만…… 난 스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하, 그래 보여. 넌 야구 마니아지?
야구 잘해? 아니면 경기 관람만 하는 건가?
칠 줄 알아! 난 야구를 제일 좋아한다고!
그럼 야구와 관련된 선물은 어떨까? 네가 좋아하는 걸 주는 것도 괜찮잖아.
음…… 하지만 카디건은 야구에 관심이 없을 텐데.
전에 로도스 아일랜드 갑판에서 야구 경기가 작게 열렸었는데, 카디건은 거의 참가하지 않았거든……
참, 그러고 보니 저쪽 교차로에 있는 쇼핑몰에서 야구로 상품을 따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던데. 같이 가볼래?
뭘 사야 할지 정 모르겠다면 상품을 주는 거야, 어때?
그냥 사는 것보단 직접 따낸 선물이 훨씬 더 의미 있잖아?
그건 그렇지. 전에 라바도 직접 만든 물건을 선물하는 게 좋다고 했었어. 난 손재주가 없어서 그만뒀지만……
야구는 내 전문이니까…… 야구로 상품을 따는 것쯤은 가능할 거야.
그럼 가보자! 오랜만에 야구를 좀 즐겨볼까?
저기 오락실 쪽이야. 마침 사람도 없네. 어서 가보자!
저 이상한 기계 말이지?
자자, 배트를 휘둘러 상품을 따세요! 이벤트는 오늘까지니 다들 서둘러주세요!
(흥, 바보 같은 녀석. 오락실 직원으로 변장하니 제법 그럴싸하네.)
(갓 폐업한 오락실을 이용해 여자애를 속일 생각을 하다니. ……역시 난 천재인가 봐!)
안녕! 여기서 야구 이벤트에 참여하면 돼? 상품이 뭐야?
아…… 사, 상품은……
와아! 이 유리 진열장에 들어 있는 게 전부 상품이야?
앗, 저기! 저 스키도 상품이지?
스키를 받고 싶으세요? 하지만 스키는 1등 상이라 따기 어려우실 거예요……
앗, 근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
친한 척하셔도 봐 드릴 수 없어요.
저쪽에 야구공 발사기 보이시죠? 날아오는 야구공을 치면 공이 맞은 위치에 따라 점수판에 점수가 표시될 거예요.
그러니까 정중앙을 맞히면 1등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거지?
그렇게 쉬울 리가요! 40 용문폐를 내면 한 라운드, 즉 10번의 기회가 주어져요. 10번의 기회 동안 누적 475점을 달성하면 1등 상을 드립니다.
도전하시겠어요?
475점이면 정중앙을 다섯 번이나 맞혀야 하잖아! 그런 어려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저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렇게 어렵게 만들면 누가 이벤트에 참여하겠냐? 까딱하면 전부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잖아!)
물론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위해 다른 방법도 있죠.
점수가 475점 미만인 경우, 다음 라운드의 1등 상 획득 점수 기준이 낮아져요. 몇 번 시도하면 200점만 달성해도 1등 상을 얻을 수 있죠.
(여자애가 잘해봤자 얼마나 치겠어? 분명 시간을 넉넉히 벌 수 있을 거야.)
음, 이 스키라면…… 카디건도 마음에 들어 하겠지?
왠지 카디건의 스키 타는 모습이 궁금해지는걸!
좋았어, 한 번에 따는 걸 목표로 하는 거야! 도전할게!
그럼 입장료를 내고 뒤쪽 캐비닛에 소지품을 넣어주세요.
……역시 용문이야! 고작 두 블럭 지났을 뿐인데, 벌써 못 걷겠어!
그야 카디건 씨가 보이는 가게마다 들어가니까 그렇죠, 이리저리 고르는 건 괜찮은데 지금 결국 산 것도 없잖아요.
그건 돈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
아, 하긴. 엊그제 야구 글러브와 배트를 샀죠?
그건 쿠오라한테 사과하려고 산 거거든! 돈이 모자라서 오랫동안 간직하던 물건까지 팔았다고……
앗, 아직도 쿠오라랑 화해하지 않은 것이냐?
전에 둘이 놀이방에서 싸우는 건 봤는데…… 나도 쿠오라가 그렇게 화내는 건 처음 봤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다 내 잘못이지.
내가 좀 둔해서 같이 재밌게 놀 생각만 하고, 생각 없이 농담을 던지곤 하잖아……
메딕 오퍼레이터가 쿠오라 씨는 무의식적으로 백팩을 지키려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과거의 기억 대부분을 잊어버린 탓에, 그 누구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요……
쿠오라는 가족과 친구까지 잊어버린 것이니…… 안쓰러운 것이다.
하지만 지난번에 나한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외롭지 않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부터 쿠오라가 안 보이는 것이다. 어딜 간 것이냐?
휴…… 날 피하는 거겠지……
히야아앗!
마, 말도 안 돼. 단번에 정중앙을 맞혔잖아? 이렇게 운이 좋다고?
훗!
또 명중?!
안 돼…… 너무 쉽게 설계했나? 야구공 방향과 장애물을 설정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또 던져보라고!
오오! 변화구도 던질 줄 알잖아? 게다가 장애물도 늘었어…… 후훗, 그렇다면 나도 더 진지하게 해주지!
후아! 짜릿해! 이런 게 야구의 맛이지!
공 더 없어? 전부 가져와!
……
시…… 실화냐?
난이도를 최대치로 올린 건데!
이 자세와 힘, 그리고 정확도……
설마 저 소녀가 앰브로 에드워즈?!
저기, 몇 점이나 나왔어? 상품을 탈 수 있을까?
음…… 기계의 판정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것 같은데, 눈대중으로 봐도 475점은 넘겼을 것 같네요……
(젠장! 형님이 이제 막 갔는데 아직 펜던트를 찾지 못했겠지? ……어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해……)
그럼 스키는 내가 가지고 갈게!
네, 알겠…… 잠깐만요! 아직 제대로 못 논 것 같은데, 몇 번 더 치고 가시는 게 어때요?
이미 상품을 따긴 했지만…… 더 치고 싶기도 해. 혹시 돈을 더 내야 해?
아뇨, 상품도 탔고 다른 손님도 없으니 영업 종료 전까지 마음껏 즐기셔도 돼요!
쿠오라를 향해 야구공이 날아갔고, 공이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쿠오라가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오락실 직원'의 눈에 비친 소녀의 모습에서 수많은 에이스 야구 선수들이 어렴풋이 겹쳐 보였다.
야구공이 또다시 정중앙을 강타하자, 야구공 발사기가 망가진 듯 스파크를 튀기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이건?
퍼엉……
깜짝 놀란 것이다. 조금 전 그 굉음 때문에 돌발 사건에 휘말린 줄 알았던 것이다……
저 쇼핑몰 쪽에서 들린 것 같아요. 앗, 저건……
쿠오라의 백팩이야!
이게 왜 여기…… 쿠오라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이쪽인 것이다! 여기 쿠오라가 있는 것이다!
쿠오라! 쿠오라!
걱정 마세요, 잠든 것 같아요. 어? 뭔가를 안고 있는데……
이건…… 스키?
으음……
여긴…… 로도스 아일랜드 숙소?
야구를 하다가 '콰앙' 소리가 난 것까진 기억나는데……
그 이후의 일은…… 거리 관리자랑 오락실 직원은 어디로 갔을까?
신나게 놀았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용문엔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
앗! 맞다! 내 상품! 카디건한테 줄 스키가 어디 갔지?!
멀쩡해서 다행이야.
다른 사람들한테 줄 선물도…… 다 있네.
들어와!
……
앗, 카디건……
저기……
……
먼저 얘기해, 쿠오라.
앗, 알겠어! 이건 쇼핑몰 이벤트에 참가해 상품으로 따낸 스키인데…… 너 줄게. 전엔 미안했어!
……나한테 주려던 거였어?
전에 카디건의 꿈이 스키 선수였다고 들었거든……
그리고 너한테 스키복이 있다는 게 생각나서……
앗, 하지만 그 스키복은……
헤헤, 지난달에 돈이 부족해서…… 팔아버렸는데……
그, 그럼 다음엔 스키복을 선물할게. 아니면 뭐 다른 거 갖고 싶은 거 있어?
음, 어디 보자……
응! 얼마든지 얘기해!
카디건이 쿠오라에게 새 배트를 건넨 후, 반대쪽 손을 들어 흔들어 보였다.
손에는 야구 글러브가 끼워져 있었다.
그럼…… 오늘부터 야구를 가르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