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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클리프하트는 등산 도중 어느 공증소의 집행자와 마주치게 되었고, 상대방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걸 알고는 과감히 손을 내밀어 돕게 되었다. 그저 따뜻한 마음씨로 도운 게 다인데, 설마 했던 의외의 수확이 있었을 줄이야.

등장 오퍼레이터: 클리프하트


클리프하트

영~차, 한 발짝만 더!


클리프하트

이 암벽은 꽤 도전한 보람이 있네.

클리프하트

여기쯤이면 산 중턱은 되겠지, 좀 쉬었다 정상까지 등반해 볼까.

클리프하트

응? 저건…… 연기? 사람이 잘 오지 않는 장소에, 심지어 대낮인데 왜 불을 피운 거지?

클리프하트

잠깐, 저거 구조 신호 아냐?


???

으윽, 다리도 다쳤는데 이렇게 황량한 곳에선 땔감도 모으기 어려워. 그래도 헌터든 누구든, 지나가는 사람이 이걸 봤으면 좋겠는데……

???

짐승들이 꼬이지 않게 주의해야겠어……

???

누구냐?!

클리프하트

긴장하지 마, 나도 근처 등산 왔다 연기가 보이길래 구조 신호인가 해서 한 번 와 본 거야.

???

휴…… 다행이네.

???

진짜 사람이 오다니.

클리프하트

다리 다쳤어?

???

맞아. 여기 산이 너무 험해서 실수로 발을 헛디뎠어.

클리프하트

근데 산크타가 왜 여기서 산을 타는 거야?

공증소 집행자

난 공증소 집행자야. 지금은 어떤 죽은 사람의 유언을 집행 중이지.

공증소 집행자

유언에는 여러 해 전에 라테라노를 떠난 어떤 산크타를 찾아야 한다고 적혀 있었지. 근데 조사를 해보니까 근처 산에 산다더라고.

공증소 집행자

그래서 이 근처를 조사했는데 결과는…… 보다시피 이 꼴이야.

클리프하트

너희 공증소도 참 고생이 많다.

공증소 집행자

어라, 공증소를 알아?

클리프하트

응, 로도스 아일랜드라고 들어봤지?

공증소 집행자

로도스 아일랜드…… 아, 페데리코가 있는 거기 말이군.

공증소 집행자

그럼 당신들도 진짜 고생 많겠네.

클리프하트

아하하하, 그 정도는 아니야. 이그제큐터 걔 진짜 웃기거든.

공증소 집행자

같이 임무만 안 나가면 확실히 재밌긴 하지.

공증소 집행자

아가씨, 혹시 괜찮다면 날 산 아랫마을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공증소 집행자

거기서 한 번 다시 정비를 하고, 계속 유언을 집행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클리프하트

임무를 계속하게?

공증소 집행자

그래.

클리프하트

그래. 자, 내 손 잡아.

???

……

???

산크타, 역시 왔군.


클리프하트

그러고 보니 사마라 씨, 전부터 궁금했는데, 공증소 사람들은 우리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들만큼 바쁜 것 같네. 맨날 여기저기 돌아다니잖아.

클리프하트

왜 이미 떠나간 사람들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공증소 집행자

그 사람이 라테라노를 떠났다 해도, 율법은 늘 우리와 이어져 있기 때문이지.

클리프하트

율법이라……《쉐라간드》같은 건가?

공증소 집행자

《쉐라간드》? 아, 진작에 알아봤어야 했는데, 쉐라그에서 왔나 보네?

클리프하트

응, 우리 쉐라그 사람들한텐 쉐라간드의 신앙이 우릴 하나로 이어주는 거거든.

공증소 집행자

흠…… 다소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쉐라간드의 신도들은 쉐라간드가 어둠 속에서 쉐라그에 사는 사람들을 가호해 준다 믿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공증소 집행자

하지만 우리 라테라노인들이 믿는 건 율법 그 자체야. 우리는 어떤 규칙이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믿고 있어.

공증소 집행자

우린 서로를 책임지고, 서로를 애호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공증소 집행자

그래서 공증소가 탄생하게 된 거야. 우린 동포들을 위해 희생하길 원하고, 이게 모두의 의무라고 믿고 있으니까.

클리프하트

쉐라간드의 신도들도 서로를 아껴주지만 우리 표현 방식은 더 함축적이야. 우린 쉐라간드가 이미 우릴 위해 모든 걸 안배해 뒀다 믿으니까.

공증소 집행자

흠, 쉐라간드의 신도들은 그렇게 생각하는군. 재미있네.

공증소 집행자

나도 진짜 쉐라간드를 믿는 사람과 교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같이 느긋하게 대화해보고 싶네.

공증소 집행자

하지만 지금은 수행 중인 임무가 있는 몸이라. 여기까지 바래다줘서 고마워, 엔시아 씨.

공증소 집행자

이번 건을 마무리한 뒤 기회가 되면 다시……

클리프하트

그 유언이란 거 말이야, 혹시 나한테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순 없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

공증소 집행자

응?

클리프하트

이 근처 산은 다 험준해. 조심하지 않으면 또 다칠지도 모른다고. 난 등산에 자신 있으니까,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클리프하트

물론, 비밀 유지가 필요한 일이라면 안 그래도 되고.

공증소 집행자

딱히 비밀이라 할 건 없지만.

공증소 집행자

너무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클리프하트

아냐 괜찮아. 나도 외부 파견 임무는 이미 다 끝내 놓은 상태고 아직 본함 집합 시간까진 여유가 있으니까. 지금은 자유 활동 시간이라 할 수 있지.

클리프하트

바쁜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등산할 리 없잖아.

공증소 집행자

……

공증소 집행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감사히 받아들이도록 하지.

공증소 집행자

우리 쪽에 덕망 높으신 총기사, 레지스 씨가 얼마 전에 천수를 다했거든.

공증소 집행자

그분께선 공증소가, 40년 전에 결별해서 라테라노를 떠난 남동생, 린지스라는 학자를 찾아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지.

공증소 집행자

워낙 오랜 세월이 흘렀다 보니, 아마 그 당사자 두 사람만 알고 있는 구체적인 사정이 또 있을 수도 있겠지. 우리는 그 둘이 당시 전쟁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 갈라지게 된 걸로 알고 있어.

공증소 집행자

교황님께선 당시 레지스 님의 의견 쪽으로 좀 더 기울어지셨고, 결국 린지스 씨는 그 일로 스스로 유배를 선택해서, 고향을 떠나게 됐지.

공증소 집행자

레지스 씨는 자신이 있는 한 린지스 씨가 절대 라테라노로 돌아올 리가 없단 걸 알고 있었지. 그래서 레지스 씨는 자신의 수명이 다한 뒤 린지스 씨가 라테라노로 돌아오시길 바랐고.

클리프하트

만약 그 린지스 씨라는 분도……

공증소 집행자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 린지스 씨의 증표를 가져와 자신과 함께 묻어주길 바란다고 유언장에 쓰여 있어. 그렇게라도 형제가 다시 뭉칠 수 있길 바란다면서.

클리프하트

각자 다른 길을 갔었던 형제가 다시 모인다 이거네……

클리프하트

그렇다면 더욱 돕고 싶은걸!

클리프하트

더 구체적인 단서는 없어?

공증소 집행자

응, 전에 알아본 바로는, 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린지스 님과 그렇게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하더군. 그중에 티아나라는 헌터가 린지스 씨와 그나마 교류가 있었다고 들었어.

공증소 집행자

하지만 그런 사람은 찾을 수 없었지. 그래서 근처에 있는 산 정상으로 가면 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운에 맡겨 보았던 거고.

클리프하트

헌터라고?

클리프하트

아…… 이제 좀 이해가 가네.

공증소 집행자

네?

클리프하트

(작은 목소리로) 아마 다쳐서 눈치를 못 챈 모양인데, 우리 지금 계속 미행당하고 있어.

공증소 집행자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클리프하트

(작은 목소리로) 처음엔 강도인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까…… 아까 네가 말한 그 헌터인 거 같아……

클리프하트

(작은 목소리로) 머리 숙여.

???

칫.

클리프하트

여기서 기다려.

클리프하트

내가 쫓아가 볼게!

공증소 집행자

……

공증소 집행자

여기 신호…… 근처 이동도시랑 이어지는 건가, 잘 됐네.

공증소 집행자

여기는 집행자 사마라. 지원 요청 드립니다.

공증소 집행자

엑? 추기경님?


클리프하트

산을 타는데도, 움직임이 상당히 민첩한데.

클리프하트

…… 하지만, 등산이라면 절대 질 수 없지!


클리프하트

거기, 멈춰!

???

칫.

클리프하트

티아나 맞지?

???

난 그냥 지나가던 헌터일 뿐이다.

클리프하트

뭘 아닌 척을 하고 그래. 그냥 지나가는 건데 우리를 그렇게 오래 따라왔을 리 없잖아.

클리프하트

처음부터 사마라 씨가 뭘 하러 온 건지 알았던 거지?

???

……

클리프하트

……잠깐, 살카즈였어?!

살카즈 헌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클리프하트

살카즈가 어떻게……

클리프하트

무슨……

살카즈 헌터

실력이 제법이군.

클리프하트

흥, 네가 조준을 형편없게 한 거지!

살카즈 헌터

그런가?

클리프하트

(잠깐, 저건 날 조준한 게 아니야.)

클리프하트

(설마……!)

살카즈 헌터

이미 늦었어.

클리프하트

이런……!

클리프하트

아오…… 아파라……

클리프하트

함정 한 번 깊게도 파놨네.

클리프하트

처음부터 날 함정으로 유인했던 건가……

살카즈 헌터

그뿐만이 아냐. 산을 확실히 잘 타긴 하길래 등산 장비도 다 떼어 놨지.

살카즈 헌터는 고개를 깊게 내밀곤 클리프하트가 늘 메고 다니던 가방을 흔들어 보였다.

클리프하트

어느 틈에!

살카즈 헌터

안심해. 죽일 생각은 없어. 이따 마을로 가서 방범대에 누가 산에서 위험에 처했다고 알려줄 거니까.

살카즈 헌터

가방 같은 건 다 거기 맡겨둘 테니, 이따 누군가 구하러 오면 그때 물건 갖고 꺼져.

클리프하트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살카즈 헌터

내 요구 사항은 간단해 아가씨.

살카즈 헌터

공증소 사람한테 돌아가서 전해. 린지스는 라테라노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클리프하트

쳇, 내가 좀 더 잘 지켜봤어야 했는데.

클리프하트

으으…… 우리 안에 가시도 나 있잖아……

클리프하트

음, 여긴 원래 짐승을 잡는 함정 자리였던 거 같은데, 밀렵꾼들은 이런 함정을 깔아 사냥감이 제 발로 들어오는 걸 좋아하지.

클리프하트

근데 여기 안쪽 가시는 전부 뜯어져 있어. 그 사람도 아까 날 죽일 생각은 없다고 했지……

클리프하트

가시는 아마 그 사람이 다 없앴나 보네. 오늘 같은 일이 생길 걸 미리 예상하고 말이야.

클리프하트

만약 그렇다면……


살카즈 헌터

그 필라인은 꽤 강해 보였어. 그런 곳에 한동안 갇히게 됐다 해서 죽진 않겠지.

살카즈 헌터

빨리 그 영감 물건을 정리하고 마을에 알려야겠군.

살카즈 헌터

쳇, 성가시게.

살카즈 헌터

어떻게?!

클리프하트

함정 속에 남아 있던 그 장치들만 써도 여기까지 올라오긴 충분하거든.

살카즈 헌터

……

클리프하트

이 거리면, 네 석궁으로 내 후크를 이길 순 없을걸.

살카즈 헌터

칫.

클리프하트

난 그냥 린지스 씨라는 사람을 만나러 온 게 다야.

살카즈 헌터

그 사람은 널 안 만날 거다, 꺼져.

클리프하트

……그럼 나도 사정 봐줄 필요 없겠네!

살카즈 헌터

흥……

클리프하트

잠깐 조심해, 그쪽에 있는 암석은 되게 불안정한 상태라고!

살카즈 헌터

무슨……

클리프하트

내 후크 잡아!

살카즈 헌터

놔, 네가 버티긴 무리다!

클리프하트

절대 안 놓칠 거야!

클리프하트

젠장, 안 올라온다 이거지…… 마음의 준비를 해 둬, 살짝 아플 거니까!


살카즈 헌터

크윽……

클리프하트

괜찮아?

살카즈 헌터

……날 놨어야 했다.

클리프하트

너도 날 죽일 생각 없었다며, 당연히 나도 네가 죽는 걸 보긴 싫지.

살카즈 헌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클리프하트

아까 살카즈 얘기를 한 건 그런 얘기가 아니었어, 그냥 좀 놀라서 그랬던 거지.

살카즈 헌터

……비난하진 않는다. 누구라도 들으면 놀랄 테니까.

클리프하트

그 사람한테 형이 하나 있었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살카즈 헌터

레지스 말인가. 그 형이란 작자는 이미 죽었고, 그래서 동생을 라테라노로 돌아오게 하고 싶단 거겠지, 아닌가?

살카즈 헌터

린지스 영감은 안 돌아갈 거다.

살카즈 헌터

벌써 몇십 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다시 찾는다고?

클리프하트

그래도, 그게 레지스 씨의 마지막 소원이라잖아……

클리프하트

그리고 가족끼린 원래 감정의 골이 좀 깊어져도 결국 화해할 방법이 다 있는 거라고!

살카즈 헌터

왜 그렇게 생각하지?

클리프하트

내 언니 오빠들도 어떤 일 때문에 사이가 안 좋거든.

클리프하트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결국은 형제자매니까. 언니 오빠들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얘기해 볼 기회가 부족했던 것뿐이야.

살카즈 헌터

본인도 그렇게 확신 없이 얘기하면서 날 설득하려 하는 건가?

클리프하트

왜냐면 나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걸 포기한다면, 앞으로 우리 집안사람들은 정말 같이 모일 일이 없게 될 테니까.

클리프하트

그리고 난 언니 오빠가 마음속으로 항상 서로를 생각하고 있단 걸 알고 있거든.

살카즈 헌터

……

살카즈 헌터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

살카즈 헌터

린지스 그 영감은……

살카즈 헌터

진작에 죽었으니까.


클리프하트

콜록콜록, 먼지 쌓인 거 봐.

살카즈 헌터

그 영감이 죽고 나선 한 번도 안 왔으니까.

클리프하트

너랑 그 사람은……

살카즈 헌터

난 내 부모가 누군지 모른다. 마을의 어떤 거지가 날 키워줬으니 그 사람이 내 아버지나 다름없었지.

살카즈 헌터

마을 사람들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중에 살카즈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어. 나중에 아버지가 죽게 되자 난 사냥으로 먹고살게 되었지.

살카즈 헌터

그러던 어느 날, 산에서 큰 놈을 만나게 됐어. 이제 죽나 보다 했었는데, 어떤 지나가던 산크타 영감탱이가 날 구해줬지.

살카즈 헌터

고기도 나눠주면서 나한테 내 궁술이 못 봐줄 정도로 형편없다고 한마디 하더군.

살카즈 헌터

사실…… 지금까지의 일이 다 기억나. 그 영감이 날 구하고 어리둥절해하는 날 바라보던 모습까지.

살카즈 헌터

처음엔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한참이 지나고서야, 그 영감은 내가 살카즈란 걸 알아보곤 그때 날 죽이려 했었다는 걸 알게 됐지.

살카즈 헌터

하지만 그때의 난 그저 시골에서 배운 것도 없이 자란 자식이었으니 그런 걸 알 리는 없었지.

살카즈 헌터

사실,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살카즈 헌터

태어나서 한 번도 산크타를 본 적이 없는데, 내가 왜 머리에 광륜 달린 것들을 싫어해야 하는지. 마을에 있는 잘난 놈들이 더 싫은데 말이야.

클리프하트

……역사란 원래 복잡한 법이잖아.

살카즈 헌터

그 망할 영감과 똑같은 소릴 하는 걸 보니 그래도 어디서 배운 게 좀 있나 보군.

클리프하트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살카즈 헌터

아무튼, 내 궁술은 그 영감한테 배운 거다. 그 점은 대단하다 생각했지.

살카즈 헌터

하지만 그 영감은 내가 다가가는 걸 싫어했어. 내가 가까이 갈 때마다 늘 총으로 날 쫓아냈었지.

살카즈 헌터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웃기기도 해. 그 영감이 몇 번이나 죽일 마음을 먹었는지, 그때의 난 잘 몰랐어. 심지어 날 놀린다고 생각했지.

살카즈 헌터

결국엔 그 영감도 짜증이 났는지 우리 사이엔 일종의 불문율이 생겼어. 내가 그 영감 집 근처에 숨으면, 그 영감은 마치 보란 듯이 자기 솜씨를 보여줬다. 날 가르치려는 셈이었겠지.

클리프하트

그럼 그 사람은……

살카즈 헌터

3년 전에 근방에 살카즈 강도 한 무리가 들이닥쳤다. 그 놈들은 내가 살카즈인 데다 솜씨가 괜찮으니 날 구슬리려 들었지.

살카즈 헌터

내가 거절하자 놈들은 날 납치해서 강제로 따르게 만들려 했다.

살카즈 헌터

결국 그 망할 영감이 날 구하러 달려왔고, 난 살았지만 그 영감은 결국……

클리프하트

……미안.

살카즈 헌터

지금까지 그 영감은 날 제자로 인정한 적 없었어. 아마 살카즈를 자기 제자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

살카즈 헌터

하지만 그 영감이 내게 가르쳐 준 게 없었다면, 난 진작에 여기서 죽었을 거다.

살카즈 헌터

그리고, 그 영감은 한 번도 여길 떠난 적이 없어. 그 영감을 찾아온 사람도 없었고.

살카즈 헌터

근데 이제 와서 형이란 작자가 그 영감을 라테라노로 데려가려 한다고? 유물만 갖고 간다 해도 용납 못 해.

살카즈 헌터

그 영감은 라테라노가 아니라, 여기 있어야 한다.

살카즈 헌터

날 이해할 수 있다면 포기해라.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널 여기서 끝내버려도 상관없겠지.

클리프하트

방을 잠깐 봐도 될까?

살카즈 헌터

……마음대로 해.

클리프하트

여기 책들은……

살카즈 헌터

영감은 책 읽는 걸 좋아했지. 거기 있는 책들은 다 그 영감이 직접 찾은 것들이다. 원래는 날 가르치려 했지만 내가 영 못 읽어서 그런지 포기하더군.

클리프하트

이 책들…… 다 살카즈와 산크타의 역시에 관한 책들이야……

클리프하트

위쪽에 주석을 적어놓은 건가, 빼곡하게도 적어놨네……

클리프하트

음? 이건 무슨 종이지?

클리프하트

이건…… 편지?

레지스, 우리는 친형제이기에 과거에 서로에 대해 공감하고 양보할 수 없었지. 그걸 서로에 대한 모욕이라 여겼으니까.


다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때 내가 이렇게 훌쩍 떠나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우린 각자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선택했다 해서, 다른 한쪽의 선택이 영원히 가치를 잃었다는 뜻은 아니야.


바로 이것 때문에 난 라테라노를 떠나기로 결심한 거야.

아마 이번 생에 내가 라테라노로 돌아갈 일은 없겠지.


그래도 난 네가 만든 딸기 스무디가 그리울 거야.

——린지스

클리프하트

티아나 씨, 이거 좀 봐.

살카즈 헌터

……

클리프하트

린지스 씨는…… 레지스 씨도 라테라노도 증오하지 않았어.

클리프하트

그냥 선택을 했을 뿐인 거야. 그리고 자신의 선택 때문에 라테라노로 돌아가지 않은 거고.

살카즈 헌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살카즈 헌터

어찌 됐든 라테라노로는 돌아갈 생각 없다고 하잖아!

클리프하트

이건 라테라노로 돌아가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클리프하트

이 형제 사이엔 아무런 장벽도 없었어, 간단하잖아?

살카즈 헌터

……

벨리브

많은 분들께서 산크타가 교감을 통해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산크타들 사이에는 갈등이 없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됐죠.

벨리브

사실 절대 그렇지 않답니다. 마음을 공유하는 건 단지 상대방이 어떤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뿐,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니까요.

벨리브

물론 사소한 일들만 놓고 보자면 산크타들 사이에선 화해나 양보를 이끌어내는 건 가능해요.

벨리브

하지만 중대한 일에 관해선, 산크타들 사이에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일종의 선이란 게 있답니다.

벨리브

이런 일들을 거쳐 산크타들 사이에서 최종적으로 합의된 점은, 바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클리프하트

넌 누구야?!

벨리브

교황청의 추기경, 벨리브라고 합니다.

살카즈 헌터

추기경?!

벨리브

총기사 레지스 씨는 제가 매우 존경하는 선배이기도 합니다. 마침 근처에 있는 도시를 방문 중이었는데, 그분의 유언 집행에 곤란한 일이 생겼단 얘길 듣게 되어 이렇게 와보게 됐죠.

벨리브

원래는 바로 손을 댈 생각이었지만, 번거로운 일을 도와주러 오신 분이 계실 줄은 몰랐군요.

벨리브

너무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저도 문밖에서 두 분께서 하시는 말씀을 어느 정도 들었으니까요. 일은 이미 해결이 된 것처럼 보이는데, 아닌가요?

살카즈 헌터

누가 네 녀석한테……

벨리브

총기사 레지스 씨와, 동생인 학자 린지스 씨 사이에 있었던 분쟁은 전쟁에 대한 견해 때문이었죠.

벨리브는 손을 들어, 시커먼 총부리를 살카즈에게로 겨눴다.

살카즈 헌터

……빌어먹을 녀석.

살카즈 헌터

네 생각대로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마라, 산크타!

티아나 또한 지지 않고 석궁으로 산크타를 조준했다.

벨리브

전쟁에 대해 레지스 씨와 교황님께선 더 온화한 태도를 취하셨지만, 린지스 씨는 좀 더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관점을 갖고 계셨습니다.

벨리브

그게 그 둘을 결국 갈라서게 만들었죠.

벨리브

레지스 씨는 유언에 만약 린지스 씨가 이미 사망하셨다면, 그분의 증표를 라테라노로 가져와 달라 하셨습니다.

벨리브

안타깝게도, 증표에는 살카즈가 포함되지 않아서 말이죠.

클리프하트

잠깐만!

벨리브

이건 일개 등산가가 끼어들 일이 아니랍니다.

클리프하트

내가 로도스 아일랜드로 데려가면 되잖아!

벨리브

로도스 아일랜드의 원칙은 국가 사무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벨리브

그 원칙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로도스 아일랜드라면 아마 이 일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할 것 같군요.

클리프하트

그, 그럼…… 쉐라그로 데려가면 돼!

벨리브

네? 쉐라그로요?

벨리브

엔시아 씨,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여기서 실버애쉬라는 당신의 신분을 이용했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서요.

클리프하트

……처음부터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던 거지?

벨리브

딱히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클리프하트

내 성을 알고 있다면, 오빠와 언니에 대해서도 알고 있겠네.

벨리브

만주원의 성녀 엔야, 카란 무역회사의 회장 엔시오데스, 이 두 이름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죠.

클리프하트

그래도 내 마음속엔 둘은 언제까지나 언니 오빠일 뿐이야. 오빠의 선택 때문에 십 년 넘게 사석에서 식사 한 끼 같이 한 적 없는 남매지만.

클리프하트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알아.

클리프하트

그 두 산크타 형제들처럼, 언니 오빠들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는 아니란 걸.

클리프하트

반대로, 그 형제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을 거란 걸 이해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어떤 일들은 상대방만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했지.

클리프하트

그래서 그 형제들은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었던 거고.

클리프하트

알고 있지만…… 포기할 순 없어.

클리프하트

그리고 방금, 나랑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산크타 형제에 대해 알게 됐지.

클리프하트

그 형제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단 걸 이해했기에, 결별을 선택한 거야.

클리프하트

하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 형제들은 서로를 생각하고 있었어.

벨리브

참 감동적인 말이긴 한데, 그런 말로 지금 절 막을 수 있다 보시나요?

클리프하트

오빠랑 언니는 서로를 이해하지만 단순히 상대방을 포용한다는 건 아니야. 더 중요한 건……

클리프하트

서로의 선택에 옳은 점이 있다는 걸 믿는 거야.

클리프하트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결국엔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믿는 거지.

클리프하트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단 거야.

벨리브

……

벨리브

좋은 말이군요, 엔시아 씨.

벨리브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쥔 총을 내려놓았다.

살카즈 헌터

너……

벨리브

원래는 겁만 주려고 했던 겁니다. 당신이 도망쳐 목숨을 부지하게 만들려고요. 어쨌든 원칙적으로 저도 눈앞에 있는 살카즈를 가만히 둘 수 없는 몸인지라.

벨리브

엔시아 씨께서 더 좋은 방안을 내줬으니, 전 그 방안에 따르도록 하죠.

살카즈 헌터

처음부터 내가 널 못 이길 거라 생각하고, 놓아줄 생각이었단 거냐?!

벨리브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보군요, 안 그런가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일종의 선의라고 생각하세요, 아가씨.

살카즈 헌터

빌어먹을 산크타 같으니……

벨리브

엔시아 씨가 말한 대로, 레지스 씨는 린지스 씨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벨리브

시대를 막론하고, 옳고 그름만이 어떤 일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벨리브

여기 있는 걸 전부 가져가진 않겠습니다. 그냥 기념품 하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책이나 친필 원고 같은 거라도 괜찮죠. 이 정도면 문제없으실까요?

살카즈 헌터

……흥, 마음대로 해라.

벨리브

그리고, 당신의 진심 어린 마음에는 정말 감동했답니다, 엔시아 씨.

벨리브

당신의 말은 제게 확신을 가져다줬습니다. 우리는 신앙도 생활환경도 다르지만, 직면한 문제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요.

클리프하트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클리프하트

산크타는 다 엑시아 같은 성격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산크타들도 다 각자의 문제가 있나 보네요.

벨리브

그걸 이해하는 게 진정으로 라테라노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겁니다.

벨리브

그러고 보니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쉐라그에서 3년간 만든 쉐라간드상이 곧 완성된다 하던데, 쉐라그로 돌아가 완공식에 참석해야 하지 않나요?

벨리브

원하신다면 제가 바래다 드리죠.

클리프하트

그 일에 대해선, 무리일 수도 있지만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벨리브

네?

클리프하트

사마라 씨와 함께 돌아다니며 라테라노와 산크타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그래도 될까?

벨리브

음? 돌아가지 않겠다는 건가요?

클리프하트

당분간은.

클리프하트

이번 일로 확실히 알게 됐어. 그 두 사람을 같이 붙어 있게 하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단 걸.

클리프하트

어쩌면, 내가 없을 때 둘이 이미 같은 식탁에서 식사한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

클리프하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서로의 마음속엔 쉐라그가 있고, 각자 걷는 길은 다르지만 목적지만큼은 같다면……

클리프하트

나도 앞을 향해 가야겠지.

벨리브

……

클리프하트

추기경 언니, 사실 날 보러 온 거지?

벨리브

……네. 사마라에게 당신의 이름과 이야기한 내용을 듣고, 제가 직접 확인해 보고자 마음먹었죠.

벨리브

만국 정상회담 때문에 쉐라그와 라테라노가 이미 수교를 맺었다곤 하나, 쉐라간드의 신앙과 라테라노의 가르침에 대해선 이야기할 계기가 없었죠.

클리프하트

그럼, 내가 그 계기가 되면 되겠네.

벨리브

……

벨리브

물론 문화 교류도 쉐라그에게 매우 중요하겠지만, 교황님께선 이런 대화도 반가워하실 겁니다.

벨리브

하지만 마지막으로, 이건 반드시 물어봐야겠군요.

벨리브

엔시아 실버애쉬 님, 당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신 거겠죠?

벨리브

그럼, 라테라노를 대표하여 당신을 환영하겠습니다. 엔시아 씨.

클리프하트

고마워.

클리프하트

아, 근데 그전에, 근처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에 한 번 들러야 해.

클리프하트

티아나 씨가 갈 곳을 좀 알아봐 달라고 해야 하거든. 박사더러 오빠한테 말 좀 전해달라고도 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