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신입
바라던 대로 라인 랩에 고용된 사일런스. 비록 내향적인 사람이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되는데……
사일런스, 정말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네가 일하는 곳을 참관하지 못했을 거야. 여긴 라인 랩이잖아!
아니야. 당연히 도와줘야지.
시험 기간만 되면 아침마다 열심히 깨운 보람이 있네!
내가 알아서 일어난 적도 있어.
딱 두 번뿐이었잖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하하……
사일런스, 아까 보니까 너희 회사에 잘생긴 사람이 잔뜩 있던걸. 솔직히 말해 봐, 좋아하는 사람 없어?
응? 어…… 없어. 입사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래그래, 그만 놀릴게.
네가 온 마음을 연구에 쏟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아. 널 쫓아다니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면 네가 먼저 나설 일이 없다는 것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 모두 널 걱정하고 있어.
응? 뭘 걱정해?
다 좋은데 내향적이니까 말이야. 연애는 둘째치고 회사에서 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도 안 생길까 봐 걱정하는 거지.
……
아, 아니야.
동료들은 모두 내게 잘해줘.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것도 그렇겠네.
트리마운츠에 3일간 있을 예정이야. 오늘을 제외하면 마침 주말이 끼어 있어.
그러니 내일은 나랑 같이 가자. 트리마운츠를 구석구석 돌아다니자!
사일런스, 좋은 아침.
밀러 씨, 안녕하세요.
크리스, 안녕. 즐거운 월요일이야!
하하. 즐거운 월요일, 수잔나.
크리스, 주말에 어디 다녀왔어?
아무 데도 안 가고 그냥 집에서 《증권회사 혈전》 시리즈를 봤어.
나도 《증권회사 혈전》 좋아해! 그거 다 보느라 밤을 얼마나 샜는지……
사일런스는 어떻게 생각해?
저…… 저는 아직……
그건 그렇고, 사일런스 씨는 주말에 뭐 했어? 나가서 놀았어?
아, 네! 트리마운츠에 친구가 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나도 막 트리마운츠에 왔을 땐 주말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어. 놀만한 곳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곳이니까. 어디가 제일 좋았어?
트리마운츠 센트럴 파크요.
센트럴 파크? 나무 말고는 아무것도 없잖아. 하필이면……
크리스.
응.
그럼 사일런스 씨, 나랑 크리스는 이만 가볼게. 즐거운 월요일 보내!
……
……이상이 이번 주의 주의사항이다. 다들 해산.
참, 사일런스는 잠깐 남도록.
네, 선생님.
그동안 일하면서 좀 어땠나?
라인 랩의 작업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다들 열정적인 것 같고요.
자네의 열정도 다른 사람에 비해 절대 적지 않아. 게다가 며칠간 지켜본 바로는 대부분의 동료보다 자네의 재능이 훨씬 뛰어나더군. 나는 자네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어, 사일런스 양.
고맙습니다……
하지만 일 외의 부분에서는 너무 고지식하게 굴지는 말게.
이곳에는 젊은이도 적지 않은 데다 다들 동료니까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나가서 놀기도 하고 그러게. 적당한 교제는 일에도 좋은 영향을 주니까.
알겠습니다.
아, 물론 알고는 있겠지. 그걸 누가 모르겠나?
중요한 건 실천이지.
그건 그렇고, 자네만 남긴 건, 이렇게 늙은이처럼 설교를 하려던 것도 있지만, 맡기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말이지.
강제로 어느 프로젝트팀에 보낼 생각은 없네. 그동안 여기저기 다니면서 구조과의 어느 팀에 들어가고 싶은지 살펴보게.
자네의 의향과 실제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할 테니까.
셔먼 팀…… 방향은 오리지늄 미립자 병리학 연구고, 현재 메인 프로젝트는……
역시 7호 팀의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어.
하지만 그쪽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전부 베테랑 연구원 같던데…… 함부로 그 팀을 언급했다간……
거기 신입, 혹시 리베리 여자 지나가는 거 못 봤어? 잠이 덜 깬 것 같은 리베리 여자 말이야!
어, 리베리 여자가…… 잠이 덜 깬 것 같다고요?
당연히 너 말고! 그 사람은 흰 머리야. 옷은……
아, 됐다. 그냥 못 들은 거로 해. 이쪽으로 온 것 같지는 않으니까.
카렌, 이쪽이 아닌 것 같아. 다른 데서 찾아보자.
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진짜. 병실에서 얌전히 있으면 얼마나 좋아, 정말 성가시다니까.
(누구를 찾고 있는 건가?)
(잠이 덜 깬 것 같은 리베리 여성이라…… 흰 머리만 아니었다면 정말 나로 착각할 수 있었겠어.)
이제 한 팀만 남았네. 아마…… 9호 장치…… 였던가.
여기가 사무실일 거야.
아, 문고리에 먼지가 잔뜩……
응?
여성, 리베리…… 흰 머리…… 잠에서 덜 깬 것 같은 모습……
설마 그 사람들이 찾고 있는 환자가 바로 당신인가요?
……
아니면 그냥 운이 나쁘게도, 나보다 더 그들이 찾던 사람과 닮은 건가요?
……
아니면, 이 팀의 팀원인가요?
(끄덕)
그렇군요.
저는 올리비아 사일런스라고 해요. 라인 랩에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됐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당신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
음……
사일런스는 마찬가지로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 사무실의 메시지 보드를 살펴봤다. 그 위에는 조이스 무어라는 이름 하나만 적혀 있었다.
당신이 조이스 무어 씨인가요?
긍정.
긍정?
드디어 찾았다……
잠깐, 너는 방금 그 신입? 설마 이 사람을 숨겨주고 있었던 거야? 아까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거고?
아니, 저는……
됐어.
여기는 라인 랩이야. 대학교 기숙사 같은 게 아니라고! 이 사람을 숨겨서 우리랑 술래잡기를 하는 게 그렇게 재밌었던 건가?
전 그런 게……
됐어.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분명 우리 일을 방해한 거야.
이 일은 주임에게 보고하도록 하겠어!
그래,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네. 그 두 사람에게는 내가 설명하지.
고맙습니다.
그런데 무어 씨가 있는 그 팀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왜 그 사람의 이름만 적혀 있는 거죠?
그 팀은 실험에 실패해서 해산됐지. 그 뒤로 사무실은 계속 비어있는 상태고.
다른 사람들의 이름은 전부 메시지 보드에서 지워버렸지만, 무어 양은 계속 병원에 있느라 아직 이름이 남아 있는 게지.
그녀는 언제쯤 치료를 끝내고 일에 복귀할 수 있을까요?
그건 모르네. 상당히 까다로운 상황이거든.
솔직히 말하자면, 실패한 실험의 기구들이 아직 무어 양의 머릿속에 있네. 그래서 아무도 무어 양이 어떻게 될지 말할 수 없지.
뭐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하아, 정말 마음 아픈 일이지.
무어 양은 훌륭한 연구원이었네. 팀 실험에도 자원해서 참여한 거고. 그런데 단 한 번의 사고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과학의 길을 걷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희생이기는 하지만…… 너무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지.
일단 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모든 팀을 둘러봤다고 들었네. 어느 팀에 갈지 결정한 건가?
……
전……
한동안 무어 씨를 도와주고 싶어요.
무어 양의 치료를 이어서 하겠다고?
……네.
7번 팀에 가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쪽 연구에 꽤 흥미를 느끼고 있었잖나.
확실히 가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무어 씨를 책임지는 그 두 사람, 무어 씨에게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만약 무어 씨가 과학의 길에서 어쩔 수 없는 대가를 치렀다면, 최소한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전 그 사람을 돕고 싶어요.
언젠가 제가 그 사람과 같은 일을 겪는다면…… 당신도 제가 그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도록 도와줄 거잖아요. 그렇죠?
당연하네.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라인 랩에서 일하는 건 아주 위험한 일이니까.
네?
예를 들어서 어제만 해도 다른 사람과 내기하다가 일주일간 비건식만 먹고 살 뻔했거든. 그랬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몰라.
……풉.
자, 결정을 내렸다면 잘 준비하게나.
그 과정 중에서 많은 걸 깨닫기를 바라지.
신입이 나 대신 온다고?!
뭐, 어때서. 계속 누군가가 와서 대신해 줬으면 좋겠다고 그랬잖아.
(작은 소리로) 실험 때문에 머리가 망가진 녀석 옆에서 얼마나 더 있으려고?
……
사일런스, 그럼 무어 씨는 네게 부탁할게.
잠시만요. 아직 무어 씨에 대한 대략적인 상황도 안 알려줬잖아요……
알아서 진료 기록이나 살펴보라고.
어? 무어 씨, 왜 일어나셨어요?
……
진료 기록이라……
'조이스 무어는 사고 및 언어 기능에서 문제가 보이며 정상적으로 사람과 소통할 수 없다. 자주 혼잣말을 하며, 그 내용은 이해할 수 없다……'
무어 씨, 아직 많이 쇠약해 보이니 침대에 누워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
실어증이라도 있는 건가?
부정.
네??
(그러고 보니 저번에 만났을 때도 '긍정'이라고 했던 것 같아.)
(하지만 겨우 두 글자로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
무어 씨는 리베리 맞죠?
긍정.
무어 씨, '긍정'은 '맞다'라는 의미인가요?
긍정.
주의 바랍니다. 방금 같은 질문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만약 '긍정'이 질문에 포함된 진술의 부정을 의미할 경우에도 방금의 문답이 성립됩니다.
어?
그건…… 잠시만요……
……그렇네요!
'긍정'이라는 단어가 당신에게 '아니다'와 동일할 경우에, 제가 '긍정'의 의미가 '맞다'의 반대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긍정'이라고 대답하겠죠……
잠깐만요. 이렇게 꼬인 문제를 순식간에 발견하다니…… 사고 기능에 문제가 있는 거 맞아요?
……
무어 씨, 시간이 늦었으니 점심 식사를 받아올게요. 괜찮죠?
……
(왜 또 아무 얘기도 안 하는 거지?)
경고. 시스템이…… 알 수 없는…… 오류로……
무어 씨? 조이스 무어 씨?!
호흡은 안정적이야. 여러 지표도 정상적이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잠든 건가?
내 증상이랑 조금 비슷하네.
조이스, 오늘은 느낌이 좀 어때요?
신체 유연성이 상승했습니다. 더 높은 강도의 재활 운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잘됐네요.
하지만 어제 재활 운동을 한 데다, 오늘은 주말이니까 푹 쉬세요.
사일런스 박사님의 의료 계획은 효과가 좋습니다. 사일런스 박사님은 풍부한 의료 경험이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아니에요. 전 이제 막 졸업한 신입일 뿐인걸요.
수정. 사일런스 박사님은 의료 경험이 풍부한 신입입니다. 신뢰할 수 있습니다.
(얼굴이 빨개진다)
참, 오늘은 재활 운동도 없으니까……
(머리를 갸웃한다)
당신의 병실에서 영화나 볼까 해요.
오늘은 쉬는 날이니 친구와 함께 집에서 보는 걸 추천합니다.
사실…… 같이 영화를 볼만한 친구가 없거든요……
……
추천한 형태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병실에서 영화를 봐도 좋습니다.
어? 그래도 돼요?
긍정.
영화 제목은 무엇입니까?
《증권회사 혈전》이에요.
팝콘과 함께 시청하는 걸 추천합니다.
팝콘? 회사에 있어요?
병실에서 나가서 좌회전, 150미터 직진 후 우회전, 270미터 직진, 코너에 팝콘 자판기가 있습니다. 해당 영화와 캐러멜 팝콘은 시너지 효과가 좋지 않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아, 팝콘 다 먹었다.
(하품)
조이스, 잠깐 쉴까요?
(균일한 숨소리)
잠든 건가?
……긍정.
……
괜찮아요. 광석병 때문에 저도 수면 리듬이 엉망이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사일런스 박사님은 스토리에 집중하는 시간도 짧습니다.
아…… 들켰네요.
이런 상업 경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사실 그렇게 몰입되지 않거든요. 하지만 동료들이 전부 이 영화에 관해 얘기하고 있어서……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질문, 어째서 동료와 보는 영화를 통일해야 합니까?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죠. 아니면 동료와 대화할 만한 소재가 없으니까요.
대학에 가기 전에 지내던 곳은 그렇게 발전된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는 방식도 한정적이었어요. 대학에 가고 나서는 다들 잘 챙겨줘서 사람들에게 맞추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하아.
어째서 사람들에게 맞춰야 하는 겁니까?
네?
관찰과 추측에 의하면 사일런스 박사님은 사교 활동에 집중하는 성격 유형이 아닙니다.
그건…… 저는 그냥 그래야만 동료들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러면 일할 때도 더 즐거울 테니까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어울리는 것의 부담감은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영화 시리즈를 반납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뭐 하고 있어? 영화라도 보여주고 있는 거야?
당신은……
아,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냥 물건을 좀 가지러 온 것뿐이니까.
요즘 신입은 기상천외하네. 드라마 같은 걸로 정상인의 대화를 가르치려고 할 줄이야……
그런 적 없어요!
게다가 조이스는 당신들이 기록한 것처럼 사고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요!
응, 그래서?
네? 뭐가요?
사고 기능에는 문제가 없어, 그래서? 그래서 뭐?
그래서 뭐긴요…… 진료 기록에 있지도 않은 병을 적어 두다니, 너무 무책임하잖아요!
꼬마 아가씨, 적당히 해. 그 쓸모없는 동정심은 접어두라고. 저 사람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알아.
저 사람이 왜 계속 병실에 있다고 생각해? 병 때문이 아니라 9호 장치 때문이야!
무슨 차이죠? 9호 장치가 결국 병의 원인 아닌가요?
……됐어. 말해봤자 듣지도 않을걸.
하지만 너야말로 모두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사람이라는 건 자각하고 있는 편이 좋아. 네 동정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잃어야 하는지 알아?
데이터? 무슨 데이터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당연히……
조용히 하십시오.
너?!
조용히 하십시오.
……
행콕 씨 조용히 하십시오.
아, 알았어. 정말 엄청난 호의네. 이 단순한 아가씨가 너무 일찍 알게 되기라도……
조.용.히.하.십.시.오.
조이스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사일런스는 그녀의 말 사이사이에서 분명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흥.
마음대로 해.
행콕 씨는…… 방금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무슨 데이터를 말하는 거지?
소음.
소음?
해로운 소음.
……전 잘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면 사일런스 박사님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알았어요……
……
《증권회사 혈전》 7편이 곧 시작됩니다.
……이번 주에 주의할 사항은 이 정도야.
해산 전에 사일런스, 이쪽으로 오게.
네, 파르비스 선생님.
(작은 소리로) 뭔가 사고를 친 게 분명해. 그렇지 않아?
……
사일런스, 최근의 작업 스케줄에 대해 상의할 게 있네.
조이스 무어의 치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기 위해 준비해두라고 했지. 어떻게 돼가고 있나?
진료 기록을 제대로 작성해 두고 단어표를 추가해 뒀어요.
단어표?
저번에 보고했던 것처럼 조이스의 언어 기능은 문제가 없어요. 그 증상은 그렇게 뻔히 보이는 게 아니에요.
(작은 소리로) 있는 척하기는.
조이스가 그런…… 독특한 대화 방식을 선택한 건 광석병과 그 실험으로 인한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예요. 영상 자료와 병리학 자료 모두 그 점을 증명하고 있죠.
일을 인수 받을 동료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조이스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와 일반적인 언어의 대조표를 만들어 뒀어요.
정말 고생했네.
하지만 사실 저는…… 조이스를 다른 사람에게 별로 맡기고 싶지 않아요.
응?
구체적인 치료와 약을 주는 것뿐이라면 다른 사람한테 넘겨도 문제없겠지만……
인수인계에는 시간이 걸리고 조이스와 감정적인 교류를 해나가는 것도 노력이 필요해요. 인수 받는 사람이 조이스의 감정을 소홀히 할까 봐 걱정돼요, 마치……
마치?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깨를 으쓱한다)
사실 무어 씨의 의견도 들었네.
본인도 자신의 방식으로 자네와 비슷한 의견을 말하더군. 자네가 계속 자신의 치료를 맡아주기를 원하고 있어.
(작은 소리로) 유유상종이네.
게다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자네가 무어 씨의 치료를 넘겨받은 뒤로 회복 속도가 훨씬 빨라졌지.
한 동료가 곧 우리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 이건 전부 자네 공일세, 사일런스 양.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소한 문제가 생기지.
그 말씀은……?
7번 팀 쪽에서 계속 인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자네를 보내고 싶었거든.
만약 양쪽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두 가지 일을 책임져야 하지.
저 녀석이? 7번 팀에? 두 가지 일을 한다고?!
카렌 양,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건가?
아, 아뇨, 아닙니다!
생각해 봤는데 무어 양의 상황도 꽤 안정됐으니 7번 팀 쪽에 더 집중해도 괜찮을 것 같군.
팀 리더와는 이미 얘기를 끝냈네. 자네가 결정하면 돼.
무어 씨의 치료와 7번 팀의 연구를 동시에 책임지려면 전체적인 작업량이 많아지겠지. 그래도 하고 싶나?
하고 싶어요! 7번 팀에서 일할 수 있다니, 정말 영광이에요!
그럼 한동안 양쪽 다 잘 부탁하지.
감사합니다!
좋아. 그럼 해산.
정말 대단하네, 올리비아! 진심으로 축하해!
크리스, 올리비아 어깨 좀 그만 두드려. 네 손, 꽤 맵다고.
하하……
저녁에 바에 가서 한잔하자, 올리비아. 축하의 의미로 내가 살게.
고마워요, 밀러 씨…… 아니, 크리스 씨. 그리고 수잔나 씨도.
천만에. 이번 기회에 너랑 얘기도 많이 나눠보고 싶어, 그게 뭐든 말이야!
예를 들자면…… 《증권회사 혈전》 같은 거요?
물론이지!
그나저나 바에 간다면, 저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얘기를 잘 못 해요. 괜찮나요?
당연히 괜찮지. 이곳은 트리마운츠야, 컬럼비아의 트리마운츠라고!
네가 실험실에서 반짝이기만 한다면 바에서 조금 조용하다고 해서 뭐가 문제겠어?
네 옆에 있는 녀석이 곤란한 질문이라도 한다면 내가 대신 혼내줄게!
역시 저한테 바의 분위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주량도 좋은 편이 아니고요.
광석병을 생각하면 사일런스 박사는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무알코올로 주문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모금 마셔 보니까 도수가 꽤 센 술이더라고요.
하지만 분위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힘들어서 몇 모금 마셨어요.
다음에 다시 이런 약속이 생긴다면 최선을 다해서 센트럴 파크에 분수나 보러 가야겠어요.
사일런스 박사님은 센트럴 파크의 분수가 좋습니까?
네, 고향에 있는 작은 공원이 생각나서요. 거기에도 똑같이 생긴 분수가 있거든요. 센트럴 파크의 분수보다는 조금 작지만 말이죠.
센트럴 파크의 분수에는 이국적 분위기가 녹아 있습니다. 두 분수는 트리마운츠의 먼슨 사에서 만든 거로 추측됩니다.
하하. 재미있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먼슨 사가 우리 고향에서도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었네요.
사일런스 박사님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막 여기 왔을 땐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이랑 얘기할 수 있으니까 훨씬 나아요.
고향의 모습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어디 보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런 질문을 받으니까 뭔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고향의 모습'이라고 하니까…… 뭔가 좋은 묘사가 떠오르지 않네요.
제안. 지금 센트럴 파크로 이동하면 고향과 관련된 일을 더욱 원활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와 함께 센트럴 파크에 가주겠다고요?
긍정.
음…… 제가 동의한다면 당신이 사고를 당한 뒤로 처음 라인 랩에서 벗어나는 게 되겠죠?
몸은 완전히 회복된 것 같지만, 파르비스 씨는 안전을 위해 일주일은 더 안정을 취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유: 사일런스 박사님은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단계에서 신체 위험도는 매우 낮습니다. 친구에 비하면 위험도는 무시해도 되는 정도입니다.
……
고마워요, 조이스!
하지만 그래도 다음 주에 센트럴 파크에 가는 게 좋겠어요.
(머리를 갸웃한다)
우리는 친구니까 당신이 위험한 건 보고 싶지 않아요.
완전히 회복되면, 같이 센트럴 파크에 가요.
왠지 우리 둘은,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