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아
Frost와 어느 나이 든 살카즈 사냥꾼의 동행, 사미의 끝없는 얼음 빙원에서 각자 집으로 돌아갈 길을 찾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Frost
“Elias, 별일 없지?”
“남쪽으로 갔다고 들었어. 어쩌면 지금, 우리는 이 대륙의 끝자락에 있는 걸지도 몰라.”
“사미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야. 가끔 고향 생각이 다 날 정도로, 나는 여기 환경과 기후가 너무 좋아. ”
“Ash가 위험 지역을 표시해 둔 지도를 우리가 여행 가이드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반응이 어떨지 정말 기대되는걸.”
“우리의 목표는 같아. 이곳으로 넘어오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반드시 그 해답을 찾아야 해.”
“기괴한 문제의 답은 늘 기괴한 곳에 숨겨져 있어. 어쩌면 우리 중 한 명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행운을 빌지.”
……
사냥꾼은 숨을 죽이고 기다리다가 방아쇠를 당겼다.
눈앞에는 파울비스트 한 마리가 숲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파울비스트 역시 먹이를 찾고 있다. 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켜 줄 다른 생명체를.
무언가를 본 듯 늘씬한 목덜미를 치켜세웠고, 날카로운 부리는 먹이 쪽을 겨냥했다.
파울비스트가 두 날개를 펼침과 동시에, 사냥꾼은 방아쇠를 당겼다.
한 끗 차이였는데!
확실히 한 끗 차이였군.
운이 나빴네.
어떤 파울비스트는 공기의 흐름을 잘 포착하고, 어떤 파울비스트는 유난히 민감한 발톱을 가지고 있어서, 대지의 가장 미세한 진동마저도 느낄 수 있지.
사냥감에 따라 몸을 숨기는 방법도 다르다네.
그래, 또 한 수 배웠어. 그렇다면 운이 나빴다고만 할 수는 없겠네…… 방금 내가 놓친 녀석은 어느 쪽에 속했던 걸까?
전부 아니야. 그저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었던 것뿐이지.
그것도 예언에 적혀있는 거야?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군.
……그저 이해가 안 될 뿐이야.
우리가 알고 지낸 동안, 당신은 항상 똑똑한 사냥꾼이었어. 경험이 풍부하고 예리하지.
더군다나 아직 건강해 보이는데, 나는 도저히 당신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
경험 따윈 결코 믿을 게 못 되네. 판단도 그리 중요하진 않아. 자네가 지금 이 여정에 몸을 맡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이 땅에는 특별한 생존 법칙이 있다”는 얘기야?
그렇지.
이제, 우리는 계속 북쪽으로 향할 걸세.
정보가 맞는다면, 숲의 북쪽에는 황량한 빙원뿐일 거야. 북쪽으로 갈수록 사냥감이 줄어들겠지.
우리가 방금 놓친 게 아마 우리의 마지막 양식이었을지도 몰라.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예언에 보이는 건 내 죽음뿐이니까. 그리고 자네는 찾고자 하는 것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걸세.
며칠 전
삶의 종점을 향한 여행이라고?
이미 예언에서 내 죽음을 봤네. 그래도 죽기 전에 부탁 하나만 하지.
나를 북쪽으로 데려가 주게. 여기서 출발해서 이 숲을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 북쪽으로 말일세. 그때까지 아직 숨이 붙어있다면, 멈추지 말고 북쪽으로 가주게.
나는 이미 이 통나무집에서 긴 시간 동안 평온한 세월을 충분히 보냈지. 죽기 전에 꼭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경치를 보고 싶군.
나는 이미 늙고 기력이 쇠해서, 혼자서는 끝낼 수 없는 여행이네. 그러니 자네 도움이 꼭 필요한 걸세.
그게 정말 어르신의 마지막 소원이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도울게.
하지만 이해가 안 돼. 왜 죽음이 머지않았다 생각하는 거지? 게다가 “북쪽으로 계속 가는 게” 소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재미있군. 사미에서도, 살카즈를 '어르신'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을 걸세.
……연장자는 공경해야 하니까.
예언은 분명해. 결국 우린 꼭 그곳에 도달할 걸세.
이것이 나의 마지막 부탁이네. 나를 데려가 주게. 예언에서 봤던 것처럼 말이야.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도와달라는 게 아니네. 종착지에 도착하게 되면 사례를 하도록 하지. 자네가 계속 찾고 있는 것도 찾을 수 있을 테야.
오직 하나의 달이 뜨는 곳을.
나침반을 보면, 우린 확실히 북쪽으로 가고 있어. 하지만 기후와 주위의 식물들에게는 한대 지역 특성이 더 뚜렷해지지 않고 있지.
나침반과 상식, 분명 둘 중 하나가 잘못됐다는 거야.
사미에서 살카즈 하나가 여생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마족보다도 더 골치 아픈 존재가 수없이 많았기 때문일세.
계속 앞으로 가지. 우리의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거지? 전에 이곳에 와본 적도 없고, 이곳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고 했잖아?
맞아. 난 이 숲 속에 발도 디뎌본 적 없지.
우리는 경험에 의해 현실을 인식하지 않는다네. 경험이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걸세.
오히려 경험담처럼 들리는데.
어찌 됐든, 이 세상엔 내 상식을 벗어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걸 인정해야겠어…… 그래서, 계속 앞으로 가야 하는 거지?
맞네…… 콜록, 콜록……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해.
잠깐 휴식하고 갈까?
좋은 의견일세. 우리에겐 시간이 있어. 내 시간도 아직 남아 있고 말이야.
Frost는 나무 옆에서 쌓인 눈을 치우고, 그 위에 낙엽을 한 겹 깔아 늙은 사냥꾼을 앉혔다.
고맙네.
오늘로 9일째네.
사냥감이 확실히 점점 줄어들고 있어. 물자 역시 빠듯하고…… 돌아오는 길도 고려해야 해.
나는 신경 쓰지 말게. 여정의 종착지에 도착한 후에는, 자네 혼자만 돌아올 테니까.
미안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드는 게 하나 있어.
그 예언을 이렇게나 믿는데, 예언이 대체 어떤 구체적인 정보를 보여준 거야?
예를 들어 이번 여정의 종착지라던가, 저희가 어떤 준비를 해야 되는지라던가.
더 근본적인 의문은, 당신이 어디로 가야 한다고 예언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이 여행이 그저 하나의 소원일 뿐인 건지…… 이해가 잘 안돼.
자네가 당혹스럽다는 건 이해한다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를 꺼내 들게 되면, 확실한 답을 얻은 후에만 행동할 수 있지.
그러나 예언은 절대 답을 주지 않네. 그건 예언의 방식이 아니야.
하지만 당신의 죽음은 알려주지 않았어?
죽음도 답은 아니지.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이곳 사람들이 '예언'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 설마 여기선 흔한 능력인 건가?
인간은 누구나 예언을 할 수 있다네. 먹구름이 쌓이는 것을 보고, 곧 비가 올 것이라는 걸 아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네.
그럼 예언에 대한 얘기는 그만두고, 여행에 대한 얘기만 하세나.
그래. 이번 여행뿐만 아니라 당신은 내게 몇 번이나 과거에 했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해 줬어.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가 내릴 수 있는 높은 탑, 해수면 아래의 호수, 땅속에 묻힌 열곡, 베헤모스 등위의 도시,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고향'.
이야기의 도입부는 전부 매력적이었지만, 결말까지 이야기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
당연히 기억한다네. 여행이든 이야기든.
여행은 여운이 남았을 때 끝내야 하고, 이야기 역시 청중들이 아직 관심이 있을 때 끝내야 하지.
저런, 그건 청중을 쫓아낼 핑계가 되진 못해.
그럼, 시간 때우는 셈 칠까. 마지막 이야기를 끝까지 해주겠네.
전에 어디까지 이야기했었는지 좀 알려주겠나? 아, 아닐세. 생각났네.
마지막에 나는 저주받은 짐승을 데리고 그 캐스터를 찾아갔다네. 악마가 분노하며 물었지. “도대체 내 고향은 어디지?”
만사 만물에는 모두 기원이 있고, 기원이 있는 이상 반드시 탄생한 곳이 있다. 근데 왜 나만 없는 거지? 나는 원래 존재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인가?
캐스터가 대답했지. “그게 저주의 규칙이다. 너는 지혜와 모든 사람을 두렵게 하는 힘을 얻기 위해 고향을 바쳤지. 영원히 고향을 잃은 너는 존재해선 안 된다!”
악마는 화가 나서 캐스터를 물어 죽이고 싶었지만, 우선 마음을 가라앉혔다네.
복수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한다 해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 불합리한 존재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네.
결국, 저주받은 악마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기로 했지. 어느 한 곳에서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면, 이 대지에서 그에게 '고향'과 '타향'의 차이는 없게 되니까.
얼마나 지혜로운 악마인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존재 위기를 해결했으니. 하지만, 나는 그 녀석과 함께 계속 달릴 힘이 없기에, 그 오두막집에 남아 여생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네.
은유가 넘치는 이야기네.
사람들은 은유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곤 하지.
경험을 통해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은유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는 건가.
조금씩 이해해 가는군.
그럼, 이번 예언 여행의 종착지도 '고향'과 관련이 있는 거야?
그게 바로 내가 기대하는 걸세.
아직 궁금한 게 더 있어. 사미에 와서 정착하기 전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곳에 가본 거야?
충분히 많은 곳을 가봤지. 내 생명이 언제 끝나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많이.
때로는 용병으로, 때로는 사냥꾼으로, 때로는 순수한 여행자로서 말이야.
모험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린 확실히 공통점이 있네.
“아직 보지 못한 풍경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라고 하지.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걸 보기 위해선, 여행을 떠나야만 해.
영원히 멈추지 않는 악마와 비슷하지.
또 다른 은유네.
그럼, 이제 자네 차례일세.
같은 여행자로서, 공유해 줄 만한 이야기가 많이 있겠지.
나도 여행에 대해 할 이야기는 정말 많지만, 아마 당신도 나처럼 이해하긴 힘들 거야.
자네는 아주 먼 곳에서 왔다고 했던가.
무척 먼 곳이야. 심지어 우리 인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곳이지.
역사도 깊은 곳이겠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
신경 쓸 필요 없네, 캐묻지 않을 테니까. 이야기를 감상할 때, 모든 디테일을 하나하나 명확히 할 필요는 없지.
계속 이야기해 주게나.
듣고 싶은 거라면, 알았어.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해본 적은 거의 없어. 하지만 내가 어떤 곳에서 온 건지 설명하기에 좋은 예시가 되겠네.
딱히 자랑할 만한 모험은 아니야. 이야기는 불시착에서부터 시작해야겠네.
“미지의 여행은 언제나 사람을 즐겁게 하지. 설령 수시로 위험이 동반된다 하더라도 말이야. 알고 있겠지만, 난 위험하더라도 절대 거부할 수 없어.”
“인간은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얻곤 하지. 사람을 즐겁게 하는 풍경이라던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안목 같은 걸 ”
“그 지혜로운 늙은 사냥꾼의 말처럼, 우리는 답이 없는 문제의 존재를 용납하지 못해. 마치 자물쇠마다, 그에 맞는 열쇠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건 우리의 일방적인 이해일 뿐, 자연 만물의 섭리는 아니야. 극동의 염불처럼 말이야. 안 그래?”
“나는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어. 어쩌면 이게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
도착했다네.
숲의 북쪽이 이런 모습일 줄이야.
여기가 바로 '고향'일세.
이 폐허가?
늙은 사냥꾼은 비틀거리며 앉았다. 고된 긴 여행으로 인해 조금의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마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전방의 황폐한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이 폐허 위에도, 한때는 웅장한 도시가 있었지.
그 도시는 여러 번 붕괴되고, 또 여러 번 재건되었다네.
이렇게 황량하고 인적이 없는 곳에 정말 도시가 있었다고?
포화 속에도 꽃밭이 있었고, 초토화된 땅 위에도 고층 건물이 있었지.
카즈델.
예언대로, 이곳은 모든 살카즈의 고향이 될 걸세.
잠시만, 이건
그 순간, 주변의 수많은 경치는 블랙홀에 빨려가듯이 사라졌다.
이게 도대체……
Frost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방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빙원뿐이었다.
왔던 길은 일출 때의 이슬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손에 든 나침반의 자침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앞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행히 방향을 잃지는 않았나 보네.
이것도 당신이 말한 은유인 건가…… 어르신?
Frost는 그제야 옆에 있던 노인이 이미 숨을 거둔 것을 알아차렸다.
공허한 빙원을 바라보는 늙은 사냥꾼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가득했다.
삶의 종점을 향한 여행.
당신의 마지막 소원은, 이루어진 것 같네.
Frost는 늙은 사냥꾼 옆에 앉았다. 두 사냥꾼은 함께 여행의 종착지를 감상했다.
하늘에 달이 하나밖에 없네.
일몰 반대 방향의 하늘에 달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은은한 은색의 실루엣은 끝없이 펼쳐진 빙원과 같은 색이었다.
이 대지에서 이러한 장면이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이라는 것을, Frost는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아직 보지 못한 풍경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알았어. 이 보수는 기꺼이 받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