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후회는 없다

후회는 없다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쿼츠의 소소하고 행복한 삶에 역경이 닥쳐온다. 가족과의 따뜻한 순간은 그렇게 사라지고 마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쿼츠


쿼츠

아이비, 인파에 부딪혀서 넘어지지 않게 바짝 따라 와.

쿼츠

조금만 버텨. 안전한 곳에 가서 금방 치료해줄 테니까.

아이비

으으…… 촌장 그 자식,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해.

아이비

상점에 사람이 많은데도 불을 질렀잖아. 사람들이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거야.

쿼츠

네가 맨날 나쁜 놈이라고 얘기한 이유가 있었네.

아이비

맞아, 그 밑에 있는 용병들도 다 똑같아.

아이비

녀석들을 피해도 어떻게 알고는 계속 쫓아온단 말이지.

쿼츠

이쪽으로 가자. 사람이 좀 적네.

거지 노인

어이, 꼬마야. 어딜 도망치려고 그래? 잠깐 서 봐.

거지 노인

오늘치 돈은? 어? 가지고 왔어?

아이비

아휴, 아저씨도 참…… 지금 저한테 돈 달라고 하실 때가 아니에요.

아이비

곧 촌장이 올 거라고요.

거지 노인

나 같은 빈털터리는 두려울 게 없지.

거지 노인

너희야말로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이렇게 정신없이 뛰어가는 거야?

거지 노인

소란을 피운 게 너희들이었다면 이렇게 도망칠 수도 없었겠지. 애초에 왜 도망치는 건데?

쿼츠

……

쿼츠

아이비, 가자.


아이비

후아…… 드디어 집에 왔네.

쿼츠

아이비, 상처 좀 보자.

쿼츠

(상처가 깊지 않아 다행이야. 우선 간단히 지혈부터 해야겠어.)

쿼츠

다리 말고 또 다친 데는 없어?

아이비

응…… 숨이 가쁜 거 말고는 괜찮아.

아이비

그 자식…… 진짜 악질이네.

아이비

누가 본때를 좀 보여주면 좋겠어.

쿼츠

……

아이비

아, 아빠! 다녀왔어!

피켓 아저씨

……

쿼츠

……

피켓 아저씨

소동이 일어났다는데 너희가 안 보여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피켓 아저씨

다리는 어쩌다 다친 거야?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쿼츠

밀수꾼을 발견한 촌장이 주먹을 휘두르는 걸로도 모자라 가게에 불을 질렀어.

쿼츠

아이비는 저랑 같이 급히 가게를 빠져나오다가 다친 거고.

피켓 아저씨

촌장……

피켓 아저씨

며칠 동안 얌전히 집에 있으라고 분명히 얘기했을 텐데.

아이비

난 그냥…… 쿼츠 언니한테 줄 선물을 사려던 것뿐이야.

아이비

이제 곧 떠나니까……

피켓 아저씨

변명은 됐고 질문에 대답이나 해. 며칠 동안 얌전히 집에 있으라고 얘기했어, 안 했어?

아이비

……했어.

피켓 아저씨

그럼 잘못했어, 안 했어?

아이비

……잘못했어.

피켓 아줌마

그만 좀 해요, 애가 다쳤는데 뭘 그리 몰아세워요?

피켓 아줌마

아이비, 이리 오렴. 얼마나 다쳤는지 좀 보자.

아이비

엄마!

아이비

봐 봐, 아무렇지도 않아! 쿼츠 언니가 계속 지켜줬거든.

피켓 아줌마

그래? 그럼 쿼츠 언니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하지만 아빠 말도 잘 들어야 한단다.

아이비

응……

아이비

쿼츠 언니, 고마워.

쿼츠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나가는 바람에 이 사달이 일어났잖아.

쿼츠

피켓 아저씨,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해요.

피켓 아저씨

후…… 됐어. 네가 아니었다면 아이비도 무사할 수 없었겠지.

피켓 아줌마

쿼츠, 벌써 내일이면 떠나는구나.

피켓 아줌마

좋아하는 음식이 있니? 저녁에 맛있게 만들어줄게.

아이비

쿼츠 언니…… 안 가면 안 돼? 언니가 안 갔으면 좋겠어……

아이비

아빠, 쿼츠 언니가 조금만 더 있다 가게 해주면 안 돼?

아이비

내일 하루만이라도 괜찮으니까……

쿼츠

……

아빠가 떠나지 않았다면 엄마가 아플 일도 없었을 텐데.

그럼 우리 가족도 이렇게 지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애초에 없었던 기억은, 채울 기회조차 없겠지.


쿼츠

아이비, 꼭 보러 오겠다고 약속할게.

쿼츠

피켓 아저씨, 그동안 감사했어요.

쿼츠

신세 진 것도 오래됐으니, 이제 슬슬 떠나려고요.

피켓 아저씨

흥, 고맙다는 말은 됐어.

피켓 아저씨

솔직히 하루빨리 네가 떠나길 바라고 있어. 아이비가 널 따라 못된 짓만 배울까 걱정이야.

피켓 아저씨

대체 네 부모님은 무슨 생각으로 널 이 위험한 황야에 보낸 건지 모르겠구나.

쿼츠

그게……

쿼츠

저희 엄마는 늘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하셨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쿼츠

아빠는 절 말리셨을 거예요. 아저씨처럼 바깥세상이 위험하다는 말을 늘 달고 사셨거든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피켓 아저씨

그런데도 혼자 나온 거냐?

피켓 아저씨

이곳 사람들은 선교하는 리베리들 앞에서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참회하며 눈물을 쏟다가도……

피켓 아저씨

손에 든 맥주와 탁자 위의 도박판, 집안 사정 때문에 한순간에 돌변하기도 해.

피켓 아저씨

요즘 보급 차량과 개척팀을 습격하는 강도들도 부쩍 늘었지.

피켓 아저씨

촌장도 나쁜 놈이지만 경찰서의 빈센트는 더더욱 믿을 구석이 없어.

피켓 아저씨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마을이라고. 그땐 아무도 널 도와주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피켓 아저씨

그러니 별일 없다면 이만 집에 돌아가.

왠지 모르게 낯익은 말투.

이런 잔소리는 아빠한테 수없이 들었는데.

쿼츠

네……

피켓 아저씨

관두자, 벌써 몇 시나 됐는지 모르겠네. 아마 밤이 깊었겠지.

쿼츠

9시예요. 맞은편 상점은 매일 이 시간에 문을 닫거든요. 방금 물건을 안으로 들여놓는 소리를 들었어요.

피켓 아저씨

그래? 흠……

피켓 아저씨

그럼 가서 짐 챙기고 쉬도록 해. 난 그 자식한테 물건을 가져다줘야 하니…… 하여간 정말이지.

피켓 아저씨

내일 아침에 조심히 돌아가고.

쿼츠

9시네……

쿼츠

평소라면 쉴 시간이긴 한데.

쿼츠

……

쿼츠

잠들기 싫어.

쿼츠

근데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

왠지 모르게 갑자기 낮에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쿵쿵쿵!

쿼츠

(저건 아빠가 지붕을 수리하는 소리인데.)

아버지

이제 아무 문제 없어. 네 엄마도 밤에 푹 쉴 수 있을 거야.

아버지

쿼츠! 뭐 하고 있어!

아버지

아빠가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봐야지.

아버지

앞으로는 네가 해야 할 일이란 말이야, 알겠어?

쿼츠

……

쿵쿵쿵!

쿼츠

(저건 빚쟁이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야.)

아버지

썩 꺼져! 왜 집까지 찾아오고 난리야?!

아버지

누가 안 갚는다고 했어? 말해두는데, 자꾸 이렇게 찾아오면 나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어!

아버지

쿼츠, 봤지?

아버지

상대가 누구든 겁먹지 말고 엄마를 지켜야 해.

아버지

언제까지고 이 아빠가 널 지켜줄 수 없어.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널 도와주진 않을 테니 네가 알아서 해내야 해.

쿼츠

……

쿵! 쿵! 쿵!


쿼츠

이런! 벌써 날이 밝았잖아.

쿼츠

이런 날 늦게 일어나다니 나도 참……

쿼츠

난 아직…… 아직……

쿼츠

……

쿵쿵쿵!

쿼츠

(잠깐,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어.)

쿼츠

누구세요?!

아빠?

쿼츠! 얼른 일어나거라!

아빠?

짐을 챙겨서 얼른 도망쳐!


피켓 아저씨

아이비, 너희들은 우선 방에 들어가 있어.

피켓 아저씨

뭐 하자는 겁니까? 갑자기 남의 집에 들이닥치면 어떡합니까?!

경찰 빈센트

(어젯밤 촌장님이 습격당했다며 저희보고 범인을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신 모양입니다.)

경찰 빈센트

(어제 촌장님을 뵌 건 여러분뿐이지 않습니까?)

경찰 빈센트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지라……)

피켓 아저씨

(습격을 당했다고요? 대체 누가 겁도 없이……)

용병 A

잠자코 문이나 열 것이지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용병 A

*컬럼비아 욕설*!

피켓 아저씨

커헉!

아이비

아빠! 괜찮아?!

피켓 아저씨

들어가 있어.

아이비

싫어! 내가 왜……

피켓 아저씨

들어가 있으라고!

용병 A

그래, 일을 크게 벌이기 싫다면 딸 간수라도 잘해야지.

용병 A

근데 찔리는 게 없다면 걱정할 것도 없을 텐데, 안 그래?!

용병 A

열받으니까 그냥 싹 다 죽여버려야겠어. 너희가 범인인지는 나중에 확인해보지.

피켓 아줌마

아이비, 아빠 말 들어야지. 쿼츠 언니랑 같이 있어.

피켓 아줌마

괜찮을 거야. 걱정 말렴.

아이비

……

그때, 아이비의 표정은……

분해도 어쩔 수 없이 화를 삼켜야 했던 과거의 나를 보는 듯했다.

막연하게 기적과 영웅이 찾아오길 바라며 끝없이 기도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피켓 아저씨

어젯밤 촌장님께 물건을 전달하고 돌아왔지. 그리고 다시는 밖에 나가지 않았어.

피켓 아저씨

우리가 집에 있었다는 건 이웃들이 증언할 수 있지.

피켓 아저씨

이 집엔 아내와 나, 그리고 두 아이가 전부인데 어떻게……

용병 B

어이! 빨리 와봐!

용병 B

내가 방에서 뭘 찾았는지 알아?! 진짜 무겁다고!

용병 A

……

용병 B

……

피켓 아저씨

……

경찰 빈센트

……

용병 B

무기 내려놔! 당장!

용병 A

넌 누구지?!

용병 B

움직이지 마! 마지막 경고다!

아이비

쿼츠 언니…… 언니 거야?

아이비

언니……

아이비의 눈빛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탁해진 검을 들자 살짝 어색했지만……

낯설진 않았다.

적과 맞서 싸울 준비는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곁에 서 있던 아이비를 끌어당겼다.

아이비

(아빠?!)

아이비

(갑자기 잡아당기면 어떡해요! 쿼츠 언니가……)

피켓 아저씨

(우리 집안까지 휘말리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입 다물고 있어.)

피켓 아저씨

(쿼츠한테 가까이 가지 마. 알겠어?)

아이비

(앗! 아빠!)

피켓 아저씨

빈센트, 저 아이는 우리 집에서 하숙 중일 뿐이야.

피켓 아저씨

잊은 건 아니겠지? 그때 나한테 부탁했잖아.

경찰 빈센트

아? 아아…… 그래!

경찰 빈센트

그땐 불쌍한 아이인 줄만 알고……

피켓 아저씨

우리도 같은 이유로 부탁을 받아들인 것뿐이야.

피켓 아저씨

그러니까 저 아이의 정체가 뭔지도 몰라. 물어본 적도 없고.

쿼츠

……

피켓 아저씨

……

피켓 아저씨

(미안하구나, 딸아.)

겪어보지 못했던 시절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한을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게 한낱 꿈이었다.

쿼츠

나는 이쪽이랑 아무 사이도 아냐.

쿼츠

난 모르는 사람들이야.


쿵! 쿵! 쿵!

쿼츠

(저건 쿵쾅거리는 내 심장 소리야.)

현장 감독

다들 봤지? 소란을 피우면 이렇게 되는 거야.

현장 감독

다들 계속 여기서 일하면서 돈을 벌고 싶지?

현장 감독

그럼 쓸데없는 질문이나 괜한 참견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다.

현장 감독

알겠어?

쿵…… 쿵…… 쿵……

쿼츠

(저건 점점 약해져 가는 엄마의 심장 소리고.)

쿼츠

엄마, 생일 축하해!

쿼츠

봐 봐!

쿼츠

아빠가 약속했던 선물을 드디어 사 왔어!

쿼츠

엄마……


용병 A

*컬럼비아 욕설*!

경찰 빈센트

어이…… 이제 그만 때려.

경찰 빈센트

이미 미동도 없는데…… 정말 죽기라도 하면……

용병 A

쯧, 간섭은. 우린 우선 촌장님한테나 가보겠어.

용병 B

어이, 늙은이. 잘 지켜보고 있으라고. 저 아이를 놓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겠지?

경찰 빈센트

그래……

경찰 빈센트

……

경찰 빈센트

아가씨. 아가씨?

쿼츠

……

쿼츠

으음……

경찰 빈센트

하이고, 놀라라. 정말 죽은 줄 알았네.

경찰 빈센트

이름이…… 쿼츠였지, 아마?

쿼츠

……

쿼츠

네, 맞아요.

경찰 빈센트

솔직히 혼자 돌아다니는 네가 호신용으로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건 이해하지만.

경찰 빈센트

이런 일에 휘말리고 말았으니……

경찰 빈센트

아휴, 네 짓이 아니란 건 알아. 굳이 따지자면 그런……

경찰 빈센트

(그런 못돼먹은 늙은이를 건드린 범인은 마을 사람이겠지.)

쿼츠

……

쿼츠

무슨 일이 있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쿼츠

전부 받아들일 수 있어.

쿼츠

어차피 갈 곳도 없었거든.

경찰 빈센트

결과가 어떻든 전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넌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네 가족은? 부모님은?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

경찰 빈센트

네가 어디서 왔는지 안다면……

경찰 빈센트

가족들에게 연락이라도 해보겠지만 너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원……

쿼츠

……

쿼츠

가족이라면 내가 직접 만나러 갈 거야, 나중에.

경찰 빈센트

아, 도망치려고? 이 늙은이를 바보 취급하는 건가?

경찰 빈센트

게다가 바깥에 저 많은 사람을 어떻게 뚫고 도망칠 건데?

경찰 빈센트

후…… 솔직히 말해서 네가 도망친다면…… 내가 곤란해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어.

경찰 빈센트

아마 지금 다들 날 욕하고 있겠지. 안 봐도 뻔해……

경찰 빈센트

하지만 내게도 가족이 있어. 네가 한 짓이 아닌 걸 알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경찰 빈센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마 피켓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랬을 거야……

경찰 빈센트

미안하구나.

경찰 빈센트

정말 미안해.

쿼츠

……

거지 노인

얘기는 다 끝났나? 지겨워서 혼날 뻔했네.

거지 노인

구구절절 얘기했지만 결국 그 아이 짓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못 해준다는 소리 아닌가?

경찰 빈센트

앗?! 어떻게 들어온 거지?!

경찰 빈센트

뭐 하려는 거야?!

거지 노인

이 아이한테 볼일이 있어서 온 거니 신경 쓰지 말라고.

거지 노인

일단 좀 쉬도록 해.

경찰 빈센트

윽!

쿼츠

……

거지 노인

미안하구나.

거지 노인

너까지 휘말릴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쿼츠

어떻게 인파를 뚫고 들어온 거지?

거지 노인

뭐? 밖은 이미 아수라장이 됐는데. 모르고 있었나?

거지 노인

참, 떠나기 전에 한 가지만 묻지. 우리와 함께 다니지 않겠어?


아이비

아빠, 촌장이 왜 사람들한테 모이라고 한 걸까?

아이비

대체 무슨 꿍꿍이지?!

피켓 아저씨

나도 모르겠구나.

피켓 아저씨

흩어지지 않도록 둘 다 꼭 붙어 있어.

아이비

왜 다들 촌장을 두려워하는 거야?

아이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그냥 쫓아내면 그만이잖아?!

피켓 아저씨

아이비, 제발 아빠 말 좀 들어라.

피켓 아저씨

아빠가 이렇게 부탁할게!

피켓 아저씨

말 좀 들으면 안 되겠니? 널 잃고 싶지 않단다.

피켓 아저씨

우리 셋이 함께라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피켓 아저씨

그러니 아빠를 믿어줄래?

아이비

……

촌장

범인을 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누군가 날 습격했으니 분명히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일어날 거야.

촌장

아무래도 내가 관대했던 모양이군. 다른 마음을 품은 자들은 절대 용납할 수 없지.

촌장

그리고 범인을 잡아봤자 뭐 하겠나? 내 상처가 낫거나 화가 풀리는 것도 아닌데.

용병 A

……

용병 A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촌장

지난번에 날 속이고 밀수한 상인들과 이번에 조사받은 가족들을……

촌장

전부 가둬버려. 반항하거든 개척대로 보내버리고.

촌장

아, 집마다 한 명씩은 꼭 마을에 남겨둬. 그래야 도망칠 생각을 못 하지.

촌장

약점이 있으면 고분고분 잘 따를 거다.

용병 A

네……

아이비

아빠!

피켓 아저씨

젠장! 뭐하는 거야!

피켓 아저씨

감염자도 아닌데, 내가 왜 개척대에 가야 한다는 거냐고!

용병 A

그럼 그쪽이 마을에 남고 아내와 딸을 보내든가, 딸을 남겨두고 아내와 같이 떠나든가 해.

용병 A

무슨 말인지 알겠나?!

피켓 아저씨

……

아이비

아빠……

피켓 아저씨

나 혼자…… 개척대에 가는 건 안 되나?

피켓 아저씨

아내와 딸은 이곳에 남게 해줘. 부탁이야.

용병 A

협상은 불가능해.

용병 A

마을에 남을 수 있는 건 단 한 명뿐이라고!

아이비

……

아이비

다들…… 정말 너무해!


쿼츠

답사하다 들켜서 촌장을 친 건가?

쿼츠

당신 혹시 강도야? 요즘 마을 주변을 습격한 것도 아저씨 짓이야? 이젠 이 마을까지 넘보는 거고?

거지 노인

강도, 지명 수배자, 범죄자…… 원하는 대로 불러.

거지 노인

우린 그저 막다른 길에 내몰린 사람들이지.

거지 노인

덧붙이자면 우리가 노리는 건 이 마을이 아니라 마을 촌장이야.

쿼츠

그럼 다른 마을 사람들은?

쿼츠

이런 일을 벌이면 분명 무고한 주민들까지 휘말리게 될 거야.

거지 노인

후…… 어쩜 저 녀석들처럼 쓸데없는 말만 하는 거야?

거지 노인

우린 권선징악을 행하는 영웅이 되겠다는 게 아니야. 그저 높은 사람을 만나 대화하려는 것뿐이지.

거지 노인

나약하고 비겁한 사람들은 신경 안 써.

거지 노인

자업자득이니까.

거지 노인

그 녀석들은 무슨 일을 하든 걱정, 고민, 두려움이 앞서니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그게 제일 안전하니까.

거지 노인

그러니 말도 고분고분 잘 듣는 거지. 안 그런가? 걱정할 게 있으니 감히 나설 수 없는 거고, 결국 촌장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거야.

거지 노인

하지만 난 두렵지 않지. 집도 없는 거지에게 뭐 두려울 게 있겠나?

거지 노인

나한테 욕설을 퍼부으면 받은 만큼 때려줘야지.

거지 노인

날 죽이지 않는 한 놈은 날 꺾을 수 없어. 그래서 계속 때렸더니 아쉽게도 도망가더군.

거지 노인

날 못 꺾으니까 괜히 주민들한테 분풀이하는 거야.

쿼츠

……

거지 노인

아닌 것 같나?

거지 노인

네가 규칙을 지키느라 옴짝달싹할 수 없는 동안 저 극악무도한 자들은 언제든 널 짓밟을 수 있지.

거지 노인

그런데 뭘 그렇게 따져?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

거지 노인

그러니 '악당'이 되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쿼츠

말하는 게 그냥 거지 같지는 않네.

거지 노인

하지만 난 이미 거지가 되었고 넌 방랑자가 되었지.

쿼츠

……

쿼츠

내가 합류를 거절한다면?

거지 노인

언제든 떠나 네 여정을 이어가면 돼.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거지 노인

내가 배웅해주지. 이만 가자고.


피켓 아저씨

아이비! 뭐 하는 거야?

피켓 아저씨

들고 있는 무기 내려놔! 네가 다칠 수도 있다고!

용병 A

꼬마야, 아빠 말 듣는 게 좋을 거다.

용병 A

네가 다치는 건 둘째 치고 부모님과 다른 사람 생각도 해야지.

아이비

……

용병 A

우리를 공격하면 어떻게 될지 너도 잘 알잖아?

용병 B

그건 너도 원치 않는 결말일 것 같은데.

아이비

……

피켓 아저씨

아이비, 제발 바보 같은 짓 좀 그만해!

피켓 아저씨

우리 셋이 함께 있는 한 해결 못 할 일은 없어.

아이비

하지만 이제 더는 함께할 수 없잖아.

아이비

개척대에 가든 마을에 남든 결국 헤어져야 하는데……

아이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아?

피켓 아저씨

……

아이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쁜 결말만 떠올라.

아이비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이 되면 뭐 어때? 날 죽이기라도 할 거야?

아이비

아빠, 내가 죽으면 날 위해 복수해줄 거야? 아님 그때도 고민만 할 거야?

피켓 아저씨

아이비!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아이비

날 죽인다면서!

아이비

해봐! 죽여보라고!

용병 A

빌어먹을 꼬맹이가!

용병 B

죽여주마!

아이비

쿼츠 언니!

아이비

어떻게……?!

용병 A

*컬럼비아 욕설*! 어떻게 나온 거냐?!

용병 B

빈센트는 어디 갔지? 죽고 싶어 환장했군!!

쿼츠

찾을 필요 없다. 지금 너희를 모두 처리하고……

쿼츠

촌장 그 쓰레기 같은 자식을 끌어낼 거니까!

용병 A&용병 B

으윽!


거지 노인

뭘 보는 건가?

거지 노인

……네가 여동생처럼 여기는 그 아이군.

쿼츠

아이비는 아주 용감한 아이야. 사실 피켓 아저씨도 나쁜 사람은 아니지.

쿼츠

인정하긴 싫지만 나도 몇 년 전엔 저들과 똑같았거든.

쿼츠

다른 사람의 성질을 건드릴까 봐 아버지를 상처 입혔고……

쿼츠

엄마의 치료비가 부족할까 봐 시간을 아껴가며 열심히 일했지.

쿼츠

모든 걸 잃고 나서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몰랐어. 분명히 시키는 대로 하고 옳은 일만 했다고 생각했거든.

쿼츠

그래서 후회하고 실망했지. 날 고민하게 만든 사람을 탓하기도 했어.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거지 노인

아직 늦지 않았으니 우리와 함께 가자고.

거지 노인

그 일들은 네 탓이 아니야.

쿼츠

……

쿼츠

아니, 내 탓이야.

쿼츠

아이비를 보는 순간 깨달았어.

쿼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서도 그저 나약하고 비겁한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변명하고 있다는걸.

쿼츠

사실…… 누군가를 걱정한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잖아.

쿼츠

피켓 아저씨에겐 사랑하는 딸이 있고, 빈센트 할아버지한텐 손녀가 있지.

쿼츠

나약한 게 부끄럽긴 해도 슬픈 일은 아니니까.

거지 노인

……

거지 노인

저 아이를 돕고 싶은가? 저 많은 용병을 쓰러뜨릴 준비는 되었고?

쿼츠

아저씨, 그새 잊어버린 거야?

쿼츠

당신처럼 나도 혼자야.

쿼츠

뭐가 두렵겠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거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하지 말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말자. 다음 목적지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진 알고 있으니까.